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How I Became a Chaebol RAW novel - Chapter (572)
나는 이렇게 재벌이 되었다-572화(572/589)
572 : 외전 새 시대, 새 먹거리(2)
“결국 앳킨슨 엔진에 앳킨스 방식을 쓰면 안된다니요… 아니, 그 반대로 말씀하셨습니까? 대체 무슨 뜻인지요? 제가 아직 한국말이 어려워서…”
슈미츠 팀장은 내 말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듯 연신 고개를 갸웃거렸다.
“슈미츠 팀장, 내 말은 현재 엔진의 원형을 최대한 유지하면서 앳킨스 엔진의 원리를 구현할 방법은 없냐는 뜻입니다.”
“그런 방법이…”
슈미츠는 그런 방법이 있었다면 당장 했지! 하는 표정을 지었다.
아니다. 내가 보고 온 하이브리드 엔진은 분명 그러했다. 이렇게 구동계가 복잡한 게 아니라, 엔진이 전체적으로 뚱뚱해진 정도였다.
그래, 기어 박스가 복잡해졌다고나 할까? 그 정도의 변경점이었다.
“슈미츠 팀장, 이런 복잡한 커넥션 로드로 동력을 전달한다면 결국 차량은 수만 km만 달려도 부서지고 말 겁니다. 아무리 소재를 좋은 걸 쓴다고 해도 말입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그건 그렇습니다만…”
슈미츠도 힘없이 내 말에 동의했다.
이런 복잡한 동력 전달 방식으론 절대 자동차의 엔진 내구성을 확보할 수 없다고 말이다.
달리다가 자칫 엔진 동력계통이 망가지기라도 하면 인명사고도 일으킬 수 있는 치명적인 불량이다.
“결국 기존 오토사이클 엔진에 앳킨스 방식을 접목해야만 말 그대로 하이브리드 엔진이 되는 겁니다. 배터리와 전기 모터를 같이 장착한다는 개념에서 벗어나서 말입니다.”
“앳킨슨 방식의 기본 원리는 압축 행정과 팽창 행정의 길이를 다르게 하는 것입니다. 일반 오토 사이클 엔진의 구성을 이용하는 게 원천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정말 불가능할까요? 혹시, 기어박스를 건드리면… 압축 행정과 팽창 행정에서 기어비를 달리하면 어떻게 됩니까?”
나는 말이 되는지 안 되는지 앞뒤 가리지 않고 냅다 질러보았다. 비전문가의 말이 전문가의 상상력을 자극할 때도 있으니까 말이다.
미래에서 기어박스가 뚱뚱해진 하이브리드 엔진을 보고 왔다고 말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회장님. 수천 RPM을 오르락내리락하는 엔진 동력계에서 매번 기어변경을 어찌 합니까? 설령 그런 기어변경 방식이 있다고 해도 만 km도 안돼서 기어가 깨지고 말 겁니다.”
“잠깐, 잠깐, 슈미츠 팀장… 잠시만! 잠시만!”
슈미츠가 답답하다는 듯 내 말에 토를 달았는데, 갑자기 삼복이가 옆에서 그만하라는 소리와 함께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 쥐었다.
녀석이 뭔가 골똘히 생각할 때 나오는 버릇이다.
나와 슈미츠는 잠시 삼복이를 내버려 두었다.
그랬더니 녀석이 고개를 비스듬히 올리더니 우리를 쳐다보았다.
눈을 흘겨 뜬 채로 입꼬리가 살짝 올라간 표정으로 말이다.
슈미츠와 내가 흠칫할 정도로 기괴한 모습이었다. 영화에서 미친놈이나 지을 법한 표정이었다.
“슈미츠 팀장, 압축 행정과 팽창 행정에서 기어비를 달리할 방법만 있으면 된다는 뜻이지? 그것도 아주 견고한 방식으로 말이야.”
“그.. 그렇습니다만… 세상에 그런 방법이 어디 있습니까? 매 행정 사이클마다 기어를 변속해야 하는데 말입니다.”
“왜 못해? CVT, 그러니까 연속가변변속기가 있잖아. 스쿠터에서 쓰는 변속기 말이야. 마음대로 변속하면서도 꽤 견고하잖아.”
대뜸 삼복이가 CVT를 들고 나왔다.
시중에서는 무단 변속기라고 부르는 기어변경 방식으로 스쿠터처럼 토크 출력이 그다지 크지 않는 동력계에서나 쓰는 방식이다.
우리가 스쿠터의 명가이긴 하지만, 그 방식이 하이브리드 엔진에도 적용이 되나?
“아니, 부사장님! 아무리 연속 가변변속기라도 매 행정사이클마다 변속을 어찌 합니까? 그게 가능하다면 차라리, 흡기나 배기 밸브를 제어해서 압축 팽창비를 달리하는 게… 응? 어?”
“뭡니까, 슈미츠. 뭔가 방법이 생각난 겁니까?”
“잠시만! 잠시만요!”
이번엔 슈미츠가 양손을 피면서 얼어붙었다.
삼복이와 내가 지켜볼 차례였다.
“헉! 그… 그래요! 이렇게 동력계를 바꿀게 아니라, 압축 팽창비만 바꾸는 되는 겁니다. CVT와 비슷하게 가변밸브 타이밍 기구를 만든다면… 가능할 것 같은데요?”
‘삼복아, 지금 뭐라는 거냐?’
‘나도 잘 모르겠는데? 기어대신 밸브 제어를 바꾸자는 건가?’
삼복이의 옆구리를 찔러봤지만, 삼복이도 제대로 이해하진 못한 것 같았다.
“이리 와보십시오. 이리!”
슈미츠 팀장은 우리를 어디론가 몰고 갔고, 우르르 가보니 온갖 엔진을 뜯어놓은 실험실이었다.
“여기 압축 행정을 할 때 흡기 밸브를 조금 늦게 닫으면 압축 행정에 따른 에너지 로스를 극단적으로 줄일 수 있습니다. 물론, 폭발 행정은 기존과 동일하고 말입니다.”
“압축할 때 흡기 밸브를 늦게 닫는다고요? 그럼 연료혼합기체가 그쪽으로 빠져나가잖습니까?”
“무슨 상관입니까? 그렇게 밀려 나간 혼합기체는 다음 행정 때 재활용되는데 말입니다.”
슈미츠는 완전히 분해된 엔진을 손으로 요리조리 움직이며 우리에게 설명했다.
그의 설명과 그의 손으로 움직이는 엔진을 보고 있노라니 그제야 이해가 갔다.
주사기 입구를 손가락으로 꽉 막고 피스톤을 밀면 꿈쩍도 않지만, 입구에 약간의 틈새를 만들고 피스톤을 밀면 잘 밀리는 원리와 동일했다.
흡기 밸브를 아주 짧은 시간 동안 열어둔 채 연료혼합기체를 압축하면 동력 손실을 최소화 할 수 있다는 말이었다.
즉, 앳킨슨 사이클을 구사한다고 직접 동력계를 수정하거나 기어비를 달리하는 게 아니라 흡기 밸브가 닫히고 열리는 타이밍만 조절해도 충분히 유사한 효과를 낼 수 있는 거다.
“결국 압축 로스가 줄어드니 연비는 올라간다는 뜻이군요. 현실적인 앳킨슨 사이클 엔진이라고 해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물론, 크랭크축에 걸리는 토크는 약해지겠군요.”
“찬수.. 아니, 회장님. 배기량 대비 출력이 낮아진다는 겁니까?”
“그렇지!”
삼복이도 슬슬 감이 잡히는지 제대로 된 질문을 해왔다.
“회장님, 출력 저하도 문제될 것이 없습니다. 우리에겐 전기 모터가 있지 않습니까? 출력이야 보태주면 되지요! 그럼 같은 출력에 연비는 극단적으로 개선되는 것 아닙니까!”
“오!!!!”
“와아아아아! 슈미츠! 당신은 천재야!! 천재!!!”
슈미츠의 말이 끝나자마자 삼복이가 대번에 그를 끌어안고 뽀뽀를 해댔다.
평소라면 대번에 밀쳤을 슈미츠도 좋다고 펄쩍펄쩍 뛰며 즐거워했다.
어느새 엔진의 기본 개념이 완성되었다. 결국 가변변속기 개념을 도입해 흡기 밸브를 제어하는 방식으로 하이브리드 엔진이 만들어진 것이다.
그럼 기어박스가 뚱뚱해진 것도 말이 되지!
그래! 미래의 하이브리드 엔진은 확실하게 이 방식을 썼던 거야!
나는 확신이 들었다.
“대세자동차의 모든 역량을 쏟아부어서 올겨울 디트로이트 모터쇼에 이 개념으로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출시하십시오. 할 수 있겠죠?”
“물론입니다. 이미 배터리와 전기 모터를 어찌 달아야 할지는 수백번의 DOE(실험계획법) 결과가 있으니 말입니다.”
슈미츠는 주먹을 불끈 쥐며 자신했다.
동력계만 제대로 만들어지면 문제없다는 말이었다. 엔지니어들이 상기된 표정으로 밤새워 일하는 모습이 눈에 선했다.
“이삼복 부사장!”
“예, 회장님.”
“
해야 할 일 알고 있죠?”
“물론입니다. 이 개념으로 특허 내고, 그 지분을 아주 조금 크라이슬러에게 떼어주면서 거래를 하라는 말씀이시죠?”
삼복이는 이미 입이 귀에 걸렸다.
크라이슬러를 뒷배로 세워 특허 장벽을 단단히 쳐야 한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나 또한 심장이 쿵덕거렸다.
매년 전세계 자동차 메이커의 옆구리를 툭툭 찔러서 하이브리드 엔진 생산에 따른 원천 특허비를 거둬들인다면 수천 수만대의 자동차를 파는 것이나 매한가지였다.
우리 대세자동차의 가치도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게 될 것이다.
조만간 저유가 시대는 종말을 고할 테니 말이다.
“슈미츠 팀장, 하이브리드 엔진 특허권자라고 은퇴하고 그러면 안됩니다!”
“절대 그런 일 없습니다. 저는 대세자동차에 뼈를 묻을 겁니다. 포에버 대세자동차!”
우린 핵심 특허권자에게 로열티의 일부를 준다.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본격 양산에 들어가면 슈미츠는 대번에 갑부가 될 거다.
대세그룹 내에 직무발명 로열티만으로 연봉에 준하는 돈을 받는 이라면, 심재홍 전무가 유일했는데 이제 한 명이 더 생길 것 같았다.
“하하하, 좋습니다.”
“그런데, 회장님. 아이디어는 나왔지만 실제 양산이 가능한 기구를 만들려면 신의 손이 꼭 필요합니다.”
“심재홍 전무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건가요? 요즘 우크라이나 SMR 프로젝트로 많이 바쁠 텐데.”
“문제없습니다. 심 전무가 어디에 있든 아무리 바빠도 우리 대세자동차가 콜하면 바로 귀국할 겁니다. 심지어 이동 중이라도 대세항공 기내 방송 한 번이면 대번에 낙하산이라도 타고 뛰어내릴 겁니다.”
삼복이는 걱정 말라는 듯 어깨를 으쓱거리며 심 전무를 합류시키겠다고 장담했다.
“그래요? 심 전무가 그리 적극적이라고요?”
“그럼요! 대세정공이 대세중공업으로 합병된 이후로 자동차 관련 프로젝트라면 밤잠 안자고 도운다니까요. 솔직히 SMR 건설이야 현장이든 본사든 챙기는 사람이 많지 않습니까.”
하긴 대세중공업 경영이야 단충기 상무가 도맡아 하고 있고, 심 전무야 기술분야에서 총 책임을 맡고 있으니 이슈가 있는 곳에 뛰어드는 게 맞다.
그가 이끄는 기술진들은 베테랑 중의 베테랑들이다. 그가 한번 보면 대번에 설계를 도울 테고, 양산을 도와줄 베테랑 합류도 일사천리일 거다.
“좋습니다. 대세중공업에 SMR과 하이브리드 프로젝트는 우선순위를 구별하지 말라고 하겠습니다. 필요하면 인력을 더 뽑아서라도 적극 지원하라고 이르겠습니다.”
“크아아! 역시, 회장님 통 크셔!”
삼복이가 좋단다.
녀석도 이 프로젝트가 대박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던 모양이다.
그래, 20세기를 호령할 기술이니 한번 달려보자.
“회식은 디트로이트에서 합시다.”
“예, 회장님!”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 제가 모시죠.”
삼복이는 내 등을 밀고 연구실을 빠져나갔다.
녀석, 그간 맘고생이 심했던지 나랑 소주 한잔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우리끼리 똑! 한잔 어때?’
‘좋지.’
여기 올 때랑 나갈 때랑 녀석의 표정과 안색이 확연하게 달라졌다.
여천 바다가 오늘따라 정말 아름다워 보였다. 황금빛으로 불타오르는 노을이 황홀할 지경이었다.
***
며칠 뒤 주말,
“잘 다녀오세요, 찬수씨.”
“미안해요, 원래 이번 주말엔 옥포로 같이 놀러 가기로 했는데 말이죠.”
“일이 우선이죠. 특히 당신 같은 일 중독자에겐 말이죠.”
“아하…”
“농담이에요. 농담. 여하튼, 다음 주말엔 안 돼요. 아버님 오시는 거 알죠?”
“내가 아무리 그래도 장인과의 약속을 잊어버리겠어요? 애들이랑 잘 다녀와요.”
“어서 가요. 이러다 늦겠어요.”
페기는 내 뺨에 뽀뽀를 해줬고, 나는 후다닥 청와대로 향했다.
어째 YS도 그렇고 DJ도 그렇고 늘 주말에 나를 부른다니까.
개인적으로 주말에 못 쉬는 게 조금 불편하지만, 그래도 대통령이 재계 인물을 만날 때 명분상으로나마 개인적인 만남이라고 선을 긋는 걸 보면 정계도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구나 싶었다.
***
세종시 청와대, 대통령 사저.
“어서 오세요. 우 회장님.”
“초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허허, 감사라니요. 바쁘신 분을 오라 가라 해서 미안할 따름입니다.”
“별 말씀을 다하십니다.”
“이왕 오셨으니, 그간 못했던 얘기를 한껏 나눴으면 합니다.”
“예, 경청하겠습니다.”
DJ는 날 보자마자 할 말이 많다는 뉘앙스를 풍겼다. 그러고 보니 올해 들어 DJ를 만나는 것은 6개월만인 것 같았다.
물론, 88올림픽을 전후해서는 자주 만났지만 올해부턴 아무래도 DJ도 임기 마지막 해이다 보니 정치적으로 챙겨야 할 일이 더 많았을 것이다.
쪼르륵.
“이런 날씨에는 따뜻한 홍차가 제격입니다.”
“향이 아주 좋습니다.”
정치인답게 용건을 말하기 전에 온화한 분위기부터 만들었다.
오늘따라 햇빛도 좋아서, 정원 파라솔 밑에서 나누는 홍차가 꽤 맛있었다.
“88올림픽을 포함하여 그간 여러모로 도와주신 것,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할 일을 한 것 뿐입니다. 대세그룹의 직원들도 모두 같은 마음이었을 겁니다.”
“그렇다고 하기엔 5년 내내 경제 정책에 있어서 우 회장님의 조언과 도움이 절대적이었습니다. 국무회의에서도 수차례 나왔던 얘깁니다.”
“과찬이십니다.”
“아닙니다. 아무리 3저 호황이라곤 하지만, 5년 내내 15% 이상의 경제성장률을 달성했다는 것은 절대 관치 경제의 영역이 아닙니다. 마치 미래를 예견하는 듯한 우 회장님의 조언이 적재적소에 쓰였기 때문입니다.”
“저야 기업가이니 돈 버는 일에 정보가 빠를 수밖에 없는데, 그걸 정부에서 정책에 잘 반영해주시니 시너지가 난 것입니다.”
솔직히 YS나 DJ나 대통령 후보 시절부터 나랑 잘 통하는 면이 없잖아 있었다.
DJ는 특히 내가 주도한 반도체 파운드리 사업과 광케이블 사업을 적극 지원하면서 반도체 통신 분야에서 괄목할만한 성장을 했다.
특히나 위드미로 인해 전 세계인들에게 대한민국은 신기술과 신제품 개발에 능하다는 이미지가 새겨졌기에 더욱 빛을 발했다.
“그런데 말입니다. 베를린 장벽 붕괴는 누구도 예상 못 한 일이 아닙니까. 솔직히 소련이 우리가 제공한 차관에 대해 드러누워버리면 어쩌나 하는 불안한 마음이 있습니다.”
이래서 나를 부른 건가?
내가 동구권이 소련에서 이탈할 가능성에 대해선 나름 적잖게 언급을 했는데 말이지.
물론 그 정보는 국무회의에서 조차 논의된 바가 없다. 철저하게 DJ와 나만 알기로 한 내용이었다.
“베를린 장벽 붕괴는 동구권 이탈의 시작일 뿐입니다. 다소 갑작스럽긴 합니다만, 예상 못한 일은 아닙니다. 걱정 마십시오. 대세그룹의 상업차관이든, 정부의 재정차관이든 소련이 드러눕지는 못할 겁니다.”
“그렇습니까? 올해에도 소련의 경제상황은 매우 나쁘다고 들었습니다. 경제부처의 분석에 따르면 소련의 경제는 우리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숨만 붙어 있지, 통 회복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고 하던데…”
“뭘 걱정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니 최상의 시나리오라 생각되는데 말입니다.”
“최상의 시나리오라고요? 소련은 벌써 차관 이자 상환을 2년째 미루고 있습니다. 심지어 내후년이면, 차관 원금 상환까지 도래하는데 돈 갚을 여력이 안되지 않습니까.”
“돈으로 못 갚으니 최신형 탱크나 최신형 미사일로 갚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우린 이미 소련과 경공업 중공업 할 것 없이 포괄적 경제협력 협약을 체결한 데다, MTCR 국제 협약의 초대 회원국이다.
적당한 명분만 가진다면 탱크나 자주포는 물론이고, 미사일 수입도 가능한 나라라는 거다.
솔직히 차관 상환을 명분으로 한두대만 넘겨받을 수 있다면 역설계로 국산화를 하면 되는 것 아닌가. 우리 엔지니어는 천재들이다.
“으흠? 최신형 탱… 탱크로 대신 받는다고요?”
“물론입니다. 그 정도 대가는 되어야 차관 상환과 맞바꿀 만 하지 않겠습니까.”
나는 기분 좋게 말했다.
드디어 우리가 노리던 대가가 넘어올 때니까.
“그게 가능하겠습니까? 그리 민감한 국방 기술을 유출할 바에야 소련 정부는 모라토리엄을 선언하겠지요.”
“그건 소련이 건재할 때나 가능한 일입니다. 지금 상황에서 그랬다간, 일부 동구권의 이탈 정도가 아니라 소련이 와르르 무너져 내릴 텐데 말입니다. 소련의 지도부가 그걸 바랄 리 만무합니다.”
“하아!!! 그렇군요. 그래요! 절대 모라토리엄 선언을 못하겠군요. 탱크로라도 갚으려 들겠군요.”
대번에 DJ의 표정이 밝아졌다.
다가오는 90년대의 화두 중 하나는 북방 외교다.
다시 안 올 기회이니, 소련이 이곳저곳에 흘려대는 것들을 차곡차곡 줍줍해야 하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