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How I Became a Chaebol RAW novel - Chapter (518)
나는 이렇게 재벌이 되었다-518화(518/589)
< 518 : 내 밥그릇은 내가 지킨다 >
“어떤 대책인지 말씀해 보십시오. 불법만 아니라면 뭐든 협조하겠습니다.”
“뀌년을 통해 거래하면 됩니다. 자유무역항이라 통관 문제도 없고, 항만 이용료를 제외하면 별다른 수수료도 없기에 직접 수출이나 다름없습니다.”
솔직히 인천항이나 울산항을 출발해서 서류상으로만 뀌년을 거치고 실제 선박은 중국 본토로 바로 들어갈 수도 있을 것이다.
“베트남 뀌년 말씀입니까? 그건 안될 말입니다. 중월전쟁의 앙금이 아직 남아 있는데 베트남을 통한 교역이라니요, 그건 절대 허가가 나지 않을 겁니다.”
정말 불가능한가?
현재도 실버스타인 해운사가 열심히 경공업 제품을 베트남 국경을 통해 중국으로 밀어 넣고 있는 상황인데 말이다.
하긴 국경에서 보따리 장사꾼들이 거래하는 경공업 제품과 달리 철강 같은 중공업 제품의 수입을 눈감아주긴 곤란할 수도 있겠다.
“자유무역항이 뀌년만 있는 것은 아니지요. 홍콩을 통해도 되지요. 거기서 엎어지면 코 닿을 곳이 선전市 아닙니까.”
뀌년을 두고 홍콩을 이용하는 게 아쉽긴 하지만 차선책으로 괜찮다.
어찌 되었든 목적은 원래 역사 대비 중국 시장을 일찍 공략하는 것 아닌가.
“한국산 철강을 홍콩산 철강으로 바꾸자는 말씀이군요.”
홍콩산 철강이라니 눈 가리고 아웅하는 꼴이지만, 법적으로는 전혀 문제없다.
“그렇습니다. 홍콩에서 한국산 철강을 수입해 품질을 확인한 후 약간의 이득을 붙여 중국에 파는 것이지요.”
체코나 동독 같은 동구권에 수출할 때도 잘 써먹는 방법이다.
오스트리아 같은 중립국에 물건을 보내서 수수료 겸 약간의 이익을 보장해주면 지체없이 체코와 동독으로 화물이 이송된다.
“휴우, 일단 그런 방법이 있다는 건 잘 알겠습니다만… 상호신뢰에 문제가 있습니다.”
“그게 왜 문제입니까? 공산권과의 교역은 대한민국의 법령에서도 불법이 아닙니다. 심지어 홍콩을 통한 간접 무역이지 않습니까.”
“그게 아니라, 철강은 산업의 쌀입니다. 한국산 철강이 아무리 품질이 좋고 가격도 저렴하다고 해도 미국의 압박이든 남북한 문제로든 물량이 뚝하고 끊겨버리면 중국의 경제계획이 어그러집니다. 그래서 철강만큼은 자체 조달하려고 하는 것인데 말입니다.”
정치적인 문제를 걸고 넘어졌다.
그렇지, 국가 경제위원회 의장이라면 당연히 그 정도는 짚고 넘어가야지.
“한국에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근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그 정도 리스크로 수요가 보장된 철강 시장을 개방하지 않는다면, 이번처럼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선 간접적인 투자마저 얻기 어려우실 겁니다.”
내 말에 주룽지 단장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내 말에 틀린 점이 없었기 때문이다.
살짝 협박처럼 들리지만, 그런 상황 논리는 우리 대한민국에도 고스란히 적용된다.
여태 개발도상국으로서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외국인의 직접 투자와 시장 개방을 최대한 억제해오지 않았던가.
부득이한 경우에 차관을 빌미로 최대한 합작사업을 유도해 기술이전과 간접투자 형태로 자본을 유치했다.
감재익 경제수석이 공정거래법을 들고나온 것도, 시장을 더 적극적으로 개방해도 국내기업들이 해외 기업과 맞먹을 수 있는 경쟁력을 갖췄으면 하는 의도가 담겨 있는 것이다.
중국은 우리가 15년 전에 했던 일을 막 시작하려는 거다.
지금 시장을 전혀 개방하지 않고 투자와 기술이전만 받으려고 한다면, 이윤에 민감한 장사꾼들이 중국에 투자할 리 만무하다.
결국 중국은 개방정책을 펼쳤음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배제되는 거다.
국가 경제위원회 의장 정도 되는 양반이 그런 걸 모르진 않을 거다.
“무슨 말씀이신지 충분히 이해합니다. 하지만, 뭔가 상호신뢰를 담보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한 것은 사실입니다.”
“좋습니다. 그럼, 중국, 한국, 홍콩 이렇게 세 국가의 기업이 공동출자하는 무역회사를 홍콩에 세우도록 하시지요. 품질이든 가격이든 납기든 한국에서 납품하는 철강에 문제가 생기면 그 회사에서 일본산이든 독일산 철강을 수입하면 되는 일 아닙니까. 그때 중국이 입는 손해는 한국의 지분을 처분해서 벌충하시면 되고 말입니다.”
“호오, 그래도 되겠습니까?”
“물론, 그 반대도 성립함을 보장해주십시오. 중국 내 정치적인 문제로 한국산 철강의 수입을 규제해서 손해를 보게 된다면, 저희도 중국 출자금을 헐어 손해를 벌충하겠습니다.”
“가격도 사전에 협상하신다는 말씀이죠?”
“물론입니다. 바오산강철을 지어주는 게 바로 우리 한국 아닙니까. 양국 모두 철강 원가에 대해서는 대충 계산이 가능할 터이니, 적정가로 협상이 가능할 겁니다.”
지금에야 이렇게 말하지만, 중국은 90년대에 접어들면 세계의 공장이라는 말에 어울리게 전세계 철강을 다 집어삼키는 블랙홀이 된다.
그때를 위해서라도 이 계약을 반드시 맺어놔야 한다.
“좋습니다. 좋습니다. 하하하.”
한국산 철강이라고 했지만 대부분 인천제철의 고급강을 수입하게 될 거다.
나야 품질이나 가격 측면에서 바가지를 씌울 생각 따윈 전혀 없고, 납기 준수는 우리 대세의 경쟁력이기 때문에 문제가 생기려야 생길 수가 없다.
천재지변이 생긴다고 해도 포항제철 물량을 대신 밀어 넣으면 되니 보험은 확실했다.
“이런 대책이라면 양국의 신뢰문제는 리스크로 여기지 않아도 되겠지요?”
“물론입니다. 여하튼, 회장님이 이렇게까지 중국 시장 진출에 진심이라니 놀랍습니다.”
“말씀드렸지 않습니까. 한국이 일본을 능가하기 위해서는 R&D에 투자할 시간과 시장이 필요합니다. 중국 내수 철강시장은 한동안 수요대비 공급이 부족할 테니 양국 모두에게 기회가 될 겁니다.”
“일본이나 독일 같은 선진 철강회사들은 투자를 미끼로 이런 특혜 저런 특혜를 요구하기 바쁜데, 회장님은 서로 상생을 도모하니 정말 감격입니다.”
상생이라기 보다 미래에 대한 투자지.
아직 설립도 안된 회사지만, 21세기에 신생 철강사에 불과하던 미탈스틸이 세계 최대 철강회사로 도약하게 되는 것도 중국시장을 공략해서 가능했던 일이지 않나.
아마도 카자흐스탄이었지?
소련으로부터 독립한 뒤로 거의 버려지다시피 한 카자흐스탄의 국영철강회사를 인수해 중국 서북부 시장을 공략하는 것만으로 단박에 세계 최대의 철강회사가 되었다.
그런 미래를 알고 있는 내가 어떻게 중국 시장을 내버려 두나.
지금에야 홍콩을 통하지만, 90년대만 들어서면 카자흐스탄이든 베트남이든 몽골이든 주변국을 통해 중국시장을 공략하면 중국의 철강산업 독주를 어느 정도 견제할 수 있다. 당연히 어마어마한 돈도 벌게 될 것이고 말이다.
솔직히 21세기에 들어서서 중국의 조강능력이 10억톤을 넘어선다는 걸 생각하면, 그중 3억톤 정도만이라도 떼어낼 수 있다면 승자는 바로 나다.
이 시대 사람들이 철강산업도 지역산업을 벗어나 글로벌산업이 될 수 있다는 걸 깨닫는 데는 한참 시간이 걸릴 테니까 말이다.
내가 먼저 판을 점령하면 된다.
지금 당장 대한민국의 국력이 미천하고, 공산권의 붕괴도 일어나지 않았기에 움직이지 못할 뿐.
신이시여, 부디 대한민국에 기회를 허하소서.
나는 인생에 몇 번 하지도 않던 기도를 했다.
나조차 10년 뒤의 일을 염두에 두고 하는 일이라, 최선을 다하겠지만 행운이 함께하길 바라는 수밖에 없었다.
“상생이라, 저는 윈윈이라고 부릅니다. 저는 일본을 꼭 이겨보고 싶거든요.”
“이름이야 뭐든 좋습니다. 다른 분이라면 몰라도 이렇게 맨손으로 조선소와 제철소를 일구고 개인적인 축재도 멀리하는 우 회장님 말씀이라면 백 번도 더 믿죠.”
뭐야, 내가 포항제철 건설을 주도했다는 것도 알고 있는 건가?
하긴 우리 비서실도 사전에 이들을 조사했는데, 이들이라고 내 뒷조사를 안 했을 리 없겠지.
“들어가시죠. 계약서에 필요한 특약을 명시하셔야죠.”
“좋습니다.”
나는 영빈관으로 주룽지 단장을 안내했고, 그는 대번에 계약서에 서명했다.
각종 특약이 줄줄이 달리긴 했지만, 경제통인 그가 서명을 했으니 수뇌부의 재가도 흔쾌히 떨어지리라.
“저희 기술자들도 포항제철에서 연수를 받을 수 있겠지요?”
“물론입니다. 일본과 필적할만한 철강기술을 배울 수 있을 겁니다.”
나름 최고의 두뇌를 이끌고 입국했겠지만, 파이넥스 공법을 빼가는 것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할 거다. 포항제철에도 인천제철이 파이넥스 공법을 이식했기에 철저하게 기술이 블랙박스화 되어 있다.
중국인들 관점에선 당연히 국영기업인 포항제철의 기술이 인천제철보다 뛰어날 거라 생각하겠지만, 실상은 정반대이니 이중으로 기술 보안이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바오산제철소는 유동로방식이 아니라 일본이 지어주려고 했던 고로 방식으로 지어주면 충분하다.
원래 역사에서도 바오산강철社는 설립 초기에는 용광로 방식을 적용하다가, 이후 전기로 방식을 접목하여 에너지 효율성과 환경 친화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발전했으니 말이다.
“잔뜩 긴장하고 왔는데, 우 회장님과 얘기를 나누니 모든 것이 명확해지고 마음이 푸근합니다.”
“최고의 칭찬이시군요. 일이 잘 되려는 게지요.”
“건배하시죠.”
“건배!”
쨍.
나는 세련된 한식과 전통주로 그를 대접했다.
늦은 가을밤 향긋한 홍주를 나누며 서명이 끝난 계약서를 보고 있자니 흐뭇한 마음이 절로 들었다.
중국 지도자들이 규모의 경제를 기반으로 하는 압도적인 경쟁력을 전략으로 생각하는 만큼, 그와 같은 방식으로 대응하면 필패다.
우린 기술개발로 단위 생산력과 에너지 효율을 극단적으로 높이고, 품질로 경쟁해야 한다.
거기에 글로벌 공급망을 완성해 우리 내수시장은 보호하고 수출 경쟁력을 높인다면 중국과도 겨뤄볼 만하다.
결국 갈라파고스가 될 나라는 일본이다.
역시, 연구소가 대세, 더 나아가 한국의 미래다.
***
다음날, 포항제철.
“석 사장님, 그리 부탁해도 되겠습니까?”
난 석기훈 사장을 만나 중국 선수단을 어떻게 대할지 신중하게 논의했다.
“염려 마십시오. 공장 견학은 제한적으로 하도록 하겠습니다. 연수생 교육도 고로 방식과 미쓰비시 후공정 위주로 하겠습니다.”
포항제철을 지을 때도 후공정엔 미쓰비시가 참여했었다. 그 대가로 가져온 일본 기술자료들이 꽤 있었기에 연수생 교육용으론 충분했다.
“유동로야 아는 사람이 포철에도 몇 명 없으니 안심이지만, 부생가스 재활용 기술과 박판주조법은 특별히 입단속을 해주십시오.”
부생가스 재활용과 박판주조법은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첨단기술이다.
중국은 철광석을 자국에서 조달할 수 있고 노동력도 싸기 때문에 에너지 효율마저 높아지면 너무나도 위험한 경쟁자가 되어버린다.
“물론입니다. 그보다 대세중공업에서 중국제철소를 어떻게 지을까 하는 게 더 큰 일 아닙니까?”
“걱정하지 마십시오. 현재의 일본제철소와 비슷한 수준으로 만들어주면 꼬투리를 잡으려야 잡을 수 없을 겁니다.”
“역시, 우 회장님은 다 생각이 있으시군요.”
“언제 한번 한국제강협회 회원사들을 모두 모아주십시오. 중국도 이제 철강산업에 진출하니 우리끼리 한번 논의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한국제강협회의 의장은 석기훈 사장이다.
석 사장이야 늘 인천제철이 형님이라고 하지만, 대외적으론 포항제철이 한국철강의 대표니까.
“예, 알겠습니다. 주요 의제는 어떻게…”
“철강업계의 KS 규격을 좀 더 복잡하게 했으면 합니다. 특히 건축, 교량, 자동차 산업 전반에 걸쳐 설계단계에서부터 KS 제품 규격과 제품명을 명기하는 관행을 만들었으면 합니다.”
“… 철강 카르텔을 만들자는 말씀처럼 들립니다. 정부의 공정거래 시책과는 전혀 다른 방향인데…”
“정부 정책이야 외교적으로 필요하니 그리 하라고 하고, 민간기업이야 기술적으로 필요하니 규격을 만드는 것이지요. 우리 밥그릇은 우리가 챙겨야지, 누가 챙겨줍니까?”
우리나라는 아직 약소국이다.
우리 물건을 수입해주는 상대국이 공정거래법을 요구하면 대한민국 정부는 하는 척이라도 해야 하는 거다.
“간혹 우 회장님은 비즈니스에 있어 무서울 정도입니다. 경쟁자가 아니라서 참으로 다행입니다.”
석 사장은 내 말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당연하지, 난 한국 기업끼리 선의의 경쟁이 아닌 제살깎아먹기 경쟁을 하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뻔히 보고왔다.
3, 40년은 우려먹을 수 있는 해외건설 시장을 20년 만에 우리 손으로 작살내 버리지 않았나.
심지어 철강업계는 더했다.
국내 범용강 시장을 중국철강업계에 뺏긴 것도 모자라 고급강 시장을 일본에 내주며 일본 철강업계의 탈출구 역할을 해줬다.
일본은 역사상 한국산 철강재 수입이 150만톤을 넘은 적이 없는데, 우리나라는 IMF 직전에도 일본산 철강을 500만톤 가까이 수입했었다.
다행히 한국 조선소와 자동차업계가 한국산 철강을 사용했기에 국내 철강업계가 버틴 거지, 솔직히 안방을 그냥 내준거나 다름없다.
“일본 기업들은 우리 철강재가 JIS 규격을 통과하고 가격입찰에서조차 이겨도 일본산 제품을 우선구매하는 짓을 서슴지 않습니다. KS 규격 강화 정도는 안 하는 게 도리어 이상한 일입니다.”
글로벌 시장에서 자국 표준으로 기술장벽을 세우지 않는 나라는 공정거래를 하는 나라가 아니라, 그냥 호구일 뿐이다.
일본 시장에선 한국산 철강은 물론이고 가격으로 밀어붙이는 중국산 철강도 힘을 못쓴다.
그런 비즈니스 폐쇄성이 고비용 구조임에도 불구하고 일본 기업들은 저들 밥그릇 지킨다고 꾸준하게 해댄다.
일본 정부마저 국제입찰을 했고, 주관사가 기술력을 감안해 최종 결정을 했으니 공정거래 위반은 아니라고 면죄부를 주고 말이다.
이번 역사에선 최소한 일본산 철강이 우리나라 땅을 밟지 못하게 만들어야지.
기브앤테이크가 없는 거래야말로 불공정거래다.
“무슨 말씀이신지 알겠습니다. 조금 이른 송년회 모임이 되겠군요. 우 회장님께서 특별히 논의하실 게 있다고 하면 한명도 빠짐없이 참석할 겁니다.”
“그럼 부탁합니다. 숙제만 던지고 가는 것 같아 미안하군요.”
“아유, 무슨 말씀을요. 우 회장님께서 부탁하신 일이라면 섶을 지고 불로 뛰어들라고 해도 하지요.”
“이런, 하하하.”
나는 석기훈 사장과 힘차게 악수를 하고 포항제철을 벗어나 곧바로 대세연구소로 향했다.
염원철 수석을 소장으로 임명하고 처음 방문하는 것이다.
아무리 친화력이 좋은 염 수석이라곤 하지만, 굴러온 돌이 분위기를 잡는데 시간이 좀 걸릴 거라 판단해 그간 방문을 자제했었다.
***
대세연구소,
“어서 오십시오, 회장님.”
“염 소장님, 어째 적응은 좀 되셨습니까?”
딱 봐도 잘 적응한 것 같았다.
동료들과 함께 마중을 나왔는데, 다들 표정이 밝았다. 내가 사람은 잘 뽑아다 앉혔지요?
굴러온 돌이라고 해도, 이 양반은 진국입니다.
“물론이지요. 이 나이에 세계 최고의 연구소에서 같이 일하는 영광이라니, 한량없이 기쁩니다.”
“염 소장님 나이가 어때서요. 아직 청춘이시죠.”
“청춘 좋지요!!”
백발이 성성한 양반보고 청춘이라고 하니 아주 좋아라했다.
아니, 오히려 안색은 훨씬 좋아진 것 같았다.
“그동안 제가 바쁘다는 핑계로 연구소 업무보고를 한동안 못받았습니다. 오늘 맘껏 자랑해주시렵니까?”
“영광입니다. 여기 연구원들 보이시지요? 자랑거리 다 들으려면 오늘 집에 못 들어가십니다.”
“좋군요. 딱 밤 10시까지만 듣고 꼼장어에 소주 한잔하러 갑시다.”
“오, 회식 예약까지! 역시, 회장님이십니다.”
밤 10시에 회식 가자고 해도 좋아라 하다니, 아직 낭만 시대이긴 하구나 싶었다.
다소 우습지만 창원에선 대세연구소 사원증만 있으면 통금에서도 자유롭다.
국가 발전을 위해 밤새워서 일하는 연구원들에게 무슨 통금규정을 적용하냐는 논리였다.
뭐 조만간 통금도 없앤다고 하니, 그런 특혜 아닌 특혜도 없어지겠지만 말이다.
“음? 헌데, 손님들이 계시는군요.”
연구소는 대세그룹에서도 특급 보안구역이라 방문객은 하늘색 연구복을 입힌다.
그런데 오늘따라 하늘색 연구복을 입은 양반들이 마중을 나와 꾸벅 인사를 하는 게 아닌가.
“한국전기통신연구소 분들입니다. 회장님이 방문하신다는 소식에 브리핑할 것이 있다며 새벽같이 달려왔습니다.”
한국전기통신연구소면 ETRI 아닌가?
ETRI에서 무슨 볼일이길래…
< 518 : 내 밥그릇은 내가 지킨다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