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How I Became a Chaebol RAW novel - Chapter (537)
나는 이렇게 재벌이 되었다-537화(537/589)
537 : 뀌년을 거쳐 스코틀랜드로
1981년 5월 중순,
<일본 총리로서 도시바가 최근에 행한 CNC 밀수출과 관련하여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일본 정부는 이 사건에 대해 깊은 책임을 통감하고 있으며, 미국 정부와 협력하여 사건의 진상을 철저히 조사하고 책임자를 엄벌할 것을… (후략)…>
TV 뉴스에선 이례적으로 일본 총리의 사과 장면을 편집하지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방송했다.
공산권에 첨단 기계를 밀수출한 것이 우리 안보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다각도로 분석한 특집 방송도 급히 편성되어 연일 세간의 화제였다.
“회장님, 축하드립니다. 이로써 CNC 시장에서 일본은 급격히 위축될 수밖에 없습니다.”
“타국의 스캔들로 반사이익을 보다니, 운이 좋았군요.”
빌 베인의 축하에 나는 정석적으로 답했다.
일이 가장 잘 되는 것은 내가 잘해서 성장하는 것이지 않나. 뭐, 그래도 기분이 나쁘진 않았다.
해외시장에서 경쟁자가 주는 것은 언제나 기쁜 일이니 말이다.
도시바는 이 사건에 대한 책임을 물어 CNC 사업을 총괄하던 임원들을 일괄 해고했고 일본 정부에서도 CNC 업계 전반에 걸쳐 수출 규정을 재정비하기로 결정했다.
미국에 천문학적인 징벌적 배상금도 물어야 하니, 최소한 도시바 CNC 사업부는 우리 경쟁상대가 되지 못할 것이다.
“이번 사건으로 인해 중공에 제철소를 지어주는 것도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 공식 반응을 내야 할지…”
“아니오, 그럴 필요 없습니다. 미국과 중국 간 물밑거래의 연장선에서 이뤄진 일이지 않습니까. 그러니 미국에서도 별다른 제재가 없는 것이고요. 무엇보다 일이 커지면 자칫 상하이 항구를 잃을 수 있습니다.”
“예, 최대한 언론에 거국적인 협조를 구하겠습니다.”
“거국적인 협조라니, 베인 실장도 정말 한국인이 다 된 것 같군요.”
“저는 한국인은 아니지만, 백프로 대세맨입니다. 그것도 영원히 말입니다.”
난 빌 베인의 말이 사실임을 안다.
빌 베인도 대세그룹에서만 느낄 수 있는 맹렬한 삶에 중독된 사람이거든.
“그보다 대서양 횡단 케이블 프로젝트는 어찌 되어갑니까?”
“AT&T 주관으로 유럽과 미국 29개 통신 사업체 간의 협약이 완료되었고, 미국 상하원 비준까지 마쳐 TAT-8이라는 정식 프로젝트로 명명되었습니다.”
TAT-8이라, 8번째 대서양 횡단 전화케이블이라는 뜻이겠군. 그전에 7개나 통신선이 있었다는 게 더 신기할 정도다.
물론, 21세기까지 신뢰성 있게 활발하게 운용될 통신 채널은 이번 광케이블이 유일할 것이다.
“29개 통신사들이 숟가락을 얹었다고요?”
“거기에 한국전기통신공사도 지분 참여를 했습니다. 고작 1%에 불과하지만 말입니다.”
빌 베인은 AT&T가 보내온 협정서를 내게 내밀었다. AT&T가 72%라는 압도적인 지분을 가지고 있는 걸 보니, 나머지 통신사에겐 일괄적으로 1%씩 지분을 나눠줬군.
AT&T에 대서양과 일본 동쪽의 태평양에 대한 지분을 과점하는 게 좋겠다고 했던 내 조언을 고스란히 따른 것이다.
반대로 생각하면 태평양 서쪽과 인도양을 거치는 광통신 케이블에 대해선 한국이 지분을 과점해도 용납될 분위기였다.
“우리가 생각하는 아시아 10개국 통신망에 대해서 좋은 선례가 될 수 있겠군요.”
“AT&T처럼 70%를 넘는 지분을 가질 수는 없겠지만, 그 비슷하게는 되지 않겠습니까?”
“비서실 생각엔 얼마면 적당할 것 같습니까?”
“한국전기통신이 15%, 뀌년 행정부가 15%, 대세가 14%, AT&T가 11%, 나머지 45%를 8개국의 통신사에 공평하게 나누면 될 것 같습니다.”
“뀌년 행정부에 큰 지분을 배정했군요.”
“미국 정부는 뀌년을 미 거점지역으로 인식하고 있으니, 강력한 지지를 끌어낼 수 있습니다.”
빌 베인이 이렇게 말하는 것은 여러 채널을 통해 미국의 의견을 알아봤다는 뜻이었다.
“한국인은 아니지만, 대세맨으로서 그게 최선이라는 결론이군요.”
“그렇습니다.”
대놓고 말하지는 않았지만, 뀌년은 대세의 거점지역이기도 하지 않냐는 뜻이었다.
한국전기통신, 즉 KT 지분 15%에 뀌년과 내 지분까지 합치면 44%다.
그 정도면 한국이 10개국 통신망을 과점했다고 해도 무방했다.
내 생각에도 나쁘지 않은 전략이었다.
“좋습니다. 사업비 산정도 대충은 끝났겠군요. TAT-8을 기준으로 말이죠.”
“TAT-8은 총 길이 5800km로 계산되고, 사업비용은 5억 8000만 달러로 책정되었습니다.”
“딱 km당 10만달러로 책정했군요.”
“예, 대세의 계산법에 따라 책정되었고 여타 다른 통신사들은 입찰을 포기했습니다. 그런 공사비로는 사업수행이 불가능하다고 말입니다.”
“불가능하지만, 되면 대박이니 지분 참여는 하겠다… 이겁니까?”
“예, 그렇습니다. 한국전기통신공사가 제일 먼저 사업비 할당분을 컨소시엄에 납입했습니다.”
“하하. 이것 참,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군요.”
KT로서는 대세가 하는 일이니 580만불 정도는 질러볼 만 하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하긴 대세통신이 국토 전역에 전화선을 깔고 통신비로 공사비를 벌충하면 KT에 지분을 넘기기로 했으니, KT로선 안심할 만도 하지.
설령 TAT-8이 실패한다고 해도 580만불 정도야 나중에 지분 전환할 때 대세통신으로부터 받아내면 되는 일이니까 말이다.
KT로선 손해 볼 것 없으니 안심하고 지른 거다.
“웃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국회가 먼저 나서서 아시아 10개국 통신망을 APCN 프로젝트라 명명한데 이어 조만간 국책과제로 지정할 겁니다. 대세통신이 주관사이자, 프로젝트 전권을 갖는다는 특별 시행령도 이달 말에 발표될 예정입니다.”
“APCN이라, Asia Pacific Cable Network의 약자입니까?”
“예, 그렇습니다.”
“오랜만에 영업을 좀 뛰어봐야겠군요. 뀌년에 VIP들을 좀 초대합시다. 동남아 국가들도 이 일에는 그럭저럭 관심이 있을 테니까요.”
이왕 뀌년 행정부에 지분 15%를 주자고 하는 게 AT&T와 미국 정부의 생각이라면, 뀌년 5인방도 움직이기 편한 상황이다.
프로젝트는 파티 한 번이면 급물살을 탈 수 있을 거다. 일단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는 대세와 아주 관계가 좋으니 말이다.
“다른 곳은 타깃을 정하는데 문제없습니다만, 일본 통신사가 문제인데…”
“일본은 이번 회담에서 제외하십시오. CNC 문제로 민감해져 있는 상대를 굳이 초청할 이유는 없습니다. 나중에 따로 협상하면 됩니다.”
“예, 그리 하겠습니다.”
아시아 쪽 통신 네트워크가 가동되면 당연히 일본도 숟가락을 얹을 수 밖에 없다.
타이밍 봐서 다케시다 외무상이 자리를 보존하게끔 APCN 건을 성과로 포장해줘야지.
이미 그는 내게 포섭되었지만, 여태 한국에 호의적이지 않았던 이력 때문에 친한파로 분류되지는 않은 인물이니 뒤탈은 없을 거다.
최근 개발원조도 CNC 스캔들로 미국 정부가 크게 노했기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일본 언론들조차 인정하는 수준이니까 말이다.
“그럼 6월 초에 뀌년 행정부와 협의해서 회의를 셋업해주십시오. 경비는 우리가 지출하는 것으로 하고 말입니다.”
“네, 알겠습니다. 한국측 대표는 회장님과 백운철 이사, 그리고 한국전기통신연구소의 채순달 소장이면 되겠습니까?”
“그렇게 하죠.”
“회장님… 그런데, 6월 2주차에 중요 회의가 있다는 것 기억하고 계시는지요. 뀌년 일정과 너무 가까운데 괜찮으실지요.”
“아, 맥파젠 이사가 초청한 파티 말이군요. 뀌년에 들렀다가 바로 갈 테니 걱정하지 말아요.”
“일정에 사냥과 골프가 있던데… 수행원 없이 괜찮으시겠습니까?”
“염려 안 해도 됩니다.”
“그럼 승마 연습이라도 하시는 것이…”
“빌 베인 실장!”
나도 처음 알았는데, 맥파젠이 세븐시스터즈 회의는 2주간 열린다고 알려왔다.
스코틀랜드의 아크나캐리 성이라는 한적한 곳에서 열리는데, 2주간 사냥도 하고 회담도 하고 최종 투표도 한다고 말이다.
한마디로 그 정도 귀족스러운 짓을 못하면 세븐시스터즈의 일원이라고 할 수 없다는 뜻이다.
“송구합니다, 회장님. 제가 괜한 걱정을 한 것 같습니다.”
빌 베인은 눈빛으로 ‘절대 지지 마십시오.’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말 그대로 괜한 걱정이다.
21세기 인간의 눈으로 보면 귀족놀이에 취한 갑부들에 불과했다.
내가 그들에게 기에서 눌릴 일은 없다.
21세기엔 세븐시스터즈를 압도하는 기업이 수두룩하지 않나.
대세그룹 또한 그중 하나가 될 터인데, 고작 세븐시스터즈 오너들에게 기죽을 일이 뭐가 있나.
세븐시스터즈의 큰 형님격인 장인도 나를 인정하는데 말이다.
대세가 세븐시스터즈의 일원이 되는 것은 이미 정해진 일이다.
“앞으로 2주간 통신 관련 자료를 계속 올려보내 주십시오. 나도 공부를 좀 해야겠습니다.”
“예, 그리 하겠습니다.”
익스클루시브 파티에서 이런 저런 영업을 하려면 일단 뭘 좀 알아야 하니까 공부를 해야지.
21세기에 IT 산업이 얼마나 발전하는 지 아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였다.
어쩌다 보니 이번 6월은 뀌년과 스코틀랜드를 거치는 긴 출장이 될 것 같았다.
페기가 만삭만 아니었다면 같이 갔어도 참으로 좋았을 텐데 말이다.
***
2주 뒤, 뀌년 파라다이스 호텔.
“하하하, 여러분들 즐거우십니까?”
“물론입니다. 브라보!”
“브라보! 샴페인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이 여름을 맘껏 즐기십시오.”
오랜만에 고델 장군을 만났더니, 더더욱 팔자가 편해진 것 같았다.
파라다이스 호텔 앞의 프라이빗 비치를 통째로 파티장으로 꾸며놓으니 정말 멋졌다.
트렌디한 인테리어에 투명한 인피니티 풀까지 갖춘 것이 21세기 비치클럽 못지않았다.
야외에 무심하게 설치해 둔 하이엔드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마저 호사스러웠다.
“고델 장군님, 이거 정말 멋진데요?”
“CS를 위해 특별히 준비했지. 어떤가?”
“하나부터 열까지 고급스럽지 않은 것이 없군요.”
“고델 장군, 뀌년 5인방끼리 모여서 여기서 파티를 한번 더 해야겠군요. 업무용으로만 쓰기엔 너무 아까운 분위기입니다.”
나와 장인어른은 연신 감탄사를 연발했고 고델 장군은 어깨를 으쓱거렸다.
“록펠러 회장께서 감탄할 정도라니 돈 쓴 보람이 있군요. 자자, 분위기는 내가 잡아줬으니 영업 시작하셔야지!”
고델 장군은 우리 둘을 파티장 중앙으로 쑥 밀어냈다. 파티장 곳곳을 돌아다니며 샴페인을 권하는 것쯤은 자신의 몫이라는 듯 말이다.
“우 회장님! 어디 계시나 싶었습니다.”
“무르다니 장군님, 이게 얼마 만입니까? 정말 반갑습니다.”
우리 둘은 악수를 나누며 포옹 인사를 했다.
서로의 등을 두드려주는 손길에 믿음이 오갔다.
인도네시아가 오일쇼크에도 불구하고 유전 관련 계약조건을 변경 없이 유지해줬기에 반갑다는 내 말은 백 프로 진심이었다.
“데이비드 록펠러입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우 회장님께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베니 무르다니입니다. 이쪽도 소개해드리죠. 말레이시아 레이 회장이십니다.”
“레이그룹 레이입니다. 반갑습니다.”
어째 무르다니 장군과 레이 회장이 많이 가까워진 것 같았다.
원래 지리적으로 가까운 나라끼리 사이 좋기가 어려운데 보기 좋은 모습이었다.
하긴 천연고무, 시티카, 모터사이클 사업으로 얽혀있으니 그럴 수 밖에.
“레이 회장님도 오랜만에 뵙습니다.”
“마하티르 총리께서 대신 안부 인사를 전해달라고 하시더군요.”
레이 회장과도 악수를 나눴다.
“7월에 페낭대교 완공식이 있지 않습니까. 그때 인사드리겠습니다.”
“오, 그렇게 말씀 전하겠습니다.”
이미 페낭대교 자체는 99% 완공되었다.
그 주변의 인프라까지 계속해서 수주가 들어오니, 6개월 정도 계약공기가 길어진 것이라 하겠다.
“제 사위를 많이 도와주셨던 분들이라 들었습니다. 이런 분들과 함께 국제 프로젝트를 논하게 되다니 영광입니다.”
장인이 금세 멍석을 깔아주기 시작했다.
“금번에 우 회장님이 통신사업도 하신다고요? APCN 프로젝트라고 들었습니다.”
“뀌년에 원유현물시장과 물류 터미널을 운용하다 보니 통신의 중요성이 새삼 느껴지더군요. 특히 아세안 쪽 물류가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추세이니, 이참에 우리끼리 통신 네트워크를 활성화하면 국익에 큰 도움이 될 겁니다.”
“미리 전해주신 자료를 보니 인상적이더군요. 국제 전화비를 절반까지 떨어뜨릴 계획이라고 말입니다.”
“무르다니 장군, 그뿐입니까? 컴퓨터 통신으로 뀌년은 물론 전세계와 바로 연결이 된다고 하지 않습니까. 수출입을 좀더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는 얘기지요. 그렇지요, 우 회장님?”
“예, 두분 말씀이 모두 옳습니다.”
두 양반 모두 우리가 보내준 보고서를 잘 읽어본 모양이다.
“그런데, 우 회장님. 광통신 기술이라는 게 아직 설익었다는 평이 있던데, 괜찮은 겁니까? 저야, 우 회장님의 실력을 믿습니다만.”
“설익었다면 AT&T가 대서양횡단 사업을 하겠다고 나서지 않았겠지요. 자그마치 사업비가 5억 달러가 넘는 일인데 말입니다.”
“타국 대비 먼저 협약에 서명한다면 어떤 혜택이 있는 겁니까? 마하티르 총리께서 꼭 답변을 듣고 오라고 하시더군요.”
역시 두 나라는 나를 믿고 협정에 서명할 생각으로 파티에 참석한 거다.
저 멀리 다른 아세안 국가는 이들과 달리 조금 주저하는 모습이지만, 두 나라와 먼저 협상 타결을 하면 자연스레 쫓아올 이들이다.
“프로젝트에 동참하시면 사업비 할당조건으로 5%까지 지분을 나눠드릴 생각입니다.”
“지분 할당이 혜택이라는 말씀입니까?”
“그렇습니다. 지금 서명하지 않는다면 나중에 훨씬 비싼 값으로 지분도 얻지 못하고 겨우 사용권만 구매하는 꼴이 될 테니 말입니다.”
두 양반은 내가 하도 당당하게 말하니 살짝 당황한 모습이었다.
사업비를 부담하라고 하면서 혜택을 주는 듯이 말하니 그러리라.
인프라가 깔리고 몇년만 지나 봐라, 내가 이처럼 당당한 이유를 백번 이해하게 될 테니까.
“허허허, 저같이 돈만 밝히는 은행가도 나서는 일이지 않습니까. 비용이 부담되신다면 체이스맨해튼에 국가별 지분만 넘겨주십시오. 돈이야 얼마든지 빌려드리죠.”
“… 어… 음, 그런 의도로 록펠러 회장님이 이 파티에 참석하신 겁니까?”
“그렇습니다. 국제 네트워크에서 국가별 지분을 포기하시겠다면 당연히 구매해야지요. 통신비 배당만 해도 손해는 절대 보지 않을 테니 말입니다.”
장인이 나서니 무르다니 장군이며 레이 회장이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말을 듣고 보니 절대 손해날 리 없는 사업이니까 말이다.
게다가 기술적 리스크는 죄다 내가 지는 거고, 자신들은 돈만 내면 되는 일이다.
APCN의 총 길이는 대략 10000km로 총 사업비는 10억불, 동남아 국가들은 5000만불 정도만 내면 지분 5%를 가져갈 수 있다.
5000만불이 적은 돈은 아니지만, 국가 예산에 비춰보면 감당 못할 만큼 큰돈도 아니다.
“아니, 무슨 말씀을. 말레이시아 정부는 국제 통신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습니다. 바로 계약할 겁니다. 우 회장님이야 상생교역을 하시는 분인데!”
레이 회장은 장인의 말에 손사래를 치며 목소리를 높였다.
“인도네시아는 조건이 있습니다.”
“… 무르다니 장군, 조건이라고요?”
의외였다. 이 협상은 불공평한 게 아님을 무르다니 장군은 잘 알고 있을 텐데 말이다.
“올해 하반기에 제가 주한인도네시아 대사로 부임하게 되었습니다. 우리 인도네시아가 한국의 고도성장 비법을 배울 기회를 주십시오.”
어이구, 인도네시아 넘버3가 대사로 온다고?
“큰 결심하셨군요. 장군께서 부임해오신다면 저야 대환영이지요. 대한민국과 인도네시아가 전략적 동반자가 될 수 있도록 중간에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역시, 우 회장님은 환영해 주실 거라 믿었습니다. 계약서 어디 있습니까? 바로 서명하죠.”
조건이 아니라 부임 인사였네.
오케이, 첫 단추를 이렇게 무난하게 끼우면 나머지야 일사천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