This is How I Became a Chaebol RAW novel - Chapter (432)
나는 이렇게 재벌이 되었다-432화(432/5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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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32 : 미니도 돈이 돼 >
‘중남미라…’
사실 중남미 진출도 생각을 안 한 것은 아니지만, 중동이나 동남아에 비해 거리도 멀고 노력대비 얻는 게 그다지 크지 않다는 판단이었다.
건설만 해도 수주를 딴 다음 건설자재를 죄다 국내에서 만들어 운송하는 방법으로 외화가득률을 높였는데, 그게 중동이나 동남아면 모르겠는데 중남미는 정말 멀거든.
솔직히 나이지리아 진출도 유전 개발이 아니었다면 플랜트를 짓는 게 그다지 짭짤한 프로젝트가 아닐 수도 있었다.
물론 아프리카 시장으로 통하는 통로 역할을 해줄 거라 믿는 면도 있었지만 말이다.
“대세실업이 중남미의 파나마까지 진출하다 보니 눈에 보이는 게 많았나 보군요. 대세중공업에 어울릴만한 사업 아이템이 있던가요?”
여태 중남미로는 최대한 물류비용이 적게 드는 의류와 원단, 그리고 국내 중소기업의 소형 가전제품이 주를 이루었다.
“예, 우리 대세실업은 말 그대로 장사꾼 아닙니까. 브라질처럼 큰 남미 국가에도 들어가 시장조사를 하지만, 도미니카 공화국 같은 섬나라에 가서도 시장조사를 했습니다. 그런데, 섬나라에서 제일 필요로 하는 게 의류나 가전제품이 아니라 전기였습니다.”
“전기라고요?”
정말 뜬금없는 말이었다.
“예, 와중에 미국에서 밀수해서 가져온 TV며 온갖 물건이 있어도 도시 외곽에는 전기가 제대로 들어오지도 않고, 도심 한복판에서도 시도 때도 없이 정전이 된다고 합니다.”
“음, 듣고 보니 작은 섬나라에선 발전소가 문제겠군요. 대형발전소를 짓기가 까다로울테니.”
섬나라들은 기본적으로 전력 사정이 그리 좋지 못하다. 대형 발전소를 지을 땅도 부족한 데다, 짓는다고 해도 섬과 섬 사이에 전력망을 연결해야 하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
각 섬마다 발전소를 짓는다면 유사시 여유분의 전력을 공급할 수 있도록 해야 하기에 잉여 전력은 계속 내다 버려야 하는 것이다.
“예, 발전소가 있다고 해도 허리케인이 한번 덮치면 그간 고생해서 세운 송전망이 죄다 망가져서 국가재정에 큰 부담이 되기도 한답니다.”
“그러고 보니 카리브해에서는 매년 허리케인 피해가 장난 아니겠군요.”
섬끼리 전력망을 연결하는 것은 꿈도 못 꾸겠군.
21세기처럼 해저 케이블을 깔거나 다리를 놓아 전력망을 연결하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다.
“우리 대세중공업이라면 그런 점을 해결해줄 수 있지 않을까요? 발전소 건설은 그 누구보다도 잘하지 않나요?”
김복순 이사는 대세실업 이사답게 기술적인 과정보다는 결과를 중시하며 사업성을 따졌다.
발전소를 세우려면 일단 발전소를 돌릴 연료가 있어야 하기에 자체 산유국이거나 하다못해 쓸만한 항구라도 있어야 한다.
게다가 전기를 소모할 버젓한 산업이 없다면 발전소를 지어놓고도 그걸 운용할 돈도 부족해 질 것이 뻔했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중남미 섬나라에 발전소를 지어주고 돈을 벌기란 아주 힘든 일일 거다.
솔직히 발전소를 지어주고 건설비를 못 받을 가능성이 더 높지 않을까?
옷이야 돈을 떼일 위험도 적고 떼인다고 하더라도 똥 밟았다 생각하면 되는 일이지만, 해외건설… 특히, 중공업 플랜트 사업에 있어 국가 신뢰도는 매우 중요한 요소다.
“우리 대세가 발전소를 잘 짓긴 하지만, 도미니카 공화국 같은 소규모 섬나라에 발전소를 짓기는 어려울 것 같군요. 우리가 주력으로 하는 열병합발전소나 SMR 발전소는 효율이 좋은 반면 상당히 비싼 플랜트이니 말입니다.”
“아… 그렇군요. 저는 예전 사우디 내륙 오지에 배에서 쓰는 발전기로 발전소를 만들었다고 한 뉴스를 언뜻 들은 기억이 있어서 말입니다. 멋대로 해석해서 죄송합니다.”
“죄송할 것까지야. 예전에 사우디 아시르 전력사업을 말하는 것 같은데, 그것도 나름 10MW급 디젤 엔진이 9기에다 변전소도 8곳이나 지었던 90MW급 발전소입니다. 나름 공사비도 1억 6000만불짜리… 음?”
잠깐, 잠깐… 설명을 좀 해주려다 보니 김복순 이사의 말도 일리가 있는데?
21세기 기술을 좀 이용하면 발전용 디젤엔진과 변전 설비를 컨테이너 박스형태로 만들 수 있잖아.
70년대지만 대세중공업의 기술력이라면 1.5MW급은 충분히 만들 수 있을 거다.
21세기엔 PPS(Packaged Power Station)라고 해서 이동식 발전설비는 대한민국의 기술력이 세계 최고다.
1.5MW만 해도 3000가구는 족히 쓸만한 전력이니, 전력난이 심한 섬이나 허리케인 같은 자연재해가 잦은 곳에는 딱 적당하겠다.
전력망이라고 해봐야 마을 곳곳에 전봇대 박고 전깃줄을 연결하는 수준이니 말이다.
우리 대세라면 충분히 이윤을 남길 수 있는 사업이네.
심지어 기술적으로 준비가 다 되어 있어!
“회장님, 말씀하시다 왜 그런 표정을…”
“아뇨, 생각해보니 김 이사 말도 맞는 것 같아서 말입니다. 대세실업에서 아주 훌륭한 사업 아이템을 발굴한 것 같군요.”
“네, 정말인가요?”
“진심이에요. 생각하면 할수록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들어가는 리소스가 그다지 클 것 같지 않습니다. 수출업무로 바쁠 텐데, 그룹 사업 아이템까지 챙겨주고 고맙군요.”
말 그대로 국내에서 다 만들어서 컨테이너처럼 잔뜩 쌓아서 가져가면 되는 일이 아닌가.
플랜트라기 보다 상품 수출이 되는 것이다.
“저희 대세실업 전원은 상사(商社)맨이지 않습니까. 대세의 정보요원으로서 안테나를 바짝 세우고 전 세계를 누벼야 한다는 말씀을 깊이 새기고 있습니다.”
내가 대세실업은 시장조사에 진심이어야 한다는 의도로 말한 것을 넓게 해석하고 있었다.
좋은 현상이다. 자신의 업무 영역을 그룹 전체로 넓힌다는데 누가 뭐라고 하겠나.
이런 아이템을 마구 발굴해온다면 결국 대세그룹 전체가 성장할 테고, 결국 그룹 내에 사다리가 많이 만들어 지는 결과로 돌아오지 않겠나.
“좋군요. 안테나 계속 세워주십시오.”
“예, 회장님.”
김복순 이사는 대한민국 최초 여성임원이자, 대세실업의 리더로서 자격이 충분했다.
딸리는 게 학력이었는데, 직장생활을 하면서 야간대학에서 기필코 대학졸업장까지 따낸 여장부이기도 하다.
뀌년에서 영어로 회의하는데도 거의 막힘이 없을 정도로 언어능력도 뛰어났고 말이다.
하긴, 대세실업 초창기 멤버로 들어온 여직원 중에서도 발군이었지.
우리 여성 직원 중에 고등학교 때 공부로 한 끗발 안 한 이들이 없다.
“중공업 분야 중남미 진출은 그룹 차원에서 검토하죠. 여하튼, 대세실업은 아직은 중남미 보다는 체코와 동독을 비롯한 동구권 시장의 추이에 더욱 집중해주십시오. 미래 가치는 아무래도 그쪽이 더 무게감이 있습니다.”
“예, 알고 있습니다. 동구권은 우리에게 새로운 시장이 되어줄 거라고 누차 말씀하시지 않으셨습니까. 동구권이 활짝 열릴 그날까지 열심히 하겠습니다.”
김복순 이사는 아주 먼 미래의 일처럼 생각하는데, 동구권이 개방되는 것은 금방이다.
10년만 지나 봐라, 동구권이 활짝 열리다 못해 무역장벽 자체가 와르르 무너져내린다.
특히 체코와 동독을 통해 일찌감치 시장 진출을 다져놓으면 공산권이 붕괴되는 사건은 충격이 아니라 엄청난 기회로 다가올 것이다.
원래는 중국이 그 시점을 계기로 각종 중간재를 수입해 동구권에 중국제 물건을 팔아 재끼면서 세계의 공장으로 성장했지만, 이번 역사에서는 좀 달라질 것이다.
우리나라가 체코와 동독이라는 교역로를 통하여 코메콘(소련 중심의 경제연합, COMECON)에 씨를 뿌려놓으면, 그 선점 효과로 90년대에는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의 돈이 쏟아질 거다.
공산권이든 나발이든 누구든 자기가 익숙한 물건을 쓰기 마련이고, 무역장벽이 사라져 가격이 싸지면 소비가 늘어나는 건 당연하다.
우리도 전세계를 대상으로 시장만 넓힐 수 있다면 중국 못지않게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쩝, 아직 본격 개방하기도 전인 중국을 이렇게 경계하다니, 21세기 인간인 내게도 중국만큼은 정말 거대한 위협이긴 한 거다.
나는 그 뒤로 대세실업 곳곳을 누비며 직원들을 격려했고, A/S 센터에서 열심히 교육을 받고 있던 협력업체 직원들까지도 격려했다.
내 마음은 벌써 중남미로 날아갔지만 말이다.
***
며칠 뒤, 대세본사.
“베인 실장, 이동식 발전설비에 대해 시장조사는 되었습니까?”
“예. 회장님 말씀대로 기술적인 가능성 유무는 배제하고 시장성 위주로만 검토를 했습니다.”
기술적으로 가능케 하는 건 나와 대세중공업의 몫이고 일단 70년대 시장 상황을 살펴보는 게 우선이었다.
“어디 들어볼까요?”
“여기 자료입니다. 50MW 이하의 소형 발전소의 경우 수력발전이 불가능한 건조 지역, 석탄조달이 힘든 섬, 대형호텔이나 공장 등의 상시발전용으로 일부 수요가 있습니다.”
“국제입찰에 나섰던 국가나 전력사업체가 있었습니까?”
“예, 있었습니다. 도미니카공화국, 파나마 등등 카스피해 인근 국가와 이스라엘, 그리고 인도와 말레이시아에도 일부 국제입찰이 있었습니다.”
“국제입찰이 있었는데 우리가 몰랐을 정도면 실행 자체가 안된 거군요.”
“예, 그렇습니다. 대부분의 국제입찰이 예가(預價)와 입찰가가 맞지 않아 프로젝트 자체가 없어졌습니다.”
얼핏 생각해도 그림이 그려졌다.
덩치가 작은 만큼 건설비는 극단적으로 싸야 하면서도 국가적인 전력망이니 해당국가는 아주 높은 품질기준을 제시 했겠지.
당연히 건설사들은 콧방귀를 끼며 수주를 포기했을 테고 말이다.
“만약 기술적으로 미니 발전소가 가능하다면 시장 규모는 어느 정도겠습니까?”
“현재 중도포기한 국제입찰만 따져봐도 총 전력수요는 1000MW가 넘습니다. MW당 평균 단가가 70만 달러밖에 안된다는 기술적 이슈만 극복한다면 시도해봄 직한 사업입니다.”
“드랍된 프로젝트만 1000MW가 넘는다고요?”
티끌 모아 태산이라더니 대단한 규모인데?
70년대 100MW급 발전소는 그럭저럭 돈이 되는 사업인데, 그런 걸 10개나 짓는 것 아닌가.
게다가 한번 성공하면 수요는 더 늘어날 것은 뻔했다.
“최소 시장규모가 그 정도입니다. 쿠바만 해도 510MW급 발전시설을 필요로 했지만, 발전소를 쿠바 전역 수십 군데로 분산시켜야 한다는 조건을 만족하지 못해 프로젝트가 성사되지 못했습니다.”
“쿠바? 쿠바와 교역이 가능합니까? 미국이 봉쇄하지 않았어요?”
“60년대야 미국이 쿠바를 성공적으로 봉쇄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캐나다, 멕시코,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등 굵직한 국가들이 쿠바와의 외교 관계를 복원하니, 미주기구가 작년에 쿠바에 경제제재를 종결했습니다. 카터 정부도 이를 인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교역과 여행에 전혀 문제없습니다. 물론, 한국이야…”
“우리나라야 미국 눈치를 좀 보는 수준이다 그런 거군요.”
“예, 뭐… 그렇습니다.”
미주기구(美洲機構)는 아메리카 대륙의 35개국이 가입한 국제기구다. 거기서 제재를 종결했다면 게임 셋이다.
그러고 보니 21세기에 쿠바에 우리나라가 전력망을 건설해준 사실이 떠올랐다.
70년대라고 못할 것도 없지.
그간 국제입찰에 실패했던 쿠바에서 우리가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실행한다면 전세계 미니 발전소 시장은 우리가 독식하는 것 아닌가.
디젤 발전기야 우리가 아주 잘할 수 있는 사업이란 말이지.
일본이나 독일이 이 시장의 가능성을 깨닫기 전에 후딱 해치워야겠다.
이게 사업성이 있다는 확신만 있으면 할 수 있는 일이니까 말이다.
“쿠바라, 멋지군요. 어디 한번 해봅시다. 거기 끈 좀 연결해보십시오.”
“회장님, 정말 쿠바에 진출하시려는 겁니까?”
“안될 게 뭐죠? 우린 동구권과 아프리카에도 진출하는 기업인데 중남미라도 못 갈 건 없습니다.”
중남미에 오지가 얼마나 많은가.
거기에 일일이 전력망을 까는 것보다 이동식 발전설비가 들어가는 게 백배 천배 쉽지.
미국쪽 로비야 밴 플린트 장군을 통하면 그뿐이다. 평생 쿠바 시가를 맘껏 조달해주겠다고 하면 되지 않겠나.
마침 UAE 무역센터든 SMR이든 사업현황을 논의하기 위해 만나 봬야지 싶었다.
나는 서둘러 마산으로 향했다.
***
그날 오후, 대세중공업,
“어서 오십시오, 회장님.”
심재홍 기술이사와 단충기 부장이 동시에 마중을 나왔다. 언제 봐도 반가운 얼굴들이었다.
“하하, 대세중공업이 신생기업이라는 걸 누가 믿겠습니까? 이렇게 올 때마다 공장이 팍팍 늘어나니 말입니다.”
“저희가 골격을 다 만드는데 공장 짓는 거야 금방입니다. 해야 할 일이 있다면 뭐든 말씀만 하십시오. 다 할 수 있습니다.”
“말씀만 하십시오, 회장님.”
둘 다 말만 하면 다 할 수 있단다.
듬직하니 이를 데 없었다.
“중남미에 미니 발전소 사업이 있습니다. 진출 여부를 결정하기 전에 기술적으로 논의할 것이 있어서 왔습니다.”
“회장님. 중남미라면… 거긴 치안이 굉장히 안 좋다고 들었습니다.”
“심 이사, 어디 나이지리아만 하겠어요? 그리고 진출한다면 우리 KDA도 같이 진출해야죠. 대세실업도 파나마에 진출해있으니 그리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겁니다.”
월남에도 갔다 온 양반이 중남미 치안을 걱정하다니, 시간이 꽤 흘렀군.
“아유, 심 이사님. 중공업쟁이들이 상사 영업맨들도 가는 곳에 못 간다고 하면 어쩝니까? 회장님, 저 좀 보내주십시오. 지질조사며 사전 조사는 제가 하겠습니다.”
대뜸 단충기 부장이 출장을 보내달란다.
“사전 조사도 뭘 하는지는 알고 가야죠. 여기 미니 발전소를 스케치했습니다. 한 번 봐보세요.”
“회장님, 발전소라고 하셨는데… 왜 컨테이너 박스를 그리셨습니까?”
단 부장은 내 스케치를 보고 황당해했다.
“발전소 맞습니다. 미니 발전소! 여기 컨테이너 뚜껑에 대형 머플러를 달아놨잖습니까? 여기로 디젤 발전기 배기가스를 뽑는 겁니다. 여기 뒷문으로는 전력망을 뽑아내는 거고요.”
“회장님, 여기 컨테이너 안에 디젤 발전기와 전압 안정기를 몽땅 집어넣으라는 말씀이십니까?”
단충기 부장은 당황해서 어쩔 줄 몰랐다.
바로 전까지 자신에게 뭐든 맡겨달라고 호언장담했으니 말이다.
“단 부장은 자신 없나보군요. 심 이사는 어떻습니까?”
“출력은 어찌 맞추면 되겠습니까?”
“1.5MW급이면 될 것 같군요.”
“그 정도는 어려울 것 같지 않습니다.”
“심 이사님, 어려울 것 같지 않다니요.”
“하하하.”
유쾌한 기술미팅이 이어졌다.
< 432 : 미니도 돈이 돼 > 끝
ⓒ 푸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