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How I Became a Chaebol RAW novel - Chapter (544)
나는 이렇게 재벌이 되었다-544화(544/589)
544 : 코카콜라와 펩시
서독 바덴바덴,
로마 시대 목욕탕이 아직 남아있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휴양도시라고 들었지만 내 눈에는 흔히 보는 유럽 소도시와 다를 것 없어 보였다.
“찬수야, 넌 어째 선진국에 와도 주눅이 안 드냐? 난 유럽 공기만 쐐도 주눅이 드는데 말이다.”
삼복이는 짐짓 쫄린다며 엄살을 피워댔다.
“유럽 시장도 넓혀보겠다고 나선 녀석이 뭔 엄살이야? 오늘 푹 쉬고 내일부터 작품 만들어보자.”
“88올림픽도 대박인 거 확실하지?”
“물론이지.”
아직 한국에서 올림픽 개최는 무리라는 국내외 반대를 무릅쓰고 도전하는 올림픽이다.
대박이 아니라면 내가 그런 짓을 왜 하겠나.
“난 먼저 들어간다. 협상 잘 하고 와. 좋은 성과 거두고.”
삼복이는 내게 응원 한마디를 건네고 사절단과 함께 호텔로 향했다.
대한민국의 올림픽 유치 전략은 아주 심플했다.
유치전에 나선 국가가 대한민국과 일본뿐이니, 일본을 견제하면 당연히 우리가 승리하는 거다.
가위바위보도 지면 안되는 게 한일전인데, 올림픽 유치전에서 지면 되겠나.
견제 논리 또한 심플했다.
이미 일본은 1964년에 하계올림픽, 1972년에 동계올림픽까지 치렀는데 올림픽을 또 치르는 건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고 어필하는 거다.
한국같은 개발도상국도 충분히 올림픽을 개최할 수 있고, 오히려 냉전의 선봉인 한국에서 개최하는 게 세계평화의 축제라는 올림픽의 원래 취지에 걸맞다는 논리로 접근하기로 했다.
정부에서는 올림픽 유치에 실패했을 때의 정치적 후폭풍을 염려해서인지 민간 올림픽유치 사절단이라는 명분으로 나를 단장으로 임명했다.
유치과정에서 소요되는 일체의 경비와 제반 애로사항은 정부에서 책임지겠다고 했지만, 립서비스에 불과할 거다.
결국, 정부는 뒷짐 지고 관망하겠다는 소리였으니 내가 전권을 위임받았다고 해도 무방했다.
나는 근처의 슈발츠발트 호텔로 향했다.
우리 한국 대표단이 묵는 오덴발트 호텔과 15분 거리에 떨어진 곳이였다.
그러고 보니 지방 소도시 같긴 하지만, 고색창연한 호텔들이 늘어선 모습이 꽤 인상적이었다.
우리나라에도 올림픽 개최도시에는 호텔을 좀 늘리긴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어서 오세요, 우 회장님.”
“맥파젠, 마중 나온 겁니까?”
“누구 부탁인데, 제가 안에서 기다리겠어요? 이렇게 로비 앞까진 나와야 감동하실 거 아니에요.”
맥파젠은 대놓고 내게 호의를 보이기 위한 행동임을 숨기지 않았다.
“오늘 만날 분이 헨리 찰스 앨버트 빅터 엑세터 위원이라고 했죠?”
“엑세터 후작이라고 불러주는 걸 좋아해요. 실제로도 영국 IOC 위원으로 사마란치 IOC 위원장에 이은 자타공인 넘버 2죠.”
맥파젠은 넌지시 상대가 영국의 귀족가문임을 자랑스러워 하는 인물임을 알려줬다.
“수고 많았어요. 고마워요.”
“고맙긴요! 세븐시스터즈는 언제 어디서든 서로의 비즈니스를 돕는다. 그게 개정된 정관의 핵심이 아니던가요?”
“이 도움 잊지 않을게요.”
“그게 제가 이 일을 돕는 이유죠. 가시자고요.”
맥파젠은 내게 빚을 지우는 게 너무나도 즐거운지 밝은 목소리로 나를 회의실로 안내했다.
“처음 뵙겠습니다, 대세 CS Woo 회장입니다.”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영국 IOC 위원 헨리 엑세터입니다.”
“엑세터 후작님의 명성은 익히 들었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제가 도울 게 있을까 싶군요. 듣자 하니 우 회장님은 물론, 한국 정부조차 올림픽 유치에 즉흥적으로 뛰어들었다고 하던데 말입니다.”
“일본 쪽에서 나온 말이겠군요. 그쪽이야 남 잘되는 걸 못 보는 나라니, 그러려니 하십시오. 영국도 당해봐서 잘 아실 것 아닙니까.”
자리에 앉자마자 부정적인 얘기를 꺼내기에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가볍게 응대했다.
“엑세터 후작님, 우리 BP사는 우 회장님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부터 급성장을 했답니다. 체육계도 다르지 않을 거예요.”
옆에서 맥파젠이 새침한 표정으로 거들었다.
내가 BP사의 사세에도 영향을 끼지는 인물이니 말조심하라는 뜻이었다.
“크흠, 초면에 실례를 한 것 같군요. 하지만, 일본 IOC 위원들은 한국이 올림픽을 유치하면 안되는 이유를 조목조목 설명하더군요. 인프라는 물론 국민성도 안된다고 말이죠.”
“남의 나라를 그렇게 폄하하는 인간들이 세계평화축제를 개최할 자격이 되겠습니까? 그리고 한국의 인프라도 일본 못지않습니다. 일본의 흑색선전일 뿐이지요.”
나는 세종시 사진을 쓱 내밀어 보여주었다.
최근 삼일절 행사와 광복절 불꽃놀이를 했던 장면을 찍었으니, 화려하기 그지없었다.
최고의 인프라는 새로 지은 인프라다.
넓은 잔디밭에 웅장하게 버티고 선 독립기념관과 청와대, 그리고 도시를 가로지르는 금강 위로 펼쳐진 불꽃놀이는 내가 봐도 장관이었다.
“… 한국이 이렇게나 발전했단 말입니까? 전쟁으로 폐허가 된 나라 아닙니까?”
“언제 적 대한민국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하긴 다들 그렇게 생각하겠지요. 그러니 더더욱 한국에서 올림픽을 유치해야 합니다. 폐허에서 이 정도까지 성장한 것이야말로 드라마가 아니겠습니다. 그런 드라마도 교역국과 윈윈하는 전략을 펼쳤기에 가능한 일이었죠.”
“교역국과 윈윈? 어떤 뜻입니까?”
“말 그대로 서로 이득을 공유하는 겁니다. 우리 대세와 BP사가 각종 사업에서 이득을 공유하는 것처럼 말이지요.”
“우 회장님, 그렇게 빙빙 돌리지 마시고 보여주세요. 엑세터 후작님이 나아갈 바를 말이에요.”
“제가 나아갈 바라고요?”
맥파젠이 멍석을 깔기 시작하자 엑세터는 궁금함을 이기지 못했던지 연신 고개를 갸웃거렸다.
“맥파젠 이사, 준비됐죠?”
“물론이죠.”
“시작합시다.”
나는 손가락을 튕겼고, 그와 동시에 맥파젠이 회의실의 전등을 껐다.
“어어, 이게 무슨 일입니까? 이… 이런!!!”
엑세터 후작은 불 꺼진 회의실에서 스크린에 떠오른 영상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스프린터들의 터져나갈 듯한 허벅지 근육, 가쁜 숨을 몰아쉬는 선수들의 표정, 바통 터치를 하는 손끝 동작, 활시위가 튕기듯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높이뛰기 선수들… 등등 80년대 영상 수준을 훌쩍 뛰어넘는 장면들은 내가 봐도 끝내줬다.
“어떻습니까? IOC 위원들도 이런 장면은 처음 보실 것 같은데 말입니다.”
“이거… 대체 어떻게 찍은 겁니까? 육상 경기가 이렇게 아름답고 역동적으로 느껴지다니요!”
단련된 근육은 정말 아름답다는 걸 새삼 느낄 수 있는 장면이다.
이런 영상을 처음 접하면 그야말로 충격이지.
21세기 인간인 나조차 감탄할 정도니까.
“수십 대의 카메라를 배치해 다양한 각도에서 찍어냈지요. 어떨 땐 카메라가 레일 위로 선수들을 쫓아가며 찍기도 합니다.”
“이걸 TV로 중계하면 분명 큰돈이 될 거예요.”
“올림픽 중계료가 늘어난다면 후작님의 IOC내 입지는 더욱 강력해지겠지요.”
“이 중계 기술을 제공해줄 수 있다는 겁니까?”
대번에 엑시터 후작이 비즈니스를 깨달았다.
이런 중계기술의 발전은 일반 스포츠 팬들이 세계적인 스프린터들이 펼치는 단거리 육상 경주나 마라톤 레이스를 고독한 기록경기가 아니라 국가 간의 대결 구도로 받아들이게 되는 계기가 된다.
클로즈업을 통해 보이는 선수들의 표정에 감정 이입이 되고 무엇보다 승부를 다투는 일이니까 말이다.
“그래야죠. 후작님 정도라면 올림픽을 범지구적인 내셔널리즘을 자극하는 비즈니스의 장으로 올려놓을 수 있는 분이니까요.”
나는 은근슬쩍 후작이라는 단어를 쓰며 그의 허영심을 자극했다.
이런 미디어 기술이 뒷받침되면 내 말은 더 이상 허풍이 아니다.
“비즈니스의 장! 가능하죠! 가능하고 말고요.”
“물론 조건은 예상하시겠지요? 서유럽 표에서 최소 10표는 보장해주셔야 합니다.”
“10… 10표씩이나요?”
“유럽의 기존 귀족 가문만 포섭하셔도 가능한 일 아닐지요? 대영제국의 후작가문이신데, 어려운 일이 아니지 않습니까.”
“… 한번 해보겠습니다. 물론 이 기술과 함께 제 이름이 언급되어야 합니다.”
“물론입니다. 후작님 덕분에 한국 올림픽부터 흑자 올림픽이 시작되는 겁니다. 올림픽을 돈방석으로 만든 후작님께서 파워를 갖게 되는 건 당연한 결과이겠죠. 맥파젠, 증인이 되어주겠습니까?”
“영광이에요. BP사의 후계자로서, 대영제국 귀족의 일원으로서 이 약속이 지켜지도록 돕겠어요.”
맥파젠마저 말을 더하자, 엑세터 후작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IOC 총회에 참여하는 국가가 채 100개국도 안되는 상황에서 10표를 얻는 순간이었다.
“88올림픽부턴 TV 중계가 할리우드 영화 못지않을 것 같군요.”
“승리와 환호! 각본 없는 드라마가 뭔지 제대로 보여줄 겁니다.”
“스포츠 스타가 대거 등장할 테고 말이죠?”
어라, IOC 위원이라고 꽤 예측이 정확한데?
“그게 올림픽이 나아갈 방향이죠. 스포츠의 본질은 하나의 규칙 아래 공정한 경쟁을 통해 승패를 가리는 거니까. 우린 그 메시지를 가장 근사하고 격정적으로 세계인들에게 전하게 될 겁니다.”
물론 내가 까는 광통신 케이블로 말이다.
“그러면서 버는 돈은 그런 거대한 메시지에 비하면 작은 수수료에 불과한 거겠죠?”
“그럼요, 스포츠 정신을 전하는데 그 정도 수수료는 당연히 챙겨야죠. 그래야 전세계인이 즐기는 축제가 이어질 것 아닙니까.”
수수료로 퉁칠 정도의 금액이 아닐 거다.
IOC야 올림픽으로 끝나겠지만, 대세는 세상의 모든 미디어에서 수수료를 챙길 테니 말이다.
***
「88올림픽은 대한민국 세종에서」
나는 나대로 인맥을 동원하고, 우리 사절단은 사절단대로 한국관 앞에 거대한 현수막을 걸어놓고 손님맞이를 했다.
“아니, 한국이 이렇게 발전된 나라인지는 몰랐습니다. 정말 아름답군요.”
“그뿐이겠습니까? 올림픽을 기점으로 한국의 세계화는 본격화 될 겁니다. 자동차, 전자제품, 조선, 인프라 건설 등등 온갖 국가 프로젝트를 논의할 수 있지요.”
“호, 한국이 시장 개방을 한다는 말씀입니까?”
“물론이죠, 크라이슬러가 88 세종올림픽의 공식 스폰서로 참여 의사를 밝힐 정도입니다.”
삼복이의 영업력이 놀라울 정도였다.
마치 올림픽을 계기로 한국을 동북아 시장의 전초기지로 삼으면 된다는 식으로 어필하니, 각국의 IOC 위원들이 대번에 반응을 보였다.
체육계 인사라고 해도 정치인이긴 매한가지다.
모든 것이 셋업된 일본에 또 한 번의 기회를 주기보다는 뭐라도 얻어갈 게 있는 한국에 한 표를 주고 반대급부를 얻기를 원하는 거다.
둥둥 두둥. 두둥 두웅. 얼쑤!
한쪽에서는 비즈니스로 어필하고 한쪽에서는 문화로 어필했다.
북소리는 세계 공통이고 심장 박동에 맞춰 두드려대면 인간이라면 누구나 흥분되기 마련이다.
묵직하게 아래로 깔리는 징소리도 일품이지.
“이 공연은 사물놀이라는 대한민국의 전통문화입니다. 농부들이 하늘과 땅에 감사하며 흥겨운 장단에 혼을 담아내는 울림이라 하겠습니다.”
“와아아아아!”
둥둥 두둥. 두둥 두웅. 얼쑤!
나야 아주 익숙한 가락이었지만, 사물놀이를 처음 접해본 외국인들은 그야말로 환호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올림픽을 개최하려면 관광 자원과 세계인에게 보여줄 만한 문화도 있어야 한다고 깝죽대던 일본파 IOC 위원도 입을 다물 수 밖에 없었다.
“허, 이거 일본이 한방 먹었군요. 일본관은 관객도 없고 텅텅 비어있던데, 한국관은 손님들로 이렇게 북적이니 말입니다.”
“어서 오십시오, 위원님들께서 이렇게 즐기시니 저도 기분이 좋습니다.”
어디선가 서독 IOC 위원이 슬그머니 다가왔다.
하지만 나는 그보다 그 옆에 동행한 이에게 더욱 눈이 갔다.
그래, 아디다스 회장. 언제 오나 싶었다.
“반겨주시니 고맙습니다. 인사하시죠. 이쪽은 아디다스 회장님이십니다.”
“반갑습니다. 호르스트 다슬러입니다.”
“대세, 찬수 우입니다. 반갑습니다.”
다슬러 아디다스 회장, 그는 나이크와 더불어 스포츠 마케팅의 선구자다.
그가 세운 International Sport and Leisure, 일명 ISL社는 월드컵, 올림픽, 유럽축구선수권대회 등 세계적인 스포츠 대회의 마케팅 권리를 독점적으로 확보하면서 어마어마한 성공을 했다.
물론, 이번 역사에서는 그 자리를 우리 나이크가 차지하게 되겠지만 말이다.
“어디 조용한 자리가 있겠습니까? 기업가끼리 논할 비즈니스가 있는데 말입니다.”
“여기 IOC 위원님께서 계시는데…”
“하하, 저는 여기 사물놀이를 더 즐겼으면 합니다. 동양 쪽 문화가 익숙지 않아 그런지 무척 이국적이고 흥미롭습니다.”
서독 IOC 위원은 우리 둘을 건물 안쪽으로 떠밀어주었다.
자연스레 우리 둘은 한국관 안쪽에 마련된 접견실로 들어갔고, 문을 닫으니 조용하게 얘기를 나눌 분위기가 되었다.
“말씀해보시죠. 어떤 스포츠 용품에 대해 스폰싱을 원하시는 겁니까?”
나는 짐짓 아디다스와 개별 품목에 대해 스폰서쉽을 논하자는 식으로 말을 꺼냈다.
“우 회장님, 그 정도가 아니라 아디다스는 88올림픽에 대한 전체 스포츠 마케팅을 위임받고 싶습니다. 그럼 제가 책임지고 20표를 얻어 드리지요.”
다슬러 회장은 아주 자신만만하게 손가락 두개를 V자로 펼쳐보였다.
“으흠, 20표라… 그 정도를 가져온다면 확실한 승리를 할 수 있겠군요.”
“그렇습니다. 개발도상국과 공산권의 표는 반반씩 나뉜다고 보면 결국 관건은 서유럽 표인데 그중 20표를 얻어드리면 표결은 하나 마나지요. 심지어 아디다스에 마케팅을 위임하시면, 국제 광고비를 아끼는 일이기도 합니다.”
“그리 볼 수도 있겠군요. 감사한 말씀이지만, 정중하게 거절합니다.”
나는 별 상관없다는 식으로 손을 저었다.
“거… 거절하신다고요? 20표입니다. 20표가 일본으로 넘어가면 한국은 유치전 실패입니다.”
“일본에 넘어가면 아디다스도 실패죠. 일본 정부가 올림픽 마케팅 권리를 아디다스에 줄까요? 미즈노나 아식스가 있는 일본이 과연 그럴까요?”
나는 어이없다는 식으로 웃어주었다.
이 양반, 누굴 개호구로 아나.
21세기 인간에게 무슨 딜을 그따위로 걸어?
“그렇다고 해도 한국도 뾰족한 수는 없지 않습니까? 우리 아디다스의 도움이 필요할 겁니다. 우 회장님이 늘 얘기하는 윈윈전략이죠.”
어디서 윈윈 전략을 듣고 왔군.
엑세터 후작이겠지?
후작에게 10표를 얻으라고 했더니, 아디다스 회장이 거기에 10표를 더 얹어서 내게 가져온 거다.
“스포츠 마케팅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꿈과 환상! 그게 핵심이죠. 일반인들이야 브랜드 이미지로 부르지만 말입니다.”
역시 스포츠 마켓팅을 시작한 사람답게 시대를 앞선 대답이었다.
“그렇게 말하기에는 지금 아디다스는 고작 아식스와 미즈노와 동급으로 놀고 있는 브랜드가 아닙니까. 올림픽을 계기로 우리 나이크와 양강구도를 만들어보시지요.”
나는 준비하고 있던 사업 계획서를 척하니 내밀었다. 난 이미 알고 있거든.
88올림픽 유치에서 아다다스 회장이 꽤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걸 말이다.
그리고 나는 그 이후에 나이크와 아디다스가 어떻게 서로를 디스하면서 스포츠 업계를 양분했는지도 잘 안다.
“나이크와 양강구도라고요? 그따위 미국 로컬 브랜드와 우리 아디다스를 어찌 같은 선상에 올리는 겁니까?”
“각자 미국과 유럽 시장을 과점하면서 일본이 독주하는 아시아 시장을 공략하는데 그만한 파트너가 있겠습니까? 그리고 나이크의 기능성 스포츠웨어 기술은 아디다스도 인정하실 텐데요.”
“끄응…”
아디다스 다슬러 회장은 대답은 못하고 앓는 소리를 냈다.
“스포츠에서도 누군가 오래 독주하는 종목은 시들해지기 마련이죠. 반대로 양강구도의 라이벌전이 벌어지는 종목은 광기에 가까운 인기를 구가합니다. 재계도 마찬가지죠. 코카콜라와 펩시가 서로 노이즈를 일으키며 콜라 시장을 넓혔듯 말입니다.”
“코카콜라와 펩시? 아디다스와 나이크?”
다슬러 회장은 어라? 하는 표정을 지었다.
“아디다스와 나이크가 양강구도를 만들면 아식스와 미즈노는 찌그러질 수밖에 없습니다. 누가 그따위 제품으로 꿈과 허영… 아니, 환상을 채우겠습니까?”
“이런… 그런 전략이 이 사업 계획서에 들어 있는 겁니까?”
“그 계획서를 읽어보면 계약을 안 할 수 없을 겁니다. 대가는 아주 심플합니다. 양강 구도의 마케팅 비용과 20표!”
내 말에 다슬러 회장이 몸을 움찔했다.
결국 그는 거절하지 못할 것이다.
한국 유치가 결정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