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How I Became a Chaebol RAW novel - Chapter (514)
나는 이렇게 재벌이 되었다-514화(514/589)
< 514 : 희망 그 자체 >
“대통령 각하께서 입장하십니다.”
짝짝짝짝짝.
나와 맥파젠 이사는 후세인 대통령의 입장을 알리는 소리에 자리에서 일어나 열심히 박수를 쳤다. 하지만 속으로는 어이가 없었다.
우리가 을이긴 하지만, 엄연히 손님인데 이 놈들은 우리를 환영해주기는커녕 자세를 잡았다.
‘천박하기 그지없는 곳이군…’
이라크 대통령궁은 기품이라곤 느껴지지 않는 곳이었다.
외견상으론 사막 흙빛으로 깔끔했지만, 건물 내부의 청색과 금색 타일에는 복잡한 아랍문자와 꽃무늬가 새겨져 있어 눈이 어지러울 정도였다.
게다가 2층 회견장에는 파티장에서나 볼법한 3단 구조의 대형 샹들리에가 걸려 있었고, 그마저도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원형 계단을 걸어 올라오게끔 되어 있었다.
거기까진 여기 사람들의 취향이겠거니 싶었지만, 화장실의 수도꼭지마저 금도금이 되어 있는 것을 보니 가히 수준을 짐작할 수 있었다.
후세인의 대형 사진들이 곳곳에 걸려 있는 걸 보면 이 대통령궁은 국가기관이 아니라, 후세인의 사유재산이라고 생각하는 게 분명했다.
이따위 대통령이 득세하는 나라는 아무리 석유가 나와도 후진국을 벗어나지 못한다.
아니, 석유가 나와서 이렇게 된 것일 수도…
자원의 저주를 실감케 하는 광경이었다.
‘우 회장님!’
“대통령님, 이렇게 귀한 시간을 내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모쪼록 하명해 주시면 최선을 다해서 프로젝트를 진행하겠습니다.”
맥파젠 덕분에 늦지 않게 인사말을 건넬 수 있었다.
“먼 길 오시느라 고생 많았소. 전시상황에 이렇게 여러 장관들과 함께 자리했다는 것만으로도 여러분들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거라 믿소.”
접견장은 C자 형태로 자리가 놓여있었고, 후세인이 가운데 자리했다.
그 오른쪽으로 국방부장관, 정보부장관, 석유성장관, 운수성장관, 산업성 장관 등들이 자리했고 그게 서열을 반영하는지 후세인을 정점으로 점점 의자 높이가 낮아졌다.
나름 내 채널인 마지드 정보부 장관이 서열 3위 자리에 앉아 있는 것을 보면 여태 우리가 해온 거래가 성공적이라는 걸 증명해주고 있었다.
하긴 여기 대통령궁을 몇 겹이나 싸고 있는 군인들도 죄다 우리 대세실업의 군복과 소총으로 무장하고 있었으니까.
“이를 말씀입니까. 작금의 상황은 비단 한국 뿐만 아니라, 전세계 국가의 대부분이 이라크를 지지하고 있습니다. 중동 평화에 기여할 기회를 주시니 영광일 따름입니다.”
“하하하, 영광이라…”
“우 회장님 말씀에 적극 동의합니다. 비록 저희 영국이 확전을 우려해 전면에 나서지는 못하지만, 그 누구보다도 이라크를 도울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전차든, 전투기든, 심지어 국가 인프라까지도 말입니다. 물론, 미국도 함께 합니다.”
맥파젠이 내 말을 보태며 분위기를 띄웠다.
“그런 인사치레도 고맙지만, 전시에는 실물이 있어야 하오이다. 국방부 장관, 실제로 도움이 되고 있나?”
“예, 이미 보고드린 바와 같이 1차로 영국제 최신형 전차 30대, 그리고 최신예 F16 전투기와 A7 공격기를 각각 3대씩 받기로 했습니다.”
“방금 맥파젠 이사의 말처럼 영국과 미국이 전면에 나서기 어려우니 생산은 한국에서, 거래는 베트남 뀌년에서 하기로 했습니다.”
나는 국방부 장관의 말에 대답을 보탰다.
“베트남? 왜 그리 먼 곳에서 거래를 하나? 한시가 급한데 바로 인도해줘야지.”
“거기가 자유무역항입니다. 거기서 거래를 해야, 전투기에 장착할 미사일이며 전차에 쓰일 포탄도 맘껏 드릴 수 있지 않습니까.”
당연히 뀌년에서 이라크 선박으로 환적해야지.
그게 무기 거래의 기본이다.
우리 배로 실어나르다가 이란이 멈춰세우면 어쩔 거야? 다시 돌아가? 아니면 압수라도 당해줘?
“각하, 군복이나 소화기 정도는 바레인항을 거치면 문제없지만 덩치가 큰 것들은 먼 곳이 안전합니다. 일전에 베트남 뀌년에 신용장을 발송하는 이유를 설명드렸던 적이 있습니다.”
“아! 그랬지. 신용장 발송처!”
“예. 그리고 그 신용장을 INOC(이라크 국영석유회사, Iraq National Oil Company)가 보증하는 조건으로 말입니다.”
마지드 장관이 이미 조율된 것에 대해서 연신 설명을 덧붙였다.
이상하기 이를 데 없었다.
분명 대통령 주관 회의인데, 누구 하나 기록하는 사람이 없었다.
아무리 전쟁통이지만 행정력이 이런 중요한 회의를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었다.
솔직히 전투기나 전차 도입은 전쟁의 핵심 승부처인데, 이렇게 주먹구구로 다룬다고?
이러고도 이란과 맞서서 8년 전쟁을 했다니, 이란도 어지간히 엉망이긴 한 모양이다.
하긴 A매치보다 동네 축구에서 공이 더 자주 오가고, 티격태격도 박빙이지.
“맞아, 그랬지! 그럼, 군함은 어찌한다고 했지? 샤트알아랍을 지키려면 군함이 절실하지 않나.”
샤트알아랍은 양국 국경을 이루는 강이다.
핵심 무역로이기에 거길 서로 차지하려는 양국의 이권 다툼이 이란-이라크전의 발발 원인 중 하나였다.
“… 각하! 그… 그건 이미 사우디에서 군함 일부를 받았고, 추가 군함은 아직 협상을…”
국방장관이 당황해하며 내 얼굴을 쳐다보았다.
“국제협약상 저희가 이라크에 군함을 인도할 수가 없어, 기 계약된 초계함 6척과 구축함 4척을 사우디에 인도했습니다. 장관님들께서 외교력을 잘 발휘하실 거라 믿습니다.”
“각하. 사우디에서 제공하는 전비(戰費)지원의 일환으로 이번 달 말까지 군함을 들어올 거라고 했던 것이 바로 그겁니다.”
“아? 그랬던가? 그럼 우리의 전쟁물자가 대부분 이 두 사람을 통해 들어온다는 소리인가? 이게 그런 회의였나? 전비를 더 확보할 수 있다고 하더니 말이야.”
미친… 코미디도 이런 코미디가 없었다.
회의의 내용은 이미 마지드 장관을 통해 모두 조율되어 있고, 계약서에 도장만 찍으면 되는 일인데 군사기밀을 죄다 털어놓고 있었다.
아무리 공공연한 비밀이라지만, 이렇게 대놓고 회의 석상에서 떠들다니 대통령 주관 회의가 맞나 싶었다.
사우디가 이라크에 전비지원을 약속했고 그걸 돈 대신 군함으로 들이민다는 말이 새나가기라도 하면 굉장히 난감해진다.
“각하, 그건 여기 대세그룹의 우 회장이 우리 원유생산을 하루 300만배럴까지 증산하는데 성공하면, 전비확보에는 문제없다는 뜻이었습니다.”
“허, 그런 뜻이었군. 난 또 차관을 대규모로 융통한다는 뜻으로 알았는데 말이지.”
“차관은 이미 20억 달러를 융통해드렸습니다. 그 또한 국제관례를 아슬아슬하게 어기는 수준이라 쉽지 않았음을 알아주십시오.”
뭐, 장인어른의 체이스맨해튼이 낀 일이라 사실상 어렵진 않았지만 짐짓 볼멘소리를 했다.
“하하하! 하루 300만 배럴만 나온다면야 그깟 20억 달러가 문제겠나? 200억 달러라도 대번에 갚고도 남지. 헌데, 그럴만한 기술이 있긴 있는 건가? 기존 생산량을 거의 2배 가까이 올리는 일인데 말이야.”
와중에 원유의 하루 생산량 정도는 알고 있는 모양이네. 일산(日産) 180만 배럴을 300만 배럴로 올리는 일이니, 대충 67% 정도 올리는 일이다.
“저희 대세는 노후된 유전을 되살리는 기술에 있어서는 독보적이라 자신합니다. 알래스카나 동남아 유전에서 석유회수증진 기술을 성공적으로 실현한 선례가 여러 번 있습니다.”
“석유회수증진 기술이라고 어렵게 말하지만, 실상 시추공에 대규모 물을 주입해서 원유를 뽑아 올리는 것 아닙니까? 우리 땅에선 적용하기 힘들 텐데요.”
여태 잠자코 있던 석유성장관이 아는 척하며 나섰다. 그래 단순히 물을 집어넣는 게 70년대 방식이지. 하지만, 난 21세기 플랜트쟁이거든.
“물이 부족한 지방에선 소량의 물에 이산화탄소 가스를 혼합한 슬러리를 주입합니다. 물론, 거기에 특수 폴리머를 혼합해 유전 압력을 한층 더 끌어올립니다만… 그건 저희 노하우라 이 자리서 알려드리기가 곤란합니다.”
“이산화탄소를 물에 혼합한다니 그건 또 어디서 끌어오는 겁니까?”
폴리머는 아예 이해조차 안되는지 이산화탄소 가스를 물고 늘어졌다.
잘 알려지지 않았을 뿐, 천연가스에서 이산화탄소를 걸러내 시추공으로 다시 집어넣는 기술은 1930년대에 이미 세상에 나온 기술이다.
“석유화학단지를 지으면 프로세스 배관만 손보는 것이 아니라, 발전소도 새로 짓고 각종 컨트롤 타워도 개선한다는 뜻입니다. 지금 태워버리는 천연가스를 발전 원료로 쓰고 거기서 나오는 이산화탄소는 포집하는 건 물론, 천연가스를 정제할 때 나오는 이산화탄소도 아주 다량입니다. 그걸 주변 강에서 끌어온 물과 섞어서 주입하는 겁니다.”
“… 물 사용량은 과다해선 안 되는 일이오.”
“물론입니다. 기존 방식의 물 사용량에 비해 65% 이상 절감되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물을 극단적으로 아끼는 방법이니 강물 수위가 내려간다거나 하는 일은 없을 거다.
정 부족하면 해수담수화 시설도 발주하시던가.
“그… 그게 한국 기업의 기술이라니 믿기…”
“저희 BP社가 보증하죠. 그리고, 무기를 제공해드리는 것도 일산(日産) 300만 배럴을 염두에 뒀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옆에서 맥파젠이 굳은 표정으로 쏘아붙이자, 석유성장관은 입을 꾹 닫았다.
맥파젠의 말을 해석하자면 영국이 뭘 믿고 이라크에 군납을 하겠냐?
대세가 석유를 증산한다니까 참여하는 거야! 하며 쏘아붙이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좋아! 좋아! 자신만만하구만! 협정서 다 가져와! 일괄 서명하지.”
“예, 각하!”
후세인은 우리의 당당한 모습에 확신이 들었다는 듯 냅다 협정서를 가져와 쓱쓱 서명했다.
이 또한 다소 어이가 없었다.
북부 석유화학단지 프로젝트, 아카스 재개발 프로젝트, 군납 프로젝트 등등 세심하게 짚고 넘어갈 것들이 수두룩했는데 후세인은 내용은 보지도 않고 서명하고는 내게 악수를 청했다.
“잘 할 수 있겠지, 우 회장!”
“예, 각하의 믿음에 빠른 성과로 답하겠습니다.”
“좋소, 그러도록 하시오! 벌써 믿음이 가는군. 20억 달러를 융통해준 인물다워! 앞으로도 더 많은 프로젝트와 그에 합당한 원유증산을 부탁하지.”
“예, 열심히 하겠습니다.”
마지막 말에서 대충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이라크 정부는 프로젝트 비용을 돈으로 정산해줄 생각이 전혀 없는 거다.
원유증산을 통해 알아서 프로젝트 비를 가져가라는 발상임이 분명했다.
이미 건설차관으로 빌려준 20억불의 상당 부분은 후세인과 그 측근들이 나눠 먹었겠군.
“자, 축하합니다. 이제 일만 하시면 되겠군요.”
“모든 게 마지드 장관님 덕분입니다.”
마지드 장관은 회의실을 빠져나오자마자 축하부터 건넸다.
“덕분에 저희 BP사도 아카스 유전 재개발에 진출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영국 정부도 이로써 이라크와의 외교 정상화가 이뤄질 거라 확신합니다.”
“그럼요, 그래 주셔야지요!”
얼렁뚱땅 아카스 프로젝트는 내 원안대로 최종안이 결정되었다.
자그마치 내 지분이 70%, BP사가 5%였다.
보나 마나 이라크 정부 지분 25%는 후세인과 마지드 장관의 주머니로 들어갈 것이고 말이다.
정말, 이라크… 나라 꼴 잘 돌아간다.
나와 맥파젠으로선 한껏 웃을 수밖에 없었다.
대통령궁을 나가서 연일 파티를 열고 후원금을 빙자해 주머니를 좀 채워주는 일만 남았다.
정말 이라크는 역대급 호구였다.
***
2주 뒤,
띵똥! 띵똥!
“여보! 여보! 나 왔어!”
대세석유화학 한범수 대리는 연신 초인종을 눌러댔다.
“아니, 당신! 오늘 어쩐 일이에요? 해 있을 때 퇴근이라니요?”
“좋은 소식 전하려고 일찍 퇴근했지!”
야근은 일상이고 일요일에도 두 번에 한 번꼴로 출근하는 한 대리였기에 그의 아내가 깜짝 놀라며 문을 열었다.
아내가 둘째를 임신하자 더더욱 열심이었는데 이 시간에 퇴근이라니.
“아빠아아아!!”
“아유, 우리 딸내미 잘 놀고 있었어?”
“여보, 대체 무슨 일이냐니까요.”
게다가 좋은 소식이 있다고 하고선 딸아이를 번쩍 들어 목마를 태우니 궁금하기 짝이 없었다.
승진은 작년에 했고 성과급도 나올 시기가 아닌데 말이다.
아내의 얼굴엔 물음표가 잔뜩 떠다녔다.
“궁금하지? 하하하, 내가 드디어 이라크 가게 됐어! 돈 잔뜩 벌어 올게.”
“이… 이라크? 당신이 전쟁터에 왜 가!!!!”
“진정해, 진정! 임신부가 소리를 지르면 어째.”
한 대리는 깜짝 놀라며 아내의 배를 쓰다듬으며 아내를 진정시켰다.
“지금 그게 문제에요? 여보, 아무리 돈도 좋지만 이라크는 안 돼요. 안된다고요.”
“진정하고 들어봐. 이라크가 얼마나 땅덩어리가 큰 나라인데! 내가 가는 곳은 전쟁이 일어난 국경의 정 반대편이야. 아주 안전한 곳이라고.”
“안전하다고요? 아무리 그래도 나라가 전쟁을 하는데 안전한 곳이…”
“대세가 어떤 회사야? 직원들 안전만큼은 확실하게 챙기는 회사잖아. 안전하니까 발령내는 거야. 그리고, 우리라고 언제까지 전세만 살 거야? 나이지리아니 인도네시아니 간 선배들은 집 한 채씩 다 샀잖아. 집들이 할 때 부럽다고 한 사람은 당신이야.”
아내도 부러워했던 건 사실이었다.
특히 서울 본사 쪽으로 발령받아 압구정 주상복합으로 옮겼던 선배 집을 구경했을 땐 자려고 누운 천장에도 어른거릴 정도였다.
입식 주방은 물론이고 고층건물 창문을 통해 보는 저녁노을이 그렇게 예쁘고 황홀할 줄은 몰랐다.
남편이 대리로 승진하면서 월세에서 전세로 옮기는데 성공했지만, 더 악착같이 모아서 집을 사야지 하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
한 대리 부부는 그날 집으로 돌아와 최소한의 생활비만 제외하고 남는 돈을 모두 3년짜리 적금에 쏟아붓기로 작정했다.
3년 연속 특별 보너스만 나온다면 집을 사는 것도 꿈만은 아니었다.
“그렇긴 한데… 돈보단 당신 안전이 백배 천배 중해요. 월세도 아니고 전세도 살만해요.”
“남편이 중한 건 사실이겠지만, 전세가 살만하다는 건 영 안 믿기는데.”
집 살 돈을 모으겠다고 누구보다 알뜰하게 살림을 하는 아내였다. 지금 사는 집마저 최소한의 비용으로 오래된 슬라브집에 부엌이 딸린 방 한칸을 얻은 것에 불과했다.
“정말 가도 괜찮은 거 맞아요? 몇 명이나 지원했어요?”
“이 사람이, 무슨 지원이야? 나 뽑혀서 가는 거야. 정예 중의 정예! TF라고! 다들 가고 싶어 하는데 겨우 뽑혀서 자랑하려고 일찍 왔더니.”
“하긴 다들 가고 싶어 하겠지요…”
대세에서 TF 차출은 곧 특진을 의미했다.
물론, 인도네시아 유전처럼 성과를 내는데 몇년씩 걸리는 경우가 있긴 했어도 대부분의 TF 멤버들은 특진과 특별 보너스로 보상을 받았다.
특히 최근 베트남 유전개발 TF로 참여했던 선배들은 역대급 특별 보너스를 받았다.
거기 차출되지 못했던 한 대리는 한 달 내내 땅을 치며 아쉬워했었고 말이다.
“그래 특진! 바로 그거지! 들리는 바로는 베트남 유전보다 더 나을 거라는 말도 있어.”
“아아… 여보…”
대리에서 과장을 달면 월급이 확 뛴다. 자기 파트를 꾸밀 수 있고 파트별로 성과를 평가하기에 한 대리… 아니, 한 과장님이면 성과급도 더 가져올 것이 분명했다.
“드디어 내게도 기회가 왔어, 축하해줘. 내가 당신 출산할 때 옆에 있을 순 없지만, 돌아올 때는 해외 수당, 위험수당, 특별 보너스까지 바리바리 싸서 돌아올게. 약속해.”
둘째가 아들일지 딸일지조차 편지로 듣게 되겠지만, 가족의 행복을 끌어올릴 이런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그래요, 당신 말이 맞아요. 이왕 이리된 거 저 시댁에 내려가 있을게요?”
한 대리는 잘못들은 게 아닌가 싶었다.
친정이 아니라 시댁이라니… 뭔 시집살이를 자청한단 말인가?
“아니, 내려가려면 당신 친정으로 가야지.”
“아뇨, 당신 본가가 청주에 있잖아요. 세종시 근방에 거주하면 아파트 분양권 추첨에 혜택이 있다고요. 그리고, 당신 TF 마치고 돌아오면 중부공단에 지원할 수도 있고요.”
해외근무에서 돌아오면 근무지를 옮기는 것도 웬만하면 다 된다. 특히나 서울 본사가 아닌 중부공단이라면 쉬운 편이었다.
“… 아하, 세종시 쪽 아파트 분양이 많으니까… 당신, 천재야! 천재라고.”
“거기 대세가 짓는 주상복합에 당첨되면 최고겠지만 현산이나 도림도 괜찮아요. 이거 봐봐요.”
아내는 어디선가 아파트 팸플릿 뭉치를 꺼내왔고 거기엔 각 아파트의 장단점이 꼼꼼하게 적혀 있었다.
후분양의 특성상 거의 완성된 집을 보고 구매를 할 수 있었다. 물론, 그 중에서도 대세 주상복합이 군계일학이긴 했다.
“역시 당신도 아파트 가고 싶었구나.”
“당신이 이렇게 열심히 버는데 저도 알아는 봐야죠. 내년부터 줄줄이 추첨이 있어요.”
넉넉잡고 2,3년만 고생하면 당당히 내 집으로 입성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쪽!
“그래, 당신이라면 무조건 당첨될거야.”
“그래요?”
“당연하지! 나같이 능력있는 남편도 뽑았는데.”
“아유, 그걸 농담이라고.”
“하하하, 오늘은 외식하자! 우리, 수진이 뭐 먹고 싶어?”
“나, 짜장면!!!”
“그래, 오늘은 짜장면에 탕수육이다.”
한 대리 가족은 저녁을 먹는 내내 새 집으로 이사를 가면 얼마나 좋을까? 하며 얘기꽃을 피웠다.
대세의 해외건설 프로젝트는 직원들의 희망 그 자체였다.
< 514 : 희망 그 자체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