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How I Became a Chaebol RAW novel - Chapter (55)
나는 이렇게 재벌이 되었다-55화(55/589)
< 055 : 캠프 파이어 >
“마셔! 마셔!”
“와아아아!”
B구역 해변에 공병대들이 몰려와 파티를 벌였다.
PX를 통째로 털어 갈비짝을 숯불에 구워댔고, 맥주를 트럭 가득 싣고 왔다.
해변에 모닥불을 피워놓고 마셔대니 여기가 베트남인지 하와이인지 분간이 안 됐다.
“CS, 나 표창장 받았어. 다음 주면 상사로 진급할 것 같아. 모두 CS 덕분이야.”
“축하해, 마크 상사!”
“끄아아아, 음악 더 크게! 크게!”
“이리 오십시오. 마크 상사님.”
“우헤헤헤헤!”
마크는 두툼한 배를 흔들며 춤을 춰댔다.
그런 마크의 모습에 공병대원들이 건배를 외치며 맥주캔을 높이 들었다.
마크에게 줄 서는 이들이라 하겠다.
덩달아 우리 직원들도 사방에서 맥주를 들이붓고 있었다.
“실례합니다, 미스터 우.”
“어서 와요, 필. 맥주 할래요?”
그래, 언제 오나 싶었다.
“즐거운 시간 방해해서 죄송합니다. 시간 좀 내주실 수 있습니까?”
당연히 시간 내줘야지.
많이 기다렸거든.
“그래요. 조용한 데로 갑시다.”
나는 맥주 대신 콜라병을 들고 앞장섰다.
우리가 향한 곳은 B구역 매점이었다.
나와 나이츠는 매점 탁자에 마주 앉았다.
탁자 조명에 저 멀리 붉게 타오르는 캠프파이어 불빛이 더해져 묘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이런 분위기를 어디서 느꼈더라?
해안가에 파라솔을 펴놓고 물담배를 즐기고 있으면, 영국식 하인 복장을 갖춘 인도인이 보기 좋게 차려진 해산물 요리를 서빙해주는 인도양 해변이 생각났다.
관광지에서 식민지 시절을 재현하는 것을 보고 어이가 없었지.
그리 보면 나도 참 석유 플랜트를 짓는다는 핑계로 세상 많은 곳을 보고 다녔다 싶다.
“이 계약이 당신을 만족시켰으면 좋겠군요.”
필 나이츠가 내게 계약서를 내밀었다.
“…..”
조금은 의외였다.
계약서는 단 한 장.
그것도 딱 한 줄 밖에 적혀 있지 않았다.
「대세와 BRS의 합작 지분은 7:3으로 한다」
“뭡니까, 이게?”
“수많은 계약 조항을 적어보았지만, 결국 중요한 건 그게 아니더군요. 칼자루는 대세가 쥐었고, 아쉬운 쪽은 저희니까요.”
정확한 판단이다.
미국 진출을 도와줄 마케팅 회사야 세상에 널렸지만, 대세처럼 독보적인 기술을 가진 다른 회사는 없다.
나이츠가 이렇게 솔직한 사람이었던가.
가진 패가 마케팅 능력뿐이란 걸 순순히 인정할 만큼?
아니… 그게 아니네. 이런 모습이 당연하네.
‘아니, 내가 나이크라는 지금 존재하지도 않는 브랜드를 필 나이츠에게 투영하고 있었군.’
필 나이츠는 내가 합작해주지 않으면 이번 역사에선 개털 되는 거다.
내가 그 어떤 회사를 밀어주던 21세기 나이크를 능가할 테니까 말이다.
나이크가 크기 전에 완성된 제품을 들고 미국으로 직접 날아가야겠다. 합작에 대한 공증도 받아놓고, 이런저런 법적인 보험 조항도 만들어야겠다.
“나머지 계약 조항은 내게 맡긴다는 말입니까?”
“믿음을 원하시지 않습니까? 이만한 믿음이 어디 있을까요? 그리고 미스터 우가 이 믿음에 합당한 조건을 내걸 것이라 믿습니다.”
“제시한 지분에서 10%를 올렸군요.”
“최고의 선택을 했을 뿐, 굴복한 것은 아닙니다. 마케터의 기본이죠.”
제시한 지분에서 10%를 올려서 자존심은 지키…
아니네. 절대적으로 불리한 상황에서도 10%의 마진을 올리는 마케팅 능력이 있다는 걸 내게 보여준다고 하겠다.
영악한 인간이다. 마케터로 합격이다.
“좋아요. 내 조건을 적어보죠.”
「대세는 연구개발/생산/제조를 담당하며, BRS는 마케팅/투자자 확보/시장 개척을 담당한다.」
「대세와 BRS는 신의 성실 원칙에 따라 의사결정을 한다.」
「합의 하에 합작이 종료된다면, 모든 특허 기술과 상표권은 대세에 귀속된다.」
“상표권까지 귀속된다고요?”
다른 건 필 나이츠도 예상했던 모양이다.
하긴, 입장을 서로 바꿔놓고 생각하면 예상 못 할 것도 없지.
“대세에서 만들 상표니까요. 합작하면서 기존 상표를 쓸 순 없잖습니까? 이때를 위해 아껴뒀던 상표가 있습니다.”
“아껴뒀던 상표라고요?”
“일단 상표명은 나이크라고 하죠. 나이츠의 N과 코리아의 K를 따왔습니다. 그리고 로고는 이래요.”
나는 계약서에 나이크라고 쓰고, 21세기 나이크 상표를 그려주었다.
앞 대가리가 굽은 스키 모양 상표 말이다.
“… 멋지군요… 마치 슬로프를 질주하는 선수 같군요.”
“기대해요. 우린 이 상표로 미국 시장뿐만 아니라, 전 세계 스포츠용품 시장을 석권할 겁니다.”
내 말에 필 나이츠의 얼굴이 상기되었다.
서로의 마음에 탐욕이 넘실거렸다.
필 나이츠처럼 초일류 마케터는 상황을 읽어내는 능력이 탁월하다.
나이크의 미래가 보였을 거다.
원단을 파는 것과 브랜드 옷을 파는 것은 차원이 다르다.
그저 그런 중저가 브랜드로 팔면 원단보다 3배 정도 남길 수 있으며, 백화점에나 납품되는 고급 브랜드로 팔 수 있다면 원단보다 10배 20배까지도 순익을 높일 수 있다.
미래의 나이크가 그런 브랜드가 될 것이다.
탐욕의 마력은 아주 강력하다.
“믿고 싶습니다. 같이 하시죠.”
나와 필 나이츠가 계약서에 나란히 서명했다.
황금알을 낳아줄 계약이 될 것이다.
“자, 한잔하러 갑시다. 마침 소개할 사람들도 있고 말입니다.”
“소개할 이들이라고요?”
“미국에 혼자 가면 외롭잖아요? 함께 갈 7명이 있으니 인사해요.”
“하하하, 벌써 대세에서 파견자를 보내시는 건가요?”
“나이크와는 별개의 일입니다. 입국까지만 동행해줘요.”
“!!! 도대체 일을 얼마나 하시는 겁니까?”
“대세의 사업은 섬유뿐이 아니니까요. 섬유도 석유 화학의 일종입니다.”
정말이다.
석유 화학 플랜트를 할 생각이었는데, 생각보다 섬유 산업에 깊이 관여해버린 꼴이었다.
“석유 화학… 그러시군요.”
독보적인 기술을 가지고 있으면 느긋할 수 있다.
솔직히 차기 올림픽까지 나이크가 아니더라도 다른 파트너를 구할 시간은 충분했다.
재수 좋게 첫 번째 받은 카드가 내가 바랐던 에이스 카드였기에 더 이상 다른 카드를 기다리지 않을 뿐이다.
“일 얘기는 이쯤하고, 즐기러 갑시다. 이런 파티가 늘 있는 게 아니거든요.”
“좋습니다. 전쟁터에서 파티하고 왔다고 친구들에게 자랑도 하고 싶군요.”
“고고!”
나는 필 나이츠랑 잭콕부터 한잔했다.
회식의 첫 잔은 소맥이듯이, 파티의 첫 잔은 잭콕이다.
“어디 갔다 온 거야? CS!”
“마셔, 마셔. 마크.”
“이 친구는 누구야?”
“필이라고, 내 동업자야.”
“아, 그래? 필, 당신은 곧 부자가 될 거요.”
“하하하, 그렇습니까?”
“하하, 농담 같소이까? CS 옆에 있으면 누구에게든 행운이 따르거든.”
“!!!!”
맞는 말이다.
마크도 내 덕분에 특진하니까.
“그건 그렇고, 마크. 고철덩이 중장비는 어찌할 거야?”
나는 곧바로 영업을 시작했다.
특진으로 분위기 좋을 때를 놓칠 수 없지.
“고철덩이 중장비?”
“왜, 태국에서 넘어온 중장비 말이야. 솔직히 고쳐도 다시 쓰기엔 곤란하지 않겠어?”
“그러게 아무리 고쳐도 10대 중에 2대 정도밖에 못 살리겠더라고.”
“그거 주한미군으로 좀 돌려줘. 내가 한국에서 불하받아서 쓰게.”
“쓸 수나 있겠어?”
“한국에선 근근이 굴러만 가도 감지덕지야.”
“그래?”
“중계료는 섭섭하지 않게 챙겨 줄 테니, 보낼 수 있는 건 보내버려. 솔직히 인사고과도 좋아지지 않겠어?”
“크하하하. CS, 넌 천재야.”
마크는 나와 필 나이츠를 양팔에 끼고 캠프파이어 주위를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멋진 파티였다.
***
비슷한 시각, 일본 JPA 회관.
“이… 이럴 수가 있는 겁니까?”
“미치고 환장하겠군요.”
JPA 회원사인 5개 상사 부장들은 보고서를 보며 아연실색했다.
그럭저럭 실적 유지는 했던 일본 상사들의 월남전 군납 실적이 이번 달에는 아예 바닥을 기기 시작했다.
“잘나가던 기계 부품까지 바닥을 치다니요. 이게 어찌 된 겁니까?”
상사의 매출에 있어 기계 부품은 매우 중요한 아이템이었다.
“한국 놈들… 정말… 지긋지긋한 놈들입니다.”
토요타 통상 부장이 이를 부득부득 갈았다.
“그렇게 이빨만 갈지 마시고 말씀 좀 해보십시오. 어찌 된 일입니까?”
또 다른 부장이 토요타 부장을 닦달했다.
기계 부품은 토요타의 주된 사업이었다.
이러나저러나 기계 부품은 지프와 트럭같은 자동차 수리 부품이 메인이었으니까 말이다.
“모든 것이 예상 밖입니다. 항만 건설로 보급품이 뀌년으로 몰리는 데다, 접전 지역으로 보급 수송도 차질없이 한다지 않습니까.”
“그게 어떻게 가능하단 말입니까? 여태 수송대가 여러 번 공격당했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최근 상황이 급변했습니다. 그놈이 활주로를 만들었다지 않습니까. 뀌년 근처에 폭격기가 뜨고 내리니, 베트콩들이야 벌벌 떨며 도망칠 수밖에요.”
토요타 상사 부장은 답답한 듯 가슴을 쳤다.
매출을 올리려면 뀌년이 망가져야 사이공으로 보급품이 흘러가는데 말이다.
사이공 병참 기지에 몰빵했던 일본 상사들은 앞이 캄캄할 지경이었다.
“밀림에 활주로요? 그게 말이 됩니까?”
“한국 놈들이 시멘트로 활주로를 닦는 미친 짓을 벌였다는데, 미 공병대조차 한 수 접었을 정도로 성공적이었답니다. 어이가 없어서 원…”
“… 미친… 대체 어디서 나타난 놈들이…”
“그뿐만 아닙니다. 중장비 수리 기지에서 부품 조달까지 한다고 하더군요.”
“부품 조달을 해요?”
기계 부품 수출이 급락했던 이유를 그제야 알 수 있었다.
“한국 놈들이 뀌년에서 부품을 깎고 열처리까지 한다고 합니다. 본사에서도 어이없어하더군요.”
“미군이 미친 겁니까?. 믿을 놈들을 믿어야지요. 한국 놈들이 만든 건 죄다 쓰레기인데!”
말은 그리 했지만, 식은땀이 주르륵 흘렀다.
미 공병대는 FM대로 하는 이들이었다.
아무리 현지 조달이라고 해도 미군이 정하는 시험을 모두 패스했다는 뜻이었다.
치수며 강도며 품질 재현성까지 말이다.
“한국 놈들이 뭔 짓을 하건, 중요한 건 우리 기계 부품 재고가 산더미라는 겁니다. 미군 전용 규격이라 어디 내다 팔 곳도 없어요.”
“어쩔 겁니까? 계속 당하고만 있을 겁니까?”
“이대로 있을 수는 없습니다. 당장 수를 내야 합니다.”
“워싱턴에서 로비로만 300만 불 이상을 썼습니다. 이대로 가면 우리, 다 죽어요.”
5개 상사가 미국 정계에 썼던 로비 자금은 절대 공짜가 아니었다.
그 값어치를 하지 못하면 5명의 부장은 옷을 벗어야 했다.
“손해는 그뿐이 아닙니다. 이번 달엔 아예 싱가포르 매출이 고작 2만 불밖에 안 됩니다. 이러다 대세 실업에 동남아 섬유 시장을 다 뺏기게 생겼습니다.”
“저희 군복은 어떤 줄 아십니까? 아예 반품을 받았습니다. 미군 장병들이 거부한다고 말이죠.”
각자 담당하고 있는 사업이 난장판이었다.
여기까지 올라온다고 얼마나 고생했는데, 고작 한국 놈들 때문에 쫓겨날 수는 없었다.
“미쓰비시 상사는 뭐 하는 겁니까?”
“크흠…”
“일이 여기까지 왔는데 대책을 내놓으셔야죠. 대책을!”
그간 대장 노릇을 했던 미쓰비시 상사 부장은 인상을 구길 수밖에 없었다.
“대책이 있긴 한데… 자칫하면 양날의 검이라…”
“뭔데 그러십니까?”
“양날의 검이든 도끼든 있으면 휘둘러야지요.”
“암요, 뭐가 됐든 휘둘러야지요.”
“이대로 옷 벗을 겁니까? 뭐라도 해봐야죠.”
소리치는 목소리가 점점 더 격앙되어 갔다.
“사이공… 사이공을 건드립시다.”
“무슨 소립니까? 사이공을 건드리다니요. 사이공은 우리가 꽉 잡은 곳이란 말입니다.”
미쓰비시 상사의 말에 다른 상사 부장들이 얼굴을 붉혔다. 미친놈 아니냐며 말이다.
“그래서, 양날의 검이라 하지 않았습니까? 하지만, 충분히 승산이 있습니다. 지금 사이공 사령부는 부글부글 끓고 있으니까요.”
“부글부글 끓어요?”
“뀌년이 커져서 군사원조 사무국으로 격상된다지 않습니까?”
“헉! 그런 정보도 있습니까?”
“뀌년이 No. 2가 되는 겁니까?”
역시나 미쓰비시가 정보에는 제일 밝았다.
“그렇다니까요. 그럼 어찌 되겠습니까? 사령부에 지원했던 고급 장교들이 죄다 바보가 되는 꼴 아닙니까? 떨거지나 다름없던 뀌년 캠프장이 No.2가 되는 건데.”
“커허! 그렇군요.”
“그 분노의 화살을 그 한국 놈에게 돌려야지요. 대세의 우찬수인가 뭔가 하는 놈이 모든 문제의 근원임을 알려야지요.”
“그래요. 그렇군요!”
미쓰비시 부장의 말에 나머지 상사 부장들이 손뼉을 쳐댔다.
“때마침 사이공에 딱 좋은 사고가 생겼습니다. 그걸 이용하시죠.”
여태 불평만 하던 이토추상사의 부장이 손을 번쩍 들었다.
“사고라고요?”
“메콩강 하류에 삼각주 다들 아시죠?”
“거기가 왜요? 무슨 일이 있는데요?”
5개 상사 부장들이 또다시 머리를 모았다.
< 055 : 캠프 파이어 > 끝
ⓒ 푸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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