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How I Became a Chaebol RAW novel - Chapter (458)
나는 이렇게 재벌이 되었다-458화(458/5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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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58 : 불로소득을 대하는 법 >
압구정동 주상복합 아파트 단지,
“밀지 마십시오, 앞으로 나오시면 안됩니다. 안전선 밖에서 대기해 주십시오.”
“아, 거 빨리 좀 합시다!!!!”
“안전선 밖에서 앉아 주십시오. 통제에 응하지 않으시면 오늘 추첨 행사 못합니다.”
귀국 후 채 2주가 지나지 않은 시점에 압구정동에서 난리 아닌 난리가 났다.
“앉으라잖아! 말 좀 듣자고!!”
“이봐, 앉아! 앉으라고! 추첨 연기한다잖아.”
“대세는 한다면 하는 회사야! 아저씨, 앉아!!”
압구정동 주상복합 아파트 당첨자를 추첨으로 뽑는데, 시민들이 대거 몰려들었다.
공정성을 위해서 추첨식을 공개하기로 했는데 인파가 상상 이상이었다.
국가가 정한 분양자격에 맞는 이들에게 추첨표를 나눠주는 것만으로 대세건설 직원들이 일주일 내내 고생을 했을 정도다.
인산인해로 몰려든 사람들이 강변 공터에 자리를 잡고 앉자 드디어 추첨이 시작되었다.
“그럼 추첨을 시작하겠습니다. 첫 추첨은 서울 시장님께서 해주시겠습니다. 101동 501호부터 506호까지 뽑겠습니다. 버튼을 눌러주십시오.”
“와아아아아!”
엄청난 환호와 함께 거대한 전광판이 돌아갔고, 서울 시장이 버튼을 누를 때마다 전광판 숫자에 불이 들어오고 환호성이 터졌다.
“127716번, 2678번, 39723번, 289773번, 3398번, 96903번 축하드립니다.”
“와아아아! 아버지, 우리가 걸렸어요. 우리가!”
“아이고, 축하합니다.”
“얼마나 좋을꼬. 부러워 죽겠네.”
“아직 많이 남았다. 5층 부러워할 거 없다.”
“당첨자분들은 별관 건물로 빠지십시오. 통제에 따라주셔야 추첨 행사 이어집니다. ”
통제에 따라주지 않으면 추첨을 안 한다고 하니, 추첨식은 생각보다 빨리 진행되었다.
버튼 한 번에 당첨자가 6명씩 나오는 데다, 거대한 전광판에 숫자가 새겨지니 속전속결이었다.
“허, 압구정동 대세 아파트가 이렇게 인기야?”
“저희도 예상 못했습니다. 공개추첨으로 공정성을 기하고, 당첨자 번호는 신문 지상에 공지하겠다고 했는데도 이렇게 인파가 몰리다니 말입니다.”
대통령과 나는 주상복합단지 수변 상가에서 추첨식을 바라보고 있었다.
대통령도 적잖이 놀란 것 같았다.
“뭐, 자기 눈으로 직접 보고 싶은 게 사람 마음이지. 여하튼 오일쇼크로 경제가 어렵다 어쩐다 해도 성황이구만.”
“처음엔 반응이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습니다. 얼마 전 TV에서 대세주상복합의 분양가를 추측하는 방송을 내보냈는데, 그게 시민들의 관심을 끌었던 모양입니다.”
“그건 나도 봤어. 솔직히 나도 임자가 압구정동을 개발하겠다고 해서 그런가 보다 했지, 그 정도일 줄은 몰랐어. 기존 아파트와는 격이 다르더군. 외국인 전용 아파트보다 더 멋지더란 말이지.”
“잘 살자고 그렇게 뼈 빠지게 해외에서 돈을 벌어왔는데, 외국인보다 더 좋은 집에 살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호텔에 버금가게 고급 건축자재를 쓴 실내 마감, 각종 커뮤니티 시설, 곳곳에 마련된 정원, 수변공원과 어우러진 멋진 상가시설, 그리고 한강공원으로 이어지는 산책로까지 그야말로 압권이다.
21세기 인간인 내가 봐도 괜찮게 보이는데, 70년대 시민들 눈에야 얼마나 대단해 보이겠나.
원래 방송사에서도 여기 주상복합 아파트에 대해 심각한 프로그램을 만들 생각은 없었다.
대세가 주상복합 아파트라는 걸 기존과 달리 후분양을 한다고 하니 얼마쯤 할까? 분양과 오일쇼크가 겹쳤으니 팔리긴 할까? 하는 마음으로 가볍게 다루려고 했는데 반응이 그게 아니었다.
전문가들은 대세의 주상복합이 선진국 아파트 수준을 넘어선다고 극찬했고, TV쇼에 참여한 연예인은 수변 상가와 한강공원으로 이어지는 산책로에서 영화를 찍어도 되겠다며 난리법석을 피웠다.
21세기 최첨단 신도시를 지어본 내가 개념을 잡은 곳인데, 어련하겠나.
한강공원으로 나아가는 길을 선큰 공원으로 조성하고 그 위에 도로가 지나가는 것까지 다 고려했다. 수십년이 지나도 유지보수라면 몰라도 뜯거나 재시공 따윈 할 필요 없게끔 말이다.
“건축 좀 해봤다 하는 전문가들조차 죄다 입을 다물지 못하더군. 웬만한 선진국 건물보다 낫다고 말이지. 하나같이 주상복합 아파트가 평당 60만원 이상일 거라고 예상했던가?”
“예, 그랬습니다. 물론, 저희 대세는 분양가를 평당 40만원으로 책정해서 정부의 물가안정에 적극 협조하고 있습니다.”
위치, 건축자재, 편의시설 등등을 다 따지면 60만원 이상으로 책정하는 것이 당연하다.
전문가들도 아무리 대세건설이라도 평단가가 60만원은 넘을 것이라는 예상을 한 것이다.
실제로 40만원은 사우디 신도시 건설이 같이 물려있어 엄청난 물량의 건축자재를 싼값에 수급할 수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솔직히 서울 시내 기존 아파트가 평당 30만원 정도이고 오일쇼크로 글로벌 원자재 가격이 폭등하고 있는 와중이니 평당 40만원은 누가 봐도 건설사 이익을 최소화한 가격이었다.
“물가안정에 협조하고 있다기보다 국내 건설사들에 초고가 아파트의 위엄을 보여줬다고 하겠지. 이 정도 품질로 아파트를 지을게 아니라면, 평당 40만원은 꿈도 꾸지 말라고 말이지.”
“딱히 그런 의도는 없었지만, 후분양을 하면 자연스레 아파트 가격 폭등은 잦아들 것이고 부실 시공사는 퇴출될 겁니다. 그 또한 물가 안정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오일 쇼크를 틈타 성냥갑 같은 아파트를 평당 40만원, 50만원에 팔아먹으려던 아파트 건설사들로서는 날벼락 같은 소식일 것이다.
모건설처럼 허접 아파트를 지어놓고 비싼 분양가로 팔아먹는 양아치 건설사들은 점점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기 힘들어질 거다.
“행정수도 건설에 메시지를 날린 건가? 이 정도 아파트는 지어야 한다고 말이지?”
“예, 그렇습니다. 우리 건설사 여러 곳이 해외에서 기술력으로 인정받는데, 유독 국내건설에서 부실시공 논란이 있는 건 제대로 된 경쟁이 없기 때문이라 생각됩니다.”
“밖에서는 서로 도와도 안에서는 철저하게 경쟁해야 한다, 이거지?”
“물론입니다. 안에서 새는 바가지가 밖에선 안 새겠습니까? 해외진출은 생각도 안 하고 내수 시장에서 인건비 따먹기에만 주력하던 업체들은 국책사업에서 퇴출당할 때도 되었습니다.”
건설 붐 초창기 때야 어디가 똥인지 된장이니 모르니 정부가 나서서 죄다 북돋아 준다고 해도, 지금은 상황이 다르지 않나.
국민들 세금으로 키워줬더니, 기술개발이나 해외 진출은커녕 요지의 땅을 선점해서 싸구려 아파트를 팔아대며 돈 벌 궁리만 하는 양아치 건설사는 퇴출시켜야지.
“그래, 임자 말이 옳아. 이번에 TV에서 아파트 분양가를 분석해대니 폭리를 취한 건설사들이 한 두 곳이 아니더구만. 어느 곳 할 것 없이 끼리끼리 담합해서 분양가도 슬금슬금 올리고 말이야.”
“예, TV에서 분양가를 그렇게 낱낱이 분석할 줄은 몰랐습니다.”
우리 비서실이 나서서 방송사와 출연진들을 지원하긴 했지만 상상 이상으로 성과가 좋았다.
이번 기회로 대략적으로 아파트 원가에 대한 가이드라인은 제시한 결과가 되었다.
소비자들이 대충이라도 아파트 분양가에 대해 감을 잡으면 아무리 서울이라도 아파트를 어처구니 없는 비싼 값에 턱턱 사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대세건설이 언제나 최고의 품질과 가격으로 아파트를 제공할 테니, 자연스레 선의의 경쟁을 하게 되리라.
무엇보다 큰 비중을 차지하는 땅값 문제가 행정수도로 인해 조금이나마 해결이 되니 그 또한 좋은 영향을 미치리라.
“여하튼, 역사상 처음으로 평당 40만원짜리 아파트가 등장해서 국민들 사이에 위화감이 생기지나 않을지 걱정했는데, 저렇게 많은 이들이 열광하다니 조금은 안심이 되는군.”
“대세건설 직원들뿐 아니라 해외건설로 목돈을 벌어온 이들이 꽤 되지 않습니까? 심지어 작년 하반기부터 환율도 변동제를 채용한 만큼 이참에 좋은 집을 사려는 이들은 많을 겁니다.”
나도 경쟁률이 이처럼 높을 줄은 몰랐는데, 딱히 나라 경제에 무리가 가는 일은 아니었다.
주상복합이라지만 평수가 20평부터 40평대까지 다양해서 가족 구성에 따른 선택의 폭도 넓다.
무엇보다 70년대엔 관치금융이라 개인이 집을 산다고 은행에서 돈을 빌려주는 시대가 아니거든.
일부야 사돈의 팔촌까지 돈을 빌려와 분양을 받겠다고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경우 실거주자 위주의 거래였다.
솔직히 우리 대세 본사에 근무하는 직원들만 해도 얼마나 많은데.
게다가 동대문에서 대세실업의 의류 하청업체로 떼돈을 번 이들도 부지기수다.
솔직히 국가에서 주도해야 하는 아파트 분양가격 상한제를 대세가 대신하는 모양새라고 하겠다.
“좋아. 중산층 국민들이 이 정도 집을 사는 게 가능하다고 본다면, 행정수도에도 이런 품질의 아파트를 공급할 수 있겠지?”
“문제 없습니다. 일단 정부가 불하하는 땅값이 월등히 싸고, 중동 신도시 건설 붐 덕분에 국내 건축자재의 생산물량이 아주 풍부합니다.”
“오일쇼크로 자잿값이 폭등했어도 문제없다, 이거지?”
“부담이야 되겠지만, 평당 40만원 이하라도 충분히 이득을 남길 수 있습니다.”
첫 단추를 이렇게 꿰어야 전국적으로 제대로 된 신도시가 출현할 거다.
특히 대세가 경제적 배후지 역할을 해주는 인천, 울산, 마산/창원, 여천 쪽엔 충분히 이런 도시를 만들 수 있다.
점차 내가 아는 21세기 대한민국으로 가까워지리라. 아니, 내가 아는 대한민국보다 훨씬 나아질 수 있다.
“우리나라가 세계 건축자재 공급처가 되기라도 한 것 같구만.”
“그리 생각하셔도 됩니다. 여기 아스팔트나 우레탄 포장재부터 현장 거푸집은 물론 욕실 타일과 변기까지 한국산이 아닌 게 없습니다.”
대세그룹 내에서 조달하는 자재에다 대세실업이 관리하는 협력업체에서 공급하는 물량이 대부분이다.
건축자재에서만큼은 대한민국이 세계의 공장이 되어가고 있다고 해도 무방했다.
“하긴 이번에 페낭대교에도 100% 우리 철강제품이 들어갔다고 하더군. 내가 제대로 알고 있나?”
“예, 말레이시아의 자재 스펙상 일제 철강도 쓸 수는 있지만 품질과 가격 측면에서 한국산이 일제보다 우월하니 당연한 결과입니다.”
둘 다 국제인증을 받은 철강제품인데 한국산이 10%가량 저렴하니 당연한 결과다.
“미국은 오일쇼크로 철강생산이 줄었고, 일본도 미 정부의 덤핑판정으로 철강수출이 줄었는데, 우리만 상승세군. 이때 제2종합제철소에 투자하는 게 옳다 이거지?”
대통령은 대충 남쪽을 가리키며 물었다.
중부공단을 지칭하는 것이리라.
“물론입니다. 남들이 주춤할 때 투자해야 효과가 탁월합니다. 불로소득은 제조업과 연구개발에 투자해야 선진국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하하, 재벌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곤 믿기 어려울 정도군. 역시 임자는 특이해.”
특이한 게 아니라 학습한 결과다.
세상 그 어느 나라든 불로소득이 노동가치를 압도할 때 미국 월가의 양털 깎기에 당한다.
국가적 유동자금을 효과적으로 지키려면 월가가 손을 못 대는 제조업에 투자하고, 국토개발에 투자하면 되는 거다.
그러면 자연스레 주거 환경이나 교통 인프라 같은 국민 생활도 나아지는 거다.
“세계 경기는 언제나 파도가 있기 마련이니 위기 다음에는 기회가 오지 않겠습니까? 파도에 올라탈 준비라 생각해도 되지 않을까 합니다.”
믿기 어렵겠지만, 2차 오일쇼크 다음엔 3저호황이라는 단군 이래 최대의 호황이 찾아온다.
연간 10%가 넘는 성장률을 5년이나 지속했다.
“파도에 올라탈 준비라… 그러고 보니 이번에 대세에서 대규모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면서?”
“대세자동차 말씀이시군요. 예, 북미에 출시한 소형차가 큰 성공을 거둬서 여천에 공장을 더 지으려고 합니다.”
“그거 발표하기 전에 내게 가져와. 아니, 아니! 이왕이면 대세그룹 전체의 투자 계획을 가져와.”
“예에? 전체 투자 계획을 대통령님께서…”
무슨 소리야?
왜 사기업 투자계획을 자기가 보겠다는 거야?
나름 대세의 투자계획은 극비란 말입니다.
“대세의 장기 전략은 내가 좀 알아야 되겠어. 어디에 뭘 짓든 거기에 발전소든 도로든 항구든 지어야 제대로 움직일 거 아니야. 이왕이면 국가 정책과도 연관시켜야 효과적이지.”
정말 한국주식회사 사장다운 생각이네.
문득 내가 빌 베인과 한참 논의 중인 대세항공이 떠올랐다. 이왕 대세의 투자계획을 살펴본다고 하면, 나도 뭔가 얻어야 하지 않겠나.
“대통령님, 안 그래도 투자 계획중에 상의드릴 일이 있었습니다.”
“그래, 상의할 일이 당연히 있겠지! 어서 말해봐.”
“대세가 항공사업에 나서고 싶습니다.”
“무슨 말이야? 설마, 한국항공에 이은 제2 민간항공사업자가 되고 싶다는 거야?”
“예, 그렇습니다.”
“한국항공도 적자에 시달리는데 거기에 항공사가 하나 더 생기면 둘다 망하는 거 아닌가.”
“비행기도 배와 같아서 지금 비행기를 주문하면 아주 싼 가격에 계약할 수 있고, 청주 국제공항을 허브로 하는 항공사도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제 2항공사도 파도에 올라타는 준비인가? 임자가 오일쇼크를 대비했던 것처럼?”
“예, 그렇습니다.”
나야 더 멀리 보고 있지.
세계화가 본격화되면 항공노선을 새로 뚫기는 하늘의 별 따기지만, 지금은 먼저 줍는 자가 임자다. 특히 뀌년과 UAE 항공을 연계하면 하늘길도 선점할 수 있다.
대세해운은 바닷길, 대세항공은 하늘길!
게다가 21세기 물류가 어떤 식으로 돈이 되는지도 알지.
“그럼 청주공항 건설은 대세가 맡으면 되겠군.”
“… 예, 적극 검토해서 입찰하겠습니다.”
대번에 청주공항 건설을 들이밀었다.
제 2항공사 허가를 원한다면 공항건설에 성의를 보이라는 뜻이었다.
그래, 허가만 해준다면야 싸고 멋지게 지어주지.
대세항공이 기항할 공항인데 얼마든지!
21세기에 인천공항이 더해지면, 인천, 청주, 김해까지 국제공항 인프라도 완성되는 모양새이니 더욱 좋다.
“이왕이면 행정수도 신(新) 청와대도 맡아. 설계 변경해야 한다며 왈가왈부 하는 것 같던데. 임자가 교통정리 해.”
“그건 정부 부처 소관이지 않겠습니까?”
“왜 그래? 대세건설이 그런 설계라면 못 짓겠다고 발을 빼서 일어난 일이잖나. 결자해지해.”
청주공항을 맡겠다고 했더니 청와대까지 떠넘겼다. 이 놈의 행정수도 건설은 그다지 돈이 되지 않기에 적당히 손을 담가야 하는데 말이다.
“그리 하겠습니다. 그러면, 대세항공은 허가를 해주시는 겁니까?”
난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적자사업을 굳이 하겠다니 원… 임자가 하겠다면 정부가 어쨌든 방법을 찾아주지. 일단 청주공항에 입찰하고, 청와대 문제부터 풀어!”
“감사합니다.”
독재자가 방법을 찾아준다니 허가는 나겠군.
그래, 썩 돈은 안되지만 청와대도 지어주지.
누가 입주할지는 모르지만.
< 458 : 불로소득을 대하는 법 > 끝
ⓒ 푸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