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How I Became a Chaebol RAW novel - Chapter (564)
나는 이렇게 재벌이 되었다-564화 (완결)(564/589)
564 : 영광의 시대 (본편 완결)
1984년 12월 24일, 크리스마스이브.
“와아아아아!”
“불꽃놀이 아직 멀었어?”
“급하긴. 시간 되면 어련히 하려고!”
크리스마스이브에 불꽃놀이를 보는 것은 점차 서울 시민뿐만 아니라 온 국민이 즐기는 큰 축제가 되었다.
세종, 인천, 울산, 여천 등등 대세의 굵직한 계열사들이 있는 곳에선 죄다 불꽃놀이를 하니까 말이다.
“내 친구, 찬수야~~~”
“하하하, 뭐야 마!”
노크도 없이 집무실로 빼꼼히 고개를 내미는 사람이 누군가 했더니 삼복이였다.
하긴 회장이 야근을 하고 있는데, 이렇게 보안 요원을 무사통과할 수 있는 사람은 삼복이가 유일하지.
“역시 공처… 아니 애처가답게 오늘은 퇴근이 늦을 거라고 생각했지!”
“참나, 크리스마스이브에 야근하는 것은 회장의 특권이라고. 오늘 야근하는 사람 있으면 나와보라 그래.”
나는 야근을 핑계로 페기와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가족들이 도착하면 같이 불꽃놀이를 즐기고 대세 호텔에서 푹 쉬면서 크리스마스를 맞이하는 게 어느새 연례행사가 되었다.
“그래서 내가 사모님이 도착하기 전에 마구 달려온 거 아니냐.”
“집사람에겐 사모님이라… 깍듯하네.”
“그분은 내 친구가 아니잖아. 넌 내 친구고.”
“예, 예. 친구님. 그런데 어쩐 일로 이렇게 회장 친구의 야근까지 방해하십니까. 지금 소련의 브레즈네프 서기장이 사망해서 나름 비상상황인 거 모르십니까?”
올해부터 연이어 소련 서기장 3명이 노환으로 1년마다 죽어 나간다.
그러다 85년에 40대의 고르바초프가 소련의 공산당 서기장으로 들어서게 될 테고 말이다.
지금 소련 정계와 연결고리를 잘 걸어두면, 시간이 흐름에 따라 한소관계는 정말 수교 직전까지 갈 수 있을 거다.
삼저호황이 잦아들 때쯤 우리 대한민국 경제는 어쩔 수 없이 김이 빠질 테고 그때 우리를 끌어올려 줄 구원투수가 소련의 분열이니 지금부터 작전을 잘 짜둬야 한다.
당연히 조문을 어찌할지 챙기는 중이었다.
“아아, 마! 그만 찔러! 그만!”
“뜸 들이지 말고 빨리 불어. 뭔 소식이 있기에 그리 입이 귀에 걸렸어?”
나는 장난스레 삼복이의 옆구리를 마구 찔러댔고 녀석은 펄쩍펄쩍 뛰면서도 즐거워했다.
뭔지 모르지만 대박 수주를 따낸 거다.
“마! 네가 그랬지? 제 3공장은 연 50만대 수준으로 셋업하라고?”
“그랬지. 설마…”
“그래! 우리 100만대 규모로 공장 지어도 될 것 같아. 아니, 캐나다고 디트로이트고 죄다 공장을 키워야 할 것 같아. 우리 대박났어.”
삼복이는 내 눈앞에 서류를 마구 흔들어댔다.
“뭐야? 내년 3월까지 예약 대수가 38만대?”
“완전히 미쳤어. 미국 딜러들이 모여서 크리스마스이브에 텔렉스를 보냈다는 것 만으로도 이건 대박 사건이라고.”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거야? 3월까지 38만대면, 월 13만대씩 뽑아 재껴야 한다는 거잖아.”
예약 판매 대수가 38만대면 실제 수요는 그보다 더 될 수도 있다.
아니, 그보다 연간 미국에서 팔리는 자동차 총 대수가 연간 1000만대, 분기별로 250만대쯤 되니까 시장 점유율 15%를 넘는 수치다.
빅 3의 시장점유율마저 위협하는 어마어마한 물량이라고 하겠다.
심지어 원하는 자동차 모델도 아주 다양했다.
로열 미니, 로열 프린스, 로열로더II, 로열익스트림까지 골고루 분포하고 있었다.
이거 보나 마나 로열로더II 물량은 이 물량대비 두배는 넘게 팔릴 거다.
내가 봐도 로열로더II는 정말 잘빠졌거든.
“관세에서 대박났어. 한국 자동차 시장에서 크라이슬러의 점유율이 8%를 넘었잖아.”
“넘긴 넘었지. 근데 그거야 공용 부품 매출까지 다 쳐서 그런 거 아니야.”
“그게 美정계에서 화제가 되었다는 거야. 일본은 아직도 8%를 넘지 못하는데, 한국은 약속을 1년 만에 지켰다 이거지. 그래서 우리 자동차 관세도 10%에서 5.8%로 내렸어. 캐나다나 디트로이트에서 생산되는 물량은 관세 Free고 말이야.”
“으아아아아아! 대박!!!!!”
미국이 한국에 엄청난 당근을 선사한 셈이다. 한마디로 딜러들은 내년부터 대세자동차의 관세 절감액 중 일부를 딜러 수수료로 전환해주지 않겠냐? 하는 기대감을 가지고 있는 거다.
당연히 미국 정계의 눈치를 봐야 하는 우리로선 절감액의 반 정도는 내놔야지.
그래도 그게 어딘가?
여태 캐나다 공장에서 생산되는 자동차 중에서 로열로더만 북미관세협정의 혜택으로 관세면제였는데, 그게 죄다 풀린 격이다.
낸시 만세! 밴 플리트 장군 만세!
“그게 전부가 아니야. 크라이슬러 엔터니 회장이 직접 텔렉스를 보내왔는데, 엔진을 비롯한 부품은 물론이고 엔진오일이나 타이어 같은 소모성 제품에도 관세를 낮출 거라더라. 찬수야, 우리 정말 부자될 것 같다.”
“하하하하! 새꺄, 이 좋은 날에 뭘 찡찡 짜냐.”
그럼 그렇지. 미국 정부야 일본 제품의 단가 상승으로 겪을 인플레 압박을 한국 제품으로 풀어나가려는 거다.
당연히 그래야지. 메이드 인 코리아! 쓸만하고 말고. 21세기 기술이 잔뜩 녹아든 명품이라고!
“아, 시바. 왜 좋은데 눈물이 나냐. 완전 네 말 대로다. 네가 우리 제품을 한번 써본 놈은 절대 못 벗어날 거라고 했는데, 미국 놈들도 넘어온 거야.”
“당연하지. 우리가 얼마나 뺑이 쳤는데!”
“이미 보고는 했다만 중동에서도 유럽에서도 대박 확정이다.”
“들었다. 로열미니 물량이 더 늘었다며. 그리고 중동에선 로열익스트림이 최고급 차량으로 인식되고 있고 말이지.”
“로열미니는 유럽 골목길에, 로열익스트림은 사막에 특화된 모델이잖아. 50도에도 에어컨이 빵빵하게 나오는 차는 로열익스트림 말고는 없어.”
“그래, 결제하마. 제 3공장의 캐퍼는 연 100만대로 셋업해라. 방법은 알지?”
“알지! 기호산업에서 이미 로봇을 어마어마하게 만들고 있다. 기존 베테랑들을 제 3공장으로 배치해도 전혀 문제없어.”
공장을 확장하면 제일 문제가 당장 숙련공들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것인데, 그걸 우리는 자동화로 잘도 해결해나가고 있다.
스팟 용접과 도장, 물류 이동만 자동화해도 베테랑들을 재배치할 여유가 생긴다.
“이렇게 잘 나갈 때가 진짜 위기인 거 알지? 우리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제대로 해야 한다.”
“걱정 마. 연구소는 물론이고, 대세중공업 심 이사까지 합류해서 하이브리드 엔진 개발 중이다.”
“프랑스 SMR건으로 엄청 바쁠 텐데, 심 이사를 끌어들였어?”
“거의 마무리 되었다고 끼워줘서 영광이라고 하더라. 그런 괴물 없인 프로젝트 진행이 어려우니 모른 척 해줘. 그리고 부탁하건대, 넌 배터리 사업부 좀 닦달해라. 3년 안에는 최소 kg당 에너지밀도 300Wh가 넘는 제품을 개발해 줘야 해. 그거 못하면 하이브리드는 물 건너가는 거야.”
“알았어. 에너지 밀도 300을 넘으면 오케이지?”
“400… 아니, 500 넘으면 더 좋고.”
“하하하. 알았다. 알았어.”
지게가 물건을 지고 나르는데 효율적이지만, 가볍고 튼튼해야지 무거우면 지게 자체가 부담이다.
하이브리드 자동차도 배터리 효율이 안 받쳐주면 무거운 배터리를 이고 지고 가는 꼴이다.
“그럼, 오늘은 우리 샴페인 좀 터뜨린다.”
“우리?”
“넌 아니야. 넌 가족이랑 시간 보내야지, 우린 회식 할 거다. 샴페인에 소고기!!!!”
“야이 씨, 왜 하필 오늘이야.”
“어이, 다들 들어와. 회장님께서 허락하셨다.”
“와와아아아아!”
펑! 펑! 펑!
삼복이가 집무실 문을 열어젖히니 대기실에 모여있던 뭇 사내들이 들이닥쳤다.
“38만대 수출!!!!”
“38광땡!!! 와아아아아!”
38만대를 외치며 대번에 샴페인부터 터뜨렸고 나와 삼복이 머리 위에 샴페인을 마구 뿌려댔다.
난 팔짱 낀 채로 샴페인을 맞으며 웃을 수밖에 없었다. 재벌은 간혹 샴페인으로 목욕도 하고 그러는 거 아닌가.
“자네들 상사 잘 만난 줄 알아! 회장님 금일봉 뜯어내는 거 얼마나 힘든 줄 알아?”
“이! 삼! 복! 이! 삼! 복!”
“1차 회! 2차 소고기! 3차는 뭐 되는대로! 주종은 양주까지 오케이!”
“와아아아아아!”
나는 못이기는 척 서랍에 넣어둔 비상금을 탈탈 털어 삼복이에게 건넸다.
그 돈이면 양주로 목욕을 해도 될 거다.
“오늘 하루만큼은 맘껏 즐기십시오. 여러분은 그럴 자격이 있습니다.”
“와아아아아아!”
삼복이와 직원들은 그제야 본사를 우당탕탕 빠져나갔고, 나는 대충 수건으로 몸을 닦은 다음 외투를 걸치고 밖으로 나갔다.
펑! 펑! 펑!
“와아아아아! 불꽃 놀이 시작이다.”
“찬수 씨, 여기요.”
“아빠!!!!”
“어이쿠! 우리 아들내미! 우리 딸내미!”
“어, 뭐야? 엄마! 아빠한테서 술 냄새나.”
“유진아, 어른들은 간혹 크리스마스이브에 술을 뿌린단다. 차례 지낼 때 땅에 술 뿌리는 거 봤지?”
“아, 그렇구나.”
“좋은 일이 있나 보군요, 찬수씨.”
“그럼요. 좋은 일이고 말고요.”
***
1986년 9월 20일
둥! 둥! 딱! 딱! 둥둥! 딱딱!
86 세종 아시안게임 개막행사는 거대한 북을 울리는 것으로 시작했다.
원래 역사와 좀 다른 것이 있다면 낮이 아니라 어스름이 깔릴 때 개막식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새롭게 탄생한 세종 터에 지구촌 인구의 절반이 넘는 30억 아시아인의 축제가 열렸습니다. 시청자 여러분께서는 16일간의 열전을 치를 제10회 아시안 게임의 화려한 개막식을 보고 계십니다.”
한쪽에서 TV 리포터가 떨리는 목소리로 중계를 했고, 주 경기장의 가장자리를 덮은 지붕에서는 연신 화려한 조명을 쏘아대고 있었다.
대규모 인원을 동원한 매스게임이 대부분이었던 원래 개막식과는 전혀 다르게 대한민국의 역사와 성공신화를 담은 거대한 쇼가 펼쳐졌다.
식민시대와 전쟁을 거쳐 피폐했던 대한민국의 근현대사를 희끄무레한 조명과 붉은 조명으로 멋지게 표현해 냈다. 붉은 천을 쫙 찢으며 대한독립 만세를 의미하는 군무를 출 때는 나조차 북받치는 감정을 느꼈다.
이어지는 70년대 한강의 기적을 형상화하는 퍼포먼스도 멋지긴 마찬가지였다. 펄펄 끓는 용광로, 거친 대양의 파도, 사막의 모래폭풍 등 우리 산업 역군들이 극복했던 고난을 고스란히 옮겼다.
퍼포먼스의 마무리로 세종시를 상징하는 거대한 기와집과 황금빛 빌딩이 태극 무늬로 채워지는 모습은 가히 압도적이었다.
특히 그 퍼포먼스 중간에 우리 대세해운의 북미항로 개척을 상징하듯 작은 배가 폭풍을 헤쳐가다 깃발을 꽂는 장면에선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둥! 둥! 두둥!
퍼포먼스 내내 북소리가 이끄는 온갖 종류의 아시아권 악기의 합주는 대한민국이 아시아의 문화를 융합해 나가고 있음을 의미했다.
이제 대한민국은 내가 아는 대한민국에 거의 근접했다. 이 시대 대한민국의 문화는 이미 탈아시아 수준에 도달해 있었다.
“으으흑, 우 회장님. 제 살아생전에 이런 날을 보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교육계 대부로 귀빈석에 함께 한 황 영감님이 내 손을 붙잡고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했다.
“뭐 이 정도로 그러십니까? 88 올림픽도 남았고, 이보다 더 멋진 일도 계속 있을 텐데요.”
“아닙니다. 이제 저는 여한이 없습니다. 우 회장님 옆에서 이 일을 함께 한 것이야말로 더없는 영광입니다.”
“아유, 황 학장님. 늘 젊은 피랑 같이 생활하시는데 제가 볼 때 백 살까지 문제없습니다. 연구소가 보증합니다.”
옆에서 염원철 소장도 말을 보탰다.
그도 귀빈으로 초대되었다.
아마도 박 대통령 시절 기술관료를 대표하는 뜻이지 않을까 싶었다.
국민 대통합을 모토로 하는 새 대통령, DJ다운 행보라고 할 것이다.
귀빈석의 제일 중앙에 YS를 초대한 것도 그런 의미일 것이다.
‘이런 행사를 유치하고 준비하신 분은 YS신데, 결실은 제가 따는군요.’
‘허허, 아닙니다. 여당 총재로서 유로 무로 적극 도우셨지 않습니까.’
DJ와 YS가 나누는 얘기는 귀로 굳이 듣지 않아도 잘 알 수 있었다.
역대 최저 선거비로 평화적인 정권교체를 했으며, 연 20%를 넘는 초고성장을 지속했고 지속할 대한민국이기에 두 대통령은 존경받는 대통령으로 남게 될 것이다.
어느새 화려하고 감동적인 개막식 퍼포먼스가 끝나자 스포트라이트가 VIP 단상 앞을 비췄다.
DJ가 천천히 단상으로 걸어가 당당하게 주변을 둘러 보았다.
그리곤, 한마디.
“제10회 세종아시안게임의 개회를 선언합니다.”
“와아아아아아아!”
운동장에 입장한 27개국 4839명의 선수단이 환호로 답했고, 대번에 아리랑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음악이 터져 나왔다.
펑! 펑! 펑!
끝없이 타오르는 대한민국의 열정을 상징하듯 황금빛 폭죽이 쉴 새 없이 터졌다.
***
“휴우, 힘들었네.”
“찬수 씨, 수고 많았어요.”
“많이 기다렸어요?”
“TV로 개막식 구경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어요. 너무너무 멋졌어요!”
페기는 귀빈석에 앉는 것은 부담스럽다며 아이들과 함께 경기장 근처 실내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빠아아아!!”
“우리 수진이도 많이 기다렸어?”
이제 수진이가 어리광을 피우고, 유진이 녀석은 나름 의젓한 모습이다.
“TV에 아빠 얼굴 나왔다.”
“대통령님 비출 때 잠시 스쳐 갔나 보구나.”
“아냐, 아주 크게 나왔어. 그것도 한참.”
내가 정말 그랬냐고 페기에게 표정으로 물었더니, 페기가 흐뭇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내가 무슨 연예인도 아니고 말이다.
“그래, 좋구나. 배고플테니 어디가서 뭐라도 먹자. 아빠가 맛난거 사주마.”
“아빠, 나 짜장면!”
“그래, 우리 유진이. 짜장면 먹으러 가자!”
유진이 녀석은 한결같은 면이 있었다.
이제 햄버거에 피자도 있는데 아직도 맛난 음식의 대명사는 짜장면인 모양이다.
“아빠, 난 딸기 아이스크림!”
수진이의 입맛도 한결같긴 매한가지였다.
“아이스크림은 초코지. 딸긴 맛없어.”
“아냐, 딸기가 최고야.”
애들은 별거 아닌 걸로 싸운다.
짜장면을 먹고 아이스크림으로 후식이라, 나름 단짠의 조합인가?
“뛰자 수진아. 나무 아래 자리 맡아야지.”
“우아아아, 같이 가. 오빠.”
서로 티격태격하던 아이들은 금세 금강 수변공원으로 달려갔다.
수변공원 중국집 야외 테이블에서 짜장면을 먹다가, 다 먹을 때쯤 근처 가게에서 아이스크림을 사 오면 되는 거다.
수변공원에선 누구나 그렇게 여가를 즐긴다.
철퍼덕.
“우와아아앙.”
“어, 수진아. 다쳤어?”
“우와아앙, 아파! 업어줘.”
“그래 오빠 등에 업혀.”
사실, 여기 산책로는 푹신한 우레탄이 깔려 있기에 애들이 넘어져도 전혀 다치지 않는다.
수진이가 유진이에게 부리는 꼼수이기에 우리 부부에겐 새삼스러울 것도 없었다.
유진이 녀석도 알면서 당해주는 것 같고.
이미 주변엔 또래 아이들이 즐겁게 뛰어다니고 있었다.
녀석들을 보고 있으면 대한민국이 나름 행복해졌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일단 뛰어놀 곳도 많아지고, 맛난 것도 많아진 데다, 무엇보다 다들 이 정도 여유를 즐길 만큼 살림살이가 나아졌다.
“하하, 이제 여기 수변공원도 울산 못지않군요. 어디선가 좋은 커피 냄새도 나고 말이죠.”
“당신은 언제나 한결같아요. 자신보다 주변을 살피죠. 그리고 뭔가 더 해줄게 없나 생각하죠.”
“돈 될게 뭐가 있나 살피는 거예요. 그건 기업가의 덕목이라고요, 페기.”
“어련하시겠어요.”
“어, 내 말 안 믿는 거예요?”
“그렇게 돈을 밝히는 사람이 일본 부동산 투자가 어찌되고 있는지 몇년째 묻지도 않잖아요.”
“뭐 아직 철수할 때가 아니니까…”
내가 말하고도 민망했다.
솔직히 그쪽은 관심밖이었으니 말이다.
내 머릿속은 온통 조만간 튀어나올 하이브리드 자동차로 가득 차 있다.
그게 상용화되면 일본 부동산 따위야 뭐…
“도쿄, 오사카, 나고야 골프장 위주로 10배 정도 올랐답니다. 오늘 짜장면은 내가 사는 거예요.”
“…골프장에 투자했던 겁니까?”
“밴 플리트 장군이 BR사를 동원해 골프장을 건립한 거죠. 일본은 골프장 회원권도 자산처럼 거래되는 희한한 곳이라면서 말이죠.”
장군도 꽤 비즈니스 감각이 있다니까.
골프장이라니, 듣고 보니 땅과 건물이 합쳐진 곳이니 자산 상승률이 가장 높겠군.
벌써 투자 대비 10배 상승이라니, 2년 뒤면 더욱 대단하겠다.
“잘 됐군요. 안 그래도 대규모 투자를 하려고 했는데 말입니다.”
“당신은 참 한결같네요. 언제나 제조업이에요.”
“다 같이 잘 사는 데는 제조업이 최고예요.”
“여천에도 이런 수변 공원이 탄생하겠군요. 아니, 이번엔 전주 배터리 쪽이려나요?”
이제 대세가 새로이 공장을 짓고 그 주변 택지를 개발하면, 으레 수변공원이 생긴다고 여긴다.
“양쪽 다 해도 될 것 같군요. 열심히 일한 직원들이 응당 주말에는 가족과 함께 이런 공원에서 맛난 식사와 산책을 즐겨야 하지 않겠어요?”
“역시 국부다운 발상이네요.”
“음? 국부?”
“오늘 개막식을 보니 찬수씨가 그간 참 열심히 달려왔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사람들 말대로 찬수씨는 국부라 불릴 자격이 충분해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모두가 인정하죠. 굳이 TV에서 비추지 않아도 말이죠.”
“아니… 무슨…”
과분한 칭찬에 민망해하고 있자니 페기가 살짝 뽀뽀를 했다.
“엄마, 아빠! 여기, 물고기!”
“그래, 간다!”
수변공원 가로등 불빛에 꼬인 물고기들이 첨벙첨벙 뛰는 모습이 신기했나보다.
누군가 좋고 신기한 걸 보면 나를 불러주고 그 부르는 소리에 기쁘게 화답할 수 있으면 그게 행복이지.
여기뿐 아니라, 온 나라 공원에 아이들이 엄마 아빠를 부르는 소리가 가득해야지.
가장들도 일터에서야 누구보다 열심히 일하지만 가족을 위한 에너지 정도는 남겨둘 수 있어야 하고 말이다.
그래, 이 정도 풍경이면 충분하다.
대한민국에서 이런 풍경이 대대손손 이어지도록, 이 땅의 모든 이들이 이 정도 행복은 당연한 듯 누릴 수 있도록 계속 나아갈 일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