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How I Became a Chaebol RAW novel - Chapter (565)
나는 이렇게 재벌이 되었다-565화(565/589)
565 : 외전 시베리아의 노다지(1)
세종시 금강변 대세호텔,
「1987년 제 42차 IBRD/IMF 총회」
“우리 대한민국은 1962년, 제1차 경제개발 5개년계획을 추진하고자 개발도상국 IDA 차관을 시작으로 세계은행과 인연을 맺었습니다. 그 덕분에 대한민국은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룩할 수 있었으며, 오늘날 이렇게 140여개국 대표단을 모시고 총회까지 열게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나 국가적으로나 감개무량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와아아아아!”
짝짝짝짝.
86아시안게임을 시작으로 세계 무대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우리나라는 건국 후 최대 국제회의라고 할만한 IBRD/IMF 총회를 개최하였다.
개최장소는 세종시 대세호텔.
한강 개발을 비롯하여 금강 개발마저도 거의 완료 되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뭇 건설사들이 금강변을 따라 앞다투어 리조트 단지를 건설했고 대세그룹은 규모로나 뷰로나 조경으로나 모든 분야에서 압도적인 5성급 호텔을 지었다.
언젠가부터 대한민국에서 최고급 호텔은 대세호텔이라는 공식이 생겨났으며, 큰 국제행사는 대부분 대세호텔이나 옥포 리조트에서 열렸기에 세종시에 대세호텔을 짓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한국 재무부 장관의 기조연설처럼 정말 감개무량합니다. 대한민국이 이렇게 발전하다니, 이 모든 게 우 회장님 공입니다.”
“한강의 기적은 저 혼자만의 공이 아닙니다. 한국인들의 열정과 저력 덕분에 가능한 일입니다.”
“한국에 IDA 차관을 들여오신 분이 우 회장님 아닙니까. 20년도 채 안 되는 시간에 이렇게 수혜국에서 재원 공여국으로 발전한 경우는 역사상 유례가 없는 일이지요. 물론 그 중심에는 대세그룹이 있었고 말입니다.”
올해 우리나라의 수출액은 700억불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고, 국가 전체 무역수지 흑자도 100억불을 무난히 넘길 것 같다.
물론 대세그룹의 매출이 250억불을 돌파하면서 전체 성과에 크게 기여했고 말이다.
원래 역사대비 플라자 합의가 빨랐던데다 해외건설, 섬유, 기계류 같은 기존 수출 품목에 최근 들어 조선, 자동차, 반도체, 위드미 등등 고급제품의 수출이 더해지면서 산업 구조가 다변화된 덕분이라고 하겠다.
이처럼 우리나라의 경제 규모가 커지다 보니, 올해 IBRD/IMF 총회를 기점으로 우리나라도 아프리카의 저개발국가에 재원을 공여하는 중진국 연합에 합류하게 되었다.
“대세그룹도 세계은행의 도움을 많이 받았지요. 이 기회를 빌어 부총재님께 다시 한번 감사 말씀 드립니다.”
“감사라니요, 별 말씀을 다 하십니다. 일개 지역 사무원에서 세계은행 부총재까지 오른 게 누구 덕분인데요? 제가 회장님께 감사드려야지요.”
데이비드 부총재는 내게 연신 샴페인 잔을 부딪히며 즐거워했다.
나 또한 자연스레 오래 전의 추억이 떠올랐다.
이 양반에게 빌린 3만불이 대세그룹을 이룩하는 종잣돈이 되지 않았던가.
국가적으로도 데이비드의 주선에 힘입어 빌렸던 각종 차관은 경제발전에 아주 큰 도움이 되었다.
20여 년 전 소형 용광로 하나 못 만들어 빌빌대던 대한민국이 울산 석유화학단지며 포항제철을 완공하자 세계은행 조사단은 연거푸 기적이라는 말만 쏟아냈었지.
이젠 아주 오래전의 일처럼 느껴졌다.
내년에 88올림픽까지 개최하면 개발도상국 이미지는 완전히 벗어던지게 될 것이다.
“여하튼 이번 총회부터 소련이 준회원이 될 수 있게 도와주신 것 정말 감사드립니다. 덕분에 제 사업에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서로 좋은 일인데 도와야지요. 솔직히 우 회장님께서 작년 런던 G7 서밋에서 판을 깔아주셨으니 가능한 일이 아니겠습니까? 하하하.”
내가 아니라 뀌년 5인방이 사방에서 로비를 펼친 덕분이다. 한소 경협은 뀌년 5인방에 또 한 번의 대박 기회가 될 것이라고 했더니 각자 위치에서 로비력을 최대한으로 발휘했다.
데이비드로선 소련이 IMF 및 IBRD의 준회원자격을 획득하는 걸 자신의 성과로 포장할 수 있으니 이렇게 기분 좋아하는 것이고 말이다.
“소련이 88올림픽 참여 의사를 밝힌 데다 냉전을 종식하고 세계 평화에 기여하겠다는 의사를 표현한 자체가 괄목할 만한 변화지요.”
“옳으신 말씀입니다. 88년을 기점으로 소련은 정회원이 될 것이고, 그러면 소련도 국제금융기구의 일원으로서 각종 차관과 국제 금융시스템 등등 경제개혁에 필요한 지원을 받게 될 것입니다. 정말 새 시대가 도래하는 것이지요.”
데이비드는 바야흐로 세계가 평화 분위기에 들어서고 있다며 감격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래, 맞다. 하지만 데이비드를 비롯한 여기 참석자들 대부분은 소련이 붕괴될 줄은 꿈에도 모르겠지. 아니, 전세계를 통틀어 뀌년 5인방만 알고 있다고 해도 무방하리라.
나는 소련의 붕괴라는 엄청난 기회를 최대한 이용하려고 준비 중이다.
그래서 대세그룹이 이런 값비싼 국제회의를 개최하는데 앞장선 것이다.
내겐 공짜란 없다.
“허허허, 두 분께서 무슨 얘기를 그리 화기애애하게 나누시고 계십니까?”
“하하하, 어서 오십시오. 록펠러 회장님.”
“어서 오십시오, 장인어른. 부총재님과 함께 옛날얘기 좀 하고 있었습니다.”
“허허허, 그랬군. 여하튼 간사가 부총재님을 급히 찾던데 말입니다. 기조연설이 끝나면 부총재님이 주관하는 본 회의가 있다면서 말입니다.”
“아이고, 이런 내 정신 좀 보게. 얘기가 워낙 재미있어 할 일을 잊어버렸군요. 그럼, 본 회의 끝나고 만찬 때 뵙겠습니다.”
“그러시죠. 어서 가보십시오.”
자연스레 데이비드가 자리를 떠났고, 나는 장인과 샴페인 잔을 짠하고 부딪혔다.
장인도 오랜만에 대규모 국제회의에 참석해서 그런지 상기된 표정이었다.
주변이 죄다 돈 뭉치로 보일 것이다.
“이런 자본주의의 정점이라고 할만한 총회에 소련이 참여하다니 세상 참 많이 변했군.”
“시대운이라는 것이 있긴 있는 모양입니다. 솔직히 소련의 지도자들이 연거푸 그리 쓰러질 줄 누가 알았습니까? 덕분에 소련에도 개혁개방을 부르짖는 40대의 젊은 서기장이 등장했고 말입니다.”
소련은 불과 3년 만에 공산당 서기장이 세 번이나 바뀌었다.
브레즈네프, 안드로포프, 체르넨코를 거쳐 고르바초프까지 말이다.
딱히 정변이 있었던 것이 아니고 죄다 노환으로 사망한 것이라 젊은 고르바초프가 서기장으로 선출되었을 때 인민들은 이제 서기장이 늙어 죽지는 않겠지 하는 마음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사위… 정말 이대로 소련에 투자를 늘릴 셈인가? 지금까지처럼 한소 경협 정도만 해도 시베리아 개발권이니, 오호츠크해 어업권이니 꽤 짭짤하지 않았나?”
“막상 하려니 걱정이 되시나 보군요.”
“그럴 수 밖에 없지 않나. 아무리 그래도 공산당 녀석들을 어찌 믿나? 이렇게 국제기구의 회원이 되겠다고 하다가도 입 싹 닦고 투자기업을 국영화 해버리면 우린 개털 되는 걸세.”
“입을 싹 닦을 정도로 소련의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거 아시지 않습니까. 이런 기회는 다시는 오지 않을 겁니다. 무엇보다 고르바초프 같은 지도자를 다시 만날 기회도 오지 않을 거고요.”
“… 으음… 하긴 이렇게 실험적인 개혁개방 정책을 내세우는 공산당 서기장이라니, 극도로 예외적인 지도자이긴 하지.”
장인은 고르바초프에 대해서 영 탐탁찮은 표정을 지었다. 소련의 최고 권력자 자리를 얼마나 유지할 수 있겠냐? 하는 표정이었다.
원래 급진적인 개혁 개방을 앞세우는 지도자는 모 아니면 도이지 않나.
역사에 길이 남을 영웅이 되거나, 쿠데타 세력에 쫓겨 실패한 지도자가 되거나.
물론 나야 결과를 알고 있지만 지금 당장 얘기할 필요는 없었다.
“현재 소련의 내부 사정을 최대한 잘 이용해야 합니다. 영원히 저유가가 지속될 것도 아니고, 지금처럼 어려울 때 투자하면 그리 쉽게 내치지는 못할 겁니다.”
“하긴 본인의 권력 유지에 필요해서라도 함부로 내치진 못하겠지.”
“지금으로선 그가 권력을 공고히 하도록 최대한 도와야 합니다. 물론, 세계 평화를 위해서라도 말이죠.”
“세계 평화를 위해?”
“그럼요, 아프간에서도 발을 빼고 미국과 군축협상도 할 거라면서요? 최소한 고르바초프는 나라 살림에서 뭐부터 줄여야 할 지는 안다는 뜻입니다. 그 정도 머리라면, 그때가 올 때까지는 자리를 유지할 겁니다.”
나는 그때라는 단어로 소련 패망을 상기시켰다.
“그때가 올 때까지… 그래! 내가 사위를 안 믿고 누굴 믿겠나? 투자 해야지! 당연! 투자 해야지!”
장인은 그때라는 단어를 곱씹더니 척하니 샴페인 잔을 내밀었다.
내가 몇년 안으로 소련이 패망할 거라고 했는데 아직 반신반의하는 것이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장인이 소련이 패망하지는 않더라도 시장개방은 정해진 수순이라 여긴다는 것이다.
“오, 이제 본 회의가 시작되었군요. 가시죠. 둘 다 우리를 기다린다고 목이 빠질 겁니다.”
“그러자고.”
우리는 데이비드 부총재가 자리 잡고 의제 발표와 논의를 시작하자 자리를 떠났다.
참석자들은 죄다 동시통역 헤드셋에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으니 우리끼리 논의할 시간이 된 거다.
***
대세호텔 VIP룸.
컨벤션 홀을 벗어나 VIP룸으로 접어드니 또 다른 분위기였다. 멋진 금강이 내려다보이고, 오후 햇살에 강변을 따라 울긋불긋한 단풍이 반짝이니 호사스럽기 그지없었다.
“어서 오게, CS.”
“어서 오십시오, 우 회장님.”
“많이 기다리셨습니까?”
우리가 들어서니 밴 플리트 장군과 마르케비치 한소 경협의장이 반갑게 맞이했다.
마르케비치 의장의 상기된 표정을 보니 그가 이 회의에 얼마나 큰 기대를 하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십분이 십년 같더군요. 한시바삐 좋은 소식을 가지고 귀국했으면 하고 말입니다.”
“시간이야 넉넉하지 않습니까? 저희 정부와도 차관 협의를 하신다고 들었는데, 실무회의까지 하면 한 달은 족히 걸릴 것 같은데 말입니다.”
한소 경협은 매년 그 범위와 규모가 늘어나고 있었다. 특히 시베리아 쪽의 농축산업, 어업 협력은 우리나라 물가안정에 큰 도움을 주고 있었기에 정부 쪽에서도 한소 경협은 아주 중요한 국정 과제였다.
“정부 차원의 논의야 담당자들이 알아서 잘할 것 아닙니까. 문제는 대세를 비롯한 투자자들께서 어떻게 하시냐 이겠지요.”
“장군님, 어째 체르노빌 원전에 대해서는 얘기가 잘 되었는지요?”
“음, 잘 되었네. 마르케비치 의장님이 아주 좋은 소식을 가져왔더군. DBB가 투자하는 조건으로 지분의 75%와 향후 40년간 운영권을 주겠다는군.”
내가 짐짓 마르케비치 의장의 말을 못 들은 척 체르노빌 원전부터 들이밀었더니, 웬걸 화끈한 대답이 나왔다.
“허! 그래요?”
“하하! 고르바초프 서기장께서 직접 결정한 것이니 확실합니다. 외려 서기장께서 체르노빌 원전을 돌아보시고는, 우 회장님이 아니었다면 우리 인민들에게 큰 재앙이 될 뻔했다며 크게 노하셨습니다. 소비에트 인민들 대표해 감사 말씀을 전해달라고 하셨습니다.”
그래, 우리가 전달한 안전 관련 보고서를 참고하며 체르노빌 원전을 둘러봤다면 허접한 안정성에 어이가 없었을 것이다.
“저희가 의도한 바는 아니었지만 체르노빌 원전의 위험을 미리 발견한 것은 천만다행입니다.”
“역시 대세중공업의 원전 안정성 기술은 세계 최고라니까. 우리 미국의 스리마일 원전도 대세 덕분에 큰 사고를 면하지 않았던가. 하하하.”
밴 플리트 장군도 고개를 끄덕이며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DBB의 한 축이면서도, DBB가 아닌 대세중공업의 기술력을 띄워주다니 역시 고마운 양반이다.
여하튼 이번 역사에서는 체르노빌 원전 폭발 같은 인류의 재앙은 일어나지 않았다.
막는 방법이야 아주 간단했다.
한소 경협의 의제로 SMR 프로젝트를 꾸준하게 논의하면서, 우연히 체르노빌 원전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언급하는 것만으로 충분했다.
원래 사고도 최소한의 안전조치도 없이 상업 운전 중에 원전의 안정성 테스트를 하는 어이없는 일로 일어난 일이니까 말이다.
결국 고르바초프 서기장이 집권하면서 체르노빌 원전의 안전 사찰이 시작되었고, 원자로 격납고도 없이 원전을 가동해왔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소련 내부도 발칵 뒤집어졌던 거다.
심지어 내부 감사로 몇 번이나 방사능 누출 사고가 은폐되었다는 것이 밝혀지자 당장 원전을 폐쇄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이 입을 모았다.
“결국 체르노빌 원전을 폐쇄하고 우리 DBB의 SMR을 채용하기로 결정했다는 말씀이군요.”
“예, 그렇습니다. 한국형 SMR은 여러 국가에서 안정성이 검증되었고, 건설 기간도 2년 정도라고 들었습니다. SMR을 채용하면 체르노빌의 핵연료와 발전설비도 재활용할 수도 있다고 하니, 그보다 더 좋은 솔루션이 어디 있겠습니까?”
“크흠! 기술적인 거야 내 사위에게… 아니, DBB에 맡기면 문제없겠지요. 하지만, 문제는 SMR의 규모를 어디까지 하냐이지 않겠습니까?”
장인이 마르케비치 의장의 말을 끊고 들어갔다.
위험천만한 체르노빌 원전을 SMR로 바꾸는 정책 결정은 이미 이뤄졌으니, 남은 것은 돈 문제가 아니겠냐고 말이다.
“체르노빌 원전은 총 4기로 3200MW급 발전소입니다. SMR로 치환한다고 하면 총 10기에 해당하는 건설 프로젝트이겠지요. DBB가 프랑스에서 실시했던 표준 건설비를 감안하면 100억불쯤 되지 않겠습니까?”
마르케비치 의장은 대박이라는 표정으로 손가락 열 개를 펴 보였다.
이미 소련 정부도 프랑스에서 실시했던 SMR 프로젝트에 대해서 조사를 끝낸 모양이다.
그의 표정은 벌겋게 달아 올랐다.
우리 DBB로부터 100억불이라는 어마어마한 건설투자를 유치하는 것은 물론 체르노빌 원전의 안정성 이슈를 떠넘기는 것이니 소련으로선 손해 보는 일이 아니었다.
물론 지분율을 따지면 소련도 25억불은 투자해야 하고 40년간에 걸쳐 전기세를 줘야 하지만, 그건 당장 수십억불에 달하는 투자금을 유치한다는 이점을 생각한다면 당연한 지출에 불과했다.
솔직히 체르노빌 근방에 2년간 75억불이 뿌려지면 소련 전체에 경제적 효과는 엄청나지 않나.
“뭐 그 정도야 체르노빌 프로젝트를 실시한다면 당연히 투자해야지요. 솔직히 DBB와 록펠러 재단에서 나선다면 국제투자자들도 따라서 움직일 테고 말입니다. 그런데…”
솔직히 월가를 끌어들일 필요도 없이 뀌년에서 여태 우리와 함께한 개인 투자자들만 물색해도 당장 수십억불을 투자받을 수 있다.
“그런데라니요, 우 회장님. 이건 한소 경협에서도 여러 차례 언급된 의제입니다. 게다가, 한국이 끼어서 그렇지… DBB는 엄연히 미국회사가 주축인 컨소시엄 아닙니까. 이건 특혜나 다름없는 일입니다.”
고르바초프 입장에서는 정치적 위험을 무릅쓰고 체르노빌 프로젝트를 실행하는 것이다.
DBB라는 자본주의 컨소시엄에 소련의 주요지역인 우크라이나 전역의 전력사업을 내준 것이나 다름없으니까 말이다.
“특혜라는 데 이견은 없습니다만, 이왕이면 더 큰 그림을 그려봤으면 해서입니다. 체르노빌 프로젝트를 필두로 소련에 대규모 투자를 한다면, 소련과 함께하고자 하는 우리의 진정성을 의심할 바는 없지 않냐… 하는 말씀입니다.”
나는 장인과 밴 플리트 장군에게 차례로 눈을 맞추고 마지막으로 마르케비치 의장의 눈에 초점을 고정했다.
“진정성이라니… 무슨 말씀이신지?”
마르케비치 의장은 도통 모르겠다는 의미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제가 이래 봬도 세븐시스터즈의 일원입니다. 생각해보십시오. 지금 사우디를 비롯한 OPEC이 날뛰니 국제 유가가 개판이지 않습니까. 소련도 우리 못지않은 피해자이고 말입니다.”
“호오, 그렇지요! 당연히 그렇지요.”
내 말에 마르케비치 의장이 훅하니 빠져들었다.
소련의 주요 수출품은 뭐니 뭐니 해도 천연가스다. 일부 곡물과 중공업 제품을 수출한다지만 지금의 동구권 경제구역에선 전혀 돈이 되지 않지.
소련 입장에선 저유가 경쟁으로 치킨 게임을 펼치는 사우디가 눈엣가시일 수밖에 없었다.
내게 소련이 화수분처럼 보이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