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How I Became a Chaebol RAW novel - Chapter (549)
나는 이렇게 재벌이 되었다 는 이렇게 재벌이 되었다-549화(549/589)
549 : Ice Navigation
보름 뒤, 대세조선.
“스코우 부사장, 선체 개조가 이렇게 빨리 완료되었다고요?”
최대한 빨리 다목적 화물선을 쇄빙선형태로 바꿔 달라고 요청했지만 요청한 당사자인 나도 이렇게까지 빠를 줄은 몰랐다.
내가 조선소를 갖고 있다는 게 실감이 났다.
“선체 개조랄게 뭐 있습니까? 뱃머리 좀 손보는 건데 말입니다. 게다가 회장님께서 직접 북극해를 뚫으신다는데 최우선으로 해야지요.”
선수(船首) 부위는 쇄빙선 특유의 둥그스름한 형태로 마감되어 있었고, 선수 밑바닥은 뾰족한 칼날 형태로 되어 있었다.
얼음 위로 올라타면 단박에 얼음이 깨져나갈 것이다. 이런 선체 개조를 불과 보름 만에 해내다니 대단하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역시 대세조선은 세계 최강이다.
“뭐, 북극해까지는 아닙니다.”
“그래도 겨울에 캄차카반도 최상단까지 가신다는데 북극해나 마찬가지지 않습니까. 회장님께서 직접 가시는 게 맞는 건가 하는 생각이 떠나질 않습니다.”
내가 가야 한다.
그래야 한국 정부가 소련 정부와의 교역에 얼마나 진심인지 증명할 수 있다.
무엇보다 소련 군부에서 누가 나와 반대를 하든 내가 직접 가서 설득하는 게 가장 낫지 않겠나.
솔직히 이런 겨울 날씨에 오호츠크해를 뚫고 소련 해군기지에 입성하면 설득할 명분이야 충분하지. 그 누구보다 오호츠크해의 사나움을 잘 아는 이들일 테니까.
“스코우 부사장, 자신 없다는 말인가요? 아무리 오호츠크해가 사납다고 해도 충분히 잘 견딜 거라 믿고 타는 건데 말입니다.”
“아휴, 그거야 당연하지요. 세계 어디에다 내놔도 이보다 멋진 놈은 없을 겁니다. 이중선체에, 최고의 엔진에, 그것도 쌍축선이고, 레이더도 최신식이고, 선수(船首)도 쇄빙선 형태로 개조했으니 이 놈이 못 뚫는 바다는 없을 겁니다.”
이 배는 우리 대세조선이 자랑하는 표준 화물선이다. 원래대로라면 90년대 말에나 등장했을 최고의 디자인에 최고의 엔진과 설비를 갖췄다.
기상조건만 좋다면 33노트(시속 약 61킬로)라는 어마어마한 속도로 달릴 수 있는 최신식 컨테이너선이란 말이다.
“그러니까, 내가 타고 가겠다는 겁니다.”
내 말에 스코우 부사장은 입을 꾹 다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기술적으로 전혀 문제 없는 일이었다.
다 썩어가던 배를 뜯어 고쳐 북미항로를 뚫을 때와는 차원이 다르다.
대세는 성장했고, 우리 직원들도 성장했다.
내가 뚫어내야 하는 것은 얼어붙은 바다가 아니라 양국 수뇌부들이 의심하고 있는 한소경협이다.
“예, 회장님. 건투를 빌겠습니다. 이 놈, 코리아 에이스(Korea-Ace)호라면 해보실 만 할 겁니다.”
“이름도 멋지군요. 아, 내가 부탁한 것도 완료되었습니까?”
“스팀라인과 서치라이트 말씀이시군요. 예, 말씀하신 대로 최대한 촘촘하게 설치했습니다.”
스코우 부사장이 가리키는 곳을 보니, 서치라이트를 비롯해 선체 개조는 아주 똑 부러지게 잘 되어 있었다.
“좋습니다. 이제 출발하는 일만 남았군요.”
“무사 귀환하시길 빌겠습니다.”
“베테랑들과 함께하니 문제 없을 겁니다. 갔다 오면 이 일로 고생한 이들과 회식 한 번 합시다.”
“예, 회장님.”
나는 이것저것 따질 것 없이 배 위로 올랐다.
이미 선체 검증은 다 끝났고, 선장과 승조원들도 모두 베테랑으로 배정했으니 한시라도 빨리 출발하는 게 답이다.
위험지역을 가장 안전하게 통과하는 방법은 날씨가 좋을 때 가장 빠른 속도로 통과하는 거다.
***
“음? 스미스 선장님! 여기 어쩐 일로!”
선교로 올라가니 떡하니 스미스 선장이 키를 잡고 있었다. 내가 깜짝 놀라자, 스미스 선장 특유의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양손을 펴는 제스처로 답했다.
“어쩌다 보니 휴가 일정이랑 겹쳐서 말입니다. 신 항로를 개척한다는 소리를 듣고 냉큼 자원했습니다.”
“이번 항해의 선장은 윤상수 이사님이 맡기로 하지 않았습니까?”
“원래는 그랬습니다만, 스미스 선장이 빙해 항해(Ice Navigation)를 해본 경험이 있다고 해서 말입니다. 제가 항해사 역할을 맡기로 했습니다.”
“스미스 선장님, 빙해 항해 경험도 있습니까?”
“제 나이쯤 되는 선장이 안 겪어본 항해가 있겠습니까? 캐나다 동북쪽, 노르웨이 인근도 몇 번이고 겪어봤습니다. 이번엔 소련 앞바다라니! 이런 기회를 놓칠 수 없지요.”
스미스 선장은 눈을 부리부리하게 뜨며 즐거워했다. 그에게 이번 항해는 엑스트라 마스터로서 또 하나의 타이틀을 따는 일일 수도 있겠다.
“말만 들어도 든든합니다. 그런데, 대세해운의 최고 베테랑들이 다 자리를 비우면 어쩝니까?”
“대세해운처럼 큰 회사가 시스템으로 굴러가지 저희때문에 굴러가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게다가 회장님을 보필하려면 저희 정도는 되어야죠.”
스미스 선장이 시원시원하게 대답했다.
그래, 이왕 왔으니 같이 갑시다.
“염려 마십시오, 회장님. 올해 목표는 이미 모두 달성한 데다, 현재 대세해운 업무 중에 가장 중요한 일이 이번 항해이지 않습니까.”
“그도 그렇군요. 그럼 일단 챙겨봅시다. 사고 대비는 어찌했습니까?”
“예, 일단 석달치 식량과 의약품을 완비했습니다. 조명탄, 비상용 보트도 두 배 이상 적재했으며 일본 홋카이도에 대세해운 선박을 대기시켜뒀습니다. 여차하면 구조용 선박으로 출동할 겁니다.”
“이거 누가 보면 우리가 화물선이 아니라 구조용 선박이라도 되는 것 같습니다. 허허허.”
“이렇게 과하게 준비하면 아무 일이 안 생기는 법입니다. 세상일이 다 그렇지 않습니까.”
“옳은 말씀입니다.”
윤상수 이사가 안전 관련 사항을 척척 읊어댈 수록 나는 훨씬 안심할 수 있었다.
“화물은 다 잘 실었죠?”
“물론입니다. 가전과 해저케이블로 선내 화물창을 가득 채웠습니다.”
물건을 소련 해군기지에 내려놓는 게 고객의 요청사항이니 그리하면 시험은 패스하는 거다.
“좋군요. 그럼, 소련 쪽에서 제공한 빙해 항해 자료는 없습니까?”
“소련정부에서 발행한 수로지와 항해안내서를 팩스로 보낸 것이 전부입니다.”
윤 이사가 내보이는 자료는 살펴볼 필요도 없었다. 기껏 적혀 있는 거라곤 우리나라 울산항과 소련의 해군기지를 점선으로 표시한 게 전부였다.
대충 자로 그은 것이 분명했다.
“상세 항로를 알려줄 생각이 없다는 거군요.”
“예, 그렇게 생각됩니다. 해저케이블도 깔아야 하니, 최대한 정보를 제공해 달라고 했는데도 영내로 진입하면 무선으로 안내하겠다는 답변이 전부였습니다.”
“그렇다고 이 점선을 따라 항해할 수도 없고…”
“그래서 태평양운임동맹의 오션루트社로부터 자료를 얻었습니다. 수십 년 전 항해기록이지만, 오오츠크해의 권고 침로가 있습니다.”
윤 이사는 자료를 펼쳐두고 거쳐 가야 할 곳을 딱딱 짚었다. 물론, 그 자료도 캄차카반도의 최북단 목적지까지 안내해주지는 않았다.
“대충 캄차카반도 남쪽에 도착하면 300km는 아무런 자료 없이 가야 한다는 뜻이군요.”
“예, 레이더로 얼음두께를 확인하며 길을 뚫는 수밖에 없습니다. 이 배라면 웬만한 해빙은 뚫고 갈 수 있습니다.”
“두분 모두 자신 있습니까?
아무리 준비가 완벽하다 해도 자연의 힘 앞에 인간은 무력한 존재다.
자칫하면 빙해에 고립되어 꼴 사납게 소련군의 쇄빙선을 기다려야 할 수도 있다.
영화에서 보듯이 빙해에 듬성듬성 박혀있는 거대한 빙산을 피하지 못하고 들이받을 수도 있다.
물론, 칼자이스 레이더를 가지고 있는 우리 배가 그럴 일은 거의 없겠지만.
“해볼 만 합니다. 회장님께서 결심만 하신다면 말입니다.”
스미스 선장은 내게 선장 자리를 내어줬다.
나는 당당히 걸어가 전체 마이크를 올렸다.
이미 결심이야 섰으니 남은 것은 행동뿐이다.
“올 크루 스탠바이!”
<올 크루 스탠바이!>
쌍방향 마이크를 통해 건너편 승조원들의 목소리도 힘차게 들려왔다.
베테랑 중의 베테랑들이 이 배에 올랐을 것이다. 그들 중 몇 명은 나와 함께 북미 항로를 개척한 이들도 있으리라.
“우리가 항해할 바다는 세상에서 가장 험한 바다입니다. 다들 준비 되셨습니까!”
<준비 됐습니다.>
<와아아아아아아!>
우리 승조원들은 내 질문에 환호로 답했다.
“우리가 그런 험한 바다를 뚫는 이유는 그만한 대가가 있기 때문입니다. 함께 합시다. 대세가 나아가는 그 끝에 영광이 있으라!”
<영광이 있으라!>
“출항합시다. 목적지는 캄차카 최북단!”
<출항하라!>
뿌우우우우~ 뿌우우우~
코리아 에이스호가 뱃고동 소리를 울리며 울산항을 벗어났다.
나는 선교 밖으로 나아갔다.
“잘 다녀오십시오!”
“무사히 다녀오십시오!”
“와아아아! 대세 만세!”
직원들이 손을 흔들며 환송했고, 나를 비롯한 승조원들도 모두 손을 흔들며 화답했다.
나는 저 멀리 영빈관 언덕을 향해서도 손을 흔들어주었다.
너무 멀어 보이는지는 않지만, 분명 페기가 아이들과 함께 나를 배웅하고 있을 거다.
‘잘 다녀올게! 걱정 마, 페기!’
‘걱정이라뇨. 당신의 삶은 늘 그러한데요. 멋지게 할 일 하시고 안전하게 돌아오세요.’
바람을 타고 페기의 응원이 들려오는 것 같았다. 코리아 에이스호는 미끄러지듯 울산항을 빠져나가 북동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
캄차카반도 남단 250마일 부근 해상.
“현 상황, 보고 바랍니다.”
점심 때만 해도 구름만 약간 낀 정도로 시정도 좋았고, 풍속도 10노트 정도로 파도도 잠잠하고, 대기 온도는 영하 10도 정도였다.
그런데 정말이지 캄차카반도에 접어들자마자 기상 상태가 급변했다.
여기서부턴 춥고 추운 소련영해라는 걸 증명이라도 하겠다는 듯 바다 전체가 흰색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기상이 급변합니다. 풍속은 20노트로 빨라졌으며, 대기 온도는 영하 15, 해수 온도 0도에서 영하 1도로 떨어지고 있습니다.>
눈으로 봐도 기상 악화를 대번에 눈치챌 수 있었다.
사방에서 눈발이 날리고, 시정은 2마일 이내로 불량해지며 온천지가 흰색으로 뒤덮이기 시작했다.
“폭풍입니까?”
<아닙니다. 저기압 징후는 없습니다.>
항해사 역할을 자처해 선수부로 나아간 윤 이사는 연신 마이크 너머로 당황한 듯 말을 이어갔다.
저기압 징후도 없는데 이따위 날씨라니.
“아이스팩 확인 바랍니다!”
그레이 화이트라면 우리 배 정도면 손쉽게 뚫고 갈 수 있다. 역시 태평양동맹에서 전해준 루트가 제대로 된 루트였네.
“홀수 8.82미터 유지! 하프 슬로우 어헤드!”
<홀수 8.82미터, 하프 슬로우 어헤드!>
선체가 제일 먼저 얼음과 부딪힐 때는 약간의 감속이 필요하다.
대번에 배가 쿵! 하는 느낌으로 얼음벽을 들이받는 것이 느껴지더니, 얼음이 쩍쩍 갈라지며 배 옆으로 빙벽이 흘러나가기 시작했다.
“증속한다! 풀 어헤드!”
<풀 어헤드.>
얼음벽을 깨고 들어온 이상 최대한 속도를 높여야 했다. 순식간에 배 속도는 15노트까지 오르며 얼음을 깨뜨리며 앞으로 나아갔다.
“하하하, 회장님. 별거 아니지 않습니까? 페인트만 좀 벗져지고 말 겁니다.”
“다행입니다.”
스미스 선장도 내심 긴장했던지 내게 농담을 던지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웬만한 항해는 다 겪어본 플랜트쟁이지만, 정말 한겨울 오호츠크해는 북해 따윈 비교도 안되는 곳이었다.
외기온도와 선내온도의 차이 때문에 창문이 실시간으로 얼어붙고, 앞쪽에는 온 천지 흰 색깔 뿐으로 인간의 눈으로 얼음의 두께를 투시할 수 없었다.
칼자이스 기술자들이 만든 레이더가 새삼 고마웠다. 레이더에 찍히는 희미한 점들의 밀도로 대략적으로나마 얼음의 두께를 가늠할 수 있었다.
그에 더해 본선이 지나간 선미 부분의 깨어진 얼음 상태와 본선의 항적이 그려내는 검은 형태의 길고 짧음에 따라 아이스 상태를 어림짐작할 뿐이었다.
쿵. 쿵. 쿵.
대충 1시간쯤 항해를 했을 때였을까?
쿵쿵 거리는 소리가 커진다 싶을 때쯤 마이크에 빨간 불이 들어오며 다급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큰일입니다, 스미스 선장! Perfect Close(완전무결 얼음)! 전방에 Old Ice! Old Ice(1m 이상 얼음)입니다.>
“무슨 소립니까! 올드 아이스라니요! 아직 White(30~70cm 얼음)도, First year(70~100cm 얼음)도 안 만났는데!”
쿵! 쿵!
급기야 몸의 중심이 흔들릴 만큼 배가 큰 충격을 받았다.
<유빙 지역입니다! 유빙 지역으로 들어선 겁니다. 위험합니다.>
여름에도 얼음이 녹지 않고 얼음덩어리들이 얼기설기 얽혀 있는 곳이다.
그게 몇년씩 반복되면 이처럼 겨울철에는 얼음이 1미터 이상 두꺼워지는 지역이 생긴다.
그런데 무서운 건 그런 얼음이 아니라, 간혹 그런 유빙들이 엄청나게 큰 빙산을 이룬다는 거다.
제 아무리 튼튼한 배라도 거대한 빙산과 부딪히면 작살난다.
오호츠크해에 빙산이 있다는 소리는 못 들었지만, 그래도 두려운 건 두려운 거다.
“회… 회장님…”
쿵!
스미스 선장이 불안한 표정으로 날 쳐다보는 와중에도 거대한 선체가 휘청거릴 정도로 아이스팩이 강력하게 부딪히고 있었다.
15노트는 족히 나와야 할 계기판에는 속도가 9노트까지 떨어지고 있었고, 선미 부분의 검은 항적 길이는 어느새 짧아져 있었다.
항해 초기의 자신감이 불안과 두려움으로 바뀌고 있었다.
“돌파합시다, 선장!”
“그… 그래야겠지요?”
삐이이익~
<큰일입니다, 선장님! 냉각수! 냉각수 압력이 빠르게 떨어지고 있습니다.>
급기야 비상벨이 울리며 기관실에서 긴급 보고가 올라왔다.
“스미스 선장, 기관실은 내게 맡기고 키를 잡아요. 빙해항해도 황천항해랑 뭐가 다르겠어요? 안전한 곳으로 나아가요. 우린 당신을 믿습니다.”
나는 스미스 선장의 손을 두드려줬다.
나도 황천항해에서 키를 잡아봤다.
거대한 파도가 들이닥칠 때 처음엔 두려웠지만, 키에서 느껴지는 미세한 진동에 익숙해지자 내가 어디로 나아가야 할 지 알 수 있었다.
스미스 선장 정도의 베테랑이라면 아이스팩이 부딪혀오는 진동도 느낄 수 있을 거다.
스미스 선장은 내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승조원 전원 각자 위치로! 우린 이미 올드 아이스 지역으로 진입했다! 우회란 없다! 소련 해군기지까지 직진한다!”
<직진한다!!!>
<직진!!!!>
최대한 빨리 돌파하겠다는 선언이었다.
선원들도 그게 최선이라는 생각에 동의했던지 직진이라는 단어를 연발하며 크게 복창했다.
“기관실 들어라. 보일러 B11 라인을 S1 라인으로 연결하라!”
나 또한 기관실과 교신했다.
“보일러 압력 최대로! S1 밸브 오픈!”
<회장님!!! 밸브를 오픈하면!>
냉각수 압력이 떨어지는 것은 흡입구가 얼음 조각들로 막혔다는 얘기다.
엔진이 정지되면 배가 멈추고 우린 빙해 속에서 꽁꽁 얼어붙어 버린다. 자칫하면 난방도 할 수 없어 선원들의 안전도 심각해진다.
“오픈! 스팀 방출하라! 냉각수 흡입구 스트레이너(여과기)를 녹인다! 실시!”
스팀 라인을 따로 빼어내서 냉각수 유입로와 연결해둔 것이 아주 유용했다.
북해 플랜트에서 잘 사용하는 방법이다.
<회장님! 냉각수가! 그래도 냉각수가!>
그래, 대번에 냉각수 압력이 회복되진 않지.
“당황하지마! APT 발라스트 A3라인 C1라인으로 연결하라!”
APT 발라스트는 선미(船尾) 탱크로 배의 평형만 맞추는 물이다. 위급할때 냉각수로 쓰기에 딱이다.
“A3라인 오픈! C1 압력 타깃 1.2기압!”
오케이 단박에 압력이 회복되고 있었다.
엔진이 멈출 가능성은 거의 없다.
“서치라이트 온!”
<서치라이트 온!>
팍! 하는 소리와 함께 우리 선박 주위가 갑자기 환하게 밝아졌다.
선체에 얼음이 달라붙지 않게 할 목적으로 달았던 서치라이트인데 시야가 엄청나게 길어졌다.
눈보라는 여전했지만 모조리 관통했다.
“엔진 최대 출력! 풀 어헤드!”
<풀 어헤드!>
“스미스 선장!!!”
“가자아아아아! 코리아 에이스!!!!”
내 부름에 스미스 선장이 대번에 엔진 출력을 풀로 잡아당기니 뱃머리가 하늘높이 향했다.
쿵! 하는 소리와 함께 코리아 에이스호는 높이 들어 올린 뱃머리로 얼음을 깨뜨렸고, 속도계의 바늘은 0과 10노트 사이를 오가며 요동쳤다.
<와아아아아아!>
“다들 꽉 잡아아아아!!!”
<와아아아아아!>
“으하하하하하! 이게 대세해운이지!!!”
최대 풍속 30노트로 불어닥치는 북풍마저 우리 항해를 도와주는 것 같았다.
롤러코스터마냥 앞뒤로 요동치는 코리아 에이스호가 올드 아이스 해역을 미친듯이 질주했다.
대세해운이 오호츠크해를 정복하는 역사적인 항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