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How I Became a Chaebol RAW novel - Chapter (46)
나는 이렇게 재벌이 되었다-46화(46/589)
< 046 : 수리 기지 >
“뭔데 그렇게 뜸을 들여?”
“계약서의 특허 조항 말이야.”
“특허 조항이 왜?”
특허 얘기가 나올 줄 알았다.
“본사에서 특허 협상권을 위임해 달라더군. 전세계 항만 건설에서 로열티를 긁어모을 작정인가 봐. 돈이 생각보다 엄청날 것 같은데, 정말 나랑 CS랑 공동특허인 거 맞지?”
“당연하지. 계약서에 서명했잖아. 특허든 뭐든 성과는 실버 당신이 가지기로 말이야.”
특허 조항에 주 발명자는 실버이며, 난 공동 발명자로 등재되도록 계약했다.
“그래, 그랬지. 맞아.”
흔쾌히 대답하니 외려 실버가 움찔했다.
내가 신사라서 이러는 게 아니라, 이러는 게 훨씬 이득이기 때문이다.
케이슨 공법은 폴리텍 특허와 달리 건축가라면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공법이다.
척 보면 따라 할 수 있는 공법에 대해 유수 건설사가 나 같은 한국인에게 로열티를 준다고?
21세기라면 몰라도 60년대엔 불가능한 일이다.
로열티를 거두러 다니는 것도 불가능이다.
거대 건설사들이 피식거리며 내게 특허 무효 소송을 걸거나, 한술 더 떠서 자기 회사에 내 특허보다 앞서는 원천 기술이 있다며 특허권을 뺏어갈 수도 있다.
특허도 힘이 있어야 지킬 수 있고, 로열티도 힘이 있어야 뜯어낼 수 있다.
괜히 디즈니가 80년 넘게 같은 캐릭터로 로열티를 거두고 다니겠나.
다른 나라였으면 벌써 저작권이 만료되고도 남았을 테지만, 미국은 저작권법을 바꿔가며 계속 수금한다.
그러니 100% 다 먹지는 못해도, BR사가 앞장서서 로열티를 챙기면 나도 덩달아 로열티 일부나마 챙기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장 나은 방법이다.
미국 회사는 종업원의 직무 발명에 대해 라이선스만 가지고, 발명자에게 로열티에 비례해 보상해줘야 하는 게 일반 판례니까 말이다.
더욱이 나는 공동 발명자로서 케이슨 공법에 대해 라이선스를 가지게 되는 거니, 차후 국제 항만 건설 수주에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될 것이다.
물론, 단기적으로도 BR사가 내게 딜을 걸어올 테니 짭짤하게 돈을 땡기면 되고 말이다.
“소식이 그것만은 아닐 텐데?”
“어떻게 알았어?”
“얼른 말해봐. 좋은 일이잖아.”
“그래, 나 진급할 것 같아. 마스터로 말이야.”
당연한 결과다.
케이슨 공법은 BR사에 20년간 로열티를 안겨줄 아이템 아닌가. 실버를 마스터로 승진시키고 이런저런 계약으로 꽁꽁 묶어두겠지.
독립하거나 다른 회사로 못 가게 당근도 주고 족쇄도 채우는 꼴이다.
물론, 실버, 넌 내게도 코 꿴 거야.
BR사 마스터급 엔지니어로서 성과를 내려면 내 머리를 이용해야 하지 않겠나.
실버, 알아둬. 내 머리 사용료는 아주 비싸.
“축하해, 실버. 내년이면 하와이서 칵테일 즐기고 있겠네.”
“고마워, 마스터. 이 모든 게 마스터 덕분이야.”
“응.”
그래, 언제 마스터라고 부르나 싶었다.
‘바보는 아니네, 생각보다 훨씬 빨라.’
콜라가 유난히 맛있었다.
실버에게 저랬다면, 내게도 입질이 올 거다.
특허 협상권을 위임해 달라고 할 테니, 그만한 대가를 요구하면 되는 일이다.
조만간 텔렉스가 날아들겠군.
***
며칠 뒤,
미국 휴스턴 근처 목장.
더 넓은 목장에 테이블 하나를 놓고 두 사내가 위스키와 시가를 즐기고 있었다.
“이보게, 밴 플린트. 여자애도 아니고 무슨 잭콕을 마시나? 버번은 스트레이트가 제격이라고.”
60년대 미국 중년층에겐 잭콕과 말보로 담배는 여성 취향의 기호품으로 여겨졌다.
“브라운, 세상이 변했어. 잭콕은 실패가 없는 칵테일이야. 미국의 상징이나 마찬가지라고.”
밴 플린트와 BR(Brown & Root)사의 조지 G 브라운 회장은 막역한 사이였다.
미군 군수품 조달과 각종 건설 사업을 독점하다시피 하는 BR사(社)라는 군산복합체에 있어, 밴 플린트 같은 전쟁 영웅은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광고판이나 다름없었다.
“훗, 그 젊은 한국인이 했다는 소리가 그리 맘에 들었던가?”
“실패 없는 인생은 우리 모두의 꿈 아닌가? 그보다 용건부터 꺼내 봐. 나랑 잭콕이나 마시자고 부른 건 아닐 테고.”
“자네가 말했던 녀석이 CS Woo라고 하지 않았나? 나도 그 이름을 보게 됐거든.”
브라운 회장은 시가 연기를 내뿜으며 평소답지 않은 표정을 지었다.
재미있어 죽겠다는 표정이었다.
그 나이에 재미있는 걸 발견하면 돈 버는 일 못지않게 푹 빠지기 마련이었다.
“무슨 일로? 그 녀석 베트남에서 열심히 항구나 짓고 있을 텐데 말이야.”
“모르는 척하기는. 그 녀석이 케이슨 공법인가 뭔가 하는 대단한 특허를 냈다더군. 실버스타인이라는 어설픈 놈을 앞세워서 말이야.”
“그래? 녀석, 꽤 머리를 쓰는군.”
“머리를 쓴 정도가 아니라, 젊은 애송이 주제에 내게 딜을 걸어왔어.”
“뭐, 딜을 걸어와?”
밴 플린트는 짐짓 놀라는 척했다.
브라운이 CS를 직접 보지 못했으니 저런 반응이리라. 한 번이라도 대화를 나눠봤다면 애송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았을 것이다.
“이거 좀 보겠나? 특허 협상권을 넘기라고 했더니, 이렇게 회신을 해왔다더군.”
브라운은 보고서를 밴 플린트에게 내밀었다.
BR사 수뇌부들이 회장에게 보고서를 제출했다는 것 자체가 매우 전략적인 안건이라는 의미였다.
「케이슨 공법에 대한 특허 협상권을 BR사에 위임하겠습니다. 대신 뀌년에 군용 트럭, 지프, 탱크, 비행기, 헬기를 포함한 중장비 수리 기지를 건설해주십시오. 일본 대비 품질은 동일, 수리비는 80퍼센트입니다. CS Woo.」
보고서엔 여러 분석이 줄줄이 이어졌지만, CS가 전송한 텔렉스만 봐도 충분했다.
“하하하! 멋진 딜이군.”
“애송이치고는 멋진 딜이지. 겉으론 마지못해 특허를 넘기는 척하면서, 챙길 건 다 챙기지. 로열티든 수리 기지든 말이야.”
브라운은 찬수의 의도를 꿰뚫어 보고 있었다.
그런데도 찬수에게 호의를 가지고 있었다.
브라운은 힘의 논리를 잘 이용하는 이를 곁에 두면 언제고 쓸만한 카드가 됨을 잘 알고 있었다.
지금은 고작 애송이에 불과하더라도 말이다.
“괜찮은 제안 아닌가? 요즘 일본 애들이 치고 올라오는 속도가 너무 빠르다고 정치권에서도 말이 많잖아. 조만간 서독도 제칠 거라고 말이야.”
“자네 생각은 어때? 이 녀석이 일본 견제 카드가 될 수 있겠어?”
“아무렴 어때? 그 녀석이 일본을 견제하든, 견제하다가 나자빠지든 우리가 손해 볼 건 없잖아.”
밴 플린트는 자신이 우찬수를 높이 평가한다는 것을 굳이 알리고 싶지 않았다.
일부러 심드렁한 말투로 얘기했지만, 내심 우찬수가… 아니, 한국인이 성공하길 바랐다.
“훗, 손해볼 것 없다라… 중간에 나자빠지면 이익도 아니지. 그런데 굳이 모험을 하자고?”
“자네도 그 애송이가 어떻게 할 지 궁금하지 않나?”
“호기심만으론 정계를 움직일 수 없어. 말해보게. 어째서 그 애송이 제안을 들어주라는 건가?”
“난 군인으로서 미국의 전략적 요충지로 뀌년이 사이공보다 낫다고 생각할 뿐이야. 제대로 된 군인이라면 내 말에 동의할 거야.”
“무슨 소리야? 사이공과 뀌년을 어찌 비교해? 남베트남의 수도와 시골 촌구석이란 말이야.”
브라운의 시각이 딱 일반인의 시각이었다.
“사이공은 메콩강 삼각주라는 곡창지대 때문에 수도가 된 것뿐이야. 쌀농사야 잘 되겠지만, 군사 요충지라고 하긴 곤란해. 복잡한 수로와 주변 밀림은 오히려 게릴라의 은거지로 쓰인다고.”
“게릴라의 은거지?”
“그래, 프랑스 식민지 시절에도 그 지역 게릴라들을 소탕하지 못했어. 빽빽한 관목 밀림과 복잡한 수로 때문에 수색도 어렵고 화공 작전도 불가능해. 그에 반해 뀌년은 북베트남의 보급로를 중간에서 끊어낼 수 있는 군사 요충지지.”
밴 플린트는 뀌년이 호치민 루트를 끊어낼 군사 요충지라는 우찬수의 말을 그대로 옮겼다.
“으흠, 여차하면 사이공을 포기하고 뀌년을 택한다 … 아니, 그게 더 옳은 선택이다. 이건가?”
“맞아. 난 그렇게 군인들을 설득할 거야.”
무엇보다 미군은 육군보다 해군이 주축이다.
사이공 주변의 수로는 너무 협소하고 복잡했다.
기뢰 공격, 기습공격, 정박 시의 수중 폭발, 화물 적재 시 폭발물 은닉 등등 작전을 방해하는 요소가 너무 많았다.
“한 가지만 더 묻지. 뀌년에 주둔한다는 한국군은 쓸만하던가?”
“중대 전술 기지라는 참호형 진지를 구축했다 들었어. 원주민에게 논을 나눠주며 민심까지 얻었다더군. 군사작전과 심리전의 균형이 아주 좋아.”
“심리전이라니, 자네 같은 전쟁광이 그런 표현도 쓸 줄 아나?”
“필요하다면 뭐든 못 갖다 쓰겠나.”
밴 플린트는 느긋하게 잭콕을 마시고, 시가 연기를 뿜어냈다.
그가 생각해도 뀌년의 변화는 놀라웠다.
전혀 생각지도 못했는데 특급 전략 요충지로 떠오른다고나 할까? 사실이 그랬다.
그게 우찬수로부터 시작했다는 게 흥미로웠다.
“좋아, 수리 기지를 사이공에서 뀌년으로 옮겨보자고. 정계와 재계는 내게 맡겨. 부자들이야 좀 더 안전한 곳에 투자한다면 흔쾌히 찬성할 거야.”
브라운도 머릿속으로 그림을 그려보았다.
미국, 일본, 싱가포르, 필리핀 등등을 놓고 보면 베트남의 사이공보다 뀌년이 더 나아 보였다.
강을 타고 내륙으로 들어가야 항구가 나오는 사이공을 물류 요충지로 삼은 게 애당초 이치에 맞지 않았다.
“군인들은 내가 맡지.”
“나도 잭콕 한 잔 줘보게.”
“왜 그래? 이건 나 같은 가난뱅이 군인이나 즐기는 칵테일이라고.”
“가난뱅이 다 죽었군.”
“하하하하.”
두 명의 거부가 잭콕을 즐겼다.
그들에게 신공법 특허니, 수리 기지 따위는 수많은 돈벌이 아이템 중 하나였을 뿐이다.
***
미군 주일조달본부(JPA) 회관.
격월로 짝수달마다 열리는 JPA 회의가 이례적으로 9월에 개최되었다.
주된 안건은 중장비 수리 기지가 사이공에서 뀌년으로 옮겨간다는 것이었다.
마치 병참 기지의 무게 중심이 뀌년으로 이동하는 느낌이었다.
“으흠…”
통보나 다름없는 회의라 오래지 않아 JPA 지도부는 자리를 떴지만, 상사 담당자들은 회의장을 떠나지 못했다.
이토추상사, 가보네상사, 미쓰이물산, 도요타통상, 미쓰비시상사 등등 쟁쟁한 일본 상사(商社)의 부장들이었다. 미군납을 담당하는 핵심 실무자라고 할 것이다.
“이거 대체 어찌 된 일입니까? 군복이며 군화만큼은 일본이 메인이라고 몇 번이나 확인했거늘, 이렇게 나 몰라라 하는 경우가 어딨습니까?”
“개미에게 거기 물린 꼴이지요. 미군이 그리 빨리 폴리텍을 특별채용할지 누가 알았습니까?”
“그러게, JPA가 삼오 따위를 조종할 게 아니라 그 대세 실업인가 뭔가라는 회사를 재빨리 집어삼켰어야 했다니까요.”
군복과 군화 납품을 놓친 게 너무나도 분해 JPA 수뇌부로 원망이 향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중장비 수리 기지를 뀌년으로 옮긴다지 않습니까. 이걸 회장님께 어떻게 보고하라는 건지… JPA 놈들, 무능해도 정도껏이지….”
“아휴, 제 부서는 아예 망했습니다. 원목을 가져와서 정부의 마이홈 정책에 편승해 돈 좀 벌려고 했더니, 뀌년 근처도 못 갔습니다.”
토요타통상, 미쓰비시상사 부장이 연이어 한숨을 내쉬었다.
“이게 다 그 우찬수인가 뭔가 하는 한국놈 때문입니다. 그놈이 뀌년을 꽉 잡은 겁니다.”
“아니, 그놈이 뀌년에서 장사를 한다고요? 가보네에서 물류 선박을 옭아매기로 하지 않았습니까? 대체 그건 어찌 된 겁니까?”
“상선은 죄다 묶었지요. 헌데, 한국 해군 군함을 상선처럼 이용하는데 어찌합니까?”
가보네 부장은 가슴을 치며 원통해했다.
손해를 감수하며 온갖 해운사에 로비까지 해서 대세 실업의 수출을 방해했는데 말이다.
정말 미꾸라지처럼 요리조리 피하니 환장할 노릇이었다.
“미국에서 설마 그놈을 믿고 수리 기지도 옮기는 겁니까?”
“에이, 설마요. 그놈에게 운이 따르는 거죠. 놈이 하청으로 있는 BR사에서 신공법으로 대형 항구를 짓는다지 않습니까? 대형 선박이 오갈 수 있다면 수리 시설도 옮기는 게 맞지요”
“하긴… 뀌년이라면 수리하자마자 전선에 투입하기도 쉬울 테고, 미군으로선 당연하겠군요.”
“이렇게 한숨만 쉴 일이 아닙니다. 대책이 필요합니다.”
미쓰비시상사 부장이 인상을 굳혔다.
“방법이랄 게 있습니까? 미군이 정책적으로 하는 일을 우리가 뭐라고 왈가왈부합니까?”
“미군은 몰라도 월남 정치인은 우리가 충분히 구워삶을 수 있지요. 뀌년을 엉망으로 만들면 사이공을 떠났던 것도 다시 돌아올 거 아닙니까.”
사이공은 일본 상사들이 꽉 잡은 곳이었다.
“!!!”
여태 월남군 군복, 군화, 오토바이, 도로용 깔판, 건축용 철강재, 시멘트, 크레인, 심지어 맥주까지 일본이 공급하고 있었다.
카메라, TV, 에어컨, 라디오, 시계 같은 고가품은 아예 소니, 내쇼날, 야시카, 세이코 등등 일본 업체들끼리 경쟁하는 셈이었다.
즉, 뀌년만 어찌어찌 망가뜨리면 일본이 월남전 특수를 독식하는 것은 문제없어 보였다.
“월남 정치인을 이용하자니, 무슨 작전이라도 있으신 겁니까?”
다른 이들이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미쓰비시상사 부장의 입만 쳐다보았다.
“뀌년 가까이에 제 2전술지구라는 곳이 있습니다. 월남군과 월맹군이 상시로 대치하는 접전 지역이라고 하더군요.”
미쓰비시상사 부장은 미리 준비해 온 베트남 지도를 펼쳤다.
“오오오, 한눈에 봐도 요충지군요.”
제 2전술지구는 남북을 잇는 1번 국도와 동서를 잇는 19번 도로가 교차하는 교통의 요지였다.
“여기서 특별히 위험한 지역이 플레이쿠, 안케, 뚜이호아 지역이라고 하더군요.”
“그래서요?”
“그래서라니요? 여기에 한국군이든 미군이든 주둔을 요청하고 병참 지원도 함께 요청해야죠. 그럼 어디가 나서야겠습니까?”
“대번에 뀌년이 벌집 쑤신 꼴이 되겠군요.”
“그렇지요. 접전 지역의 병참에 직접 가담하게 되면 후방에서 트럭 수리나 하고 있을 수 있겠습니까? 항만 건설도 난장판 나는 겁니다.”
“커허! 기가 막힌 아이디어입니다.”
“사이공의 월남지휘부를 구워삶으려면 미쓰비시 혼자선 곤란합니다. 여러분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당연히 함께 해야죠. 우리 모두 JPA 회원 아닙니까?”
“그럼요. 흔쾌히 도와드려야죠.”
방금까지 JPA 지도부를 성토하던 5개 상사 담당부장들이 손에 손을 맞잡았다.
다들 본사로 돌아가 이 전략을 자신이 생각해낸 아이디어인 양 윗선에 보고하는 상상을 하며 마음이 들떴다.
순식간에 뀌년 망치기 프로젝트가 구성되었다.
< 046 : 수리 기지 > 끝
ⓒ 푸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