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How I Became a Chaebol RAW novel - Chapter (547)
나는 이렇게 재벌이 되었다 는 이렇게 재벌이 되었다-547화(547/589)
547 : 배짱을 부려보자
“굳이 저를 콕 짚어서 방문 요청을 하는 이유라도 있습니까?”
“소련 공산당 서기장이 올림픽 유치 경쟁에서 보여준 우 회장님의 모습에 크게 감명받았다고 합니다.”
결국 소련측 저의는 모른다는 뜻이네.
“… 알겠습니다. 그럼, 미국측은 이런 소련의 제의를 알고는 있는 겁니까? 솔직히 우리가 미국 눈치를 안 볼 수도 없고 말입니다.”
“믿기 어려우시겠지만, 이번 소련과의 접촉은 CIA 한국지국장이 주선한 일입니다. 즉 미소 간엔 이미 합의가 이뤄진 일로 보입니다. 대체 무슨 셈법이 있는지는 저희도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우리 정부로선 한소경제협력 자체는 매력적이라는 말씀인군요.”
정치적 의도는 확실히 모르겠지만 경제적으론 도움이 될 것 같으니 추진해 보겠다는 소리였다.
음, 대체 미소 간에 무슨 협상을 한 거야?
그리고 왜 그런 협상 테이블에서 우리나라와의 경협이 화두가 된 거지?
밴 플리트 장군이나 낸시를 통해 내막부터 알아봐야겠군.
“예, 그렇습니다. 대통령 각하께서도 소련은 우리가 필요한 자원을 모두 가지고 있다고 하시며, 한소 관계가 개선되면 득이 많을 거라고 하셨습니다. 회장님이라면 한소경제협력을 잘 이끌어 나가실 거라고도 하셨고요.”
YS의 말이 틀린 말은 아니다.
현재 미국은 물론 중국도 심정적으로 일본보다 대한민국에 더 호의를 보이고 있다.
미국은 G2로 올라올 일본을 견제하고 싶고, 중국은 일본이 아시아의 대표국가가 되는 걸 두고 볼 수 없는 입장이니 말이다.
“무슨 말씀이신지 잘 알겠습니다. 일단 제가 소련을 방문하는 것은 기정사실로 하고, 사전에 준비를 좀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방문일정은 다음 달 10일이고, 방문의 명분은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리는 아시아역사 학술대회에 참석하시는 겁니다.”
“학술대회라면 방문단을 꾸며도 무방하겠군요.”
“예, 얼마든지요. 비자도 주일소련 대사관에서 발급받아 입국하실 수 있게 조치하겠습니다.”
이미 완벽하게 작전이 짜여 있는 것 같았다.
소련과의 경협이 탐나긴 하지만, 일단 뀌년 5인방을 통해 끼어들 일인지 아닌지 정보부터 얻는 게 급선무였다.
미소 양국 사이에서 정치적 희생양이 되어선 안되니까.
***
2주 뒤, 옥포 리조트.
“어서 오십시오. 장군님.”
“CS, 88 올림픽 유치를 다시 한번 축하하네.”
“축전도 보내주시고 축하도 해주시는군요.”
“그만큼 88올림픽이 중요하단 거지. 한국은 또 한 번 도약할 걸세. CS 자네라면 꼭 성공할 수 있을 거야.”
“감사합니다.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어머, 나는 모른 척 할거예요?”
“모른 척이라뇨. 어서 와요, 낸시.”
나는 밴 플리트 장군에 이어 낸시와도 포옹 인사를 나눴다. 최근 좀체 뀌년을 방문할 시간이 나질 않아 뀌년 5인방이 제대로 모일 수가 없었기에 더욱 반가웠다.
“CS, 우리 얘기를 들으려면 칵테일 몇 잔은 필요할 거야. 꽤 재미난 얘기가 될 테니까 말이야.”
“옥포 리조트에 넘쳐나는 게 칵테일과 쿠바산 시가입니다. 어서 듣고 싶군요.”
나는 밴 플리트 장군에겐 쿠바산 시가를, 낸시에겐 피나콜라다 한 잔을 권했다.
그리고 내 몫으로 잭콕을 들고 이야기를 들을 준비를 했다.
“어째 한국은 굉장히 운이 좋은 것 같아요. 미소 양국 관계개선의 최대 수혜자가 될 것 같으니 말이에요.”
대뜸 낸시가 미소 관계개선이란 단어를 끄집어냈다. 아직 냉전이 끝나려면 한참 남았는데…
“무슨 말입니까? 모스크바 올림픽 보이콧으로 미소 양국은 첨예한 대립 중인 상황 아닙니까? 최근 미해군이 소련극동 해군을 도청한 것까지 들통났다고 하던데 말입니다.”
“올림픽 보이콧이야 LA 올림픽 보이콧으로 돌려받을 거라 전혀 문제없죠. 그리고, 원래 서로 약점이 물고 물려야 관계개선에 나서는 거잖아요. 안 그래요, 장군님?”
낸시가 밴 플리트 장군을 보며 그렇지 않냐는 눈짓을 했다.
“낸시의 말도 맞고 CS 자네의 말도 맞네.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으니 전선을 일원화하자는 뜻으로 받아들이면 될 걸세.”
“그래도 개념이 명확하게 잡히질 않습니다. 미소간 데탕트가 이뤄지고 있다는 겁니까? 아니면 기만전술이란 겁니까?”
“둘 다일세. 미국은 지금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이 장기화할 조짐이 보이니 엄청 환호하고 있다네. 아프간 반란군에게 무기를 조달하면 소련의 힘을 쫙 뺄 수 있는 데다, 미소 양국의 전략무기 감축협상도 성공적으로 해낼 것 같거든.”
그러고 보니 소련이 무너진 이유 중 하나가 아프가니스탄 침공이었지.
전비로 100억불에 가까운 돈을 쓴 데다 인명피해도 엄청났고, 전시체제로 인해 산업의 밸런스도 엉망으로 무너지는 바람에 국민들의 반감도 거세졌지.
“미국은 피 한 방울 흘리지 않으면서 소련의 국력을 갉아먹는 셈이군요. 그런데, 그게 한소 경협과 무슨 상관입니까?”
“미소 양국이 암묵적으로 합의를 본 거네. 이란의 이슬람 혁명세력이 중동을 장악하는 걸 막아내고, 중동의 주도권 확보는 아프가니스탄에서 승부를 내는 것으로 말이야. 그 대신 동북아에서의 군사적 대치는 서로 좀 줄이자는데 동의한 거지.”
역시나 내 예상대로였다.
미국은 소련의 아프간 침공이 소련판 베트남 전쟁이 되도록 조장하고 싶은 거다.
레이건 정부로선 너무나도 좋겠군.
겉으로는 세계평화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군축 협상을 해서 미국 경기를 띄우고, 소련의 국력은 아프간 전쟁으로 쭉쭉 끌어내리고 말이다.
오케이, 이런 상황이면 한소 경협은 상당히 안전하다. 해볼 만하다.
“동북아보다는 중동이 백배는 더 중요하다 이거군요.”
“물론이지. 동북아는 나름 안정이 되었지 않나. 미소 양국이 동북아보다 중동에 집중하는 이때가 기회지. CS라면 이득을 챙길 수 있을 거야. 최소한 레이건 정부가 유지되는 한 미소 관계는 전례 없이 화기애애할 것 같거든. 물론 겉으로 말이야.”
“아프간 전쟁에서 소련의 힘을 빼는 동시에 유가마저 하락시키면 냉전을 종식시킬 수 있다는 게 미국 싱크탱크의 결론인가 보군요.”
“허, CS… 그렇게 바로 추론이 되다니 대단하군.”
“장군님! 제가 그랬죠? CS는 단박에 알아챌 거라고요. 이번 내기는 제가 이긴 거예요.”
역시 소련이 해체된 배경엔 미국의 대외 공작이 있었던 거로군.
그게 의도치 않았던 이란의 이슬람 혁명으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해도 말이다.
“장군님 말씀을 듣다 보니 최근 세븐시스터즈 국제 유가 동향 보고서가 생각나더군요. OPEC이 유가를 배럴당 34달러로 단일화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시장가는 계속 내려가고 있다고 말이죠.”
솔직히 이라크산 원유를 나와 장인이 거의 수출하고 있으니 누구보다 상황을 잘 안다.
나름 열심히 증산을 했다곤 해도 국제 유가가 그렇게 하락할 정도는 아니다.
증산량에 비해 하락 정도가 가파른 건 누군가의 의도적인 개입이 있는 거다.
내년 하반기 정도면 증산이 본격화될 테고 하락 속도가 지금보다 더 빨라지면 역시나 소련은 견디지 못할 것이다.
“미국과 사우디가 합작한 결과가 아니겠나. 소련은 더는 미국과 군비경쟁을 할 수 없을 거야.”
“한소 경협에 나서면 미국에서 난리칠 줄 알았는데, 이거 완전히 반대로군요.”
“미 정부도 모른 척해줄 테고 무엇보다 우리에게 너무나도 좋은 기회죠. CS가 소련과의 무역에서도 이득을 보면 우리 뀌년 5인방은 더 잘나갈 거잖아요.”
낸시가 반색하며 말을 보탰다.
그렇군, 뀌년 5인방 중에서 나 다음으로 큰 이득을 볼 사람이 낸시로군.
한소 경협으로 교역이 늘어나면 자연스레 중공도 경쟁적으로 한국과의 교역을 늘릴 테고, 그럼 뀌년이든 상하이든 실버스타인이 드나드는 항만의 물동량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테니까.
“그럼 정말 해저 통신케이블도 깔아줍니다.”
“물론이죠. 그게 미소 간 신뢰를 담보하는 행동인걸요. 미국도 간접으로나마 도청한 거 잘못했다고 사과하는 거잖아요.”
“이왕이면 제가 잘하는 플랜트 사업도 해볼 겁니다. 문제없겠죠?”
“소련에 대한 직접 투자는 오롯이 CS 자네의 결단에 달린 문제일세. 솔직히 레이건 정부 이후엔 어찌 될 지 아무도 몰라.”
아니, 나는 어찌될 지 알기 때문에 그러는거다.
지금 소련에 하는 직접 투자는 나중엔 엄청난 기술자원으로 회수할 수 있다.
소련이 해체될 때는 정말이지 나라의 주인이 없는 거나 마찬가지라, 국제법으로 행사할 수 있는 채권 권리만 있다면 그에 해당하는 대가를 손쉽게 가져올 수 있다.
“그에 대한 리스크는 대세가 지겠습니다. 그럼, 워싱턴에 한국은 적극적으로 한소 경협을 추진한다고 전해주십시오. 동북아 긴장 완화에 기여하겠다고 말입니다.”
“미국 정부는 한소 경협은 찬성하지만 소련 정부에 직접적인 투자금이 흘러 들어가는 것은 반대한다네. 무슨 뜻인지 알겠나?”
“물론이죠, 제 돈이 전비 충당금이 되는 것은 저 또한 바라는 바가 아닙니다.”
내 말에 밴 플리트 장군은 안심하는 표정을 지었다.
“자, 그럼 이제 우리끼리 계산해봐요. 한소 경협이 이뤄지면 어떻게 파이를 나눌지 말이죠.”
“일단 소련의 중고선박 수리는 큐파이브社를 통해서 하도록 하죠. 그리고 소련에서 가지고 나올 목재와 광산물 중 필요한 수량을 실버스타인 해운사에 할당해주죠.”
“역시 CS는 화끈하다니까.”
“대신 외풍은 확실하게 막아주는 겁니다.”
“문제없어요. 소련에 대한 첨병 역할은 믿지 못할 일본보다 한국이 훨씬 낫다는 게 미 정계의 한결같은 의견이에요.”
그래, 북방 교역을 하기엔 지금보다 더 좋은 때가 없을 것 같기도 하다.
“든든하군요. 브라보!”
“브라보! 열심히 해보게.”
“드디어 소련도 뚫는다! 브라보!!!”
***
2주 뒤, 블라디보스토크.
정말이지 시간이 어찌 흘렀는지 가늠하기 힘들 정도로 바쁜 나날들이었다.
“여당과 정부, 그리고 경제계 인사들이 소련을 방문하고 있는 가운데 오늘도 아시아 학술회의에서 열띤 토론이 있었습니다. 참가국 대부분이 한소 경협은 동북아시아의 평화 증진에 크게 기여할 것임을…(후략).”
학술대회장 앞에는 기자들을 줄지어 서서 매일같이 속보를 타전하고 있었다.
말로는 아시아 학술대회라고 했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동북아 교역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장소도 블라디보스토크 상공회의소였고, 회의 주관자마저 마르케비치 소련 상공회의소 의장이었으니 말 다한거다.
웬만한 나라가 이렇게 국제 학술대회를 자기들 입맛에 따라 변질시키면 엄청난 욕을 들어먹겠지만, 소련이 하니 태클 없이 부드럽게 회의가 진행되었다.
“상공부 장관님, KBC 기자입니다. 이번 소련 방문의 성과에 대해 한 말씀만 부탁드립니다.”
“학술회의가 끝나면 공식적인 발표가 있을 겁니다. 다만, 이번 회의 기간에 한국의 對소련 투자보장과 이중과세 방지 협정, 양국간 금융 관련 협정이 체결될 것은 자명해 보입니다.”
“양국 수교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그런 한소 경협이 급물살을 타는 것에 대한 우려 섞인 시선도 있습니다. 정부는 어찌 생각하십니까?”
“이건 양국간 무역 사무소를 통해 이뤄지는 민간차원의 교류입니다. 정부 차원의 교류가 아니니 정부가 나설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상공부 장관은 일단 광을 팔고 책임은 내게 넘겨버렸다. 그래, 그래주면 나도 편하지.
분명히 소련에 투자하는 건 내가 결정한 거야.
“우 회장님도 한말씀 부탁드립니다.”
“현재로선 딱히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실무회의가 계속 진행되고 있으니 말입니다.”
나는 점잖게 기자들을 물리치고 차에 올랐다.
차는 당연하다는 듯 2차전 장소로 향했다.
***
“휴우, 어서 오시오.”
“마르케비치 의장님, 많이 피곤해 보이십니다. 협상은 내일로 미루심이 어떨지요.”
“아니오. 아니외다. 한소 경협에서 협상할 것이 얼마나 많은데, 하루를 버리다니요.”
소련의 상공회의소가 준비한 경협 계획은 생각보다 스케일이 컸다.
시베리아의 오일 가스 개발, 석탄, 목재, 항만 개발 등이 내가 생각한 범위였는데, 이들은 시베리아 전체의 건설, 일반제조, 농업과 수산업까지 공동으로 경영할 합작사를 세우자고 나섰다.
시베리아는 소련 면적의 60%를 차지하는 광활한 지역임에도 인구는 3천만명도 채 되지 않으며, 그마저도 인구의 70%가 일부 도시에 집중되어 있어 버려진 땅이나 다름없었다.
블라디보스토크 인근의 농경지를 방문했는데 밀과 잡초가 한데 엉켜 자라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
헬기를 이용해 제초제를 뿌리는 것마저도 적자라는 것이다.
이왕 노는 땅에 마구잡이로 씨를 뿌려 수확하는 게 소련식 농업이라는 소리에 기가 차면서도 부러워 미칠 것 같았다.
“모든 개별 프로젝트를 의장님께서 협상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양국간 무역사무소 개설 합의, 면세 혜택 규정, 양국 무역 사무소의 안전 문제와 장소 설정까지 마쳤으니 실무진들이 하나씩 해결해 가도록 맡기십시오.”
나는 애써 담담한 척 연기를 했다.
후딱 동북아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군 자원의 일부를 아프간으로 돌려야 하는 소련으로선 애가 탈 수밖에 없었다.
“그럼 딱 한가지만 협상하시다.”
“해저 광케이블 건이라면 포설선이 마련되는 대로 즉시 개설할 것입니다.”
나는 마치 소련을 배려하는 듯 딴소리를 했다.
“아니, 그게 아니고 우리가 필요한 것은 한국의 반도체요. 일본 반도체에 필적… 아니, 솔직히 말하면 그대들의 미사일에 들어가는 반도체 말이외다.”
“의장님… 저더러 일본이 CNC에서 했던 실수를 반복하라는 말씀입니까?”
소련의 정보력이 대단하긴 했다.
우리 국군이 백곰 미사일 개량형부터 미사일 유도장치를 진공관 부품에서 반도체로 바꿔 성능을 월등히 개선한 걸 알고 있었다.
한번 쏘면 어디 떨어질지 적군이 절대 알 수 없는 게 백곰 미사일의 가장 큰 장점이라는 비아냥도 예전 말이 되었으니 말이다.
“그에 대한 대가는 우리 소련에서 충분히 제공하겠소이다. 우리가 아프간 전쟁에서 이길 방법은 적진을 정밀 타격하는 것! 그 기술의 핵심이 반도체에 있다는 걸 최근에야 알았소이다.”
드러나진 않았지만 일본으로부터 CNC 뿐만 아니라 반도체도 수입하고 있었던 모양이군.
CNC 사태로 움찔한 일본이 반도체 뒷거래도 중지한 게 분명했다.
“반도체 수출은 불가능합니다. CNC와 마찬가지로 반도체도 공산권에 수출 금지된 품목이지 않습니까. 자칫하면 대세의 반도체 생산 라이선스마저 회수당할 수 있습니다.”
21세기라면 몰라도 지금은 80년대.
미국이 강짜를 부리면 뭐든 가능한 시대다.
반도체 라이선스를 회수하고 한국산 반도체가 들어간 제품을 수입하지 말라고 하면 엄청난 재앙이… 어? 잠깐만… 잠깐만… 반도체가 들어간 제품?
“기업가라면 뭔가 방법이 있을 것 아니오. 이건 한소 경협에 있어 핵심적인 사안입니다. 이것만 되면 대가는 뭐든 제공하리다!”
“음… 방법이 전혀 없는 건 아니지만, 의장님께서 마음에 들어하실지는 모르겠군요.”
“방법이 있다니, 뭐요. 말씀만 하시오.”
“한국산 가전제품을 수입하시지요. 이왕이면 반도체가 잔뜩 들어간 TV, VTR, 라디오, 세탁기 등을 수입하시는 겁니다. 그리고 고장 수리 용으로 부품 기판을 대량으로 구매하시면 되는 겁니다.”
“… 가전 제품에서 반도체를 뜯어서 사용하라, 그 말입니까?”
“그까지야 제가 말씀드릴 수 없지요. 다만 실제로 전시체제로 전환하면서 생필품 조달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 않습니까. 인민들에게 가성비가 좋은 한국산 가전제품을 공급하기로 했다. 가전분야의 합작이 하루빨리 성사되기를 희망한다고 발표하시면 그뿐이죠.”
우리가 판 가전제품을 뜯어 미사일을 만들던 전투기를 만들던 이미 우리 손을 떠난 일이다.
“최신식 가전제품을 수출해주시는 겁니다.”
“물론이죠. 소련의 추운 환경 때문에 고장이 잦다고 항의해주시면, 수리용 부품도 넉넉히 넣어드리겠습니다.”
“하하하하.”
IBM과 협상이 지지부진해서 안타까워하고 있었는데 뜻하지 않는 곳에서 대박이 터지네.
역시 반도체는 산업의 쌀이라니까.
소련에서 이 정도로 매달리면 나도 배짱을 부려볼 수 있겠는걸.
“뭐든 대가를 주신다니, 그럼 저도 딱 한 가지 부탁드릴 것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