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How I Became a Chaebol RAW novel - Chapter (471)
나는 이렇게 재벌이 되었다-471화(471/5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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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71 : 봇물 터지듯 >
“예. 저도 그 생각을 안 한 건 아니지만 이란 쪽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새로 집권할 정권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탐색이 필요하고 말입니다.”
조만간 호메이니가 집권할 테니 생필품 무역 외의 사업은 쉽지 않을 것이다.
사실 공사를 마무리하고 투자금을 상계한다고 해서 내게 크게 이익이 되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오히려 미국의 경제 제재가 계속 심해질 테니, 생필품 교역의 규모를 늘려나가는 게 최선이다.
교역 규모를 점점 늘려가면 결국 이란산 초경질유와 LNG는 우리가 독점할 가능성이 높아질 거다.
갑갑해도 기다려야 한다.
“그러면 이란 쪽은 지금처럼 생필품 위주로 가고 차라리 베트남 쪽은 어떤가? 전후복구 사업이 분명 필요할 테니, 임자가 일거리를 따내고 그 값으로 쌀이든 석탄이든 가져올 수 있지 않겠나?”
“제 인맥을 동원해서 의사 타진은 한번 해보겠습니다. 베트남이 전후복구 사업에 얼마나 진심으로 나설지부터 알아야 하니 말입니다.”
전후복구를 해주고 쌀이라도 받아오라는 대통령의 말에 순간 우리나라가 아직 중진국도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그래! 순전히 내 감이지만, 전후복구 사업에 크게 투자할 것이 분명해. 중공을 성공적으로 쳐냈으니, 소련의 지원이 크게 늘 것 아닌가.”
“그리 생각하십니까?”
“그럼! 소련도 오일머니가 상당한데다, 쿠바 쪽을 포기한 마당에 인도차이나반도까지 포기하진 못할 거야.”
듣고 보니 상당히 일리가 있었다.
권력자는 권력자의 속내를 짐작하는 모양이군.
여하튼, 일전에 레둑토 외무성이 내게 대가를 가져오겠다고 한 기억도 같이 떠올랐다.
중월전쟁에서 승리를 하면 본격적으로 전후복구사업에 나서겠다는 말일 수도 있겠군.
립서비스 정도가 아니라, 고델 장군을 통해 적극적으로 알아봐야겠다.
“무슨 말씀이신지 알겠습니다. 적극적으로 수주를 따오겠습니다.”
정부가 이렇게 적극적으로 밀어준다면 주저 할 이유가 없지.
카터 정부가 레임덕에 빠진 이때 베트남에 접근하는 게 훨씬 나은 전략이기도 했다.
나중에 레이건 정부가 들어서더라도 새로이 진출하게 허가해 달라는 것보다, 하던 일을 계속하게 해달라고 하는 게 훨씬 딜하기 쉽지 않나.
설득보다 허락이 쉬운 건 집안일이나 국가 간 외교나 똑같다.
여하튼 베트남 전후복구사업의 규모가 어느 정도일지는 모르겠지만, 뀌년 5인방은 다들 좋아하겠군.
솔직히 규모가 컸으면 좋겠다.
그럼 사이공 앞바다의 메콩강 델타 영역에서 유전 개발을 대가로 받을 수도 있지 않을까?
중소형 유전이 널려있는 곳이고, 수심도 얕아서 나이지리아에서 썼던 FPSO 모델을 그대로 적용할 수 있으니 말이다.
거기서 서로 신뢰가 쌓이면 뀌년 앞바다 심해유전 개발도 시도해볼 만 하다.
몇년 내로 미 해군에서 컴퓨터 위치제어 기술이 등장할 테고, BR사를 통하면 충분히 라이선스를 사 올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민간차원의 접근이라고 한정 짓고 미국 인맥들을 최대한 다독거리긴 해야 할 거야. 카터가 날 비난하는 거야 신경 쓸 것 없고 말이지.”
대통령은 서둘러 미국을 한번 방문하라는 뜻을 내비쳤다.
“혹시 미 정계에 전달하실 메시지라도 있으신 겁니까?”
“외교가에 카터 정부가 한국 정부를 벼르고 있다는 소문이 퍼지고 있으니 허리를 굽히는 모양새 정도는 취해줘야지.”
“우리나라를 벼르고 있다니요…”
“그럴 법도 하지 않나. 자칭 지구 대통령이라 자부하는 미국 대통령인데, 최근 이란혁명이며 중월전쟁이며 뜻대로 돌아간 게 없으니 말이야. 한국의 독재자를 끌어내리는 게 남은 목표가 될 수도 있지.”
상황분석은 아주 날카로웠다.
미국의 영향력이 중동에서도 줄었고, 인도차이나반도에서도 줄었는데, 동북아시아에서도 줄어들면 곤란하지 않나.
심지어 대만이 삐딱선을 타고 있는데, 대한민국마저 엇나가기 시작한다면 카터는 미국 역대 대통령 중 가장 처참한 외교를 한 양반으로 남게 될 것이다.
“대통령님, 아무리 미국 대통령이 세계 대통령이라고 하지만 그런 내정간섭은 불가합니다.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아니야, 남은 카드는 그것 뿐이야. 어느 나라가 되었건 독재정권의 교체를 끌어내면 카터는 지지세력을 결집할 명분이 될 거야. 인권외교를 충분히 광고할 수 있지. 내가 딱 좋은 먹잇감이야.”
“대통령님…”
“왜 그런 표정인가? 내가 귀가 먹은 것도 아니고 하루가 멀다고 야당이 독재자라고 욕하는데 내가 모를 리가 없잖아.”
“어느 나라나 정쟁은 있기 마련입니다.”
빌어먹을, 왜 날 앞에 두고 정치 얘기를 계속하는 건가? 한시바삐 독대를 마무리 짓고 청와대를 빠져나가고 싶었다.
내가 그동안 국내에 너무 오래 머물렀군.
이런 정치질에 얽혀서 좋을 게 하나 없다.
서둘러 해외 수주나 따러 나가야겠다.
“내가 독재를 하고 싶어서 하는 게 아니야! 나라가 위기에 직면하면 지도자는 독재자라는 비난을 받더라도 나라부터 구해놔야 하는 거야. 스스로 자립할 경제발전과 감히 북괴가 넘보지 못할 자주국방만 이룩하면 내가 알아서 내려갈 텐데, 왜 사람들은 기다려주질 않는지 모르겠어!”
대통령은 말을 하다가 감정이 격해졌던지 탁자를 텅하고 치더니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곤 속이 탄다는 듯 담배를 꼬나물었다.
나는 박 대통령의 말에 뭐라 할 말이 없었다.
솔직히 이 양반의 진심이 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렇게 국가를 생각하는 양반이 어째서 김중필 같은 사람은 후계자로 내세우는 건가?
이대로 대통령을 계속하는 것은 힘들겠다는 생각에 허수아비를 세우겠다는 걸로 밖에 해석이 되지 않는다.
아무리 허수아비라도 김중필은 아니지.
그를 내세우는 것 자체가 국민적 열망을 모독하는 일이다. 100 프로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는 납득이 가는 사람이어야 했다.
내가 복잡한 표정을 짓자 대통령은 창밖으로 고개를 돌리더니 담배를 깊게 빨아댔다.
“… 그거, 어떻게 되어가고 있어?”
“기존 연구는 어느 정도 완료가 되었습니다만, 기폭 장치에 대한 것은 전혀 정보가 없어 진전이 더딥니다. 시간이 좀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그 기폭장치가 특별한 건가? 강력한 폭약으로 농축 우라늄을 터뜨리면 되는 것 아닌가? 우라늄 농축 기술은 다 완성했다면서.”
“그런 식의 단순한 기폭장치라면 전술적 안정성을 보장할 수 없습니다. 자칫 아군 영역에서 오폭이라도 발생한다면 대재앙이지 않습니까? 분명 핵분열을 통제하는 방법이 반드시 있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그런 기술이 없다면 차라리…”
솔직히 나도 원폭의 기폭장치에 대해서는 아는 게 거의 없다.
원폭의 단면 구조는 달걀처럼 층층 구조이고 기폭 장치를 폭약렌즈라고 부른다는 것만 얼핏 들었을 뿐, 그 핵심 기술이 무엇인지 감을 잡지 못하고 있다.
결국 만들어야겠다고 결심이 서면 위험을 무릅쓰고, 인도나 프랑스 이스라엘 등을 통해 정보를 빼낼 생각을 해야 하는 거다.
“그만! 그 개발이 쉽지 않다는 건 세상 사람 모두가 다 알아. 하지만, 임자라면 아무리 어려운 일도 해내잖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런 말은 필요 없어. 언제까지 하겠다… 아니, 1984년까지는 꼭 완성해야 해!”
대통령은 내게 손가락까지 흔들며 압박했다.
그가 생각하는 1984년은 10대 대통령 임기가 끝나는 해다.
그 뒤로는 정말 권력유지가 힘들 거라고 여기는 모양이다. 원폭을 완성하고 상왕 정치를 하겠다는 의도로 보였다.
원폭을 보유하면 미국 눈치도 볼 필요가 없다는 생각인 건가? 그런 의도로 원폭을 개발하는 것은 정말로 위험한 발상이었다.
솔직히 원래 역사대비 우리 경제발전 속도가 훨씬 빠른 데다,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도 낮아진 마당에 원폭 개발이 필요한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물론 지정학적 위치를 생각하면 있으면 당연히 좋긴 하겠는데 말이지.
“반드시 해내겠습니다.”
나는 냉큼 립서비스를 했다.
굳이 못한다고 할 필요가 뭐가 있나.
빨리 이런 자리를 벗어나는 게 중요하지.
괜히 이런 일로 스트레스 받을 필요 없었다.
솔직히 대세가 아니면 이런 연구를 할 수 있는 기관이 어디 있나?
어차피 나밖에 대안이 없다.
ADD? 원자력연구소?
21세기면 몰라도 70년대엔 불가능하다.
연구개발은 열정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돈이 필요하거든. 특히 맨땅에 헤딩하는 경우엔 더욱.
“그래, 그리 말할 줄 알았어.”
대통령은 내 어깨를 두드리면 만족스러워했다.
“감사합니다. 그럼, 다음에 해외수주라도 따내고 보고드리겠습니다.”
“그래, 그때쯤이면 내각도 안정되었을 테니 분위기도 지금처럼 어수선하지는 않겠지”
오늘따라 유독 힘겨운 독대가 드디어 끝났다.
밖에서 기다리던 염 수석이 신임 비서실장과 경호실장을 만나보겠냐며 묻기에 정중히 거절했다.
이제 웬만한 일에는 청와대에 오지 않을 거라서 말이다.
대통령은 언제부턴가 내게 경제 얘기보다 정치 얘기를 더 많이 하기 시작했다.
뭔가 많이 변해버렸다.
그도… 나도…
***
며칠 뒤, 가로림만 건설현장.
쏴아아아아…
“어서오십시오, 회장님.”
“드디어 때가 왔다고요? 하하하.”
나는 김춘석 이사를 보자마자 반갑게 악수를 나눴다. 우비를 입고 있어 흙탕물에 젖은 손이었지만 건설쟁이들끼린 아무 상관없었다.
“예, 회장님. 정말 하늘이 돕는 것 같습니다. 장마철도 아닌데, 사흘째 비가 내렸습니다.”
다른 지방에는 하루 정도 비를 뿌리고 말았는데, 서해 쪽만 유독 3일 연속 폭우가 쏟아졌다.
“대체 측정 말뚝을 몇 개나 박은 겁니까?”
비는 잦아들었지만, 아직도 가랑비가 흩뿌리고 있고 시간도 이른 새벽이라 현장을 제대로 관측하기는 힘들었다.
하지만 대충 살펴봐도 현장 곳곳에 꽂힌 말뚝이 수백 개는 족히 넘는 것 같았다.
“총 913개를 박았습니다.”
“거의 1000개나 박았군요. 여기 기반암이 복잡하긴 했나 봅니다.”
“예, 회장님 말씀대로 여기 기반암은 매우 불규칙한 구조로 지하수를 가두고 있는 것이 확실합니다. 수맥을 터뜨리려면 한 번의 기회밖에 없으니 신중하게 측정했습니다.”
가로림만 공단 부지는 총 3억평.
해안을 따라 사선으로 길게 뻗어있는 땅이라 사람에 따라 낫이나 초승달을 연상하게 한다.
그중 인천에 가까운 북동쪽 땅은 한이석유를 비롯해 석유화학 계통의 공장을, 군산에 가까운 남서쪽 땅은 제2종합제철소를 짓기로 했다.
한이석유쪽 공사는 아주 순조로운데 반해, 제2종합제철소 부지는 기초공사부터 난항을 겪었다.
아무리 딥웰(Deep Well)을 파서 지하수를 뽑아내도 땅이 단단해지지 않았고, 비만 오면 대번에 뻘로 변하는 아주 희한한 땅이었다.
기초를 다지고 말뚝을 아무리 많이 박아놔도 며칠만 지나면 말뚝 자체가 기우뚱해져 버리니 난감하기 그지없었다.
그렇다고 설계를 변경할 수도 없는 게 그런 땅이 자그마치 6천만평이나 되었다.
3억평 계획에서 6천만평을 어떻게 포기하나.
결국 우리는 면밀한 지질조사를 실시했고 여기 땅이 물 위에 떠 있는 꼴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즉, 기반암이 자연적인 댐처럼 지하수를 가두고 있는 특별한 지형이었던 거다.
산전수전 다 겪은 나조차 놀랄 만한 결론이었지만, 그제야 뻘밭에 뜬금없이 돌산이 삐죽삐죽 튀어나온 이곳 지형이 이해되기 시작했다.
여기 기반암은 아주 울퉁불퉁해서 거대한 돌산은 물론 거대한 지하호수를 내포하고 있는 거다.
솔직히 설악산이 지하에 잠겨있는 꼴이라고 해도 무방할 거다.
그러니 우리가 아무리 물을 빼내도 비만 오면 지하 수위가 급격히 높아지는 것이다.
“그래요, 과하다 싶을 정도로 신중해야지요. 폭약 설치는 어디 어디에 한 겁니까?”
“이 지도를 보시면 됩니다. 여기 W12번 구역부터 20번 구역까지 순차적으로 설치했습니다.”
“정말 지하에 댐이 곳곳에 있는 모양이군요.”
“예, 대략 15m에서 깊은 곳은 30m 높이의 바위 댐이 늘어서 있다고 생각됩니다. 지금 빗물로 지하수위가 잔뜩 높아진 상태에서 바위 댐에 균열을 일으킨다면…”
“대규모 산사태… 아니, 홍수를 보는 겁니까?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군요.”
“그게 무엇이 되었든 세계 토목역사상 가장 화끈한 기초공사가 될 것 같습니다.”
“하하하하. 그래요, 어디 한번 터뜨려봅시다.”
나는 짐짓 크게 웃었지만 따라 웃는 이가 없었다.
오히려 긴장감이 더욱 높아졌다.
기반암에 균열을 가해 지하수를 바다 쪽으로 유도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전세계에서 처음인 것 아닌가.
“회장님, 여기 있습니다.”
김춘석 이사가 발파 스위치를 내밀었다.
“지금 시간은 적당합니까?”
“예, 지금부터 2시간 동안 최대 간조 시간대입니다.”
“각 발파별 딜레이 타임은 얼마죠?”
“총 8곳, 각 발파 지역별 딜레이는 1초입니다.”
“다들 안전지역으로 대피는 했습니까?”
“예, 모두 대피했습니다. 안전! 안전! 안전!”
“안전! 안전! 안전!”
김춘석 이사의 구호에 현장 사무실 근처에 모여든 직원 전원이 안전을 외쳤다.
<잠시 후 W구역에서 폭파가 있겠습니다. 전원 안전지대로 대피하시기 바랍니다. 다시 한번 알립니다. 잠시 후…>
그와 동시에 비상 사이렌도 울리며 혹시나 모를 인원에 대해서 대피명령을 내렸다.
나 또한 심호흡을 하며 쌍안경으로 현장을 다시 한번 살펴보았다.
지질 측정용 말뚝 위에 나부끼는 깃발을 제외하면 보이는 거라곤 드넓은 뻘밭과 그 바깥으로 펼쳐진 수평선 뿐이었다.
“카운트다운! 10초!”
“카운트다운, 10, 9, 8… 3, 2, 1, 발파!”
“발파!”
나는 폭파 스위치를 힘껏 눌렀다.
쾅! 콰쾅! 쾅! 콰콰콰쾅! 쾅!
가까운 곳부터 바다 쪽으로 멀리 폭약이 터져나갔다. 단 한번의 기회밖에 없기에 폭약을 아낌없이 퍼부었고, 폭약이 터져나갈 때마다 심장이 쿵쿵 울릴 정도로 강력한 진동이 느껴졌다.
우르르콰쾅~
“어어?”
“으헉! 저게 무슨 일이야!”
나도 처음 보는 관경이었다.
착시현상인지 거대한 뻘밭이 출렁출렁 대는 것처럼 느껴진다 싶더니 땅이 쑥쑥 꺼지며 대규모 산사태? 아니… 대규모 흙탕물이 바다 쪽으로 쏟아져 내렸다.
겨울철 깡말라 버린 계곡에 갑자기 급류가 밀어닥치듯 무서울 정도로 엄청난 수량이 토사와 함께 흘러내렸다.
“둑이… 둑이 무너졌다아아아아!!!”
“와아아아아아아! 만세!!!”
누군가가 둑이 무너졌다며 환호하자 모두 양팔을 번쩍 들며 만세를 외쳤다.
정말 봇물이 터졌다는 말밖에는 표현할 길이 없었다. 이 정도 지하수를 그냥 두고 공사를 강행했다면 십중팔구 건물들은 십년도 버티지 못하고 무너졌을 것이다.
“으아아아, 성공입니다. 회장님!!!”
“멋집니다! 정말 멋집니다.”
두 번의 인생 전체를 통틀어 이런 멋진 광경은 처음이었다. 마치 홍해가 갈라지듯 뻘밭에서 실시간으로 물이 빠지고, 저 멀리 돌산까지 마른 땅이 드러났다.
“회장님! 위험합니다.”
“위험하긴요! 마른 땅입니다. 마른 땅!”
자그마치 6천만평의 마른 땅이 생겼다.
“와아아아아아!!”
직원들은 나를 따라 바싹 마른 땅을 밟고 돌산으로 뛰어갔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돌산 정상에 올랐다.
봇물이 터져 흘러나간 해안가쪽을 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으아아?”
“저… 저거… 회장님!!”
“하하하하! 공짜로 항구가 생겼군요.”
“만세!! 대세건설 만세!!!”
지하수가 쓸고 내려간 해안가는 움푹하게 꺼져 거대한 만(灣)처럼 모양이 바뀌었다.
그 양옆으로 우뚝 솟은 돌산은 마치 항구로 들어오는 배를 맞이하는 수문장 같은 모습을 뽐냈다.
쏴아아아…
급기야 시꺼먼 뻘밭이었던 해안가는 기반암이 토해낸 모래로 뒤덮여 반짝거렸다.
“환호하십시오. 우린 이 항구를 발판으로 더 멀리 나아갈 것입니다.”
“우와아아아아아!”
“만세! 대세 만세!!!”
“대한민국 만세!!”
서해에, 그것도 중부에 이런 멋진 천연 항구라니… 수평선 너머 중국이 바로 닿을 것 같았다.
어느새 구름이 걷히고 머리 위쪽으로 해가 둥실 떠올랐다.
갑갑한 가슴이 확 트이는 기분이었다.
< 471 : 봇물 터지듯 > 끝
ⓒ 푸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