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How I Became a Chaebol RAW novel - Chapter (560)
나는 이렇게 재벌이 되었다 는 이렇게 재벌이 되었다-560화(560/589)
560 : 자자손손 자랑거리
한 달 뒤, 영국 잉글랜드 특허법원.
“맥파젠, 영국에선 원하기만 하면 재판 참관이 가능한 겁니까?”
“원래 영국에서는 누구든 재판 참관이 가능해요. 이렇게 2층에서 내려다보는 참관을 허락받은 건 아주 이례적이지만 말이죠.”
마치 오페라 극장에서 법정 씬을 보는 것 같은 착각마저 들었다.
법원 건물 자체가 빅토리아 시대 고딕 양식이라 고풍스러운 데다, 그 시절 귀족들이 2층에서 재판을 참관했던지 1층에선 잘 보이지 않는 곳도 사각 없이 아주 편하게 지켜볼 수 있었다.
나름 고등법원이라 특허침해 배상금이 50만 파운드 이상 되는 재판만 다루는 곳이다.
소니가 우리의 특허 침해로 인해 최소 2억불 매출 감소가 발생했고, 앞으로도 막대한 손실이 예상된다며 소송을 걸었기에 엄청난 TV 카메라가 몰려들었다.
한마디로 시청률 좀 나오는 재판이었다.
피고로 나선 필 나이츠 사장은 아주 평온한 표정으로 자리에 앉아 있었고, 그에 반해 소니의 워크맨 사업부장은 다소 흥분한 표정이었다.
각 변호사들의 표정도 딱 그러했다.
“위드미는 이름만 바꿨을 뿐 워크맨의 기능과 디자인을 고스란히 베낀 제품입니다.”
“이의 있습니다. 재판장님!”
“기각합니다. 계속 말씀하세요.”
재판장은 될 수 있으면 소니의 편을 들어주려는 것이 분명했다.
“더욱이 우리 소니는 휴대용 카세트플레이어에 대한 원천기술을 가진 유일한 회사이며, 헤드 제조, 잡음 제거기술, 테이프 끼임 방지기술 등등 거의 모든 부분에서 독자적인 기술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를 무단으로 베낀 위드미 제품의 즉각적인 판매중지를 바라는 바입니다. 증거로 제품 분해 사진과 기술 보고서를 제출합니다.”
“나이크측 반론하십시오.”
소니측이 워크맨과 위드미를 분해한 사진을 크게 확대해 재판정에 제시하자 참관인들은 웅성웅성하는 반응을 보였다.
‘저게 베낀 거야? 베꼈다는 위드미 쪽이 훨씬 나아 보이는데?’
참관인들의 반응에 판사마저 고개를 갸우뚱거렸고, 소니측은 애써 그런 분위기를 무시했지만 얼굴이 달아오를 수밖에 없었다.
“지금 소니의 문제는 당사가 어떤 특허를 어떻게 침해했는지 구체적 사항이 전혀 없다는 겁니다. 우리 위드미 제품은 모든 원천기술에 대해 라이선스를 가지고 제조되었으며, 소니가 단독 특허라고 우기는 특허에 대해서도 동등수준의 제조 특허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에 대한 증거로, 워크맨 출시 이전의 실시예를 제출합니다.”
“흠, 증거는 본심에서 자세히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소니측이 이슈를 제기한 원천특허 침해에 대한 반론을 하시기 바랍니다.”
우리측에서 제출한 자료를 판사는 애써 무시했다. 대세정공에서 제작한 온갖 정밀부품과 대세실업이 판매를 대행했던 각종 가전을 살펴보면 소니측 특허는 당장 무효가 되어도 이상하지 않았다.
“그에 대해서 안드레아스 파벨씨를 증인으로 신청하는 바입니다.”
“증인 신청을 허락합니다.”
우리 측에서 파벨을 증인으로 신청하자 대번에 소니측에서는 화들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아니… 아니, 안드레아스 파벨이 여길 왜!”
“이봐요, 야스오 상무님. 파벨이 이 재판에 낄 가능성은 없다 하지 않았습니까?”
워크맨 사업부장 야스오 상무는 변호사가 다그치는 소리에 정신이 아득해졌다.
“그럴 리가 없어. 우리에게 매출의 3%를 로열티로 달라고 하는 놈인데 나이크의 증인으로 출두하다니! 나이크가… 아니, 대세가 미치지 않고서야 그런 악마 같은 돈벌레와 협상했을 리 없다고.”
소니측이 벌떡 일어나 소란을 피웠지만 이미 파벨은 당당하게 법정에 들어서고 있었고, 야스오 상무에게 비웃음을 날리며 증인석에 착석했다.
“정숙! 정숙하시오! 여긴 법정입니다!”
땅땅땅.
판사가 의사봉을 두들기고서야 겨우 소란이 가라앉았다.
“휴대용 카세트플레이어의 원천 특허권자에게 묻겠습니다. 위드미의 제조사인 대세에 원천 특허 일체에 대해 라이선스를 제공했지요?”
“물론입니다. 영구 라이선스를 제공했습니다.”
“이상입니다. 이에 라이선스 계약서를 증거로 제출합니다.”
우리측은 아주 당당하게 증거 제출을 마치고 자리로 돌아왔다. 더 진행할 것도 없었다.
“… 소니측 반대 신문 하십시오.”
“그… 그게…”
“반대 신문 필요 없습니까?”
소니측 변호사는 당황해서 어쩔 줄 몰랐다.
무슨 반대 신문을 하라는 건가?
원천 특허자가 일체의 라이선스를 줬다는데.
“아닙니다. 하겠습니다. 파벨씨에게 묻겠습니다. 소니측과 특허 협상 중인데 대세에 특허를 제공한 것은 소니를 압박하기 위해서가 아닙니까? 협상에 우위를 점하기 위한 쇼가 아니냐는 겁니다.”
결국 소니측은 파벨의 특허는 양사가 동등하게 가지고 있고, 대세가 소니의 독자적인 특허를 침해했다고 몰아갈 수 밖에 없었다.
아니, 그것도 각종 실시예를 기재한 기술보고서를 보면 패소할 게 뻔해 보이긴 했지만 말이다.
여하튼 지금 당장 TV 카메라 앞에서 반대 신문조차 없이 무력하게 패배를 시인할 수는 없었다.
“저같은 기술자가 무슨 쇼입니까? 저는 제 아이디어로 만들어낸 제품보다 수십단계는 더 높은 예술품을 만들어온 대세의 실력에 기술자로서 경외했다고나 할까요.”
파벨은 진정 감탄했다는 듯 위드미 제품 사진을 가리키며 과장된 표정을 지었다.
“뭔 헛소리야! 뭘 감탄하고 뭘 경외해!”
“정숙! 정숙하시오!”
기술자로서 감동했다는 어이없는 말을 듣자 야스오 상무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부르르 떨었다. 돈만 밝히는 놈이 무슨 기술에 경외심을 보인다고 개소리를 하다니, 당장 물잔이라도 던져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파벨은 더욱 능글능글해졌다.
“아니, 당연히 경외할 수밖에요. 소니는 내 걸 고스란히 베낀 주제에 특허 무효소송을 하며 날 거지로 만들려는데, 대세는 내 기술을 아득히 넘었음에도 예의를 갖추며 협상하는데 어찌 똑같을 수 있습니까? 돈벌레는 내가 아니고 소니요!”
“닥쳐!!!!”
“정숙! 더이상 떠들면 법정 모독죄를 적용하겠소이다.”
나는 코미디 같은 재판에 웃을 수밖에 없었다.
“우 회장님, 저 증인 아주 능구렁인데요?”
“비즈니스를 잘 아는 기술자인 건 분명하죠. 지금 전세계 TV를 통해 휴대용 카세트플레이어의 원천특허권자임을 증명하는 꼴이니 말이죠. 이제 부자 되는 건 시간문제이지 않겠습니까?”
대세의 실력에 감화를 받아 특허 라이선스를 내줬다는 개소리를 저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하다니, 참으로 대단한 작자였다.
우리와 특허 협상을 하게 된 것도, 뒷배를 서주던 물주를 압박해 자금 지원을 끊어버렸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번 소송을 기점으로 파벨은 소니로부터 한탕 거하게 돈을 뜯어낼 생각을 하는 거다.
원천기술 특허 보유자로서 말이지.
원래 돈만 밝히는 인간치고 강약약강이 아닌 자가 없다.
“양쪽 변호사 이리 나오시오.”
판사는 결국 양쪽 변호사를 불렀다.
내용까지는 들리지 않았지만 양쪽 변호사에게 법정 외 합의를 종용하는 것이 분명했다.
우리측은 담담한 표정인 반면, 소니측 변호사의 안색은 흙빛으로 변하는 걸 보니 판사조차 우리측으로 기운 느낌이 들었다.
“휴정하겠습니다. 양측이 협상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며, 재판은 2주 후에 속개하겠습니다.”
땅땅땅.
판사는 완전히 똥 씹은 표정으로 의사봉을 두드리더니, 법정을 떠났다.
화려한 법정 드라마가 펼쳐질 거라 여겼던 TV 카메라들은 어디를 잡아야 할지 갈피를 잃었다.
아무리 편집해도 재미있는 영상이 될 리가 없었다. 뉴스 진행자가 워크맨이 위드미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지만 완패했다고 한 문장으로 정리되는 수준밖에 되지 않았다.
“무슨 이따위 소송전에 2억달러 배상금을 걸고 지랄이야? 소니 미친 거야?”
“어휴, 소니는 아무런 특허도 없었던 거네.”
“결국 카피캣은 소니였네.”
“그럼 그렇지, 충전지도 없는 워크맨이 무슨 위드미에 대항해? 어림도 없지.”
참관인들도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한마디씩 쏘아붙이며 법정을 떠났다.
오히려 당당하게 법정을 나서는 필 나이츠에게 TV 카메라와 마이크가 쏟아졌다.
그걸 내려다보는 게 재판보다 훨씬 재미있었다.
“도움 고마워요, 맥파젠. 판사도 항복한 것 같고 말이죠.”
“압박을 좀 했으니 항소따윈 생각도 못 할 거예요. 그리고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법정에선 아예 소니의 소송을 기각하기로 했어요.”
“거긴 벌써 결정 난 겁니까?”
역시 세븐시스터즈.
확실한 증거를 제시하니 대번에 지루한 소송전 따윈 일거에 걷어내 버렸다.
소니로선 진흙탕 싸움으로 시간을 질질 끌고 싶었을 텐데, 절대 불가능한 일에 도전한 거다.
“그럼요, 세븐시스터즈끼리는 도울 수 있는 일은 최대한 돕는다. 정관에도 있잖아요.”
“하하, 그렇죠.”
“그리고 해당 회원은 그 도움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거 알죠?”
“정관에 있든 없든 그게 내가 제일 잘하는 겁니다.”
“하긴 CS 덕분에 북해 플랜트에서 인명피해도 없었고 말이죠.”
“그건 올림픽 유치를 도운 대가죠. 이번 소송전이 터무니없이 싱거웠지만 BP사의 도움을 받았다는 건 변함없죠. 사업상 조언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텔렉스 보내요. 직접 날아와도 되고.”
“약속하신 거예요.”
“물론이죠.”
조만간 텔렉스도 사라지게 될 것이다.
TAT-8 해저 케이블이 개통되면 국제전화가 텔렉스를 압도할 테니 말이다.
심지어 광통신으로 팩스를 보내면 되니 서류가 오가는 것도 전혀 문제없으리라.
“그보다 위드미 말이에요, 유럽에는 언제 출시하는 거예요? 좋은 건 미국에 먼저 출시하고, 우리 영국은 늘 뒷전인 거 아시나요?”
“생산량이 늘면 당연히 그다음 출시는 영국이죠. 물론, 맥파젠 당신은 그때까지 기다릴 필요가 없지만 말이죠.”
“어머, 그 말은?”
“네 맞아요. 리미디트 에디션입니다.”
나는 뷰티 모델 중에서도 황금 테두리로 악센트를 준 수제품을 내밀었다.
“우 회장님의 센스는 정말 탁월하다니까요. 요트를 선물 받았을 때부터 알아봤다고요.”
“마음에 든다니 기쁘군요.”
위드미를 이리저리 돌려보며 어린아이처럼 좋아하는 걸 보니 맥파젠 마음에 딱 드는 모양이다.
우리 위드미는 갑부에게도 통하는 제품이다.
***
법정 뒷 계단 통로,
“판사님, 이런 법이 어디 있습니까? 법정외 합의를 하라니요.”
“이봐, 스테판. 정신 차려. 아직도 모르겠나? 이대로 소니측 편을 들었다간, 자네가 변호사로 쌓은 명성은 완전히 무너질 거야. 돈에 홀려 바보 같은 의뢰를 덥석 받았다고 말이야.”
“재판관님!”
방금 전 판사와 변호사로 만난 둘이 이렇게 사적으로 만난다는 것 자체가 매우 위험한 일이었다.
그만큼 소니가 큰돈을 들여 짠 소송전인데, 판사가 발을 빼려고 하고 있었다.
“그만해. 자네도 이 일에서 손 떼. 누가 나서도 이건 소니의 패소야.”
“소니의 목적은 시간 끌기라고요. 판사님 정도라면 2, 3년은 문제없지 않습니까. 그 뒤에 패소… 아니, 협상해도 되는 겁니다.”
“그만둬. 원래 약속은 충분히 진흙탕을 만들 증거들을 대거 제시한다고 했는데, 오늘 소니가 보인 꼴이 뭐야? 특허 침해 증거는 고사하고, 원천특허도 확보하지 못했다는 사실만 드러났다고. 이런 재판을 1년 이상 끈다고? 자네, 미쳤나?”
“… 그… 그래도 이건…”
“받은 건 돌려준다고 했지? 끝이야! 다시는 연락하지 말아. 자꾸 들러붙으면 법조계에 발도 못 붙이게 만들어 줄 테니 그리 알아.”
판사가 얼굴을 들이밀자 변호사는 꼼짝하지 못했다. 연륜과 경력에서 상대가 되지 않는 그가 실력행사에 나서면, 변호사 따위를 밟는 건 일도 아니었다.
‘휴, 빌어먹을… 오히려 잘 된 거야. 잘 됐어.’
판사는 식은 땀을 닦으며 집무실로 돌아갔다.
그의 책상 위에는 오늘 아침에 도착한 편지에 더해 더 많은 편지가 쌓여 있었다.
기껏 거대 일본기업과 신생 한국 기업의 소송쯤으로 생각하고 소니측 돈을 받았는데, 영국의 귀족가문에서 대거 편지가 날아들었다.
공정한 판결을 기대한다는 아주 평이한 문장이었지만, 뉘앙스는 그게 아니었다. 소니측 손을 들어주기만 해봐라… 무슨 수를 써서라도 옷을 벗겨버리겠다는 압박이 느껴졌다.
“아냐, 아냐, 협상하라고 할게 아니라 기각 판결을 내렸어야 했어. 이거 어쩌지… 2주 후엔 무조건 기각! 기각해야 해.”
심지어 영국 왕실에서마저 편지가 날아들자 판사는 기겁을 했다.
이미 게임셋이었다.
***
영국 위드마우스 베이,
뿌우우~ 뿌우우~
“이야, 멋지네.”
물길을 알려주는 예인선이 환영의 의미로 물줄기를 양쪽으로 뿜어대고, 그 뒤에 대세통신의 광통신 케이블 포설선이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다.
거대한 해저케이블을 천천히 드리우며 항구로 들어오는 모습은 압권이었다.
“소송을 참관하러 오신 줄 알았더니, 광통신 케이블을 보러 오신 거였군요.”
“우연히 시간이 딱 맞아떨어졌는데, 이런 경사를 안보고 갈 수는 없죠.”
“세계 최고의 일 중독자다운 말씀이시네요.”
“굳이 여기까지 따라온 맥파젠 당신도 만만찮은데요?”
맥파젠은 굳이 내 일정에 동행했다.
소송 참관이 아무것도 아니라지만, 런던에서 위드마우스까지 이동하는 것만으로도 꽤 피곤한 일이다.
금수저 출신이라는 혜택이 없었다곤 할 수 없지만 사업에 대한 감각과 열정은 칭찬할 만 했다.
“와아아아아! 회장님이다!!!”
포설선의 승조원들과 대세통신 직원들이 나를 향해 손을 마구 흔들며 반가워했다.
초창기 대세해운 승조원이나, 대세건설 직원들이었다면 내게 거수경례를 했을 텐데 불과 몇년 만에 분위기도 바뀌었다.
대세는 내가 아는 21세기 대한민국에 훨씬 빠르게 다가가고 있었다.
“어서 와요! 다들 정말 고생 많았습니다.”
나는 배에서 항구로 쏟아져나오는 직원들 한 명 한 명과 악수하고 격려했다.
“고생이라니요, 영광입니다. 인류역사상 처음으로 대서양 횡단 광케이블을 까는 일에 참여한 것 아닙니까. 감사합니다.”
하긴 자자손손 자랑거리가 될 거다.
“그리 생각해주니 고맙군요. 회사도 그에 마땅한 보답을 할 겁니다. 기대하세요.”
“와아아아아!”
“자, 다들 망망대해에서 고생 많았으니 오늘 하루만큼은 화끈하게 회식하십시오.”
“회장님, 만세!!!”
특별 보너스 약속에 금일봉까지 전달하니 다들 만세를 부르며 환호했다.
회사는 직원들의 고생을 돈으로 바꿔주는 게 의무다. 대세가 그걸 가장 잘하기에 이렇게 가파르게 성장하는 거다.
여러분들, 더 높이 갑시다. 더 높이.
“곽 팀장, 광케이블 포설이 얼마나 잘 되었는지 보고를 들을 수 있겠습니까?”
나는 포설선에 탑승하고 있던 TAT-8 팀장에게 설명을 듣고자 했다. 자세한 내용은 보고서에서 확인하더라도 제일 핵심은 현장에서 보고를 받는 게 확실하다.
“물론입니다, 회장님. 지금 당장 뉴욕으로 전화도 하실 수 있습니다.”
“뭐라고요? 그게 가능합니까?”
“이 포설선엔 시험용 통신 시설이 갖춰져 있습니다. 여기 위드마이어에 통신설비를 셋업하기 전에 광케이블 포설이 제대로 되었는지 검증할 필요가 있기 때문입니다.”
멋지네. 우리 대세의 사규에 딱 맞는 일이었다.
대세의 모든 생산라인에서도 자기 불량은 자기공정에서 검출하고 해결한다.
섣불리 불량을 흘려보내 뒤 공정에서 눈덩이처럼 손실이 커지는 경우는 드물다.
당연히 책임소재를 명확히 밝히는 불량 검출에 대한 기술은 발전할 수밖에 없다.
“마침 뉴욕에 전화할 일이 있는데 한 번 걸어볼까요?”
“물론입니다. 이쪽으로 모시겠습니다.”
“우 회장님, 저도 동행해도 되죠?”
“그러셔야죠. 손님이신데.”
나는 통신실에서 수화기를 들고 직통 번호를 눌렀다. 다이얼이 아닌 버튼식도 21세기다운 것 중 하나였다.
따르릉, 따르릉.
<코리아 소사이어티, 밴 플리트입니다.>
“장군님, 저 CS입니다.”
<오, CS! 소송은 어찌되었나?>
“아주 쉽게 끝날 것 같습니다. 그보다 이 전화 뭔가 다르지 않습니까?”
<뭐가 다르지? 으흠, 통화 음질이 아주 좋군. 설마 벌써 뉴욕에 도착한 건가?>
국제전화라곤 생각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래, 동축케이블이나 위성을 통한 국제전화는 잡음은 물론 먹먹하고 답답한 소리가 일반적이지.
“뉴욕이라뇨, 영국입니다. 장군께선 인류역사상 처음으로 광통신을 통한 국제통화를 하고 계신 겁니다.”
<오오오오! CS!!! 성공했군! 축하하네! 정말 축하하네!>
전화기 너머로도 장군의 목소리가 흥분으로 떨리고 있음이 느껴졌다.
광케이블 포설은 완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