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How I Became a Chaebol RAW novel - Chapter (499)
나는 이렇게 재벌이 되었다-499화(499/589)
< 499 : 나는 알고 너는 모른다 >
“이왕 북부에 석유화학공단을 조성하는 김에 아카스 지방도 개발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아, 그러고 보니 대세는 천연가스 개발에 관심이 많지요?”
내 말에 마지드 장관이 묘한 표정을 지었다.
관심 있는 건 알겠지만 헛수고라는 건가?
“예, 그렇습니다. 저희 대세는 천연가스를 이용한 복합화력발전소로 전력을 공급하는 건 물론 해수담수화 시설 운용 기술도 가지고 있습니다. 게다가 LNG 터미널이나 LNG 운반선 제작에서만큼은 전세계적으로 독보적인 경쟁력을 가졌다고 자부합니다.”
“휴우, 아카스 지방은 이미 채굴이 끝난 곳이오. 설령 천연가스가 조금 나온다 해도 그런 오지에 발전소를 지어봐야 전기 수요도 없소. 최소한 팔루자까지는 전기를 끌어와야 경제성이 있는데, 송전 시설을 지으면 배보다 배꼽이 더 클 거외다.”
팔루자? 팔루자라면 현산건설이 1980년대 중반에 아파트 단지를 짓다가 철수했던 곳 아닌가.
1980년대 중반에 한번, 2000년대에 또 한번 시도했다가 연거푸 적자를 봤던 그 프로젝트.
연이은 실패로 건설업계에서는 이라크는 쳐다보지도 말아야 한다는 말이 진리처럼 떠돌았다.
정유업계도 마찬가지였다.
2000년대에 들어서서 컨소시엄까지 맺고 팔루자 서쪽에서 발견된 대형가스전에 투자했다가 완전 쪽박을 찼거든.
그래, 기억이 난다…. 그게 아카스였다.
IS에 밀려서 눈물을 머금고 철수한 곳 말이다.
4억불에 달하는 대규모 혈세를 낭비했다고 청문회까지 열렸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아카스 프로젝트!
나는 심장이 터져나갈 것 같았다.
아카스 가스전은 추정 매장량이 10조 입방피트가 넘는 초대형 자이언트이지 않나.
해상가스전이야 그보다 큰 경우가 심심찮게 있지만, 육상가스전에서는 비교 대상이 거의 없을 정도로 대형가스전이다.
워낙 이라크가 온갖 전쟁통을 겪는 바람에 뒤늦게 발견돼서 그렇지, 제대로 개발만 했다면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되었을 거다.
더군다나 한국은 투자금도 회수하지 못하고 철수했는데, 중국이 치안불안을 무릅쓰고 거기 개발권을 날름 채갔기에 국내외적으로 큰 이슈가 되었다.
“사우디에선 천연가스도 파이프라인으로 이송하는데 말입니다.”
“그거야 채굴량도 많고 요르단이라는 판매처가 있으니 그런 거지요. 우리야 시리아에서 천연가스를 사줄 것도 아니고, 천연가스를 내다 팔려면 파이프라인을 아라비아만까지 끌어와야 하는 데다가 LNG 터미널까지도 만들어야 하지 않소이까. 말라버린 유전에서 새어 나오는 가스 정도로 그 건설비를 벌충하려면 백년은 걸릴 거요.”
참나, 정보부 장관이라고 요르단 상황까지 알면서 자신의 땅은 제대로 모르는군.
하긴, 전세계 누구도 모른다.
전세계 나 혼자만 그 땅밑에 엄청난 가스전이 있다는 걸 안다.
“자원 빈국인 한국인으로서 왠지 아깝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아카스 지역을 탐사해보면 어떻겠습니까? 한국석유공사와 이라크 국영석유회사 간에 합작을 주선해보겠습니다.”
나는 진중한 표정으로 제안했다.
2000년대보다 지금이 훨씬 낫다.
후세인도 건재하고 90년대 초반까지 꿀 빨 시간도 충분하다.
조만간 전쟁이 터지면 전비충당으로 팔 수 있는 건 다 내다 팔 수밖에 없는 상황에 봉착한다.
할 수 있다. 지금의 나라면 할 수 있다.
“쩝, 합작이라니… 진심이오?”
마지드 장관은 마뜩잖은 표정부터 지었다.
“제 돈으로 탐사를 하기는 부담스러우니, 한국 정부가 나서면 비용 절감을 좀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적당히 장관님께도 성의 표시를 할 수 있고 말입니다.”
이런 독재정권의 실력자에게 성의 표시는 언제나 잘 먹히는 일이다.
과해서는 안되는지만, 아껴서도 안 된다.
중동에선 다들 수수료로 생각하는 일이다.
“에이, 우리 석유공사도 탐사비를 일부 감당하는 일이 아닙니까. 그런 쓸데없는 일로는 제가 대통령 각하를 설득하지 못합니다. 우 회장답게 화끈하게 돈 좀 써보시오.”
“화끈하게라면 어떻게…”
“차라리 아카스 지방 조광권을 10억 달러에 사가시오. 뭐가 나오든 대세지분 50%, 이라크석유공사 지분 50%로 20년 계약을 합시다. 개발 비용은 모두 대세가 감당하는 걸로 하고 말입니다.”
숨이 턱 막히는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21세기 대한민국도 4억불에 계약한 곳인데 무슨 80년대에 10억불이야! 미쳤어?
“… 10억 달러라니요. 하지 말자는 말씀이군요. 알겠습니다. 그만두죠.”
이라크에 내 돈 10억불을 투자할 바엔 차라리 미국 셰일가스 개발에 투자하겠다.
“아니, 말이 그렇다는 것이고… 조건이야 언제든지 달라질 수 있지 않겠소.”
내가 어이없는 표정으로 지도를 턱하고 덮어버리니 마지드 장관이 금세 말을 바꿨다.
그로선 아카스 지역의 조광권을 최대한 비싸게 팔아서 후세인에게 갖다 바치고 싶었겠지.
10억불을 부르면 내가 깎자고 할 것 같았어?
“저더러 조건을 제시해보라는 말씀입니까?”
“크흠…”
“이라크 정부가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면 탐사든 투자든 제가 할 수도 있지요. 대신 조광권은 1억 달러로 하시고 지분도 75%를 제게 주십시오.”
“75% 지분이라고요?”
일반적으로 조광권의 국영 지분은 50%다.
“거기서 뭐가 나오든 아리비아만까지 끌어와야 하지 않습니까. 75% 지분을 가져도 시설투자비를 생각하면 적자가 날 가능성이 높죠. 대신 조광권은 10년만 유지하겠습니다.”
“회… 회장님! 그건 도박입니다.”
마크 지사장이 대번에 나를 말리고 나섰다.
다급한 표정으로 말려주니 너무 좋았다.
하긴, 누가 봐도 무모한 계약처럼 보이겠지.
탐사도 안 하고 조광권 계약을 하는 경우가 당최 어디 있겠나.
“마크 지사장. 우리가 북부 석유화학공단을 짓는데 이왕 대규모 인적, 물적 자원을 동원하지 않습니까. 그 와중에 북서쪽에서 중형 유전이나 가스전만 발견해도 이득입니다. 게다가 일반 민간인들이 가스를 뽑아 쓰는 땅이라니 성공 가능성도 높지 않습니까.”
“아이고, 회장님. 중동에선 땅에 파이프만 꽂아도 모닥불 정도 피울 가스는 나옵니다. 한국 땅과 비교하시면 안됩니다.”
“개발하는데 못해도 3년은 걸릴 텐데, 10년만 계약해도 되겠소? 2억불만 걸어도 15년 정도로 늘려주리다.”
대뜸 마지드 장관이 마크의 말을 끊고 나섰다.
“그 정도까지는 여력이 없습니다. 차라리 10년 후에 웃돈을 드리고 계약연장을 하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솔직히 플랜트 투자도 2억 달러는 족히 들어갈…”
“그만, 그만! 1억 달러! 좋소이다. 계약합시다.”
15년까지 끌고 갈 이유가 없지.
지금부터 10년 뒤에 이라크는 또 개판 난다.
그전에 최대한 꿀 빨고 발을 빼야 한다.
“회장님, 다시 한번 생각하십시오. 평소답지 않게 왜 이리 성급하십니까!!”
마크는 정말 다급했던지 우리 사이에 머리를 집어넣었다.
“이보게, 마크! 내가 지금 대세 우 회장과 직접 얘기 중인 것 안 보이나! 어딜 감히!”
마지드 장관이 호통을 쳤다.
그래, 어떻게든 팔아먹고 싶겠지.
“마크 지사장, 고객께 이 무슨 결례입니까!!”
나는 호통을 치는 척하며 마크에게 살짝 윙크를 했다.
마크는 이거 뭐지? 하는 표정으로 잠시 얼어붙었다가, 내가 어깨를 툭툭 두드리자 털썩하며 멀찍이 나가떨어졌다.
“조광권 표준 계약서입니다. 20년을 10년으로 고치기만 하면 되겠군요.”
“일시금으로 1억 달러!”
“일시금으로 드리는 만큼 군함은 좀 더 사주시지 않겠습니까?”
“호, 그런 의미로 1억 달러를 지르신 거요? 좋소이다. 내친 김에 구축함 4척과 초계함 6척, 도합 10척을 구매하겠소이다.”
“8억 4000만 달러 계약이군요.”
“6개월 이내에 인도해주시오. 신용장은 바로 발부하리다. 가능하겠소?”
그래… 어쩐지 10억불을 지르더라니, 그 돈으로 군함을 더 구매하고 싶었군.
마지드 장관 입장에선 쓸모없는 땅의 조광권을 1억불에 팔았으니, 군함을 7.4억불에 사서 돌아가는 것이나 다름없다.
게다가 6개월 내 인도해달라니, 그 전에 이란을 공격하겠다는 소리군.
“걱정 마십시오.”
“하하, 정말 한국인들은 안된다는 말을 안 하는군요. 아주 마음에 듭니다.”
납기야 당연히 맞춰주지.
대세조선의 실력이라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이란엔 전차를, 이라크엔 군함을 갖다 주다니, 이거 완벽한 맞수가 되겠는걸.
마지드 장관은 군함 계약까지 마무리하고, 황급히 돌아갔다. 조만간 관계자를 보내 군함을 인수하겠다면서 말이다.
그래, 하루빨리 돌아가서 이 기쁜 소식을 전하고 싶겠지. 전쟁 준비의 일등 공신이 되는 거니까.
***
“회장님, 어쩌자고 그런 계약을 하신 겁니까? 아무리 I-프로젝트가 대박이라고 해도 굳이 이런 도박까지 하실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마크 지사장, 지도를 잘 봐봐요. 전쟁이 터지면 바스라 유전이나 키르쿠크 유전지대보다 월등히 안전한 곳입니다. 이란 국경 지대와 반대쪽이 아닙니까.”
“그렇다 해도 채산성이나 매장량이나 아무 것도 검증된 것이 없지 않습니까?”
“검증하고 나서 조광권을 사겠다고 하면 가격이 오르기 밖에 더 하겠습니까? 불확실하니까 싸게 살 수 있는 겁니다.”
“뭔가… 감이 오시는 겁니까?”
“우린 알래스카에서도 말라버린 유전을 회생시킨 전례가 있죠. 심지어 민간인들이 새어 나오는 가스로 생활 연료를 삼고 있다면, 충분히 쓸만한 유전이거나 가스전일 확률이 높습니다.”
“확신이 있으셨군요!!!!”
내 말에 마크는 안심이 되는지 그제야 굳은 얼굴이 풀어졌다.
“조만간 신중도 부장이 팀을 꾸며서 날아올 테니, 북부 석유화학단지를 답사한 뒤에 아카스 지방도 탐사하라고 하십시오. 탐사 결과는 좋든 나쁘든 극비로 관리하고 말입니다.”
“예! 알겠습니다.”
“그리고 6개월 내에 사달이 날 것 같으니, 군인들이 군함을 인수하러 오면 일반 군수물자에 대해서도 조달 채널을 확보하십시오. 접대비는 아끼지 말고 말입니다.”
“예,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사우디 왕족과 만날 때는 전통복장까지 하는 마크이니 접대는 아주 잘 할 거다.
게다가 군인 출신이라 군인들을 어찌 다뤄야 하는 지도 잘 안다.
아니, 병참 관련해서는 대세그룹에서 최고의 전문가이리라.
“그럼 나는 곧바로 귀국하죠. 체이스맨해튼에도 언질을 줘둘 테니, 신용장이 발부되는 대로 뀌년 지점에서 할인받도록 하고요.”
“염려 마십시오.”
나는 귀국해서 챙겨야 할 것이 따로 생겼다.
내륙 깊숙이 있는 가스전,
걸프전 이전에 최대한 꿀 빨아야 하는 나라,
LNG 터미널까지 투자하긴 아까운 나라,
그런 곳에 필요한 것은 Gas To Liquid(GTL) 기술이지.
GTL 기술은 천연가스를 경유 같은 석유제품으로 만드는 기술이다.
우연히도 GTL 기술은 BP사가 원천 기술을 가지고 있지. 이제 보니 맥파젠 이사가 나의 I-프로젝트 행보에서 돈 냄새를 맡고 한국으로 날아온 것도 행운이었다.
귀국하자마자 GTL 기술에 대해 정보부터 수집하고, BP사로부터 라이선스를 사와야 한다.
GTL 플랜트를 건설해 천연가스를 경유로 바꾸면 일반 파이프라인으로도 이송할 수 있으니, 이라크 국토의 남북으로 뻗어있는 기존 파이프라인에 곁가지를 연결하면 걸프만으로 실어나를 수 있다.
채산성이야 당연히 확보하고도 남을 거다.
그렇게 되면 이라크 정부야 아까워서 땅을 치고 후회할 일이지만, 전쟁이 터지면 우리 멱살을 잡고 재계약하자며 흔들어댈 여유 따윈 없을 거다.
베트남 유전개발로 올해 대박 예약인데, 아카스 가스전까지 합치면 삼저호황 전에 대세가 엄청난 이익을 낼 수 있으리라.
세븐시스터즈에 합류하는데 부족함이 없는 성과라고 하겠다.
나는 기쁜 마음으로 귀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월남전 이후로 20세기 최후의 불꽃 쇼다.
단박에 대한민국을 중진국에 안착시켜보자
아시아의 4마리 용 중에서 단연코 거대한 용이 될 것이다.
****
김포공항,
“어서 오십시오. 회장님.”
“베인 실장, 어쩐 일로 마중까지 나온 겁니까?”
빌 베인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곤 공항에 마중을 나오지 않는다.
귀국하면 일단 여독부터 풀어야 한다는 게, 회사의 방침이니까.
“송구합니다, 회장님. 청와대에서 회장님을 뵙기를 원합니다.”
“무슨 이유로요? 설마 新청와대 때문은 아닐 거고.”
지금도 新청와대에 입주해도 된다.
별관이야 금방 공사가 완료되기에 그동안 조금 비좁게 생활하면 되는 일인데 말이다.
“네. 말씀대로 청와대 건은 아니고, 정부가 제5차 경제개발 5개년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성장률 연평균 8%를 달성하는 것이 목표인데, 그 방안을 논의하려는 것 같습니다.”
“참나, 목표를 정했으니 달성할 방안을 가져오라는 건가요?”
“송구합니다.”
또 대기업들을 불러서 숙제를 나눠줄 셈인가?
새로 수립된 정부답게 국책과제로 비전을 제시하고, 우수기업들을 발굴해서 성장시켜야지.
문민정부는 좀 다를 줄 알았는데 말이다.
하여간 이놈의 정치인들은 공부할 생각을 안 한다니까. 국가경영도 온갖 사례를 가져다 배우고 공부해야지.
“베인 실장이 왜 송구합니까. 알겠습니다, 청와대에 들렀다 울산으로 내려가겠습니다.”
“출장기간에 보고 못 드린 사안은 서면으로 정리해뒀습니다.”
“고마워요.”
나는 서면보고서를 받아 들었다.
첫 장에 FPSO 사진이 클립으로 끼워진 걸 보니 건조가 완료된 모양이다.
역시 대세조선! 와중에 기분이 좀 좋아졌다.
이미 약속 시각은 내 입국시간에 맞춰져 있었던지 기 비서가 바로 청와대로 차를 몰았다.
“어서오십시오, 우 회장님. 대통령 각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설마 독대는 아니겠지요?”
경제 비서관이 입구에서 나를 맞이했다.
염원철 수석시절 몇 번 봤던 이라 낯이 익었다.
“아닙니다. 재무부, 상공자원부 장관이 배석할 예정입니다. 회의실은 이쪽입니다.”
장관들도 같이 참석하다니, 뭔가 본격적으로 설명할 게 있는 건가?
“회의에 들어가기 전에 내가 알아야 할 것이 있습니까?”
“미국채 기준금리가 또다시 올라서 19.5%가 되었습니다. 하반기에는 20%를 넘길 것이 거의 확실시 됩니다. 고유가로 석유안정기금도 거의 바닥을 드러내고 있고 말입니다. 각하께서 현 경제상황을 매우 위중한 상황으로 보고 계십니다.”
YS답지 않게 상황분석을 잘하고 있네.
일단 집권초기라서 그런지 눈과 귀가 열려있긴 한 모양이다. 다행이네.
“결국 자금 경색문제로군요.”
“제가 말씀드릴 사안은 아닌 것 같습니다. 한일외무상 회담에서 60억 달러 차관협상도 실패했다는 소문도 진위를 밝혀드리기 어렵습니다.”
일본에 손까지 벌렸던거야?
“그래요? 정보 고맙습니다.”
나는 대통령 전용 회의실로 들어섰다.
기존 집무실을 반쯤 개조해 만든 곳이었다.
< 499 : 나는 알고 너는 모른다 > 끝
ⓒ 푸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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