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How I Became a Chaebol RAW novel - Chapter (509)
나는 이렇게 재벌이 되었다-509화(509/589)
< 509 : VIP들의 향연 >
“고민 해봐야 결국 짓게 될 거예요. 그리고 이건 CS니까 말해주는 건데 이 전쟁 금방 끝날 것 같지 않아요. 군납 독점이 무조건 유리해요.”
내가 한숨을 쉬자 낸시는 재차 제철소 건설을 종용했다.
정보 해석능력이 탁월한 그녀답게 이란-이라크전이 장기전이 될 거라고 예측하고 있었다.
그녀야 당연히 뀌년 5인방으로서 군납이 훨씬 중요하겠지. 실버스타인도 미국과 뀌년을 오가며 미사일을 비롯해 군납 물류를 상당 부분 담당하니까 말이다.
하지만 나는 군납 자체보다 내 본업이 훨씬 중요하다. 중공업 계열에서 중국보다 강력한 경쟁자는 없단 말이다.
“차라리 중공더러 군납하라고 하십시오.”
“CS!”
“이미 이란에 M48의 최종 버전인 M48A5가 100대나 납품되었습니다. 200대 더 납품이 될 거고, M60도 줄줄이 예약되어 있지요. 거기에 중공제 전차가 들어간다? 어디 한번 경쟁해보자고요.”
철강은 산업의 쌀이거든.
나는 벌써 중국에 산업의 쌀을 쥐여줄 순 없다.
원래 역사에서도 중국은 연간 수억톤에 달하는 철강 내수를 기반으로 전세계의 철강시장을 휩쓸어버린다.
2000년도에 들어서면 조강능력이 연간 2억톤을 넘으면서 세계 1위 철강 생산국으로 올라서고, 그 뒤로도 무지막지한 투자로 5년 단위로 5억톤, 8억톤, 10억톤으로 조강능력을 키웠다.
한마디로 물량과 가격으로 타국을 압도하는 전략을 써댔기에 한국의 철강산업도 꿀 빠는 시절이 극단적으로 줄어들었다.
“CS, 무슨 말을 그리해요? 국제외교에서 기브앤테이크는 제1법칙이라고요. 군납을 대가로 제철소 정도를 지어주는 것은 타당한 요청이라고요.”
“타당하다니요? 중공을 뭐로 보는 겁니까? 내수시장과 제조경쟁력에서 잠재력이 어마어마한 나라입니다. 결코 만만히 봐선 안되는 나라입니다.”
나중엔 미국도 중국이랑 무역전쟁을 벌인다고.
아니, 무역에선 중국에 일방적으로 밀려.
군사력을 비롯한 첨단기술과 문화 측면에서 미국이 앞설 뿐이지.
“… CS 같은 능력자가 중공을 무서워하다니, 정말 의외인데요?”
뭐가 의외야?
제조업은 내수시장이 크면 무조건 발전하게 되어 있다. 연간 철강 내수시장이 5억톤쯤 된다고 하면, 1%만 먹을 수 있어도 500만톤이다.
인천제철 조강능력을 모조리 동원해봐야 고작 21세기 중국 내수시장의 1%에 불과하단 말이다.
역시나 이때의 미국인들은 중국의 잠재력을 우습게 보고 있었던 거다.
“중공이 지어달라는 제철소가 몇만톤 짜리에요?”
“연간 1000만톤 규모로 지어달래요.”
낸시는 내게 사업계획서를 내밀었다.
내가 이 사업을 거부할 거란 생각은 아예 없었던 거군.
“상하이 바오산강철…”
사업계획서에 적힌 제목은 세계 1위 제철소가 될 바오산강철이었다.
이게 이때 세워진 제철소였던가?
연간 조강능력이 3000만톤에 달하는 초대형 국영제철소다. 처음 시작이 1000만톤이었어?
100만톤으로 시작한 포항제철을 생각하면 시작부터 스케일이 장난 아니다.
“잘 봐봐요. 그거 몇년 전에 벌써 일본의 신일본제철과 합작하기로 했던 프로젝트에요. 소문으론 중공이 CS를 7광구에서 몰아내 주기로 하면서 맺은 계약이었는데, 그게 파투나서 현재까지 온 거란 말이죠.”
“원래라면 일본이 벌써 지어주고 있었을 거라는 거군요.”
“맞아요, 껄끄럽긴 해도 일본에 다시 손을 내밀어 제철소를 지어달라고 하고 이란에 군납은 군납대로 할 수도 있어요. IMF며 IBRD에 집어 넣어준 보람도 없이 목줄을 놔주는 꼴이라고요.”
“일본이야 7광구, 그러니까 에너지 안보라는 이권이 걸렸으니 그 정도 거래를 한 거 아닙니까. 그리고 연간 1000만톤 제철소가 장난도 아니고, 중공이 그 정도 건설비를 줄 수라도 있습니까?”
포항제철 4기 건설이 지금 마무리 중인데, 조강능력 1톤당 460불이 들어갔다.
그것도 기존 인프라가 다되어 있는 상태에서나 가능한 일이었다.
1000만톤짜리 제철소라면 굳이 뵈스트 공법이 아니라 일반 고로 형태로 짓는다고 해도 최소 46억불, 기본 인프라까지 포함하면 50억불은 족히 들어가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1980년의 중국 정부가 그 정도 돈을 제철소에 쏟아부을 여력이 될 리가 없다.
일본도 7광구가 걸린 정도가 아니라면 건설차관을 대여할 일도 없을 테고 말이다.
“휴, CS다운 예측이네요. 맞아요. 그래서 중공이 IMF와 IBRD 가입을 적극추진한 거예요. 건설비 50억 달러 중에 약 80%를 차관으로 내달라고 하더군요.”
“세계은행에서 그걸 받아들일 겁니까? 우리는 포항제철 지을 때 고작 1억 달러도 안되는 돈을 빌리려고 온갖 쇼를 다했는데.”
“… 할 말이 없네요. 50억 달러면 중국의 1년치 예산에서도 한 덩어리를 차지하는 엄청난 액수니까요. 하지만 큰돈을 빌리면 큰손이 되는 거잖아요? 세계은행이 지분투자를 매개로 딜하고 있어요.”
지분투자라는 말에 나는 뒤통수가 얼얼한 느낌이 들었다. 이 시절 중국과 지분투자를 해도 되는 거였어? 그 정도로 신뢰가 있는 거야?
“지분투자? 설마 세계은행이 중공을 믿는 겁니까? 배당금을 제대로 받을 수나 있겠어요?”
“중공도 코너에 몰린 상황이에요. 몇년 전 천안문 사태도 있었고, 중국 공산당도 정치적으로 경제성장이 아주 다급해요. 배당금 약속을 어기면 앞으로 차관을 빌리거나 국제무역에서 신용장도 발행하지 못하게 될 거예요.”
듣고 보니 일리가 있는 말이다.
이 시절 등소평이 재집권하면서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며, 자본주의 경제 원칙을 상당 부분 받아들였다.
중국이 대외무역을 국가정책의 1순위로 올려놓기 시작하면서 국가 간 돈거래만큼은 신용을 지켰을 것 같다.
자급자족이 아니라 물건을 팔아 경제성장을 이루는 게 목적인데, 국제 사기를 칠 수는 없다.
물론 무역상이 사사로이 사기를 치는 경우는 비일비재하겠지만, 이건 국책과제다.
“그럼 한국이 차관을 제공한다면 한국도 지분을 가질 수 있는 겁니까?”
“설마, CS… 중공에 투자하려고 하는 거예요?”
“베트남에도 투자하는데 중공이라고 못할 게 뭐 있습니까? 건설비의 80%를 빌려주면 일부는 건설비로 받고 일부는 지분으로 받을 수 있게 해줄 수 있죠?”
50억불의 80%면 40억불이다.
1000만톤짜리 제철소를 짓는다면, 5년 정도는 족히 걸린다.
그럼 5년간 매년 8억불 정도만 투자하면 되는 거다. 전쟁특수로 벌어들이는 돈, 베트남 유전 개발로 나오는 돈, 게다가 행정수도와 강남 개발로 얻은 수익까지 더하면 어찌어찌 될 것 같은데…
85년까지는 고유가를 유지하니까 말이다.
물론 대세그룹 계열사에 투자할 자본이 그만큼 줄어들겠지만, 계열사들이 연신 흑자를 내고 있으니 R&D투자나 시설증설에는 크게 문제없을 거다.
“한국이 아니라 CS겠죠. 여하튼, CS가 나선다면 나도 돕죠. 어째 지분 49%까지 당겨볼까요?”
내가 고민하는 와중에 낸시가 훅하고 들어왔다.
지분을 49%나? 그게 가능해?
아니지, 이때의 미중관계라면 가능할 수도 있지.
49%를 가져올 수 있다면 베스트지!
게다가 낸시가 숟가락 얹으면 장인도 덩달아 얹을 테고 그럼 내 부담도 덜고 보험도 되고 좋지.
“돈 냄새가 좀 풍깁니까? 하지만, 이건 순전히 내가 중공을 견제하려고 하는 목적이에요. 차라리 미 국채에 투자하는 게 나을 수도 있습니다.”
“아뇨, CS는 언제나 옳아요. 그런 CS를 믿는 나도 언제나 옳고 말이죠.”
낸시는 눈을 반짝거리며 함께하겠다고 했다.
“지분투자에 제약을 걸었으면 합니다. 외국계 지분을 매각하는 상황이라면, 우선 협상권은 한국 정부에 있는 걸로.”
“한국 정부가 아니라 CS겠죠.”
“뭐, 부정하진 않겠습니다.”
내가 지분의 30%만 가져와도 바오산철강이 거두는 이익의 30%를 먹는 거다.
솔직히 10년만 지나 봐라, 그 전에 지분을 판 사람은 땅을 치고 후회할 것이고 그때까지 쥐고 있는 사람은 몇 배의 이득을 거두게 될 거다.
자연스레 중국을 견제하는 효과는 덤이다.
원래 역사에선 바오산철강의 지분을 일본이 먹었을까? 그랬다면, 21세기 일본이 무역수지보다 해외 자본투자수지가 더 큰 게 이해가 된다.
이런 건수가 수없이 많았을 것 아닌가.
90년대로 접어들면 대세파운드리쪽으로 투자를 집중하려고 했는데, 타국의 인프라 지분투자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되겠군.
내 기업에 투자하는 건 정공법이지만, 동남아나 중국에 지분투자를 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보면 견제책도 되는 것이다.
YS와 논의했던 인프라 수출에 중국을 끼워 넣으면 더욱 볼륨이 풍성해질 것이다.
적당한 해결책을 찾은 것 같아 조금은 마음이 편해지는군.
“오케이, 그 정도 특약이야 전혀 어렵지 않죠. 그럼 최종 정리해보면 중공에 40억 달러 차관을 제공하는 조건으로 대세에서 제철소 건설을 추진한다. 차관은 지분투자 형태로 투자자를 모집하고, 총 49%까지 땡겨본다. 맞죠?”
“내가 대략 30%는 투자해보죠.”
마음 같아서 49%를 다 먹고 싶지만, 보험도 필요하고 대세그룹에 투자 여력도 있어야 하니 욕심을 부려선 안된다.
“딱 좋네요. 그럼 나머지 19%에 대해 적당히 투자자를 찾아보죠. 물론, 우리 가문의 어르신을 포함해서 말이죠.”
“동의합니다.”
“그럼, 중공의 실력자를 만날 일만 남았군요.”
“실력자라…”
“당연 실력자죠. 중공이 국가 정책으로 밀어붙이는 현대식 제철소인데 그저 그런 사람을 배정하겠어요? 여하튼, CS가 중공으로 날아가는 건 좀 그렇죠?”
듣고 보니 맞는 말이네.
우리나라도 포항제철 건설 당시 내가 석기훈 사장을 적극 밀지 않았다면 포항제철의 수장은 박 대통령의 최측근이 되었을 테니까 말이다.
이런 경우엔 내가 중공으로 날아가선 안된다.
누가 날아오든지 간에, 인천제철을 보여주며 확실하게 꾀어야 한다.
“명색이 국영제철소를 짓는 일인데, 국가 대 국가 간의 협상이잖아요. 내가 혼자 간다고 될 일이 아닙니다.”
“그럼 한국이 스포츠 대회를 하나 개최하는 수밖에 없겠군요.”
“스포츠 대회?”
설마 한국판 핑퐁 외교라도 하겠다는 건가?
나쁘지 않은 생각이긴 하네.
“어머, 벌써 옥포에 도착했네요. 궁금하면 칵테일이라도 한잔 대접하며 물어봐야 하는 거 아니에요? 아휴, 더워라.”
낸시는 긴 대화가 힘들었는지 차에서 내리더니 손부채를 부쳐댔다.
“피나콜라다 괜찮죠?”
나는 칵테일부터 챙겼다. 낸시는 당연한 듯 뀌년에서 하던 버릇대로 썬 베드에 널브러졌다.
“역시 스트레스 받을 땐 단 게 최고라니까.”
“단 것도 마셨으니 말해봐요. 스포츠 대회라니.”
칵테일을 홀짝이던 낸시가 기운이 나는지 썬 베드에서 몸을 일으켜 내 옆으로 바짝 당겨 앉았다.
“모스크바 올림픽이 반쪽짜리로 끝난 건 알죠?”
“그야 당연하죠. 우리 정부도 보이콧에 동참했으니까.”
웃기는 일이긴 했다.
올림픽에서 정치적인 행위는 절대 금지한다면서, 미국이 소련의 아프간 침공을 명분으로 자유 진영의 보이콧을 주도했는데 올림픽 위원회에선 유감 표명조차 없었다.
이 시대의 이중잣대를 여실히 보여주는 일례라고 할 수 있었다.
“그 때문에 선수들의 메달 기회를 벌충한다고 세계 곳곳에서 선수권대회를 개최하고 있죠. 한국에서도 중공이 참석할 대회를 하나 열면 자연스레 실력자를 만날 수 있죠. 탁구 어때요? 중공이든 한국이든 메달권이잖아요.”
역시 한국판 핑퐁외교를 말하는 것이었다.
여하튼 모스크바 올림픽이 망했으니, 명분은 아주 좋았다. 전세계에서 참석하긴 하겠네.
“그건 너무 중공을 겨냥한 듯이 보이니, 사격대회가 좋겠군요. 딱히 엄청난 스타디움을 만들 필요도 없고, 한국이든 중국이든 영 하위권은 아니고 말이죠.”
오랜만에 청와대를 방문할 일이 생겼네.
상황을 설명하면 도움을 받는 데는 별 문제 없을 것이다.
“오! 좋네요. 사격대회! 여기 옥포 리조트에서 해도 되겠다.”
뭐 어디서 개최하든 무슨 상관인가.
그보다 초대 바오산철강 사장이 누구일까?
다루기 쉬운 사람이면 좋겠는데.
“사격대회야 내가 알아서 개최할 테니, 중공에 연락만 부탁합니다. 그리고 이왕 한국에 온 거 험비 협상은 끝까지 마무리 잘해줘요.”
“에이, AMC 계약 정도는 CS가 잘 할거잖아요. 난 그냥 참관인으로 서명만 하고 갈 거예요.”
“참관인이 협상에 참석도 안 할 겁니까?”
“시제품 고쳐서 사우디군이든 미군이든 납품하면 될 것 같던데요, 뭘. 그 정도는 밴 플리트 장군에게 맡기면 일사천리에요.”
맞는 말이긴 하다.
게다가 빌 베인 사단이 협상 초기부터 참여하니, 적당한 시기가 되면 AMC Jeep도 내 품에 안기게 될 거다.
“너무 맞는 말이라 반박할 말도 없군요.”
“사흘 정도 채핀 회장을 콕콕 찔러대면 원하는 대로 협상할 수 있을 거예요. 완전히 파산 직전이거든요.”
“그래요?”
“그러니 직접 한국까지 날아온 거잖아요. CS 같은 외국인 말고는 AMC와 합작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거예요. 개미지옥이거든요.”
“명색이 뀌년 5인방인데, 개미지옥을 내게 권하다니 실망인데요?”
“개미한테나 지옥인 거죠. CS는 지옥에서도 장사 잘하는 사람인데요, 뭘.”
확실히 AMC로선 내가 유일한 동아줄이겠군.
험비의 사업성을 높여줄 기술도 있고, 자본도 있으니 말이다.
이거 원, 돈을 벌면 벌수록 쓸 일이 더 많아진다는 말이 괜한 소리가 아니군.
“낸시다운 칭찬이군요.”
“그럼 난 CS만 믿고 스파도 하고 맛사지도 받고… 아주 바쁘게 지낼 거예요. 그래도 되죠?”
“얼마든지요. 옥포에서 낸시는 VVIP니까.”
“역시 CS! 난 세상에서 공짜가 제일 좋더라.”
공짜라는 말도 안 했는데 선수를 치네.
참나, 돈도 많으면서 공짜를 엄청 밝힌다니까.
그래, 큰 건수를 물어왔으니 대접은 해드리지.
“그래요, 즐겁게 지내다가 사흘 뒤에 봅시다.”
“바이 바이~~”
나는 낸시에게 전담 직원을 붙여주고는 수영장을 떠났다.
휴우, 힘드네… 짧은 시간에 엄청난 정보가 쏟아져서 정리하기가 벅찰 정도였다.
솔직히 AMC 협상 건 말고도 이라크 아카스 지방에 GTL 플랜트 건설도 급한 일인데,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할 정도였다.
자칫 바오산철강 프로젝트로 자금운영에 차질이 빚어지면 대세그룹 전체가 흔들거릴 수도 있다.
빌 베인과 함께 정보부터 모아보고 차근차근 작전을 짜야겠다.
정부에 요청할 것도 꽤 있고 말이다.
“회장님!”
“음, 무슨 일이죠?”
내가 리조트 로비를 빠져나가는데 어디선가 매니저가 달려와 꾸벅 인사를 했다.
“VIP가 리조트를 방문했습니다. 아마도 회장님께 연락이 닿기를 바라는 것 같습니다.”
“VIP라니, 낸시 의원이라면 방금 내가 동행한 겁니다.”
“프랑스 오르톨리 장관님입니다. 예전에 익스클루시브 파티에 참석하셨던 분이시라…”
응, 오르톨리 장관이 무슨 일이지?
온다는 말도 없었는데?
그나저나 연일 VIP들의 향연이로군.
< 509 : VIP들의 향연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