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How I Became a Chaebol RAW novel - Chapter (488)
나는 이렇게 재벌이 되었다-488화(488/589)
< 488 : 현산이 물고 온 박 씨 >
며칠 뒤,
나는 바레인에서 출발해 쿠웨이트를 거쳐 이라크로 들어갈 수 있었다.
다행히 올해 4월에 양국 간 수교를 맺은 데다, 현산의 건설현장을 방문해 기술적 지원을 해야 한다고 했더니 대번에 입국허가가 떨어졌다.
“아이고, 우 회장님!!!! 여기까지 오시고!”
현산의 왕 회장이 달려와 내 손을 잡고 반가워했다. 원래 외국 건설현장에 나가면 다들 애국자가 되고, 한국 사람만 봐도 기분이 좋아진다.
“일이 있어 바레인까지 왔다가 왕 회장님이 여기 계신다는 소리에 한번 와봤습니다. 어째 한국에서 소식이 안 들린다 싶었더니 이라크에 계셨군요.”
“1차 오일쇼크 때보다야 못하지만, 그래도 이런 불경기에 중동만한 시장이 어디 있습니까?”
“제가 왕 회장님께 공사 현장보다 비즈니스 현장을 중시해야 한다고 조언 드렸던 것 같은데 말입니다.”
나는 짐짓 굳은 표정을 지었다.
“회장님의 조언은 늘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도 동남아, 남미, 중동 할 것 없이 쏘다니며 수주를 꽤 따냈습니다. 그중에 여기 이라크가 유독 큰 건이라 신경을 쓰는 것 뿐입니다.”
“벌써 수주를 따내신 모양이군요.”
“예, 여기 바스라지방의 하수도 공사를 턴키로 따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쿠웨이트에서 비슷한 공사를 하시더니 하수도 공사 전문가가 되셨군요.”
이때까진 쿠웨이트와 이라크는 그리 사이가 나쁘지 않았다. 원래 쿠웨이트가 이라크 영토였던 적도 있었기에 인적교류가 아주 활발하거든.
후세인이 90년대에 들어서자마자 쿠웨이트를 침공하면서 완전히 원수가 되었지만 말이다.
“예, 안 그래도 쿠웨이트 하수종말 처리장 확장공사를 잘한 덕분에 이라크 관리들이 수의 계약을 준겁니다. 솔직히 서구의 모든 건설사들이 손을 내저었던 일이지 않습니까. 아휴, 아직도 그놈의 똥 냄새만 생각하면 비위가 상합니다.”
“거기에 비하면 여긴 상당히 양호하군요.”
원래 하수도 공사도 처음 짓는 거면 깔끔하다.
“양호하다 뿐이겠습니까? 수주액도 3억 6천만불짜리라 아주 짭짤합니다. 심지어 조만간 이라크 북부 철도공사, 수도권 도로공사, 남부 석유화학단지 건설공사까지 한다고 하니 20억불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프로젝트입니다.”
“20억불짜리 수주를 받으신다고요?”
뭐야? 너무 크잖아.
그 정도면 무조건 국제입찰이지, 수의계약이 될 수가 없다. 리비아의 절대자인 카다피조차 수억불짜리 공사는 명목상 국제입찰을 하는데 말이다.
“아이고, 물론 당장은 아닙니다. 여기도 경제개발 5개년 계획 같은 게 있지 않습니까. 하수도 공사와 철도공사가 우선인 것 같더군요.”
“그것만 해도 10억불은 족히 될 것 같은데, 이라크가 국제입찰을 한다는 소식은 못 들었는데 말입니다.”
“국제입찰을 못하는 거죠. 이라크가 석유회사를 국유화하면서 영국기업을 싹 쫓아낸 뒤로 서구권의 신뢰를 못 받고 있거든요. 덕분에 현산이 수의계약에 성공한 셈이지요. 뭐, 저희도 조심은 해야겠습니다만…”
오케이, 좋은 정보다.
일단 영국과 이라크는 국유화로 인한 돈 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지 교역은 끝이군.
그럼 이라크는 프랑스나 이탈리아를 통해 석유를 수출하고 있겠군.
지금에야 딱히 이라크 석유가 가격이나 품질 측면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하긴 어렵지만, 이란-이라크 전쟁이 터지면 오픈 마켓에 헐값으로 마구 팔아 재낀다.
이란이 동구권이나 어둠의 경로로 석유를 헐값에 팔아 재꼈다면, 이라크는 자유 진영에 원유를 싼값에 풀어버렸기에 3저 호황을 열어젖힌 장본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라크와 이란이 헐값에 뿌린 원유가 OPEC 회원국들로 하여금 경쟁적으로 치킨 게임을 하도록 유도한 셈이다.
아무리 OPEC 회원국들이 감산을 결의해도, 이란과 이라크는 전비(戰費)를 충당하기 위해 물량을 풀기에 바빴거든.
OPEC 회원국들도 처음에야 감산에 협의해 가격을 지켰지만, 이란과 이라크産 원유가 점차 자신들의 시장을 잠식하자 결국 누가 이기나 보자는 식으로 서로 물량을 풀기 시작했던 거다.
“어쨌든 이런 큰 수주에 성공하셨다니 축하드립니다. 예전 같으면 국내 9시 뉴스에서 몇 번이고 들었을 텐데, 지금 처음 듣습니다.”
“그러게요. 박 대통령께서 살아계셨다면 상장도 받고 테레비에도 나왔겠지요. 헌데, 지금 정치인들이 그런 거 챙길 정신이 있겠습니까? 선거 준비로 정신이 없겠지요. 내년 4월쯤 되면 그제야 수출실적이나 내놓으라고 하겠지요.”
왕 회장이 씁쓸하게 웃었다.
지금에야 이리 말하지만, 대한민국이 정부주도의 경제성장에서 탈피해 기업주도의 경제성장으로 변하는 큰 흐름이니 나중엔 당연한 일이 될 거다.
그리 보면 이란과 이라크가 전쟁을 일으키는 것도 어찌 보면 세계사의 큰 흐름 중 하나다.
누군가 미래를 안다고 해서 이 흐름 자체를 바꿀 수 있다고 여긴다면, 그건 지극히 오만한 거다.
이란-이라크 전쟁은 언젠간 터질 일이니 차라리 원래 시점에 터지는 게 나을 지도 모르겠다.
“저도 씁쓸하긴 매한가지입니다. 이번에 이란과 다시 프로젝트를 하는데, 정부 쪽 도움은 기대하기 힘들더군요.”
“아니, 이란과 다시 일을 하신다고요? 그렇게 큰 손해를 보셔놓고 말입니다.”
왕 회장은 내가 가치샤란 프로젝트 중단과 한이석유 합작 중단으로 큰 손해를 봤다고 알고 있다.
표면적으로야 그럴 뿐, 실상은 큰 이득을 보고 있지만 그걸 설명해줄 이유는 딱히 없었다.
“조용한 곳으로 가시죠. 솔직히 제가 온 이유가 그것 때문에 온 겁니다. 왕 회장님도 자칫하면 제 꼴을 당할지도 모릅니다.”
“예에?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나는 깜짝 놀라는 왕 회장과 함께 한적한 곳으로 나아갔다.
사방이 허허벌판이라 얘기하기는 아주 편했다.
“지금부터 제가 드리는 말씀은 극비 중의 극비입니다. 아시겠습니까?”
“물론이죠! 제 입 무거운 거 아시지 않습니까?”
여태 현산 때문에 보안 문제가 발생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왕 회장을 비롯해 현산의 임직원들은 그냥 까라면 까야지 하는 식이라 명령이 떨어지면 우르르 몰려가는 이들이라 보안 이슈가 없다.
보안 이슈도 대체 그게 무슨 일이야? 어쩌다 그런 일이 생긴 건데? 하는 물음이 있어야 생긴다.
그냥 위에서 하라니까 했어! 라는 식으로 답하는 이들에게 정보를 캐기란 아주 어렵다.
“이란이 이라크 국경에 소요사태를 조장할 것 같습니다. 둘이 아주 앙숙이니, 자칫 큰일이 날지도 모릅니다.”
“큰일이라고 하면 설마 전쟁이라도? 헙!”
왕 회장은 자기 말에 자기가 놀라서 입을 가렸다. 전쟁이 벌어지면 자칫하면 공사대금을 못 받는 것은 물론, 가져다 놓은 중장비까지 징발되어 버리기에 완전히 개털 된다.
미국이나 프랑스 정도면 으르렁거려서 공사미납금으로 원유를 가져가겠지만, 대한민국이 그러면 이라크는 배 째라 식으로 나올 게 뻔하다.
우린 으르렁거리진 못하니 다른 식의 접근이 필요하다.
“아, 진정하십시오. 당장 전쟁이 나는 게 아니니 말입니다. 이란에서 제가 당했던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왕 회장님은 단계적으로 철수하십시오.”
“저더러 여길 포기하라는 말씀입니까?”
“포기라뇨, 전쟁이 끝나면 다시 와서 공사해야죠. 공사대금을 받은 것만큼만 작업하시고 땅 파헤친 채로 철수하십시오. 중장비도 징발당해도 될만한 것만 남기시고 말입니다.”
“이라크에 빚을 지우라는 말씀이군요.”
“바로 그겁니다. 현산이 감당할 수 있을 정도만 빚을 지우십시오. 저라면 최대한 많이 수주해서 계약금만 받고 땅만 파헤치다가 철수할 겁니다.”
“…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미리 침만 잔뜩 발라두고 철수하는 거다.
내 말에 왕 회장은 침을 꿀꺽 삼키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미리 알고 대비를 하면 위기도 기회로 변할 수 있다.
“그 일을 제대로 하려면 제가 이라크 수뇌부와 연결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왕 회장님이 좀 나서주시죠. 여기 인맥은 어느 정도 쌓으셨겠지요?”
“물론입니다. 여기도 중동이라 기름칠이 필요하지 않습니까. 은행수수료다 생각하고 여러 곳에 뿌려뒀습니다. 국토부 장관도 있고, 상공부 장관도 있고 말입니다.”
“그런 쪽보다는 국방이나 외무쪽 실력자면 좋겠는데 말입니다.”
“음… 국방이나 외무쪽이라… 아! 마지드 대장이 좋겠군요.”
“마지드 대장이라고요?”
“예. 알리하산 알 마지드라고 후세인 대통령의 사촌이자 친위대 대장이지요. 명목상 정보부 장관이지만 모두 장군 또는 대장으로 부릅니다.”
우리로 치면 중앙정보부와 수도경비사령부를 겸임하는 것과 비슷한 거네.
후세인 대통령의 최측근이겠군.
“왕 회장님, 능력 좋으십니다. 그런 실력자와 연줄이 있으시다니 말입니다.”
“제가 도림한테 그건 잘 배웠지요. 일단 이라크에 진출하자마자 실력자들 집 앞 도로부터 깔지 않았습니까.”
“하하하, 그러셨군요.”
“솔직히는 국토부 장관의 집 앞 도로만 깔았는데, 깔다 보니 상공부, 정보부까지 연이어 깔게 되더군요.”
“서로 커넥션이 끈끈한 모양이죠?”
“끈끈한 정도가 아니라, 죄다 친인척입니다. 그렇게 정부를 구성해도 나라가 굴러가는 걸 보면 신기할 정도입니다.”
“그만큼 석유가 돈이 된다는 뜻이지 않겠습니까? 누가 정치를 해도 땅파서 수출하면 되니까.”
자원의 저주라는 말이 괜히 나왔겠나.
이런 나라에선 기술개발이고 인재발굴이고 다 필요 없는 거다.
총 들고 설치든 국민들을 선동하든 권력만 잡으면 되는 일이다.
어떨 땐 대한민국이 산유국이 아니었던 게 천만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아니, 대한민국은 높은 교육수준과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을 품은 상태에서 7광구를 발견했으니 전세계를 통틀어 최고의 국운을 가졌다고 하겠다.
“그렇군요. 어설픈 부잣집에서 애를 망치는 것과 똑같은 일이 나라에도 적용이 되는군요.”
“남의 나라 걱정이야 해서 뭘 하겠습니까? 서두르시죠. 곧 새해인데, 좋은 소식으로 시작해야죠.”
“문제없습니다. 제가 식사하자고만 하면 좋다고 옵니다.”
“오, 대단하신데요?”
“대단할 것 없습니다. 양주와 시가, 거기다 고기만 잔뜩 준비해놓으면 군인들 데려와서 밤새도록 놉니다.”
“하하하.”
양주와 시가 정도로 구워삶을 수 있다니, 어설프기 그지없는 나라긴 하다.
하긴 이런 나라니까 후세인 같은 또라이가 권력을 잡았지. 한 나라의 지도자로서 전쟁을 몇 번이나 일으킨 장본인이 아닌가.
전쟁이 무슨 애들 장난도 아니고 말이다.
탈탈 털어먹어도 되는 작자다.
***
며칠 뒤, 바그다드 외곽 모처.
화르르르르…
둥둥. 두두둥. ♪♩♬
“하하하, 이렇게 멋진 밤은 오랜만이군요.”
마지드 장관은 아주 만족해하며 파티를 즐겼다.
여기도 중동식으로 카펫을 깔고 모닥불 곁에 쿠션을 놓아뒀더니 아주 좋아했다.
“귀한 분을 모셨는데, 오히려 제가 영광입니다.”
나는 연거푸 양주를 채워줬고, 쿠바산 시가도 권했다. 최고급 쿠바산 시가만으로도 이미 마지드 장관은 내게 홀라당 넘어왔다.
특급 호텔도 아니고, 바그다드 외곽의 허름한 숙소를 통째로 빌려 벌이는 파티라 누가 뭐라 할 사람도 없었다.
사방엔 죄다 마지드 장관의 부하들이었고, 그들은 왕 회장과 현산 임직원 몇 명이 잘 접대하고 있었다. 중동식 익스클루시브 파티라고 하겠다.
“그래, 우 회장. 이라크에서 사업을 하고 싶다고 했던가? 자신 있는 사업이 뭡니까?”
어이없게도 마지드는 대세그룹이 어떤 그룹인지도 모르는 상태였다.
경제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대세의 존재를 모를 수 없는데 말이다.
“유전개발, 자동차, 선박 등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아무래도 방위산업이 제일 장관님께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방위산업? 한국 기업이 무기도 팝니까?”
“물론입니다. 우리 한국은 분단국가라 국가 예산의 20%를 국방비에 쓸 정도입니다. 나름 방위산업에 경쟁력이 있지요. 특히, 방탄복을 비롯해 개인화기에서는 말입니다.”
나는 그렇게 말하며 이란의 정보부 장관에게 했던 방법을 마지드 장관에게도 똑같이 해줬다.
샘플을 건네듯 007가방을 건넸다.
다른 게 있다면 황금 방탄복 대신 달러 위에 카탈로그를 놓은 것 뿐이다.
“오, 멋지군요.”
달러가 멋지다는 건지 카탈로그가 멋지다는 건지 알 수 없었지만, 그는 한참 동안 달러와 카탈로그를 번갈아 보았다.
“어떻게 마음에 드십니까? 군복이든, 방탄복이든, 개인화기든 주문만 하시면 가격과 품질면에서 세상 그 어떤 회사보다도 잘 맞춰드리지요.”
뭐든 하나만 발주해라.
그걸 빌미로 온갖 군수물자를 공급해줄테니까.
“다른 것도 훌륭하지만, 여기 이 고속정은 정말 훌륭하군요.”
뭐야? 뜬금없이 고속정에 관심을 보였다.
군복 정도로 시작하려고 했는데 이게 웬 떡이냐 싶다. 고속정부터 팔면 아주 큰 돈이 되지.
“아, 그거 말입니까? 명품이지요. 사우디 해군에 납품했는데 연안 경비에 아주 잘 쓰고 있다고 추가 발주도 받았지요.”
“사우디 해군에! 그 고속정이 우 회장이 납품했던 거라고요?”
“물론입니다. 고속정뿐만 아니라 호위함 급 구축함도 몇 척 납품했는데 말입니다.”
“구축함? 그거 미국제 구축함 아니었소이까?”
어째 정보부 장관이라는 작자가 제대로 아는 게 하나도 없어? 표정을 보아하니 연기는 아닌 거 같은데 말이다.
“미국 무기체계를 라이선스를 얻어 채용하긴 했지만, 건조의 주체는 저희 대세조선입니다.”
“잠깐! 잠깐! 그러면 프랑스나 이탈리아 무기체계를 채용해 줄 수 있습니까?”
“물론이죠. 저희가 리비아에 프랑스 전투기를 다리 놓아준 적도 있고, 저희 군함에도 이탈리아 오토멜라라社의 함포 시스템을 채용하고 있습니다.”
“허, 대단하군요. 이거 제가 귀빈을 만난 것 같습니다. 잘 부탁드리오이다.”
와중에 정치인이라고 대번에 내 손을 잡고 흔들어댔다.
“그보다 외람되지만 장관님께서 군함에 관심을 두시는 이유를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그야, 빌어먹을 이란 해군 놈들 때문이지요. 마땅히 공유해야 할 국경 수로에서 시시때때로 군함을 오르락내리락하면서 위협을 해대니 우리 유조선이 제때 움직이질 못합니다. 우리도 자구책을 강구해야지요.”
역시 이라크의 눈은 오로지 이란만 향하고 있었군. 딴데를 돌아볼 여유가 없었던 모양이다.
“고객님께서 발주만 해주신다면야 저희야 어떤 사양의 군함이든 만들어 드리죠. 하지만, 현산의 공사대금도 그렇고 이라크 정부의 결제방식이 좀 곤란하긴 하더군요.”
“뭐가 걸린다는 겁니까? 정부 채권으로 발행해주는데. 우린 산유국이오. 산유국!”
보통의 산유국이 발행하는 채권이야 100% 신뢰하지. 하지만 이라크는 보통 산유국이 아니잖아.
심지어 공사대금으로 주는 정부채권이 최소 1년짜리 연불(延拂) 채권이더구만.
미국이 발행하는 국채는 10년짜리도 얼씨구나 하고 거래가 되지만, 이라크 국채는 1년짜리조차 받아주는 데가 그다지 많지 않다.
“우리 한국기업처럼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기업에 연불 채권은 버겁습니다.”
“흠… 정 돈이 급하면 채권할인이라는 방법이 있잖소.”
“할인율을 따지면 차라리 그 돈으로 마지드 장관님께 성의를 보이는 게 낫지 않나 싶습니다.”
이봐요, 지금 미국 국채금리가 16%를 넘는 시대라니까. 국제 금융시장에서 이라크 채권을 현금으로 할인하면, 적어도 20%는 떼어갈 거다.
그보다 전쟁이 터지면 이라크 채권은 거의 휴지나 다름없게 변한단 말이지.
차라리 당신에게 수수료를 주는 한이 있더라도 제대로 돈을 받는 게 백번 낫지.
“성의라…”
“그래서 말인데 이참에 좀 다른 방식으로 거래를 해보시면 어떻겠습니까?”
“다른 방식이라고요?”
자, 들을 준비가 되었으니 빨대를 꽂아보자.
< 488 : 현산이 물고 온 박 씨 > 끝
ⓒ 푸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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