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How I Became a Chaebol RAW novel - Chapter (531)
나는 이렇게 재벌이 되었다-531화(531/589)
531 : 프리패스
상하이 시청 특별 연회실,
바오산제철소 기공식 전야제 환영 만찬에 초대받은 우리는 모두 턱시도를 입고 참석했다.
“초대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상하이 서기장 장쩌민입니다.”
상하이 서기장 내외가 직접 문 앞에 서서 한 명 한 명 악수를 나누며 우리를 맞이했다.
“초대 감사합니다. 아주 멋진 파티로군요.”
나는 짐짓 덤덤한 표정으로 상하이 서기장과 악수를 했지만, 속으론 깜짝 놀랐다.
상하이방의 수장이니 80년대 상하이 서기장인 것이야 당연하지만 오늘 이 자리에 참석한다는 말은 없었으니 말이다.
파티 참석자 명단에 없는 건 물론 우리 비서실이 조사한 제철소 관련 유력자 명단에도 없었는데…
원래 이 자리의 호스트는 서기장보다 한 끗발 낮은 상하이 시장이 주관하기로 되어있었는데 말이지.
“우 회장님이 마련해주신 파티라고 해도 무방하지요. 인사를 마무리 짓고 자리로 찾아뵙겠습니다.”
“그럼 있다 뵙겠습니다.”
장쩌민 상하이 서기장이 직접 나왔다는 게 무슨 의미일까.
상하이 서기장이면 중국 공산당 서열에서도 다섯 손가락 안에는 들어갈 것 같은데 말이다.
“사위! 여길세. 여기!”
“장인어른. 오, 퉁 회장님까지!”
저 멀리서 장인이 내게 손을 흔들며 옆자리를 가리켰다. 원탁에는 홍콩의 CY 퉁 회장도 자리하고 있었는데 벌떡 일어나 내 쪽으로 다가오더니 내 손을 잡고 흔들어댔다.
“아이고, 이게 얼마만입니까?”
“제가 회장님 의중을 여쭙지도 않고 삼각 철강무역회사를 제안했는데, 흔쾌히 동의해줘서 감사합니다.”
한국산 고급강을 중국으로 수출하고, 중국산 범용강을 한국으로 수출하는 상호주의에 입각한 무역을 하자는 의도로 세운 무역회사다.
양국 모두 일본산 철강의 시장 잠식을 최소화하는 측면에서 보면 윈윈이라고 할 수 있다.
일본 시장이 더러운 이유가 타국 제품이 아무리 가격과 성능이 뛰어나도 일본기업은 일본기업의 생산품만 쓰거든.
상호주의가 절대 통하지 않는 나라가 바로 일본이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시장 논리만큼은 차라리 중국이 낫다.
“아유, 무슨 말씀이십니까? 하고많은 무역회사를 두고 저희 회사를 중개자로 지정해주시니 감사할 따름이지요.”
“대세조선의 초기 고객이시지 않습니까. 그간 쌓아온 신뢰는 이런 비즈니스에는 그 무엇보다도 믿을만한 보험입니다.”
CY 퉁 회장은 절대적으로 내 편이다.
대만과도 연결고리를 가진 양반이라, 중국 쪽에 유리한 방식으로 일을 처리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할 것이다.
“자자, 회포는 차차 풀도록 하시고 축사부터 들읍시다. 저 사람이 나름 지역 서기장 치고는 중국 정계에서 꽤 주목받는 사람이라고 합니다.”
“그렇습니까, 우 회장님. 원래 상하이 서기장은 정계의 최고지도자가 될 확률은 매우 낮다고 하던데 말입니다.”
퉁 회장의 말은 객관적으로 일리가 있었다.
상하이 서기장은 상하이시의 경제/사회/문화에 집중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중국 전역의 정치와 경제를 다루는 국가 주석이나 총리 자리에 오르기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그래서 장쩌민이 국가 주석이 된 것은 아주 이례적인 일이었고, 그 뒤로 각 지역의 서기장들도 중앙 정계 진출에 도전장을 던지는 계기가 되었다.
“퉁 회장님, 그거야 알 수 없는 일이죠.”
내가 말을 보태는 사이 축사가 시작되었다.
“존경하는 한국 철강인 여러분, 그리고 여러 각국의 귀빈 여러분. 상하이 서기장으로서, 여러분들을 바오산제철소의 기공식에 초대하게 되어 매우 기쁘고 영광스럽게 생각합니다. 특히 한국 기술자분들이 우리 중화인민공화국을 공식 방문한 것은 거의 30년만이니, 오늘부터 양국의 협력과 교류는 급격히 증대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와아아아아!”
“감사합니다.”
장쩌민 서기장이 축사 중에 내 쪽을 향해 잔을 들어 올렸기에 나 또한 잔을 들어 감사를 표했다.
“무엇보다 양국이 처한 상황이 매우 흡사하다고 하겠습니다. 철강뿐만 아니라 산업 전반에 걸쳐 혁신적인 발전을 이뤄야 하는 당면과제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중화인민공화국과 대한민국은 엄중한 국제 경제상황 하에서 서로에게 많은 것을 줄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합니다. 상하이의 백년손님, 천년손님으로 모시겠습니다.”
“와아아아아!”
펑! 펑! 펑!
멋진 축사에 샴페인을 터뜨리며 우리를 환영했다. 참석한 중국 남자들은 인민복을 입었지만, 그들의 부인들은 화려한 전통 중국 복장을 했기에 묘하게 파티 분위기가 났다.
공산당원들은 이런 분위기의 파티에 꽤 익숙한 듯 보였다. 무척이나 자본주의스러운 파티 분위기인데 말이다.
물론, 샴페인은 정말 맛이 없긴 했다.
“어째 현장도 둘러보고 오셨다면서요? 느낌이 어땠습니까?”
축사를 마친 장쩌민 서기장이 다가와 친근하게 물었다.
“광대한 대지에 공업용수도 풍부하고, 물류 환경도 아주 훌륭하니 제철소 입지로선 그만한 곳이 없어 보이더군요.”
“제철소 공사 기간을 36개월로 잡았던데 현실성 있는 계획인지요?”
“한국에서 짓고 있는 제2 종합제철소도 같은 계획으로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바오산제철소 건설이 그보다 늦을 이유는 딱히 없어 보입니다.”
사실이 아니다.
중부공단에 짓는 우리 제철소는 1기 준공 기준으로 공기가 28개월이다.
게다가 바오산제철소는 기술적으로 한 단계 떨어지는 고로형 제철소라 공기 단축도 가능하다.
굳이 36개월보다 빠를 필요가 없기에 표준 공기를 제시했을 뿐이다.
“신일본제철은 5년은 족히 걸릴 거라면 겁을 줬었는데 말입니다.”
“최종 완공은 그리 걸릴 겁니다. 300만톤 규모의 1기 준공 기준으로 36개월이라는 거지요. 1000만톤 규모로 최종 완공하는 것은 그 뒤에 추가로 공사를 해야 합니다.”
“그렇군요. 단계적으로 완공을 하는거군요.”
“중국도 철강 생산이 급하지 않습니까. 300만톤이라도 먼저 생산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여겨서 말입니다.”
“역시 한국분들은 화끈하시군요. 저희의 가려운 곳을 제대로 짚어주시니 말입니다.”
중국도 바보가 아니니, 굳이 표준공기마저 늘리는 무리수를 둬서는 안된다.
그리고 일본보다는 나은 대안을 제시해야 대(對)중국 비즈니스에서 우위를 가져갈 수 있다.
내가 나서서 중국에 현대식 제철소를 지어주는 이유 자체가 중국과 일본이 로맨스를 찍게 해서는 절대 안 되기 때문인 거다.
바오산제철소의 지분을 43%를 가져가기도 하지만, 그건 목표가 아니라 부수적인 이득일 뿐이다.
“전세계 철강 시장을 재편할 시발점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저희도 최선을 다해야지요.”
“최근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한국이 미국 내 제철소를 인수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하더군요. 우리에게도 그런 기회가 생긴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어라, 우리쪽을 아주 유심히 관찰하고 있네.
언젠가는 중국도 미국 시장을 공략하겠지만, 한국의 시장점유율이 떨어지지는 않을 거다.
중국이 진출할 때쯤이면 내가 미국쪽 자동차 회사 납품은 확실히 휘어 잡고 있을 테니까 말이다.
“그런 날이 빨리 오기를 기원합니다. 일본이 선점하고 있는 범용강 시장이야 바오산제철소가 제대로 돌아가면 대번에 대체할 수 있을 겁니다.”
“하하하! 말씀만 들어도 기쁩니다. 자자, 우리가 여기서 이렇게 떠들고 있으면, 실무진들이 맘껏 파티를 즐기질 못하니 자리를 옮기시죠.”
“그럼, 가볼까요.”
“아, 록펠러 회장님도 같이 가시죠. 퉁 회장님은 여기 분위기 좀 올려주시고 말입니다.”
“아, 예. 알겠습니다.”
만찬에서 자리를 옮긴다는 말은 뭔가 물밑 협상을 할 것이 있다는 소리였다.
장인은 올 것이 왔군 하는 표정으로 따라나섰고, 나 또한 살짝 기대가 되었다.
제철소 기공식 환영회의 호스트가 시장에서 서기장으로 바뀐 것도 이런 물밑 접촉 때문인가 싶었다. 차관 때문인가?
40억불이나 마련해줬으면 충분할 텐데…
설마, 중국 정부가 담당하기로 했던 10억불마저 감당하기 곤란하다는 뜻인가?
***
시청에 딸린 연회장을 벗어나 작은 별채로 들어갔다. 군인들이 엄중한 경계를 하는 모습에 잠시 의아했지만, 문 안에 서 있는 양반을 보니 모든 것이 이해가 되었다.
‘아니, 등소평까지 납셨어? 대체 이 양반들, 이 프로젝트를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 거야?’
하긴, 등소평이 포항제철을 엄청 탐냈다고 들었다. 중국이 철강 자급자족을 내세우며 철강혁명을 했지만, 결과는 참담했지.
전 대륙의 쓸만한 철을 모두 모아 녹여서는 숟가락도 만들지 못하는 저질 쇳덩이만 생산한 꼴이 되었으니까 말이다.
현대적인 기술을 외면한 제조 혁명은 그냥 뻘짓일 뿐이다.
“어서오시게, 우 회장.”
“주석님을 뵈어 영광입니다.”
“록펠러입니다. 사위 덕분에 중국 국가 주석님까지 뵙게 되는군요.”
“둘만 만나기가 뭐해서 참관인으로 모셨습니다. 미리 허락을 구하지 못한 것 양해바랍니다.”
“오히려 제가 영광입니다.”
원탁에 둘러 앉으니 이번엔 싸구려 샴페인이 아니라, 고량주가 나왔다.
세계 곳곳을 다니며 온갖 좋은 술을 먹어봤지만 그런 나에게도 술 향기부터가 예사롭지 않았다.
안주는 물론이고 술잔 하나, 접시 하나까지 예술품 같았다.
싸구려도 많지만 세상에서 제일 좋은 것은 중국에 있다는 말이 새삼 실감이 났다.
정말이지 국빈 만찬 못지않은 상차림이었다.
“우선 한잔합시다. 좀 오래 기다렸더니 내가 목이 마르군요. 중한 양국의 발전을 위하여.”
“발전을 위하여.”
우리들은 독한 고량주를 연거푸 두잔을 마셨다.
등소평 주석과 내가 서로 잔을 채워주며 마시는 꼴이 마치 서로에게 신고식을 하는 느낌이었다.
중국에서는 이렇게 술잔을 채워주며 두번 연속 술잔을 비우는 것이 상대방에 대한 존중과 우정의 표현으로 여겨지기에 매우 중요한 예의다.
물론 21세기엔 중국도 서구화되면서 이런 문화가 사라졌지만 말이다.
“중국의 술 문화도 잘 아시는군요.”
“같은 동북아시아 아닙니까. 그다지 생소한 문화도 아닙니다.”
“같은 동북아끼리 서로 잘 살 수 있게 도와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바오산제철소가 그 시작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러니 한 개론 부족하지 않겠소? 듣자 하니, 우 회장 그대는 오스트리아, 영국, 프랑스 등등 온갖 나라의 기업들로부터 자금 조달하는 능력도 뛰어난 것 같던데, 이왕이면 몇 개 더 지어봅시다.”
어림없는 소리.
50억불에 달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를 동시에 한다고? 자칫하면 대세그룹 전체가 날아간다.
그 정도 리스크를 져야한다면 설령 신일본제철이 투자하러 들어온다고 해도 두고 볼 수밖에 없는 일이다.
“중국엔 중국에 맞는 제철소 건설 모델이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바오산제철소를 운영해보시고, 거기서 장단점 분석을 하시는 게 장기적으로 옳다고 봅니다.”
“아니오. 그대는 능력이 있고 우리 중국은 그걸 감당해낼 시장과 잠재력이 있소. 중국이 대약진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오. 그대가 최선을 다한다면 반드시 이뤄질 일이외다.”
“현 상황에서 제 최선은 바오산제철소 건설입니다. 그마저도 국내외의 많은 방해를 무릅쓰고 강행하는 것입니다. 이 자리에서 비슷한 걸 여러 개 짓자고 제안하시면 제가 뭐라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 사… 사위!”
장인이 깜짝 놀라 내 무릎을 흔들어댔다.
무슨 의도로 그렇게 직설적으로 말하냐는 뜻이리라, 정중하게 검토해보겠다고 하면 될 것을.
같은 참관인으로 앉아있던 장쩌민 서기장도 얼굴을 붉혔다.
오히려 등소평만이 평온한 표정이었다.
“역시 검토해 보겠다거나 최선을 다하겠다거나 하는 입에 발린 말은 안 한다는 평이 맞았구려.”
“결국 못 할 걸 신중히 검토한 후에 못한다고 하길 바라셨습니까?”
“아니오, 아니오. 그런 대답은 일본인들에게 들은 걸로 충분하오. 오히려 그대라면 같이 큰 그림을 그릴 수 있을 것 같구려.”
등소평이 흐뭇한 표정으로 말을 이어갔다.
나를 떠보고 마음대로 합격점을 주고는 혼자 흡족해하는 건가.
“일개 기업가로선 대국의 주석님과 식사하는 것만으로도 심장이 떨리는 일입니다. 감히, 큰 그림을 그리다니요. 가당찮은 일입니다.”
내가 중국 정치와 얽혀서 좋을 게 뭐가 있나.
게다가 나와 같이 그릴 큰 그림이라면 경제개발과 관련된 것일 테니, 그림을 잘 그리면 잘 그릴수록 내 경쟁자를 돕는 꼴이다.
“허허, 그래도 깊이 엮이기 싫다는 소리는 돌려서 하는 거요? 들어보시오. 내 큰 그림은 반드시 그대의 나라에 도움이 될 테니 말입니다.”
“…일단 말씀해 보시지요. 경청하겠습니다.”
대한민국에 무조건 도움이 될 일이라고?
뭐길래 이렇게 당당하지?
“그대의 나라가 그대 덕분에 승승장구하고 있지만, 명백한 한계를 가지고 있소이다. 그게 뭔지 말씀해 보시겠소?”
“북한… 아니, 대륙으로 뻗어가는 길이 없다는 것. 그것이 한계지요. 설마 남북통일이라도 돕겠다고 말씀하시려는 겁니까?”
“그렇다고 하면 어쩌시겠소?”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야겠지요. 가짜 미끼를 흔드는 상대와 이런 큰 사업을 같이 할 수는 없는 일 아닙니까.”
남북통일을 바라는 이들은 동북아에 아무도 없다. 심지어 미국조차 바라지 않는다.
38선은 21세기에도 진영간 경계선이다.
식량 자급은 물론 에너지 자급도 안되는 두 나라인 데다, 민족 또한 같아서 서로 으르렁댈 뿐 전면전이 발생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
반대로 주변 강대국들은 식량과 에너지를 공급하며 대리전을 치르게 만들 수 있고 언제든지 손을 뗄 수도 있다.
한 마디로 원하는 대로 정치적 긴장도를 조정할 수 있는 것이다.
초강대국 미국, 인구 대국 중국, 자원 대국 러시아, 경제 대국 일본까지, 주변국들이 정치적으로 이용해 먹기에 더할 나위 없는 대치국면이다.
그런 좋은 도구를 중국이 나서서 해체한다고?
택도 없는 소리다.
그리고 대한민국도 이걸 이용하긴 매한가지다.
동북아 패권 전쟁을 이용해 미국을 끌어들이고, 중국시장을 노리고, 러시아와 자원외교를 펼쳐야 하는 거다.
코끼리 발에 밟히지만 않으면 세 마리 코끼리 등에 번갈아 올라타며 약진할 수 있다.
물론 그 등을 선점한 일본을 제쳐야 하는 건 선결과제다.
“하하하! 하하하하! 거인이로다! 그대는 거인이오! 그대가 중국인이었다면 내가 반드시 중히 썼을 것이오.”
“……”
나는 무덤덤한 표정으로 등소평의 웃음이 잦아들길 기다렸다. 다른 이들은 연신 냅킨으로 식은 땀을 닦기 바빴다.
뚝.
등소평은 갑자기 웃음을 그치더니 진중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내 그림은 그런 것이 아니오. 우리 중국과 그대 나라를 연결하는 것이외다. 이렇게 말이오.”
등소평은 옆에 수행원이 척하고 들고나온 지도에 손가락으로 일직선을 그었다.
중국 산둥성과 우리 서해안을 잇는 직선이었다.
“한중 해저터널을 만들자는 말씀입니까?”
미쳤군. 이 시대에 이런 아이디어를 낸다고?
잠깐, 유로 터널도 완공은 1990년대지만 그 백년 전부터 위원회도 있었고 심지어 굴착도 했었지.
“기술적으로 얼마나 어려울지, 공사기간이 얼마나 걸릴지 나는 상관없소이다. 그대가 최선을 다하면 해낼 테니까. 대신, 내가 약속할 수 있는 건 그 해저터널을 통하는 물류는 중국에선 프리패스라는 거요. 영원히!”
“… 영원히… 그게 가능합니까?”
정치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해저터널 관리 방안을 양국 헌법에 삽입할 수도 없는 일이지 않나.
“해저터널 유지보수와 수출입 통제를 한국이 담당하시오. 그럼 되지 않소이까.”
“산둥반도의 땅을 내주기라도 하신다는 말씀입니까?”
“터널 주변을 영구임대해주겠소. 그럼, 중국에 제철소를 몇 개 더 지어주는 대가로는 충분할 듯 한데 말이오.”
몸이 떨리는 제안이었다.
미친, 이래서… 등소평을 작은 거인이라고 했군.
“신중히 검토해보겠습니다.”
“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신중히 검토하겠다는 말 듣기가 이렇게 어려워서야. 하하하! 그러시오. 신중히 검토하시오! 장쩌민 서기장, 그대가 이 일을 좀 맡아주구려.”
“예, 맡겨주십시오.”
한중 해저터널이라… 등소평으로선 자기 살아생전에 가능할지조차 확신할 수 없는 일이다.
그래서 임기가 있는 대통령이 아니라 나와 논의하는 것인가.
아니, 이걸 실제로 하겠다는 게 아니라 진짜로 미끼인 건가.
수많은 생각이 몰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