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How I Became a Chaebol RAW novel - Chapter (51)
나는 이렇게 재벌이 되었다-51화(51/589)
< 051 : 당신이 왜 여기에 >
‘찬수는 알까? 군복과 군화로만 300만 불 매출 돌파에, 기타 군납품에 공사비며 수송비 등등을 합치면 800만불 매출을 찍었다는 걸 말이지.’
현재까지 확정된 매출만 계산한 것이고, 앞으로 들어올 공사비, 수송 하역비, 불하받은 잉여 물자와 쌓아둔 원목의 가치를 따지면 2000만 불은 훌쩍 넘을 것 같았다.
가히 돈이 하늘에서 쏟아지는 느낌이었다.
대세 직원이 산업 은행에 방문하면 은행장이 나와서 커피를 대접할 정도로, 대세의 명성은 나날이 높아져 갔다.
솔직히 대형 공장 5개와 그 안에 있는 27개의 봉제 라인에, 대세 화학에서 원사까지 생산하니 한국 최고의 섬유 회사라고 할 수 있었다.
이걸 창사 1년 차에 다 이뤘다고 하면 뭔 허풍이 그리 심하냐고 할 것이다.
창립 멤버인 삼복이조차 어떨 때는 꿈을 꾸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느낌마저 들었다.
“이사님, 결재 부탁드려요. 사장님이 또 텔렉스로 시멘트 긴급하게 보내래요.”
“언제 긴급 아닌 적 있었어? 몇 포대나?”
“LST에 실을 수 있는 대로 최대한요. 최소 3천 포대는 필요하데요.”
“최소 3천 포대? 또 뭘 시작한 건가?”
“텔렉스엔 활주로 닦는다고 하시는데요? 현산 시멘트에 연락하면 되죠?”
“활주로? 진짜 별거 별거 다 하는구나. 현산에 당장 전화해서 물량 확보해. 시멘트 대금은 바로 넣어준다고.”
“예, 부장님, 아니 이사님.”
삼복은 후다닥 결재 서류에 도장을 찍었다.
찬수가 하는 일은 모두가 대박이었다.
“일이야 많으면 좋긴 한데… 이 친구, 대체 돌아올 생각은 하고 있는 거야?”
삼복은 냉수를 벌컥벌컥 들이켠 뒤에 다시 서류를 집어 들었다. 오늘 반드시 입고를 챙겨야 할 물량이 수두룩했다.
추석은 몰라도 설은 한국에서 보냈으면 했다.
부모님을 모두 잃은 뒤로, 언제나 떡국은 자신의 본가에 초대해 함께 먹었었다.
‘뭐, 약속한 1년은 아직 안 됐으니까.’
1년만 다녀오겠다고 했으니, 이제 6개월쯤 남은 셈이었다.
“이사님, 전시실에서 연락 왔어요.”
“왜? 바이어 왔데?”
“예, 미국 바이어가 상담을 원한대요.”
“알았어. 금방 간다고 해줘.”
반도 호텔에 열었던 전시실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다. 삼복이는 양복을 걸쳐 입고 사무실을 빠져나갔다.
***
반도 호텔.
“오늘은 어디려나. 리퍼블릭? 스타라이트? 씨비에스? 님코? 님코가 제일 짭짤한데 말이지.”
삼복은 전시실에 들어서기 전에 화장실에서 옷매무시를 가다듬고, 넥타이도 다시 맸다.
원래 시작은 저가 동남아 시장부터였지만, 점차 미국 바이어도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동남아 시장에서 트리코트와 폴리텍이 연달아 대박을 터트렸고, 미 군납 시장도 뚫었기에 품질에 대해선 믿음이 생겼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다고 미국 바이어와 대형 수출 계약을 이뤄내지는 못했다.
아직 미국 시장은 일본 의류 회사가 꽉 잡고 있는 데다, 일본 회사의 봉제 품질이 대세 실업보다 월등했기 때문이었다.
원단 품질은 비슷했고 외려 폴리텍 원단은 일제를 압도했지만, 봉제는 묘하게 맵시에서 차이가 났다.
의류 봉제를 할 때, 디테일이라고 부르는 그 무언가가 뭔지 잘 알 수 없었다.
‘님코… 아니, 뉴욕만 뚫으면 되는데 말이야.’
아무리 생각해도 그 디테일이란 고객의 미묘한 요구 조건을 제품에 반영하면서 생기는 능력인 것 같았다.
님코(New York Merchandise Co, NYMCO)와 몇 번 샘플 작업을 하면서 대세 실업의 의류 마감 품질이 획기적으로 개선되었으니 말이다.
대미 수출은 순조롭게 진행되다가도 늘 서명 직전에 어그러졌다.
일본 회사가 비슷한 디자인의 옷 가격을 냅다 후려치는 바람에, 님코는 굳이 대세 실업에 오더를 낼 필요가 없었다.
어찌 보면 일제 물건을 싸게 사기 위해, 대세 실업을 끌어들인다고도 볼 수 있었다.
그렇다고 마냥 샘플 제작을 거부할 수도 없으니, 그냥 배운다는 마음으로 속 편하게 고객을 응대하는 게 답이었다.
딸랑딸랑.
전시실로 들어서니 종소리가 울렸다.
전시실 바닥이 타일이라 그런지 종소리까지 맑고 깨끗하게 느껴졌다.
“미스 리, 바이어 어디 계세요?”
“상담실에 들어가 계세요. 원두 커피시죠?”
“응, 각 설탕 두 개.”
“알죠.”
삼복이가 미스 리에게 미소를 보냈다.
“안녕하십니까, 대세 실업 이삼복 이사입니다.”
“반갑습니다. 블루 리본 스포츠(Blue Ribbon Sports, BRS)의 필 나이츠라고 합니다.”
“아, 예. 블루 리본 스포츠요!”
삼복은 괜스레 아는 척 해봤다.
실은 처음 들어보는 회사였다.
“생소하시지요? 저희 BRS는 아식스로부터 신발을 수입해 육상 선수들에게 파는 회사입니다.”
“육상 선수에게 신발을 파신다고요?”
선수에게만 판다고?
그런 걸로 돈이 되나?
여하튼, 우린 군화만 하는데… 찬수도 군화 말곤 딱히 신발에 관심이 없는데… 어쩌지?
“예, 동업자가 대학 시절 제 육상 코치님이시거든요. 우리 회사는 고성능 육상 운동화를 개발해서 파는 것이 목표입니다.”
“아, 그러시군요. 대단하십니다.”
“뭐, 대단할 건 없지요. 여태 매출이 고작 8천 달러밖에 안 되는 회사인 걸요.”
“아뇨, 대단하십니다. 저희도 창립한 지 1년도 안 돼서 고객님이 어떤 마음이신지 잘 알거든요.”
삼복은 진심이었다.
그도 처음에 은행에 돈을 빌리러 가거나, 하청 업체를 개발할 때 참으로 쫄렸다.
이렇게 당당하게 명함을 건네고 자기소개를 한다는 건 아주 대단했다.
“대세 실업이 1년도 안 됐다고요?”
“그럼요. 저희도 한창 성장 중입니다. 고객님처럼 말이죠.”
“기술력이 대단하시군요. 저는 이런 군화를 만들어낸 회사라면 최소한 몇십 년은 된 회사라 생각했습니다.”
필 나이츠 사장은 대세 실업의 자랑인 정글 군화를 탁자 위에 올려놨다.
어찌나 이곳저곳을 꼼꼼히 훑어봤던지 손때가 시꺼멓게 묻어있었다.
“어, 이건 우리 군납품인데 어찌 구하셨죠?”
“저희 거래처가 일본 아식스니까요. 요즘 일본 신발업체는 대세 실업의 정글용 부츠를 분석하느라 여념이 없죠. 저도 마찬가지고요.”
“조금 전 운동화를 판다고 하지 않으셨나요. 저희 제품은 군화인데요.”
“군화도 신발이죠. 특히 여기 목 부위에 가죽 대신 질긴 합성 섬유를 쓴 것은 정말 탁월한 디자인이었습니다.”
“폴리텍이라는 섬유죠. 땀 배출도 잘되고 물에 젖어도 잘 말라서 정글용 군화로는 딱 알맞죠.”
“… 그렇죠. 제가 이 먼 한국까지 온 것도 폴리텍 때문입니다. 저는 이걸 보고 구름 위를 걷는 기분이었습니다.”
“무슨 말씀이신지…”
“이 소재를 운동화에도 쓰고 선수용 육상복에도 쓰면 대성공을 할 거라 확신합니다. 저희에게 투자하시죠.”
삼복은 어째 필 나이츠라는 이 양반의 말을 쫓아가기 벅찼다.
영어가 딸려서라기보다 이 양반이 그리는 그림이 이해되지 않았다.
폴리텍은 이미 의류에도 쓰이고 있다.
동남아에선 아주 잘 팔린단 말이지.
그렇지만 아직 미국 바이어들에겐 이렇다 할 반응이 없었다. 아니… 반응은 충분히 있었지만, 일제 의류로 대체되었다고 하는 게 옳겠다.
게다가 지금은 늦가을로 접어들었기에 미국에서는 계절적으로도 매력적이지 않았다.
오히려 면을 많이 섞은 혼방 트리코트가 더 나은 선택일 수 있었다.
“선수용 옷이라고요? 그리고 투자라니…”
“솔직히 우리 회사 매출로는 고유 모델을 출시할 수가 없습니다. 운동화든, 선수용 유니폼이든 대세 실업과 합작하길 원합니다.”
어쭈, 찬수 못지않게 어이없는 발상을 대놓고 말하는 자를 만났다.
돈이 없어 정식 오더를 내지도 못하겠고, 솔직히 물건이 얼마나 팔릴지도 모르겠고, 그렇다고 고유 모델을 만들만한 기술력도 없다는 소리 아닌가.
그냥 선수용 제품을 만들어보자는 아이디어 하나만으로 여길 온 거네.
대단한 거야? 어이없는 거야?
“합작이라고 하시면…”
“저희가 제조 기술은 없지만, 육상 필드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운동화든 운동복이든 어떤 기능이 필요하다는 것만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마케팅은 저희를 믿어주십시오.”
‘그냥, 미친놈이네…’
제품 아이디어를 제공할 테니, 장사가 안되면 손해는 대세가 떠안고, 장사가 잘되면 합작사인 만큼 이득은 챙겨가겠다는 말이지 않나.
아무리 미국 놈이라지만 한국인을 이렇게 바보 취급해도 돼?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당장!”
당장 나가라고 소리치려는 그 순간, 삼복의 머릿속을 스쳐 가는 것이 있었다.
찬수가 월남 가기 전에 했던 말이었다.
<마케팅이 어쩌고, 사업 아이템이 어쩌고, 합작이 어쩌고 하는 외국인이 나타나면 내게 보내.>
설마 한국 회사와 합작을 원하는 외국인이 있을까 싶었는데, 찬수 말대로 미친놈이 나타났다.
“당장? Just do it?”
“아뇨, 아뇨. ‘당장’ 베트남으로 가시는 게 좋을 것 같군요. 우리 회사 오너가 거기 계십니다. 합작은 그분과 논의하셔야죠.”
“베트남이라고요?”
“뀌년이라는 곳에 계십니다. 안 그래도 내일모레 출발하는 배가 있는데, 원하시면 탑승을 주선해드리죠. 일주일 정도 배 타고 가시면…”
설마, 미국인이 그 고생을 하겠어?
일본에서 한국으로 온 것도 용한데 말이지.
“당연히 가야죠. 감사합니다.”
… 어라, 이 양반도 찬수처럼 거침이 없네.
간다는 대답에 1초의 머뭇거림도 없었다.
삼복은 어이가 없었다.
미친놈끼리는 통하는 뭔가가 있나 보다.
***
“천천히, 미장을 천천히 하라니까요.”
“예, 죄송합니다.”
“우린 지금 일반 도로가 아니라 활주로를 닦고 있는 겁니다. 매끈한 거울 면을 만든다고 생각하고 미장질을 해야 해요.”
“예, 알겠습니다.”
활주로는 미끄러지듯 달려갈 수 있어야 한다.
시멘트 포장의 특성상 거울처럼 매끈하게 만든다고 생각하고 미장을 해야 겨우 적당한 수준의 마찰력을 가지게 된다.
활주로의 노면이 너무 거칠면 속도가 나지 않아서 비행기가 이륙하기 힘들고, 너무 매끄러우면 브레이크가 잘 안 먹어서 문제가 된다.
특히 열대에서는 공기 밀도가 낮아서 이륙하려면 활주로 길이가 길고 노면도 좋아야 한다.
“아니, 그걸 깎으면 어쩝니까? 중앙부위가 가장자리보다 살짝 높아야 한다니까! 일부러 각 잡아둔 건데.”
“헉, 죄송합니다.”
“나가요!”
“헉! 사장님.”
“당신 불합격이야. 나가라고!”
한번 가르쳐주면 제대로 기억하고 작업해야 하는 거다. 남이 해놓은 작업을 망치는 자는 내 직원이라도 해당 작업에서 아웃이다.
돈 적고 쉬운 일을 시켜야 한다.
“미장 팀장! 인원 관리 제대로 안 합니까!”
“죄송합니다. 교육이 부족했습니다.”
미장은 말 그대로 콘크리트의 표면을 아름답게 하는 것이다. 패션의 완성이 화장이듯이 미장질은 베테랑 중의 베테랑이 해야 하는 거다.
“미장은 이제 더 이상 충원 없어요. 알겠죠!”
“예, 명심하겠습니다.”
기존 미장공들은 아싸! 하는 표정이었고, 나머지 직원들에겐 실망감이 스쳐 갔다.
내가 미장공들에겐 일당을 10%나 올려줬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직원들 교육하자고 이 이상 시행착오를 용납할 순 없었다. 여긴 현장이다.
나는 곧바로 자리를 옮겼다.
줄눈 공사를 살피기 위해서였다.
줄눈 시공을 하는 곳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괴로운 소음으로 꽉 차 있는 공간이다.
‘끼이이잉’거리는 소리에 머리가 울렸다.
양생이 끝난 시멘트 포장도로를 두부 썰듯 커터로 썰어대는 공정이었다.
이렇게 차선폭 간격으로, 길이 방향으로는 대략 60m 간격으로 썰어놔야 날씨와 기온이 바뀌더라도 콘크리트가 쉬이 깨지질 않는다.
이렇게 조각으로 나눠놓질 않은 채 밤낮의 온도 차이가 반복되면 결국 도로는 금이 가고 깨진다.
활주로가 깨지면 사고로 직결되기에 줄눈 공사는 매우 중요한 작업이었다.
“질문 있습니다. 사장님.”
“하지 마.”
고영길 직원이었다.
내게 보람이 어쩌고저쩌고하며 약을 올리며 도망치던 놈이다.
결국 잡아서 운동장 뺑뺑이를 몇 번 돌렸더니 이제 도망은 치지 않는다.
그래도 질문은 여전했다.
“딱 한 가지입니다.”
“한가지고 나발이고 하지 마. 모르니까.”
“아, 왜 그러세요. 여기 좋아하시는 콜라!”
녀석은 내 말에 아랑곳하지 않고 콜라를 내밀었다. 어디서 구했는지 아이스 버켓에 꽝꽝 얼리듯 식혀놨다. 눈치가 없는 놈은 아닌데 말이지.
“넌 여기가 시끄럽지도 않냐. 이런 데서 꼭 질문을 해야 해?”
그렇다고 쫓아버릴 수도 없었다.
여느 대학생과 달리 베테랑들도 괴로워하는 작업 현장을 골라서 공사를 돕고 있었다. 대나무 매트 작업도 그렇고 줄눈 작업도 그렇고.
게다가 마크가 쪼아대는 수리 기지 일도 병행하면서 말이다.
최소한 입만 살아 움직이는 녀석은 아니었다.
“열팽창 파손을 우려해서 콘크리트를 통째로 썰어대는 것은 이해가 됩니다.”
“그래, 이해했으면 됐네. 질문 끝.”
“그게 아니고, 통째로 썰어대는 줄눈이 있는데 왜 여기엔 썰다가 마는 줄눈을 새기는 겁니까? 고작 4cm 정도 홈을 파는 게 무슨 도움이 되죠?”
“비행기가 착륙할 때 미끄러지지 말라고 그런다. 당연한 거 아니냐?”
“에이, 그럴 리가요. 그런 이유라면 콘크리트 양생 때 갈퀴로 긁으라고 하셨겠죠. 이렇게 어렵게 일하실 분이 아닙니다.”
“……”
내가 귀찮아도 대답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였다.
분명 내게 개기는 것 같은 데 정말 똑똑하다.
아니, 똑똑하다는 표현은 적당하지 않았다. 뭐라고 할까, 현상을 다각도로 본다고나 할까?
“너 생각부터 말해봐. 왜 쓸데없이 일부 줄눈은 파다가 마는 걸까? 이왕이면 다 파버릴 것이지.”
“콘크리트도 세월을 이기지 못하기 때문이 아닐까요?”
“대답 제대로 안 해? 나 갈까?”
“아뇨, 아뇨. 제 생각은 정말 그래요. 콘크리트 도로도 언젠가는 금이 가고 깨질 거니까, 이왕이면 미리 그어놓은 줄눈 쪽으로 깨지라는 거죠. 의도한 대로 깨지면 어떻게든 보수할 수 있으니까요.”
“!!!!”
뭐야? 정답인데?
서… 설마… 혹시… 당신…
“당신, 진짜 고 씨 맞아?”
“예에? 갑자기 제 성은 왜?”
“말해. 진짜 고 씨 맞아? 거짓말 아냐?”
처음 고영길이라는 이름을 듣고 뜨끔했었다.
“… 죄송합니다. 하도 귀국시킨다고 하셔서… 이제 절대 질문 하지 않을게요. 제발 귀국시키지는 마세요. 살려주세요. 제발요.”
녀석이 내 바짓가랑이를 잡고 늘어졌다.
나는 머리가 핑 돌았다.
“볼을 부풀려봐.”
“예에?”
“어서!”
녀석이 볼을 부풀리자 나는 길바닥의 시멘트 가루를 녀석의 머리에 뿌려보았다.
일부러 눈을 가늘게 뜨고 멀리서 쳐다봤다.
“이런…”
“이렇게 빌 테니, 제발 귀국은 시키지 마세요. 제겐 동생이 넷이나 있어요. 저는 꼭 성공해야 한다고요, 사장님.”
머리를 희끗희끗하게 만들고 얼굴에 살을 찌우니 영락없는 주영길 교수였다.
기계과였던 내가 강의를 들었을 정도로 유명한 재료과 교수.
K대가 자랑하는 한국인 최초의 NASA 연구원.
제트엔진 초내열 합금을 개발한 공로로 80년대 전 세계 과학자 탑 100에 선정된 양반.
타 대학 총장까지 올랐음에도, 별종답게 학생들과 발야구 하다가 쓰러져 유명을 달리한 양반.
학생들이랑 놀기 좋아하고, 성격이 4차원이라 사람들마다 평가가 달렸지만, 모든 이들이 동의하는 것은 딱 두 가지였다.
정말 악필이었다는 것과 정말 천재였다는 것.
‘교수님이 왜 여기 있는 겁니까?’
나는 목구멍까지 올라온 말을 꿀꺽 삼켰다.
< 051 : 당신이 왜 여기에 > 끝
ⓒ 푸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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