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How I Became a Chaebol RAW novel - Chapter (463)
나는 이렇게 재벌이 되었다-463화(463/5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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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63 : 정치적인 농담 >
“그런 얘기를 대체 어디서 들은 겁니까?”
“대만 엔지니어들이 요즘 모이기만 하면 그 얘기입니다. 중공이든 미국이든 싸잡아 욕을 해대고 있습니다. 베트남을 응원하던데요?”
대만인들에게 들었군.
대세항공엔 비공식적으로 대만 기술자들이 연수를 와서 이것저것 배우고 돌아간다.
워낙 친화력이 좋은 주 부장이니,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던 모양이다.
내가 미처 생각 못했던 비즈니스 기회였다.
원래 역사에서야 중월전쟁에서 우리나라가 딱히 이득을 본 것이 없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뀌년이라는 존재가 있단 말이지.
이참에 베트남에 A7 공격기를 좀 팔아먹을 수도 있지 않나?
그럼 베트남은 물론이고, 대만도… 아니, 미국도 좋아할 것 같은데?
중국을 견제할 수 있다면 미래의 우리나라도 좋은 거 아닌가?
고델 장군과 의논을 해봐야겠다.
그보다 그 양반은 어째서 내게 아무런 소식을 전하지 않은 거지? 무기를 팔아먹을 기회를 놓칠 양반이 아닌데.
문득 고델 장군이 뭘 하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오일쇼크 이후로 정말 유유자적하며 놀고 있는 거 아니야?
아무래도 내가 직접 가봐야겠다.
전쟁이라지만 강 건너 불구경마냥 불안한 느낌보다는 대박의 향기가 솔솔 풍겼다.
“주 부장.”
“예, 회장님.”
“중월전쟁 관련해서는 이 시각 이후로 그 누구와도 얘기하지 마십시오. 대세의 비즈니스가 될 수도 있어 보이니까.”
“헉! 예, 알겠습니다. 충성!”
“그보다 본사 비서실과 협의해서 한국항공을 인수할 섀도캐비닛… 아니, 인수추진위원회 구성하도록 하십시오.”
“예, 회장님. 그룹 내부 인력 발탁도 괜찮을지요. 특히 대세해운에서 말입니다.”
“당연히 적극적으로 발탁해요. 물론, 일 잘하는 대리나 과장만 쏙쏙 뽑지 말고 적당한 선에서 꾸미십시오.”
“물론입니다.”
나는 주 부장에게 일을 맡기고 본사로 들어갔다. 뀌년으로 날아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며칠 정도는 비서실과 함께 한국항공과 갈프사 대응에 필요한 후속조치를 해야 했다.
고델 장군에겐 미리 텔렉스를 보냈는데, 회신이라곤 직접 날아와 논의하자는 말이 전부였다.
다행히 황혜성 전무가 갈프사 이슈를 맡아주고, 빌 베인이 한국항공 인수를 청와대와 함께 맡아주니 안심하고 뀌년으로 떠날 수 있었다.
***
뀌년 특별자치구 행정청사.
“고델 장군님.”
“어서 와, CS.”
내가 청사 로비에 들어서자, 고델 장군이 두 팔을 벌리고 반갑게 맞이했다.
“장군님을 수영장이 아닌 청사에서 만나니 이상하군요. 하긴 원래는 이게 정상인데 말입니다.”
“나도 이러고 싶지 않은데 요즘 돌아가는 상황이 만만찮아. 레둑토 외무상이 시시때때로 찾아오는데 알로하 셔츠를 입고 맞이할 수는 없지 않나.”
언제나 수영장 옆 야자수 아래 칵테일 잔을 들고 시가를 빨면서 나를 맞이하던 이가 말끔한 슈트를 입고 있으니 도통 적응이 되질 않았다.
“레둑토 외무상이 수시로 찾아온다고요?”
“말로는 자유무역지대 임대료 협상이라고 하지만, 실상은 그게 아니지. 어째 듣고 싶나?”
“들어야죠. 비즈니스 기회도 있을 것 같은데 말입니다.”
“휴우… 그렇게 생각하고 날아왔을 것 같더라니. 이거 골치 아픈 얘기를 CS 자네에게 해도 될지 모르겠군. 일단 들으면 여기 휴가왔다는 생각은 까맣게 잊게 될 텐데 말이지.”
“어차피 휴가 아닙니다. 보시다시피 혼자 오지 않았습니까? 다분히 고델 장군님을 돕기 위해서 날아온 겁니다.”
“뭐야? 눈치 좀 채고 있다는 거야?”
“생각보다 중공 베트남 전쟁이 심각한 상황인가 보죠?”
내 말에 고델 장군은 인상을 팍 구겼다.
“빌어먹을, 양다리 걸치는 것처럼 어려운 일이 어디 있겠나. 일이 더럽게 꼬였어, 올라가서 얘기하자고.”
고델 장군은 내 팔을 휙 잡고는 바로 집무실로 향했다.
호텔 스카이라운지 못지않게 화려하게 꾸며진 집무실 한가운데에 놓인 탁자 위에는 전에 없이 동남아시아 전도가 쫙 펼쳐져 있었다.
베트남과 중공 국경에는 군사 대치현황까지 표시해 둔 것이 고민한 흔적이 역력했다.
“중공 인민해방군 병력이 20만명이나 됩니까? 침공 루트가 26개 지점이라고요?”
어마어마한 물량 공세였다.
“인해전술이야 중공군의 특기이지 않나. 나름 외형적으론 압도적이야. 보병 20만명, 항공기 170여 대, 탱크 200여 대를 투입했거든. 이걸 현재 베트남군 10만이 막아내고 있지. 미국이 버리고 간 무기들로 말이야.”
“이 정도로 치열한 전쟁을 아무도 신경 안 쓰고 있다는 게 이상할 정도군요. 한때 동맹이었던 중공과 베트남이 완전히 적이 되어 싸우는데 말이죠.”
동남아판 나당전쟁이라도 되는 건가 싶었다.
“아무리 치열해 봐야 공산권끼리 싸우는 전쟁이지 않은가. 게다가 미국을 비롯한 자유 진영은 월남전이라면 아주 지긋지긋하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관심을 끊고 있지.”
“오히려 잘 된 거 아닙니까? 우리가 뀌년 주둔을 명분으로 베트남을 지원하면 되는 거 아닙니까? 무기도 팔고, 중공의 동남아 세력 확장도 막으니 미국 정치권도 내심 좋아할 거 같은데 말입니다.”
닉슨 정권 시절 키신저가 나서서 월맹과 평화회담을 성공적으로 할 수 있었던 것도, 통일 베트남이 중공의 남하를 저지한다는 밀약을 했기 때문이지 않은가.
밴 플린트 장군이 중간에서 조율했기에 나도 잘 알고 있다.
“그게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은 게 그건 우리나 군부 강경파들의 생각이지, 카터 정부의 생각은 아니야. 지금 카터 정부는 어이없을 정도로 중공을 밀고 있단 말이지. 베트남의 뒤에는 소련이 있다고 말이야.”
“뭡니까? 설마 미국이 중공편을 들고 있다는 겁니까?”
“중공이 베트남을 침공한 명분은 나름 명확해. 베트남이 여러 가지로 중공을 자극했지만, 뇌관을 터뜨린 건 120만 화교들의 재산을 몰수하고 국경 밖으로 추방했거든.”
“그런… 일을 저질렀다고요?”
정말 화끈하게 중공의 영향력을 없애버린 거네.
아무리 화교가 중공의 영향력 확대의 첨병이라고 해도 그렇게 공개적으로 처리해버리면 어쩌나.
“중공 쪽도 심상치 않아. 등소평의 외교 행보를 보면 말이지. 카터 대통령을 방문해서 작은 친구가 말을 안 들으면, 엉덩이를 때려줘야 한다고 했다더군. 심지어 귀국하는 길에 일본도 들르고, 태국, 말레이시아, 싱가포르까지 라운딩을 하며 베트남 징벌의 정당성을 천명했다지 않나.”
중공의 최고 수뇌가 직접 나서서 각국의 수장들을 설득하다니 정치적으론 완전히 중공의 압승이다.
“뀌년으로선 좋지 않은 뉴스군요. 미국이 이 전쟁에 공식성명을 발표하지 않는다는 것 자체가 중공의 손을 들어준 것 아닙니까.”
“뭐, 나름 좋은 소식이 있긴 해. 베트남군이 복잡한 터널과 엄폐호, 산간지형을 십분 활용해 중공군을 효과적으로 격퇴하고 있거든.”
“오, 그렇습니까?”
“어찌 보면 당연하지. 베트남 군인은 실전을 겪은 이들이란 말이지. 문화대혁명으로 모든 군자산을 초기치로 돌려버린 중공군이 어찌 상대하나. 게다가 우리 미군이 남기고 간 전쟁물자만 쏟아부어도 몇 달은 견딜 거야.”
“미국내 군부 강경파를 움직일 순 없습니까? 이렇게 주변 정세가 흔들리면, 뀌년의 위상도 같이 흔들릴 수 있습니다. 남지나해 항공모함만 슬쩍 북상해도 될 일인데 말입니다.”
미국이 움직이면 소련도 움직일 수밖에 없고, 그럼 중공은 앞뒤로 적을 맞닥뜨릴 위험에 처하니 당연히 철군할 수밖에 없다.
“현 국방부 장관이 이렇게 직접 텔렉스를 보냈다니까! 전 미군은 엄정중립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이지.”
뜬금없이 뀌년의 행정청사에 이런 텔렉스를 보낸 건 고델 장군이 보라고 보낸 거다.
명목상 뀌년에 미 해군이 일부 주둔하고 있다지만, 그쪽으로 보낼 생각도 없었던 것 아닌가.
“미친 거 아닙니까? 뭐가 국익에 도움이 되는지 모른답니까?”
내가 답답할 정도였다.
미국이 양쪽 무력 충돌이 동남아 전체로 퍼지지 않도록 하겠다며 군사 행동을 하는 척만 해도 사태가 해결되는데 말이다.
양쪽 모두에 미국의 영향력을 높이는 일인데 어째서 중공의 손을 들어주고 그래?
“카터 정부를 이해하는 건 포기했어. 일본을 중간에 끼우고 중공과 뭔 딜을 한 건가 싶기도 하고 말이지. 여하튼 우리가 아주 곤란하게 됐어. 레둑토 외무상은 뀌년이 자유진영의 창구로서 역할을 다하라고 연일 압박해오고 있다니까. 정치적 개입이 어렵다면, 무기라도 내놓으라고 말이지.”
“이렇게 골치 아픈 일이라니.”
듣다 보니 머리가 아파졌다.
이거 자칫하면 고델 장군이 갈릴 수도 있는 일이다. 절대 그리되어서는 안되니, 베트남과 미국 양쪽을 모두 만족시켜야 했다.
미 정권만 교체되면 아무 것도 아닌 일일 텐데, 중공이 기가 막힌 타이밍을 잡았다.
오일쇼크로 다들 제 코가 석 자인 상황에서 누가 딴 나라 전쟁 따위를 생각하겠나.
이런 상황에서 베트남에 A7 공격기를 팔아보겠다고 부푼 꿈을 안고 달려온 내가 상황파악이 늦어도 한참 늦은 거다.
70년대 냉전 시대에 미국이 이렇게 엄정중립을 요구하는데, 누가 무슨 장사를 하나.
“솔직히 그 어떤 국지전이라고 해도 전쟁이 나면 눈먼 돈이 굴러다니기 마련인데, 이번 만큼은 비즈니스를 포기해야 할 것 같아. 베트남을 다독거릴 방법을 찾는 게 우선이야.”
“다독거리는 거야 무기를 파는 게 가장 나은데 말입니다. 솔직히 시간은 베트남 편이지 않습니까. 방어용 물자만 공급해도 필승인데요.”
미국 정권만 바뀌어도 중공은 철수할 수밖에 없다. 인도차이나반도에 중공의 영향력이 커져 봐야 미국으로선 좋을 게 없다는 걸 다들 알거든.
“이래서 방위산업이 어렵다는 거야. 정치적 이슈를 배제할 수가 없으니 마음껏 장사를 할 수가 없다니까. CS 자네 같은 비상한 머리로도 방법이 없다면 이번 건은 그냥 넘길 수 밖에.”
“참나… 한때 동맹이던 베트남과 중공이 서로 싸우고, 냉전의 거두인 미국과 중공이 같은 편이라니 이거 아무리 외교가 어렵다고 한들 이렇게 아군과 적이 뒤바뀌어서야 무슨 장사를… 음?”
말을 하다 보니 불현듯 뭔가 그럴듯한 생각이 스치고 지나갔다.
“말을 왜 하다 말아?”
“장사를 할 방법이 있을 것도 같습니다.”
“그래? 얼른 말해봐.”
“입장이 바뀐 나라가 한 곳 더 있군요. 아니, 이젠 나라도 아닌 곳이죠.”
“뭐, 나라도 아닌… 헉, 대만 말인가? 대만이 뭐 어쨌다는 건가?”
“대만 입장에서 생각해 보십시오. 중공이 동남아에 영향력이 커지면 눈엣가시 같을 거 아닙니까. 대만 입장에선 베트남을 지원해서라도 중공을 위축시킬 수 있다면 뭐든 나서지요.”
“대만이 중립을 안 지키면 미국이 압박할 텐데.”
“오히려 대만으로선 그래야 하는 거 아닙니까. 버림받았는데 압박마저 들어줘야 합니까? 오히려 이럴 때 엇나가야 존재가치가 확실해지는 거죠. 한국엔 우는 아이 떡 하나 더 준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21세기 인간으로선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었다.
국제 사회에서 타국에 예의 바르게 숙이고 들어간다고 국익을 보장받는 법은 절대 없다.
뭐라도 휘둘러야 서로 주고받는 거다.
“멋진 말이군. 버림받았으면 큰 소리로 울부짖고 난리를 쳐야 관심을 준다는 건가? 한국 속담이 그렇게 정치적인지는 몰랐군!!!”
대만과 베트남을 연결해주면 대만은 굿판을 멋지게 펼칠 거다.
우리가 최신 A7 공격기를 대만에 팔면, 대만은 기존 A7을 베트남으로 팔면 되는 것 아닌가.
모두가 만족하는 비즈니스가 될 것이다.
“이 참에 익스클루시브 파티를 개최하시죠. 우리, 베트남, 대만 관계자가 모두 모여야 하지 않겠습니까.”
“CS, 이런 민감한 일에 파티를 열었다간 미국 쪽에서 난리가 날 거야.”
“걱정 마십시오. 기가 막힌 핑곗거리가 있으니까 말이죠. 대세가 항공사업에도 진출하기로 했기에 안 그래도 파티 한번 하려고 했습니다.”
프랑스, 미국, UAE, 대만, 동남아 등등 VIP들을 대거 초대하는 거다.
떠들썩하게 연막을 피우면 베트남과의 접촉이 눈에 띌 염려는 없었다.
“허, CS. 항공사업에도 진출하기로 했나?”
“그럼요. 여기 뀌년의 국제공항을 동남아 허브공항으로 만들기로 하지 않았습니까. UAE 항공도 취항하고, 차츰 미국 항공사도 들어올게 뻔한데 저도 함께 해야지요.”
“음, 논리는 척척 맞아떨어지는군. 좋아, 그런 파티라면 아무도 의심하지 않겠어. 그건 그렇고, CS 자네는 어디까지 사업을 확장할 거야? 해운업도 모자라 항공업까지 하다니.”
“원래 제가 물건이든 사람이든 옮기는 것은 전문이지 않습니까. 하하.”
“듣고 보니 그렇군. 한때 CS는 총알이 빗발치던 곳에서도 트럭을 몰고 다니며 군수품을 실어날랐지. 그때 내가 돈 좀 뜯겨… 아니, 보태줬지.”
“멋진 인연이지 않습니까?”
“멋지다 뿐인가. 자네를 만난 건 내 인생 최고의 행운이지. 으하하.”
고델 장군은 대뜸 안심이 되는지 슈트를 훅하니 벗어던져 버리곤 나와 함께 수영장으로 향했다.
느긋하게 작전을 짜고, 나와 고델 장군은 각자의 인맥을 돌려 VIP란 VIP는 죄다 초청하기 시작했다.
***
열흘 뒤, 뀌년 파라다이스 호텔.
급조한 익스클루시브 파티치고는 반응이 꽤 좋았다. 내가 새로운 사업을 한다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오일쇼크로 돈 좀 벌어들인 뀌년의 금융사들이 대거 참여하면서 투자가 필요한 사업가들도 덩달아 참여도가 높아졌다.
“하하하. 이게 얼마 만입니까, 우 회장님.”
“어서 오십시오. 오르톨리 장관님. SMR건으로 한번 뵈어야 하는 분을 항공사 때문에 뵙는군요.”
“대세항공이 우리 에어버스의 고객이 되어주신다는데, 당장 찾아봬야지요.”
“하하하, 여객기 투자는 제 소관이 아니라 주 이사 소관인데 말입니다.”
“대세항공을 맡게 된 YG Ju 이사입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주영길 이사의 데뷔전이 생각보다 빨라졌다.
아직 정식 발령은 내지 않았지만, 이사명함을 파줬다. 회사 대표로 협상할텐데, 부장 명함으로는 곤란했다.
“반갑습니다. 오르톨리 산업기술개발성 장관입니다. 대세항공을 맡으신다니 에어버스와 계속 좋은 관계를 이어나가길 잘 부탁드립니다.”
“하하하, 그럼요. 보잉사에 비해 다소 가격도 비싸고, 화물칸도 좁고, 고장률도 좀 높고, 장점보단 단점이 많지만 그래도 저는 에어버스를 선호합니다. 후발주자를 밀어드려야 저희가 얻을 특혜도 많아지지 않겠습니까.”
“아… 그… 그렇지요. 특혜! 허허허!”
주영길 이사는 첫 인사부터 오르톨리 장관을 압도했다. 특유의 유쾌한 표정으로 말이다.
그런 말을 그렇게 유쾌한 표정으로 그렇게 신나게 한다고?
덕분에 저 노련한 오르톨리 장관이 당황하는 모습을 다 보게 되네.
< 463 : 정치적인 농담 > 끝
ⓒ 푸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