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How I Became a Chaebol RAW novel - Chapter (575)
나는 이렇게 재벌이 되었다-575화(575/589)
575 : 외전 새 시대, 새 먹거리(5)
“부러운 기술이라면… 그야 당연히 원자력 잠수함 기술입니다.”
“으흠? 원… 원자력 잠수함이라고요?”
내 질문이 뜬금없긴 했지만 심 전무의 대답도 뜬금없기는 매한가지였다.
원자력 잠수함이라니…
SMR 개발의 주인공답게 원자력 기술에 관련해선 죄다 섭렵하고 싶은 모양이다.
아무리 그래도 핵잠수함 기술은 국방 전략 기술 중에서도 S급에 속하는 기술이다.
소련이 내놓을 리 만무한 데다, 내놓는다고 해도 미국이 두고 볼 리가 없다.
“예! 대세 중공업이 자체적으로 군함을 건조하기 시작하면서 호위함, 연안경비함, 초계함 등등 수출 실적으로 이어지지 않았습니까. 여기에 잠수함 수출까지 더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습니다.”
경영에서 멀리 떨어져 기술 개발과 현장 이슈 해결에만 집중하는 심 전무다운 말이라고 하겠다.
우리가 군함 수출을 엄청 해대긴 했지.
동남아에 연안 경비함과 초계함을 수출하면서 사우디 해군은 물론이고, 이란 이라크전에서 대박을 터뜨렸지.
하지만 잠수함은 전혀 다른 얘기다.
기술적인 난이도는 물론이고, 정치적인 이슈를 극복할 국력이 아직은 부족하다.
심지어 이라크에 군함을 팔 때 직접 팔지도 못하고 사우디 해군을 통해 한 다리 건너서 수출을 했단 말입니다.
군함마저 그런데 핵잠수함이라니…
수출은 절대 불가하며 개발 계획만 세워도 주변국이 벌떼처럼 달려들 일이다.
뼛속까지 기술만 바라보는 심 전무.
이왕 잠수함을 개발할 바에는 디젤 잠수함 말고 핵잠수함을 목표로 개발하자는 의미인가보다.
우리가 군함을 다소 다운그레이드해서 수출했듯, 우린 핵잠수함을 보유하고 타국엔 디젤 잠수함을 수출하면 되지 않냐는 생각이리라.
“그리 생각할 수도 있지만, 잠수함 개발은 시기상조가 아닐까요? 심지어 핵잠수함이라니…”
“아닙니다. 해볼 만합니다. 우리보다 중공업이 한참 뒤진 인도조차 소련과 합작해 원자력 잠수함을 공동개발 중인 것 같습니다. 한소 경협과 SMR 프로젝트도 같이 하는 우리나라라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 아니겠습니까?”
“인도와 소련이 핵잠수함을 공동 개발… 그게 사실입니까?”
뀌년 5인방은 물론, 빌 베인조차 알지 못하는 내용이었다.
그런 일이 있다면 내가 모를 리 없다.
국제 사회를 발칵 뒤집어놓을 만큼 큰 이슈가 되는 일이다.
특히 인도는 원폭도 가진 나라인데, 핵잠수함까지 갖춘다면 인도 주변국이 가만있을 리가 없다.
“아! 물론, 공식 확인된 사항은 아닙니다. 다만, 체르노빌 원전을 SMR로 개조하는 과정에서 소련의 원자력발전부 장관과 원전안전조업감시국 국장이 논쟁하는 것을 우연히 들었습니다. 일단 본사 비서실에 진위 파악용 보고서를 제출하긴 했습니다만… 여기, 보고서입니다.”
심 전무가 어디선가 보고서를 들고 왔다.
심 전무가 체르노빌에서 귀국하자마자 직접 작성한 기밀 보고서였다.
내용을 살펴보니 우리 SMR에 소련제 부품을 일부 채용하냐 마냐하는 논쟁이 있었던 모양이다.
그 와중에 소련의 원자력발전부 장관이 인도와 공동 개발 중인 핵잠수함에도 쓰는 부품인데, 왜 한국형 SMR에는 못쓰냐고 했단다.
물론 곧바로 말실수라며 회의록에선 삭제했다고 하는데, 소련의 장관급이 없는 말을 지어낼 것 같지는 않았다.
그러고 보니 21세기 핵잠수함 보유국이라면 미국, 소련, 영국, 프랑스, 중국, 인도다.
영국이 미국의 도움으로 핵잠수함을 개발했다는 건 다들 아는 얘기고, 나머지는 모두 자체 개발에 성공한 줄 알았는데 말이다.
그러고 보니 중국이라면 몰라도… 탱크도 제대로 못 만드는 인도가 핵잠수함을 자체 개발했다고 하기엔 무리가 있네.
이때 소련의 도움으로 핵잠수함을 개발한 건가?
하긴 이때의 소련은 돈이 절실할 때이고, 인도는 원폭 개발도 그렇고 핵무장만큼은 국제사회나 미국 눈치를 전혀 보지 않았다.
“이 정보 제대로 관리하고 있겠지요?”
“물론입니다. 해당 회의 참석자 중 외국인은 제가 유일했고, 해당 보고서도 일부 본사 비서들만 보았을 것입니다.”
빌 베인이 한참 정보를 수집 중이겠군.
미국 정부에서도 극히 일부만 아는 정보일 것이다. 부시도 골치 아파할 이슈겠군.
소련의 경제 위기, 부시가 내 뒤통수를 친 대가, 미소 정상회담, 인도의 뻘짓…
어째 이거 잘만 엮으면 우리가 핵잠수함을 개발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아니, 이때를 놓치면 영영 핵잠수함을 개발할 기회가 안 올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심재홍 전무.”
“예, 회장님.”
내가 이처럼 심 전무와 독대해서 업무 보고를 들은 것도 천운이라고 하겠다.
심 전무 귀국이 늦어져 이 얘기를 조금 늦게 들었어도 일이 많이 꼬였을 것이다.
“우리가 오랫동안 묵혀뒀던 일이 빛을 볼 때가 온 것 같습니다.”
“예에? 오랫동안 묵혀… 설… 설마…”
걱정 마시라.
원폭 개발을 다시 하자는 말은 아니니까.
하지만 우리가 레이저로 우라늄을 농축하는 기술은 보유하고 있기에, 일단 핵잠수함만 만들면 운용하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는 거다.
“체르노빌 SMR 프로젝트는 어느 정도 궤도에 올랐으니 담당자에게 업무 인계하고 새 팀을 꾸미십시오. 베테랑 중의 베테랑만으로!”
“예, 알겠습니다.”
해보자!!!
말 그대로 천재일우!
지금 아니면 기회가 없다.
나는 곧바로 옥포로 향했다.
***
옥포 리조트,
“끄응… 아니, CS! 언제 와 있었나?”
나는 밴 플리트 장군이 낮잠을 즐기는 선베드 옆에서 한참을 기다렸다.
이미 서늘한 늦가을이지만, 실내 수영장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빛은 포근한 것이 낮잠을 즐기기에 딱 좋았다.
“방금 왔습니다. 아직 여독이 덜 풀리셨군요.”
장인이야 손자들과 노느라 바쁘시고, 낸시는 정치인답게 한국에 온 김에 유력인사들과 물밑접촉을 한다고 바빴다.
“허허, 자네도 내 나이 되어보면 알아. 아무리 일등석을 타고 와도 시차 적응은 힘들군.”
그러고 보니 밴 플리트 장군도 많이 변했다.
처음 봤을 때는 딱딱한 표정의 중년이었는데, 이젠 누가 봐도 푸근한 인상의 노신사가 되었다.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그래? 잘 됐군. 마침 산책 뒤에 같이 식사할 사람이 아쉬웠는데 말이지.”
밴 플리트 장군은 대번에 자리를 털고 일어나더니 리조트 정원으로 향했다.
평일에도 관광객으로 붐비는 옥포 리조트지만, 이렇게 미군 전용, 그중에서도 VIP 전용 구역은 한산할 정도라 조용히 이야기하기 딱 좋았다.
“어려운 부탁이 있습니다.”
“하하하, 동북아 제일의 대세그룹 회장이 어려워하는 부탁이라니. 정말 기대가 되는군. 어서 말해보게!”
오랜만에 부탁이라는 단어를 써서 그런지, 장군은 어린아이처럼 즐거운 표정을 지었다.
“핵잠수함을 개발하고 싶습니다.”
“… CS!!!”
흐뭇한 미소를 짓던 밴 플리트 장군이 대번에 정색했다. 당연한 반응이었다.
“소련과 공동 개발을 시도해보고자 합니다. 지금 상황에선 충분히 해볼 만 합니다.”
“무슨 소릴 하는 건가? 그래… 소련이 패망하냐 마냐 하는 기로에 서 있으니, 전략 기술을 빼 오는 거야 나도 찬성일세. 하지만, 핵잠수함은 예외야! 동북아에서 그걸 두고 볼 나라는 없어.”
“미소 양국이 승인한다면 중공이나 일본의 압력 정도야 우리 정부가 정치적으로 해결할 겁니다.”
수출 실적에 좀 타격을 받겠지만, 이미 우리나라의 수출입 시장은 매우 다양하다.
북미, 동남아, 유럽, 중동까지 죄다 우리 시장이니 중공과 일본이 딴지를 걸어도 그다지 충격이 크지 않다.
“해군력은 미국이 가장 중시하는 군사전력일세. 핵잠수함 개발은 한미동맹의 틀을 깰 수도 있는 심각한 일이야. 그냥 탱크나 자주포… 아니, 전투기 기술까지도 괜찮아. 하지만 핵잠수함을 건드려선 안돼.”
미국은 영국을 제외하고는 그 어떤 동맹에도 핵잠수함 기술을 이전해준 적이 없다.
심지어 원폭 개발에 있어선 프랑스를 은근슬쩍 도왔음에도 말이다.
“아무리 미국이라도 모든 지역 갈등을 해결할 수는 없는 게 현실이지 않습니까. 인도가 버젓이 소련과 핵잠수함을 공동개발해도 막지 못하는 이유도 그런 것 아닙니까?”
“그건 또 무슨 소린가? 인도가 뭘 개발해?”
역시 밴 플리트 장군도 전혀 모르고 있었다.
미군 수뇌부조차 모르고 있다는 뜻이었다.
아마도 부시와 CIA 정도만 알고 있겠지.
“음, 모르셨습니까? 한소 경협에서 심심찮게 들어서 장군도 아시는 줄 알았습니다.”
“이럴 수가… 당장 펜타곤에 알려… 아니지, 부시가 정보를 차단했다는 소리군. 하아…”
부시로선 지금 석유 회사들부터 살려놓고 다른 일을 처리하려는 것이 분명했다.
대규모 자금을 풀어야 하는 이때 민감한 국제 문제가 불거지면 일이 꼬일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그 자금 혜택을 받아야 하는 석유 회사 중 하나가 자기 가문 소유이지 않나.
“그 어떤 나라든 자주국방은 중요하겠지만, 대한민국은 더욱 중요합니다. 심지어 같은 자유 진영인 일본조차 7광구에서 중공을 끌어들여 우릴 위협했었습니다. 북한의 위협이야 말할 것도 없고 말입니다.”
세상천지에 주변국과 사이좋은 나라는 없다.
특히나 한때 제국주의를 내세워 침략전을 벌이고도 공식 사과조차 없는 일본을 견제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했다.
“그래서 비대칭 전력이 필요하다는 건가?”
대한민국의 현대사를 잘 알고 있는 밴 플리트 장군으로선 내심 인정하는 논리였다.
“그렇습니다. 저희가 원폭을 가지겠다는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설령 우리가 핵잠수함을 만든다고 해도 미국이 핵연료 수입을 제재하면 그냥 고철덩이에 불과합니다.”
핵잠수함을 만들어도 여전히 미국의 손아귀에서 자유롭지 않은 이유를 대니, 밴 플리트 장군의 표정도 한결 가벼워졌다.
“그렇지. 고리 원전이든 SMR이든 모든 원전의 핵연료는 미국이 통제하고 있지. 충분히 일리가 있는 말이야.”
현재 우리나라는 핵연료 재처리 시설은 가지고 있지만, 재처리 완료한 핵연료의 여분과 플루토늄은 죄다 일본으로 반출되고 있다.
즉, 표면적으론 미국이 충분히 한국의 핵연료를 통제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유사시엔 우린 우라늄을 농축해 핵잠수함을 자체 운용할 기술을 보유 중이다.
어쨌든 저쨌든 핵잠수함만 개발하면 칼자루는 우리가 쥘 수 있다는 뜻.
원폭도 개발하기까지가 어렵지 개발하고 나면 울며 겨자 먹기로 핵보유국으로 인정해주지 않나.
핵잠수함의 독자 운용도 그와 다를 바가 없다.
평소 미국의 통제하에 운용하는 척해주는 거야 뭐가 어렵겠나.
“이번에 부시의 이란 이라크 원유 수출 통제로 제가 입을 손해는 연간 수십억 달러입니다. 이참에 소련의 핵잠수함 기술을 빼오면 우리 해군에 납품하는 건 물론, 장차 디젤 잠수함 정도는 자체 개발해서 수출까지 할 수 있을 겁니다.”
21세기 대한민국을 떠올리면 당연한 일이다.
그러고 보니 원래 역사에서도 대한민국은 이때쯤 서독에서 디젤 잠수함을 도입했던 것 같다.
그걸 계기로 21세기엔 한국형 잠수함을 자체개발하는데 성공하고 수출까지 하게 된다.
이번엔 디젤 잠수함보다 핵잠수함에 먼저 손을 대다니, 나비효과 치고는 꽤 과격하군.
“그래. 그래, CS 자네의 말은 충분히 이해했네. 하지만, 미국 정계가 이 일에 찬성할 리 없네. 현실적으로 거의 가능성이 없는 일이야. 괜히 시도했다가 자네가 곤경에 처할 수 있어.”
“대한민국이 아무리 미국에 충성해도 영국처럼 핵잠수함 기술을 알려주지는 않을 것 아닙니까? 심지어 우리와 일본 간에 분쟁이 생기면 미국은 일본 편을 들 테고 말이죠.”
“휴우, CS… 그런 뜻이 아니야. 원전 개발을 해봐서 잘 알지 않나. 한미 원자력 협정상 원자력은 군사적 용도로는 절대 사용 불가능하네. 내가 국방부를 설득한다고 해도 의회가 승인해줄 리 없어.”
내 말에 밴 플리트 장군은 한숨부터 내쉬었다.
내 말이 틀리진 않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는 의미일 것이다.
“부시 대통령이 도우면 되는 일입니다. 일단 양국 정상이 새로운 협정서에 서명하고 의회에 비준을 요청하면 승인은 시간문제입니다.”
“시간문제? 설마 낸시를 믿고 그러는 건가? 낸시 혼자 비준을 해줄 순 없어.”
“의회가 재검토를 요청하며 협정서를 반려하면 대통령이 거부권만 행사하면 됩니다. 그러면 90일간의 심의 기간 후에 신(新)협정은 자연스럽게 승인되게 되어 있지 않습니까. 의회가 나서 신협정을 폐기하자고 따로 의결하지만 않는다면 말이죠.”
낸시가 나서서 의회가 신협정을 승인하게 만들수는 없어도, 신협정 폐기를 안건으로 상정하는 것은 충분히 막을 수 있다.
이왕 한미간에 원자력협정이 새로 제정되었으니 한국 정부로부터 반대급부를 얻어내는 게 국익에 부합된다는 식으로 분위기를 몰아가면 되는 거다.
그러면 자연스레 미국산 핵연료를 비롯해 원전 관련 장비와 부품 수입을 늘리는 방향으로 한국 정부를 압박하는 수준에서 일이 마무리가 될 거다.
신협정으로 원자력의 군사적 용도를 제한하는 항목을 삭제하는데 성공하면, 우린 적당한 시점에 한소 핵잠수함 공동 개발을 공식화 하면 된다.
“그런 방법이 있다니… 놀랍군.”
21세기에 대한민국 국회의 편법을 익히 보아온 나로선 아주 간단한 일이었다.
참나, 간혹 대한민국 국회 방송을 보며 혀를 찼던 게 이렇게 도움될 줄은 몰랐네.
“한소 핵잠수함 공동 개발도 초기엔 그다지 이슈가 되진 않을 겁니다. 명목상 쇄빙선용 원자력 엔진을 만드는 것으로 꾸밀 테니 말입니다.”
쇄빙선은 자칫하면 해빙에 갇혀 꼼짝달싹하지 못한다. 원자력 추진 쇄빙선이라면 에너지가 무한정이기에 고립 가능성이 현저히 떨어진다.
한소 경협에서 겨울철 상선 운항에 대해선 늘 이슈가 있었으니, 선박용 원자로 개발의 명분으로 이보다 좋은 건 없을 것이다.
선박용 원자로라 쓰고 핵잠수함 원자로라고 읽으면 되는 일이다.
“완벽하군, 완벽해! 대체 언제부터 그런 생각을 해왔던 건가?”
“오늘 오전에 번쩍하더군요. 이라크와 이란 석유를 잃은 대가로 이만한 게 없다고 말이죠.”
“하하하. 그래, 해보자고!”
“식사하러 가시죠. 장군께서 좋아하시는 흰살생선으로 준비하겠습니다.”
“아닐세. 밥은 공항에서, 아니 기내에서 먹으면 충분해. 바로 출국하겠네. 한시가 급한 일이잖나.”
“당장 출국이라니요. 여독도 안 풀리신 분께서.”
“하하, 이대로 미국으로 돌아가면 시차 적응을 할 필요가 없지. 아주 좋아.”
밴 플리트 장군은 툭하니 농담 한마디를 던지고 그 길로 귀국길에 올랐다.
나도 말릴 순 없었다.
미소 정상 회담 장소를 제주도로 바꾸는 것도 힘든데, 그 전에 한미 원자력협정까지 개정해야 하니 얼마나 바쁘겠나.
나 또한 청와대로 향했다.
미소 정상 회담 유치에 대해선 대통령 비서실을 통해 제안한 상태였지만, 핵잠수함 건은 직접 DJ를 만나야만 했다.
이번 역사에서 DJ는 레임덕에 빠질 겨를도 없었다. 이 건 역시 하루빨리 나를 특사로 지정해 소련으로 급파해야 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