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How I Became a Chaebol RAW novel - Chapter (437)
나는 이렇게 재벌이 되었다-437화(437/5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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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37 : 원 플러스 투 >
체 게바라 광산,
광산은 아바나에서 그다지 멀지 않았다.
대략 1시간 정도를 달려가니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광산 플랜트와 갱도가 보였다.
“여기가 체 게바라 광산입니다. 소련 기술자들의 말로는 여기 니켈 원석이 꽤 쓸만하다고 했습니다.”
알베르토 중령은 멈춰버린 갱도 광차에 쌓여 있던 니켈 원석을 집어 내게 건네주었다.
한번 살펴보라는 뜻이었겠지만, 솔직히 나는 표정 관리를 하기에 바빴다.
‘설마, 황화 니켈? 그것도 최상급?’
쿠바인들은 여기 니켈 원석이 얼마나 고품질인지 모르는 것 같았다.
황화 니켈은 정제하면 니켈도 나오지만 높은 확률로 다른 희귀금속도 나온다.
어떤 금속이 같이 나올지는 원석 색깔로 대충 알 수 있는데, 이처럼 청록색이 비치면 거의 100% 코발트가 섞여 있는 거다.
코발트가 섞인 원석이라면 대박이지!
코발트는 특수강과 2차 전지에 쓰이는 희귀 금속이다. 70년대 코발트는 톤당 1200불 수준이지만, 21세기엔 톤당 몇만불을 호가한다.
“알베르토, 쿠바에 이런 광산이 더 있습니까?”
“총 세 군데가 있었는데 가동되는 곳은 여기가 유일합니다. 다른 곳은 여기보다 더 노후화되어 폐쇄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런 곳이 두 군데나 더 있다고?
이거 쿠바와는 아주 친하게 지내야겠네.
그것도 21세기까지 아주 길게 말이다.
“이런 곳이 두 군데나 더 있다고요?”
“예, 그렇습니다. 1943년과 1955년에 미국 회사가 개발한 라모네스(Ramones), 소토알바(Sotto Alba) 광산이 그겁니다.”
“오래된 광산이긴 하군요. 하지만, 혁명 후에 소련의 도움을 받아 재가동해도 됐을 텐데 어째서 폐쇄라는 극단적인 조치를 한 겁니까?”
“미국의 대(對)쿠바 제재법 때문에 광산 설비를 고쳐줄 기업을 구할 수 없었습니다. 심지어 소련조차 미국과 쓸데없는 마찰을 일으킨다며 수리를 거부했을 정도입니다.”
“대(對)쿠바 제재법이라…”
“공식 국제법은 없지만, 미국 국내법은 있습니다. 쿠바 정부에 몰수된 미국인 자산을 거래하는 제3국인에겐 민사소송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어디서 들어본 말 같았다.
쿠바의 옛 미국인 자산을 잘못 건드리면 각종 손해배상 소송으로 패가망신한다고 말이다.
젠장, 이래서 쿠바의 광산 개발이 덜 된 거군.
체 게바라 광산에서 캐낸 니켈이라고 해도 미국이 기존 광산에서 빼돌린 거 아니냐며 소송을 걸면 시범 케이스로 된통 당할 수 있다.
“결국 자체적으로 보수하다가 포기했군요.”
“예, 그쪽 두 군데 광산은 폐쇄한 지 벌써 10년이 넘었습니다.”
당연한 결과다.
부품 조달도 어렵고 전문 기술자도 없는데 뭘 하겠나. 심지어 소련이 도와줬던 이 광산조차 폐쇄 직전인데 말이다.
“거기 광산의 채굴량은 얼마쯤이었습니까?”
“두 군데 모두 이곳보다 더 많았습니다. 물론 원석 품질은 여기와는 좀 다르긴 했습니다. 여기 원석보다 좀 더 푸른빛이 난다고 해야 할까요?”
여기 원석보다 더?
설마 여기 원석보다 상급이라는 거야?
눈으로 뚜렷하게 푸른빛을 관찰했을 정도면 코발트 함량이 10%는 족히 넘어가는 거다.
“으흠, 그렇단 말이죠?”
“가서 직접 확인하시겠습니까?”
“아뇨, 폐쇄된 광산을 눈으로 본다고 투자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니라서요.”
나는 가까스로 표정 관리에 성공했다.
정말 탐은 나지만 자칫 미국의 괘씸죄에 걸리면 큰 손해를 볼 수 있는 양날의 검이었다.
그렇다 해도 제대로 채굴만 할 수 있다면 21세기엔 수십배 장사를 할 수 있는데 말이지.
굳이 21세기 2차전지 사업이 아니라도 고품질 특수강 사업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찬수야, 뭘 고민해? 그 정도 이득을 보는 사업에 리스크가 없다는 게 말이 되냐? 이런 광산이 세상 어디에 있어?’
어딘가 탐나는 니켈/코발트 광산이 있다 한들 이미 누군가 차지하고 있지 않겠나.
내가 차지할 수 있는 광산이라면 언제 내전이 터질지 모르는 아프리카 오지 광산이거나, 누군가 다 캐먹고 남은 쭉정이 광산이 전부일 거다.
그에 비하면 정치적인 이유로 버려진 쿠바의 광산은 정말 알짜배기 광산이 아닐 수 없다.
주인 없는 밥상을 거부하면 장사꾼이 아니지.
이건 내가 차지해야 해.
어려워도 방법을 찾아야 해!
“좋습니다. 일단 이 광산에 대해선 계약하죠. 하지만, 특약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말씀하십시오. 최대한 카스트로 의장께 잘 말씀드리겠습니다.”
음, 역시 보통 수행원이 아니었군.
알베르토 중령은 이 일에 상당한 권한을 부여받은 사람이 분명했다.
“체 게바라 광산만 보유해선 채광 플랜트, 설비 유지관리, 게다가 이동형 발전설비 비용까지 충당하기 힘듭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일견 동의하는 바입니다.”
“그러니 폐쇄된 두 광산에 대해서도 지분을 가졌으면 합니다.”
“세 군데 모두 말씀이십니까?”
“도박인데 그 정도는 가져야죠. 막상 광산을 재개했는데, 미국이 압박해 들어오면 우리 회사는 큰 손해를 볼 수도 있습니다.”
“하이 리스크 하리 리턴이라는 말씀이군요.”
“솔직히 미국에 로비자금으로 얼마를 써야 할지 감도 안 잡힙니다. 이런 말을 대놓고 하다니 민망하군요.”
“한 대 피우시겠습니까?”
알베르토는 시가를 권하며 불까지 붙여주었다.
내가 큰 도박판에 베팅할까 말까 망설이는 표정을 지었더니, 이리 나오는 것이었다.
“휴우, 그 정도 규모가 아니면 나도 다른 기업가들처럼 포기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포기라니요! 방법을 찾아야지요. 세 군데 동시 개발 특약에만 동의하면 문제가 해결되는 것 아닙니까.”
어째 태도가 사뭇 달라졌다.
가이드 겸 운전기사가 아니라, 카스트로에게서 이 일을 성사시키라고 명령이라도 받은 것이 분명했다.
알베르토 중령이 가슴을 텅텅 치며 도와주겠다고 나섰기에 나는 계약서에 특약을 써넣었다.
알베르토 중령은 문제 없다는 표정으로 계약서를 품에 넣었다.
큰 그림으로 보면 쿠바도 광산 3개를 정상화하면서 전력 인프라도 구축하는 프로젝트다.
심지어 미국의 괘씸죄도 내가 해결하겠다고 나서는 것이니, 쿠바는 손 안 대고 코 푸는 격이다.
이 시대 사람들이야 생각할수록 위험한 도박이라 여기겠지만, 내게는 해볼 만한 도박이다.
21세기에 니켈이나 코발트가 수십 배씩 가격이 뛰는데 이걸 어찌 내버려 두나.
까짓거 인천 매립지에 잔뜩 쌓아두면 된다.
행정수도를 세종시로 옮기니 원래 역사대비 훨씬 공간도 여유롭다.
“나머지 두 군데 광산에 대해서도 양 당사자의 중대한 계약 위반이 없는 한 5년마다 계약을 연장하고, 쿠바 정부의 물량에 대해서도 내가 우선 매집권을 가지는 조건입니다.”
“물론입니다. 그 광산들도 체 게바라 광산과 같은 계약조건입니다.”
“좋습니다.”
소련이 하도 유리한 계약을 맺어놨기에 그 계약서를 그대로 따르기만 해도 되니 참으로 좋았다.
더욱이 여기 광산 생산이 본격적으로 재개될 쯤엔 레이건 정부가 들어설 때니, 분명히 상황은 내게 유리하게 돌아갈 거다.
“일괄 계약이 성사가 되었군요. 어째 여기 광산은 더 돌아보지 않으셔도 되겠습니까? 기계 상태나 갱도 현황을 살피시는 것은…”
“아뇨, 필요 없습니다. 어차피 다 뜯어내고 최신 설비로 바꿔야 합니다.”
“다 뜯어내신다고요? 수리가 아니고요?”
“여기 광산 설비도 대충 20년쯤 굴린 것 아닙니까? 차라리 새로 짓는 게 낫습니다.”
내 기술론 광산마저도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
기차처럼 갱도에 광차를 운행하는 것보다 수직 갱도를 만들어 엘리베이터 형태로 이송하는 게 훨씬 생산성이 좋다.
게다가 지질조사를 수반하면 훨씬 효율적으로 광맥을 찾을 수도 있다.
아주 알뜰하게 남김없이 채굴해주지.
“수리가 아니라 신규 투자를 하신다니 정말 대단하십니다.”
“설비는 쿠바 정부가 투자하는 거죠. 저희야 니켈을 채굴해 플랜트 공사비를 충당하는 거고 말입니다. 우린 플랜트를 수주하고, 쿠바 정부는 광산을 재개하는 것이니 서로 윈윈이죠.”
“광산이 다시 열리면 사람들도 다시 돌아오겠군요. 정말 윈윈입니다.”
알베르토 중령은 아련한 표정으로 마을 쪽을 쳐다보았다.
텅텅 비어버린 마을이 다시 사람들로 북적일 걸 생각하니 감격스러운 것 같았다.
“알베르토, 돌아갑시다.”
“예! 이럴 시간이 없군요. 서두르시죠.”
알베르토는 정말 최선을 다해 차를 몰았다.
****
다음 날,
“하하하, 정말 대접 잘 받고 갑니다.”
“하하, 스미스! 그대의 무용담은 정말 흥미진진했소이다. 이따금 들러 주시오.”
“쿠바에 오면 의장님은 꼭 찾아뵙지요.”
“닥터 미구엘. 바르데로를 잘 부탁합니다. 우 회장이 시범 사업을 펼칠 곳이니 말입니다.”
“지켜봐 주십시오. 전기만 깔린다면 바르데로를 조속히 정상화해서 다시 관광객들이 북적이는 도시로 만들어 보겠습니다.”
카스트로 의장이 직접 우리를 환송했다.
스미스 선장과 닥터 미구엘도 대접을 잘 받았던 모양이다.
“우 회장, 잘 부탁합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카스트로는 내 두 손을 꼭 잡고는 몇 번이고 잘 부탁한다고 말했다.
나도 진심으로 화답했다.
24시간도 안돼서 국가평의회 위원 17명 전원 만장일치로 계약을 통과시키는 성의를 보였는데, 나도 최선을 다해야지.
“다들 수고해주시오.”
“땅, 빵, 자유, 그리고 전기!”
“땅, 빵, 자유, 그리고 전기!”
“와아아아아!”
구호를 마지막으로 우린 바르데로로 복귀했다.
***
바르데로,
“회장님, 가셨던 일은 잘 되셨습니까?”
“잘 됐어요. 이제 우리가 하기 나름인 것 같습니다. 어떻게 사전 답사는 잘 했습니까?”
나는 돌아오자마자 심 이사와 일부터 챙겼다.
“예, 이 근방의 마을을 모두 훑었습니다. PPS를 총 12대 정도만 설치하면 전력 문제는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PPS 12대라, 초기 시범 사업으론 딱 적당한 수준이었다.
“좋네요. 귀국하면 곧바로 제작에 착수하고 대세건설과 협의해서 기초작업부터 하십시오.”
“벌써 시작하시는 겁니까?”
“대세맨에게 시간은 곧 돈이죠. 서두릅시다!”
“예, 회장님.”
“하하하, 바로 출발하시는 겁니까?”
“돌아갑시다. 스미스 선장.”
우리는 짐을 챙겨 배에 올랐다.
그걸 본 마을 사람들이 처음엔 식사라도 하고 가라고 붙잡다가 하루라도 빨리 전기를 연결해주고 싶다고 하니, 환호하며 배웅해줬다.
“잘 부탁합니다. 코리아 화이팅!!!”
“조만간 다시 만나요!!”
“와아아아아!”
“고맙습니다. 우 회장님!!!!”
“다시 봅시다! 그때까지 건강히!”
“와아아아아!”
우린 최고 속도로 마이애미로 들어왔고, 직원들은 각자 비행기에 올라 자기 위치로 복귀했으며 나 또한 곧바로 뉴욕으로 향했다.
낭비할 시간이 없었다.
***
뉴욕, 코리아 소사이어티.
“장군님!”
“CS, 이게 어쩐 일인가? 연락도 없이!”
“어쩐 일이긴요. 쿠바에 간 김에 선물을 드리려고 왔지요.”
나는 밴 플린트 장군에게 쿠바산 시가를 내밀었다. 향긋한 시가 냄새가 집무실을 가득 채울 정도로 최상품이었다.
“호오, 쿠바産 시가 중에서도 특급이군.”
장군은 흡족한 표정으로 시가 향을 음미했다.
“아마도 특급 중의 특급일 겁니다. 카스트로 의장이 직접 피는 시가이니 말입니다.”
“아니, 카스트로를 직접 만난 건가?”
“그럼요. 카스트로를 만나지 않고 쿠바에서 전력사업을 하는 게 가능하겠습니까?”
“듣고 보니 그렇군. 이렇게 단박에 성공하다니 역시 CS답다고 해야겠어.”
“성공이라긴 아직 좀 이릅니다. 골치 아픈 문제가 있거든요. 그 때문에 장군님을 뵈러 온거고요.”
“골치 아픈 문제?”
밴 플린트 장군은 주머니칼로 조심스레 시가를 잘라 불을 붙였다.
시가 맛에 만족스러운 표정과 내 말에 걱정스러운 표정이 섞여 묘한 표정이 되었다.
“대(對)쿠바 제재법 말입니다.”
“설마, CS… 옛 미국인 토지에 발전설비를 지어야 하는 건가?”
“그런 문제가 아니고, 한때 미국 기업이 소유했던 광산의 지분을 갖고 싶습니다.”
“광산? 이런… 토지보다 더 골치 아픈 걸 가지고 싶어 하는군. 니켈 광산인가?”
당연히 더 골치아프지.
쿠바산 시가나 사탕수수가 어느 땅에서 나왔는지는 증명할 수 없지만, 니켈은 기껏 해봐야 세 군데 중 한 곳이니 충분히 제재할 수 있지.
“니켈 광산을 알고 계십니까?”
“그럼, 당연하지. 쿠바산 니켈과 코발트는 아주 품질이 좋아서 군부에서도 전략자산으로 여겼지. 기술자들 말로는 제트엔진 부품이나 로켓 케이스를 만드는데 아주 유용하다더군. 뭐, 다 옛날얘기지만 말이지.”
밴 플린트 장군도 알고 있을 정도면 품질이 정말 좋았던 모양인데? 더욱 탐이 난다.
“자원 빈국인 대한민국에 꼭 필요한 광산입니다. 이런 기회가 없으니 도와주십시오.”
“로비로 풀어보고 싶다는 건가?”
“어렵다는 말씀입니까?”
“당연히 어렵지. 쿠바 봉쇄는 비공식적 제재인데 족쇄가 하나 풀리면 제재가 연쇄적으로 무너지게 될 테니까. 정권이 바라는 바가 아니지.”
“한미동맹은 남다르지 않습니까. 한국 기업에 쿠바의 광산 개발을 허가하고, 그 대가를 미국과 나누면 명분과 실리를 동시에 취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미국이라도 쿠바 내 광산을 온전히 돌려받는 건 어렵지 않나.
현실적으로 일부 지분만 되찾는 것에 만족한다면 충분히 가능한 딜이다.
“물밑 거래를 하자는 뜻인 건 알겠지만, 그건 CS 자네 생각일 뿐이야. 정계에서 한국의 존재감은 희미하지. 캐나다나 호주가 그런 제안을 한다면 또 몰라도… 으음, 캐나다?”
“왜 그러십니까?”
밴 플린트 장군이 손을 들어 내 말을 막았다. 잠시 생각할 시간을 달라는 뜻이었다.
“CS, 캐나다에 회사 하나 세우게.”
시가를 반쯤 태웠을까?
대뜸 밴 플린트 장군이 나더러 회사를 세우라고 제안했다.
“캐나다에 회사를요? 어려운 일은 아니지만…”
“캐나다와 멕시코는 대(對)쿠바 제재법에 동의하지 않았어. 아무리 쿠바라고 해도 너무 코너로 밀어붙이면 소련에 완전히 넘어갈 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었지.”
“캐나다 회사는 예외라는 거군요.”
“바로 그거야. 자네가 캐나다 법인을 이용해 쿠바 광산에 투자하면, 미국이 자네 회사에 투자하면 되는 거지. CS 말대로 물밑 거래가 가능해!”
“제 회사가 블랙리스트에 오를 위험은 없다는 말씀이군요.”
“무슨 블랙리스트야? 표창장을 주고 싶겠지. 물론 그 이득을 누구와 공유할지는 CS가 결정해야겠지.”
“누구라뇨. 당연히 레이건과 그의 측근이죠. 한국에 아주 호의적이던데.”
“하하하, 아주 인상이 좋았던 모양이군.”
인상이 좋다기보다 미래를 알고 있을 뿐이다.
원래 역사에서 레이건은 일본에 아주 우호적이었는데, 이번 역사에서 그 대상이 한국으로 바뀔 것 같군.
< 437 : 원 플러스 투 > 끝
ⓒ 푸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