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How I Became a Chaebol RAW novel - Chapter (54)
나는 이렇게 재벌이 되었다-54화(54/589)
< 054 : 우린 원래 그래 (여기부터 유료 시작입니다) >
“고마워, 마크가 신경 많이 써준 덕분이야.”
“뭐, 자기들이 열심히 해서 그렇지. 처음에도 열심히 안 한 건 아니지만, 자격증 시험을 친다고 하니 눈에 불을 켜더라고. 한국인들은 좀 이상해.”
“원래 그래.”
워낙 먹고 살기 빠듯하니 작은 파이를 두고 서로 경쟁하는 습성이 붙어서 그럴 거다.
내가 내수는 쳐다보지도 않는 이유다.
경쟁을 할 수도 없을 만큼 레드 오션이며, 가난한 국민을 상대로 돈을 남겨서 뭐 어쩌자고.
“이 6명은 귀국하기 전까진 공병대에서 정식으로 채용했으면 해.”
“이야, 웬일이야? 내게 하청 주는 게 아니라 정식 채용을 한다니.”
“인력이 부족해서 그래. 요즘 태국에서 엄청난 수의 중장비가 넘어오고 있어서 우리도 죽겠어.”
“태국?”
“그러고 보니 거기도 한국 기업이 끼어있군. 현산건설인가 뭔가 하는 업체가 고속도로 건설 중인데, 폭우 때문에 중장비가 하루에 하나씩 깨져나간다고 하더라고. 죄다 우리 쪽으로 넘어오고 있어.”
“오, 그래? 큰일이네. 그럼 도와줘야지.”
이야, 왕 회장님이 약속 제대로 지키네.
중장비 언제 망가뜨리나 했다.
“CS, 채용 오케이 하는 거다.”
“이번 합격자 말고, 다음 합격자부터 보낼게.”
1차 합격자야 미국으로 보낼 거지만, 추가 합격자가 계속 나올 테니 이렇게 약속해도 된다.
“오케이, 오케이.”
채용해주면 나야 좋지.
우리 직원들이 미 공병대에서 경험도 쌓고, 중장비도 미리미리 살펴서 불하받을 걸 골라놔야지.
깔끔하게 고쳐봐야 왕 회장님이 인수 못 한다고 배를 째기로 했으니까 말이다.
“아, 그리고 이것 좀 봐. 정말 대단해.”
마크가 불쑥 뭔가를 내밀었다.
“이게, 뭐야? 체스판?”
체스판이라고 부르기가 미안할 정도였다.
마호가니와 티그목(木)이 격자무늬를 이룬 것이 마치 21세기 엔드 그레인 도마를 보는 것 같았다.
게다가 황동과 스테인리스로 깎은 체스 말은 정말 멋졌다.
“체스판이라기보단 예술품에 가깝지. 자격증 시험 감독관이 돈 내고 사고 싶다고 할 정도였어.”
“뭐야, 이게 합격자 작품이었어?”
공작 기계로 체스 말을 깎아야 합격하는 거였어? 난이도 장난 아닌데?
“합격자는 아니야. 영어를 몰라서 아예 필기시험에 응시를 못 했거든. 다들 아쉬워했어. CS 네가 좀 신경 써줬으면 해서 보여주는 거야.”
“뭐? 영어를 몰라?”
뭔 소리야? 수재급 대학생이 영어를 몰라서 필기시험을 못 쳤다고?
“그 왜… 아킬레스 끊어진 직원 있잖아. 수송하다가 파편상 당한.”
“재홍 씨?”
“여하튼, 나이도 어리고 조용조용한데 공작 기계를 다루는 건 거의 마스터 급이야. 썩히긴 아까운 재능이니까, 알려주는 거야.”
아니, 심재홍 씨가 이런 재능이 있었어?
귀국시킬 거라 현장에 나오지 말라고 했더니, 수리 기지에 가서 일하고 있었던 거야?
나는 활주로 현장을 잠시 미뤄두고 수리 기지로 향했다.
공병대의 영역이라 여태 출입을 삼갔다.
괜히 기술 유출 어쩌고 하는 얘기가 나오면 나도 좀 곤란해서 말이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예외였다.
**
“심재홍 씨.”
“앗, 사장님.”
“여기서 뭐 하고 있어요? 진해에서 일자리 준다고 몸 회복에 집중하라고 했잖아요.”
“저 멀쩡합니다. 그리고 군의관님도 조금씩 몸을 움직이는 게 좋다고도 했습니다.”
어째 예전과는 분위기가 좀 달라졌다.
차분한 말투는 여전한데, 좀 더 듬직해졌다고나 할까?
“공작 기계가 그리 재미있어요?”
“예, 정말 재미납니다. 선반이니 밀링이니 말만 들었는데, 생각하는 모든 걸 만들 수 있습니다.”
아니, 생각하는 모든 걸 만들 수 있는 게 아니라 당신이 특출난 거다.
이렇게 체스말의 나이트처럼 회전 대칭이 아닌 조각을 공작 기계로 깎는 건 보통 능력이 아니다.
머릿속으로 3차원을 그려야 가능한 거다.
세계적인 조각가들이 대리석에 숨어 있는 비너스를 끄집어낸다고 말하는 거와 비슷하다.
“이 퀸 체스말, 재홍 씨가 만든 거 맞죠?”
“예, 제가 만들었습니다.”
“원래 모양이 있는데 왜 이렇게 만들었죠?”
흔히 보는 퀸이 아니었다.
두 손을 모으고 기도하는 여인의 모습이었다.
마크는 물론, 나도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이걸 그대로 베끼라고 해도 난 못할 거 같았다.
아니, 이런 조각이 공작 기계로 깎는 게 가능한가 싶을 정도였다.
21세기 3차원 CNC로 깎아도 이보다 잘 깎기는 힘들 것 같았다.
“왕이랑 말의 모양이 비슷해서 헷갈리더라고요. 그리고 왕비라면 전쟁터로 나간 왕을 위해 기도를 했을 것 같더라고요.”
퀸 뿐만이 아니었다.
폰마저도 단순한 동그라미가 아니라 조그만 창을 들고 있는 병사처럼 조각했다.
“이 체스판도 그런 식으로 변형한 건가요?”
“예, 벌목할 때 버려지는 주목과 백목 가지들이 너무 아깝더라고요. 조각으로 썰어서 붙이면 바둑판처럼 되겠기에…”
“바둑판이나 장기판을 만들지 그랬어요? 그럼 동료들과 소일거리 하기 좋았을 텐데요.”
“바둑판을 미군들에게 팔 수는 없으니까요. 부자가 되려면 수출이 답이라고 사장님이 그러셨지 않습니까?”
“!!!!!”
간혹 회사 생활을 하다 보면 곁의 동료가 실시간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볼 때가 있다.
학벌이나 집안을 떠나서, 절박함과 주어진 상황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상승 작용을 하는 경우 말이다.
“내게 증명하려고 그랬군요.”
“……”
“내가 분명 안 자른다고 했는데, 말이죠.”
“사장님을 믿지 못한 건 아닙니다. 그저, 저는 움직일 수 있고, 열심히 일할 수 있습니다.”
재홍 씨는 어깨 위로 올라가지 않는 왼팔을 부들부들 떨면서 들어 올리려 했다.
“재홍 씨, 안 되겠네.”
“사장님! 저 열심히 하겠습니다. 아니, 할 수 있습니다.”
“할 수 있는 거론 부족하죠. 잘해야죠.”
“사장님…”
“나가요. 미국으로. 재홍 씨는 여기 머물 사람이 아니에요. 가서 제대로 배워요.”
“… 예에?”
“기계든 목공이든 금속이든 뭐든 배워 봐요. 그중에서 가장 자신 있는 거 하나 정해서 5년이고 10년이고 파고들어요.”
나중에 어떤 식으로 성장할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재능을 보고 그냥 지나칠 순 없지.
무엇보다 재능있는 자를 후원하는 건 부자의 덕목 아닌가.
“저처럼 못 배운 놈을 미국까지 보내주신다고요?”
재홍 씨라면 잘할 거다.
“안 배운 게 아니라, 못 배운 거니까. 지금부터 배우면 되는 겁니다. 절차는 내가 알아서 할 테니 걱정하지 말고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사장님.”
재홍 씨가 닭똥 같은 눈물을 줄줄 흘렸다.
다친 몸 때문에 마음고생이 심했던 모양이다.
정확히 알려야 할 것 같았다.
나는 탁자 위로 올라갔다.
조금 쪽팔려도 대표는 직원들에게 정확한 메시지를 전달해야 하는 거다.
쾅!
“모두 주목! 내 말 들어요.”
“예, 사장님.”
1차로 여기 있는 대학생들에게 선언하고 현장에 가서도 한 번 더 선언해야 한다.
“난 대세의 대표로서 여러분들의 미래까지 책임지지는 않아요. 멍청하게 일하면 싫은 소리도 할 것이고, 일부는 본의 아니게 대세를 떠나야 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내가 반드시 지키는 건 있습니다.”
“……”
내 말을 다들 숨죽이며 들었다.
윙윙거리던 공작 기계 소음이 단박에 꺼졌다.
“여러분들이 대세를 위해 일하겠다고 생각하는 한, 나는 반드시 여러분을 지킵니다. 여러분의 생존과 안전을 지키고, 더 나아가 성장을 응원합니다. 왜냐고요? 그래야 우리 모두 부자가 될 테니까요! 이건 절대로 변하지 않아요. 절대!!!”
“와아아아아아!”
전생의 악몽은 깡그리 지워버릴 거다.
내 주변에, 최소한 내 회사 안에선 그런 인생이 반복되는 일은 절대 없게 할 거다.
“외쳐요. 우린 부자가 될 거다!”
“우린 부자가 될 거다!”
“더 크게!”
“우린 부자가 될 거다!”
“부자가 될거다아아아아아아아아아!”
“될거다아아아아아아아아아!”
수리 기지가 떠나갈 듯 소리치니 그제야 마음이 좀 풀렸다.
“사장님…”
“이 정도면 믿어야지. 안 그래요, 재홍 씨?”
“예, 예… 그럼요. 심려 끼쳐 죄송합니다.”
나는 그 길로 활주로 현장으로 향했다.
필요해서 했지만, 역시 앞에 나서서 소리치는 일은 오글거린다.
특히 이렇게 사방에서 허리 굽혀 절하는 분위기에선 말이다.
“사장님, 화이팅!!”
이 시대에도 화이팅이라는 말을 썼나?
“화이팅!!!”
“화이팅!!!”
사방에서 주먹을 불끈불끈 쥐면서 화이팅을 외쳤다. 나는 수리 기지를 벗어나며 팔을 번쩍 치켜들었다.
“와아아아아아!”
창피하지만 답은 해줘야지.
하늘에서 쐐애애액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중형 폭격기 같았다.
그래, 활주로를 살필 시간이다.
미칠 듯이 힘들지만, 심장이 뛰는 일이다.
****
“이제 오나, CS.”
“고델 중령님, 벌써 와 계셨군요.”
“벌써라니, 이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데.”
고델 중령이 임시 관제탑에서 굳은 표정으로 쌍안경을 들고 있었다.
활주로 끝 공터에 얼기설기 H빔을 엮어 컨테이너를 올린 임시 건물이지만, 첨단 무전기가 설치되었으니 관제탑이 맞다.
“잘 될 겁니다.”
나는 컵에 콜라를 살짝 깔아서 내밀었다.
그가 시가 재를 떨 곳을 찾았기 때문이다.
“저거 제대로 하는 거 맞아? 연막탄은 폭격하기 전에 던지는 게 아니야?”
“활주로 조명시설은 따로 할 겁니다. 일단 시험이니 연막탄으로 위치를 알려주는 거죠.”
고델이 하도 서둘러서 조명시설도 설치하기 전에 시험하는 건데, 괜히 트집이다.
진급이 걸려 있으니 신경이 바짝 곤두서지?
“뭐하나? CS도 왔으니 착륙시켜!”
“옙! 중령님.”
관제탑을 맡은 부사관들이 바짝 얼어붙었다.
“AF109, 접근 준비되었으면 보고 바랍니다.”
<라저, 준비됐습니다. 접근 허가 바랍니다.>
“AF109, 고도 체크, 후방 기류 체크 바랍니다.”
<라저. 고도 8000피트, 후방 기류 이상 없습니다. 접근 허가 바랍니다.>
“AF109, 뀌년 공역에 진입을 허가합니다. 기수 방향 090. 주파수 채널 125.9 계속 열어두십시오.”
<라저, 뀌년 공역에 진입합니다. 주파수 125.9 모니터링. AF109.>
관제탑에서 교신이 오가는 사이 저 멀리 폭격기가 나타났다.
신호수가 커다란 붉은 깃발을 힘차게 흔들다가 급히 활주로를 벗어났다.
점점 기체가 커진다 싶더니 바퀴가 보였다.
콰콰… 콰콰콰콰…
“이런!”
“괜찮습니다. 원래 저리 살짝 튑니다.”
착륙할 때 기체는 잠깐잠깐 통통 튄다.
미끄러지듯 착륙하는 건 컴퓨터로 제어되는 21세기 대형 비행기만 그렇다.
“우와와아아아아!”
통통거리던 폭격기가 안전하게 활주로에 멈추자 사방에서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AF109, 보고 바랍니다.”
<라저, AF109 뀌년 비상 활주로에 무사히 착륙했습니다.>
“AF109, 뀌년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클리어.”
<클리어.>
“와아아아아아아!”
“하하하하하! 봤어? 봤냐고? 하하하하.”
고델 중령의 흥분한 웃음 소리가 울려퍼졌다.
고작 한 달 만에 밀림 중앙에 활주로를 닦은 것이다. 이걸 3번만 더하면 난공불락의 요새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뭣들 하나? 조종사, 아니 개선 장교를 환영해야지. 카메라! 카메라!”
“옛설!”
고델은 이럴 때가 아니라는 듯 시가를 휙 던져버리고 활주로로 달려 나갔다.
무슨 전투에서 이긴 장교들도 아닌데, 개선 장교들이라 칭했다.
폭격기 앞에서 공군 장교들을 맞이하는 사진을 찍으려는 지 연신 카메라를 챙겼다.
부사관들이 신나게 장단을 맞춰주고 있었다.
빰빠람빠 빰 빰빠빠.
어느샌가 군악대까지 활주로에 늘어서 있었고, 폭격기에선 공군 장교가 조종사를 거느리고 위풍당당하게 걸어왔다.
“사이공 사령부 윌리엄 소령, 뀌년 임시 전투 공항에 안착했음을 보고드립니다.”
“수고했어, 환영하네.”
소령이면 편대장이 동승하고 왔나 보다.
고델 중령은 소령의 경례에 답하고는 어깨를 두드리며 격려했다.
“고델 중령님을 즉각 사이공 사령부로 모셔오라는 총사령관님의 명이 있었습니다.”
“나를?”
“예! 착륙에 성공한다면, 군의 작전 능력을 현격히 높인 공로로 수훈 십자 훈장을 수훈하시겠다고 공언하셨습니다.”
“어허허허! 그래에?”
양키들도 과하게 흥분하면 한국 사극풍의 헛기침을 토해내는군. 처음 알았다.
“축하드립니다. 고델 중령님, 아니 대령님.”
“하하, CS 당신도 고생 많았어.”
“축하드립니다. 고델 대령님.”
내가 축하 인사를 건네자, 사방에서 거수경례가 쏟아졌다.
그도 그럴 것이 전쟁터에서 훈장을 받으면 일 계급 특진이 아닌가.
“그뿐만 아닙니다. 뀌년 캠프 전체에 알리라는 총사령관님의 특별 메시지가 있습니다.”
“전달하라.”
“옛설. 뀌년 캠프의 군복과 군화를 비롯한 병참 물자가 군의 작전 능력을 현격히 높였다고 하셨습니다.”
“공을 치하하셨다 그 말인가?”
“옛설. 여태까지의 공이 매우 큰데다 남십자성 작전까지 성공적으로 마무리한다면, 뀌년 캠프를 주베트남 군사원조 사무국으로 격상하겠다고 약속하셨습니다.”
“주베트남 군사원조 사무국!”
이야, 이거 완전 대박인데.
주월 군사원조 사무국?
사이공에 있는 사령부의 정식 명칭이 주베트남 군사원조 사령부(Military Assistance Command, Vietnam)다.
유엔의 공식 지지가 없었기에 미군은 군사원조를 한다는 핑계로 베트남에 들어왔거든.
여하튼 주월 군사원조 사무국이라면 군사원조 사령부의 바로 아래 조직이다.
말 그대로 총사령관 바로 밑의 No.2가 된다는 소리였다. 정말 일개 병참 캠프장의 인사치고는 파격적이었다.
‘축하해. 고델 중령. 별이 멀지 않았어.’
나는 고델에게 축하 윙크를 해줬다.
활주로 3개를 더 짓는 거야 시간 문제니까.
“뭣들 해요? 대령님 헹가래 해드려야지.”
별을 달면 뭘로 축하해주지?
일단 대령 승진은 헹가래로 축하해주자.
“아하, 헹가래!”
“모두 나와요. 어서!”
내가 손짓을 하자 활주로 옆에서 지켜보던 우리 직원들이 막 뛰어왔다.
눈치가 빤한 양반들이었다.
“대령님, 축하합니다.”
“으하하하. 으하하하하!”
“대령님, 만세! 만세!!”
고델은 하늘을 날 때마다 기분이 째졌다.
우린 헹가래 한 번 칠 때마다 수천 불씩 떨어지는 느낌이었다. 고델이 엄청난 잉여 물자를 불하해줄 테니까.
사령부에서 폭격기를 타고 온 장교나, 뀌년 캠프의 부사관들도 손뼉을 쳤다.
그들도 자연스레 진급될 것이라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박수였다.
< 054 : 우린 원래 그래 (여기부터 유료 시작입니다) > 끝
ⓒ 푸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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