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How I Became a Chaebol RAW novel - Chapter (546)
나는 이렇게 재벌이 되었다 는 이렇게 재벌이 되었다-546화(546/589)
546 : 뜻밖의 러브콜
<정부는 최근 88 세종올림픽 유치와 관련한 대만 정부의 이해할 수 없는 외교적 결례에 대하여 단호하게 조치하기로 결정했으며, 이에 단교까지도 고려하고 있음을 밝히는 바입니다.>
<대만과 단교하라! 단교하라!>
<솔직히 대만 국영 TV에서 한국이 부정투표로 올림픽을 유치했다고 우기면, 단교하자는 말이나 다름없지 않습니까? 빌어먹을 놈들!>
<우방이라고 의리를 지켰는데, 우리 등 뒤에 칼을 꽂은 격 아닙니까. 일본이 그리 좋으면, 일본과 재수교 하라고 하십시오.>
정부가 대만과의 단교를 언급하고, 언론이 불을 지피자 사방에서 난리가 났다.
사람들이 모이기만 하면 대만 욕을 하는 건 물론 행동력 있는 시민들은 대만 대사관 앞에 몰려가 단교를 부르짖으며 시위를 해댔다.
“대만 정부도 당황하고 있긴 하겠군요.”
“그렇습니다. 한국이 이렇게 단호하게 대처할 줄은 몰랐을 겁니다. 솔직히 선을 넘었지요.”
빌 베인조차 혀를 끌끌 차며 TV를 껐다.
“중공 쪽 만남은 어떻게 하기로 했습니까?”
“외교부 장관이 상하이를 방문하여 수교 가능성을 타진하기로 했다고 합니다. 명목상 바오산제철소 차관협의로 위장해 회의를 셋업했습니다.”
이때는 엄연히 대한민국과 중화인민공화국은 적성국이었다.
외교 관계로만 따지고 본다면 중공과 소련 중에 오히려 소련과 더 가깝다고도 할 수 있었다.
1969년 중소 국경 분쟁을 계기로 중공과 북한이 똘똘 뭉치자, 상대적으로 소련은 한반도의 긴장완화를 지지한다면서 대한민국과의 관계 개선을 도모했다.
법적으로도 1973년부터는 한국 여권을 소지한 사람들에게 소련 입국이 허용되고, 정식 수출입도 가능해졌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냉전 시대인 만큼 실질적인 교류는 거의 없다시피 하지만 말이다.
그런 와중에 중공과의 관계 개선이 이렇게 급격하게 일어난다면 대한민국으로선 손해 볼 것이 없었다.
국제관계에서 한쪽이 가까워지면 다른 한쪽은 애가 타기 마련이다.
남북한 동시 UN 가입도 순조롭겠네.
중공이든 소련이든 우리 대한민국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해서 노력할 게 아닌가.
88 세종올림픽을 기점으로 대한민국이 아시아의 주요국가로 성장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것을, 양국이 모를 리가 없었다.
“좋은 결과가 나오기를 기대해야겠군요. 홍콩 CY 퉁 회장에겐 양해를 구했습니까?”
“예, 대세 그룹 명의로 정중하게 현 상황을 설명하고 대만과의 비즈니스는 잠시 홀드하겠다는 뜻을 전했습니다.”
“반응은 어떻던가요?”
“대만 정부가 큰 실수를 했다고 반응하더군요. 솔직히 기업가 입장에선 정치인들의 행동이 이해가 되지 않을 겁니다. 스스로 판을 망친 격이니 말입니다.”
국제관계는 포지티브섬 게임이 아니다.
제로섬 게임이기에, 내가 약간의 손해를 봐도 경쟁자가 더 큰 손해를 보면 내가 이기는 거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 대만사태는 엄청난 호재다.
거대한 중공 시장을 얻으면서 대만과의 의리는 지키려고 노력했음을 증명한 셈이다.
대만과의 교역량이 잠시 줄겠지만, 대만의 외교 잠재력을 왕창 깎아냈다는 측면에서 충분히 이득이라고 하겠다.
“외교야 정부에서 잘 하겠지요, 이제 나도 본업으로 돌아가야지요. 오늘은 군산 수리조선소를 방문하기로 했던가요?”
“군산 수리조선소는 내일 일정에 반영되어 있습니다. 오늘 오후는 부산 수영만을 방문하시는 일정입니다.”
“아, 요트 경기장 건설 건이군요.”
“올림픽 인프라 추진위원회에서 계속 이슈를 하고 있습니다. 굳이 오염이 심한 수영만 일대에 요트 경기장을 꾸며야 하느냐면서 말입니다.”
올림픽 인프라 추진위원회에 우리 대세의 영향력은 상당하다.
“올림픽 인프라를 건설하는데 가장 중점을 두는 것은 균형발전입니다. 그리고 올림픽이 끝났을 때 경기장 시설은 시민들의 여가 공간으로 활용되어야 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수영만은 최적의 공간입니다.”
“사전 조사를 해본 결과 수영만으로 유입되는 수영천의 오염도가 상상 이상으로 심각합니다. 이를 해결하려면 공장 폐수관리는 물론, 하수종말 처리장도 따로 만들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올림픽을 핑계로 정비해야지요. 이런 기회가 언제 오겠습니까? 안 그래요, 베인 실장?”
“… 어… 음… 그런 면도 있군요. 무슨 말씀이신지 알겠습니다.”
수영천에 폐수를 버려대던 공장을 옮기고, 하수종말 처리장을 만드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그나마 평소라면 주민들과 공장주의 반발로 지지부진하겠지만, 올림픽을 들이밀면 만사형통이다.
외국 손님들을 모시고 똥물에서 요트 경기를 하면 그 무슨 나라 망신이냐고 하면 재개발에 대놓고 반대하기는 힘들어지는 거다.
“수영만에 들렀다가 울산으로 퇴근할 테니, 급한 건이 있으면 대세조선으로 연락 넣어둬요.”
“예, 알겠습니다. 회장님.”
나는 곧바로 헬기를 타고 부산으로 향했다.
***
부산 수영천,
“끄으윽… 어이구… 이건 냄새가.”
“이거 뭐, 하천이 아니라 하수도군요.”
내가 수영천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부산시에서 포크레인을 동원해 하천 준설을 하고 있었다.
부산시장을 비롯해 올림픽 인프라 추진위원회 부산지부장도 참석한 행사였다.
원래 이런 행사에선 개발 호재라며 박수치고 즐거워 해야 하는데, 분위기가 전혀 그렇지 않았다.
포크레인으로 퍼올린 강바닥 흙은 시커멓게 썩어서 코를 틀어쥐어도 악취가 진동을 했다.
21세기에 센텀시티, 마린시티, 드넓은 광안리 바다와 광안대교로 이어지는 부산 최고의 부자 동네로 변한다는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였다.
“뭐 한강 개발을 할 때도 이 정도 악취는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새우도 살고 참게도 돌아오지 않았습니까. 수영강도 원상태로 돌릴 수 있을 겁니다.”
나는 애써 담담하게 부산시 관계자들을 설득했지만 내 말에도 좀체 표정이 밝아지질 않았다.
“회장님, 일단 수영강 인근에 산재한 공장들을 조사한 결과 폐수 처리 기준을 만족하지 못한 공장이 35개 업체가 됩니다. 차라리 요트 경기장을 기장 쪽으로 재검토하시는 것이…”
아니라니까, 지금 못하면 영원히 못한다니까.
지금 안 하면 21세기 수영만과 광안리 해수욕장을 볼 수 없단 말입니다.
“그렇게 시내에서 외곽으로 빠져나가면 올림픽 참가 선수단이 가까운 일본에 머무르다가 시합 때만 부산으로 올 겁니다. 올림픽은 우리가 개최하는데, 실제로 돈은 일본이 벌길 바라십니까?”
“아니죠, 그럼 말씀이 아니지요.”
“그럼 공장에 폐수 처리 시설을 달던지, 그렇게 못할 거면 울산, 창원, 마산, 중부공단, 어디든 공장을 옮기라고 하십시오. 거긴 종합 폐수처리 시설이 있지 않습니까. 언제까지 폐수 버리며 장사하려는 겁니까. 70년대도 아니고요.”
나는 답답해서 표정을 와락 구겼다.
이미 남해 공단 벨트의 폐수 처리 인프라는 완벽하다. 거기로 공장을 옮기면 그뿐이다.
부산에도 먹고 살려면 공장이 있어야겠지만, 폐수처리도 안 하고 공장을 돌리는 건 자살행위다.
결국 돌고 돌아 우리 밥상에 올라온다.
“환경과장으로서 우 회장님 말씀에 백프로 동의합니다. 폐수처리도 할 능력이 안 되는 공장은 폐쇄하든, 공단으로 옮기든 하고 그 자리에 하수종말처리장을 만들어야 합니다. 중랑천 공원처럼 부산에도 수영천 공원이 생길 수도 있는 것 아닙니까.”
시정 관계자 중에 내 말에 동의하는 이들도 상당수 있었다. 결국 부산시장도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말씀은 다 맞습니다. 하면, 여기서 퍼올린 저기 썩은 진흙들은 어디서 처리를 합니까?”
“일단 부지를 섭외해서 쌓아뒀다가 하수종말처리장이 건설되면 거기서 재처리를 해야지요. 그럼 깨끗한 모래로 재탄생할 겁니다.”
“어딘가 쌓아둬야 한다고요? 그런 부지를 당장 어디서 마련합니까?”
“왜 없습니까? 로테건설이 백화점 짓는다면 부산시에서 무상 임대한 땅이 널려있지 않습니까. 거기에 일단 두면 되지요.”
“거… 거기에 두신다고요?”
“로테건설이 백화점을 짓겠다고만 하고 몇년째 노른자위 땅을 점하고 있는 것 아닙니까. 노는 땅을 그렇게라도 이용하고, 진짜 백화점을 지으면 그때 오니를 옮겨도 무방합니다.”
이번 기회에 지방에서 행해지는 이런 특혜를 지워버리는 것도 필요하다.
백화점을 짓니, 호텔을 짓니, 아파트를 짓니 하면서 부동산 투기 붐을 일으키고 그 주변 땅을 미리 사둠으로써 큰 이득을 보는 거야 다 아는 짓거리 아닌가.
“맞습니다. 일개 건설사에 몇년째 국유지를 내주며 개발해달라고 하는 것도 상식에 맞지 않습니다. 대세건설조차 땅을 사고 후분양을 하지 않습니까. 부산도 변해야 합니다.”
부산시 건설과장으로 보이는 이도 목소리를 높였다. 오케이, 이런 양반들이 곳곳에 포진하고 있으면 이번 기회에 로테건설을 완전히 퇴출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이건 대세건설에서 생각하고 있는 수영만 개발 계획입니다. 요트 경기장 말고도 주변 인프라를 재정비하는 사업계획이니, 신중히 검토해주십시오.”
“대세건설에서 부산에도 진출하시는 겁니까?”
“영도 조선소도 가지고 있는데 새삼스러울 것도 없습니다. 저는 수영만과 광안리 일대가 세계적인 해양도시가 될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합니다.”
한여름 밤, 광안리에서 맥주 한잔 하면서 즐기는 풍경은 정말이지 멋지거든.
이왕이면 세계적인 명소가 되도록 꾸며봐야지.
지금부터 시작한다면 못할 것도 없다.
“하긴 제가 어렸을 때만 해도 여기 광안리 해수욕장도 아주 깨끗하고 좋았습니다. 세계적인 해양도시… 우 회장님이 하신다면 가능하겠지요.”
부산시장은 내가 내민 사업계획서를 들고 흥분된 표정을 지었다.
당장 21세기 부산을 실현할 수는 없겠지만, 요트 경기장과 그에 어울리는 숙박시설과 상업시설을 만드는 거야 그다지 어렵지 않다.
올림픽이 끝나면 시민들의 놀이 공원으로 충분히 활용될 수 있도록 계획했다.
“검토해주십시오. 수영천 환경 개선과는 별도로 요트 경기장 건설과 주변 인프라 공사에 입찰하고자 합니다.”
“대세건설이 입찰해주신다면 영광이지요.”
대세건설의 실력을 다들 알기 때문에 이런 반응이 나오는 것이다.
솔직히 내수 건설은 될 수 있으면 참여하지 않는 게 대세건설의 원칙인데, 한강 개발이며 행정수도 이전을 기점으로 그 기조가 조금씩 바뀌고 있었다. 밖에서 벌어와 집안 살림을 하나씩 갖춰가는 단계에 들어섰다고 할 것이다.
며칠 뒤, 로테건설이야 울며불며 대세건설이 백화점 공사를 방해했다고 기자회견을 하겠지만 이미 국민들에게 미운털이 박혔기에 깔끔하게 무시하면 될 일이다.
일본에서 들여온 50억불 차관, 정말이지 알뜰하게 잘 활용해서 제대로 된 인프라를 만들어보리라.
***
며칠 뒤, 대세조선.
“이 선박을 월드 커넥터 호로 명명하니, 이 배와 승무원 모두에게 신의 가호가 함께 하기를! 더불어 이 배와 함께 전세계가 하나로 연결되길 기원합니다.”
“와아아아아!”
“수고 많았습니다, 연국환 부장.”
“아닙니다. 기존 선박을 개조하는 거라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습니다.”
이번 기회로 대세조선이 해저케이블 포설선 기술을 확보했다는 것도 아주 고무적이었다.
솔직히 이렇게 빨리 포설선을 제작하리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대서양으로 바로 출발합니까?”
“예, AT&T에서 하도 닦달해서 대세통신 직원들과 저희 대세조선이 공해상에서 최종 점검작업을 수행하기로 했습니다.”
“그다지 큰 배가 아니니, SL-7 한 척을 모선으로 배정해서 함께 운항하도록 하십시오. 작은 문제라도 생기면 안되는 선박입니다.”
원래 과하다 싶게 보험을 들어놔야 별다른 문제가 안 생긴다.
“알겠습니다. 안 그래도 통신설비도 잔뜩 싣고가야 해서 모선이 함께한다면 훨씬 안심이 될 것 같습니다.”
“이래저래 잘되었군요.”
“와아아아아아! 회장님, 잘 다녀오겠습니다!”
“그래요, 몸 조심하시고 화이팅입니다.”
포설선이 야드 밖으로 향하면서 직원들이 내게 손을 흔들었고, 나 또한 즐겁게 화답해줬다.
이 양반들, 이 사업이 21세기에 얼마나 큰 돈이 될지 안다면 깜짝 놀라겠지?
“우 회장님, 축하드립니다. 시간 좀 내어주실 수 있는지요?”
음? 명명식에 초대한 건 통신 관련 정부 인사들인데 영 생뚱맞은 사람이 내게 다가와 인사를 했다.
“제가 다음 일정이 있어서 말입니다.”
“국가안보에 관한 일이니 협조 부탁드립니다. 저는 안기부 해외담당 임상렬 5국장입니다.”
안기부답게 자신의 이름만 적힌 명함을 척하니 건네며 시간을 청했다.
안기부가 내게 무슨 일이지?
청와대에서도 본사에서도 딱히 연락이 없었는데 말이지.
“그래요, 국장님도 세종으로 복귀하셔야 할 테니 차에서 얘기합시다. 타세요.”
나는 임상렬 국장을 차에 함께 태웠다.
딱히 이 양반과 같이 있는 모습을 여럿에게 비출 이유는 없었으니까 말이다.
“소련에서 우리나라의 광통신 해저케이블 기술에 대하여 크게 관심을 표하고 있습니다.”
“소련이 갑자기 해저케이블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가 뭡니까? 육상 케이블이라면 또 몰라도.”
“그게 최근 미국이 핵잠수함으로 오호츠크해에 침투해서 캄차카반도의 소련 해군 기지와 블라디보스토크의 소련군 태평양 함대본부간 통화를 도청했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임국장은 극비 도장이 찍힌 서류를 내게 내밀었다. 내용을 훑어보니 도청이 이루어진 기간이 자그마치 10년이었다.
이때 소련의 해저케이블은 구리선이라 통신할 때 방출되는 전자파를 수신하면 도청하는 게 그다지 어렵지 않다.
광통신 케이블은 그런 식으로 도청할 수 없으니 당연히 소련으로선 해저 광케이블에 관심을 두겠네.
“설마 소련에 광케이블을 깔아주라는 겁니까? 미국과 협의가 된 일인가요?”
괜히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일은 사양이다.
“미국도 잠자코 있을 수 밖에 없는 일입니다. 불법으로 영해를 침범한 것은 물론, 도청까지 했음이 명백히 밝혀졌으니 말입니다.”
개인 빚에 허덕이던 미국 정보원이 KGB에 돈을 받는 대가로 자백했고, 소련이 해저를 뒤져 도청기까지 회수했다고 서류에 적혀 있었다.
미국도 자세 안 나오는 일이긴 하겠네.
“그렇다고 굳이 우리나라가 나설 일은 아닐 것 같은데 말입니다.”
“이 일을 성사시키면 블라디보스토크 소속의 극동함대 및 상선 등의 선박 수리를 한국에 맡기겠다는 게 소련의 의사입니다.”
군함 수리 비용이야 부르는 게 값이니 남는 장사이긴 한데, 어쩐지 썩 내키지 않는데?
“선박 수리야 굳이 소련의 물량을 받지 않아도 충분합니다. 그 정도 대가로 미소 간 기 싸움에 끼고 싶진 않은데 말입니다.”
“그건 정부의 입장도 매한가지입니다. 하지만 소련 정부가 아주 묘한 말을 해왔습니다.”
“묘하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우 회장님께서 직접 소련을 방문해 준다면 시베리아 극동지방의 석유, 가스, 석탄, 목재, 항만개발 등 한소 경제협력을 할 수도 있다고 말입니다.”
나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킬 수 밖에 없었다.
원래 역사에서도 북방 외교가 이때부터 이뤄졌던가? 하긴 요즘 소련의 대외 정치적 입지가 사방에서 공격받는 모습이지.
대한민국을 아군으로 끌어들이고 싶은 마음이야 당연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