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How I Became a Chaebol RAW novel - Chapter (479)
나는 이렇게 재벌이 되었다-479화(479/5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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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79 : 행운의 아이콘 >
“회장님, 그럼 본격 시추를 하면 되겠습니까?”
“아니죠, 이쯤에서 철수해야죠.”
“예에?”
내 말에 호프만 선장은 물론 탐사선 리더들까지 어안이 벙벙해졌다.
“내가 묻죠. 여기 가스전 플러스 유전의 매장량이 대충 얼마 정도 될 것 같습니까?”
“시추를 해봐야 하겠습니다만, 여태 경험으로는 20억 배럴은 족히 나올 것 같습니다. 물론, 가스와 원유가 5:5 수준으로 말입니다.”
탐사팀 리더 중 한 명이 나름 준비를 했다며 예전 탐사결과와 비교한 데이터를 내게 내밀었다.
내 생각도 그렇다.
원래 역사에선 매장량이 10억 배럴을 조금 넘는 수준이었지만, 이번 역사에선 같이 나오는 LNG도 고스란히 돈으로 만들 수 있다.
“LNG 가격이 좀 싸긴 하지만, 대충 계산해봐도 60억불이 넘는 돈이 걸린 대발견입니다. 이걸 우리가 고작 2.5억불짜리 발전소 하나 지어주는 대가로 꿀꺽할 수 있겠습니까?”
“회… 회장님. 아무리 그래도 국제협약이고, 베트남도 지분을 40%나 가져가는 일인데…”
“베트남으로선 위약금 좀 거하게 물어주면 8대 2 정도로 재계약을 맺어줄 석유회사는 구하고도 남습니다. 물론 FPSO가 없다면 가스는 대부분 불태워버릴 수밖에 없겠지만 말이죠.”
내 말에 호프만 이사를 포함한 팀원들의 안색이 흙빛으로 변했다.
“무슨 말씀이신지 알겠습니다. 보다 큰 건을 계약하기 전까진 이 발견을 숨겨야 한다는 말씀 아닙니까.”
“그렇습니다. 우리와 합작하는 베트남의 전후복구 수준을 크게 끌어올려야지요. 위약금을 물어주려야 물어줄 수 없을 정도로요.”
뀌년 5인방을 끌어들이면 베트남이 상업차관으로 수십억불을 빌리게 하는 거야 문제 될 것 없다.
“자네들! 회장님 말씀 잘 들었지? 이 프로젝트의 생명은 보안이야!”
“염려 마십시오. 탐사 결과는 이사님과 저희 3명을 제외하곤 아무도 모릅니다.”
“여러분들은 내가 다시 부를 때까지 두리 유전에서 근무합시다. 육지 외출도 금지입니다.”
“예스! 캡틴!”
제일 확실한 보안 조치였다.
세 명의 실무자들도 흔쾌히 동의했다.
워낙 중요한 보안 사항인 데다, 오지에 떨어져 있으면 만일의 상황에서 의심받을 이유가 없으니 마음도 편할 것이다.
“호프만 이사는 대세조선에서 여기 용도로 FPSO를 건조하도록 하십시오. 천연가스를 연료로 모든 설비를 구동시키는 FPSO를 만드는 겁니다.”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가스처리와 원유처리를 동시에 할 수 있는 FPSO 아닙니까.”
호프만 이사는 전문가답게 핵심을 콕 짚었다.
고유가 행진이 이어질 생산초기엔 FPSO로 꿀 좀 빨고, 몇년 뒤 저유가 시대로 접어들면 여기서 붕따우 시까지 파이프라인을 연결해 가스와 원유를 공급하는 형태로 사업을 이어가면 될 것이다.
원유 선물에 이어 또다시 자이언트를 개발한다는 생각에 가슴이 벅차올랐다.
뻔히 존재를 알고 있었던 유전임에도 말이다.
“자, 이제 우리는 탐사에서 허탕만 치고 본국으로 돌아가는 겁니다. 뀌년으로 갑시다.”
“아니, 이렇게 곧바로 귀국하시는 겁니까?”
“이미 만날 사람은 다 만났으니 됐습니다. 베트남 정부 쪽엔 뀌년에서 텔렉스를 보내면 그뿐입니다. 아주 담담한 어조로 말이죠.”
“공식적으론 여전히 자원개발 타당성 조사 중인 거군요. 딱히 베트남 정부와 협상할 거리조차 없는 상황인 거고요.”
“자자, 다들 첫번째 탐사에 실패했지만 풀 죽을 필요는 없습니다. 첫술에 배부를 수 있나요? 일단 귀국하고 심기일전해서 다시 도전해 봅시다.”
“실… 실패… 아 그렇죠. 송구할 따름입니다.”
내 말에 살짝 의아해하던 호프만 선장은 대번에 내 진의를 알아들었다.
이대로 귀국하는데 승조원들에게 핑계는 있어야 할 것 아닌가.
이럴 땐 심기일전해서 다시 탐사에 도전하겠다는 상투적인 말이 아주 잘 어울린다.
딸깍. 찌이잉~
<아아, 탐사대원 전원에게 알립니다. 1차 탐사는 여기서 마무리하고 고국으로 귀국합니다. 그간 고생 많이 하셨고, 심기일전해서 다시 도전해 봅시다. 그간 수고 많았습니다. 회식합시다!>
“와아아아아아.”
내가 노고를 위로하는 차원에서 회식을 명하니 대원들은 일단 만세부터 불렀다.
“호프만 이사님, 맥주는 충분하죠?”
“물론입니다. 배에 맥주가 없으면 되겠습니까?”
평소 음주는 철저하게 관리하지만, 이런 날에는 맥주 한잔해야지.
우리 대세가 먹는 거 하나는 잘 챙기지.
대번에 대원들이 냉장고를 털어 고기를 꺼내와서는 선상 바비큐를 시작했다.
“회장님! 담번에 꼭 자이언트 발견하겠습니다.”
“이번에 여기도 구멍은 한번 뚫어봤어야 하는 건데 말입니다. 느낌은 좋았는데…”
“첫술에 배부를 순 없죠. 다들 잔 들어요.”
“다들 잔 들어!!”
나는 짐짓 아쉽게 1차 탐사를 마무리 짓는 척했다. 호프만 선장도 대원들의 어깨를 두드리며 분위기를 잘 잡았다.
“언젠가 발견할 자이언트를 위하여!”
“자이언트를 위하여!”
“우린 더 부자가 될 거다!”
“더 부자가 될 거다! 와아아아아!”
뿌우우우~ 뿌우우우우우~
배는 천천히 뀌년으로 향했고, 다들 아쉬운 마음으로 잔을 비웠다.
나와 몇몇은 정말 자이언트를 발견한 기쁨을 애써 담담하게 즐겼고 말이다.
“정말 낭만적입니다. 늘그막에 이런 시간을 마련해주신 회장님… 정말 고맙습니다.”
“오히려 제가 고맙죠. 행운을 저와 함께 나눠주시니 말입니다.”
어느새 호프만 이사는 행운의 아이콘이 되었다.
아르주나, 나이지리아, 7광구에다 베트남 백호 유전까지 더하면 그는 유전 탐사꾼들에겐 전설로 남을 것이다. 한풀이 제대로 하는 거다.
“회장님께서 다 하신 일에 저는 숟가락만 얹었을 뿐입니다.”
“무슨 겸손한 말씀을요. 한국 사람 다 되셨군요. 계속 같이 하시죠.”
쨍! 우리 둘은 떠들썩한 선상 파티장에서 멀찌감치 떨어져 경치를 즐겼다.
바다가 주홍빛으로 빛나는 일몰시간에 맥주를 마시는 느낌은 뱃사람만이 즐기는 호사다.
나 또한 호프만 선장 이상으로 감회에 젖었다.
21세기에나 겨우 시작하는 남방무역이 이번 역사에서는 80년대부터 꽃을 피울 것 같았다.
이미 섬유, 오토바이, 자동차 합작, 온갖 생필품 교역으로 동남아는 대한민국의 든든한 시장이 되고 있지 않은가.
여기에 베트남이 백호유전이라는 재원으로 전후복구의 속도를 높인다면, 동남아에서 대한민국의 위상은 한층 더 높아질 것이 분명했다.
쏴아아아.
90년대에나 나올법한 드릴쉽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 미래는 확실해 보였다.
****
며칠 뒤,
“시멘트 공장, 항구, 추가 발전소에다 고속도로까지…. 정신없겠지만, 잘 부탁합니다. 베인 실장.”
“염려 마십시오, 회장님. 오히려 이게 대세그룹이지 하는 느낌마저 듭니다.”
베인 실장도 기분이 좋은 모양이었다.
베트남에서 하루가 멀다고 대형 수주가 쏟아지고 있었으니 당연했다.
“상업차관이 최대한 빨리 집행되도록 실무진을 독려해주십시오.”
“문제없습니다. DBB와 체이스맨해튼이 주도하는데, 월가에서도 발목을 잡을 일은 없을 겁니다.”
솔직히 월가에서는 미친 짓이라고 하고 있다.
베트남 전후복구 사업에 장인이 주도해서 20억불을 5년 거치 10년 상환조건으로 연리 3%로 빌려주기로 했거든.
미국 국채금리가 16%를 돌파하는 시대인데 20억 달러를 연리 3%로 빌려준다는 것은 파격적이지 아닐 수 없었다.
뀌년 행정부가 보증을 서고, DBB가 전후복구사업을 주도한다는 조건으로 상업차관을 빌려주는 것이라 그렇게 파격적일 수 있는 거다.
물론, 지금 베트남 정부는 이게 웬 떡이냐 하며 미친듯이 사업을 쏟아내고 있고 말이다.
어제는 뜬금없이 남북을 관통하는 고속도로를 건설한다고 하니, 나는 환호성을 지를 수밖에 없었다.
월가는 물론 미국 정부마저 그러다가 베트남 정부가 돈을 안 갚으면 어쩔거냐고 우려했지만, 뀌년 5인방은 전혀 그런 걱정을 하지 않았다.
내가 자이언트를 발견했다고 암호 텔렉스를 보냈거든.
“적자를 보지 않으려면 베트남 해역에서 작은 유전이라도 꼭 발견해야 하니, 대세조선의 FPSO 건조에 그룹의 총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예, 본사의 의도는 충분히 전달했습니다.”
“다음 달 정도에 살펴보겠다고 전해주십시오.”
“예, 회장님!”
나는 빌 베인을 내보내고 접견실로 향했다.
오늘은 염원철 수석이 찾아왔다.
내심 만나고 싶었는데, 딱 적당한 시간에 날 찾아준 것이다.
***
“우 회장님…”
“염 수석님, 그간 고생 많으셨습니다.”
나는 그를 보자마자 두 손을 꼭 잡았다.
독재자든 어쨌든 많은 일을 함께한 양반이니 마음고생이나 충격이 그 누구보다 클 것이었다.
“제가 고생이랄 게 있습니까. 많은 국민들이 애도하고 마지막 가시는 길도 잘 보내 드렸으니 이 정도면 그 분도 만족하실 겁니다.”
말은 그리했지만 동글동글했던 얼굴이 광대뼈가 드러날 정도로 핼쑥해졌다.
“일단 대통령 권한대행께 보고드릴 사항이라면, 베트남 전후복구 사업에 참여하는 것은 아주 순조롭습니다. 2.5억불은 확정이고, 현재 12억불까지 늘어날 것이 거의 확실시 됩니다.”
“오랜만에 국민들도 환호할 소식이군요. 수출 실적에 반영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보다, 중부공단에 펄프공장을 추가하신다고 들었습니다.”
“예, 상세검토를 해보니 뀌년에 짓는 것보다 국내에 짓는 것이 내수와 수출 모두에 유리하더군요. 부득이 계획을 수정했으니 도와주십시오.”
“아유, 당연하지요. 국내에 펄프 공장을 지으신다는데요. 회장님이랑 외국에 나가본 게 대부분이긴 하지만, 외국엔 화장실마다 휴지가 걸려있는 게 솔직히 부러웠습니다. 이제 우리나라도 그리 되는 겁니까?”
“그렇게 될 겁니다. 펄프에 한해선 내수 쪽도 최소 30%는 커버할 테니 가격은 절반 이하로 떨어지게 될 겁니다.”
종이는 생활 수준을 높여주는 소비재… 아니, 거의 생활필수품인 만큼 내수도 신경 쓰는 게 좋겠다. 해외에선 협력하고 국내에선 치열하게 경쟁한다는 대세의 전략을 보여주는 일이기도 했다.
“30%라니 정말 기대가 됩니다. 최소한 제지업계에선 YH사태 같은 것은 벌어지지 않겠군요.”
“물론이죠. YH 여공들도 펄프 공장으로 이직하면 잘 적응할 겁니다. 생리대나 기저귀 같은 제품은 여성들이 품질관리를 더 잘할 테니 말이죠.”
“그러고 보니, YH 사태도 말씀드려야겠군요. 회장님 요청대로 미국에 있던 YH 회장을 소환해서 법정에 세울 예정입니다. 횡령한 돈은 모두 환수해서 피해 보상과 벌금으로 충당할 겁니다.”
낸시가 물밑에서 도와줘서 미국 정부도 신병 인도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카터 정부도 한국의 정권교체에 기여했다라고 최대한 숟가락 얹어야 했기에 적극 나설 수밖에 없는 일이기도 했다.
“저도 들었습니다. 어이없게 벌써 영주권도 가지고 있었다면서요?”
“그렇더군요. 여공들 월급 빼돌려서 미국에서 떵떵거리며 살 생각이었던 모양입니다. 양아치는 양아치답게 처리하겠습니다.”
이번 재산 환수조치는 양아치 기업가들에겐 뜨끔한 경고가 될 거니 사회적으론 아주 좋은 선례가 될 거다.
불법으로 취한 이득은 국고로 회수된다는 것만 확고히 해도 사기 사건은 극단적으로 줄어든다.
“재계에서도 도와드릴 것이 있다면 말씀만 하십시오. 적극 돕겠습니다.”
“YH해운을 인수해주시면 최고지요. 솔직히 일반 직원들은 죄가 없지 않습니까. 외화반출에 협조한 윗대가리는 죄다 처벌할 거고 말입니다.”
“예, 협조할 테니 염려 마십시오. 헌데 지금 정부는 재계보다 정계 안정이 더 급하지 않습니까? 어찌 되어가는지요?”
굳이 우리 대세해운이 인수하지 않아도 다른 해운사도 눈독을 들일 테니 문제없다.
“언론에 밝힌 것 이외에 달라질 건 없을 것 같습니다. 대통령 선거야 직선제로 바뀌는 건 기정사실이고, 대선을 언제 치르냐로 싸우고 있는데 내년 3.1절 행사는 새 대통령이 주관해야 한다는데는 동의한 것 같습니다.”
“늦어도 1월에는 대선을 치르겠군요.”
연초부터 선거 운동으로 뜨거운 겨울이 되겠군.
뭐, 내가 신경쓸 일은 아니었다.
김중필은 완전히 국민들에게 미운털이 박혀서 뒷방으로 쫓겨났고, 여당은 대선후보를 제대로 정하지도 못한 상황이 아닌가.
그리고 몇년 뒤엔 3저 호황이라는 단군 이래 최대 호황을 눈앞에 두고 있으니 YS나 DJ 둘 중 누가 대통령이 된다고 해도 내 사업에 크게 문제는 안될 것이다.
오히려 문민정부로 순조롭게 정권교체가 되고, 경제 호황까지 겹치면 국운이 승천하는 거다.
“뭐, 그리 되지 않겠습니까. 오히려 올해 회기가 닫히기 전에 최대한 행정수도와 중부공단 건설을 끌어올릴 기회가 될 겁니다.”
“하긴 대선을 논하려면 일단 각종 예산안부터 처리하고 봐야겠군요.”
“솔직히 지금은 서류를 올리면 그 즉시 통과가 되고 있습니다. 각하께서 그리 밀어 붙여도 잘 안되던 일이 서거하시니 더 빨리 진행되는 게… 에휴, 세상 일이란 게 참 희한합니다.”
염원철 수석은 마음이 착잡했던지 담배 한 대를 꺼내 물었다.
“올해 말 일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 나정렴 실장님까지 모셔서 식사라도 한 끼 하시죠. 그간 고생도 많으셨는데, 회포라도 풀어야지요.”
“아휴, 챙겨주시니 감사합니다. 그러고 보니, 회장님께서 챙겨주셔야 할 사람이 또 있습니다.”
“제가 챙겨야 할 사람이라고요?”
염원철 수석이 내게 청탁을 할 양반이 아닌데 말이 요상했다.
“각하의 서거에 묻혀버렸지만, 이룡그룹 회장이 유언도 남기지 못하고 심장마비로 급사를 하지 않았습니까?”
“제가 베트남에 있을 때 언뜻 듣긴 했습니다.”
그룹 차원에서 조문을 했었던 것 같다.
리비아에서 한창 구르고 있던 이석준 이사가 급히 귀국했다는 소식도 같이 들었고 말이다.
“급히 이석준 이사가 그룹을 이어받긴 했지만 너무 급작스러운 승계라 이런 저런 잡음이 들리더군요. 정국이 요동칠 때 대기업이 흔들흔들하면 큰일이지 않습니까.”
“하긴 이석준 이사가 의욕은 있어도 경험이 많지는 않죠.”
“예, 바로 그겁니다. 이룡그룹이 사업 다변화를 한다고 석유화학 쪽으로도 진출한다고 준비 중이었는데 그 일도 잔뜩 꼬였고 말입니다.”
빌어먹을 정치인들, 이때다 싶어서 돈을 뜯으려고 하나 보군.
대선을 앞두고 여당이든 야당이든 기업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려고 줄 세우기를 하는 것이다.
이럴 때 재계가 흔들리면 안 된다.
내가 좀 나서긴 해야겠군.
< 479 : 행운의 아이콘 > 끝
ⓒ 푸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