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How I Became a Chaebol RAW novel - Chapter (467)
나는 이렇게 재벌이 되었다-467화(467/5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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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67 : 오도 가도 못하게 >
“그래, 어찌 되었어? 2차 분양 결과가!”
“최고였습니다. 모두 완판되었습니다.”
전태수의 질문에 한부건설 임원진은 흥분한 목소리로 완판을 강조했다.
“완판? 완판이라고?”
“예, 3402세대 완판입니다. 1차 분양된 1022세대와 합치면 도합 4424세대를 완판한 겁니다.”
“하하하! 그럼 그렇지. 조선놈들 전체가 부동산 투기꾼인데 이만한 물건을 놓칠 리 없지.”
30평형대를 평당 68만원에 4400여 세대나 팔았으니 대충 계산해도 900억이 넘는 매출이었다.
“심지어 2차 분양은 계약금과 중도금을 같이 내는 조건이었음에도 반나절 만에 완판이 되었습니다. 현장에서 추첨을 하는데 떨어진 놈들은 울고불고 난리도 아니었습니다.”
“내가 된다고 했지! 2차 물량을 대거 쏟아내면 완판이 힘들 거라고 했던 놈들 다 어디 갔어?”
전태수는 허리에 손을 얹고 임원들을 향해 마구 손가락질을 해댔다.
내심 대세가 무슨 수를 낼 것 같아 서둘러 분양했는데 완판이라니 뛸 듯이 기뻤다.
심지어 계약해지를 우려해 중도금까지 같이 받는 조건이었는데, 아무런 잡음도 나지 않았다.
역시 후분양을 권고하는 대세건설의 말을 들을 필요가 전혀 없었던 거다.
선분양으로 미리 돈을 받아 챙길 수 있는데 뭐하러 후분양을 하나? 미친놈도 아니고 말이다.
“사장님의 용단에 하늘조차 감동한 것 아니겠습니까. 이번 2차 분양에선 은행이 주택 융자를 200만원에서 500만원까지 높여줬습니다. 금리가 27%로라 다소 높지만 500만원이 어딥니까.”
“대체 은행에서 무슨 바람이 분 거야?”
“행정수도에 대규모 택지조성 중이지 않습니까? 공무원들이 옮겨가야 하는데, 전셋집도 없는 허허벌판이니 이참에 아파트를 분양하겠다며 주택융자 규제를 크게 완화한 겁니다.”
“내가 그리 융자금 좀 풀라고 할 때는 부동산 투기를 조장한다느니 인플레니 뭐니 하더니! 공무원 새끼들, 저들이 돈이 필요하니까 대번에 규제 푸는 꼴이라니. 세상이 이런 거야!”
모든 국민이 부동산 투기에 혈안이 된 세상, 그게 바로 전태수 사장이 바라는 세상이었다.
“게다가 근처에 대세건설이 대규모 주상복합단지를 조성한다는 소문에 백마아파트의 인기가 하늘을 찌르고 있습니다. 은행에서도 백마아파트 분양권만 들이밀면 도장을 쾅쾅 찍어줍니다.”
“그래? 대세건설이?”
“예. 백마아파트에서 양재천 쪽으로 내려가면 더 쓰레기 땅… 아니, 빈 땅이 있지 않습니까. 거기에 주상복합을 지을 모양인가 봅니다. 벌써 남부순환로를 연결한다고 기초를 닦기 시작했습니다.”
“크크크, 우찬수 그 놈. 잘난 척이란 잘난 척은 다 하더니 결국 나를 따라 하는군. 역시 돈 앞에는 장사 없다니까.”
휴우~
전태수는 그제야 완전히 안심할 수 있었다.
자리에서 일어나 창문을 바라보며 담배를 한대 피워무니 달콤하기 그지없었다.
솔직히 우찬수 회장과 한판 뜨고 나왔을 땐 불안하기도 하고 놈이 뭔 짓을 할까 영 찝찝한 기분이 들었는데, 역시 놈도 별다르지 않았던 거다.
말로는 국가와 국민을 위하는 척 하며 온갖 설교를 늘어놓더니 양재천의 땅이나 사고 말이야.
그래, 장사꾼 생각은 다 똑같지.
이러나저러나 백마아파트를 완판했고, 중도금도 미리 다 받았는데 뒷다리를 잡으려야 잡을 수도 없을 것이다.
솔직히 기초공사에 파일 몇 개 빼고, 건물에 철근 좀 빼고, 전선이며 파이프며 싸구려를 쓰긴 했지만 그따위로 이 공사가 중단될 리 없었다.
대세건설에서 이슈를 해도 그간 떡고물 잔뜩 묻힌 공무원들이 온 몸으로 막아줄 테니 말이다.
솔직히 공무원을 움직일 필요도 없이 기자들에게 돈 좀 찔러주면 다 해결될 일이었다.
대세는 국민기업이라는 소리를 듣는 대기업이라, 언론 플레이에 아주 민감할 수 밖에 없다.
여차하면 아파트 건설 시장을 독점하기 위해 멀쩡한 중견 건설사를 모함하는 것이고, 그로 인해 선량한 분양권자들만 피해를 본다고 기사를 써재끼면 대세건설은 그 즉시 깨갱할 수밖에 없는 거다.
“내가 이겼어! 이겼다고! 하하하!”
생각이 거기까지 닿자 전태수는 웃음이 절로 나왔다. 자신이 생각해도 완벽한 압승이었다.
우찬수 회장도 뾰족한 방법이 없으니 이렇게 조용한 것이 분명했다.
짝짝짝짝.
“감축드립니다, 사장님.”
“으응, 뭐야? 다들 왜 아직 여기 있어? 얼른 가서 일 봐야지.”
문득 뒤통수에서 박수 소리가 나서 돌아보니 아직 임원들이 돌아가지 않고 서 있었다.
평소 보고를 마치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돌아가기 바쁜 놈들이 말이다.
“대부분의 일이 순조롭긴 한데,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문제라니?”
“도로, 도시가스, 상하수도, 전기공사 같은 인프라 관련입니다.”
“그따위가 뭐가 문제야? 그 정도는 서울시 머슴들이 알아서 하는 일이잖아.”
전태수는 인프라 관련해서는 한 푼도 쓸 생각이 없었다. 아파트 입구까지 파이프라인이 딱 도착하면 연결하는 거라면 몰라도 말이다.
뇌물 좀 찔러주고 버티면 다 되는 일이었다.
“그게 최근 토지개발에는 지중화 시설이 기본이지 않습니까. 백마아파트 부지가 워낙 연약지반이라 지중화 공사로 인해 아파트 지반침하 또는 땅 꺼짐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며 정밀 검사가 필요하다는 게 서울시 입장입니다.”
“뭔 개소리야? 우리 백마아파트 지반 공사가 얼마나 튼튼한데 그깟 상하수도 좀 깐다고 지반이 내려앉아? 새끼들, 그새 용돈이 떨어졌다는 거야?”
“나름 건설협회에서도 같은 우려를 하고 있으니 기술적으로 대응방안을 찾기는 해야…”
“대응방안은 무슨, 술자리나 마련해! 불러서 돈 좀 찔러주고, 그냥 밀어붙여!”
“그… 그냥 밀어붙이면 되겠습니까?”
“이 양반들이 오늘따라 왜 이래? 장사 한두 번 해!! 우리가 그간 구청, 시청, 국회 할 것 없이 퍼부은 돈이 얼마인데 그 정도도 해결 못해?”
분양권자를 볼모로 버티다 보면 결국 어려운 일은 세금으로 다하게 되어 있다.
국가가 물과 전기를 공급해주는 것은 당연하지 않나. 국민의 기본권인데 말이다.
“그게 아니라 이처럼 대규모 택지 개발의 경우에는 건설사가 인접도로와 인프라 연결 공사를 하고 그걸 국가에 헌납하는 게 일반적인데…”
“그거야 요령 없는 건설사나 하는 짓이지. 그런데 돈을 쓰면 우리 같은 중견 건설사에 뭐가 남겠어? 특혜받는 대기업 건설사나 그렇게 하라고 해.”
한부건설 임원들이 듣고 보니 그럴듯한 논리이기도 했다.
“사장님, 이런 방법은 어떨까요. 안 그래도 대세건설이 도로공사를 맡을 것 같은데 이참에 주변 인프라도 같이 해야 한다고 하면 어떨지요? 그들도 인프라가 필요하긴 할 것 아닙니까. 저희는 그냥 연결만 하면 되고 말입니다.”
“바로 그거야! 도로 밑에 지중화 터널이 지나가는 건 당연한 거 아니야. 대세더러 공사해서 국가에 헌납하라고 해! 그게 국민기업, 애국기업이라면 응당 해야 할 일이잖아!”
“그렇습니다. 특혜받는 대기업이면 그 정도는 해야지요. 이왕 짓는 인프라에 우리가 파이프 좀 연결한다고 닳는 것도 아니고 말입니다.”
“그렇게 밀어붙여!”
“예, 사장님!”
대세건설을 떠올리자 대번에 해결책을 찾을 수 있었다.
원래 대세가 잘난 척이라면 일가견이 있지.
나를 불러다 한 말이 있으니 이제 와서 발을 빼지도 못할 테고 말이다.
이게 호구를 다루는 방법이지.
아무리 국민기업이니 애국기업이니 해도 그간 촘촘히 먹인 내 뇌물만 할까.
한부건설 임원들은 그제야 안도하며 우르르 사장실을 빠져나갔다.
“하여간 머슴 놈들은 내가 가르쳐주질 않으면 한 발자국도 못 나간다니까. 쓸데없이 돈 쓸 생각만 하고 말이지. 쯧쯧.”
전태수는 임원들의 뒤통수에다 대고 혀를 찼다.
똑똑.
“그래도 시킨 일은 잘하지 않습니까?”
“뭐야? 오늘 출근했더냐?”
부사장으로 임명한 큰아들이 들어왔다.
문하나를 사이에 두고 부사장실을 꾸며줬었다.
“예, 분양 소식은 저도 궁금해서 말입니다.”
“너는 그딴 거보다 저런 놈들을 믿고 맡기면 돈이 줄줄 샌다는 것부터 알아야 한다. 목줄을 딱 쥐고 짤짤 흔들어야, 머슴 놈들이 몇 푼 못 삼키고 벌어온 돈을 토해내는 거다.”
“예, 알겠습니다. 아버님.”
전태수는 자신의 경영 노하우를 큰아들에게 잘도 가르쳤다.
직원들은 머슴에 불과하니, 인센티브나 재량권을 주는 것은 멍청한 짓이라고 각인시켰다.
편법으로 재산을 늘렸던 자신의 노하우는 웬만한 이들은 흉내도 못 낼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이런 일은 어찌 처리하는 게 최선인지 알려주마. 앉아라.”
“예, 아버님.”
전태수는 책상 서랍에서 뇌물 장부를 꺼내 하나하나 짚어가며 누구에게 얼마를 찔러줄 지 계산기를 두들기며 가르쳤다.
한부건설의 핵심 노하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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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뒤, 백마아파트 건설 현장.
삑. 삑. 삑.
“물러서요, 물러서! 접근금지 팻말 안보입니까!”
“이것 보시오, 대체 이게 뭐하는 짓이오?”
백마아파트 현장 소장은 어이가 없었다.
누군가 공사현장 진입을 막고 있다는 소리에 득달같이 달려왔더니, 대세건설이 온갖 중장비를 동원해 공사를 시작하고 있었다.
엄청난 양의 파이프와 전봇대를 쌓기 시작하니 현장진입로는 대번에 막혀버렸다.
간혹 동네 양아치들이 분탕질을 치는 경우는 있어도 이런 경우는 듣도 보도 못했다.
“뭐 하는 짓이라니요, 전봇대 박고 도시가스 관 설치 중인 거 안보입니까! 위험하니, 비키시오. 오라이, 오라이!”
쿵! 쿵! 쿵! 쿵!
이미 한쪽에서는 전봇대를 박고 있었다.
더욱 황당한 것은 그 밑에 가스관을 빙 둘러치고 있었다. 감옥 철책도 아니고, 흉물도 그런 흉물이 없었다.
“미친 겁니까? 아파트 출입구에 전봇대를 박다니. 여긴 강남이오, 강남! 지중화 터널을 뚫어야지요. 대체 이 공사 누가 허가한 겁니까?”
“지중화 터널? 뭔 말을 그리 하시오? 땅 파보시오, 십원 한장 나오나. 공짜로 전봇대 박아주고 전깃줄 연결해주면 고맙다고 절을 해도 모자랄 판에, 에잇 꺼지시오!”
대세건설 현장 소장은 한부건설 현장 소장에게 메가폰을 휘둘러대며 쫓아냈다.
한부건설 소장은 마침 안면이 있던 시청 토목담당 공무원이 나와 있길래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서 계장! 이게 뭐요? 대체 어쩌자고 이런 공사를 허가한 겁니까? 아파트 주 출입로에 전봇대도 모자라 가스관을 두르겠다고요?”
“그게 대세건설이 지중화를 할 돈이 없다고… 시청에서도 예산이 없고… 이게 또 법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서… 에휴.”
“문제가 없다니, 무슨 개소립니까! 요즘 신축 아파트에 전봇대를 두르는 데가 어디 있다고 그러십니까! 당연히 지중화를 해야지요.”
“소장님, 미관상 문제는 법적으로 제재할 수 없는 문제란 말입니다. 게다가, 한부건설에서 인프라 공사는 알아서 하라고 하니 대세건설에서야 공사비를 한 푼이라고 아끼는 게 당연하지요. 젠장… 내 언젠가 이럴 줄 알았다니까.”
서 계장은 한숨을 내쉬며 담배를 꼬나물었다.
분위기를 보아하니 윗선에서도 손을 놓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솔직히 대세가 하는 일에 대한민국에서 뭐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나.
심지어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 일을…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니요! 이렇게 철책 두르듯 하면 주민들은 어찌 지나가라고요?”
“그래서 제가 이리 나온 것 아닙니까. 헌데, 그조차 법적으론 전혀 문제가 없더이다.”
서 계장은 척하니 한부건설 소장에게 조감도를 보여줬다.
아파트 주 출입구엔 계단을 만들어 주민들이 오가게 만들었고, 차량은 가스관 밑으로 2m 정도 개구멍을 파서 드나들게 설계되어 있었다.
마치 어떻게 하면 최대한 불편하게, 보기 싫게 만들 수 있을 지 고민한 것 같은 설계였다.
“이게… 이게… 대세건설의 설계라는 겁니까? 원자력 발전소도 짓는 대세건설이 이따위로 설계를 합니까! 이건 명백히 업무 방해입니다. 업무 방해라고요!”
“어허이, 이 양반이! 우리가 무슨 업무 방해를 했다고 그러시오?”
멀찌감치 서서 연신 호루라기를 불어대던 대세건설 소장이 이맛살을 찌푸리며 다가왔다.
그도 그럴 것이 한부건설 소장이 조감도 보고서를 마구 흔들며 소리를 쳤으니 말이다.
“대세가 무슨 짓을 하는지 이제 똑똑히 알겠군. 우리 일을 방해하려는 거지? 돈 좀 뜯어내겠다는 꼴이 아주 동네 양아치나 다를 바가 없어!”
“이 양반이 아까부터 뭔 헛소리를 그리 해? 이 설계는 행정수도 추진위원회 토목 박사들도 동의한 설계야. 여기서 지중화한다고 땅을 파면 백마아파트 근처 땅이 꺼질 수도 있다고. 여기 지하 수위가 얼마나 높은지 몰라?”
“핑계잖아, 말도 안 되는 핑계! 땅 좀 판다고 우리 아파트가 기우뚱할 거면 무너졌어도 벌써 무너졌어.”
“그렇게 자신있으면 한부건설이 지중화 공사를 하던지. 왜 대세건설 더러 그런 위험을 떠안으라는 거야? 그게 말이야, 방구야? 어?”
대세건설 소장의 말에 한부건설 소장은 잠시 할말을 찾지 못했다.
그렇다고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었다.
이 공사 소식이 본사 귀에 들어가면 당장 옷을 벗어야 하는 일이었다.
“하려면 제대로 해야지. 이게 국민기업에 어울리는 짓이야?”
“야이, 우리가 국민기업이지 자선기업이냐? 우린 양재천 쪽 주상복합 인프라만 신경 쓰면 돼. 빌어먹을, 공짜로 공사를 해주는데 욕은 욕대로 들어먹네! 우 회장님이 울화통이 터질 만도 해! 개 같은 한부건설 새끼들! 너희 일은 너희들이 알아서 하던지, 일 안할 거면 말도 꺼내지 마! 에잇, 퉷!”
대세건설 소장은 쌓인 게 많았던지 속사포처럼 쏘아붙였다.
한부건설 소장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여태 구청이나 시청에 이런 식으로 일을 떠넘기면 어찌어찌 해결되었는데, 대세가 끼어드니 예상밖의 일이 벌어졌다.
“개소리하지마, 이건 명백한 업무 방해야! 이러면 중장비가 지나갈 수도 없단 말이다.”
“어쩌자고? 그럼 인프라 공사를 안 해도 돼? 우리 철수할까? 공사 중단, 그쪽이 책임질 거야?”
“그런 말이 아니잖아. 길은 내줘야 할 거 아니야! 우리도 공사를 해야지.”
“남쪽으로 돌아가! 거긴 양재천 쪽이라 지중화 공사를 할거야!”
한부건설 소장은 그 말에 귀가 번쩍 뜨였다.
남쪽은 지중화 공사를 하고 북쪽은 지중화 공사를 안 한다는 게 말이 안되는 것 아닌가.
양쪽 공사현장의 사진을 찍어서 본사에 보고하면 될 것 같았다.
그러면 본사가 나서서 대세건설이 의도적으로 아파트 분양권자들의 재산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압박할 수 있을 거다.
한부건설 소장은 냅다 남쪽으로 달려갔다.
“… 시발… 여긴 또 뭐야?”
양재천 쪽으로 내려온 한부건설 소장은 북쪽보다 더욱 어이가 없었다.
엄청난 숫자의 불도저와 포크레인이 땅을 파고 있었다. 대체 이런 규모의 중장비가 하루아침에 어디서 나타났는지 기가 질렸다.
삐익! 삐익! 삐익!
“거기 누구야! 위험해! 비켜! 비키라고!”
어디선가 득달같이 담당자가 달려와 한부건설 소장을 밀어냈다.
“당신들 대체 뭐하는 짓이오?”
“허, 한부건설 직원이었군. 걱정 마시오. 지중화 터널 북쪽으로는 격벽을 쌓아서 지하수위가 내려가지 않도록 조치할 테니, 그쪽은 그쪽대로 지반공사를 하시면 됩니다.”
“… 우리더러 공사장 진입하려면 다리라도 놓으라는 거요?”
“두어 달만 참아주시오. 철판으로 임시가교를 만들어줄 테니. 급하면 동쪽으로 돌아가시고.”
한부건설 소장은 얼이 빠져서 소리지를 힘도 없었다. 두 달간 아파트 공사를 중단하란 말인가?
동쪽이든 서쪽이든 가봐야 또 다른 짓을 하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대세건설은 백마아파트를 완전히 포위하려고 작정을 한 거다.
본사는 대체 어쩌자고 대세를 건드려 가지고…
모자란 놈도 아니고…
‘아니지, 이럴 때가 아니야!’
한부건설 소장은 자신의 머리통을 쳐댔다.
당장 사표 던지고, 사람 부족하다고 아우성치는 중동으로 튀는 게 사는 길이었다.
< 467 : 오도 가도 못하게 > 끝
ⓒ 푸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