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How I Became a Chaebol RAW novel - Chapter (466)
나는 이렇게 재벌이 되었다-466화(466/5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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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66 : 최대한 비싸게 파는 게 맞지 >
“그래, 임자가 무슨 생각이 있나 보군.”
“건설업계에서 자정 노력이 없다면 저급한 아파트는 계속 늘어날 것입니다. 결국 업계 전체를 죽이는 자멸 행위입니다. 막아야 합니다.”
“하긴, 60년대 말에 지어진 아파트를 지금 보면 거의 흉물이지. 다 부수고 다시 지을 수도 없고, 행정수도의 아파트는 그리되면 절대 안 돼.”
“국가에서 규제에 나서도 건설사들은 다른 꼼수로 빠져나갈 겁니다. 최대한 싸게 지어 선분양하면 큰돈을 벌 수 있는 지금 시스템으론 말입니다. 그 악순환의 고리를 깨는 게 우선입니다.”
“간혹 임자는 사업가가 맞나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 웬만한 기업가들은 돈만 좇는데 말이지.”
그렇게 돈만 좇다가 한부그룹이 한방에 나가떨어졌다. 대한민국에 IMF 사태라는 국란을 만들어낸 원흉이기도 하다.
저열한 기업가는 사기꾼이나 다름없다.
혼자 망하는 게 아니라 나라를 망친다.
“저는 건설업자인 동시에 제조업자라 집에 큰돈을 깔고 앉는 걸 보면 너무 안타깝습니다. 응당 기업가라면 집보다 공장을 지어 돈을 벌어야죠.”
“옳거니! 역시 임자는 뭐가 달라도 달라! 그래. 한부건설에 대해서는 정부에선 모른 척 할 테니까, 어디 한번 잘 교육해봐.”
“예, 그리 하겠습니다.”
독재자의 허락이 떨어졌으니 합법과 불법의 경계에서 일 처리를 해도 된다.
솔직히 중동에서 모래밥 먹어가며 한푼 두푼 모은 돈이 한부건설 주머니로 들어가는 꼴은 눈꼴시려 못 보겠다.
대통령은 내 어깨를 툭툭 두드리며 집무실을 빠져나갔고, 나 또한 서둘러 청와대를 벗어났다.
“우 회장님, 잠깐만 시간을!”
“예, 염 수석님. 하실 말씀이라도 있으십니까?”
내 뒤를 염 수석이 훅하니 쫓아왔다.
“그게… 한부건설을 혼내시는 것까지는 좋은데, 조심하셔야 합니다.”
“조심하라고요?”
내가 한부건설을 조심해야 한다고?
“한부건설의 전태수 사장은 공무원 출신으로 정치인, 은행장, 심지어 검찰까지 아주 발이 넓습니다. 자칫하면 각하까지 걸고넘어질 수 있습니다.”
“뇌물의 고리가 어디까지인지 알 수 없다는 뜻이군요.”
박 대통령도 의도치 않게 한부건설의 뇌물을 받은 정황이 있을 수도 있다는 소리다.
하긴 한부 사태로 청문회가 열렸을 때 한부그룹의 뇌물 리스트에 웬만한 정치인들은 죄다 얽혀 있었지.
“예. 제가 하려던 말이 그겁니다. 허니, 한부건설을 손 보실 때 최대한 정치색을 배제하셔야 합니다.”
부실 건설, 뇌물 수수 등등을 엮어봐야 꼬리 자르기로 효과가 없을 거라는 소리였다.
“걱정 마십시오. 돈 문제는 돈으로 해결해야지, 법정 다툼을 할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나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입구까지 따라 나온 염 수석의 손을 톡톡 두드려줬다.
***
며칠 뒤, 대세 본사.
“신(新) 청와대 설계가 완료되었다고요?”
“예. 다들 회장님께서 그리셨던 조감도에 반한지라 생각보다 빨리 합의에 이르렀습니다.”
대세건설 김주환 부장의 표정이 아주 밝았다.
행정수도 건설추진 위원회에서 싸움닭으로 소문이 났던데, 이렇게 환한 얼굴이면 우리 대세건설의 의견이 대부분 채용되었다는 소리다.
“어디 한번 봅시다.”
“일단 청와대 본관은 국빈 행사가 가능하도록 대정원을 앞에 두고 설계했습니다.”
“당연하죠. 국빈 차량이 사열을 받고 들어오는 동선도 고려해야… 오, 멋진 동선이군요.”
설계도에는 국빈차량이 청와대 대정원 잔디밭을 끼고 크게 돌아 본관 현관에 다다르는 동선이 그려져 있었다.
21세기 인간이 봐도 딱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전통목조 구조와 궁궐 건축양식을 참고해 최대한 한국적인 미를 살렸습니다. 본관은 2층으로 구성하고, 좌우 양쪽에 단층 별채를 배치했고, 양쪽 모두 청기와 팔작지붕을 올렸습니다.”
거대한 본관 건물에 청기와를 올리려면 적어도 20만 장은 들겠군. 정말 멋지네.
“외형은 아주 멋지군요. 외형 못지않게 중요한 게 내부 공간인데 그쪽은 어떻습니까.”
“예, 이전에 권위적으로 구성되었던 내부구조를 싹 뜯어 고쳤습니다. 다들 너무 복잡한 거 아니냐고 한소리 하기에 백악관 내부구조를 벤치마킹했다고 했더니 반대 의견이 쑥 들어갔습니다.”
“굳이 백악관을 들먹이지 않아도 궁궐이 아니라 일하는 공간이 되어야지. 기존 설계는 정말 어이가 없었습니다. 본관 2층에 방이 고작 7개밖에 없다니 말이죠.”
드넓은 공간이 시원하고 보기는 좋을 뿐 업무엔 그다지 좋을 게 없다.
비서실, 내각 회의실, 탕비실 및 서재, 특보실, 대변인실, VIP 대기실, 경호실, 국가안보실 등등 대통령 집무실 근처에 배치해야 할 방들이 얼마나 많은데 말이다.
“예, 그래서 본관은 1층에 방 14개, 2층엔 대통령 집무실 포함 15개가 배치되고, 회랑으로 연결된 별채에도 접견실 2개 실을 포함하여 총 15개의 방이 있습니다.”
“영빈관을 본관 뒤쪽에 배치했고 말이죠.”
“예, 경호에 문제없으면서도 가든파티도 가능하도록 별관으로 구성했습니다.”
“영빈관은 경회루를 빼다 박았군요.”
“예, 그렇습니다. 어찌 보면 경회루보단 대세호텔 VIP 센터를… 아니, 경주의 안압지를 닮았다고 하겠습니다. 국빈들에게 한국의 정원이 얼마나 멋진지 알려주기에 부족함이 없을 것 같습니다.”
정말이지 김주환 부장이 스스로 만족스러워할 만 했다. 정말 최선을 다해 수정하고 또 수정한 설계가 분명했다.
온갖 국내외 사례를 분석하고 한국적으로 해석해보려고 노력한 흔적이 역력했다.
100점 만점에 200점 짜리였다.
미학적으로 뛰어난 데다, 건축공학적으로도 흠잡을 데 없었고, 실용적인 측면도 충분히 고려한 건물이었다.
대한민국 대표 건물이라 할 만했다.
“이런 설계라면 대세건설도 이윤 따윈 생각하지 않고 지을 수 있겠군요.”
“예, 천년만년 이어질 자랑이라 여기고 최선을 다해 짓겠습니다.”
내 의견이 전부라 할 수는 없지만, 21세기 인간의 눈에도 이 정도면 최선이라 여겨졌다.
“이 일은 이렇게 처리하시고, 내가 부탁한 일은 어찌 되었습니까?”
“예, 말씀하신 대로 대치동 백마아파트 주변으로 도로부지를 죄다 매입했습니다.”
“… 죄다 매입을 했다고요?”
내가 한부건설을 압박할 용도로 주변 도로부지를 매입하라고 했는데, 일부가 아니고 죄다 매입을 했다고?
“예, 원래 도로가 나기로 예정된 곳이긴 했는데 땅 주인들과 도로공사 간에 다툼이 길어지고 있던 차였습니다. 저희가 중재에 나섰더니 대번에 매입이 가능했습니다.”
“다툼이 생각보다 심각했나보군요.”
“예. 도로공사는 백마아파트 쪽으로 남부순환로를 지나가게 할 계획이라며 영동5로, 영동6로 등등 남북 교차도로마저 왕복 14차선으로 개설하겠다고 고집하고 있었습니다.”
“거기에 왕복 14차선을 만든다고요?”
1970년대에 차로를 그리 넓게 만들다니 뭔가 다른 속셈이 있는 거다.
이 시대 공무원이 21세기를 내다보고 그런 행정을 펼쳤을 리 없지 않나.
“전시행정이다, 예산 낭비라고 땅 주인들이 항변을 해도 도로공사는 마구잡이로 토지수용을 밀어붙이고 있었습니다.”
“어떤 그림인지 뻔히 보이는군요. 토지수용 후에 땅장사를 하려는 목적이었겠군요.”
“예, 그렇습니다. 일단 땅을 수용하고 왕복 6차선 정도로 도로를 만들고 나머지는 상가용으로 건설사에 분양하려던 목적이었습니다. 그걸 뻔히 아는 땅 주인들은 도로공사가 사유재산을 강탈한다며 배 째라는 식으로 나온 거고 말입니다.”
“발단은 백마아파트 주변으로 도로를 깔아줄 돈이 서울시에 없었던 거고 말이죠.”
“예, 솔직히 백마아파트 부지가 아파트 용도로 전환된 것도 극히 이례적이었다고 합니다. 장마철마다 늪지로 변해 농사도 못 짓던 땅이라 지반이 형편없었다고 합니다. 당연히 길을 뚫을 계획도 예산도 없었고 말입니다.”
그런 곳엔 택지 허가가 난 것 자체가 특혜다.
그런 특혜를 받았다면 건설사는 도로를 깔고 상하수도를 포함한 각종 인프라를 마련하고 서울시에 헌납하는 게 일반적이다.
땅을 헐값에 매입해 비싼 아파트로 파는 일이니 그 정도는 해야 하는 거다.
대세건설도 압구정동에서 그리 했고 말이다.
헌데, 한부건설이 그런 정상적인 일 처리를 할 리가 없지.
공무원들에게 뇌물을 먹이고 도로를 뚫어달라고 하는 게 훨씬 싸고 편하니까 말이다.
그럼 뇌물을 먹은 공무원들은 도로는 뚫어야겠고, 예산은 없으니 편법적인 땅장사를 하는 거다.
대충 중견 건설사를 꼬셔서 도로 반대편을 상가용으로 줄 테니 도로포장비와 상하수도를 놓는 비용으로 퉁치자고 말이다.
가히 토공 비리의 정석이라고 하겠다.
“대세건설이 그 주변에 땅을 사면 택지개발을 하면서 도로를 뚫고 서울시에 헌납할 테니 양쪽 모두 문제가 없다… 이랬다는 거군요.”
땅 주인들은 대세가 나서면 일자 상가가 아니라 대규모 주상복합단지와 공원이 들어설 거라 여긴 거고, 도로공사는 압구정 개발처럼 도로와 인프라까지 싹 정비해서 헌납할 거라 여긴 거다.
뇌물 먹은 공무원은 손 안 대고 코 풀었다며 덩실덩실 춤을 췄겠군.
“그렇습니다. 대세건설에서 나왔다고 하니 양재천 쪽으로 수변 상가를 만드냐며 땅 주인들이 자기 땅 앞을 서로 내주겠다고 난리가 났습니다.”
김 부장이 척하고 내민 지도에는 매입한 땅이 빗금으로 칠해져 있었다.
마치 백마아파트 부지를 감옥 철책처럼 빙 둘러놓은 모양이었다.
이거 단순한 압박용이 아니라 마음만 먹으면 분양도 불가능하게 만들 수 있을 정도군.
김 부장이 내 집무실로 웃고 들어왔던 또 다른 이유였군.
新청와대 설계뿐만 아니라 부지 매입 숙제도 완벽하게 했던 거다.
“수고 많았습니다. 나머지는 본사에서 처리할 테니, 행정수도에 바짝 신경 써주십시오.”
“예, 회장님.”
짝!
“좋아! 아주 좋아.”
김 부장이 나가자마자 나도 모르게 손뼉을 쳤다. 일이 잘될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따르릉,
<예, 회장님.>
“베인 실장, 작전 실행합시다. 땅 매입이 아주 잘 되었군요.”
그간 비서실과 논의해왔던 일을 시작할 때가 되었다. 투기꾼에겐 금융치료가 제격이지 않겠나.
<예, 회장님. 전태수 사장과 면담부터 마련하겠습니다.>
“그리 하십시오.”
혼내더라도 최후통첩은 해줘야지.
내 말에 콧방귀 낄 게 뻔하지만, 신사답게 혼내려면 필요한 일이다.
***
며칠 뒤, 대세호텔.
“초대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흐흐, 우 회장님 초대야 가문의 영광이지요. 어째 대세호텔은 갈수록 멋져집니다.”
전태수 사장은 VIP 라운지를 둘러보며 입에 발린 칭찬을 했다.
놈은 제대로 알기나 할까?
멋진 정원 뷰와 화려하면서도 세련된 인테리어, 그리고 직원들의 품격있는 매너의 가치를 말이다.
“이런 공간을 국민들의 생활공간까지 확대하는 것이 대세건설의 최종 목표입니다. 한부건설의 최종 목표는 무엇인지요? 백마아파트의 성공을 보고 한번 얘기를 나누고 싶었습니다.”
“하하하, 뭘 그리 빙빙 돌려서 어렵게 말씀하십니까? 건설사 목표야, 흙 파서 장사하는 거지요. 가치도 모르고 버려진 땅을 매입해 가치롭게 만들어주는 거지요.”
혹시나 하였지만 역시나였다.
“땅을 가치롭게 만든다라… 백마아파트가 그렇던가요? 단지에 지하주차장도 없고, 편의시설은 노인정과 놀이터가 전부던데 말입니다. 건설협회에서 권고하는 녹지 비율도 지키지 않았던데 말이죠.”
나는 창밖으로 펼쳐진 멋진 정원을 가리켰다.
대세호텔의 정원까지는 아니라 해도 닭장 아파트만큼은 피해야지.
“아니, 쓸데없는 곳에 돈을 왜 씁니까? 조선놈들은 지 배부른 걸 최고로 여기는 족속들이죠. 최대한 공용공간을 줄여 세대별 서비스 공간을 늘려줘야 좋아합니다. 백마아파트 2차 중도금 완납이 그걸 증명해주는 겁니다.”
말을 섞는 것 자체가 불쾌해지는 놈이다.
일제시대도 아니고 고객을 조선놈이라 불러?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합니다. 행정수도 이전을 계기로 한강개발과 강남개발이 본격화되지 않았습니까. 건설사들이 적정가격으로 양질의 주거환경을 제공해야 선진국으로 나아가는 발판이 됩니다.”
내가 압구정동 주상복합 아파트로 좋은 선례를 보여주지 않았나.
대부분의 건설사들은 그걸 따라 하는 척이라도 하는데, 한부건설은 그걸 완전히 무시한 격이다.
“에이, 조선놈들은 아무리 잘해줘도 고마운 줄 모르는 놈들입니다. 보십시오, 우리나라가 이렇게 밥 굶지 않게 된 게 일본 기술 베껴서 수출한 덕분 아닙니까. 심지어 철도, 고속도로, 항만도 죄다 일본이 도와준 건데, 그 은혜를 기억하는 놈들이 얼마나 있던가요. 없습니다.”
“그런 생각으로 평당 68만원이나 받았던 겁니까? 천박하기 이를 데 없군요.”
천박한 장사꾼 정도로 생각했는데, 완전히 또라이 새끼네.
금융치료 정도가 아니라 이런 놈은 더 크기 전에 제거하는 게 맞다.
이따위 쓰레기가 회장이네 재벌이네 하는 소리를 듣게해서는 안된다.
“… 회… 회장님, 아무리 그래도 천박하다니요.”
“조선놈이란 단어에다 수탈 행위를 은혜라고 하는 게 천박하지 않으면 뭡니까?”
“이것 보십시오. 아무리 나보다 돈이 많다고 해도 사람을 불러놓고 이렇게 공격을 해대는 법이 어디 있소이까?”
내가 돈으로 찍어누를 생각이었다면 이렇게 부르지도 않았다.
적당하게 금융 치료해주고 재계를 떠나게 하는 정도로 끝내려 했는데 말이지.
“공격이요? 난 한부건설도 대한민국 건설업계의 일원으로서 아파트 품질을 높여야 한다고 권고하려 했을 뿐입니다. 다만 지금까지의 대화로 보면 제 말이 완전 헛소리로 들리겠군요.”
“말 같지도 않은 소립니다! 사업가는 팔 수 있는 거라면 최대한 비싸게 파는 게 맞지요. 그게 자유민주주의, 자본주의 아닙니까!”
분을 이기지 못한 전태수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내게 큰소리를 냈다.
“팔 수 있다면 최대한 비싸게 파는 게 맞다? 기업도 사회적 책임이 있는 법입니다.”
“사회적 책임? 돈 좀 벌더니, 헛소리가 많이 늘었군요!! 백마아파트는 내 겁니다. 내 걸 내 맘대로 판다는데 무슨 상관이오.”
“그 말 후회하지 않겠습니까?”
“후회는 개뿔! 그따위 소릴 하려고 바쁜 나를 부른 거요? 뭘 쳐다봐! 구경 났어? 크에엑, 퉷!”
전태수는 자리를 뜨면서 직원들을 향해 가래침을 뱉어댔다.
“회장님, 괜찮으십니까?”
기 비서가 달려와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예상한 반응 아닙니까. 그쪽은 그쪽 일을 하고 우리는 우리 일을 하면 됩니다. 선량한 고객들을 지켜야죠.”
“예, 회장님.”
닭장 아파트를 평당 68만원에 산 이들이 선량한 이들일까 싶지만, 명분상 선량한 이들이 되어야 하지 않겠나.
< 466 : 최대한 비싸게 파는 게 맞지 > 끝
ⓒ 푸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