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How I Became a Chaebol RAW novel - Chapter (556)
나는 이렇게 재벌이 되었다 는 이렇게 재벌이 되었다-556화(556/589)
556 : 하늘을 나는 자동차
여천 대세자동차,
“여어, 삼복아!”
“아이고, 제 친구 회장님 아닙니까? 일하다 죽은 줄 알았습니다.”
“짜식, 삐졌냐?”
나는 양팔을 벌리며 삼복이에게 다가갔지만 녀석은 손을 내저으며 서운한 티를 냈다.
“회장이라면서 연말 성과 발표회에 오지도 않고, 아 진짜 직원들 보기 민망했다. 우리 대세자동차야 말로 대세그룹의 핵심 계열사라고 늘 얘기해왔는데 말이야.”
“마! 계열사는 다 중요하지. 내 몸이 열 개도 아니고, 그리고 자타공인 넘버 2가 있는데 굳이 내가 뭐하러 여기 성과발표회에 참석해?”
그러고 보니 인천제철, 풍신금속, 중공업, 조선, 우주항공, 대세실업, 대세파운드리, 대세정공 등등 온갖 군데를 돌아다녔는데 정작 자동차는 오랜만이네. 워낙 잘 하고 있으니 딱히 조언을 주고 자시고 할 것도 없었다.
“쳇! 성과급이라도 A급이었기에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본사로 달려가서 한따까리 하려고 했다니까! 우리가 뺑이를 얼마나 치는데 말이야.”
당연히 A급이지.
로열 미니가 2년 연속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고, 험비도 작년에 3만대나 파는 미친듯한 생산성을 보여주지 않았던가.
그리고 무엇보다 대세자동차 생산대수가 연 120만대를 찍은 것 하나만으로도 A급 성과급을 받을만했다. 초기 설계상 100만대 캐퍼의 공장에서 자그마치 20만대나 더 뽑았다는 건 우리 직원들이 엄청난 생산성 증대를 이뤘다는 증거였다.
“자동차 업계의 떠오르는 샛별인 대세자동차가 고작 A급에 만족해서야 되겠냐? 올해는 S급을 노려봐야지. 안 그래?”
“무슨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그래? 우린 정말 죽을힘을 다해 하고 있어. 더 이상의 숙제는 무리야.”
“너야말로 무슨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있어? 대세자동차에 한계가 어디 있냐?”
“아냐, 아냐, 진짜야. 이미 보고한 대로 로열로더 II를 올해 말 출시해야 하고, 험비를 개조한 로열익스트림도 출시할 거고, 크라이슬러 차기 L플랫폼에 대해서도 합작 건이 있고, 동남아 시티카는 인도 수출용 모델개발까지 하고 있다고. 정말 개발인력이든 생산인력이든 빡빡하게 돌아간다니까.”
“인원 더 뽑아서 팀 짜라. 기존 내연기관과는 전혀 다른 엔진 플랫폼을 만들 거니까.”
“뭐야? 뭐가 그리 거창해? 서… 설마, 하늘을 나는 자동차라도 만들겠다는 거야?”
“글쎄, 그것도 가능하겠지만 먼 미래 일이지.”
“헉! 대체 뭘 만들려는 거야. 20세기는 누가 뭐래도 내연기관의 시대야. 누가 더 연비 좋고, 출력 좋고, 내구성 뛰어난 엔진을 만드냐로 경쟁하고 있단 말이야. 새로운 플랫폼이라니 말도 안 돼!”
삼복이답지 않게 내 말에 반대부터 하고 나섰다.
녀석, 앞만 보고 따라가기도 바쁘니 멀리 볼 겨를조차 없는 거다.
“그래, 네 말대로 쫓아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독자적인 R&D 없이는 우리 절대 1등이 될 수 없어. 영원히 카피캣으로 남을 뿐이야.”
“무슨 카피캣이야. 우리 로열 시리즈 디자인이 얼마나 멋지고, 엔진도 얼마나 훌륭한데. 아는 사람은 다 알아.”
“그래, 나름 성공하긴 했지. 그렇지만, 일반 소비자들이 우리를 Big3의 범주나 벤츠, 도요타, 아우디의 반열에 두니? 솔직히 말해봐.”
“… 그건 아니지만, 세컨 티어에서는 탑이라고 자신해. 시간이 걸릴 뿐 언젠가는 우리 대세자동차도 탑 티어로 올라갈 거야.”
“시장 지배력은 미국 자동차, 엔진은 독일, 미션은 일본, 디자인은 포르쉐나 페라리 아냐? 솔직히 우리 대세는 가성비 측면에서 나름 호평을 받고 있을 뿐이야.”
나는 짐짓 대세자동차를 깎아 내렸다.
먼 미래의 비전을 생각한다면, 현재 성과에 만족해서는 절대 안 되니까 말이다.
“가성비도 훌륭한 경쟁력이야. 우린 매년 20% 이상 성장해왔어. 세계 자동차 업계에서도 전례 없던 일이라고!”
“응, 나도 자랑스러워. 그리고, 그 성과는 우리 눈을 멀게 만들겠지. 200만대 수준까진 계속해서 급성장할 테니까. 하지만, 그 이상으로 올라갈 준비를 하지 않는다면 우린 결국 멈추게 될 거야.”
결국 대량 원가 절감이나 하면서 생산량을 늘리는 데만 집중하게 될 거다.
“멈추게 된다고? 그 뒤로 쪼그라든다는 거야?”
“응. 처음엔 당황하며 덩치 키우기에 나서겠지. 그러다가 크라이슬러처럼 배고픈 공룡이 되어서 근근이 명맥만 이어가겠지. 그럼 우리 대세자동차는 영원히 1등을 할 기회를 놓치게 될 거야.”
“크라이슬러처럼 된다고?”
“크라이슬러도 한때는 세계를 주름잡던 자동차 명가야. 그런 회사도 소형자동차, 연비 개선에 대한 준비가 부족해 망할 뻔한 거 아니야. 재수 좋게 우릴 만나서 살아난 거지.”
내 말에 삼복이가 연신 눈을 깜빡거리고 침을 꿀꺽꿀꺽 삼키더니 몸까지 움찔거렸다.
쫄보 특성상 명확한 증거를 제시하면 불안감이 온몸을 지배하는 현상이라고 하겠다.
“… 그… 그래 맞아. 현실에 안주하면 기업이 망하는 거야 한순간이지. 당연히 기술 개발해야지! 그게 하늘을 나는 자동차건, 물에 뜨는 자동차든 말이야.”
“이봐, 친구야. 내가 그런 허황된 아이디어를 가져왔겠니? 내가 천재인 거 알아 몰라?”
“알지. 넌 세기의 천재지! 대한민국이 자랑하는 최고의 천재지.”
“그런 내 머리에 스치고 지나가는 아이디어가 있더란 말이지. 이름하여, 하이브리드 자동차!”
“하이브리드 자동차?”
“자, 이 그림 좀 봐봐라. 내가 내려오면서 개념을 좀 정리했다.”
내가 아는 수준에서 하이브리드 자동차에 대한 개념을 그림으로 그리고 설명을 덧붙였다.
“뭐야? 엔진에 전기모터를 연결해? 너도 알다시피, 이것저것 다 되는 제품은 이것도 안 되고 저것도 안 된다는 거 모르냐? 엔진으로 모터 배터리를 충전하는 아이디어라니… 아, 진짜!”
삼복이가 이렇게 반응할 만 하다.
원래 하이브리드 자동차에 대한 아이디어는 20세기 초기에 나왔을 만큼 오래된 아이디어거든.
나름 자동차 회사를 맡으면서 자동차 역사도 공부했을 테니 실패 사례 또한 잘 아는 거다.
초창기 하이브리드는 엔진은 발전기를 돌리고 그 전기로 모터를 구동하는 직렬구조였으니 당연히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
“마! 이건 그런 허접한 아이디어가 아니야. 병렬식 하이브리드 엔진이라고. 상황에 따라 엔진과 전기모터를 동시에 사용하거나, 둘 중 하나만 사용하는 거라니까.”
“병렬식 엔진?”
“일례로 언덕을 올라갈 땐 힘드니까, 둘 다 출력을 최대로 내고 언덕을 내려올 땐 연료 소모 없이 배터리가 충전된다니까.”
“어… 어째 말이 되는 것 같다.”
“병렬방식은 구조도 간단하니, 상대적으로 이른 시간에 양산 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을 거다. 물론, 엔진과 전기모터가 각각 구동축과 발전기에 연결되는 직병렬 하이브리드 방식도 나름 장점이 있으니 개발인력을 배정해야 해. 양쪽 기술 모두 특허도 출원하고 말이야.”
하이브리드 차량을 구매할 때 병렬식이 좋냐 직병렬 혼합식이 좋냐는 늘 논쟁거리이지 않나.
그 또한 배터리 기술처럼 서로 장단점이 있고 시장을 양분하고 있으니 죄다 선점을 해버리자.
일단 쉬운 것부터 출시해야 기술을 선도할 수 있으니 병렬식을 먼저 추천했을 뿐이다.
솔직히 나도 대략적인 구조만 그려줬을 뿐, 이게 세부 부품이 어떤 식으로 구성되어야 하는지는 알지 못하니 개발기간이 얼마나 걸릴지는 미지수였다.
“이거 개념은 아주 멋져 보이긴 한데 말이지.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 맞는 거냐?”
“날 믿어. 확실하게 맞는 방향이야. 게다가 이건 소비자들에게 대세자동차의 기술력을 각인시키는 무기가 될 거야. 연비가 리터당 20km를 넘길 테니까 말이지.”
“리터당 20km? 그… 그게 말이 돼?”
“이론적으로 충분히 가능해. 그 정도는 해내야 우리가 가성비 위주의 개도국 자동차 회사라는 이미지를 벗어던질 수 있어.”
원래 소비재는 국가의 이미지를 쫓아 가격이 결정된다. 괜히 명품이 프랑스제와 이태리제로 대변되는 이유겠나.
일제 자동차도 처음엔 저가로 시작해서 부품 내구성을 극한으로 끌어올리는 전략으로 고급화 이미지를 쌓았다.
때마침 전자산업을 위시한 엄청난 무역흑자로 G2의 반열에 오르자 덩달아 일제 자동차도 고급품 이미지를 가지기 시작했다.
대한민국도 88올림픽 이후에 국가 이미지가 개선되겠지만, 그 속도를 더 가속하려면 아예 압도적인 기술력으로 소비자를 깜짝 놀라게 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위드미의 출시에 이어 하이브리드 자동차까지 출시한다면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다.
“너무 꿈만 같은데? 정말 가능할까?”
“가능하지. 엔진, 발전기, 전기모터는 익히 우리가 잘하는 분야잖아. 그걸 혼합하는 걸 못할 리가 있겠냐? 게다가, 우리 대세 그룹에서 배터리 사업부도 만들 거다. 그러니 넌 하이브리드 엔진 개발에만 열중하면 되는 거야.”
“최근 대세실업에서 W 프로젝트니 뭐니 하면서 그룹내 인력을 엄청 끌어들이던데, 그거였구나.”
“그거와도 관련이 있지. W 프로젝트도 충전식 배터리를 쓸 테니까.”
삼복이 녀석, 내가 일일이 짚어주니까 표정이 한참 밝아졌다.
생각해보니 안될 것도 없어 보였을 것이다.
대세연구소는 물론이고 대세중공업의 발전사업부와 대세정공의 정밀기계 사업부 등등 도움을 구할 계열사들이 수두룩하니까.
배터리 개발은 아예 사업부가 따로 생긴다고 하니 더욱 안심이 되는 거다.
“해볼게. 어째 들으면 들을수록 이거 대박이라는 생각이 든다. 인력 잔뜩 투입해도 되지? 돈도 좀 써야 할 것 같은데.”
“개발비와 인력에는 제약 없어.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면, 관련 회사 인수합병까지도 오케이야.”
“그 정도까지…”
“이건 대세자동차의 미래가 될 거야.”
삼복이는 나의 단호한 말에 바짝 얼어붙었다.
“그리고 그 미래는 네 손에 달렸어. 내 머리론 이 아이디어를 내는 것까지야.”
“찬수야…”
“밥 사줄게.”
“밥 사는 걸로 퉁칠 일이냐? 미래가 걸렸다며.”
“술도 사마.”
“미친 놈… 농담이 나오냐?”
“하하하. 나가자. 머리 좀 식혀야지. 네 머리에서 김 난다.”
“그 말엔 동의할 수밖에 없네.”
삼복이가 들고 있던 내 메모지를 뺏어 녀석의 서랍에 넣어주고, 집무실을 빠져나갔다.
그 길로 퇴근해 녀석과 한참 동안 부어라 마셔라를 해댔다. 회식 내내 녀석은 각오를 다지는 모습이었다. 삼복이다운 모습이었다.
나 또한 삼복이 앞에서는 자신 있는 척 온갖 폼을 잡았지만 속내는 별다를 게 없었다.
배터리도 하이브리드도 기존의 중공업과 달리 내가 세부기술을 알지 못한다.
그쪽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라 기계 밥을 먹는 일반 소비자로서 지켜봐 온 게 전부다.
대세 파운드리도 고민 끝에 시작했지만 점점 자리를 잡아가고 있듯 배터리도 하이브리드도 한동안 고생을 해야 할 것이다.
그 고생이 무섭고 실패가 두려워 내가 아는 것만 해서는 삼복이에게 말한 대로 대세는 배고픈 공룡이 되어 버린다.
R&D에 더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더 많은 전문가를 영입해서 다가오는 미래에 대비해야 한다.
장인어른의 말대로 비전을 제시하고 자본을 투자해서 길을 만들어야 한다.
“으아아, 찬수야! 나 잘 할 수 있을까?”
“너라면 잘 할 수 있다니까!”
바야흐로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
며칠 뒤,
「대세그룹 공채 8000명 돌파, 사상 최대」
「삼일절 이후 통금 해제」
「한중수교, 한소수교 가시권으로 들어오나」
「남북한 동시 UN 가입 가능성은?」
「美정부 연일 對日 무역역조에 격한 반응」
「88올림픽 특수 국내 건설경기 초호황」
신문을 읽고 있자니 80년대는 대한민국 전역에 연신 축포가 터지는 것 같았다.
정말 다양한 이슈에 정신을 차리지 못할 정도로 사회가 급변하고 있었다.
아니, 대세가 나서니 그 속도가 더욱 빨라진 느낌이었다. 벌써 냉전 구도를 벗어나 동구권과의 교류를 시도하고 있으니 말이다.
“베인 실장, 정말 우리 그룹 공채인력이 8천명이 넘었습니까?”
“예, 회장님께서 대세실업과 대세자동차 그리고 대세조선까지 채용인원 제한을 풀어버리시는 바람에 1차 합격자인 1.5배수 인원까지 전원 합격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82년 입사자들은 완전 재수네.
1차 필기시험만 합격하면 그 뒤론 무사통과였다는 소리 아닌가.
좋네, 삼저호황을 맞이할 때면 한몫 단단히 해줄 이들이 아닌가.
“좋습니다. 여하튼, 드디어 록펠러 연구소에서 연락이 왔다면서요?”
“예, 그렇습니다. 잠재력 높은 반도체 설계회사들을 인수·합병했고, 반도체 설계를 담당하겠다며 W-프로젝트(위드미 프로젝트)에 참여 의사를 밝혀왔습니다.”
“우리의 협상조건은 다 받아들였겠지요?”
“예, 회장님. 미국 판매분에 대해서만 기기당 50센트 또는 매출액의 0.5% 중 높은 금액을 로열티로 책정했습니다.”
그래, 딱 그 정도면 미국회사와 합작한다는 느낌을 줄 수 있다.
나이크 상표에 미국 회사에 로열티까지 주는 제품이라면, 위드미는 미국제품이나 다름없는거다.
솔직히 위드미 뿐만 아니라, 차후 온갖 제품에 대해서도 대세파운드리와 시너지를 창출해낼 수 있는 회사가 될 거다.
“수고 많았습니다. 그럼, 이제 위드미 시제품이 나오면 수성이든 금양이든 OEM을 맡기기만 하면 되는 거겠군요.”
나는 기대가 무척 컸다.
김복순 이사가 이끄는 위드미 사업부에서 기안해서 올라온 디자인을 보니 더욱 그러했다.
출시 모델은 두가지.
스포츠 모델과 뷰티 모델로 나눠 소비자를 공략하는 전략이었다.
매끈하게 알루미늄 아노다이징 처리를 한 스포츠 모델과 루비 빛으로 보석 같은 느낌을 주는 뷰티 모델은 우열을 다툴 수 없을 정도로 나름의 매력이 있었다.
역시 대세실업의 디자인 팀은 여성 고객 취향을 아주 잘 반영하는 게 분명했다.
솔직히 로열 미니도 대세실업에서 영입한 디자이너가 한몫 단단히 하지 않았던가.
이건 대박 확정이었다.
“… 그것에 대해 회장님께 말씀드릴 것이 있습니다.”
“OEM 전략에 아직도 미련이 있는 겁니까?”
빌 베인답지 않게 말꼬리를 길게 늘어뜨려 다소 의아했다. 우리가 직접 하는 것보다 OEM이 현실적이라는 건 몇번이고 설명했는데 말이다.
“그게 아니라, 금양의 윤 회장이 몇 날 며칠 계속 찾아와 회장님과의 면담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설마 위드미 정보가 빠져나간 겁니까?”
“그건 아닙니다. 다만 저희가 큰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있다는 정도만 눈치챈 것 같습니다.”
“지금도 기다리고 있는 겁니까?”
“예, 그렇습니다.”
정성이네.
하긴 원래는 반도체 관련해서도 금양반도체를 좀 띄워주려고 했는데, 수성이 먼저 낚아채 버린 모양새가 되었지.
“뭐, 반도체 회동을 취소한 이력도 있으니 만나보죠. 예정에 없었긴 하지만 말입니다.”
“예, 접견실로 모시겠습니다.”
“그리 하세요.”
이제 겨우 디자인만 나왔는데, 벌써 양산업체가 달려드는 모양새였다.
대세가 하는 사업은 무조건 성공한다는 등식이 만들어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