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How I Became a Chaebol RAW novel - Chapter (540)
나는 이렇게 재벌이 되었다-540화(540/589)
540 : 입성 축하
“회장님, 해양플랜트는 울산 본사를 확장하시는 계획이십니까?”
“그래야죠. 이미 염포동 쪽으로 사놓은 부지도 있지 않습니까. 그보다 수리 조선소 부지가 문제겠지요.”
염포동 쪽으로 매립지를 만들면 해양플랜트 야드를 확장하는 거야 문제없다.
대충 15만평 정도만 더 확보해도 전세계 해양플랜트 사업의 30%는 족히 먹고도 남을 거다.
삼저 호황이 오면 저유가로 유전 개발이 급격히 줄어드니 그때 성장 동력을 잃고 우수수 무너지는 해외 해양플랜트 사업체들의 특허와 설비를 잔뜩 사들이면, 그 뒤로는 배짱 튕기며 수주를 받아올 수 있다.
일단 세븐시스터즈는 내 편을 들어줄 것 같은데 말이다. 팔은 안으로 굽기 마련이지 않나. 우리 대세조선의 실력이 딸리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수리조선소도 같은 맥락이다.
현재도 중고선을 수리해 대세해운으로 몰아주면서 선복량을 늘리고 있지만, 아직 가용한 선박이 60척밖에 되지 않는다.
그걸 100척, 200척으로 늘려야 한다.
세븐시스터즈의 일원으로서 그런 해운사를 운용한다면 배를 놀릴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특히 동북아, 동남아 물류 시장을 무기로 항로를 계속 확장하다 보면 대세해운은 세계 Top5 안에 들어가는 해운사로 성장하게 될 것이다.
“수리조선소는 부산 영도조선소를 확충하는 게 어떨지요? 울산과 옥포의 중간인 데다, 여태 수리조선을 메인으로 맡고 있기도 했고 말입니다.”
“아뇨, 세계 최고의 수리조선소를 목표로 한다면 새로 지어야 합니다. 영도 조선소는 방산전용 조선소로 특화시키고 말입니다.”
이미 영도조선소는 초계함, 호위함 급 구축함, SL-7을 업그레이드 한 수송함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이란-이라크전으로 계속 주가를 높이고 있으니 수출 전선에도 문제없다.
“회장님, 그럼 여천 근처는 어떻습니까? 여천 공단으로 인해 인력이 풍부하고, 주변에 순천만이나 광양만 등 수심이 깊고 파고도 심하지 않은 곳도 많아서 조선소로 적당한 부지도 많을 것 같습니다.”
음, 거길 생각 해보지 않은 건 아니다.
특히 여천 공단은 해안가 치고 워낙 지반이 튼튼해서 초대형 조선소를 짓기에도 아주 적합한 곳이다.
하지만, 남해안 벨트는 이미 완성되었다.
상하이항을 가지게 된 마당이니 인천과 중부공단을 연결하는 서해안 벨트를 완성할 차례다.
“남해보다 서해 쪽에서 찾아봐야 할 것 같습니다. 지리적 조건이야 다소 열악하겠지만, 수리조선소는 일종의 해운업이기도 합니다. 뀌년, 홍콩, 대만, 상하이 등등 물류와 선박 금융을 염두에 둔다면 서해가 되어야 합니다.”
“회장님, 그럼 결국 인천을 염두에 두시고 계시는 겁니까?”
“인천도 후보지는 될 수 있겠지요.”
스코우 부사장은 대뜸 인천을 들이밀었다.
인천 매립지에 조선소를 짓는다면 나쁘진 않겠지… 그래도 거긴 21세기에 인천국제공항이 들어서야 하지 않을까?
세종시로 수도를 옮기면서 청주국제공항이 개장하긴 했지만, 솔직히 허브 공항이라고 칭하긴 어렵다. 아직도 나조차 김포공항을 이용하지 않나.
“회장님, 군산은 어떻습니까?”
“군산이라고요?”
“예, 중부공단의 가로림만에 항구를 만들다 보니 서해에도 수심이 깊은 만이 꽤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우연히 군산항에 들른 적이 있는데, 거기도 중부공단 못지않은 천혜의 항만조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김 상무님 눈에 그리 비쳤다니, 직접 보고 싶군요.”
“이건 지금 든 생각인데, 군산시민들이 용머리산이라고 부르는 곳이 있습니다. 중부공단처럼 돌산이 불쑥 튀어나온 곳인데 거길 발파하면, 대규모 매립지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군산 해안에 돌산이 있다고요?”
“예, 그렇습니다.”
가로림만의 중부공단이 성공한 배경에는 해안가의 돌산이 크게 도움이 되었다.
돌산에 갇힌 수맥을 터뜨리는 수고를 하긴 했지만, 매립지에 대규모 석재를 조달하는데 그보다 편한 방법이 없었거든.
김 상무는 중부공단을 직접 조성해봤기에 군산의 용머리산을 보자 대번에 매립지 조성이 떠올랐던 모양이다.
“군산이라면 중핵도시로 지정된 곳이니, 사업 승인도 잘 날 테고… 중부공단과 시너지도 좋겠군요.”
“세종시와도 그다지 멀지 않은 수도권역 중핵도시라 인력 수급에도 문제없을 것 같습니다.”
김춘석 상무의 입에서 수도권역이니, 중핵도시니 하는 말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왔다.
이제 세종시는 인구 150만이 넘는 신도시로 발전했고, 중부공단의 입주율도 70%를 육박할 정도로 인기가 좋다.
당연히 세종시 주변 도시들도 인구 유입이 급격하게 일어나고 있었다.
세계 경기가 불경기라곤 하지만, 대한민국의 제조업은 꾸준히 성장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서울시민의 숫자는 재작년 800만명을 정점으로 찍은 뒤 세종시로 인구가 빠지면서 700만명까지 급속하게 줄어들었다.
일부 정치인들은 서울 공동화니 뭐니 하며 개소리를 하지만, 너무나도 좋은 시그널이었다.
오히려 88올림픽을 기점으로 세종시 인구는 더 늘어나야 한다.
“일단 군산도 후보지로 넣어야겠군요. 대세조선에서 TF를 꾸며서 여천, 순천, 광양, 군산, 인천 등등 돌아보고 최종 결정을 해주십시오. 목표는 총 150만 DWT 규모의 수리조선소입니다.”
“150… 150만 DWT! 예, 알겠습니다. 회장님.”
150만 DWT 정도의 건조능력을 확보하려면 대략 도크는 5개 정도 이상이 필요하고, 토지 면적도 100만평은 족히 되어야 할 것이다.
80년대 대한민국에 그 정도 땅이 없겠나.
대세가 나서면 할 수 있다.
“그럼 큰 목표를 정했으니 움직여 봅시다. 오늘 회의는 스코우 부사장이 진행하면서 사업계획의 골격을 짜주십시오.”
“예, 회장님.”
내가 스코우 부사장의 일까지 뺏을 필요는 없었다. 대세건설도 불렀으니, 입지만 미정일 뿐 전체적인 사업 규모와 일정 등은 충분히 논의가 가능할 것이다.
“대신 연국환 부장은 좀 빌려가고 싶군요. 괜찮겠지요?”
“물론입니다. 얼마든지 데려가십시오.”
“어어… 저도 해양플랜트 사업계획을…”
“연 부장! 숙제는 넘치도록 줄 테니 걱정 말고 다녀와요.”
“갑시다, 연 부장.”
“아, 예! 회장님”
나는 스코우 부사장과 나를 번갈아 보면서 당황해하는 연 부장을 낚아채 회의실 밖으로 나왔다. 쇠 냄새가 섞인 바닷바람을 쐬고 있으면 정말 고향에 온 듯한 느낌이 든다니까.
언제 맡아도 아련한 느낌이 들었다.
“연 부장, 해저케이블 포설선은 어찌 되어갑니까? 그게 궁금해서 데리고 나온 겁니다.”
해저케이블 포설선 제작을 연 부장에게 맡겼다.
해양플랜트 담당이긴 하지만, 포설선은 일반 운행용 선박이 아니라 작업용 선박이라 해양플랜트에 가깝다는 게 내 생각이었다.
FPSO도 만들어내는 연 부장이라면 해저케이블 포설선 정도야 잘 만들게 분명했으니까 말이다.
“아, 안 그래도 보여드리려고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어서 가시죠.”
“음? 보여줄 게 있다고요? 벌써 건조를 시작한 겁니까?”
“그게 아니라, 회장님의 요구에 딱 맞는 중고선박이 있어 그걸 개조하면 어떨까 해서 옥포조선소에서 가져왔습니다.”
“옥포조선소에서 가져오다니, 무슨 소린지 모르겠군요.”
“큐파이브해운(Q-Five Line)社가 대세조선에 개조를 맡긴 중고 선박 중에 네덜란드 선사 소유였던 해저 파이프 설치선(Deep Water Pipe Layer)이 있습니다. 그게 회장님이 말씀하신 스펙을 대부분 만족하기에 그걸 개조해서 쓰면 어떨까? 해서 말입니다. 이왕 대세해운에서 중장비 운반선으로 용선할 계획이라고 해서 말입니다.”
뭐야? 밴 플리트 장군이 전세계에서 끌어모은 중고선박 중에 그렇게 쓸만한 놈이 있었다고?
“그런 행운이! 어서 가봅시다.”
“예, 회장님.”
우리는 사내 자동차를 타고 냅다 해양플랜트 야드로 달려갔다.
정말 해양플랜트 야드에 어울리는 선박이 떡하니 자리 잡고 있었다.
“1만톤은 족히 될만한 선박이군요.”
“예, 회장님. 1만 2000톤급 해저파이프 설치선으로 대형 크레인은 물론, 원격으로 움직이는 해저 포크레인도 딸려 있습니다. 회장님이 말씀하셨던 스펙 그대로입니다.”
나는 원격조종 해저 포크레인이 있다는 소리에 깜짝 놀라 갑판 위로 뛰어 올라갔다.
정말이지 거대한 유선 케이블로 연결된 장난감같은 포크레인이 보였다.
잠수정과 포크레인을 합친듯한 초기 형태였지만, 해저에 고랑을 파기엔 전혀 문제가 없을 것 같았다.
“이런 멋진 선박이 어째서 중고선박 시장에 나왔죠? 그것도 중장비 운반선으로 개조되는 의뢰까지 받다니 말입니다.”
“원래 이 선박의 소유주였던 네덜란드 선사가 브라질에 해상유전개발에 나서기로 했다던데… 그 프로젝트가 엎어졌던 모양입니다.”
“해상유전 개발에 성공하기도 전에 해저파이프 설치선부터 만들었다는 말입니까?”
“거기까진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다지 성공적인 프로젝트 관리가 안된 것은 확실해 보입니다. 분명 이 설치선은 수심 1500미터까지 파이프를 설치할 수 있다고 되어있지만, 검증 내역이 없습니다.”
세상엔 마음만 앞서서 이것저것 계산하지 않고 냅다 질러버리는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다.
특히 인도나 남미 쪽과 비즈니스를 하다 보면, 프로젝트 선후가 꼬이기도 하고 당연히 해야 할 일을 안 해서 프로젝트가 엎어지기도 한다.
이 일도 그런 일 중 하나인 것이 분명했다.
“어찌 되었건 검토를 해볼 만한 선박이라는 거군요. 겉보기로는 근사해 보이는데…”
“시설재를 다시 점검해야겠지만, 해저케이블 포설은 해저파이프 설치보다는 스펙이 완화될 수 있으니 개조 가능성은 매우 높아 보입니다.”
“개조 기간은 얼마나 예상됩니까?”
“이 선박만 사주시면 6개월, 아니 4개월 안에 반드시 개조 완료하겠습니다.”
문제될 게 뭐가 있나.
이미 큐파이브해운이야 뀌년 5인방이 다 지분을 가지고 있는 회사인데 말이다.
웃돈을 붙여줄 필요도 없이, 구매했던 대금만 보내면 나보고 알아서 하라고 할 것이다.
“승인합니다. 바로 고쳐서… 아니, 대세통신과 협의해서 제대로 고치기 바랍니다.”
“예, 알겠습니다.”
건조 기간을 6개월은 족히 줄인 격이었다.
잘하면 올 하반기부터 광케이블을 깔 수도 있겠는걸? 이미 대세통신이나 AT&T나 광케이블 설비에 대해선 연구 단계를 훌쩍 뛰어넘은 수준이지 않나. 솔직히 초기 가격이 문제지, 광통신 설비를 만들어내는 것 자체는 그다지 어렵지 않을 거다.
나는 홀가분한 마음으로 해양플랜트 야드를 떠날 수 있었다.
사방에서 FPSO와 자켓을 만들고 있으니 7광구와 베트남 백호 유전 쪽 증설도 무난할 것이다.
***
2주 뒤, 군산 오식도동 용머리지역
“이런 상황이다, 이거죠?”
나는 군산의 해변가로 나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경) 대세조선 군산 입성 (축」
“우리 군산도 이제 부자 되는 일만 남았습니다. 우리의 아들딸들이 대세에 취직하게 될 것이며 군산 지역도 눈부시게 발전할 것입니다. 군산 시청이 대세조선 유치에 최선을 다했음을 알아주십시오!”
“와아아아아!”
“만세!!!”
군산시민은 죄다 해안가로 몰려나온 것 같았다.
그중엔 정치인들도 꽤 있어서 자신이 대세조선의 유치에 힘썼다고 자화자찬하고 있었다.
“예, 회장님. 다행히 토지는 정부가 적극 중재를 해준 덕분에 싼 가격에 매입 가능할 걸로 예상됩니다. 다만 정치인들이 저러는 것까지는 막지 못했습니다.”
“TF에서 건설비용, 물류비용은 물론 서해안 벨트에 대한 기여도까지 고려해서 결정한 사항인데 말입니다.”
동행한 스코우 부사장과 김춘석 상무가 민망한 듯 말을 이었다.
“그래도 시민들이 반기니 좋군요. 정치인들이 저러는 것도 군산에 조선소가 생기는 게 업적이라 생각해서 그러는 것 아닙니까.”
“예, 저희도 이렇게 대대적인 환영을 해주리라곤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선례가 쌓였기에 가능한 일이다.
대세를 상대로 부동산투기를 시도하면 아예 사업장을 옮겨버리는 선택을 하고, 적극 협조하면 그만한 혜택이 주어지니까 말이다.
대세가 들어오면 대세 직원들을 위해서라도 주상복합단지가 들어온다는 걸 뻔히 알기 때문에 이렇게 대환영인 거다.
그럼 쭉 뻗은 도로와 도시가스 같은 인프라가 쫙 깔리고 주상복합단지 근처에 공원과 상가 단지가 들어선다는 것도 아는 것이다.
“스코우 부사장, 저기 서 있는 이들이 군산조선소에 지원한 이들입니까?”
“지원했다기 보다 합격한 이들입니다. 대부분 사내 기능대회에서 입상한 이들이라, 파견에 우선권이 있는 이들인데 여길 선호하더군요.”
우리 대세에선 기능공에 대한 지원이 전폭적이고도 체계적이다.
1976년부터 우수 기능 인력을 발굴하기 위해 매년 2회에 걸쳐 사내 기능대회를 개최했다.
용접, 취부, 도장, 배관, 제관, 사상, 선박전기 등의 부문이 있고 입상자에겐 부상과 호봉승급의 혜택을 줬다. 무엇보다 각 부문당 두 명은 매년 보내는 공고생들 해외 연수에 합류할 기회까지 주어지니, 기능공들에겐 등용문이나 다름없다.
여기 군산조선소에도 연수생 출신들이 꽤 합류했다는 뜻이리라.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현장 경험이 없는 이들은 승진이 힘든 게 대세의 문화다.
“대세중공업이라는 선례가 있어서 그런 모양이군요.”
“예, 대세중공업이 마산에 자리 잡으면서 그룹은 물론 정부 차원에서도 여러 혜택이 있었지 않습니까. 여기 군산도 그렇지 않겠습니까?”
“마산보다 더 좋을 수도 있겠군요. 세종시가 바로 옆에 있으니 생활도 편리할 테고 말이죠.”
이제 국토 개발은 선순환에 들어선 느낌이 들었다. 근처에 좋은 직장이 많이 생기고 있으니 세종시를 중심으로 방사형으로 도시가 확대되는 거야 당연하지 않나.
“회장님, 직접 발파하시겠습니까?”
“같이 하시죠.”
“영광입니다.”
“그런데 단 9개월 만에 첫 조업을 하겠다는 계획이 가능하긴 한 겁니까?”
나는 김춘석 상무와 스코우 부사장을 이끌고 단상으로 향하며 물었다.
“조선소를 지으며 조업하는 건 대세조선의 전통이지 않습니까? 1차로 도크 2기와 안벽을 건설하는 거야 9개월이면 충분합니다.”
“하하하하!”
김춘석 상무는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나는 웃을 수 밖에 없었다.
그런 일이 당연하다고 하는 곳은 당언컨데 대한민국밖에 없을 거다.
우리는 단상으로 올라가 발파 버튼 앞에 섰다.
“역사적인 군산조선소의 기공식을 거행하겠습니다. 다 같이 외쳐주십시오. 다섯, 넷, 셋!”
“둘! 하나! 발파!”
“발파!”
쾅! 콰쾅! 콰쾅!
0.5초 간격으로 이뤄지는 연속발파였다.
돌산을 한방에 절반 이상 날려버리는 기술 또한 대세건설이 얼마나 세련된 건설사인지 보여주는 것이다.
“와아아아아!”
대번에 군산 앞바다가 뻥하고 뚫렸다.
내 눈엔 끝없이 펼쳐진 군산조선소의 야드가 보이는 것 같았다.
대한민국은 해양국가다.
대세가 증명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