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How I Became a Chaebol RAW novel - Chapter (520)
나는 이렇게 재벌이 되었다-520화(520/589)
< 520 : 크고 웅장하게 >
“TDX 개발의 성공을 위하여!”
“위하여!!”
대세연구소 근처 먹자골목에서 연탄불에 꼼장어를 구우며 연신 건배를 해댔다.
“여기 꼼장어 한 판 더 주세요.”
“여기 소주도 한병, 아니 두병 더 주세요.”
“예, 예. 손님.”
밤 10시가 넘었는데도 식당이 북적거렸다.
필수 인원만 남기고 연구원들이 죄다 회식하러 출동한 것이다.
“늦었지만 입사 축하드립니다. 염 소장님.”
“아이고, 감사합니다.”
염 소장과 이렇게 동료로서 회식하는 것도 아주 즐거웠다.
“회장님 덕분에 우리 통신연구소도 기 좀 펴겠습니다. 이 수표만 들고 가면 국회의원들도 찍소리 못할 겁니다. 하하하.”
채순달 소장은 연신 수표가 든 안주머니를 두드리며 즐거워했다.
“방심하지 마시고 공중전화기와 TDX 두 가지 프로젝트를 꼭 동시에 진행하십시오. 단기적으로 성과를 내야 외풍이 사라집니다.”
무슨 일이든 성과가 나면 일사천리다.
어려운 과제일수록 작은 성공부터 만들어야 최종 목적을 달성하기 쉬워진다.
“무슨 말씀이신지 알겠습니다. 솔직히 저희는 대세그룹이 연구비와 인력까지 내주시며 이리 적극 동참하실 줄은 예상 못했습니다.”
“우리 회장님께서 큰 결심을 하신 겁니다.”
채 소장의 말에 염 소장이 굳은 표정으로 말을 보탰다. 비즈니스에 정치가 얽히면 참으로 어려워진다는 걸 잘 아는 양반이기에 그랬을 거다.
“또 특혜라는 소리가 나올게 뻔하지만, 일본제 TDX를 수입할 바에야 한 소리 듣는 게 낫지요. 대세가스가 공사(公社)로 전환된 것처럼 제대로 된 임자가 나타날 때까지 맡아둔다고 생각해도 되고 말입니다.”
“특혜라니요!! 다들 국내 연구진은 개발능력이 없다면서 연구비마저 못 주겠다는 마당에 말입니다. 저희 연구원들은 대세편입니다. 무조건! 앞으로도 영원히!”
채순달 소장이 정색하며 답했지만, 상황은 달라지기 마련이다.
처음에 시작할 때야 뒷다리를 잡지만, 일단 성공하면 너도나도 숟가락 올린다고 난리 칠 거다.
통신사업은 말 그대로 제대로 된 인프라만 검증되면 그다음부턴 완전히 땅 짚고 헤엄치기거든.
대다수의 국민들이 매달 자발적으로 내는 통신비는 일반 제조업과는 차원이 다른 이익률을 보장해준다. 괜히 미국의 AT&T가 거대 석유기업인 엑손과 맞먹을 정도로 공룡기업이 된 게 아니다.
심지어 나조차 놓기 아까운 사업이다.
난 그 기술이 어디까지 발전할 지 뻔히 아니까.
문득 감재익 수석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대세그룹 같은 기업이 한국에 3개만 더 있어도 좋겠다고 말이다.
애써 마음을 다잡았다.
나는 플랜트쟁이다. 나는 플랜트쟁이다.
시간이 지나면 IT는 나보다 훨씬 잘할 수 있는 사람이 분명 나타날 거다.
내 비전은 쇠와 불꽃에 있다.
거기서 세계 최고가 될 거다.
“기업의 색깔은 제가 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구성원들이 자연스레 비전에 공감해야 비로소 그 기업이 백년 기업이 됩니다. 그런 측면에서 통신은 그다지 대세그룹과 어울리지 않습니다.”
대세통신을 대세실업의 하부 사업부로 두고 있는 이유다.
위성통신의 활용도 대세실업/해운/항공 등등 물류 통신서비스로 한정하고 있다.
실버의 통신사에 좀 더 투자해서 위성통신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수도 있지만, 그러면 중공업 위주로 투자한다는 대세그룹의 투자원칙에 어긋난다.
대세그룹의 투자전략의 회색지대는 대세파운드리만으로 충분하다.
“회장님, 그럼 TDX 개발에 합류하는 TF원들은 차후 그룹에서 자리를 어떻게…”
“일단 대세통신에 배치해야지요. 차후 사업성이 확인되고 수익도 나면 분사하는 전략도 생각해봐야 합니다. 그건 일이 닥치면 논의합시다.”
“부… 분사까지…”
“사업 확장만 능사가 아닙니다. 우리가 세제나 가전을 못 만들어서 안 하는 게 아니지 않습니까.”
석유화학과 정밀기계 기술이 있는데 못할 게 뭐가 있나. 다만 그런 식의 무분별한 확장은 제대로 된 R&D를 구현할 수 없기에 안 할 뿐이다.
R&D 투자 없이는 가격, 품질, 디자인 등등 모든 면에서 이도 저도 아닌 제품만 쏟아질 뿐이다.
“하긴, 대세실업이 밀어주는 중소기업들의 가전제품이 수성이나 금양 제품보다 낫다는 소비자들도 많습니다. 솔직히 수성이나 금양도 대세가 들어올까 봐 기술개발에 엄청난 투자를 하지요.”
“통신도 그런 식의 경쟁 구도를 만들어야 합니다. 대세 입장에서야 다소 곁가지로 보이지만, TDX에 산학협력을 하는 이유입니다.”
“아, 회장님 말씀을 들으면 정말 기업이 돈만 좇는 집단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 말씀은 틀렸습니다. 기업은 언제나 이익을 쫓아야지요. 다만 그걸 제대로 할 능력이 없다면 내놔야 한다는 겁니다. 정부의 보호 아래 자국민에게 국제경쟁력이 없는 서비스와 제품을 내놓는다면, 그건 고객의 돈을 강탈하는 겁니다. 우리가 피서지 바가지 상술에 분노하는 이유와 똑같지요.”
“… 제 생각이 짧았습니다. 전 국민에게 선진국 못지않은 통신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이 한 몸 바치겠습니다.”
“통신이야말로 선진국다운 사업이니 우리나라를 한 단계 도약시킬 겁니다. 화이팅 하십시오.”
나는 쨍하고 채순달 소장과 소주잔을 부딪혔다.
“부디 고견 부탁드립니다. 대세가 건설에서 조선까지 선진국을 따라잡았는데, 통신마저 이끄시면 우리나라 선진국 되는 거 아닙니까.”
“맞는 말씀입니다. 회장님, 우리가 최빈국에서 중진국이 되었듯이 이제 선진국 가야죠. 이끌어 주십시오. 대세 만세!!! 대세 만세!!!!”
염 소장이 감격에 겨웠던지 만세를 외치자, 회식 중이던 연구원들도 술잔을 높이 들었다.
술김이라 감상적이 되어서인지 나마저 가슴에서 불끈하는 뭔가가 느껴졌다.
역시 낭만 시대답군.
선진국 진입이라… 이 양반들, 그리 큰 프로젝트를 나만 따라오면 될 것처럼 말하고 있었다.
그래, 불가능에 가까울 뿐 불가능하진 않지.
이들과는 더 큰 꿈을 꿀 수 있을 것 같았다.
“선진국, 까짓거 한번 도전해볼까요? 앞으로 몇년이 깔딱고개일 것 같은데 말입니다.”
“가야죠, 뭐든 말씀만 하십시오.”
“그래요, 어디 한번 미쳐봅시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우리는 받아둔 술잔을 일제히 비우고 어깨동무를 했다.
한 사람이 ‘저 푸른 초원 위에’를 선창하니 약속이나 한 듯 같이 부르는 모습이 정겨웠다.
통금시간을 훨쩍 넘겨 경찰들이 몰려와 귀가 명령을 내리기 전까지 먹자골목 전체가 들썩거렸다.
덕분에 나도 조금 무뎌져 가던 전투력이 살아나는 느낌이 들었다.
기술, 자본, 금융 시스템은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이 가져가고 생산은 단계적 위상에 따라 나라별로 나뉘는 게 내가 알고 있는 미래다.
그 미래가 정말 최선일까? 하는 질문을 지금에서야 하게 되었다.
이런 동료들이 있는데, 눈앞의 산이 높고 험하다고 안 갈 건 아니지 않나.
게다가 나는 안다.
회귀자의 마법은 그 모든 룰을 바꿔놓을 만큼 특별하고 강력하다는 걸.
***
며칠 뒤,
“사격대회 준비는 이상 없지요?”
“예, 물론입니다. 리조트 예약 고객들에게도 공지를 마쳤고, 총 21개국에서 참여할 예정입니다.”
세계선수권 대회 아시아 예선으로 부족함이 없는 규모였다. 급조한 것치곤 준비는 순조로웠다.
“중공에서도 연락이 왔다고요?”
“예, 회장님께서 서명한 계약서에 중국 공산당이 최종 승인을 했습니다. 49% 지분과 건설차관 관련 모든 조항에 변경사항이 없습니다.”
우리가 일본 철강업계에 필적하게 제철소를 지어주고 기술연수까지 해준다는 조건에 아주 만족했던 모양이다.
“중공에 사전답사 TF를 파견하고, 사격대회 리셉션을 핑계로 익스클루시브 파티도 준비해주십시오. 포항제철 4기에 차관을 제공했던 오스트리아, 영국, 프랑스 VIP들 위주로 초청장을 보내십시오.”
그때 개도국 제철소를 짓게 되면 동반 진출하겠다는 약속을 지킬 때가 되었다.
유동로 파이넥스 기술을 적용할 게 아니기에, 그들의 설비를 적당히 써줄 수 있다.
지분할당 없이 소규모 차관도 빌릴 수 있으니 이래저래 유용할 것이다.
“예, 준비하겠습니다. 그러고 보니, 프랑스 오르톨리 장관도 딱 그 시기에 한국을 방문할 것 같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오, 드디어 TGV 계약이 완료가 되었습니까?”
“그런 것 같습니다. 한국 정부가 국보급 유물반환을 요청해 아주 곤혹스러웠다고, 회장님께서 꼭 알아주셨으면 한다고 전해달라고 하더군요.”
빌 베인이 척하니 오르톨리 장관이 보낸 텔렉스와 함께 TGV 현황 보고서를 건네주었다.
“연말은 접대로 바쁘겠군요.”
“정부에서도 면담 요청이 왔습니다. TGV 개발 담당으로 대세정공을 지정하려는 것 같습니다.”
“기관차를 만들고 있으니 그런 겁니까?”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겠다.
TGV도 기관차의 일종이지 않나.
물론 디젤 대신 전기로 움직이지만.
“예, 적격심사에서 최고점을 받았습니다. 이번 주말에 면담을 했으면 한다고 전해왔습니다.”
“주말에? 아, 알겠습니다.”
주말에 만나고 싶다니, 공식 면담이 아니라 비공식 면담이라는 얘기군.
뭔가 또 다른 얘기를 하려는 모양이군.
TDX 개발 건 때문인가?
채순달 소장이 잘 대응했다고 들었는데…
“그럼 오늘 오후 일정은 대세항공에서…”
“일정을 좀 바꿔야겠습니다. 오늘은 대세파운드리를 방문할 테니, 대세항공은 다음으로 미루도록 합시다.”
“예, 일정 수정하겠습니다.”
최근 들어 즉흥적인 계열사 방문은 자제하는 편인데 오늘만은 예외였다.
TDX 개발 건을 비롯해 올해 연구소 프로젝트들을 검토하다 보니, 불쑥 내가 잊고 있던 것이 생각났기 때문이었다.
***
세종시 외곽 대세파운드리 공장,
“어서오십시오, 회장님.”
“정말 공장 주변이 몰라보게 달라졌군요.”
감기동 이사가 공장 정문까지 마중을 나왔다.
나도 차에서 내려서 공장 안쪽까지 걸었다.
공장 내부의 운동장 잔디만 봐도 회사 분위기는 대충 알 수 있으니 말이다.
서면 보고보다 내 눈으로 직접 보고 판단하는 것이 정확할 때가 많다.
“예, 거의 상전벽해 수준입니다. 눈만 뜨면 세종시 근방은 이삿짐 트럭으로 꽉꽉 들어찹니다.”
좋은 현상이었다.
서울대비 집값이 싸면서도 거주 환경은 더욱 좋고, 중부공단에 기업들이 입주하면서 대규모 채용이 계속 일어나니 선순환에 들어서고 있는 것이다.
세종시 건설에 힘을 보탠 것은 정말이지 잘한 일이었다.
정부가 아파트 건설을 주도했지만, 대세가 적극 참여해 주상복합부터 지어대니 다른 건설사들도 이거 돈이 되나보다 하며 대규모 아파트를 따라서 지었기에 대규모 인구이동이 자연스레 이뤄졌다.
“그러고 보니 주차장에 세워진 자전거가 엄청나게 많던데, 교통체증이 그리 심합니까?”
“아닙니다. 신도시에 교통체증이 심할 리가 있습니까. 저기 미호천을 따라 자전거 도로가 워낙 잘되어 있으니, 직원들뿐만 아니라 세종시 시민이라면 누구나 자전거를 좋아합니다.”
“미호천 자전거도로로 출퇴근을 하는군요.”
“예, 날씨가 화창한 봄날에는 통근버스가 텅텅 빌 때도 있습니다. 이제 날씨가 점점 추워지니, 다시 통근버스의 계절입니다.”
이런 대화가 새삼스럽게 정겨웠다.
이제 나도 일 얘기보다 사람 사는 얘기가 먼저 튀어나온다.
또 한번 비상할 때가 되었다는 증거였다. 먹고사는 문제는 해결했으니, 이젠 정말 잘살아봐야 하지 않겠나.
“자, 그동안 우리 파운드리 사업이 어떤 성과를냈는지 알려주겠습니까?”
“라인으로 가시죠. 보여드릴 게 많습니다.”
감 이사가 호쾌한 걸음으로 앞장섰고, 라인으로 들어서자마자 그가 얼마나 자랑하고 싶었을까 싶을 정도의 관경이 나타났다.
“대단하군요. 가동률 98%라고 하더니, 정말 멋집니다.”
기둥이 거의 없이 넓게 펼쳐진 반도체 라인에 설비들이 들어차 있고 연신 녹색 램프가 반짝거리고 있었다.
마치 21세기 SF 영화를 보는 것 같았다.
“회장님께서 투자 집행 시기를 앞당겨주셔서 가능한 일입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이렇게 물량을 쏟아내지 못했을 겁니다.”
“그야 대세파운드리가 워낙 일을 잘해서 그런 것 아닙니까. 인텔 CPU가 공전의 히트를 치고 있는 데다 시계, 라디오, 자동차 계기판 등등 고객이 엄청 늘었던데 말입니다.”
5년간 10억불을 투자하겠다는 내 계획은 3년내에 10억불을 투자하도록 수정했다.
잘되는 집은 뭘 해도 잘된다는 말이 있듯이, 인텔의 8080 CPU가 CNC를 비롯한 산업용 기기/통신 장비/계측 장비/중소형 컴퓨터 등에 이용되면서 수요가 폭증해서 투자를 앞당길 수밖에 없었다.
“회장님의 영업전략이 기가 막히게 맞아떨어진 결과입니다. 인텔뿐만 아니라 모토로라나 RCA사도 우리 공장에 칩 생산을 맡기기 시작했습니다.”
“각사의 보안유지는 문제없죠?”
“물론입니다. 라인을 분리해 생산하고 공정 레시피 정보는 섹터별로 분리하니 고객사 설계정보는 자사 내에서도 완전히 차단됩니다. 고객사에서도 처음엔 QA 요원을 파견해 모니터링하더니 이젠 믿고 맡길 정도입니다.”
솔직히 우리 엔지니어들조차 자신이 맡은 분야에서야 고객사별 장단점을 알고 있겠지만, 그걸 전분야에 걸쳐 파악하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그리고 전체 설계도를 파악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그런 정보를 모두 조합할 수도 없기에 제품정보가 밖으로 새는 경우는 있을 수 없다.
물론 21세기처럼 데이터베이스시스템으로 공정 레시피가 관리된다면 통째로 정보유출이 될 수 있겠지만, 아직은 그런 시대가 아니다.
“라인을 더 지어야겠군요.”
“예, 이런 추세라면 6개월마다 한동씩 지어도 모자랄 것 같습니다. 다들 불경기라고 하는데 그 말이 맞는지 모르겠습니다.”
불경기는 무슨 불경기.
불붙듯 잘만 성장하는데.
심지어 이란-이라크전으로 잠시나마 유가가 오르는 것마저 우리에겐 호재다.
미국도 속으론 좋아 죽으면서 대외적으로 그냥 앓는 소리를 하는 거다.
“우리처럼 성장하는 회사에 불경기는 있을 수 없습니다. 안심하시고 제4라인 투자도 바로 들어갑시다.”
벌써 제1, 제2, 제3라인까지 대형 FAB이 3개나 돌아가고 있었다. 짓기도 빨리 짓고 셋업하는 건 더 빨라진 것 같았다.
“예? 벌써 4라인을요? 3라인 셋업이 고작 두달 전에 끝났는데 말입니다.”
“지금 인텔 8080과 8255칩 생산 캐퍼도 부족하지 않습니까? 내년부터 인텔 8086칩까지 생산에 들어갈 거라고 들었는데 말이죠.”
“8086 때문에 그러십니까? 그건 아직 양산 단계가 아닙니다. 지금 당장 투자하는 건…”
“뭐가 걱정입니까. IBM PC 사업부에서 인텔 CPU를 쓰기로 전략적 결정을 내렸다면서요?”
분명 인텔도 대세파운드리를 믿고 IBM과 협상했을 것이다.
CPU 가격을 모토로라나 MOS-Tech社보다 최소 10%는 싸게 준다고 했을 거다.
내가 인텔 사장이라도 그렇게 했을테니까.
“그건 인텔 QA 파견자를 통해 들은 소문이라고 보고를 드렸습니다. 아직 공식확인된 바가 없고, 제품도 아직 퀄을 진행 중이라…”
감 이사는 바짝 얼어붙은 표정으로 주춤거렸다.
자칫 소문만 믿고 대형투자를 했다가 판매가 안되면 어쩌냐 하는 생각일 것이다.
“애플 컴퓨터라는 신생기업도 개인용 컴퓨터로 대박을 치고 있지 않습니까. IBM도 인텔과 합작하겠지요. 질러봅시다.”
애플 I이야 고작 200대만 팔고 끝났지만, 재작년에 출시한 애플 II는 아직도 화제다.
출시 초기에만 25만대를 팔고 매년 10만대씩 팔고 있으니, 시대상을 감안하면 충분히 대박이다.
물론, 21세기 스마트폰처럼 전세계가 들썩거리는 건 아니고 전자업계에 한정해서 유명세를 떨치는 정도지만 난 그 파급력을 알고 있다.
“알겠습니다. 즉시 실행하겠습니다.”
“좋습니다. 그리고 이왕이면 여태 지었던 것보다 3배는 더 크게 지으십시오.”
“회… 회장님.”
“무조건 크고 웅장하게!”
나의 단호한 말에 감 이사가 바짝 얼어붙었다.
감 이사는 아마도 평생 오늘을 잊지 못할 거다.
대세파운드리는 오늘의 결정으로 전세계에 반도체 파운드리가 뭔지 보여주게 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