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How I Became a Chaebol RAW novel - Chapter (50)
나는 이렇게 재벌이 되었다-50화(50/589)
< 050 : 별을 만드는 사람 >
2주 뒤,
“사장님.”
“왜요?”
“저희 이 짓 계속해야 합니까?”
“이 짓이 뭐 어때서요?”
나를 비롯해 모든 직원이 한 손엔 결속선을, 다른 손엔 결속 핸들(일명, 하칼)을 들고 연신 철사를 꼬고 있었다.
모내기하듯 허리를 굽힌 채 하는 작업이라 고되기 이를 데 없었다.
“배울 것도 없고, 재미도 없고, 보람도 없고, 힘만 듭니다.”
“돈은 되잖아. 우리 회사 일당이 얼마나 센데.”
“돈…이 좋긴 하지만 그게 다는 아니죠.”
대학생은 기능공과 조금은 달랐다.
처음엔 생각이 다를 수도 있지 했지만, 몇 번 들으니 귀찮다. 누군 힘든 거 몰라?
“이도 저도 싫으면 귀국하던가!!! 힘들어 죽겠구만! 계속 말을 시키고 그래.”
이래서 내가 도로 닦는 건 싫다고 한 거다.
정말 단순 노동인데다, 닦을 길을 바라보면 숨이 턱 하니 막히거든. 이런 작업을 할 땐 그냥 머리를 비워야 한다.
더욱이 지금은 대나무 매트 공법이라고 대나무를 바둑판처럼 놓고 가는 철선으로 결속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뻘이나 다름없는 초연약 지반인 베트남 밀림에 활주로를 만드는데 최적화된 공법이지만, 대학생 눈에는 개허접 공법으로 보일 것이다.
21세기에서도 쓰는 공법이라고!
“딱 한 가지만 여쭐게요. 정말 이거 활주로가 되는 겁니까?”
“내가 몇 번이나 말했어! 이렇게 대나무로 격자망을 만들고, 부직포를 덮고 흙을 덮어야 기초가 다져진다고. 땅에 물부터 빼야 그 위에 자갈 뿌리고 시멘트로 포장하지.”
우스워 보이지만 대나무는 아주 튼튼해서 격자로 짜놓으면 중장비도 쉽게 견딘다.
더욱이 흙을 덮고 공사 차량이 다니다 보면 대나무 특성상 세로로 쪼개지기에 그 틈을 타고 물이 쫙쫙 빠지는 거다.
값싼 자재, 공기 단축, 괜찮은 신뢰성 때문에 21세기에도 유효한 공사법이다.
“활주로를 정말 시멘트로 만들어도 됩니까?”
“야이! 내가 된다고 했지! 그리고 너, 질문 하나만 한다더니 벌써 두 개 했어!”
“한 개 더하면 안 돼요?”
“너 이리 와! 당장 귀국해! 당장!”
나는 계속 말 시키는 놈을 쫓아갔다.
그 마음을 모르는 건 아니지만 어느 순간 뚜껑이 열려버렸다.
발이 푹푹 빠지는 진흙땅이라 맘대로 달려갈 수가 없어, 더욱 짜증이 났다.
안면 마스크 때문에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당장 붙잡아서 귀국시켜버릴 거다.
솔직히 배울 거 많고, 재미있으며, 보람도 있으며, 돈까지 많이 버는 일이 세상에 얼마나 있나?
다 돈 벌려고 남들이 하기 싫어하는 일을 하는 거고, 한참 지난 뒤에 애써 배운 게 있었다며 고통을 추억으로 조작하는 게 인간이다.
배우려면 돈 내고 학교에 가야지.
재미있으려면 돈 내고 놀이 공원 가야지.
보람 있으려면 NASA에서 아폴로 띄워야지.
“아아! 사장님. 진짜로 한 가지만 더요. 혹시 제 이름 아십니까?”
“내가 너 이름을 어찌 알아!”
“하하, 그럼 됐어요. 저 귀국 안 합니다.”
“저놈 잡아! 잡으라고!”
녀석이 고양이처럼 멀리 달아나버렸다.
우리 작업 구간은 수 킬로미터에 걸쳐 있었기에 쫓아가기도 버거웠다.
“사장님. 참으십시오. 그마나 저 학생이 저렇게 질문은 많아도, 제일 일찍 나오고 제일 늦게 퇴근합니다. 학생치곤 꽤 작업에 도움이 됩니다.”
“어후, 약 올라.”
다리에 힘도 빠져서 바닥에 철퍼덕 드러누웠다.
대나무 매트 공법은 이럴 때 참으로 편했다.
“뻗었어, CS?”
“마크, 왔어?”
“힘들지? 시원한 거 한잔해.”
“고마워.”
어디선가 마크가 나타나 콜라 한 병을 던졌다.
달고 시원한 콜라는 이럴 때 정말 최고다.
“CS, 요즘 실버가 난리던데. 항구에 그림자도 안 비친다고 말이야.”
“이제 나 없어도 되잖아. BR사 마스터답게 일 좀 하라고 해.”
“일 때문이 아니라 실버가 너 좋아하잖아.”
항구 쪽은 걱정 없었다.
실버는 케이슨 공법을 잘 이해하고 있었고, 직원들도 이제 베테랑이 되었다.
오히려 이때쯤 준설선이 망가져 줘야 하는데, 너무 잘 쓰고 있어서 그게 맘에 걸릴 정도였다.
“여하튼 눈으로 보고도 믿기 어려울 정도야. 대나무 위에 흙만 덮으면 대번에 불도저가 다닐 수 있다니 말이야.”
마크는 정말 신기하다는 듯 주변을 돌아보았다.
“이 정도는 시작이지. 활주로를 만들면 정말 멋질 거야.”
“그 때문에 왔어. 내가 CS 실력을 믿긴 하는데, 활주로는 시멘트보다 아스팔트가 낫지 않겠어. 어려워도 아스팔트를 구해보는 게 어떤가 해.”
“대나무 공법도 보기 전엔 계속 의심했잖아.”
“그게, 그렇지. 하하하…”
마크가 멋쩍게 웃었다.
아스팔트를 구하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지만, 그래도 시멘트보다는 낫지 않냐는 뜻이었다.
활주로 포장법은 아스팔트, 가열혼합 아스팔트, 무근 콘크리트, 철근 콘크리트, 콘크리트 덧씌우기 공법 등등 매우 다양하며, 외려 21세기엔 콘크리트 기반의 포장이 더 일반적이다.
지금 60년대라 콘크리트 기법에 엔지니어들이 거부감이 있을 뿐이다.
“걱정 마. 기껏해야 전폭기 최대 중량이 50톤짜리라며? 그 정도는 충분히 뜨고 내리니까.”
대형 폭격기는 사이공에서 뜨고 내리고, 뀌년 근처는 중형 폭격기 정도면 충분하다고 했다.
B-57이니, F111이 어쩌고 하면서 최대 중량이 50t이라고 했다.
난 폭격기 기종 따윈 관심 없었다.
중요한 것은, 내가 최대 하중 160t(35만 파운드)짜리 활주로만 닦아봤다는 것이었다.
즉 내가 지금 행하는 건설 사양은 안전하다 못해 오버 스펙이라는 거지.
21세기 활주로는 항공기 등급번호(ACN)에 따라 활주로 포장 등급번호(PCN)이 매겨진다. 그렇게 매겨진 등급에 따라 요구 조건이 달라진다.
허용하중, 비행기 운항 횟수, 타이어 압력, 착륙장치의 크기, 날씨, 기온 변동 등등 완공 보고서에 엄청난 데이터를 실어야 한다.
특히 미국 연방항공국(FAA)의 기준이 적용되는 국제 규격의 활주로를 닦을 땐 가히 지옥이었다.
그 트라우마나 다름없는 기억 때문에 포장 기법은 물론, 기층부터 표층 두께 규격까지 외우고 있다는 게 참으로 아이러니했다.
“대체 원리가 어떻게 되는 거야?”
마크가 질문을 해왔다.
처음 만났을 땐 껄렁해 보여 대하기 쉽다고만 여겼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진국이었다.
무엇보다 공병대로서 기술에 관심이 많았다.
“어려운 것 없어. 그냥 기층과 표층 사이에 충격 흡수층을 만드는 거야.”
“충격 흡수층이라…”
안정 기층과 보조기층이라고 2중으로 이뤄진 층인데, 골재 비율을 조절하고 부직포를 삽입해 강도를 높이는 포장법이다.
60년대엔 노하우로 간직해도 되는 기술이다.
“그건 내게 맡기고. 그보다 마크는 노상 표면에 물이 고이지 않게 활주로 중앙부를 높이는 거만 신경 써. 그게 백배는 더 중요해.”
“나는 최종 검사만 하라는 거야?”
조만간 내가 특허를 쓰겠지만, 그래도 마크 같은 전문가는 조심해야지.
“응, 최종 검사 보고서만 써. 콘크리트 휨강도는 700psi, 활주로 강도는 30인치짜리 평판 재하시험으로 반발계수 150 정도면 충분할 거야.”
“각 층의 두께는 어찌하기에 그런 어마어마한 숫자가 나오는 거야.”
“대나무 매트는 특별한 사례이니 제외하고, 콘크리트 슬래브 40cm, 충격 흡수층이 45cm, 표층 5cm 정도면 충분해.”
총 두께가 90cm로 아주 아주 튼튼하다.
솔직히 내가 외우고 있는 스펙이 그것뿐이라 이리하는 거다. 컴퓨터 시뮬레이션 툴이 있으면 웨스터가드(Westergaard) 이론 모드로, 최대 허용 중량만 집어 넣으면 최적 두께가 단박에 튀어나올 텐데 말이다. 그립다, 21세기.
“그렇게 두꺼워도 되는 거야?”
“여긴 열대야. 겨울이 없다고. 도로 지반에 물만 잘 빼면 활주로가 망가질 염려는 없어.”
“!!! 그러네. 여기 열대네. 얼어서 깨질 염려는 절대 없네.”
더욱이 지금부턴 건기가 시작돼서 콘크리트 양생도 그다지 문제 될 것 없었다.
“말 나온 김에 공사 초입부로 가자고. 안 그래도 오늘 콘크리트 덮으려고 했어.”
“흙 덮고 자갈 깐 게 불과 일주일 전인데 벌써 콘크리트를 붓는다고?”
“대나무 매트 공사의 특징이야. 지반이 아주 빠르게 자리를 잡는다고.”
내 말에 마크가 깜짝깜짝 놀랐다.
아무리 미 공병대라고 해봐야 60년대 엔지니어가 21세기 엔지니어를 어찌 이기나?
물론 체력과 깡다구 측면에선 내가 이 시대 사람들과 감히 비견할 순 없지만 말이다.
“어서 가보자. 어서.”
“그건 그렇고, 요즘 다행히 수송 사고가 없네.”
“솔직히 고델 중령이 힘을 많이 썼어. 고맙다고 인사라도 해.”
“고델이?”
이번에 LST가 들어오면 회복기에 들어선 16명은 귀국시켜서, 딴 일을 주려고 하고 있었다.
추가 사고가 나지 않아 천만다행이었다.
“고델 중령이 그렇게 열정적으로 일하는 것은 나도 처음 봤어. 사이공에 가서 직접 작전을 설명하고 병력까지 받아왔다니까.”
“그래?”
“남십자성 프로젝트라고 명명했다지?”
“남십자성 프로젝트?”
왠지 있어 보이는데?
“모양이 그렇잖아. 1번 19번 도로가 십자가 모양이고, 뀌년을 비롯해 4개 지역을 마름모꼴 도로로 연결하고, 그걸 활주로로 이용하는 거잖아. 중형이긴 하지만 뀌년이 폭격기까지 운용한다니 프로젝트라 부를 만하지. 회의에 참석한 지휘관들은 물론 사령관까지 기립 박수를 쳤다던데?”
“사령관이 기립 박수를?”
“그래서 다낭 캠프랑, 깜란 캠프도 난리가 났어. 죄다 마름모꼴로 기지를 배치하고 길을 뚫는다고 말이야.”
“뭐야? 병참 기지끼리 경쟁하는 거야?”
인상이 세긴 했나 보네.
하긴 역사를 아는 내가 봐도 괜찮아 보인다.
마름모꼴로 진지를 구축하고 활주로로 연결하면, 규모가 커서 그렇지 국군의 중대 기지 전술과 기본 개념이 흡사했다.
즉, 마름모꼴 안팎으로 베트콩이 씨가 마르게 될 거다. 안전한 곳이 생기면, 그 일대를 기점으로 미군의 영향력은 확장될 수 있다.
솔직히 난 뀌년만 온전했으면 좋겠는데 말이지. 동남아의 홍콩은 한곳이어야 하니까.
“소문에 따르면 말이야, 이번 프로젝트는 잘하면 2단계 특진도 가능한 작전이라던데? 워싱턴은 물론 상원에서도 주시하고 있는 작전이라고 말이지.”
“그래?”
“그래서 말이야. 이번에도 뀌년이 1등 할 수 있게 공사를 빨리해 주면, 고델 중령이 CS가 원하는 만큼 철근을 잉여 물자 불하로 풀어주겠대.”
“?!!!!”
나보고 철근을 보상으로 가져가라는 소리였다.
뀌년 캠프가 공사를 제일 먼저 끝내는 조건으로 말이다. 문제없지. 대박이네.
“좋은 소식이네. 힘 좀 내야겠는걸?”
“힘 좀 써줘. 고델이 높이 올라가면 나도 따라 진급할 거 아냐?”
마크도 짐짓 기대하는 눈치였다.
“그게 공짜로 되겠어, 마크?”
“내 성과도 좀 챙겨줄 거야? 내가 뭘 하면 돼?”
“우리 신입 직원들 교육 좀 해줘.”
“아, 수리 기지에 들여보낸 그 애송이들? 각자 열심히 하던데?”
“열심히 하는 건 필요 없고, 거칠게 굴려줘. 보람을 좀 느낄 수 있게.”
이참에 미 공병단의 수업을 듣게 하자.
“보람을 느껴?”
“보람은 땀에서 나오잖아.”
“아!!! 작업량을 2배로 늘려볼게. 그러면 되지?”
“작업량보다 어려운 과제를 부탁해.”
“이야, 기대되는 애송이들인가 보지?”
응, 나름 수재들로 분류된 이들이거든.
그중에 반드시 보람을 느껴야 하는 놈도 있고.
“그들 중 20% 정도만 정비 자격증 따도록 굴려주면, 나 이거 활주로 닦는 거, 무조건 1등 한다. 보고서에 마크 이름 세 번은 언급해준다.”
“정말이야? 20%면 대충 60명 정도만 자격증 따게 해주면 된다 이거지?”
“응, 각자 자신 있는 일로 서로를 돕는 거야. 난 활주로 닦기, 넌 정비사 교육.”
“큭큭, 오랜만에 신나겠네. 신병 교육대처럼 확실하게 굴려주지.”
마크가 손가락을 우두둑 꺾으며 좋아했다.
“특히 일하다가 보람이 있니 없니 하며 질문하는 놈이 있으면 더 굴려. 그게 내 조건이야.”
“쉽네. 쉬워. 으하하하.”
“건배할까?”
“좋지!”
우린 콜라로 건배를 했다.
아까 어떤 놈인지 모르겠지만, 혼 좀 나봐라.
마크는 덩치가 커도 졸라 잘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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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시각, 대세 실업.
“예, 예, 싱가포르 17만 야드 신용장 접수했습니다. 바로 처리해드릴게요.”
“이사님, 군복 2만 벌 출고 결재 부탁드립니다.”
“김 주임, 군화는 왜 빠졌어?”
“군화 2만 벌은 어제 모기장이랑 같이 진해항으로 보냈습니다.”
“아, 맞다. 맞다. 그러면, 양 주임. 저기 제 3공장에 양말 물량 걸었어?”
“아직입니다. 오늘 밤까지 배낭 물량마저 뽑고 바꾼답니다.”
“아유, 왜 아직이야. 진해에서 난리 났잖아. 내일모레 출발이라고.”
삼복이는 몸이 열 개라도 부족했다.
특히 2주마다 한 번씩 LST로 뀌년에 군납품을 보낼 때는 밤을 새워도 시간이 부족했다.
군복, 군화, 양말, 배낭, 모기장, 토시, 안면 마스크 등등 정말 트럭으로 끝없이 실어날랐다.
바쁘긴 했지만, 해군이 도와주니 상선을 예약할 필요가 없어 와중에 다행이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이사님, 지금 진해에서 전화가 왔는데 원목을 쌓을 데가 없다는데요.”
“뭔 소리야? 우리 목재 야적장이 얼마나 큰데? 5만 평이 넘는다고.”
“그쪽에서 다 찼다고 하는데요?”
“정 주임이 당장 내려가서 확인해. 정말로 공간이 없으면 주변에 밭이든 논이든 사서 합쳐버려.”
“예, 이사님.”
삼복은 성수동 공장 옆에 사무실을 따로 짓고, 경력자 위주로 실무자를 열 명이나 뽑았다.
와중에 찬수가 공장 확장과 인력 충원에 대해선 삼복이에게 일임했기에 업무를 쳐낼 수 있었다.
< 050 : 별을 만드는 사람 > 끝
ⓒ 푸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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