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How I Became a Chaebol RAW novel - Chapter (569)
나는 이렇게 재벌이 되었다-569화(569/589)
569 : 외전 시베리아의 노다지(5)
모스크바 외곽, 소비에트 우주센터.
“어서 오십시오. 회장님.”
“고생 많습니다. 다들 바쁜데, 어제 일정 펑크내서 미안합니다.”
나는 주영길 전무를 시작으로 연구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며 격려했다.
아무리 파견 수당을 잘 챙겨준다고 해도 가족과 떨어져 머나먼 객지에서 머문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심지어 모든 것이 통제당하는 공산국가이지 않은가.
“무슨 말씀이세요? 저희가 아무리 바빠 봐야 회장님만 하겠습니까?”
주영길 전무가 무척이나 나를 반겼다.
예전처럼 와락 포옹을 한다거나 하이파이브를 하지는 않았지만, 눈빛만큼은 여전했다.
뭔가 내게 기대하는 눈초리인데 말이다.
엔진 개발에서 내세울 만한 성과도 없을 텐데 이런 눈빛이라니, 역시 주 전무는 예상 밖의 인물이라니까.
“주 전문 한소 경협 마르케비치 의장님 아시죠? 같이 왔으니, 인공위성 로켓 공동개발 프로젝트가 어찌 되고 있는지 설명 좀 부탁합니다.”
“물론입니다. 이리로 모시겠습니다.”
주 전무는 우리를 우주센터 안으로 데려갔고, 그 앞에는 멋진 발표용 패널이 펼쳐져 있었다.
“공동개발 프로젝트는 올해로 5년째입니다. 1차 목표였던 발사대는 모든 기술 검증이 완료되어 외나로섬 한국 우주센터에 설치가 완료되었습니다. 이에 반해 엔진 개발에 있어서는 넘어야 하는 기술적 난제가 아주 많이 남아 있습니다.”
“성과가 전혀 없는 건 아니죠. 20초 연소 테스트는 통과했다고 들었는데 말입니다.”
“60초 연소 테스트는 통과해야 기초적인 엔진 설계가 완료되는 것이니, 20초 정도론 첫 단추조차 끼우지 못한 수준입니다. 면목 없습니다.”
주 전무가 허리를 90도로 굽혀 면목이 없다고 하자 마르케비치 의장의 표정이 확 달라졌다.
나야 덤덤한 표정을 지었는데 말이다.
“아니 그게 말이 됩니까? 5년간 공동 개발을 했는데, 초기 설계조차 못했다고요? 연구비로 자그마치 연간 2천만달러나 쓰고 있는데!”
마르케비치 의장답게 돈부터 따지고 들었다.
자칫 불똥이 엉뚱한데 튀면 한소 경협에 먹구름이 낄 수 있다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다음 달 회의에 100억불짜리 직접 투자를 공식화해야 하는데, 이런 불편한 소식이 불거지는 것은 그로선 걱정이 될 법한 일이었다.
소련에 투자해봐야 효과가 별로라는 인식이 생기면 아주 곤란하니 말이다.
“프로젝트 담당 니콜라이입니다. 의장님, 액체추진 로켓 엔진의 경우 고체추진에 비해 제어장치가 매우 복잡하고 정밀합니다. 게다가, 액체 산소용 극저온용 밸브와 정압기 등등 부품 개발 하나하나가 난제의 연속입니다. 시간이 더 필요합니다.”
옆에서 소련측 프로젝트 매니저인 니콜라이 박사가 말을 보태자 마르케비치 의장은 더욱 얼굴을 붉혔다.
이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따위엔 관심 없고, 조만간 해결할테니 문제될 게 없다는 입에 발린 소리를 듣고 싶었던 것인데 말이다.
눈치 없는 말에 더욱 화가 났을 것이다.
“어려우니까 그렇게 큰돈을 써가며 공동 개발을 하는 것 아닙니까! 우리 소비에트 과학자들이 코리아를 제대로 도와주고 있는 거요?”
“무… 물론이지요.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마르케비치의 닦달에 니콜라스 박사는 짐짓 당황한 표정으로 최선을 다한다고 대답했다.
핵심 기술은 절대 가르쳐주지 말라는 상부 명령을 받았을 니콜라이 박사로선 어이없는 상황이었을 것이다.
“소련측 연구원들이야 최선을 다해서 도와주시죠. 다만 로켓 기술이 국가적으로 매우 민감한 기술영역이다 보니 보안상 자유로운 소통이 어려운 것은 사실입니다.”
“국가 간의 신뢰가 쌓여야 하는 일입니다. 몇년 공동 개발하면 얻을 수 있는 기술이었다면 세상에 인공위성을 못 띄울 나라가 어디 있겠습니까?”
주 전무는 그답지 않게 풀죽은 표정으로 답했고, 나는 그의 어깨를 두드려주었다.
“송구합니다. 니콜라이 박사님 말처럼 시간을 좀 더 주신다면 반드시 인공위성을 쏘아 올리겠습니다.”
“그래야죠. 조급하게 생각 말고 꾸준히 협업체계를 유지하십시오.”
“예, 회장님.”
기회가 오면 죄다 우리나라로 영입할 테니까.
그때가 오면 주 전무는 어떤 표정을 지을까?
“그럼 어디 20초 연소실험이라도 볼 수 있습니까? 이왕 여기까지 왔는데 말이죠.”
“아… 예. 당연히 보여드려야지요. 이쪽입니다.”
주 전무는 당황했지만, 이내 내 표정을 살피더니 대번에 실험실 안으로 향했다.
이왕이면 화끈하게 엔진을 터뜨려보라고!
그래야 마르케비치 의장이 더 방방 뜰 테니까.
“귀빈들께서는 여기서 지켜보시지요.”
주 전무는 우리들을 강화유리로 둘러싸인 방으로 안내했다. 안전지대인 모양이다.
“간혹 폭발한다고 들었는데, 그 문제를 아직도 해결 못한 거로군요.”
“간혹이 아니라, 진동 임계점을 넘으면 100% 폭발합니다. 연소불안정 불량인데, 아직 원인 분석조차 못하고 있습니다. 회장님께서 살펴보신다면… 뭔가 아이디어를 주실 수 있을 것도 같습니다.”
주 전무답게 화끈하게 솔직했다.
그러면서 내게 보고서를 건네는데, 수백 페이지는 족히 될만한 양이었다.
난 전생에 플랜트쟁이였을 뿐 로켓은 근처도 가지 못했다고, 이 양반아.
“어디 한 번 봅시다. 한번 본다고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죠.”
“다들 들었죠? 회장님께서 한번 보시겠답니다. 모두 위치로!”
<위치로!!>
주 전무가 마이크를 잡고 지시를 내리자 우리 엔지니어들이 엔진 실험을 준비했다.
엔진에 각종 센서를 꽂고 연료와 액체 산소를 주입하는 모습을 보니 정말 실험 한번 하는 것 조차 어려워 보였다.
“제 24차 연소 실험을 실시합니다. 점검 바랍니다.”
<최종 점검 완료. 이상 없습니다!>
“좋습니다. 카운트다운”
<카운트다운!>
“5, 4, 3, 2, 1, 점화!”
<점화!>
콰쾅! 콰아아아아아~
주 전무가 호쾌하게 점화 명령을 내리자 순식간에 강화유리 너머로 엄청난 열기가 느껴졌다.
고작 2톤짜리 실험용 로켓 엔진임에도 불구하고 연소 노즐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력한 가스압은 어마어마했다.
각종 플로터들이 센서에서 넘어오는 데이터들을 실시간으로 찍어대느라 난리였다.
“대단하군요.”
이 엔진보다 몇십 배는 커야 인공위성을 우주로 올릴 수 있다고 생각하니 정말 어이가 없었다.
역시 액체추진 로켓은 고체추진과는 차원이 다른 물건이었다.
쿠오오오오~
<터보 펌프, 14000 RPM!>
<진동 감쇄 장치 불능! 진동계수가 임계치수를 넘어서고 있습니다.>
마이크 너머로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째 노즐 부에서 토출되는 가스의 색깔도 탁해진 것 같고, 엔진 전체가 부르르 떠는 것 같았다.
“회장님, 이게 현재까지 보여드릴 수 있는…”
“어떻게 폭발하는 지도 보고 싶군요.”
“예에?”
“임계치수를 넘으면 무조건 폭발한다면서요? 그걸 봐야 문제점을 파악하든 말든 할 것 아닙니까.”
나는 주 전무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화끈하게 터뜨려 보라니까.
내가 도와줄 수 있는 게 그거거든.
“계속 진행한다! 모두 안전 위치로 대피하라!”
<안전 위치로 대피하라!>
웨에에에엥~
비상 사이렌을 울리자 엔지니어들이 전원 우리가 있는 방으로 몰려왔다.
강화유리 밖으로 강철 셔터가 내려왔고 실험실 안쪽은 모니터로 보는 게 고작이었다.
“16000RPM, 17000, 18000!”
“모두 충격에 대비하십시오.”
콰쾅! 콰쾅!
경고를 하자마자 엔진이 폭죽처럼 터져나갔다.
“정말 불타는군요.”
액체 산소와 강력한 로켓 연료는 말 그대로 엔진을 불태워버렸다. 용광로처럼 금속이 녹아 흐르는 게 아니라, 정말 폭죽처럼 타들어 갔다.
“또다시 100만불 짜리 실험용 엔진이 사라졌습니다.”
주 전무가 털썩하는 표정으로 말했다.
“원인분석조차 못했던 이유를 알겠군요.”
로켓 엔진이 폭발하니 발화점 부근이 정말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예, 뭐하나 고쳐 쓸만한 것도 남지 않으니 처음부터 모두 다시 해야 합니다. 정말 힘든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니콜라이 박사님, 24번이나 이런 현상을 봐왔다면 조언해주실 게 있을 것 같은데 말입니다.”
내가 대뜸 니콜라이에게 질문을 던지자 그는 매우 당황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아.. 그게… 연소불안정은 워낙 케이스 바이 케이스라 원인을 특정짓기 어렵습니다. 차라리 처음부터 다시 설계해서 실험하는 것이 최선입니다.”
“성공할 때까지 시행착오를 해야 한다는 말씀입니까? 아무리 그래도, 서로 기술적 논의를 주고받으면 좀 나을 텐데요.”
“저희가 도와줄 수 있는 건 기본적인 로켓 공통 기술에 한정되어 있어서…”
니콜라이 박사를 비롯한 소련측 엔지니어들이 민망한지 눈을 맞추지 못했다.
저들도 돕고 싶은데, 정보 보안상 어쩔 수 없다는 말을 돌려서 하는 게 분명했다.
5년 정도라면 보드카 한잔하면서 서로 소통해도 되는 시기 아닌가?
어째 엔지니어들의 술자리조차 보안 요원들이 통제하는 건가? 보안 담당 책임자가 누군지 몰라도 보안 관리만큼은 확실했던 모양이다.
“아니, 니콜라이 박사! 100만불짜리 실험 엔진을 24번이나 터뜨려 먹은 게 무슨 공동 개발입니까? 그냥 방조한 것 아닙니까?”
“마르케비치 의장님, 오해십니다. 보안상 허락하는 한 최대한 협업해서 개선해가고 있습니다.”
“보안이 뭐 어쨌다는 겁니까? 한소 관계가 얼마나 우리 소비에트에 얼마나 중요한지 모릅니까? 보안 담당자 누굽니까?”
마르케비치 의장이 펄쩍펄쩍 뛰어댔다.
공동 개발이 지지부진함이 명백해지니 그는 내게 립 서비스라도 해야 했다.
누군가 입에 발린 소리라 해도 최대한 빨리 개선하겠다는 말이 나와야 하는데, 답답하기 이를 데 없었던 거다.
“제가 보안 담당 책임자입니다.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마르케비치 의장이 난리를 피워대자 누군가 척하니 나타났다.
‘응? 푸틴? 푸틴이 왜 여기 있어?’
나는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눈앞에 나타난 이는 분명 푸틴이었다.
여기 우주센터의 보안 담당이 푸틴이라고?
원래 역사에서 이때 푸틴은 동독의 정보담당이지 않나?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을 때 소련 본토로 돌아와 정치권에 본격적으로 진출했다고 들었는데 말이다.
어디서 이런 나비 효과가 생긴 거지?
아니, 나비 효과따위를 생각할 때가 아니었다.
이 기회를 어떻게 이용하냐가 훨씬 중요했다.
‘데려가자!’
지금의 푸틴은 일개 보안 담당 책임자.
그와 잠시 대한민국을 돌아본다고 해서 그의 정치적 성공 여부가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이보시오. 이 프로젝트가 얼마나 중요한 지…”
“의장님, 그만하면 되셨습니다. 반갑습니다. 나는 CS Woo라고 합니다.”
나는 마르케비치 의장을 다독거리는 동시에 푸틴에게 악수를 청했다.
“아, 예. 푸틴이라고 합니다.”
“실무자 말을 들으니 보안 규정이 아주 엄격한가 봅니다.”
“이게 국가적인 특급 기밀이다보니…”
“충분히 이해됩니다. 결국 정부끼리 어디까지 협업할지 원점에서 재검토해야겠군요.”
“크흠, 그렇게까지…”
“우 회장님, 원점에서 재검토라니요!”
“100억달러 투자에 영향을 끼치진 않을 테니 안심하십시오. 단지 융통성을 발휘하려면 실무자들에게 맡길 게 아니라 정부 차원에서 협상하는 게 빠를 것 같다는 겁니다.”
“그건… 그렇지요.”
“자자, 여기서 의견을 청취하고 갔다는 증거만 남기면 되는 일이니 기념 촬영이나 하시지요.”
내 말에 대번에 푸틴은 인상을 찌푸렸다.
“우 회장님, 송구하지만 여기 우주 센터에서는 촬영이 엄격하게 금지되어 있습니다.”
“이거 왜 이러나! 우 회장님은 서기장님께서 직접 초대하신 VIP시네! VIP를 모셔놓고 기념사진 한 장 못 찍는 게 말이 되나? 정 걱정되면 그대가 직접 사진을 찍으면 될 거 아닌가!”
마르케비치 의장이 큰 소리로 짜증을 내자 푸틴이 어디론가 턱짓을 했다.
대번에 보안 요원이 후닥닥 카메라를 가지고 달려왔다.
“여기 우주센터에 세계최초로 인공위성을 쏘아 올린 로켓이 전시되어 있다고 들었습니다. 이왕이면 거기서 기념사진을 찍었으면 하는군요.”
“거긴 특급 보안구역… 아, 가시지요.”
“주영길 전무도 같이 갑시다.”
“예, 회장님.”
푸틴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앞장섰고, 나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수십 년 전 스푸트니크호를 쏘아 올린 로켓은 21세기에도 그 원형이 그대로 쓰였다.
주 전무 정도의 천재라면 한번 힐끗 보는 것만으로도 꽤 많은 정보를 얻어낼 수 있을 거다.
***
로켓 전시실.
“오, 이게 소련의 로켓 기술이 미국보다 앞선다는 걸 증명한 그 로켓이군요.”
“그렇습니다. R-7 로켓은 인류 최초로 우주 개발의 가능성을 확인해줬다고 할 수 있습니다.”
거대한 전시실에 비스듬히 세워져 있는 R-7로켓 주변에는 온갖 사진들이 걸려 있었다.
우주센터를 방문한 공산당 수뇌부들이 이곳을 둘러보며 옛 영광을 상기하는 게 분명했다.
“자자, 사진 찍읍시다. 주 전무, 이리로.”
“제가 회장님 옆으로… 으악!”
“주 전무!”
주 전무는 내 옆으로 다가오는 척하더니 대차게 바닥에 미끄러졌다.
쿵 하는 소리와 함께 그의 머리는 로켓 엔진 하부로 쑥 하고 들어갔다.
‘회장님! 1분… 아니, 3분만!’
주 전무는 내게 다급하게 손짓을 했고, 나는 대번에 다른 이들의 시야를 가려줬다.
“으아악!”
“이런! 발목이 완전히 접질린 것 같은데, 닥터! 닥터를 불러주십시오! 어서요!”
“어이쿠, 많이 다쳤습니까?”
“의장님, 붕대… 아니, 부목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어서요.”
난 사방으로 손사래를 치며 주변을 물렸다.
그 와중에 주 전무는 눈에 불을 켜고 엔진 하부를 살피기 시작했다.
전시물답게 엔진의 일부 덮개는 제거되어 있어 내부 구조까지 살펴볼 수 있었다.
“환자 어딥니까?”
“여깁니다. 여기!”
어디선가 의료진이 달려왔고, 주 전무를 바닥에서 끌어내 들것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회장님, 봤어요. 봤어요.’
‘뭘 봤다는 겁니까?’
들것에 실려 나가는 주 전무는 내 손을 잡고 희열에 찬 표정을 지었다. 엄살 한번 떤 대가로 소련의 노하우를 발견했던 모양이다.
‘삼발이! 로켓 엔진에도 가스레인지 삼발이!가 필요했던 겁니다.’
가스레인지 삼발이?
설마 배플(노즐 격벽)을 말하는 건가?
배플은 용광로 가스버너의 연소효율을 높이기 위해 삽입하는 구조물인데… 로켓에도?
그러고 보니 배플(노즐 격벽)을 세우면 추진제가 연소될 때 노즐 간에 간섭이 줄어들긴 하겠네.
그렇게 간단한 구조물로 연소불안정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역시, 노하우는 알고 나면 아무것도 아닌 것이다.
찰칵, 찰칵.
“기념 촬영은 이쯤 하면 된 것 같습니다.”
“이런, 별거 아닌 일로 사람까지 다치고…”
“주 전무가 응급치료를 받으면, 바로 데리고 귀국하는 게 좋겠습니다.”
“예, 그러시는 게 좋겠습니다.”
나는 전시실을 빠져나가며 마르케비치 의장과 대화를 나누다 말고 푸틴을 힐끗 쳐다보았다.
“이봐요, 미스터 푸틴.”
“예, 말씀하십시오.”
“내가 귀국하는 길에 동행하지 않겠소?”
“제가요? 어떤 연유로 그러십니까?”
나의 뜬금없는 제안에 푸틴을 물론 마르케비치 의장도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아무래도 양국간 공동개발이 제대로 되려면 우리 대세가 소련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 명확히 알려주는 게 좋겠습니다. 보안 담당자가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을 정도로 말입니다.”
“크흠…”
“하하하! 아주 좋은 생각이십니다. 그럼요! 한소 경협이 어찌 돌아가는 지 본다면 보안 책임자도 융통성을 발휘하고 말고요. 서기장님께는 제가 말씀드리겠습니다.”
마르케비치 의장이 푸틴의 등을 텅텅 두드리며 나랑 한번 한국을 방문해보라고 말했다.
KGB에서 촉망받는 인재이니 이런 특별 대접을 해줘도 되는 양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