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How I Became a Chaebol RAW novel - Chapter (475)
나는 이렇게 재벌이 되었다-475화(475/5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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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75 : 결정은 나의 몫 >
며칠 뒤, 8월 어느날.
초임계압 화력발전소의 설계 현황을 잠시 챙기고, 다른 계열사에 들르지 않고 곧바로 퇴근했다.
장인어른이 한국에 오신다니 식사라도 같이 해야 하지 않겠나.
“아빠!!!!!”
“어이쿠, 우리 유진이 정말 빠른데?”
정원으로 들어서자마자 어디선가 유진이 녀석이 냅다 달려와 내게 안겼다.
이제 개구쟁이 티가 물씬 풍길 정도로 잘도 뛰어다닌다. 우리 집 정원의 넓은 잔디밭은 동네 아이들의 놀이터이기도 하니 뜀박질이야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아빠! 할아버지가 놀러 왔어. 이모도 같이!”
“이모?”
“머리를 이렇게, 이렇게 넘기는 이모 말이야.”
“하하하, 낸시 이모가 왔구나.”
낸시는 간혹 머리를 뒤로 넘기며 잘난척하는데, 그 모습을 유진이가 흉내 내니 너무나도 웃겼다.
내겐 직계 친척이 없기에 유진이는 보는 사람마다 친척의 호칭을 사용했다.
다들 유진의 친척으로 불리는 것을 아주 즐겁게 생각해주었기에 더욱 좋았다. 실버조차 자기 입으로 삼촌이라며 유진을 귀여워했다.
“오늘도 수고 많았어요. 찬수 씨.”
“장인어른 오셨다면서요?”
언제나 볼 키스로 맞이해주는 페기.
나에게 집은 늘 안식처다.
“뒤뜰에 계세요. 전 유진이 씻기고 갈게요. 이 녀석 오늘 온종일 샤워 한 번 안 하고 뛰어놀았어요.”
“으앙, 나 아빠랑 놀 거야.”
“씻고 놀아. 밥도 먹고.”
페기는 유진이를 훅하니 옆구리에 끼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잠시 자리를 비켜주는 걸 보니 비즈니스를 논할 일이 있다는 뜻이었다.
“어서 와, 사위!”
“CS, 정말 오랜만이에요. 잘 지냈죠?”
“다들 반갑네요. 헌데, 벌써 파티를 시작하신 겁니까?”
반갑게 포옹 인사를 나눴는데, 이미 장인은 삼겹살에 소주 한잔을 걸친 상태였다.
정원 정자에 놓인 화로에 참숯을 채우고 삼겹살을 구워 먹는 거라 그 모습이 정겨웠다.
“자네 말대로 한국에 왔으면 삼겹살에 소주는 불문율이 아닌가? 어쨌든 베트남에서 멋진 소식이 날아올 시간에 맞춰 찾아온 거야. 축하주부터 건네도 되겠나?”
“CS, 드디어 때가 왔다면서요? 건배부터 해요.”
둘은 흥분된 표정으로 내게 소주잔을 건넸다.
“그래요, 일단 건배부터!”
일단 술잔을 부딪히고 훅하니 들이켰다.
톡 쏘는 소주에 상추쌈 크게 싸서 먹으니 천상이 따로 없었다.
“말해보게. 베트남 계약 건으로 내가 도와줄 것은 없겠나?”
“장인어른께서 발전소 건설에 참여하시게요?”
“CS, 그거 말고요. 사이공 근해의 조광권을 확보했다면서요. 거기에 유전이 있는 거예요? 탐사는 해본 거예요? 뀌년 앞바다 개발은 묵혀둘 생각인 거예요?”
“진정해요, 진정. 일단 한가지씩 하자고요.”
나는 삼겹살을 화로에 얹으면서 둘을 진정시켰다. 아무래도 고델 장군이 대충 알려준 것 같았다.
하긴 신경 써서 텔렉스를 날려줄 만큼 친절한 양반은 아니지. 자세한 내용은 내게 알아보라고 대충 텔렉스를 휘갈겨 보냈을 것이다.
“사위, 지분은 어찌 나누기로 했나? 그것부터 묻고 싶군.”
“베트남이 40%, 뀌년 행정부와 제가 도합 60%를 행사할 겁니다. 여태 해왔던 것처럼 지분을 나누면 될 것 같습니다.”
고델 장군과 밴 플린트 장군이 각각 지분 5% 정도를 가지고 나머지를 나, 장인, 낸시가 기여도에 따라 나누게 될 것이다.
각각 로비, 직접투자, 시공, 재원조달, 물류 및 판매 등등으로 할 일을 나눌 테니 말이다.
“이야, 지분 60%를 얻다니 대단하네요. 유전은 자이언트 급이에요?”
“그건 모르죠. 하지만 메콩강 델타 유역의 지형이 나이지리아 니제르 델타와 아주 흡사합니다. 가능성은 충분해요.”
“와우! 맥파젠이 그리 자랑하는 니제르 델타에 버금간다고요? 대박이네요! 대박!”
“아직 아닙니다. 탐사부터 해보고 난 뒤에.”
낸시는 한국인처럼 연신 대박을 외쳐댔다.
“음, 니제르 델타를 예로 드는 걸 보니 중소형 유전이 흩어져있을 거라 여기는 모양이군.”
“예, 그렇습니다. 드릴쉽과 FPSO를 운용할 계획입니다. 장인께서 좀 투자를 해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물론이지. 사위가 가능성이 높다고 하는데 당연히 발주해야지.”
“일단 탐사에서 좋은 신호가 나온다고 해도 뜸은 좀 들일 생각입니다. 본격적인 시추는 내년 중순 이후에나 해야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카터가 탐탁지 않게 생각할 거라 그 말이지?”
대번에 장인은 내 속내를 읽었다.
자원외교는 아주 어렵다.
솔직히 미국이 검문검색을 핑계로 우리 유조선만 몇 번 멈춰 세우면 손해가 이만저만 아니다.
“예, 그렇습니다. 제가 베트남에 석탄화력발전소를 지어주고 전후복구 사업에 나서는 것도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을 겁니다. 이번에 카터는 중공 편을 들었는데 말입니다.”
“나와 밴 플린트 장군이 나서면 압박 따윈 걱정할 필요 없지만, 굳이 드러낼 이유는 없지. 좋아, 내년 중반에 시추를 하면 본격 생산은 차기 정권에서 하게 되겠군.”
“정말, CS는 정치적이지 않다고 말만 그러고 누구보다 정치적이라니까.”
“솔직히 카터 정부도 한국이 대만을 통해 베트남에 무기를 지원했음을 뻔히 알고 알잖아요. 벼르고 있을지 누가 압니까?”
“알아도 뭐 어쩔 거예요? 지금 카터는 제 코가 석 자인데. 그리고 베트남에 미사일을 판 건 미국 정계도 일견 환영하는 분위기라고요. 베트남이 쏜 것이긴 하지만, 어쨌든 중공이라는 공산주의자들을 향해서 쏜 건데 나쁠 게 뭐가 있어요.”
미국 입장에선 중공의 힘을 줄였다는 건 아주 희소식이었다.
이번 중월전쟁은 미국 정계의 파벌에 따라 환호와 아쉬움이 교차했던 만큼, 내가 석탄화력발전소 정도를 지어주는 것은 크게 문제가 안 될 거다.
하지만, 유전 개발은 전혀 다른 얘기지.
장인을 필히 끼워야 하는 일이다.
그리고 본격 양산은 레이건 정부 때 해야 수출에 잡음도 없을 것이다.
“그것도 그렇고, 펄프 사업부터 하면서 베트남 정부를 일정 기간 관찰할 필요도 있습니다. 이란처럼 정변이 일어날 수도 있고, 우리 뒤통수를 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으니까요. 베트남 정부 내에 우리 인맥도 구축하고, 보험도 이것저것 들어놔야 합니다.”
“사위 말이 옳아. 조심해서 나쁠 것 없지. 그리고 이란의 가치샤란과 비슷한 일을 또 당하면 우리 록펠러 가문 이미지도 망치는 일이야. 신중하게 접근하자고.”
자칫하면 장인도 DBB도 글로벌 호구 취급을 당할 수 있다. 이란 사태로 실제로는 돈을 벌었다고 해도 겉으로는 프로젝트도 망가지고 빌려준 돈도 떼인 것 아닌가.
“예, 제가 내년 중반까지 베트남 정부와 일해보고 유전개발에 어떻게 나서면 될지 상의드리겠습니다. 그때쯤이면 뀌년 앞바다의 유전 개발 전략도 세울 수 있을 겁니다.”
“좋아! 좋아. 아주 좋아.”
“CS 말을 들으면 내후년쯤엔 뀌년이 홍콩과 싱가포르를 압도할 게 너무나도 확실해 보이네요. 원유현물시장이 있는 데다 그중 일부는 직접 퍼 올린 원유잖아요.”
“그게 우리들의 큰 그림이죠.”
큰 그림이 서서히 윤곽을 드러내고 있었다.
게다가 내년 말쯤 가동을 시작할 중부공단과 연계하면 대한민국이라는 세계공장의 글로벌 판매대리점이자 쇼윈도의 역할을 톡톡히 하게 될 거다.
“이보게, 사위. 그런데 고델 장군의 말로는 베트남에 최신식 석탄화력발전소를 지어준다던데, SMR에는 크게 문제없겠나?”
“문제없습니다. 무연탄을 사용하는 발전소라 타겟 층이 전혀 다릅니다. 프랑스 SMR 건설 관련 자금조달 문제라면 과감하게 추진하셔도 됩니다.”
우리가 밥콕앤윌콕스社를 완전히 밟아준 데다 스리마일 원전에 대한 안전성 우려가 대서특필된 바람에 프랑스 원전 사업은 떡하니 DBB로 떨어졌다.
프랑스 정부가 밥콕앤윌콕스社를 감리사로 추천한 프랑스 건설사의 실력을 믿지 못하겠다고 말이다. 그들이 봐도 원전 건설에 있어서는 자존심보다 안전이 우선이니까.
결국 DBB가 초기 시범사업으로 원전 4기를 짓기로 했고, 장인이 상업차관을 제공하기로 했다.
솔직히 벡텔사가 맡은 원전의 2차 계통 시공도 현산이나 도림이 맡을 가능성이 99%라, SMR 사업은 우리나라가 2차 오일쇼크를 극복하는데 아주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심지어 국제 원전 스펙을 DBB가 제시하는 스펙 기준으로 재검토하기로 업계가 나서고 있는 만큼, 한국형 SMR은 승승장구할 일만 남았다.
“좋아! 좋아. 아주 좋아. 석탄이든 석유든, LNG든 연료로 뭘 쓰던 발전소란 발전소는 우리 사위가 싹쓸이 했으면 좋겠어!”
장인은 내 어깨를 기분 좋게 두들기며 소주잔을 채워주었다. 세계 최고의 부자와 함께 소주를 나누다니 새삼 신기한 느낌이 들었다.
“CS, 돈 버는 얘기는 그쯤하고 요즘 한국 정세는 어때요? 연신 카터 정부는 한국의 독재 정부만큼은 제대로 처리하겠다고 압박 수위를 높이는 모양새인데 말이죠.”
그래, 미국에서도 국내에서도 아주 난리군.
미국에서는 독재라고 난리고 국내에서는 이 기나긴 독재를 어떻게 하면 후계자를 둬서까지 이어갈지 난리고.
“뭐 상황이 달라진 것도 아니고, 딱히 내가 나설 일은 없을 거 같군요.”
“아뇨, 이번엔 조금 다를 것 같아요. 카터가 직접 밴스 국방장관을 특사로 파견할 거예요.”
“특사를 보내온다고요? 무슨 이유로요?”
“명목상 중공과의 관계 정상화, 중동평화의 실현, 소련과 제 2단계 전략무기제한협정을 완료했기에 남은 건 한반도에 평화의 기적을 만들어낸 위대한 정치가라는 타이틀이 필요하다고 하더군요.”
어이없는 소리다.
그중에 제대로 된 것이 단 한 개도 없다.
미중관계 정상화는 대만이라는 오래된 우방과의 단교로 이어졌으니 미국내 보수세력을 자극했고, 이스라엘과 이집트의 중동평화 협정도 돈을 주고 사들인 평화라고 비웃음을 사고 있었다.
이스라엘과 이집트가 평화협정을 맺는데 미국 정부가 양국에게 엄청난 규모의 군사 및 경제원조를 약속한 것 자체가 미국인들로선 어이가 없었거든. 이란이라는 화수분을 발로 차버리곤 말이다.
와중에 소련과의 전략무기제한 협정이야 광을 팔아 볼 법하지만, 그건 닉슨 정부의 유산이었다.
“풉, 웃기는 놈이야. 제 뻘짓을 이 먼 한국 땅에서 벌충하려고 들다니.”
장인은 웃었지만 나는 웃을 수 없었다.
이 시대의 미국 대통령이라면 남의 나라를 좌지우지 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한국 정부도 미국 의도를 알고 있습니까?”
“대충 알 거예요. 한국 정부도 제 발 저린 구석이 없진 않잖아요. 게다가 카터 정부도 이번엔 한국을 압박할 방법을 잘 마련한 것 같아요. 한국의 국방비 지출을 33% 가량 확대하라고 말이죠.”
“미… 미친… 그걸 말이라고 합니까? 지금도 우리나라는 연간 예산의 25%를 국방비로 쓰는데 거기서 33%를 늘리라고요?”
지금도 국방예산은 과도할 정도다.
나라 전체 예산의 25%, 금액으론 33억불 정도로 GNP의 4%를 넘는 금액이다.
그걸 33%나 올려? GNP의 5% 이상을 국방비에 쏟아부으라는 건데, 전쟁 준비라도 하자는 거야?
아무리 분단국가라도 너무 과도한 국방비다.
“그만큼 미국산 무기의 수입을 늘리라는 말이나 다름없죠.”
“대만에 팔았던 무기 수출의 이득을 내놓으라는 의미군요.”
“… 쩝, 그런 셈이죠.”
“거부한다면요?”
“옥포 조선소의 항공모함 수리 허가를 취소하겠다고 나올 거예요.”
빌어먹을 카터.
내 조선소를 끌고 들어가냐.
“낸시, 막아줘야죠.”
“당연하죠. 그래서 내가 먼저 날아온 거잖아요. 밴 플린트 장군도 워싱턴으로 날아가 로비를 하고 있으니, 허가를 취소하진 못할 거예요.”
“정보도 활동도 모두 고마워요.”
밴스 국방장관을 견제하러 날아온거네.
어쩐지 실버 대신 낸시가 직접 한국을 방문했기에 의외였다.
“고맙긴요. 그보다 CS는 연말까지 뀌년에 있는 게 어때요? 괜히 불똥 튀지 말고요. 한국도 국방비 증액은 어느 정도는 해줘야 할거예요.”
괜히 국내에 있다가 쌈짓돈 뺏기지 말라는 의미였다. 대만의 무기수출로 얻은 이득의 일부를 내놓으라고 하면 안된다고 버팅길 수는 없으니까.
“이게 다 카터의 실책에서 비롯된 일이야. 대만을 잃고 중공을 얻은 거야 그렇다 쳐도, 최근 이스라엘과 이집트의 평화조약은 셈법이 안 맞지. 이란이라는 돈주머니는 잃고, 딴 나라 평화조약에 돈주머니를 풀다니 말이지. 한국에서라도 돈을 좀 뜯어내야겠다는 생각인 거지.”
“미국으로선 푼돈 아닙니까.”
“자네도 뻔히 알잖나. 카터로선 명분이 중요할 뿐이야. 한국 정부의 국방비를 증액시켜 선거공약으로 내걸었던 주한미군 철수의 발판을 만들었다고 선전할 수 있는 거야.”
“벌써 대선 준비를 하는 겁니까?”
“이란 사태로 완전히 레임덕에 빠졌는데 할 일이 뭐가 있겠어요? 재선을 위해선 뭐라도 해야죠. 한국의 민주주의 재건과 정치범 문제를 해결하면 그마나 인기가 올라갈 거라 생각하는 거죠. 솔직히 대통령 직선제에서 간선제로 돌아선 나라가 어디 흔해요?”
나는 할 말이 없었다.
원래 역사에선 어린 시절 어렴풋하게만 알고 있던 것들이 선명하게 다가오긴 했다.
솔직히 주권자인 국민을 배제하고 ‘통일주체국민회의’라는 어용단체를 만들어 대통령을 뽑는 게 무슨 선거란 말인가?
말 그대로 체육관 대통령일 뿐이다.
심지어 대통령은 유정회라는 친위정당을 만들어 국회조차 좌지우지하고 있다.
법과 인권의 마지막 보루인 사법부조차 독재의 협조자로 만든 것이다.
유신헌법에는 ‘대통령은 필요하다고 생각할 경우 헌법에 규정되어 있는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정지’할 수 있다는 긴급조치권이 명시되어 있으니 말이다.
‘내가 대통령에게 은퇴를 설득할 수 있을까?’
박 대통령은 재임 동안의 공과와는 별도로 물러날 시기를 놓쳤다.
지금이라도… 아니야, 그 양반이 내 설득으로 물러날 리가 없지.
터무니 없이 순진한 생각이다.
“사위, 내 생각에도 잠시 자리를 비우는 게 좋아보이네.”
“아직 시간은 좀 있지 않습니까? 펄프 사업까지만 궤도에 올리고 생각해보겠습니다.”
“그래, 나도 옆에서 좀 돕겠네.”
“정치 얘기는 여기까지 하시죠. 즐거운 파티인데 말이죠. 디트로이트의 영웅인 제 무용담도 들어주셔야죠.”
“그도 그렇군.”
“호호호, 듣고 싶어요?”
그 뒤로 우린 낸시의 잘난 척을 기꺼이 들어주며 가든파티를 즐겼다.
무용담이 궁금했다기 보다 정보는 충분히 들었고 결정은 내 몫이니 말이다.
대세에도 국가에도 최고의 선택이 되어야 한다.
아직 8월이니, 너무 조급해하지 말자.
< 475 : 결정은 나의 몫 > 끝
ⓒ 푸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