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How I Became a Chaebol RAW novel - Chapter (456)
나는 이렇게 재벌이 되었다-456화(456/5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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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56 : 돈을 써보자 >
“우 회장님, 각하께서 가로림만 중부공단과 행정수도 개발 현황을 직접 보고받고 싶다고 하십니다. 월말쯤 시간을 내어주십시오.”
비서실 직원들이 길을 뚫어줬기에 나와 염 수석은 간신히 주차장으로 나갈 수 있었다.
한참을 걸었는데도 멀리서는 아직도 대한민국 만세를 연호하는 소리가 들렸다.
“안 그래도 월말에 압구정동 시범단지 분양도 있고 해서 보고를 드리려 했습니다. 일정을 알려주시면 찾아뵙겠습니다.”
“아, 그러고 보니 한강 수변공원과 압구정동 시범단지 건도 있군요. 서울시민 전체가 카운트다운 하듯이 언제 분양하냐 기다리니 이야 볼 만하겠습니다.”
정부도 시민들도 이목을 집중하는 일이었다.
행정수도의 시범 모델이라고 정부가 대대적인 광고를 했고, TV에서도 정부의 시책에 따른 눈치 보기인지 간간이 진행 상황을 보고할 정도였다.
압구정동 주상복합의 내부는 물론, 각종 편의시설과 상가들이 늘어선 수변공원, 한강으로 이어지는 산책로까지 소개하자 새로운 형태의 아파트가 나왔다며 다들 흥분했다.
솔직히 환골탈태한 한강뷰를 가진 주상복합 아파트는 70년대 시민의 눈에는 화려함의 극치라고 할만했다.
그런 럭셔리 주거지를 후분양한다고 하니 당연히 분양가를 추측하는 것은 세간의 화젯거리였다.
“염 수석님은 분양 신청을 안 하셨습니까? 서울과 경기도 시민이라면 누구든 신청 가능한데 말입니다.”
“에이! 그러면 안되죠. 그런 좋은 집을 살 돈도 없을뿐더러 운 좋아서 당첨이 된다고 해도 구설수에 오르지 않겠습니까. 저는 행정수도를 옮기면 대전 근방에 마당이 있는 집을 구할 겁니다.”
염 수석은 마당 있는 주택이 꿈이라는 듯 손가락으로 허공에 집을 그렸다.
염 수석다운 말이었다.
온갖 공무원 비리가 득실거리는 70년대에 이처럼 청렴하니, 대통령도 이 양반은 이리 오랫동안 중용하는 거다.
생각 같아선 압구정동 주상복합 한 채 뚝 떼서 주고 싶지만, 그랬다간 피차 피곤한 일이 생길 테니 그럴 수도 없는 일이었다.
“멋진 꿈이군요. 그럼 저는 가보겠습니다.”
때마침 기 비서가 차를 몰고 내 앞으로 나타났기에 나는 염 수석에게 인사를 했다.
“예, 살펴 가십시오. 면담 일정 정해지면 바로 연락드리겠습니다. 120억불 수주! 다시 한번 축하드립니다. 대세만세! 대한민국 만세입니다.”
“예! 예!”
염 수석이 날 향해 두 주먹을 불끈 쥐고 다시금 대한민국 만세를 외쳤다.
***
“기 비서, 본사로… 헉! 깜짝이야!!”
“뭘 그리 놀라냐?”
“마! 너 여기 무슨 일이야?”
“무슨 일이긴, 친구가 귀국하는데 마중도 못 나와? 120억불짜리 수주를 따왔는데, 밥 한 끼는 근사한 데서 얻어먹어야지.”
돈 벌었으니 밥 사라는 소리를 하려고 여기까지 올 녀석이 아닌데. 아, 분명 자랑하러 온 거다.
미국에서 자동차가 꽤 팔리는 모양인데?
그러고 보니 엊그제 3월 1일 자로 로열 미니를 북미에 출시했는데, 반응이 어떤지 살펴보지도 못했네.
“마! 너는 여기 마중 나올 시간도 없이 바빠야지. 자타공인 대세그룹 넘버 투인데.”
“그러니까 내가 회장을 보좌해야지. 내게 로열미니 모터쇼니 북미 출시니 공장 라인업 조율이니 죄다 맡겨놓고 궁금하지도 않았어?”
“당연 궁금하지! 그러니까, 어디 자랑해봐. 반응 괜찮았을 것 같은데!”
“미국 갔다길래 신문 정도는 읽어봤을 줄 알았는데, 도통 안 찾아본 모양인데?”
의도적으로 안 찾아본 건 아니고, 원전 안전에 관한 일이라 온갖 시나리오에 대해서 신경을 바짝 쓰느라 시간이 없었다.
일이 마무리가 되고선 비즈니스 파티까지 겹쳐 귀국할 때는 비행기에서 거의 실신 모드로 실려서 돌아왔다.
“이 엉아가 원전 일로 좀 바빴다. 대충해서 120억불짜리 수주를 받았겠냐?”
나는 원전 수주때문이라며 퉁쳤다.
“이번 일이 힘들긴 했나 보네. 너답지 않게 신문도 안 챙겨보다니. 이거 봐라, 미국 신문이니 잡지니 할 것 없이 말 그대로 대서특필이 되었다. 자동차 잡지는 아예 로열미니 특별판까지 나왔어.”
“이야, 반응이… 극찬인데?”
신문에서야 로열시리즈가 소형자동차 부문에서도 히트를 치고 있다는 수준이었지만, 자동차 잡지의 경우는 그 정도가 많이 달랐다.
잡지는 ‘Royal Mini is Common Sense’라는 문구로 시작했는데, 특별판답게 로열미니의 사진으로 마치 화보처럼 꾸몄다.
외관 디자인에다 성능은 물론 인테리어 부품 하나하나 잘 짚어가며 대중적인 차가 어떤 식으로 발전해야 하는지 길을 알려줬다며 극찬했다.
물론 미국 잡지인 만큼 크라이슬러와 기술협력을 통해 더욱 발전할 거라고 마무리한 것은 애교로 봐줄 정도로 잘빠진 기사였다.
“전문가들 반응도 놀랍지만, 일반 고객들 반응도 끝내준다. 벌써 초도 물량 3만대는 완판이고, 예약 물량이 2만대가 넘어간다. 엔터니 회장조차 이런 반응은 자동차 업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수준이라더라.”
“당연하지. 이런 품질의 자동차가 1995불 밖에 안 하는 거잖아. 북미 딜러들 눈이 뒤집히지.”
그간 로열시리즈의 판매로 북미 딜러들도 판매에 확신이 생긴 데다 작년 모터쇼 참석으로 불붙기 시작한 센세이션이 이어지는 마당에 연말 오일쇼크까지 더해지니 소형차에 대한 수요가 폭증한 거다.
“미국 정부에서 2000cc이하 소형차에 대해 과세 혜택을 주기로 한 것도 대박이었어. 어떻게 이렇게 딱딱 아귀가 맞아떨어졌는지 모르겠다.”
“카터 정부가 우릴 도울 때도 있네.”
“일본이 자국 소형차 판매촉진을 위해 로비한 덕분이겠지만, 우리가 가장 큰 수혜자가 될 것 같다. 여하튼, 엔터니 회장이 로열미니를 K카 라인업에 넣어서 공동 프로모션 하자고 하도 졸라대서 그거 거절하느라 너무 힘들었다.”
“서운하지 않게 잘했지?”
“안 서운한 거절이 어딨어? 최대한 덜 서운하게 한 거지. 어쨌든 내년쯤엔 K카 라인업에 로열미니와 비슷한 신모델을 추가하기로 했다. 그것까지는 거절하지 못했어.”
“하하, 그거 보고하려고 이렇게 자랑거리부터 늘어놨구나.”
쫄보 녀석. 신모델 추가가 마음에 걸려서 쪼르륵 달려왔구나.
다른 채널로 듣기 전에 먼저 구두로 보고하려고 말이다.
“정말 어쩔 수 없었어. 크라이슬러와 K카 협력을 안 할 것도 아니고 말이야.”
“응, 잘했다니까. 로열미니가 대성공을 거두고 있으니, 크라이슬러뿐만 아니라 여타 자동차 메이커들도 내년에 온갖 소형차 모델을 내놓게 되어있어. 그러니 적극 협력해서 신모델 내놓도록 해.”
“그렇게 말해주니, 안심이 된다.”
“크라이슬러와 합작할 때 로열미니와는 좀 차별화를 해야 한다. 로열미니처럼 adorable하면 안된다, 알지?”
“당연하지. 어차피 크라이슬러도 그쪽 특성이 있어서 완전 귀여운 이미지로는 안 갈 거야. 말레이시아 시티카도 단가 맞추는 걸 포기 못했잖아.”
“그러네. 그럼 더더군다나 걱정할 필요 없지.”
“그러고 보니 대체 말레이시아는 어떻게 설득한 거냐? 로열미니 출시에 반발은커녕 찬사를 보내왔던데? 심지어 말레이시아 총리까지 축전을 보냈더라고.”
“총리가 축전까지? 아! 미국 출장 가기 전에 시티카는 로열미니와 같은 부품을 공용한다고 프로모션하라고 조언했지.”
내 말에 순간 삼복이는 벙찐 표정을 했다.
그러더니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너무 영악한 거 아냐? 부품 공용률이 10%도 안 될 텐데.”
“공용 자체는 사실이잖아. 말레이시아 국민차와 뿌리가 같은 차가 북미에서 대성공을 거두고 있다고 하면 덩달아 시티카도 대박칠 거잖아.”
“시티카는 원래 대박치고 있었어.”
“더 대박치게 해줘라. 올 하반기쯤 전자식 계기판이랑 라디오만 옵션으로 해줘도 될 거다. 게다가 내년엔 K카 소형차 신모델에 들어가는 부품도 공용해줄 수 있잖아.”
K카 부품은 워낙 대규모 물량이라 시티카에 채용해도 원가가 크게 오르진 않을 거다.
“그러면 정말 시티카가 동남아 전용 소형차 모델이 되겠는걸?”
“얼마나 좋냐. 자신들이 합작한 모델이 미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하면, 말레이시아 국민들도 뿌듯하지 않겠어? 광고 효과론 최고지.”
미국에선 그렇게 생각하지 않겠지만 동남아 시장에선 미국에서 대유행하는 로열미니를 싼값에 살 수 있는 특전을 누린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우와, 이러다 올해 대세자동차 매출 신기록 찍겠는걸? 뭐 120억불짜리 수주를 땄으니 눈에 차지도 않겠지만 말이다.”
“120억불 아니라니까. 아직 시작도 안했어.”
“알아, 알아. 오일쇼크 와중에 이런 실적을 찍는 우리가 신기해서 해본 소리야. 전세계적으로 다들 경기침체니 뭐니 하잖아.”
“경기침체라고 밥 안 먹고 차 안 굴려? 다 선진국들이나 하는 소리야, 우린 이때를 놓치면 안돼. 자동차 수출은 얼마쯤 될 것 같냐?”
“얼마쯤 되긴, 풀캐퍼지. K카 엔진부품, 동남아 부품 캐퍼 때문에 순수 로열시리즈는 70만대쯤 될 것 같다.”
“풀캐퍼. 70만대! 부품 수출까지 더하면 매출 40억불은 족히 찍겠는걸?”
역시 우리가 부품을 많이 찍긴 많이 찍는 거다.
풀캐퍼면 100만대쯤 되어야 하는데, 완성차 캐퍼를 부품 캐퍼가 잠식하는 꼴이다.
돈 좀 벌었으니 투자를 할때가 되었다.
“응, 그쯤 될 거야. 5월쯤 되면 정확하게 예측 가능하게 될 테니, 그때 보고할게.”
풀캐퍼를 유지하다니 정말 기분이 좋았다.
로열로더나 로열프린스가 좀 줄어든 걸 죄다 로열미니가 벌충한 모양새이니 말이다.
솔직히 크라이슬러의 K카도 우리 매출에 기여하니, 북미시장 점유율은 10% 가까이 되는 거다.
“일본 자동차 메이커들이 부들부들 떨겠어. 캐나다에 이어 미국 시장도 우리가 뺏고 있잖냐.”
“물론이지. 캐나다 쪽 현지 공장 캐퍼가 모자란 건 오래전이라 연간 10만 대쯤 수출할 거야. 점유율 15%쯤 될 거고, 미국엔 60만대쯤 수출할테니 시장점유율이 6%를 돌파할 것 같아.”
“하하, 멋진데? 혼다랑 도요타를 합치면 6%쯤 되지 않냐?”
“그래서 솔직히 좀 걱정이긴 하다.”
삼복인 녀석이 연신 자랑을 하더니 북미 시장 점유율을 따지더니 표정이 심각해졌다.
쫄보 녀석, 뭘 걱정하는지 뻔하지.
“뭐가 걱정인데? 점유율이 너무 높아져서 견제받을까봐 그래?”
“그… 그래. 여태까진 미국 자동차 업계의 부진이 일본차 때문이라고 했는데, 이제 그 화살을 우리 쪽으로 돌리고 있어. 혼다나 도요타가 대세자동차야말로 미국 자동차 시장을 교란한다고 미국자동차협회에 공식 서한까지 보냈다고.”
충분히 예상했던 일이다.
조선업계에서도 똑같이 벌어질 일이다.
예상 가능한 공격에 당황할 필요 없다.
“별걱정을 다한다. 이럴 때 쓰라고 디트로이트 공장도 있고, 크라이슬러라는 방패도 마련했잖아.”
“으흠? 이때를 위해?”
“디트로이트 공장에 노는 땅 있잖아. 이참에 5만대 캐퍼를 늘리자. 그리고 크라이슬러 엔터니 회장에게 자동차협회 좀 압박하라고 해.”
“그렇게 하면 견제가 사라질까?”
“당연하지. 전미자동차노조(UAW)야 일자리 늘어나면 당연히 환영성명을 낼 거고, K카로 돈버는 크라이슬러는 우릴 보호할 수밖에 없어. Big3중 한 곳이 우리편인데 무슨 견제구를 날려? 어림없지.”
포드나 GM이면 몰라도 크라이슬러는 절대 우리를 못 버린다.
로열시리즈의 득세가 크라이슬러의 기술력을 광고해주는 효과이니 말이다.
자동차 잡지에서도 은근슬쩍 로열 미니가 크라이슬러와 관련 있는 것처럼 기사화되지 않았나.
이런 특집이 그냥 나왔겠나?
크라이슬러가 발빠르게 움직인거지.
“오, 네가 그리 말하니 완전 안심된다.”
“이제 날 찾아온 이유는 다 해결됐냐?”
“응! 이제 점심만 얻어먹고 가면 된다.”
“그럼 숙제나 좀 받아가라. 기 비서, 본사 말고 종로쪽 먹자골목부터 갑시다. 이 부사장이랑 밥 먹고 들어갈 겁니다.”
“예, 회장님.”
내가 차를 돌릴자 삼복이는 고개를 갸웃했다.
“이 와중에 뭔 숙제를 줘? 로열미니 판촉에 K카나 시티카도 챙기라며.”
“판촉하는 김에 유럽도 뚫어. 공장도 증설하고! 디트로이트 공장만 늘려주고, 우린 그대로면 안되지 않겠냐?”
아무리 견제를 줄일 수 있다 해도 대안 없이 미국 시장만 바라보는 건 위험하다.
로열미니가 북미 시장에서 이정도 반응이면 유럽시장도 그 못지 않을거다.
일단 영국과 프랑스는 무조건 뚫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우왓! 드디어 유럽시장에 진출하는 거냐?”
“명심해라. 이제 일본 자동차회사와 정말 정면승부다. 동남아와 북미시장에 이어 유럽에서까지 부딪히면, 일본 자동차 업계도 사력을 다해 우릴 찍어누르려 할 거야.”
“할게! 할 거야! 투자만 해줘. 도요타처럼 완성차 240만대… 아니, 150만대 캐퍼만 되면 우리도 일본 차 못지않게 잘할 수 있어.”
응? 도요타 생산 캐퍼가 240만대밖에 안돼?
2차 오일쇼크 때 300만대를 돌파하면서 미국 자동차 업계가 들고 일어났는데 말이지.
역사가 바뀌었네. 우리 대세자동차를 비롯해 한국자동차 회사들이 시장을 엄청 잠식하긴 했군.
“하고 싶은 대로 돈지랄해도 된다. 투자비 걱정은 하지 말고 말이다.”
“이번에 본사에서 도박… 아니, 원유 선물로 돈 엄청 벌었다더니 사실인가 보구나.”
“그러니까 내가 밥 사주잖냐.”
“우와아아아!”
삼복이는 투자해준다는 말에 엄청 흥분했다.
나 또한 고대하던 유럽진출을 할 때가 왔다는 생각에 심장이 쿵쾅거렸다.
자동차 산업은 반도체, 조선과 함께 21세기 대한민국을 굳건하게 받쳐줄 산업이 아닌가.
삼복이와는 종로 불고깃집에서 점심을 길게 먹었다.
유럽 진출, 자동차 라인업, 공장 규모 등등 할 얘기는 끝이 없었다.
새삼 녀석이 그간 얼마나 공부를 많이 했는지도 잘 알 수 있었다. 21세기 엔지니어인 나와 토론하는데도 막힘이 전혀 없었다.
“삼복이 너 이제 완전 자동차 전문가인데?”
“말했지! 난 대세자동차에 뼈를 묻을 거라고.”
“얌마. 뼈를 묻으면 어째? 나중에 크루즈 타고 칵테일 마시면서 있는 폼 없는 폼 다 잡기로 한 약속 잊었냐?”
“아! 맞다! 그게 우리 꿈이었지!!!”
“이번 기회에 화끈하게 투자하고 화끈하게 돈 땡겨보자. 다른 회사들이 움츠러들었을 때 투자하는 게 장땡이야. 본사에 쌓인 돈 졸라 많아!”
“알았어. 미친듯이 투자해볼게. 여천 3공장은 아시아 최대 규모가 될거야.”
삼복이는 들뜬 표정으로 여천으로 돌아갔다. 나도 본사 집무실로 복귀했고 말이다.
***
대세 본사,
“회장님, 귀국하신 날은 쉬셔야 합니다.”
집무실 앞에서 빌 베인이 날 맞이했다.
쉬라고 하면서 집무실 앞에서 기다리다니, 앞뒤가 안 맞잖아.
“미국에서 며칠 쉬었으니 괜찮… 음? 결재서류가 이렇게 많이 쌓였습니까?”
“회장님께서 그룹 전체를 두고 투자 검토를 하라고 하셔서 비서실에서 최선을 다했습니다.”
내 책상에 평소와 달리 서류가 잔뜩 쌓여있기에 뭔가 했더니, 투자 검토서였군.
하긴 돈 버는 것보다 돈 쓰는 게 더 어렵지.
“그래요, 검토하고 논의합시다.”
“예, 회장님.”
빌 베인이 살짝 흥분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내가 여태 투자한 것은 모두 100% 대박을 쳤으니 당연한 반응이었다.
보고서가 쌓인 걸 보니 내 마음도 든든했다.
21세기에 성공한 사업이라고 마구잡이로 시킬 순 없지만, 70년대 최고의 두뇌집단인 빌 베인 사단이 짚어준 사업 아이템 중에 골라내는 거야 어렵지 않다.
“이거 나도 숙제가 산더미군.”
이걸 다 검토할 때쯤 대통령이 날 부르겠군.
기어가 척척 맞물려 돌아가는 것 같았다.
< 456 : 돈을 써보자 > 끝
ⓒ 푸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