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How I Became a Chaebol RAW novel - Chapter (44)
나는 이렇게 재벌이 되었다-44화(44/589)
< 044 : 잉여 물자 >
“여긴 내 땅이었어. 내 땅이었다고.”
“주인이면 땅문서를 가져와.”
어쩌다 보니 내가 논을 나눠주는 사람이 되어 버렸다. 맹호부대가 주둔지를 구축하는 비용을 뀌년 캠프에서 지원하니, 가운데 낀 내가 대민(對民)실무를 담당하게 되었다.
뀌년 일대를 평정했다는 공훈은 고델 중령과 맹호부대가 적당하게 나눠가질 모양새였다.
“땅문서가 뭐가 필요해? 이놈들이 죄다 증인이야. 조상 대대로 내 땅 부쳐 먹던 놈들이야.”
“이 말이 사실입니까?”
“……”
지주 녀석의 고함에 마을 사람들에게 사실이냐고 물었지만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
모두 서늘한 눈빛으로 쳐다볼 뿐이었다.
인심을 얻지 못했던 지주였던 모양이다.
내쳐야만 하는 놈이었다.
“꺼져, 새끼야. 여기가 어디라고 사기를 쳐?”
나는 냅다 녀석을 밀어냈다.
“아니야. 내 땅, 내 땅이 맞다고! 왜 다들 얘기를 안 하는 거야. 그간 누구 덕분에 먹고 살았는데, 이렇게 배신을…”
“소대장님, 도와주세요.”
“충성! 이 새끼 체포해! 어서!”
“명령받았습니다.”
“아니라고! 내가, 내가 주인이라고! 컥!”
맹호부대 소대원들이 지주 놈의 뒷덜미를 잡고 막사 밖으로 내동댕이쳤다.
그다음엔 마을 사람들이 알아서 몽둥이찜질을 시작했다. 그간 쌓인 게 많았나 보네.
월남은 정말 난장판이었다.
“다음 분!”
“저는 원래부터 여기 농사꾼이었습니다. 여기 통역사님이 증인입니다.”
“이 사람은 여기 토박이 맞습니다. 제가 이 녀석 결혼식 때 닭 두 마리를 선물했지요.”
통역사 역할을 하고 있던 중년 사내가 증인을 서줬다. 마을 사람 눈빛을 보니 아무런 감정이 없었다. 음, 적어도 베트콩은 아니군.
“23번 논으로 가세요. 여기 토지 증명서입니다.”
“감사합니다. 그러면, 소작세는 얼마를 드리면 됩니까?”
“소작세요? 그런 거 없으니까, 이상한 놈들 오면 신고해요. 인수증에 서명하고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토지 인수증에 서명하고 가요. 이름 제대로 안 적으면 땅 뺏기니까, 또박또박 적어요.”
자기 재산임을 증명하기 위해서라도 실명으로 서명할 테고, 신분증을 대신하게 될 것이다.
“예! 예! 물론이죠. 물론이죠.”
인간은 제 것을 지킬 때 가장 강해진다.
베트콩이고 나발이고 이제 찝쩍거리는 놈이 있으면 이 양반은 득달같이 캠프로 달려올 거다.
“다음 분!”
“저는… 저는…”
“어, 당신 우리 동네 사람 아니잖아. 왜 왔어?”
통역사가 내 앞으로 온 사내를 밀어냈다.
딴 동네 놈이 와서 자기 동네 땅을 탐내는 것이니 참을 수 없었으리라.
“어어, 그게 아니야. 촌장으로서 부탁하러 왔어. 한국분에게 부탁하러 왔다니까.”
“부탁?”
대화하는 모양새를 보니 입질이 온 것 같았다.
난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딴 동네 촌장이 여길 왜 온 겁니까?”
“우리 동네도 정리해주십시오. 한국분들이 나서면 하루 만에 숲을 밀고 논을 만들어 나눠 준다고 들었습니다.”
“어려운 일입니다. 맹호부대가 주둔하는 곳에서 실행되는 군사 작전이라서 말이죠.”
“우리 동네에도 맹호부대가 주둔하면 되지 않습니까? 우리 동네에도 이 같은 언덕이 있습니다. 논만 만들어 주시면, 매일 푸른 채소도 가져다드리겠습니다. 군인도 먹어야 살 거 아닙니까.”
어쭈, 딜까지 걸어왔다.
젊은 촌장이라 사고방식이 좀 다른가 보네.
“지도에 표시하고 가요. 맹호부대가 추가로 도착하면 제안은 해볼 테니.”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딴 동네 촌장이 지도에 볼펜으로 동그라미를 그렸다. 재수! 사방이 숲으로 둘러싸인 마을이었다.
그 숲을 다 논으로 만든다면?
이 근처 숲을 베어보니 죄다 마호가니였다.
고급스러운 붉은색을 가지고 있어 가구용으론 최고로 꼽히는 원목 말이다.
최고급 원목을 맘 놓고 쓸어 담게 생겼다.
수백만 불은 족히 되리라.
심장이 벌렁벌렁거렸다.
“저희 마을도 부탁드립니다. 매번 멀리 있는 돌산을 오가시던데, 저희 마을에는 돌산이 있습니다. 맘껏 캐가시고, 논을 만들어 주십시오.”
“저희가 먼저 왔습니다. 저흰 채소에 달걀까지 드리겠습니다. 소출의 1할도 드리겠습니다.”
사방에서 손을 번쩍번쩍 들고 나섰다.
상황을 살피다가 옆 동네 촌장이 성공하자 딜을 걸어왔다. 오케이. 선순환이었다.
돌산에서 바위와 자갈을 캐가라고 했다.
대놓고 벌목하고 골재를 채취해도 칭송이 이어지는 꼴이었다.
“맹호부대와 조율한 뒤에 알려드리죠. 여기 탄원서에 서명하고 가세요.”
벌렁거리는 심장을 누르고 탄원서를 내밀었다.
마을 주변의 숲을 개간해 논으로 만들어 주십사 하며 주민들이 스스로 요청하는 탄원서였다.
“예. 예! 물론입죠.”
그래! 이게 윈윈이지.
당신들은 목재와 골재엔 관심 없고, 나도 월남 부동산엔 관심 없거든.
***
한 달 뒤,
“정지!”
“사격 개시!”
“사격 개시!”
윤 소령이 사격 개시를 명하자 선두의 지프차가 전방 180도로 기관총을 난사했다.
밀림에 숨어 있을지도 모르는 베트콩에게 위협 사격을 가하는 것이다.
십중팔구 전방 밀림에는 아무도 없었지만, 맹호부대원들은 총알을 아까워하지 않았다.
지금은 말 그대로 평정 지역을 확대하는 군사 작전을 수행하고 있으니까 말이다.
뀌년 캠프와 파월 한국군 사령부 모두 찬사를 아끼지 않는 군사 작전이었다.
“이상 무. 전진하십시오. 전진!”
“진달래 사장님, 밟아요. 어서!”
“예!”
우리 트럭을 호위하는 맹호부대원들이 수신호와 함께 전진하라고 외쳤고 우린 힘껏 액셀을 밟았다.
겨우겨우 밀림을 빠져나가면 간이로 포장해놓은 진입로로 들어설 수 있었다.
“휴우…”
벌목과 골재 채취를 위해 뀌년 캠프를 기점으로 고작 20km를 왔다 갔다 하는 것이지만, 한번 왔다 갔다 할 때마다 수명이 줄어드는 것 같았다.
그래도 덤프트럭 십여 대가 줄줄이 따라오는 걸 보면 가슴이 웅장해졌다.
절반은 벌목한 원목을 가득 실었고, 절반은 항만 공사에 쓸 큰 바위들과 자갈을 실어날랐다.
대부분은 운행에 문제가 없었지만, 열에 한번은 맹호부대의 위협 사격에 베트콩이 도망치는 모습이 보였고, 뾰족한 꼬챙이로 만든 함정은 부지기수로 발견되었다.
누군가 밟기 전에 지프차나 덤프트럭으로 밀고 가면 그뿐인 허접한 함정이었지만, 눈먼 총알이 날아올지 모른다는 공포심은 사람 피를 말렸다.
곳곳에 맹호부대가 진을 치고 마을 주민들에게 논을 나눠주며 베트콩을 밀어냈는데도 이 정도니, 그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면 이동 자체가 불가능했을 것이다.
“CS 돌아온다. 문 열어!”
“문 열어!”
뀌년 캠프에 들어서면 미군들이 바리케이드를 열어줬고, 우리 덤프트럭이 안으로 들어서면 맹호부대는 다시 원대 복귀했다.
“휴우, 오늘도 잘 다녀왔네요. 고생하셨습니다, 우 사장님.”
아버지가 안도의 한숨을 쉬며 트럭에서 내렸다.
아버지가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운전을 시작했다.
참으로 다행이었다.
“진달래 사장님도 저도 이제 고생 끝입니다. 이제는 전처럼 자주 밖으로 나갈 필요가 없을 테니까요.”
“무슨 말씀이세요? 옮길 골재가 얼마나 많은데요?”
“이제 돈 되는 벌목은 대충 다 했고, 사석은 여태 실어 온 물량이면 충분합니다.”
우리는 한 달 내내 하루에 몇 차례씩 골재를 실어 날랐다.
이 정도 물량의 골재면 항만 조성은 충분했다.
물론 21세기 기준으로 말이다.
내가 가진 건설 기술은 60년대 기술보다 효율이 몇 배는 높으니까 말이다.
“우 사장님, 좀 위험해도 골재 운송은 계속해야 하지 않을까요? BR사 애들 작업 지시하는 거 완전 FM이던데 말입니다.”
“하하, 골재 모자랄까 봐 그래요? 걱정하지 말아요. 골재는 이 정도면 충분해요.”
“그게 아니고, 이왕 왔으니… 돈을 벌어야…”
“하하, 진달래 사장님도 참. 뭘 걱정하는 거예요? 골재 수송보다 몇 배는 더 벌게 해 줄 텐데요.”
우린 시공사가 아니라 인력을 공급하는 용역소 역할을 하고 있었다.
이처럼 사석을 실어나르는 등의 단순 노가다만 해서는 큰돈을 못 번다.
BR사가 뀌년 항만 건설의 설계/시공/감리까지 통째로 맡고 있으니, 일부 시공이라도 우리가 통째로 떼와야 단위 시간당 수익을 높일 수 있다.
물론 BR사도 이익을 볼 수 있어야 거래가 성립이 되겠지.
“몇 배는 더 벌게 해 주신다고요?”
아버지가 깜짝 놀랐다.
놀랄 수밖에.
지금 우리 직원들에겐 월급으로 300불, 한화로는 8만 원이 넘는 돈을 주고 있다.
벌목과 기타 컨테이너 공사 같은 부수입을 생각하면 인당 10만 원은 족히 벌고 있는 거다.
국내로 따지면 웬만한 의사만큼 버는 셈이었다.
“미군에게 컨테이너 숙소 지어주고 짭짤했던 거 기억 안 납니까? BR사가 시키는 대로만 해서는 부수입이 안 생기잖아요.”
“!!! 부수입요?”
“직원들 모아서 조를 나눠주세요. 이제부터 본격 3교대 들어갈 거니까요. 야간작업과 초과 근무 가능하다는 직원들도 추려놓으시고요.”
뭐, 여기까지 와서 초과 근무를 거부하는 양반들은 없겠지만 그래도 스스로 나서줘야지.
“추가 수당을 주신다는 말씀입니까?”
“그럼요. 제가 언제 돈 안 주고 일 더 시킨 적 있습니까?”
우린 컨테이너로 각종 건물을 만들고 수십만 불을 벌었다. 한번 돈맛을 본 직원들은 결코 그 맛을 잊지 못한다.
“그러신 적 없죠!”
“시간이 아니라 일 진척 수준에 따라 수당 준다는 거 알려주시고요.”
“네, 다들 야리끼리라고 하면 바로 알아들을 겁니다.”
나도 잠은 자야 하니 공사 진척도를 24시간 내내 지켜볼 수는 없었다.
그래서 3교대로 팀별 일거리를 나눠주고 그걸 기준으로 돈을 치르는 게 내 방법이었다.
일명 야리끼리라는 일본식 단어를 쓰기도 하는데, 팀별로 하루 동안 해야 할 일을 할당받고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일하는 것이다.
즉, 솜씨 좋은 이들은 8시간짜리 일을 5시간에 끝내고 추가로 3시간짜리 일을 더 하면 추가 수당을 받는 식이었다.
“점심 먹고 바로 시작할 테니, 담배 한 대 쭉 빨고 B구역 야적장에서 쉬고 계세요.”
“예, 사장님.”
이리 말하면 직원들은 모두 밥을 물 마시듯 하고 야적장에서 기다릴 게 뻔했다.
난 적극적인 사람에게 더 돈 되는 일을 주니까.
외려 너무 쉬지 않고 일하면 몸이 망가지기에, 억지로 일거리를 뺏어야 하는 직원들이 생길 정도였다.
**
“여어! 실버!”
나는 BR사 현장 감독 실버스타인을 찾아갔다.
실버는 임시 방파제 쪽으로 계측 장치를 보고 있었다. 그거 본다고 답 안 나온다, 이 녀석아.
“CS, 날 그리 부르지 말라고 했지.”
아버지와 직원들이 무사히 퇴원한 뒤로 약간이나마 기가 살았다.
본사에 보고하지 않는 조건으로 위로금을 더 받아냈기에 이렇게 인상을 구기는 것 같기도 했다.
아무리 그래도 내겐 애송이로 보였다.
감리까지 맡은 현장 최고직이었지만, 내가 가르쳐주는 것이 훨씬 더 많을 것이다.
몇 달만 지나면 내게 마스터라고 부를 것이 틀림없었다. 귀엽게 봐주자.
“왜? 실버를 실버라고 부르지, 뭐라고 불러? 미스터 실버스타인이라고 불러야 해?”
“너 그러다 다친다.”
대놓고 실버스타인이라고 하면 더 싫어한다.
유태인 성이라 드러내고 싶지 않거든.
그를 부를 땐 친한 이들은 애칭을 부르고, 나처럼 하청 업자는 그냥 미스터 또는 Sir라고 불러야 하는 거다.
하지만 나는 알지.
이 녀석도 꾸역꾸역 현장 감독까지 올라왔지만, BR사 본사에선 별로 인정받지 못한 놈이라는 거.
알다시피 베트남 현장 파견직은 미국인에게 그다지 좋은 자리가 아니거든.
안전한 미국 본토에서 상황 보고나 받고, 군수물자나 슬슬 수출하는 자리가 대접받는 자리다.
“인상 쓰지 마. 좋은 제의가 있어서 왔으니까.”
“제의라니, 가서 일이나 해. 왜 덤프트럭이 놀고 있어? 어서 점심 먹고 사석이나 실어와. 맹호부대에는 내가 협조 요청할 테니.”
“바위나 자갈은 저거면 충분해.”
“충분하다고? 농담해? 우리가 지을 항만은 20만 톤짜리 배들이 정박해야 하는 항구란 말이다. 코딱지만 한 코리아 고깃배 항구가 아니야.”
짜식, 완전 기가 살았네.
미국에서 그렇게 유태인이라고 따돌림당하는 놈이 코리아를 무시해?
역시 인종차별 금지니, 인권 존중이니 다 입에 발린 소리고 힘이 있어야 존중받는 거다.
나도, 국가도 돈을 벌어야 하는 이유다.
“자꾸 그러면 현장 감독 바꿔 달라고 스트라이크 할 수도 있어. 나 한다면 하는 거 몰라?”
“CS! 너, 정말…”
“어허이, 들어봐. 브라더.”
나는 실버에게 어깨동무를 하고 컨테이너 건물 뒤쪽으로 끌고 갔다.
잘 들어, 너는 장차 나랑 얘기했던 걸 자자손손 자랑하고 다닐 거야.
“브라더어?”
“일단 들어보라니까. 내가 이 항만을 원래 계획 대비 반값으로 지을 수 있다면 어찌 되겠어?”
실버가 어깨를 걸친 내게 눈을 부라렸지만, 내가 이마를 부딪치며 피식 웃자 살짝 움찔했다.
본토에서 핍박받던 놈이라 세게 나가면 쫄게 되어 있다.
“반값이라니… 뭔, 말 같잖은 소리야?”
“이해가 안 되면 상상이라도 해봐. 반값으로 항만을 지으면 남는 자재와 공사비는 어디로 가겠어?”
“미쳤어? 부실 공사가 얼마나 큰일인지 몰라? 게다가 이건 미군 병참기지라고. 자칫하면 국가 반역죄로 처벌받는단 말이야.”
무슨 상상을 했는지 실버가 펄펄 뛰었다.
“부실이라니, 뭔 그따위 허접한 상상을 해? 반값으로 기존 설계보다 훨씬 튼튼하고 효율적인 항만을 지어준다니까.”
“반값으로 더 튼튼하게? 그걸 나보고 믿으라는 거야?”
“왜 못 믿지? 컨테이너로 에어컨까지 갖춘 숙소에다 냉장 창고까지 만들고, 한 달 만에 뀌년 일대의 숲이란 숲은 다 밀어버리고 논으로 만든 게 나야. 그런 내가 허풍을 친다고 생각해?”
“…. 저… 정말, 진심으로 반값이 가능해?”
실버의 눈빛이 달라졌다.
반값으로 지을 수 있다고 이미 수주한 공사비를 돌려줄 게 아니지 않나.
그렇다면 남는 공사비는 누구 차지일까?
“물론 공짜는 아니야. 대신 잉여 자재를 우리가 불하받을 수 있게 도와줘. 물론 우리 일당도 두 배로 올려주고 말이야.”
반값으로 할 수 있다고 했지, 반값으로 하겠다는 소리는 절대 아니었다.
“CS… 너, 진심이구나…”
“당연히 진심이지. 이런 전쟁터에서 실없는 소리 하겠어?.”
“그럼, 내 몫은?”
“장난해? 공사비가 반으로 주는데, 남는 수익금을 두고 네가 미국 본사 CEO랑 협상해야지. 10%만 먹어도 넌 떼돈 버는 거야.”
“난 남은 공사비로 본사랑 딜하고… 넌 잉여 자재 불하로 한몫 챙긴다?”
“우리 직원은 일당 두 배.”
“공사비를 절반이나 줄여준다면야, 그 정도는 해 줄 수 있지.”
오호, 이제 좀 말이 통하네.
역시 유태인답게 돈 냄새 하나는 잘 맡아.
“계약서부터 작성해야 하지 않겠어?”
“그래야지.”
나는 그간 틈틈이 작성해둔 계약서를 건넸다.
나의 새로운 부수입은 미군 잉여물자 불하 사업이었다.
미군은 군사 작전에서 잉여 물자가 생기면 민간 회사에 매각하는 것이 원칙이다.
군사 시설을 지을 때 미군 공병대가 설계를 검토하여 BR사 같은 군수 업체와 공사대금을 미리 산정하고, 자재도 미리 구매하는 전략을 썼다.
당연히 미군은 건설 자재를 과하다 싶을 정도로 충분히 구매했다. 전시(戰時)에 군수품 조달이 실패하면 절대 안 되니까 말이다.
짜투리따윈 버리면서 건설해도 자재가 남아도는 공사가 미군이 발주하는 공사인데, 그걸 반값으로 완료한다면 자재가 얼마나 많이 남겠나.
그걸 헐값에 불하받으면 그냥 떼돈 버는 거다.
부패한 월남 공무원들이 떼돈을 번 것도 대부분 미군 잉여 물자를 뒤로 빼돌렸기에 가능했다.
나야 부정하게 물건을 빼돌리는 게 아니고, 정당한 실력으로 잉여 물자를 만들어 내는 거다.
< 044 : 잉여 물자 > 끝
ⓒ 푸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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