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How I Became a Chaebol RAW novel - Chapter (500)
나는 이렇게 재벌이 되었다-500화(500/589)
< 500 : 팔다리는 됐고 몸통을 잘라주마 >
“어서 오시게, 우 회장.”
“어쩐 일로 부르셨습니까.”
YS가 직접 날 맞이하며 자리로 안내했다.
권위적인 느낌을 피하려 했던지 자리는 원탁이었다.
“어쩐 일은요, 이런 위기상황에서 재계의 대표격인 우 회장의 고견을 듣기 위해서지요. 자, 인사들 해요. 뭐합니까.”
“반갑습니다. 박웅배 재무부 장관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정동휘 상공부 장관입니다.”
“저야말로 잘 부탁드립니다.”
부탁할 일이 많진 않겠지만, 해외수주에 정부의 도움을 배제할 순 없으니 정중하게 악수를 나눴다.
“이 양반들이 어찌나 우 회장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우겨대는지 이렇게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허심탄회하게 위기극복의 묘안을 짜봅시다.”
“대통령님, 최근 불경기이긴 합니다만 위기라고까지 할 이유는 없을 것 같습니다.”
솔직한 나의 심정이었다.
1차 오일쇼크 때와 마찬가지로 대세가 LNG를 조달하고 있고, 국민 생활에 직접 영향을 주는 난방유는 고작 29.43%밖에 올리지 않았다.
국민들이야 폭등했다고 하겠지만, 2배나 오른 국제유가를 고려하면 최소한으로 올린 거다.
심지어 연탄값도 35.29%나 오르지 않았나.
“물론 대세의 LNG 도입 덕분에 타국에 비하면 월등히 충격이 적긴 합니다만, 이번에 미국발 금리상승이 더해졌습니다. 1/4분기 GNP가 1.7%나 감소했습니다. 16년만에 GNP가 후퇴하다니… 이걸 국민들에게 어찌 설명하겠습니까.”
무슨 말인지 알겠다.
경제위기가 아니라 정치위기군.
미국이 전세계를 상대로 양털 깎기를 하고 있는데 -3%가 될 걸 -1.7%로 막았으면 잘한 거지.
하필 문민정부가 출범한 첫해에 마이너스 성장이 재수 없긴 하지만, 국제적인 상황이 그러니 감수해야지.
“그야 국민들께 현 상황을 잘 설명하면…”
“우 회장, 그건 안될 일입니다! 독재 정부를 타도하고 문민정부가 들어섰는데, 국부가 줄어들면 어쩌자는 겁니까!”
“각하 말씀이 지당하십니다. 5차 5개년 개발계획대로 연평균 8% 성장을 달성해야 이 땅에 군사독재의 망령이 사라집니다.”
“국민들은 7광구 개발에도 성공했는데 어째서 유가가 폭등했는지 이해 못하고 있습니다.”
난 7광구가 하루에 6만 배럴밖에 생산하지 못하는 중형 유전이며, 우리나라 하루 소비량이 90만배럴을 넘었다고 말하려다 말았다.
이 양반들이 그 사실을 몰라서 이러는 게 아닐 테니까.
“자꾸 위기라고 말씀만 하지 마시고, 데이터를 좀 보고 싶군요.”
“대외채무 잔액입니다. 10년 이상 장기외채가 151.1억불, 5년 내외 중기외채가 5.6억불, 3년 이내 단기외채가 59.6억불입니다. 59.6억불 중 내년까지 갚아야 하는 초단기 외채가 49억 2천만불입니다.”
나는 데이터를 두고 설득하려다가 깜짝 놀랐다.
뭐지? 뭔 단기 외채가 59억불이나 돼?
심지어 초단기 외채비율이 뭐 49억불?
박 대통령이 내 조언으로 2차 오일쇼크 때 한탕 한 게 얼마인데, 국고가 이 지랄이라고?
도저히 이해가 안되는 숫자였다.
“뭡니까? 우리가 초단기 외채를 왜 빌립니까?”
초단기 외채라니. 심지어 제2 종합제철소를 지을 땐 내가 파티까지 열어서 6%대의 초저리 장기외채까지 얻어다 줬단 말이야.
“최근 몇년 간 건설사들이 빌린 외채가 쌓인 겁니다. 해외건설 수주를 할 때 1달러당 45원의 수출지원금액을 지원하고, 법인세 감면 혜택도 있지 않습니까.”
“이해가 안되는군요. 한국건설사들의 연간 해외수주액이 100억불이 넘는데 단기 외채가 그리 많이 쌓였다고요?”
우리 대세건설의 연간 해외수주액이 50억불을 돌파했고, 그게 대충 전체의 50% 수준이다.
해외수주는 몇년에 걸쳐 나눠서 공사비가 들어오고, 외화가득률까지 생각하면 최소 30억불은 흑자일 거다.
물론 무역수지와 국고가 정비례하지는 않지만,단기외채가 49억불이나 쌓여서는 안된다.
밖에서 남편이 개고생하면서 돈을 벌어왔는데, 집에서 마누라가 사채를 끌어다 쓴 것 아닌가.
“해외건설 경기도 예전 같지 않은 데다, 내수 건설경기는 확 죽어버려 그렇다는데…”
“죽기는 뭐가 죽었다는 겁니까? 이런 불경기에 한강 유역 개발과 신행정수도 건설을 하는 나라가 어디 있다고요?”
엄청난 경기 부양책이다.
박 대통령이 독재자였긴 했지만, 경제적으로 남긴 유산은 꽤 듬직하단 말이야.
“휴우, 나도 보고를 받고 깜짝 놀랐습니다. 이거 나라 살림을 어찌했기에 이리된 지 모르겠습니다. 차관 이자 갚느라 신행정수도 아파트도 후분양을 못하겠다는 건설사가 속출하고 말입니다.”
“그 무슨 개… 아니, 대체 그따위 소리를 하는 건설사가 어디랍니까.”
건설자재비는 정말 최대한 억눌렀다.
내가 철광석으로 짭짤한 재미를 보긴 했지만, 철근이나 철재 빔으로 재미를 보진 않았다.
게다가 현산이든 이룡이든 시멘트 공급도 원활한 편이었다. 사우디의 신도시 개발에 납품하는 조달가 그대로 신행정수도에 뿌려졌는데!
“여기 단기 외채가 많은 건설사입니다. 정부지원이든 재계 인수합병이든 뭔가 수를 내야 합니다. 어디 하나 무너지면 연쇄 부도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재무부 장관이 내놓은 자료를 보니 어이가 없었다. 로테건설, 홍신공영, 북광토건, 삼남기업… 등등 이름만 들어도 한숨이 나오는 놈들이었다.
“이런 놈들이 해외건설을 핑계로 단기 외채를 끌어다 썼다는 겁니까?”
“예, 최근 해외건설에 도전했다가 수주에 실패하고 대신 내수 건설에 나섰다가 오일쇼크의 여파로…”
“도전은 무슨, 사기꾼들 얘기는 무시하십시오.”
“사기꾼? 우 회장, 그들이 사기꾼이라고요?”
“당연합니다, 대통령님. 이 놈들 건설한답시고 땅만 사놓고 땅값 오르길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생각보다 비싼 가격에 안 팔리니까, 죽는단 소리를 하는 겁니다.”
“재무장관! 우 회장 말이 맞습니까?”
“그거까진 제가…”
“국가 재정을 책임진 사람이 기업인이 아는 것을 모르면 되겠습니까? 당장 건설부 장관 오라고 하시오. 설마 지금 부동산 투기꾼들을 돕자고 이렇게 모인 겁니까? 국가 경제위기라고 떠들면서!!!”
“아… 아닙니다, 각하.”
“각하, 제가 한 말씀 드려도 되겠습니까?”
재무부 장관이 고개를 푹 숙였을 때, 상공부 장관이 심각한 표정으로 YS에게 답했다.
“들어봅시다.”
“이 건설사들이 부동산 투기한 심증은 있는데 물증이 없습니다. 그래서 난감한 상황입니다.”
“심증은 있는데 물증은 없다니 무슨 말입니까?”
“여기 자료가 있습니다. 해당 기업들이 사업계획서를 낸 것을 보면…”
상공부 장관이 내놓은 사업 계획서를 살펴보니 가관이었다.
YS는 이해가 안되는 지 고개를 갸우뚱하며 내 얼굴을 쳐다보았다.
나는 어이가 없었다,
몇 년간 쌓인 외채라면 박 대통령이 이 모든 걸 승인했다는 건가?
필요한 통치 자금을 이런 식으로 마련한 건가.
와중에 YS야 내가 나선 덕에 단일화가 빨라져 이 정도의 돈은 필요치 않았으니 건설사들과 거리를 둘 수 있었던 거로군.
그렇다면 오히려 이 놈들을 쳐낼 수 있는 기회가 아닌가.
“대통령님, 이 놈들 행태가 가관이군요. 처음엔 해외건설 수주를 핑계로 차관 승인을 받고, 차관을 받자마자 수주에 실패했다며 국내 부동산 투기에 나선 겁니다. 빌어먹을 놈들, 사들인 토지가 4억평이 넘고, 짓다 만 건물이 천만평이 넘다니…”
한심하기 이를 데 없었다.
땅값 상승을 노리고 사들인 토지가 4억 4000만평, 지은 척 한 건물이 1200만평이었다.
이대로 국민들의 혈세를 쏟아부어 구제하면 10년만 지나도 수십배 이익을 남기겠지.
“어찌 된 일이요? 정부가 이 정도로 투기를 방치했단 말입니까?”
“… 외람되지만, 투기라는 물증이 없습니다. 건설사가 부도가 난다면 이득도 회수하지 못하는데 말입니다.”
“거기 토지 매입에 쓰인 돈이 대부분 일본 차관이겠지요? 그것도 초단기 차관 아닙니까?”
“헉, 그걸 어찌…”
푹 찔러봤더니 여지 없다.
상대적으로 입막음이 쉬운 일본 차관을 들여 부동산에 투자한 거지.
10년 이상 묻어두면 무조건 이익이라는 생각으로 말이다. 그게 미국의 연이은 금리 인상으로 무너진 거고 말이다.
80년대도 IMF식 투기꾼들이 있었네.
어째 5공 시절을 그리워하는 놈들이 왜 그리 많나 싶었더니, 원래 역사에선 2차 오일쇼크를 이런 식으로 이용했던 거네.
IMF와 다른 점이 있다면 구제 금융 대신 국민들을 쥐어짜서 빌어먹을 놈들을 구제해줬겠군.
헌데, 어쩌냐. 상황이 많이 달라졌거든.
게다가 YS에게 검은돈이 흘러가기 전에 내가 이걸 알게 되었거든.
“뻔합니다. 회삿돈은 이미 차명계좌로 빼돌려놓고, 이대로 가면 회사 망한다고 정부에 읍소하는 거 아닙니까. 국고로 외채만 해결하면 나중에 땅값 오르면 떵떵거리며 원금만 딸랑 갚겠지요.”
텅!
“이 빌어먹을 잡것들이!!!”
YS가 드디어 내 말을 알아듣고 분노했다.
“축하드립니다, 대통령님. 절호의 기회입니다.”
“축하… 절호의 기회라니요!!”
“구국의 결단을 내리실 때입니다. 부동산을 전수조사하고 차명계좌를 털면 경제위기도 극복하고 망국병인 부동산 투기도 뿌리 뽑지 않겠습니까.”
“구국의 결단!!!!”
YS는 명예욕이 엄청난 양반이다.
이 양반은 나라보다 자신이 얼마나 위대한 인물이 되냐에 관심 있다.
원래 역사에서 하나회를 한방에 날려버린 인물이지 않나.
“이참에 잠실에 땅 사두고 건설하는 척하는 로테건설만 때려잡아도 해결될 문제입니다.”
“그럽시다. 이참에 국익에 도움도 안되는 건설사들을 싹 잡아 족쳐야지! 이거 건설부 통하지 말고, 당신들이 조용히 증거를 모으시오. 내 구국의 결단을 내릴 테니.”
“예, 각하!”
두 장관은 YS의 말에 머리를 조아렸다.
건설업계에 피바람이 불겠군.
여태 부동산투기꾼에게 경고를 수차례 했으니, 아직 판을 안 떠난 놈들은 손발이 아니라 몸통을 잘라버려야지.
“우 회장, 내 부탁합니다. 놈들이 횡령한 돈을 다 토해내도록 할 테니, 우리 경제에 타격이 되지 않도록 방법을 강구해주시오.”
나더러 땅을 사라는 소리였다.
4억평이 넘는 땅을 다 사지는 못해도, 정부가 환수하기 벅찬 땅 정도는 사줘야지.
“최대한 협조하겠습니다.”
이란-이라크전으로 벌어들일 돈을 쓸데가 벌써 생겼다.
“한 국가의 장관으로서 부끄럽습니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을 대신해 주시니 말입니다.”
“재무부 또한 같은 생각입니다. 부동산 투기만큼은 안 되는 일인데 말입니다.”
집무실을 나온 두 장관의 말투 또한 박 대통령 때와 많이 달라졌다.
이전 장관들이야 내가 초짜 기업인일 때부터 봐온 이가 많지만 이들에겐 내가 처음부터 재계의 거물이었으니 그럴 것이다.
나는 나름 뿌듯한 마음으로 청와대를 벗어났다.
숙제 대신 부탁을 들었지 않나.
그리고 YS의 성향을 잘만 이용하면, 재계를 정비하는 것도 그다지 어려울 것 같지 않았다.
머리는 빌려오면 된다고 했던 양반다웠다.
회귀자로서 빌릴 만한 머리가 되어드리지.
***
2주 뒤 대세조선,
영도조선에서 군함 건조가 제 궤도에 오르는 것 을 확인하고는 울산으로 넘어왔다.
서울 본사보다 대세조선으로 출근하는 것이 몇 배는 더 즐겁다.
해양플랜트를 보면 고향에 온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렇게 거대하고 아름다운 FPSO를 보고 있노라니 더더욱 그랬다.
“연 부장, 이게 몇톤짜리라고 했죠?”
“36만 DWT(Deadweight Tonnage)입니다. BP사에 인도했던 기존 FPSO에 비하면 56%나 커진 용량입니다. 자체중량도 6만 톤이나 되는 괴물 같은 녀석입니다.”
“원유와 LNG를 동시에 처리하니 괴물이라고 불릴 만 하군요.”
“진수식 전에 한번 둘러보시겠습니까?”
“좋습니다. 앞장서요.”
FPSO도 공해로 나아가 시험운행을 해야 하지만, FPSO를 BP사나 7광구용으로 수차례 만들어봤기에 운용에 문제가 될 가능성은 극히 낮았다.
“전체 크기는 길이 300m, 폭62m, 높이 32m로 딱 축구장 3개와 맞먹는 규모입니다. 승선 인원은 130명이고, 회장님 말씀대로 편의시설은 완벽히 만들었다고 자부합니다.”
“수영장까지 만들다니 완벽하군요.”
개인 침실과 샤워 딸린 화장실, 식당, 휴게실, 독서실은 물론이고 휘트니스 센터엔 수영장까지 포함되어 있었다.
수영장 위로 파이프라인이 지나간다는 걸 제외하면 21세기 수영장 못지않았다.
플랜트 직원들이 잘 이용할 것 같았다.
몇 달씩 바다에 둥둥 떠서 작업해야 하는 양반들이니 이정도 시설은 해줘야지.
“이왕 냉각수를 순환하니 수영장으로 써도 되겠다 싶어 만들어봤습니다.”
“편의시설은 S급입니다.”
“회장님께 그 외에도 자랑하고픈 게 더 많습니다. 여기 한번 봐주시죠.”
연국환 부장은 사다리를 타고 올라 복잡한 파이프라인의 이음새를 보여줬다.
“용접 품질이 정말 예술이군요. 그 어떤 감리사가 봐도 트집을 잡을 수가 없을 겁니다.”
감탄이 절로 나왔다.
물고기 비늘 모양의 용접 자국이 이렇게 일정한 간격이라니 놀라웠다.
“저희 기술자들이 무겁기로 악명높은 외제 세그아크(SEG Arc) 용접기를 우리 몸에 맞게 국산화했습니다. 가격도 3000만원에서 900만원으로 싸져서 현장에 넉넉하게 배정되었습니다.”
“멋집니다. 특허비는 잘 챙겨주고 있죠?”
“물론입니다. 그에 더해서 오버헤드 자동 페인팅기도 개발했습니다. 작업이 매우 불편한 올려다보기 도장작업을 대신해주니, 안전과 품질은 물론 도료 절감 효과까지 있습니다.”
“어쩐지 도막 편차가 거의 없더라니, 그런 노하우가 있었군요.”
특허를 적극 권장하니 아이디어가 샘솟는구만.
“이번 FPSO 건조로 발굴된 사내특허가 총 48건이나 됩니다.”
“다들 멋집니다. 특허도 특허지만 더욱 대단한 게 눈에 보이는군요.”
“어떤 걸보고 그러십니까?”
“상하부 구조물의 정합 오차가 4㎜도 안되는 것 같군요. 수퍼리프팅(Super Lifting) 공법이 절정에 달한 게 느껴집니다.”
수퍼리프팅 공법은 상하부 구조물을 따로따로 만들어서 상부구조물을 수십미터 상공으로 들어 올리고 하부구조물을 그 아래에 정확히 위치시키는 기술이다.
말로는 굉장히 쉬워 보이지만, 정확한 계산과 숙련된 기술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수정작업으로 오히려 공기가 늘어나는 역효과가 나타난다.
천장 파이프라인의 연결 부위를 손으로 만져봐도 엇나간 부분이 느껴지지 않았다.
우리 숙련공들, 대세조선의 자랑이자 경쟁력이다. 내가 죄다 부자로 만들어주고 말리라.
“예! 예전에 BP사 FPSO에서 세웠던 6000톤을 들어 올렸었는데, 이번에는 13000톤을 들어 올리고 그 밑에 19000톤짜리를 끼워 넣었습니다. 솔직히 기네스북에 오를만한 대기록입니다.”
도크 양쪽으로 크레인이란 크레인은 죄다 동원했겠군. 이제 이 정도 일은 부장 재량으로 하고 있으니 성장 속도가 놀랍다.
“작업이 얼마나 완벽하게 되었는지는 잘 알겠습니다. 그래도 바다에 띄워봐야죠.”
“예, 회장님!!!”
이 FPSO는 이왕 천연가스를 운용 연료로 쓰기에 스팀터빈 엔진을 달았다.
즉, 스스로 움직일 수 있는 자항선이다.
“자, 모두 바다로 나가봅시다!”
“와아아아아아아!”
내가 밖으로 나가 소리치니 직원들이 환호로 답했다. 내 말은 합격선언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뿌우우우~ 뿌우우우~
어서 출발하고 싶다고 뱃고동 소리를 울렸고, 나는 도크 너머로 기다리던 페기에게 큰 소리로 외쳤다.
“명명식을 부탁합니다.”
“이 선박을 대세시그니처로 명명하니, 이 배와 승무원 모두에게 신의 가호가 함께 하기를! 대세의 기상이 전세계로 뻗어가기를 기원합니다.”
펑! 펑! 파삭!
페기가 밧줄을 끊자 매달려있던 대형 샴페인 병이 선체에 부딪히며 깨졌고, 폭죽도 터졌다.
자체 조달이라 간단한 명명식을 준비했지만, 감회는 남달랐다.
도크의 수문이 열리고 예인선들이 천천히 FPSO를 끌어냈다.
예인선들이 떨어져 나가자 FPSO가 웅장한 엔진음을 내며 바다로 나아갔다.
저 멀리서 드릴쉽이 기다리고 있었다.
“합격! 이 배로 우리는 반드시 자이언트를 발견할 것입니다.”
“와아아아아아!”
“다들 수고 많았습니다. 출항은 내일! 오늘은 파티입니다!”
“와아아아아아!”
뜨거운 여름이 다가오고 있었다.
< 500 : 팔다리는 됐고 몸통을 잘라주마 > 끝
ⓒ 푸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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