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How I Became a Chaebol RAW novel - Chapter (508)
나는 이렇게 재벌이 되었다-508화(508/589)
< 508 : 불량과 실수도 자산이다 >
김포공항,
“여기다, 삼복아.”
“친구야, 엉아가 돌아왔다!!!”
녀석이 대번에 달려와 내 어깨에 팔을 걸쳤다.
입꼬리가 잔뜩 올라가 있는 모습이 일이 잘된 것 같았다.
“수고 많았다. 마, 그래도 중간중간 보고는 해야지. 함흥차사도 아니고 개발자들만 계속 미국으로 부르고 궁금해서 죽는 줄 알았다.”
“AMC가 하도 극비 프로젝트라며 통제를 하니 어쩔 수 없었어. 채핀 회장이 네게 직접 시제품을 보여주며 협상하겠다고 전화며 텔렉스며 다 차단했다니까.”
“시제품? 그게 무슨 소리야? 기술협약도 없이 시제품을 만들었다는 거야?”
시제품이라는 말에 깜짝 놀랐다.
외국 기업과 일을 할 때는 무조건 계약서부터 작성하고 일을 해야 한다.
“걱정 마, AMC가 우리 정보보안 각서에는 서명했으니까. 대신 합작 협상은 너랑 하는 조건으로 자신들의 기술은 조건 없이 공개했어.”
삼복이의 말에 나는 더 당황스러웠다.
AMC가 그렇게 저자세로 나왔다고?
“좋긴 한데, 친절이 과한데?”
“나중에 따로 얘기할게, 일단 표정 관리부터 해라. 어, 저기 온다. 여깁니다~ 채핀 회장님.”
삼복이가 입국장 출입구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뭐야 AMC 회장도 같이 온 거야?
“채핀 회장님! 오신다고 연락을 주셨으면 환영식이라도 준비했을 텐데요.”
“아닙니다. 실무협상단만 보내는 게 도통 마음이 놓이질 않아서 제가 막판에 합류한 겁니다. 편안하게 생각하십시오.”
“그리 말씀해주시니 감사합니다.”
어째 채핀 회장의 얼굴이 많이 상했다.
우리에게 AMC 캐나다 공장을 넘기고 그 돈으로 투자 여력을 회복해 회장직까지 올랐는데, 그 뒤로는 연락이 뜸했었다.
아니, AMC가 업계에서 존재감이 희미해졌다.
우리조차 그들이 무슨 신모델을 내놨는지 알지 못할 정도니 말이다.
“회장님, VIP께서 한 분 더 오셨습니다.”
“우 회장님, 오랜만에 뵙습니다.”
“낸시!! 의원님!! 한국에 직접 오시다니 어쩐 일이십니까?”
낸시는 보는 눈이 있어서인지 깍듯한 말투로 내게 악수를 청했다. 보통 때라면 자연스레 포옹 인사를 나눴을 터인데 말이다.
“디트로이트 의원으로서 AMC가 큰 결심을 한다는데 도와드릴 것이 있나 싶어 참석했습니다. 부디 협상이 잘됐으면 하는 바람이군요.”
낸시가 왜 이러지?
AMC와 험비를 합작할 계획이라는 건 이미 뀌년 5인방에 공유했는데, 뭐지?
뭔가 따로 얘기할 것이 있다는 말이군.
비밀리에 방문하긴 어려우니, AMC 핑계로 급히 날 찾아왔다는 건데… 무척이나 궁금했다.
자세한 내용이야 따로 들으면 될 일이니, 일단 반갑게 맞이하는 게 우선이었다.
“낸시 의원님께서 참관을 해주신다니 영광입니다. 먼 길 오시느라 피곤하실 텐데, 두 분 다 일단 호텔로 모시겠습니다.”
“아닙니다. 시제품을 싣고 왔으니, 공장 근처로 가시지요. 공항에서 꽤 멀다고 들었습니다.”
채핀 회장이 대뜸 여천으로 방향을 틀었다.
‘AMC가 아주 급해. 여천으로 가자.’
삼복이가 슬쩍 귓속말을 했다.
뉘앙스로 보니 단순한 합작협상이 아닌데?
설마 AMC 캐나다처럼 또 공장 일부를 내게 팔기라도 하려는 건가?
하긴 기름 먹는 하마만 만들어내는 회사가 연이어 오일쇼크를 두 번이나 맞았으니, 제대로 굴러갈 리가 없지.
“그럼 옥포로 내려가시죠. 헬기로 가면 금방이고, 내일 여천 공장도 헬기로 모시겠습니다. 저희는 차로 따로 가죠. 기 비서, 부탁합니다.”
“예, 회장님.”
“옥포 리조트라니! 채핀 회장님 어서 가시죠.”
“그러시죠, 의원님.”
낸시가 휙하니 채핀 회장을 낚아채서 기 비서를 따라나섰다.
덕분에 나는 삼복이랑 편하게 얘기를 나눌 수 있었다.
“AMC 실무진도 같이 오는 거냐?”
“응, 우리 개발자들이 동행하니까 걱정 없어. 시제품도 긴급 연구용으로 신청해뒀으니 세관에서도 금방 빼줄 거야. 어서 가자. 내가 한식이 고프다.”
삼복이는 내 등을 떠밀며 공항을 빠져나갔다.
그리곤 어디선가 로열프린스를 떡하니 몰고 와서는 날 태우고 휙하니 액셀을 밟았다.
“대체 일이 어떻게 된 거야? 채핀 회장이 AMC를 내게 팔기라도 할 것처럼 굴던데.”
“그게 좀 복잡해. 우리더러 AMC 지분을 인수해서 2대 주주가 되어달래. 그럼 자기가 1대 주주 자격은 유지하면서 경영권은 포기하겠다고 하더라.”
“뭐야? 전술차량 합작하라고 보냈더니 인수합병 계약을 하고 왔다는 거야?”
“무슨! 내가 그런 살 떨리는 협상을 어떻게 해? 나는 주야장천 험비합작 얘기만 했어. 아, 험비는 전술차량 모델명이다. 고기동 다목적 전술차량이라고 정식 명칭은 HMMWV인데, 발음이 너무 어렵거든.”
녀석은 짐짓 험비라는 단어를 강조하며 뒷좌석의 007가방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가방을 열어보니 시제품 사진과 각종 데이터가 실린 보고서가 가득했다.
솔직히 놀라웠다.
사진에 담긴 험비는 21세기 험비 못지않게 완성도가 있어 보였다.
“겉보기론 짠하게 잘 만든 것 같네. 뺑이 좀 쳤겠는걸?”
“말도 마라. 처음에 갔더니 벌써 미군 전술차량을 개발 중이더라고. 그런데 웃긴 게 뭔 줄 아냐? 뜯어보면 뜯어볼수록 우리 로열로더를 벤치마킹한 게 눈에 띄더라. 기술협정도 따로 없이 우리에게 개발 자료를 죄다 공개한 이유가 있었어.”
그럴 수도 있겠네.
우리 로열로더의 메인 프레임이 지프차인걸.
“그래서, 우리에게 경영권을 넘기겠다는 거야? 너무 논리가 비약적인데?”
“험비 합작만으로 그런 결정을 한 건 아닐 거야. 뭣보다 AMC 본사뿐만 아니라 계열공장도 죄다 적자투성이에다 빚이 너무 많은가 봐. 주가가 올해만 23%나 떨어졌다고 하더라.”
“험비 합작은 경영권 판매의 미끼다 이거냐?”
“오! 딱 그거네. 이미 채권단이 AMC를 찢어발기겠다고 나서고 있으니, 채핀 회장도 이판사판인 거지. 이러나저러나 경영권을 내놔야 하는 상황이니까 말이야.”
충분히 동의 가능한 말이었다.
원래 역사에서도 AMC는 빌빌거리다가 결국 크라이슬러에게 합병당하지 않았나.
“이왕이면 우리에게 팔겠다? 이거냐?”
“응, 그런가 봐. 우리가 기술은 있지만 그렇다고 미국기업은 아니잖아? 우리 힘으로 위기만 모면하면 다시 경영에 복귀하려는 생각인 것 같더라.”
“크라이슬러가 우리 덕분에 살아난걸 보고 그런 판단을 한 건가.”
“응, 그럴 수도.”
“그래서 낸시 의원도 끌어들인 거고?”
“당연하지. AMC의 지분 매각에 찬반이 분분할 거 아니냐. 디트로이트의 구세주인 낸시 의원이 나서면 일거에 분위기 잡는 거지.”
하긴 나락으로 떨어지던 크라이슬러가 우리와 합작하면서 Big3 자리를 굳건하게 지켰으니, AMC가 그걸 보고 땅을 치면서 후회했을 거다.
우리랑 먼저 접촉한 건 AMC였으니까.
“네 생각엔 어때 보였어? AMC가 우리에게 도움이 되겠어?”
“솔직히 디트로이트에 있는 AMC 공장만 쓸만하고, 인디애나폴리스와 켄터키에 있는 공장은 그냥 꽝이야. 어후 끔찍해.”
삼복이가 끔찍하다면 정말 끔찍한거다.
쫄보답게 공장을 T자로 만들어 동선까지 고려하는 녀석이라, 어설프게 지어놓은 공장을 보면 경기를 일으킨다.
“공장이야 그렇다 치고, 쓸만한 자동차 모델은 있더냐? 소형차 위주로 말이야.”
“말해 뭐해. 없어. 아예 없어.”
“결국 쓸만한 제품은 험비 뿐이라는 거네.”
“응, 맞아. 이건 순전히 내 감인데… 험비도 기름 먹는 하마이긴 매한가지지만 민수용으로도 꽤 잘 나갈 수도 있을 것 같아. 아예 비싸게 파는 거지. 가성비가 아니라 완전히 다른 차원의 탑 티어 오프로드 차량으로 말이야.”
어라, 삼복이 녀석도 이제 물건 좀 볼 줄 아네.
“험비 사업만 쏙 빼오고 싶은 거구나.”
“그럼 대박이지. 험비라면 미군 납품도 문제없을 것 같아. 정말 대박이라니까.”
녀석은 흥분해서 연신 대박을 외쳤다.
“채핀 회장도 험비를 미끼로 어떻게든 전체 회사를 떠맡기려고 하겠지. 험비만 쏙 빼 오기는 쉽진 않을 거야.”
쉽진 않지만 불가능하지는 않다.
채핀 회장의 뜻대로 잠시 경영권을 인수한 뒤에 빌 베인에게 정치질을 맡기면 될 것도 같은데.
빌 베인의 능력이라면 채권단과 이사회를 휘저어서 험비만 딱 빼내서 내게 안겨줄 거다.
“어렵지만 기회인 건 맞아. 채핀 회장이 이대로 1년만 더하면 스트레스로 죽을 것 같다고 하더라. 채권단이 지금 당장 주식시장에 던져버리겠다고 협박하는 지분도 엄청나다고 그러더라.”
“알았으니까, 적당한데 가서 소주부터 한잔하자. 여천이야 새벽 일찍 가면 되지.”
“아! 그러네. 어쩐지 뭔가 까먹고 있다 싶었어!”
“일단 벌주부터 받아야겠다. 비밀리에 내게 텔렉스라도 보냈어야지.”
“나도 그러고 싶었다니까. 텔렉스가 주변 10km 근방에 없었다니까. 솔직히 이번 출장도 인질 생활이나 마찬가지였어.”
“프로 인질이네. 벌주 추가다. 어디서 이중 취업을 하고 그래!!”
“그리 놀리면… 재밌냐?”
녀석이 운전대를 잡은 채 발끈했다.
삼복이야 AMC 험비 사업을 빼내 오고 싶어 안달이지만, 그리 서두를 이유도 없었다.
이대로 AMC를 내버려 두기만 해도 나락이니, 시간은 우리 편이다.
삼복이 옆에 빌 베인만 붙여놔도 될 일이다.
오히려 내 관심은 낸시였다.
이 정도 일로 그녀가 직접 찾아올 리가 없었다.
텔렉스로 알려주기에 부담스러울 정도의 이야기가 분명했다.
더 큰 건수가 있다. 더 큰 게!
“인수합병 문제는 비서실더러 전담팀을 붙이라고 할 테니, 넌 험비 사업에 집중해줘.”
“어, 그래? 그럼 걱정 그만하고 일한다!”
“일단 삼겹살에 소주!!!”
“가자!”
우린 종로 먹자골목으로 냅다 달려갔다.
고생 많았다, 친구야.
****
다음 날, 대세자동차 여천공장.
위이이잉, 쿵! 쿵!
“우와아아아아!”
험비는 군용차량 전용 트랙을 질주하다시피 주파해나갔다. 진흙탕, 1.5m의 물길, 50cm 수직 장애물, 60도 경사의 오르막도 거뜬하게 통과하는 모습에 지켜보던 이들이 모두 환호했다.
“험지 기동력은 정말 훌륭하군요.”
“어머! 저 정도 차량이면 어떤 전쟁도 문제없겠어요.”
“물론입니다. 험비의 전술적 가치는 저런 기동력에다 운용이 매우 자유롭다는데 있습니다. 기관총을 달아도 되고, 구급차로 써도 되고, 통신 차량으로도 운용 가능합니다.”
채핀 회장은 영업사원마냥 보고서를 펼쳐 보이며 험비의 장점을 설명해댔다.
어떻게든 험비를 합작해야 한다는 다급함이 느껴졌다고 할까?
채핀 회장은 잠시 위기만 모면하고 다시 경영에 복귀할 속셈이기에, 우리 외에 다른 회사는 아예 염두에 두지 않는 것 같았다.
“보기엔 정말 훌륭하지만, 장점만 있진 않겠지요. 어디 한번 살펴봅시다. QA 여러분!”
“예, 회장님!!!”
까탈스럽기 그지없는 대세 QA 팀원들이 온갖 장비를 가지고 험비 시제품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AMC와 대세자동차 개발자들이 최선을 다해 만든 시제품이라고 해도 완벽할 순 없는 법이다.
“회장님, 엔진룸이 너무 좁아 열 배출이 잘되지 않습니다. 이러면 엔진과열이 우려됩니다.”
“사막전은 곤란하다는 말이군요.”
“예! 치명 불량입니다!”
대번에 단점을 찾아내는 악귀같은 QA였다.
개발자들도 듣고 보니 일리가 있다는 듯 끙하는 표정만 지었을 뿐이었다.
“회장님, 여기 후륜 기어박스 디자인이 잘못되었습니다. 차체 하부에 위치해서 충격에 취약합니다. 군용차량에 맞지 않는 디자인입니다.”
“오, 그렇군요.”
나조차 생각지도 못했던 디자인 오류였다.
기어박스 위치를 좀 더 차량 상부로 올려야 장애물로 인한 손상을 막을 수 있겠군.
“회장님, 이것 좀 보십시오. 차축 기어오일에 쇳가루가 보입니다.”
“이런! 차축이 휜 겁니까?”
“예, 그리 보입니다. 차체가 크로몰리 프레임인 데다 서스펜션이 리지드 액슬이라 주행시 충격이 과도하게 차축에 전달되는 형태입니다. 이러면 신뢰성 테스트를 해보나 마나, 5000시간 가속 테스트에선 차축이 부러질 겁니다.”
“치명불량이군요.”
“예, 그렇습니다.”
내 말에 QA 팀원이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자기가 퀄을 맡으면 이런 품질론 절대 출하를 시키지 않을 거라는 듯 말이다.
“회장님, 당장 개선할 수 있습니다. 리지드 액슬을 독립 액슬로 개선하고, 차축 소재를 개선하면 해결될 일입니다.”
“엔진룸 크기와 냉각 시스템도 당장 개선할 수 있습니다.”
“당혹스럽군요. AMC 개발자들은 아무 코멘트가 없습니까? 이래서 합작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나는 짐짓 이맛살을 찌푸리며 채핀 회장에게 말했다. 시제품 제작에 관여한 우리 개발자들이 이런저런 개선안을 앞다투어 말할 동안 AMC 개발자들은 눈만 멀뚱거릴 뿐이었다.
실시간 통역사가 옆에 붙어 있는데도 말이다.
역시 망하는 회사엔 다 이유가 있는 거다.
난 인상을 찌푸렸지만 속으론 환호했다.
AMC 개발자들 중에 진짜배기들은 벌써 다 도망친 게 분명했다.
우리가 개발이든 경영이든 주도할 수 있다.
“… 그렇죠, 저희 엔지니어들도 같은 생각일 겁니다. 그렇지요?”
“무… 물론입니다. 개선할 수 있습니다.”
채핀 회장과 AMC 고참 개발자가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답했다.
이렇게 대번에 치명적인 단점을 발견할 줄은 몰랐을 거다.
우리 QA팀은 맨땅에서 헤딩하면서 올라온 개발자들과 함께한 이들이다.
온갖 불량이란 불량은 다 겪은 본 이들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심지어 그런 불량들에 대한 기록보존과 사후조치도 시스템화 되어 있기에, 웬만큼 기술이 성숙한 서구 자동차 업체 QA팀보다 실력이 월등하다.
우리에겐 불량과 실수도 자산이다.
“이삼복 부사장, 이거 데이터 정리해서 험비 합작을 어떻게 할지 논의해주십시오. 법무팀과 함께하는 거 잊지 말고요.”
“예, 알겠습니다.”
빌 베인이 급히 특별 전담팀을 여천으로 파견했고, 우린 그걸 법무팀으로 부르기로 했다.
“우 회장님! 단순 합작 논의가 아니라, 제가 따로 드릴 말씀도 있습니다.”
“먼저 이삼복 부사장과 논의하십시오. 저는 오늘 하루는 낸시 의원님과 함께 하기로 했습니다.”
“어… 언제 그런 약속을?”
“어머, 우 회장님께서 정말 가이드를 해주시는 건가요? 기대하지 않고 부탁한 건데, 너무 좋네요. 그럼 답례로 디트로이트 자동차 업계가 어찌 돌아가는지 알려드리죠.”
“아주~ 중요한 얘기겠군요.”
나는 팔을 뻗어 낸시를 리무진으로 안내했다.
채핀 회장은 졸지에 닭쫓던 개처럼 우리를 물끄러미 바라만 봤다.
삼복이와 협상하시라.
그대의 속셈대로 잘 따라주는 척하다가 험비 사업이 안착하면 꿀꺽 삼켜줄 테니까 말이다.
그런 협상을 내가 직접 할 수는 없지 않나.
***
털썩,
“아휴, 힘들어. 어디 편안한대로 좀 가죠.”
“바로 옥포로 데려다주죠. 그보다 대체 이런 귀찮은 짓을 왜 하는 겁니까?”
“왜라뇨? 이란 군납 때문에 그러죠.”
“그게 뭔 말이에요? 지금도 잘 되고 있는데.”
“설마 중공이 완전히 포기했다고 믿는 건 아니죠? 지금도 대가를 논하고 있다고요.”
GD 회장 혼자서 중공의 뒷다리를 잡는게 아니다. 뀌년 5인방도 최선을 다해 로비를 하고 있다.
“GD社 루이스 회장이 중공의 IMF, IBRD 가입을 추진하면서 대가를 줬다고 하던데 말이죠.”
물론 장인이 체이스맨해튼을 동원해 적극적으로 도왔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에휴, 그건 일종의 계약금에 불과해요. 잔금이 남았다고요.”
“잔금? 무슨 잔금이 남았다는 거예요?”
“중공이 종합제철소를 지어달래요. CS가 나서야 하지 않겠어요? 짭짤할 텐데.”
“무슨 소리죠? 나더러 중공에 종합제철소를?”
어림없는 소리다.
내 손으로 중공에 제철소를 지어주라고?
그건 짭짤한 것을 떠나, 내 손으로 내 목을 조르는 행위다.
“그런 표정 짓지 말아요. 선택지가 없답니다. CS가 안 하면 일본이 짓게 될 테니까. 설마, 이란군 군납 독점을 포기할 건 아니죠?”
이왕 중공에는 제철소가 들어서게 되어 있으니 군납 독점이라도 챙기면서 지어 주라는 건가.
“휴우…”
한숨이 절로 나왔다.
< 508 : 불량과 실수도 자산이다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