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How I Became a Chaebol RAW novel - Chapter (524)
나는 이렇게 재벌이 되었다-524화(524/589)
524 : 대한민국의 방패
일주일 뒤, 디트로이트.
“신사 숙녀 여러분, AMC의 신제품 험비를 소개합니다.”
“와아아아아!”
AMC 디트로이트 공장은 온갖 언론인들과 디트로이트 유명인사들을 불러 보아 대대적인 행사를 개최했다.
레드 카펫 위로 디트로이트 공장에서 출시한 1호 험비가 모습을 드러냈다.
사막색으로 도색된 험비가 도시 한가운데 나타나자 그 또한 꽤 세련된 느낌이 들었다.
파산할지도 모른다는 소문이 파다한 AMC였기에 우리와 합작한 험비는 말 그대로 구세주나 다름없었다.
미정부도 나름 AMC의 회생에 관심이 있었던지 험비가 미육군 전술차량으로 채용되는데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고 있었다.
“험비를 개발하기 위하여 밤낮없이 연구에 몰두한 AMC 직원 여러분들의 노고에 깊은 감사를 드리며, AMC와 함께하기로 한 대세모터스의 과감한 결정에 찬사를 보냅니다. 이 험비는 차후 미군의 전술 차량을 대대적으로 교체할 것이며…”
AMC 채핀 회장은 디트로이트 각종 언론사와 공장 직원들을 의식한 듯 광고성 멘트를 주저리주저리 늘어놓았다.
‘엄청 말 많지 않냐? 험비 덕에 AMC가 기사회생했다. 합작해준 대세자동차 고맙다. 이 두 마디면 끝날 일인데 말이야.’
‘얼마나 감격스럽겠냐? 덕분에 우린 여기 공장 지분의 50%를 헐값에 인수했잖냐. 활짝 웃으며 박수를 쳐주면 되는 일이야.’
나는 삼복이와 농담을 주고받으며 열심히 박수를 쳤다.
신문 기자들이 연신 우리를 배경으로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고 있었기에 표정 관리까지 열심히 해야 했다.
‘그건 그렇고, 우리 쪽 험비 생산은 문제없지?’
‘당연하지. 여기서도 험비가 조립되어 나왔을 정도면 우린 어떻겠냐? 벌써 출고장을 꽉 채웠다. 내일쯤 사우디로 선적할 거야.’
‘역시 빠르네. 우리 이삼복 부사장님은 믿고 맡기면 된다니까.’
‘그보다 험비의 민수용 버전을 어떻게 출시할 지가 문제지.’
우리 얼굴은 채핀 사장이 연설 중인 단상을 향해 있었지만, 입으로는 계속 업무 얘기를 나눴다.
‘채핀 회장과 계약 마무리 잘하고 와라. 그쪽에서 괜히 욕심부리면 없던 일로 하자고 해버려. 우리 아니면 개발 능력도 이제 없는 것 같던데.’
‘알았어. 걱정 마.’
AMC에서 베테랑 개발자들은 죄다 자리를 옮겼기에 디자인이나 엔진 최적화는 물론이고 부품 수급능력마저 수준 이하로 떨어져 있었다.
우리가 채핀 회장만 잘 다루면 험비 관련해서 뽑아 먹을 수 있는 건 죄다 뽑아먹을 수 있을 것이다.
이들은 모르지만 국제 유가가 훅하고 떨어지는 날도 오지 않나.
기름 먹는 하마를 그리워하는 미국 소비자들이 민수용 험비에 반짝하고 열광할 때가 분명히 온다.
“우리 AMC는 반드시 Big4 자리를 되찾을 것이며 그 증거는 험비가 될 겁니다!!!”
“와아아아아아!”
채핀 회장의 선거유세 같은 연설에 AMC 직원들이 환호했지만, 나와 삼복이는 억지 웃음을 지어 보였다.
Big4 복귀는 개뿔, 이미 그 자리는 우리가 예약하고 있는데 말이다.
“그럼 잘 부탁한다.”
“응, 뉴욕 가서 일 잘 봐. 난 우리 공장하고 캐나다 쪽도 돌아보고 복귀할게.”
“그래라.”
나는 좀체 단상에서 내려오지 않는 채핀 회장에게 다가가 악수를 청했고, 사진이 잘 찍히게끔 자세를 취해줬다.
이 사진 한 장이 채핀 회장이 날 디트로이트에 초대한 이유였다.
할 일을 했으니 나는 곧바로 뉴욕으로 향했다.
낸시도 뉴욕에서 보기로 했기에 디트로이트에 더 머물 일은 없었다.
***
그날 저녁, 뉴욕 맨해튼 호텔.
“어서 오게, CS.”
“어서 오게나, 사위. 아이들은 잘 크고 있지?”
“예, 유진이도 뱃속의 둘째도 무럭무럭 크고 있습니다.”
나는 맨해튼 호텔 VIP 라운지로 들어서자마자 밴 플리트 장군과 장인에게 연이어 포옹 인사를 했다. 언제봐도 반가운 분들이었다.
매해 연말은 뀌년에서 파티를 하며 보냈는데, 올해는 내가 참석하지 못해 신년회 겸 이렇게 호텔에서 모임을 가졌다.
“아휴, 기다리다 눈 빠지는 줄 알았네. 그러게 나랑 같이 오자니까요.”
“낸시, AMC도 내겐 중요한 파트너라고요. 게다가 지분도 상당 부분 인수했단 말입니다.”
“그럼 채핀 회장은 약속대로 경영권을 포기해야지 언론엔 왜 나서는 거예요? 확 그냥 CS가 먹어버리면 안 돼요? 정말, 골치 아픈 존재에요.”
나름 낸시는 디트로이트 하원의원이라고 AMC의 행보가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다.
내가 AMC 직원들이 GM 직원 정도만 되어도 벌써 인수 작전에 나섰을 거다.
하지만, 알맹이가 다 빠져버린 상황이라 이대로 질질 끌다가 험비 사업부만 쏙 빼내는 게 최선이었다.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해결될 일이니 기다리는 게 상책이었다.
“낸시, 오늘 우리가 모인 것은 AMC 때문이 아니니 그쯤 하도록 해. 자, 좋아하는 칵테일이나 한잔하고 기분 풀라고.”
“어머, 나이가 들수록 더 친절해지시네.”
밴 플리트 장군이 손수 칵테일을 권하자 낸시가 자리를 고쳐 앉았다.
“고델 장군도 함께 했다면 좋았을 텐데 말입니다. 우리끼리 모이니 조금 안타깝군요.”
“고델도 뀌년에서 만났더니 비슷한 소리를 하더군, 자넬 못 본 건 그렇다 쳐도 유진이 얼굴을 못 봐서 영 아쉽다고 말이지.”
“하하하. 다음 회동엔 유진이를 꼭 데려가야겠군요.”
고델 장군이 뀌년에서 놀고 먹는 것처럼 말하지만, 우리는 그가 얼마나 중요한 일을 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자유무역항의 절대 지배자답게 온갖 무기와 유류 현물들이 제 주인을 찾아가도록 조율을 아주 잘해주고 있었다.
미국 정부도 이란과의 무기 거래에 뀌년을 이용하면 거의 증거가 남지 않았기에 뀌년의 물동량은 폭발적으로 늘어가고 있었다.
덕분에 대세해운이며 실버스타인 해운사도 운송비를 아주 짭짤하게 챙기고 있는 중이다.
“그보다 한미 정상회담이 잡혔다고?”
“그러게나 말입니다. 낸시, 말 좀 해봐요. 정상회담처럼 중요한 정보는 내게 미리 알려줬어야죠. 난 중공의 바오산 강철 건처럼 사소한 것도 꼬박꼬박 정보를 공유하는 데 말입니다.”
“아유, 말도 말아요. 제가 한미정상회담을 알았으면 그 즉시 연락을 했죠. 레이건이 공화당 후보였을 때와 대통령이 되고 나서는 완전히 자세가 다르다고요.”
낸시는 일개 하원의원에게 좀 친하다는 이유로 국가의 정치적 결정사항을 일일이 알려주겠냐? 하는 투로 답했다.
어찌 보면 지금 그녀의 기분이 그다지 좋지 못한 것도 레이건과 관련된 일 때문일 것이다.
그녀는 레이건 정부로부터 딱히 러브콜을 받지 못한 것이 분명해 보였다.
“이런, 2선 하원의원 정도는 눈에 안 차는 모양이군요. 낸시, 억울해서라도 하루빨리 하원의장 정도는 되어야겠습니다.”
“역시 CS! CS가 보기에도 나 정도 능력이면 하원의장 정도는 해야 하는 거죠?”
“물론이죠.”
짝짝짝짝!
“역시 CS 눈은 정확하다니까! 내가 여기서 멈출 리가 없지! 난 낸시 실버스타인이거든!”
낸시는 연신 손뼉을 치며 자화자찬했다.
뾰로통해 있던 그녀가 대번에 활기를 되찾았다.
낸시에게 필요한 것은 주변의 찬양과 그녀의 능력에 대한 무한한 신뢰다.
“낸시, 하원의장을 바라보고 있었던 거야?”
“CS도 인정하는데, 못할 게 뭐예요?”
밴 플리트 장군과 장인어른이 깜짝 놀라는 표정으로 쳐다봤지만, 낸시는 당연한 걸 왜 물어보냐는 표정으로 답했다.
“그래, 못할 것도 없지. 역대 실버스타인 중에 이렇게 공개적으로 활동하는 사람도 없었으니까.”
둘다 머쓱한 표정으로 어깨를 으쓱하고 말았다.
확실히 낸시는 일반적인 유태인과는 결을 달리하는 여성이었다.
“자, 여담은 이제 이쯤 하시고 저 좀 도와주십시오. 솔직히 제가 좀 잘나가야 뀌년 5인방도 이득을 보실 것 아닙니까.”
“어디 의제 제안서나 내놔봐요.”
“다들 한번 보십시오.”
나는 한미정상회담용 미국측 의제를 간단하게 요약한 메모지를 각자에게 건넸다.
다들 보안은 철저한 양반들이고, 정계로도 각자 채널이 있는 있기에 이 정도 메모를 건넨다고 문제 될 건 전혀 없었다.
“어머, 한국의 농산물 시장을 개방하라고 압박하는 건가요?”
“나름 한국은 미국산 농산물 수입국 중 5위입니다. 옥수수며 밀, 닭고기 등등 약 7억달러를 수입했죠. 일본이 32억달러로 1위고 말이죠.”
일반인들이 잘 모를 뿐 가축용 사료는 대부분 미국산 옥수수로 충당했고, 제분용 밀은 99% 미국산이었다.
일본으로 농산물을 수출하는 김에 한국도 수입을 늘려주면 비용대비 효과가 아주 크기에 이렇게 압박을 해대는 거다.
“그렇게나 많이 수입하고 있었어요? 그럼 이왕 수입하는 거 미국산 농산물이 품질도 좋은데 화끈하게 시장 개방해요. 그럼 물가도 떨어지고 좋잖아요? 가격 협상이야 CS 특기고요.”
“낸시, 식량 문제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습니다. 다른 건 몰라도 쌀과 소고기의 수입을 자유화해버리면 한국 농업과 축산업은 몇 년 안에 죽어버릴 겁니다. 경쟁이 되려야 될 수가 없어요.”
“그거야 자본주의 경제에서 경쟁력이 없는 산업은 어쩔 수 없는…”
“어쩔 수 없다면 경쟁력 없는 AMC도 망하는 걸 그냥 보고 있어야지, 디트로이트 하원이랍시고 굳이 한국까지 끌고 왔습니까?”
“앗! 취소! 취소!! 한국 농업과 축산업은 보호해야죠. 식량안보는 한나라의 주권인데.”
낸시는 내 말에 대번에 물러섰다.
그녀도 그냥 찔러본 것에 불과했던 거다.
솔직히 나도 소고기는 좀 싼 가격으로 먹고 싶지만 그것도 시대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비싼 한우라고 해도 맛이 좋으니 소비를 해주마 하는 소비층이 생겨야, 미국산 소고기가 들어와도 경쟁이 되는 거다.
80년대에 소고기 시장을 개방한다면 21세기쯤이면 한우는 품종 연구소에서나 볼 수 있는 존재가 되어버릴 것이다.
“한국 정부가 논리만 제대로 내세우면 농축산물 시장 개방은 어쨌든 뒤로 미룰 수 있을 거네. 하지만, 무기 구매를 연간 3억달러씩으로 확대하라니 좀 과한 면이 있군.”
“장군, 그것도 그렇지만 여기 문화 시장도 개방하라고 되어 있지 않습니까. 문화라고 표현했지만, 결국 무형의 자산을 총칭해서 금융시장까지 공략할 것이 분명합니다. 사위, 이거 꽤 정치적으로 전략적인 의제일세. 잘 대응해야 해.”
밴 플리트 장군과 장인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날 쳐다보았다.
솔직히 대한민국이 좀 잘살게 되니 이런 항목이 정상회담 의제가 되는 것이다.
하긴 뭐, 너네도 잘 살아야지 하면서 내버려 둘 미국이 아니지.
게다가 우리나라가 작년에 환율 방어도 잘 해서 양털 깎기 작전에도 그다지 말려들지 않았다.
오히려 자동차 수출에서는 대성공을 거뒀고, 철강 수출에서도 짭짤한 재미를 봤다.
“협상을 하면서 조금 물러설 거라고 여기니 미 정부 관료도 일단 질러보는 거겠죠. 우리 한국도 단계적 개방을 약속하며 잘 버텨봐야죠. 그보다 문제는 밀고 당기기를 하더라도 우리가 요구할 게 있어야 하는데 그게 마땅치 않다는 점입니다.”
레이건 정부의 첫번째 정상회담이다.
반드시 성과가 나야하는 회담이고, 닉슨 정부보다 외교력이 백배는 낫다는 걸 증명해야 하는 게 미국의 입장이다.
나름 대한민국엔 기회다.
누가 봐도 요구할 법한데 선뜻 내주긴 어려운 그 지점을 공략해야 한다.
“사위 일단 뭘 내놓을지부터 생각하고 그에 상응하는 전략을 세우는 게 어떤가? 레이건 정부도 저울질이 되어야 협상에 응할게 아닌가.”
“자동차와 철강시장을 단계적으로 개방하는 게 어떤가 합니다. 연간 무기 수입 3억불, 그리고 미국의 자존심인 자동차와 철강시장이 넓어진다면 레이건 정부의 성과는 충분해 보입니다.”
내가 개방하자고 하면 YS도 동의할 거다.
미국산 자동차와 철강은 막아낼 수 있다.
우리 제품의 가격과 품질이 이미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해있거든.
게다가 한국 소비자 중 이 시대에 연비를 생각하지 않고 미제 자동차를 탈 사람은 많지 않지.
지위와 경제력이 있는 사람일수록 국산품을 써야 매국노 소리를 듣지 않던 시절이다.
“대세가 버티고 있는 시장만 오픈하겠다는 거군. 역시 대한민국의 방패다운 얘기야.”
“아닙니다, 장군님. 대한민국의 방패는 국군이죠. 대세는 곳간을 채우는 일꾼일 뿐입니다.”
내 말에 밴 플리트 장군이 흐뭇한 웃음을 지었다.
“으흠, 그 정도 내주면 받을 걸 요구할 만 하지. 말해봐, 뭐든 도와줄 테니.”
“일단 피츠버그 철강연합에서 파산한 중소형 제철소를 인수하고 싶습니다.”
피츠버그 제철소 중에 일본産 강철 덤핑 수입 파문에 깊숙이 관련되었던 업체들은 대부분 파산했다. 일종의 회계부정을 저지른 것이기에 투자자들에게 대규모 손해배상을 해야 했거든.
“오, 그거 제가 도울게요. 거기도 고용 문제가 아주 심각하거든요! 저한테 맡겨주세요.”
낸시가 번쩍 손을 들더니 맡겨달란다.
“낸시, 이러다 파산기업 회생 전문정치인이 되는 거 아닙니까?”
“어머! 그거 멋진 워딩인데요? 기업 회생 전문정치인!!!”
낸시는 자신의 이미지가 그려졌던지 눈을 크게 뜨고 반색을 했다.
말하고 보니 나에게도 괜찮은 그림인데?
낸시를 내세워 경쟁력이 떨어지는 미국 제조업을 차곡차곡 한국으로 옮기면 되는 것 아닌가.
미국 기업을 인수해 판로는 확보하고 특허 기술과 양질의 개발 인력도 덩달아 확보하는 거다.
“미국내 한국산 철강의 수입을 늘리는 전술로는 아주 훌륭하군. 후처리 몇번하면 한국산에서 미국산 강철로 둔갑할테니 말이지.”
“예, 한국산 슬래브를 옮겨 열연 또는 냉연강판을 만들어 판매하려고 합니다. 나름 미국내 고용이 유지되니 서로 윈윈이죠.”
이렇게 셋업을 해놓으면 21세기 중국산 범용강철이 미국 시장에 치고 들어오는 걸 어느 정도는 막아낼 수 있다. 피츠버그의 한미합작 철강이 훌륭한 대안이 될 테니까.
“그런 전략을 구상했다면 이번 정상회담에 절충 교역을 제시해보는 건 어떤가?”
대뜸 밴 플리트 장군이 절충교역을 제안했다.
절충 교역은 무기 구매국이 무기 판매국으로부터 기술 이전, 현지 생산, 국산부품 구매 등 다양한 형태의 보상을 받는 교역이다.
“이미 F16을 도입하는 대가로 F16의 면허생산도 하고 있고, M1전차도 이란 군납을 대가로 기술협력 중인거 아시지 않습니까?”
이미 GD사는 대세그룹의 파트너라고 해도 무방했다. 기존에 크라이슬러 디펜스와 맺은 크로스라이선스도 GD사로 승계되었고 말이다.
“그보다 한단계 더 나아갈 수 있지 않나. 이를테면 한국형 전투기 개발사업이라든지.”
밴 플리트 장군이 주영길 이사와 비슷한 말을 했다. 군인 출신이라 제공권 장악이 얼마나 국가안보에 중요한 지 잘 아는 거다.
“꼭 필요하지만 아직은 시기상조입니다. 미래 가치가 큰 만큼 당장 투입되어야 하는 돈이 너무 막대합니다.”
“그래? 그럼 미래가치도 크고 투자비도 적당한 사업을 알고 있다는 소리 아닌가? 사위답지 않게 뭘 그리 뜸을 들여. 이미 작전이 다 서 있구먼.”
“그래요, CS. 정부 관료는 모르겠지만 레이건은 CS에게 빚이 있잖아요.”
낸시까지 장인어른의 말에 맞장구를 쳤다.
그래, 이 정도 조건이면 내 전문분야가 아니기에 한쪽으로 밀어뒀던 인터넷 투자에 미리 숟가락을 얹어둘 수 있지 않을까.
이때쯤 광통신 기술도 개발되었을 거고 말이다.
세계적으로 인터넷이 대중화되기 전에 이미 국제전화비가 엄청 싸지잖아.
미국 통신회사 주도로 80년대 말에 광통신 해저케이블도 깔렸다고 들었다.
우리나라는 90년대 후반에 들어서서야 국제전화 회선과 인터넷 회선 경쟁에 뛰어들었지만 말이다.
“사위, 생각하고 있는 걸 말해보게. 의중을 알아야 찬성이든 반대든 의견을 말할 것 아닌가.”
“한국 정부가 정보산업을 국책과제로 계획하고 있는데, 미국 통신사와 합작하는 것은 어떨까 합니다. 이미 인공위성 통신에 있어선 아시아 허브는 한국이 아닙니까.”
“오, 유선통신 허브도 차지하고 싶은 모양이군.”
“그렇습니다. 대세가 생각하는 새로운 신기술을 적용하면 국제전화비를 현행대비 절반 수준으로 끌어내릴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뭐… 절반? 그런 혁신기술이 있다고!”
나는 001, 002로 대표되는 통신사 경쟁으로 분당 국제전화비가 2만원에서 500원까지 급락하는 걸 지켜본 사람이다. 반값 통화비는 껌이지.
그리고 나는 그 혁신을 이뤄낸 광섬유 기술과 그걸 전기신호로 바꾸는 방법도 알고 있다.
아니, 그걸 해낼 사람을 알고 있다는 게 정확한 표현이리라.
필요한 것은 전세계를 대상으로 그 인프라를 설치할 국가와 주관사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