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How I Became a Chaebol RAW novel - Chapter (579)
나는 이렇게 재벌이 되었다-579화(579/589)
579 : 외전 동북아의 중심(4)
“이를테면… 어서 말씀해보십시오.”
노 대통령은 마음이 급했던지 급히 되물었다.
“소프트웨어 기업을 지원하시지요. PC 통신 OS나 게임은 물론, 워드나 통계처리 같은 기업용 소프트웨어도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됩니다.”
나는 인터넷 포털 서비스, SNS, 전자상거래 등도 얘기해주고 싶었지만 아직은 시기상조였다.
온갖 소프트웨어 회사가 생겨나서 기술 경쟁과 성장을 거듭하다 보면 자연스레 도달할 곳이니 일단 시작을 하는 게 중요했다.
이럴 때 국가가 나서서 지원하면 더더욱 좋을 것이고 말이다.
“게임이라면 컴퓨터 오락 말씀입니까? 그게 국가가 지원할 사업이 될 수 있습니까?”
난 인터넷을 염두에 두고 PC 통신에 방점을 찍었는데 대통령은 게임이라는 단어가 먼저 귀에 들어왔던 모양이다.
하긴 1990년 이 시점에 국가가 게임 산업을 지원한다면 사방에서 공격이 들어오겠지.
“게임도 국가 산업이 될만합니다. 일본 게임사인 닌텐도의 연간 매출은 80억불이 넘고 일본 게임사 전체 매출은 200억불에 육박합니다.”
“200억불이라고요?”
“더욱이 소프트웨어의 특성상 그다지 투자비가 크지 않기에 이익률을 따지면 여타 제조업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지원하는데 분야를 가릴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PC 통신에 집중투자하시라니까요.
아니, 분야를 가리지 말고 융단 폭격하십시오.
중공업과 해외 건설로 제가 갖다 바치는 법인세만도 엄청나지 않습니까.
나는 하고픈 말을 속으로 삭이며 대통령의 답을 기다렸다.
“분야를 가리지 말라… 선진국들이 앞다투어 소프트웨어 회사를 지원하는 이유군요. 게임 산업도 대단하고 말입니다. 차세대 혁신기업이라는 MS의 매출도 고작 11억불이라고 하던데…”
뭐야? MS의 매출 실적을 파악하고 있어?
대통령도 이미 조사를 해봤군.
대충 감은 잡고 있었다는 얘기네.
“소프트웨어 기업, 즉 IT 기업은 최신 트렌드에 밝아야 하고 사업 전환성이 좋아야 합니다. 젊은이들이 소자본으로 창업하기에 그보다 좋은 분야가 없습니다. 국가가 지원하면 반드시 좋은 성과가 여기저기서 나타날 겁니다.”
“헌데, 소프트웨어 분야가 장차 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겠습니까? 일본 게임사야 게임기를 같이 파니 가능한 일이 아닙니까?”
역시 대충이나마 시장 조사는 한 게로군.
그래, 내수 수요만으로는 중견 회사를 넘어서기 조차 어려울 거다. 이 시대에 소프트웨어는 불법 복제가 기본이니까 말이다.
심지어 가수들의 음반도 마구잡이로 복제해서 길거리에서 팔고 있는 현실이다.
“당장은 몰라도 멀리 본다면 국가 기간산업으로 생각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기호 산업의 자동화 설비가 해외에서 호평인 이유도, 제어 프로그램이 워낙 뛰어나기 때문입니다.”
“오, 그렇습니까?”
내 설명에 대통령의 표정이 아주 밝아졌다.
노 대통령은 이미 IT 산업을 밀려고 작정했는데, 내가 거기에 맞장구를 친 느낌이었다.
“흠, 그러고 보니 테트리스 게임이라던가요? 대세실업이 해당 라이선스를 통째로 확보했다던데, 그쪽으로도 진출하시는 겁니까?”
가만히 듣고 있던 도권희 회장이 말을 보탰다.
수성의 비서실이 대세 그룹의 행보를 소상히 파악해서 보고하나 보네.
아니, 도 회장이 철저하게 대세 그룹을 관찰하고 있다는 말이 맞겠네.
그런 자잘한 것도 기억하다니 말이다.
“딱히 그럴 생각은 없습니다. 게임업계는 대세의 기업 문화에 그다지 부합하지 않습니다.”
“그럼 어째서 라이선스를… 단지 한소경협 차원에서 계약을 맺어주신 겁니까?”
아니다. 솔직히 나도 의도하진 않았다.
소비에트 과학 아카데미의 컴퓨팅 센터로 연수보낸 우리 직원이 보고서를 작성했길래, 즉각 라이선스 계약을 지시했을 뿐이다.
컴퓨터 프로그래밍에 문외한이 나도 테트리스가 얼마나 대성공한 게임인지는 아니까 말이다.
“이미 일본에서 무단으로 도용해서 사업을 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일개 소련 개발자보다 대세가 나서는 게 효과적이죠.”
“땅 짚고 헤엄치기… 허… 역시, 우 회장님.”
일본이 알아서 우리 라이선스 게임을 판매해주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 아닌가.
일본 게임사가 로열티를 내든, 로열티를 주기 싫다고 테트리스 게임을 포기하든, 어느 쪽이든 내겐 좋은 일이다.
“하하하. 역시 사업에 있어서는 우 회장님의 혜안에 감탄할 뿐입니다. 우리 청와대도 그런 능력이 있어야 하는데 말입니다!”
“과찬이십니다. 이왕 라이선스 관리를 맡았으니, 국내 게임사가 원하면 싼값에 라이선스 계약을 맺겠습니다.”
“이거 이거, 지원을 안 하려야 안 할 수 없군요. 정부 차원에서 소프트웨어 경진대회라도 만들어야겠습니다.”
대통령배 소프트웨어 경진대회라 아주 좋네.
공부는 안 하고 컴퓨터만 잡고 있냐고 엄마한테 등짝 스매싱을 당할 천재들에겐 등용문이 되겠어.
“멋진 생각이십니다. 정부에서 10년 넘게 교육용 PC 지원 사업을 해왔으니, 대통령 배 경진대회마저 개최한다면 인재 기반이 아주 늘어날 겁니다. 게임뿐만 아니라 PC 통신이나 윈도우 기반의 소프트웨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알겠습니다. 적극 검토하겠습니다.”
쨍.
노 대통령은 기분 좋게 샴페인 잔을 부딪히고는 다른 모임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돌아가는 와중에 청와대 비서진과 웃으며 얘기하는 걸 보니 나도 기분이 좋았다.
십중팔구 ‘이봐, 우리가 제대로 짚었어! 우 회장도 저리 생각하잖아!’ 하는 말을 하는 거겠지.
“우 회장님, 혹시 게임… 아니, 소프트웨어 사업이 우리 가전사의 미래입니까?”
금양의 구 회장이 상기된 표정으로 물었다.
“아뇨, 두 분께는 부수적인 일일 뿐입니다. 제가 각 사업부에 펌웨어(설비 제어프로그램) 개발팀을 두고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우리 대기업은 제조업을 기반으로 해야 합니다.”
“… 제 말이 맞지 않습니까, 구 회장님.”
“아니, 확인 차 여쭤본 겁니다. 도 회장 말을 의심해서가 아니지요.”
도 회장이 슬쩍 타박하자 구 회장이 얼굴을 붉히며 답했다.
IT 분야에서 소프트웨어 사업은 내버려 둬요.
제조업은 제조업만의 장점이 있는 거다.
“여하튼, 닌텐도의 매출이 80억불이라니 놀랍군요. 우리 위드미 연간 매출이 대략 43억불 정도지 않습니까.”
“우리가 위드미에 독자적인 음원을 끼워 팔 수 있었다면 200억불도 넘겼겠지요. 우린 아직 세계시장에 문화를 팔만한 위치가 아닙니다.”
아쉽지만 사실이다.
내가 굳이 나이크를 내세워 판매망을 구축한 이유도 그 때문이다.
나이크가 미국의 유명 브랜드로 자리 잡고 있기에, 전 세계 시장에서 위드미가 대유행을 한 거다.
“휴우, 우리가… 아니, 대한민국이 더 부자가 되어야 하는 이유군요.”
“그리 한숨 쉴 일은 아니지요. PC 통신을 비롯한 새로운 문화는 아주 큰 기회입니다. 우린 그걸 제조업으로 승화시켜야죠. 비단 컴퓨터 제조에 국한 지을 일은 아니고 말입니다.”
“아직은 그 기회의 제품이 뭔지 우 회장님 눈에도 띄지 않는 모양이군요. 위드미 같은 것 몇 개만 더 나와도 좋겠는데 말입니다.”
아니, 너무 많아서 문제지.
휴대폰, MP3, 스마트폰, 인터넷 포털 서비스, SNS, 데이터 서버, 인터넷 상거래 등등 IT 업계의 화수분은 차고 넘친다.
오히려 팀킬을 하지 않기 위해서 어느 시간대에 어떤 제품과 서비스를 출시해야 할지 고민이다.
솔직히 지금 MP3 플레이어를 내놓으면 내 손으로 위드미 시장을 박살 내는 것 아닌가?
게다가 IT 업계는 내 경험을 아득히 넘은 분야라, 과연 내가 대세의 리더로서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있다.
한편으론 투자자 입장에서 전문가를 영입하고 협력업체를 구축하는 게 더 나은 선택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다른 한편으론, 타사 투자보다 내부 투자를 통해 대세 그룹의 내실을 키운다는 나의 기본 전략에 어긋나는 일이라 썩 내키지 않기도 하고… 생각이 복잡해지는 요즘이다.
“그게 쉽게 우리 눈에 띄었다면 이미 선진국에선 대규모로 투자를 하고 있었겠지요. 기회라는 감은 오는데, 미래가 흐릿하니 외려 우리 입장에선 유리하다고 봐야지요.”
“전세계적으론 우리도 소자본이라는 말씀이군요.”
“그렇습니다. 돈 많은 선진국이든 우리든 같은 출발선이니, 설령 자동차와 자전거의 경쟁이라고 해도 이길 수 있습니다. 먼저 제대로 된 길로 튀어 나가기만 한다면 말이죠.”
“하하하! 멋진 비유십니다. 정말 회장님과의 식사시간이 기다려지는군요.”
“수성도 준비한 게 있을 테죠? 제 점심은 공짜가 절대 아닙니다.”
“물론입니다. 우 회장님 밥상에 올릴만한 메뉴를 성심껏 준비해두었습니다. 맘에 드시는 접시만 골라주시면…”
“좋군요.”
도 회장은 구 회장의 표정을 슬쩍 살피며 내 말을 받았다. 두 양반은 사적으론 친할 수는 있어도, 사업적으론 경쟁자였기에 당연한 반응이었다.
“우리 금양도 나름 아이디어가 있습니다. 제 점심 메뉴도 꽤 맛날 거라 확신합니다.”
“그럼 기대해 보겠습니다.”
두 양반들 얘기를 듣다 보면 내 전략을 다듬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뭘 준비했으려나?
하긴 뭔들 어떠리…
가장 먹음직한 메뉴에 숟가락만 얹어도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지분도 얻을 수 있을 텐데 말이다.
그보다 중요한 건 대세파운드리를 챙기는 거다.
플래시 메모리에 대해 영구 라이선스를 얻었으니 본격적으로 우리 할 일을 해야지.
***
다음날, 대세파운드리.
“어서 오십시오, 회장님.”
“오랜만에 뵙는군요, 감 전무님.”
감기동 전무는 나를 반갑게 맞이했다.
내가 온 이유를 대충 짐작하는 것 같았다.
이렇게 급히 일정을 통보하며 방문하는 경우가 그다지 흔하지 않으니 말이다.
“회장님, 즐거운 표정이신걸 보니 좋은 소식이 있으신가 봅니다.”
“맞아요. 드디어 플래시 메모리 특허권을 획득했습니다. 그것도 영구 사용 라이선스!”
“오, 영구 사용권이라고요? 이야!! 역시 우리 비서실 최곱니다.”
빌 베인이 아니고 도권희 회장이 얻어낸 결과물이다. 점심 한 끼는 같이 해줘야 할 귀한 특허권이라고 할 수 있다.
“플래시 메모리에 대해선 특허 포트폴리오 잘 설정하고 있지요?”
“물론입니다. 플래시 메모리 제조 특허는 물론, 상상할 수 있는 온갖 제품에 대해서도 특허를 출원하고 있습니다. 원천 특허권마저 확보했으니, 대세 그룹에서 관련 제품 생산을 하든 위탁 생산을 하든 전혀 문제 없을 겁니다.”
이들이 출원한 특허를 보면, MP3 플레이어의 원형이라고 할만한 특허도 존재했다.
아직은 그냥 상상만 하는 수준에 불과하겠지만, 그게 실현이 되면 위드미를 훌쩍 뛰어넘는 이득을 안겨주겠지.
이대로 가면 원 역사의 애플이 현 역사에서도 나타날지 의문이다.
오히려 나이크를 의류사업부와 전자사업부로 나눠야 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다.
“양산 시점이 문제겠지요. 플래시가 DRAM 용량을 따라가려면 얼마나 걸리겠습니까?”
지금 64Kb 플래시 메모리를 내놔봐야 양산 중인 1Mb DRAM이나 Mask롬에 비해 가격이나 용량 측면에서 경쟁이 되지 않는다.
도시바가 플래시 메모리를 내놓은 게 3년 전인데 시장에서 별 반응이 없는 이유라고 하겠다.
대세파운드리에서도 영구 사용권을 확보한 이상 제품을 빨리 내놓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고객이 만족할만한 경쟁력 있는 제품이어야 하는 것이다.
“현재 기술 개발 속도를 보면 대략 4, 5년은 족히 걸릴 것 같습니다. 양산 설비도 따로 구축해야 하고 말입니다.”
5년 뒤라, 적절한 시점이다.
95년부터 슬슬 위드미 사업을 MP3 위주로 재편하면 되는 일이다.
“시간은 충분하군요. 도시바의 후지오 박사는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예, 저희 예상대로 도시바를 퇴사하고 여행 중입니다. 아무래도 우리 스카웃 제의를 받아들일지, 도호쿠 대학교수로 갈지 고민하는 것 같습니다.”
어이없지만 세계 최초로 플래시 메모리를 개발한 후지오 박사는 도시바에서 버려졌다.
도시바의 주력사업인 DRAM 부문에서 경쟁이 점점 격해지는 상황이라 경영진에서는 총력을 다해 DRAM 기술 개발에 집중하기를 원했다. 그런 경영진의 요구를 무시한 후지오가 한직으로 발령난 것은 일견 당연했다.
하지만 속내를 살펴보면 실상은 다르다.
도시바의 경영자 입장에선 플래시 메모리에 돈을 잔뜩 썼는데 매출이 신통찮으면 가뜩이나 어려운 회사 상황을 악화시키는 것이 되고, 설령 성공한다고 해도 남의 잔치였던 거다.
오히려 성공의 크기가 크면 클수록 사내 정치는 더욱 복잡해진다.
경영자 자신의 위치를 위협하는 강력한 후보자가 등장하는 꼴이고, 자기를 따르던 이들마저 어떤 선택을 할지 모르니까 말이다.
하지만 우리 대세파운드리는 다르지.
고객과 경쟁하지 않는다는 경영 방침이라, 기술 개발에 성공해 고객의 오더를 따러 돌아다녀야 하는 입장이라 사내 정치가 그다지 힘이 없다.
그야말로 개인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기업 문화인 데다, 각 개발팀장들은 자기를 위해서라도 최대한 관련 부서와 협력해야 하는 거다.
물론, 사규에 사조직 금지라는 조항이 있고 그룹 비서실이 눈에 불을 켜고 사내 정치를 견제하고 있으니 가능한 일이라고 하겠다.
“무조건 스카웃해야 합니다. 일본 대학교수 자리와는 비교도 안될 정도의 제안을 하십시오.”
연봉과 집, 그리고 가족 지원까지 들이밀면 안될 일이 없다.
“예, 그리 하겠습니다. 헌데… 꼭 그리해야만 하는지… 궁금합니다. 이미 그의 특허에 대해선 영구 사용권을 확보한 것이 아닙니까?”
“감 전무님, 혹시 천금매골이라는 고사성어를 들어보셨습니까?”
“천금매골… 천금으로… 뼈를 산다! 아 천리마에 얽힌 고사성어군요.”
“그렇습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인재. 90년대는 급변하는 기술시대죠. 국내외를 막론하고 온갖 인재를 모아야 합니다.”
천리마를 원하던 왕이 있었다.
천금(千金)을 내걸고 전국 방방곡곡으로 신하들을 파견했지만, 단 한 마리도 구할 수가 없었다.
그러던 차에 신하 중 한 명이 마침내 천리마를 구했다기에 급히 달려가 보니, 어이없게도 말의 뼈를 사 온 것이다.
왕은 죽은 말뼈를 사는데 천금이나 줬다며 화를 냈지만, 신하는 ‘천리마의 뼈조차 천금을 주고 샀는데, 살아있는 천리마는 얼마나 귀한 대접을 하겠습니까? 팔겠다는 사람이 구름처럼 몰려들 겁니다.’라며 당당했다고 한다.
신하 말대로 그 소문은 삽시간에 대륙 전체로 퍼졌고 천리마를 팔겠다는 이들이 줄을 이었다.
왕이 자신의 천리마를 뺏지 않고 제대로 값을 치러줄 거라는 확신이 생긴 거다.
회사도 마찬가지.
회사가 개발자의 기술만 빼먹는 게 아니라 제대로 된 보상을 해준다는 믿음을 줘야, 인재들이 스스로 몰려드는 것이다.
“예! 반드시 데려오겠습니다! 반드시!”
“꼭 성공하십시오.”
새로이 펼쳐지는 IT 시대, 내가 어떤 것을 할지는 몰라도 확실한 것은 한가지 있다.
인재가 필요하다는 것!
그것도 S급으로 최대한 많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