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How I Became a Chaebol RAW novel - Chapter (502)
나는 이렇게 재벌이 되었다-502화(502/589)
< 502 : 서막이 오르다 >
“비즈니스로 가는 건데 무슨 인질이냐.”
“야이씨, 사우디 가면 삼겹살도 없고 소주도 없어. 맨날 끔찍하게 쓴 커피랑 담배연기만 맡아야 한다니까! 그게 인질이 아니고 뭐야.”
“마! 누가 사우디에 계속 있으래? 적당하게 핑계 대고 나이프 왕자랑 바레인을 오가야지. 그 양반도 칵테일 얼마나 좋아하는데!”
“어휴, 왕족도 자기 나라가 지겨운 거 아냐. 그보다 날 왜 보내려는 거냐? 이유라도 들어보자.”
오케이, 삼복이 녀석이 이렇게 나올 줄 알았다.
이유를 들으면 안 갈 수 없을 텐데.
삼복아, 한 번만 더 고생해라.
“잘 들어. 넌, 대한민국 건국 이래 최고의 거래를 하러 갔다 오는 거야.”
“뭐 얼마나 대단한 건이길래 너답지 않게 호들갑이야?”
“I-프로젝트의 성공 여부가 너의 두 손에! 아니, 너의 말발에 달려있다 이 말씀이야.”
나는 훅하니 녀석의 목을 휘감고 머리를 맞댄 채 소곤거렸다.
그리곤 이란-이라크 전에 임하는 사우디의 입장과 우리가 사우디를 어떻게 이용할지에 대해 친절하게 설명했다.
녀석도 중동에 여러 번 다녀왔다고 수니파와 시아파가 죽도록 싸우고 있으며 각 파가 득세한 사우디와 이란이 서로 견원지간이란 걸 이미 알고 있어서 한결 이야기가 편했다.
“… 뭐… 뭐야? 사우디가 이라크를 직접 돕기 힘드니 내가 가서 다리를 놓으라고? 그것도 무기 중개를? 자칫하면 쇠고랑 차는 거 아냐? 저격수 총알 막 날아오고 그런 거 아냐?”
“짜식, 스파이 영화를 너무 많이 봤네. 마! 뭔 그런 쓸데없는 걱정을 해? 지금 사우디는 이라크 손을 빌려 이란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싶어서 미치는 수준이라니까. 지금처럼 좋은 기회가 언제 또 오겠어?”
“그… 그건 그렇지.”
“스스로 나서기 어려운 마당에 우리가 나서서 가려운 곳을 긁어주겠다면 얼씨구나 하고 손을 잡을 거야.”
“그래, 의도는 알겠는데 내가 정말 바빠. 올해 크라이슬러랑 합작 소형차를 출시하기로 했잖아. 마이애미 썸머 모터쇼에서 대규모 광고를 하기로 했단 말이야.”
“응, 영업팀 보내면 돼. 걱정 마.”
“내가 가야 한다니까, 대박 계약이라고.”
“구축함 4척과 초계함 6척, 총 매출이 자그마치 8.4억불이다! 게다가 이번 한 번으로 끝날 계약도 아니지. 이걸 엎어?”
“어… 엎어? 내가 안 한다고 엎어?”
“사우디는 돈은 많아도 제조공장이 없어. 무기를 사서 이라크에 줘야 하는데, 미국산 무기든 영국산 무기든 사는 사람 마음이잖아. 한국산 무기를 사서 넘기게 만들려면, 삼복이 너 정도는 나서야 해. 나이프 왕자가 원하는 걸 알아내서 알려줘, 내가 무조건 해결할 테니까.”
단순히 가성비 뛰어난 무기를 납품하겠다고 해서 될 일이 아니지 않나.
정치적으로 가려운 곳을 긁어줘야 한다는 거지.
이번 거래로 나이프 왕자의 위상을 한번 더 끌어올려 줘야 한다는 얘기다.
물론 지금 왕이 너무 오래 살기 때문에, 영원히 왕이 되지 못하는 양반이지만 어쩌겠어.
즐거운 꿈이라도 꾸게 만들어줘야지.
“나 밖에 없다… 그거 사탕발림 아냐?”
쫄보 녀석, 개기는 척 하지만 8.4억불짜리로 끝날 일이 아니란 말에 잔뜩 쫄았다.
이란은 우리가 직접 납품하고, 이라크는 사우디를 통해서 군납한다! 이게 우리가 이란-이라크를 맞이하는 핵심 전략이다.
양쪽을 오가며 아슬아슬한 외줄 타기를 해야 하지만 그만큼 하이리턴이다.
“사탕발림이 맞다면, 엎을까?”
“그런 말이 아니잖아.”
“이 건수는 단군 이래 최고의 빅딜이 될 거다. 인질이 아니라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국빈으로 가는 거다. 국빈!!!!”
“국빈!!!!”
애국자보다 국빈이란 단어가 훨씬 듣기 좋았던지 녀석의 표정이 사뭇 달라졌다.
“우리가 독립운동은 못했지만, 선진국 만들기 운동은 해야지. 그 정도는 해야 대세맨이지.”
“그래, 하긴 해야 하는데…”
“나 지금 영도조선으로 갈 거다. 헬기 탈 거면 따라오고, 지금 마음이 그러면 나중에 따로 가서 군함 보던가.”
나는 양복을 걸치고 집무실을 나섰다.
“아냐, 같이 가야지. 가자.”
“그럼 그렇지.”
“전체 맥락은 사우디가 이미 보유한 구축함을 이라크 쪽으로 보내고, 신형 구축함은 사우디에 납품한다… 이거지?”
역시 삼복이는 애국자였다.
멋지다, 내 친구 이삼복.
“응, 바로 그거다. 아무래도 6개월 납품 일정 이전에 사달이 날 것 같으니까.”
“결국 맡아버렸네. 으으…”
“너라면 잘 할 수 있다니까!!!!”
우리는 그 길로 영도조선으로 향했고, 삼복이는 변 부장을 통해 건조 중인 군함에 대해 온갖 기술적인 얘기들을 경청했다.
결국 쫄보 녀석답게 사우디로 출국하기 전에 공부부터 해야겠다며, 온갖 자료를 짊어지고 영도조선의 한쪽 귀퉁이에 자리를 잡았다.
녀석의 장점이었다.
일이 될지 안 될지 겁은 많지만 일단 맡으면 최선을 다해서 성공확률을 높이려고 노력한다.
이게 내가 대세자동차를 통째로 녀석에게 맡겨놓고 안심하는 이유라고 하겠다.
“변 부장, 내가 도와줄 일은 없습니까? 건조 일정을 최대한 줄여야 하는데 말입니다.”
“말씀만으로도 감사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저희에게 맡겨주십시오. 반드시 일정 내 건조를 완료하겠습니다.”
영도조선의 직원들이 정말 1분 1초를 아끼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곳곳에서 보였다.
쇠 냄새 가득한 야드가 그걸 증명하고 있었다.
직원들이 이 정도 열심이면 내가 할 일은 믿고 기다리는 것이다.
시간은 정말 쏜살처럼 흘러갔다.
***
6월 말,
올해 따라 유독 여름이 일찍 시작하는 느낌이었다. 사방에서 정신없이 낭보가 날아들었다.
“회장님, 드디어 이번주 베트남 유전에서 첫번째 배가 들어온다고 합니다.”
“물량은 어찌 됩니까?”
“일단 LNG는 40만 CBM, 원유는 140만 배럴입니다. 다음 주부터는 2주 간격으로 유조선과 LNG선을 번갈아 운용하기로 했습니다.”
첫번째 생산량치고 아주 근사했다.
대한민국 1일 에너지 소비량으로 따지면 대충 5일이면 다 써버릴 양이지만, 물가 안정에는 꽤 도움이 될 것이다.
최근 대한민국 정치도 좋은 소식 일색이었다.
금융실명제와 부동산실명제로 정부가 파죽지세로 검은돈을 환수해 단기외채를 갚아나갔기에, 내수경제가 급속도로 안정되어가니 말이다.
부득이 환율은 1달러당 600원으로 올렸지만, 그 정도로 미국의 양털깎기에 대응했다면 아주 무난하게 위기상황을 넘겼다고 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마음에 드는 것은 정부가 로테건설을 비롯해 부동산 투기 혐의가 짙은 건설사에 대해 건설면허를 취소한 것이다. 그뿐 아니라 부실 건설사 22곳에 대해서도 최장 3년까지 영업정지를 시키는 초강수로 응징했다.
토건 비리를 이처럼 다루다니, 우리나라 정치가 진일보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초도 물량은 모두 중부공단으로 보내십시오. 기존 LNG와 원유 대비 열량이 얼마나 나오는지 비교부터 해야 하니 말입니다.”
“예, 그리 하겠습니다.”
원유는 산출지에 따라 최적 공정을 셋업해야 최대로 활용할 수 있다.
중동산 원유는 아스팔트 비중이 높고, 인도네시아산 원유가 윤활유에 최적화된 원유라면 베트남산 원유는 복합유전에서 나온 만큼 나프타 제조에 적합할 것 같았다.
“다른 업무는 내가 따로 검토하죠.”
나는 빌 베인이 내 책상 위에 올려놓은 보고서 뭉치를 두드렸다.
수백 페이지는 족히 되지만, 각 계열사에서 올라온 업무보고를 비서실에서 최대한 골라 뽑은 보고서이기에 모두 읽어보는 게 내 일이었다.
“예, 회장님. 그럼 신 부장을 올려보내겠습니다. 오늘도 점심은 도시락으로 하시겠습니까?”
이라크에 사전답사를 보냈던 신중도 부장도 복귀했다. 귀국하자마자 보고한다고 했지만 내가 억지로 하루는 쉬게 했다.
“그래요, 신 부장 입맛에 맞았으면 좋겠군요.”
“그리 전하겠습니다.”
“하하, 올라오라고 하십시오.”
요즘 업무가 폭주해서 점심시간마저 면담시간으로 쓰고 있었다.
솔직히 기대하지 않았는데, 서울역 근방에 맛집이 많이 생겼다는 걸 확인하는 시간이 되기도 했고 말이다.
똑똑.
“회장님, 신중도 부장입니다.”
“어서 들어와요. 먹으면서 합시다.”
나는 신중도 부장을 들이고 탁자에 도시락을 세팅했다. 남자끼리 마주 보고 밥 먹는 게 처음엔 이상했지만, 하다 보니 이것도 익숙해졌다.
“이게 말로만 듣던 대세본사 도시락이군요.”
“청와대 칼국수보다 나으니 이 정도면 호사스럽죠.”
“예, 회장님.”
우린 가벼운 농담으로 시작했다.
이미 텔렉스로 대략적인 탐사결과는 아주 좋다는 소리를 들었기에 가능한 농담이었다.
“키르쿠크 유전지대야 워낙 유명하니 보고서만 읽어보면 될 것이고, 아카스 지역 탐사 결과부터 듣고 싶군요.”
“회장님 말씀대로 더 깊은 곳에 가스전이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시추공마다 데이터 편차가 크지만 최저 2700psi부터 5800psi까지 가스압을 확인했습니다.”
“잘만 뚫으면 4000psi는 충분히 나오겠군요.”
“그렇게 보입니다. 보는 눈이 꽤 있어서 여러 곳을 뚫어보지는 못했지만 분명 큰놈이 자리 잡은 느낌입니다.”
언젠가부터 탐사대원들이 큰놈 중간놈 작은놈으로 유전의 크기를 은어로 부르고 있었다.
정보보안에 각별히 신경 쓴다는 의미일 거다.
“좋아요, 그런데 가스전의 존재는 그전에 예측한 것이지 않습니까? 신 부장이 흥분한 이유는 따로 있을 것 같은데 말이죠.”
신 부장이 귀국하자마자 급히 보고할 게 있다고 했었다. 텔렉스를 통한 서면보고 외에 뭔가 더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아카스 지방에 스캐빈저들이 꽤 있었습니다.”
“뭐라고요? 스캐빈저들이?”
스캐빈저란 버려진 유전에서 조금씩 기름을 퍼 올리는 사람들을 일컫는 은어다.
“회장님께서 그러셨지 않습니까. 스캐빈저들이 꾸준하게 석유를 뽑아 올리는 폐유전은 폐유전이 아니고, 우리 기술로 재개발해야 할 유전이라고 말입니다.”
그랬지. 중요한 지식이라 리더급들에겐 누차 얘기해줬던 기억이 난다.
유전은 살아있는 생명체와 비슷해서 꾸준하게 관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어쨌든, 실낱같이 흔적만 남은 유전이라고 해도 생명력이 남아있는 게 확인되면 무조건 다시 봐야 한다.
우리 대세의 기술을 접목하면 채산성 있는 유전으로 탈바꿈할 가능성이 아주 높다.
“예. 아카스 지방 원주민들이 생활원료로 천연가스를 이용하기도 하지만, 폐유전에서 나오는 원유를 이용하는 경우도 꽤 있었습니다.”
“생산량은 얼마나 되는 것 같던가요?”
“원주민 사이에 거래되는 걸 보면 하루에도 드럼통 대여섯 개는 족히 넘는 것 같았습니다.”
드럼통 8개가 10배럴 정도니 그 정도면 살아 있는 유전이 맞네.
“가스전뿐만 아니라 영국이 버리고 간 유전도 재개가능성이 있다는 소리군요.”
“예, 그렇습니다. 20km 정도만 가면 유프라테스강이 있으니 거기 물을 끌어다 유전에 주입하면 유전의 압력을 회복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그건 안됩니다. 그쪽 지방 사람들에겐 생명줄과 같은 강인데, 그런 식으로 이용했다간 대번에 쫓겨날 겁니다.”
알래스카야 물이 넘치는 곳이니 문제없었지만, 사막에서는 다른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생각을 해보면 다른 방법이 있겠지.
“송구합니다… 제 생각이 짧았습니다.”
“송구할 것까진 없고, 아주 좋은 소식이니 염두에 두도록 하죠. 어쨌든 일단은 아카스 지방의 가스전 개발에 집중하도록 합시다.”
“예, 회장님.”
“이건 아카스 지방에서 가스전 개발에 성공하려면 꼭 필요한 핵심 논문입니다. 숙지하십시오.”
나는 신 부장에게 여태 모은 논문을 건넸다.
GTL(Gas to Liquid) 기술은 연구자들 사이에선 꽤 오래전부터 연구되어온 테마다.
천연가스를 취급이 쉬운 액체로 바꾸면 원거리 수송문제를 단박에 해결할 수 있는 데다, 별도의 입출하 시설을 구축할 필요 없이 기존 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매우 유용하다.
물론 해안가 가까이 있는 가스전이라면 LNG로 만들어서 파는 게 가장 저렴한 방식이지만, 아카스처럼 내륙 깊숙이 있는 경우엔 GTL 기술이 답이다.
그럼 바그다드까지만 파이프라인을 연결하면 기존 파이프라인으로 걸프만까지 직송할 수 있다.
“Gas to Liquid… 설마, 회장님. 천연가스를 석유로 만들 수도 있습니까?”
“물론이죠. 천연가스는 메탄이 주된 성분이니 암모니아, 메탄올, 심지어 경유까지 합성해낼 수 있습니다. 당연히 최적의 플랜트 촉매를 찾아내는 게 핵심이겠지요.”
플랜트를 운영할 때 일일이 온도와 각종 압력 조건을 맞춰줘야 하는 공정으로 셋업되면 밑지는 장사를 할 수밖에 없다.
촉매반응으로 저절로 순환반응이 일어나게 하는 게 플랜트 공정 셋업의 핵심이다.
플랜트 공정이 각사의 노하우이자, 아무나 흉내 낼 수 없는 이유라고 하겠다.
“회장님, 천연가스는 LNG로 액화하는 것이 최선이 아닌 겁니까?”
“운송 시설이 갖춰진다면 LNG가 답이죠. 하지만, 아카스같은 오지에서 LNG를 만들어도 어떻게 운송하겠습니까? 경유로 만들어서 기존 송유관으로 운송하는 게 최선입니다.”
“이런, 제가 멍청한 질문을 한 거군요.”
신 부장처럼 똑똑한 양반도 고정관념에 휩싸이면 생각이 확장되질 못한다.
“아닙니다. GTL 기술의 원천기술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걸 활용못하는 회사도 있는걸요.”
“그런 회사도 있습니까?”
논문을 찾아보니 내 기억대로 BP사가 GTL 기술의 원천 특허를 가지고 있었다.
영국계 석유회사라서 그랬던지 오래전부터 천연가스 운송에 대해 연구를 했던 모양이다.
물론 BP사답게 연구는 했는데 활용에 대해선 전혀 관심이 없었고 말이다.
“조만간 BP사 엔지니어도 합류할 테니, 이라크에 가스전 개발과는 별도로 GTL 플랜트는 소형모델을 만들어 보십시오.”
“예, 회장님. 서두르겠습니다.”
신 부장은 반듯하게 인사를 하고는 집무실을 빠져나갔다. 어서 논문을 분석해서 각종 특허를 낼 생각에 들뜬 표정이었다.
워낙 출중한 양반이니 효율 높은 촉매반응을 찾아낼 것이다.
가스전이 확인되면 BP사는 10%의 지분율로 합류할 것이고, 당연히 GTL 원천 기술에 대해 라이선스를 공유할 거다.
촉매를 비롯한 주변 특허는 우리 대세도 출원할 테니, 특허 건수가 쌓이면 크로스라이선스도 가능할 테고 말이다.
“이 짓도 더는 못하겠네. 점심 먹다 체하겠어.”
어영부영 오늘도 도시락을 반이나 남겼다.
BP사 맥파젠에게 텔렉스라도 보낼까 하며 텔렉스 머신으로 다가갔을 때였다.
따르르릉! 따르르릉!
“응?”
비상용 전화기가 울렸다.
그것도 최근 개시한 국제전화용 전화기가.
“CS Woo입니다.”
전화기 너머로 밴 플리트 장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장군답지 않게 흥분된 목소리였다.
드디어 대전의 서막이 올랐다.
< 502 : 서막이 오르다 > 끝
ⓒ 푸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