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How I Became a Chaebol RAW novel - Chapter (585)
나는 이렇게 재벌이 되었다-585화(585/589)
585 : 외전 무너지는 장벽(5)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세바스토폴 군항 근처,
옛소련 흑해함대의 모항으로 바다로 진출하고자 하는 소련의 욕망이 고스란히 투영된 곳이다.
좁은 수로에 군항과 조선소가 밀집된 광경이 나 같은 중공업쟁이의 눈에는 참으로 아름다웠다.
“여깁니다. 우 회장님.”
“마르케비치 의장님!”
군항 입구에 도착하자마자 마르케비치 의장이 나를 맞이했다.
마르케비치는 여전히 의장이었다.
옛소련 시절에는 한소경협 의장이었지만, 지금은 State Duma라 불리는 러시아 하원의 의장이 되었으니 말이다.
러시아 정계의 특성상 옐친 대통령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순 없겠지만, 명목상 법률 제정, 예산 승인, 총리 임명 승인권을 가진 막강한 권력 기관의 수장인 것이다.
마르케비치에게 한소경협으로 다져진 막강한 재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국가가 혼란스러울수록 돈이 힘을 발휘하는 건 당연한 일이 아니겠나.
잘 했어요, 마르케비치!
“태평양 함대 건은 정말 미안하게 됐습니다. 그냥 덮기엔 파장이 너무 커져 버려서 말입니다.”
“저도 무척 아쉬웠습니다. 다시 반복돼서는 안 되겠지요.”
나는 짐짓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여기 흑해 함대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면 나도 정말 방법이 없다.
옛소련의 항모가 널려있는 것도 아니고, 러시아 정계가 정상화되면 이런 기회는 영영 없다.
“자자, 우 회장님. 여기 서서 말할 내용은 아니고 자리를 옮깁시다.”
“그러시지요.”
시꺼먼 관용차를 타고 재차 자리를 옮겼다.
당연히 별장이나 흑해함대의 병영 건물일 줄 알았는데 뜬금없이 조선소 정문을 통과했다.
「니콜라예프 조선소」
어째서 흑해함대 군항이 아니라, 조선소로 나를 데려가는 거지?
설마 항모를 주지는 못하겠으니, 항모 설계도 정도로 퉁치려는 건가?
어림없는 소리다.
난 이미 알고 있다.
중국의 첫번째 항모는 흑해 함대에 있던 유휴 항모를 구매해서 개조한 거라는 걸 말이다.
이번 역사에서 그 기회는 내 차지다.
“의장님, 어째서 조선소로 오신 겁니까?”
“여기에 회장님이 원하시는 항공모함이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해군도, 러시아 해군도 승계할 수 없는 아주 애매한 항공모함이 말입니다.”
마르케비치 의장은 묘한 소리를 해댔고, 차는 어느새 조선소 영빈관에 도착했다.
조선소 영빈관답게 거대한 유리창 밖으로 시원하게 조선소 전경이 보였다.
“어서 오십시오, 우 회장님. 반갑습니다.”
“인사 하시지요. 여긴 옛소련 시절 흑해함대 사령관이셨고, 지금은 우크라이나 국방장관이신 그라모프 장군입니다.”
이 거래의 핵심 인물이었다.
국방장관이 직접 나서다니, 거래금액이 적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었다.
“반갑습니다. 그라모프 장관님.”
마르케비치 의장은 이미 우크라이나 정계와도 연줄을 만든 게 분명했다.
하긴, 지금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그리고 벨라루스는 독립국가연합 CIS의 핵심 국가다.
표면적으로야 독립국끼리의 연합이지만, 속내론 우리가 남이가? 할 정도로 정치 경제적으로 밀접한 관계라고 하겠다.
최소한 현재까지는.
“태평양 함대가 큰 실수를 저질렀더군요. 거기 칼라빈 준장은 내 동기였는데, 아쉽게 되었습니다. 쯧쯧.”
“누구의 실수라긴 보단 일본 기자의 취재가 아주 끈질겼다고 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군영에 민간 방송기자가 제집 드나들듯 했다는 것 자체가 군기 문란입니다. 설령 정식 허가증을 발급했다면 부하들 관리가 빵점인 거죠. 밑에 놈들이 돈 몇푼!!!에 군사 기밀을 팔아넘긴 거니까.”
그라모프 장관은 돈 몇푼이라는 말을 강조했다.
자기와의 거래에서 가격을 후려칠 생각은 하지 말아라, 대신 태평양 함대에서 벌어졌던 일 따윈 없을 거다! 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오케이, 나도 원하는 바다.
항모를 넘기겠다는데 당연히 제값을 치러야지.
소련이 세계대전이라는 큰 희생을 치르고 얻어낸 전략기술인데, 헐값에 사갈 생각은 없다.
아무리 혈맹이니, 아름다운 나라니 해도 우리에게 항모 기술을 줄 나라는 없거든.
“그렇지요. 위대한 소련의 군사기밀을 돈 몇 푼에 팔아넘기다니 무척 안타까운 일이죠. 대한민국은 최대한 제값을 치렀는데 말입니다. 장군께서 그런 실수를 반복할 것 같진 같군요.”
“하하하하!”
“어떻습니까, 역시 우 회장님은 말이 잘 통하는 분이시지요?”
“정말 그렇군요.”
딱!
그라모프 장관이 기분 좋게 손가락을 튕기자 수행원들이 기다렸다는 듯 테이블을 밀고 들어왔다.
테이블 위엔 각종 설계도와 기술자료가 보기 좋게 펼쳐져 있었다.
그게 수많은 자료의 극히 일부라는 듯 수행원은 007 가방에 담긴 마이크로필름 통까지 내보였다.
“설계도와 기술자료라… 비싼 물건이 분명하군요. 하지만, 나는 실물이 필요합니다.”
이 시대 설계도는 3D CAD 자료가 아니다.
아무리 자세하다고 해도 배관 설계 및 운용 노하우는 설계도만으론 부족하다.
게다가 의도적이든 아니든 누락된 기술자료가 있다 해도 현물만 있다면, 우리 엔지니어들이 충분히 역설계를 할 수 있다.
“물론 실물도 있지요! 저 함선이 바랴크호입니다. 멋진 녀석… 아니, 멋진 녀석이 될뻔했지요.”
“설마, 건조 중인 항모라는 말씀입니까?”
그라모프는 창밖을 가리켰다.
그럴듯한 항모가 보였지만, 아쉬웠다.
항모가 여태 조선소에 있다는 말은 아직 시험운행도 안 했다는 얘기였다.
군함이든 상선이든 시험운행을 마쳐야 비로소 제대로 된 선박이 되는 거다.
“공정률이 95%니 거의 완성된 겁니다. 최신 항공모함이나 다름없습니다.”
“그 5%는 무기 운용체계겠군요. 레이더나 미사일 등등 말입니다.”
“맞습니다. 딱 그 정도가 빠지는 거죠. 정계나 군부의 반발을 무마시키기엔 적당한 명분입니다. 한국이 바랴크호를 가져간다고 해도 군사기밀은 누출되지 않는다고 말이지요.”
“음…”
나는 마땅찮은 표정을 지었지만, 속내는 달랐다.
러시아의 무기 운용 체계는 우리 해군에게 참고는 될지언정 직접적인 도움이 되지는 않을 거다.
오히려 항모 자체를 온전히 가지고 나갈 명분이 되어준다면 호재라고도 할 수 있다.
“우 회장님, 세상에 이만한 물건이 없을 겁니다. 오히려 우 회장님께서 이 녀석을 인수할 명분을 마련하시는 게 급선무가 아닐까요?”
마르케비치 의장은 단언하듯 말했다.
흑해함대에서 유휴 항모라고 내놓을만한 물건이 없다는 뜻이리라.
그나마 지금 우크라이나나 러시아나 미완성인 항모를 완성해서 실전에 배치할 여력이 없기에 이 정도 물건이 시장에 나온 거다.
그래, 사야지. 물론 사야지.
그러려고 왔으니까.
“명분이야 충분합니다. 의장님은 아시죠? 제가 옥포에 리조트를 가지고 있다는 것 말입니다.”
“알다마다요, 제가 가본 리조트 중에선 최고로 멋진 곳이었습니다.”
“거기 앞바다에 항공모함으로 해상 리조트를 만들려고 합니다. 이미 옥포 리조트는 멀리 미 해군 항공모함이 보이는 걸로 유명하거든요. 그와 비슷한 항공모함에 직접 올라타서 놀이기구도 즐기고 바다를 바라보며 식도락도 즐긴다면 멋지지 않겠습니까?”
“정말로 해상 리조트를 만드시려는 겁니까?”
“말 그대로 명분이죠. 군함이 아니라, 리조트로 사용할 군함 모양의 구조물을 인수하는 겁니다.”
다들 멋진 생각인데? 하는 표정을 지었다.
옥포 리조트 옆에 미해군 항공모함의 수리를 담당하는 옥포 조선소가 있다는 걸, 소련의 엘리트였던 이들이 모를 리가 없다.
“그럼 대충 생각하시는 가격도 있으시겠군요.”
“최대 2000만 달러 정도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우… 우 회장님.”
“어허, 우 회장님. 농담이 과하십니다.”
마르케비치는 물론이고 그라모프도 표정을 굳혔다. 95%나 공정이 진행된 항모를 고작 2천만 불에 판다면 누가 봐도 헐값이니까.
소련의 항모가 미국 항모보다 싸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수십억불짜리다.
“그것밖에 못 드립니다. 생각해보십시오. 그보다 더 쳐드리면, 세계만방에 대한민국이 실전배치가 가능한 항모를 도입한다고 광고하는 꼴이니까 말이죠. 내가 아무리 해상 리조트용으로 껍데기만 사들인다고 한들, 누가 믿겠습니까?”
“그… 그렇다고 해도…”
내 말에 그라모프는 답을 찾지 못했다.
이럴 때 밀어붙여서 내 뜻대로 끌고 가야 한다.
“설계도와 기술자료 값으로 1000만 달러, 그리고 항모가 한국에 도착하면 성공사례로 또 1000만 달러. 어떻습니까?”
“음… 2000만 달러를 따로 주시겠다?”
그라모프의 표정이 한결 밝아졌다.
공식 매입가인 2000만불이야 국고에 귀속된다고 해도, 물밑으로 주는 2000만불은 그의 주머니로 들어가는 일이다.
대통령과 그 주변인들까지 챙긴다고 해도 자신에게 떨어지는 게 수백만불 수준은 될 거다.
단박에 노후 준비가 끝나는 일이다.
“한소경협에도 뭔가 변화가 좀 있겠지요? 우 회장님?”
“물론입니다. 이 정도 프로젝트까지 하는데 고작 4000만 달러로 우리의 인연이 끝나겠습니까? 이번 일이 성공하면, 여러모로 좋은 일이 많을 거라 확신합니다.”
마르케비치 의장도 조심스레 숟가락을 얹었다.
이렇게 다리를 놔주셨는데, 당연히 챙겨드려야지. 그건 따로 말씀하시자고요.
“하하, 역시 우 회장님은 척하면 척척!입니다.”
“물론, 이 일이 성공해야 제 약속도 의미가 있겠지요. 그러려면 두 분께선 챙겨주셔야 할 것이 있습니다.”
“뭐든 말씀만 하시오. 내 적극 도와드리리다.”
“러시아 의회가 나서면 안될 일이 없지요.”
두 양반이 쓱 하고 얼굴을 들이밀기에 나는 종이에 체코슬로바키아와 터키를 적어 내밀었다.
“장관님, 엔진과 조타장치를 비롯한 핵심 장치를 모두 떼어내 체코슬로바키아로 빼돌려, 아니 옮겨주시죠. 명목상 우린 완공률이 채 70%가 안되는 고철 덩어리를 가져가는 겁니다.”
“… 체코슬로바키아로요?”
“성가신 이들이 많아서 말입니다. 물론, 여기에 TV 카메라를 들이는 일 따윈 없겠지만, 조심하는 차원에서 깡통 항모로 위장하긴 해야지요.”
체코슬로바키아엔 날 도와줄 사람이 차고 넘친다. 여태 대세 중공업은 체코의 스코다 중공업에 꾸준히 기계부품을 수출하고 수입해왔다.
바랴크호(號)의 기계 부품을 거기다 끼워서 수입하는 거야 식은 죽 먹기다.
“알겠습니다. 문제없습니다.”
“마르케비치 의장님께서는 터키를 압박해주시지요. 아무리 깡통 항모라고 해도 순순히 터키 해협 통과를 허락하지는 않을 테니 말입니다.”
“잘 알겠습니다. 돈값은 해야지요.”
마르케비치는 자신감을 보였다.
옛소련이라면 터키를 굴복시키고도 남겠지만, 지금은 정말 정치적으로 최선을 다해야 할 거다.
물론 터키 정치인들도 이참에 숟가락을 얹겠지만, 적당히 요구조건을 들어주면 되리라.
중국도 성공했던 로비였으니, 나라고 못할 리가 없다. 반드시 성공할 거다.
“일단 착수금이 필요하실테죠.”
나는 척하니 뀌년의 체이스맨해튼 은행에서 발행한 수표를 건네주었다.
둘 다 수표에 적힌 숫자를 확인하더니 단박에 표정이 바뀌었다.
“하하하! 듣던 대로 화끈하시군요. 매각 계약부터 맺으시지요.”
“바로 서명하죠.”
우크라이나 의회 비준 따윈 필요 없다는 듯 단박에 2천만불짜리 계약서를 작성했고, 마르케비치 의장이 참관인 자격으로 서명했다.
창밖의 바랴크호(號)가 내 품으로 날아드는 것 같았다.
나는 호텔로 들어가자마자 곧바로 한국으로 전화부터 했다.
우리 대세는 저 거대한 항모를 끌고 갈 스페셜리스트를 이미 보유하고 있다.
***
한달 뒤, 니콜라예프 조선소.
빰빠람빠 빠바밤~ ♪♩♬
조선소 항만에는 우크라이나 해군 군악대의 축하 공연이 한창이었다.
“구시대 냉전의 산물이었던 바랴크호는 저 멀리 아시아로 가서 해상리조트가 될 것입니다. 이는 명실공히 우리 우크라이나가 군비 경쟁을 멈추고, 국가 경제발전과 세계평화에 기여하겠다는 확실한 선언이 아닐 수 없습니다.”
“와아아아아!”
“세계평화를 위해 새로 태어나거라!”
탁! 펑! 펑! 펑!
“와아아아아!”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축사에 이어 영부인이 황금 도끼로 줄을 끊자 커다란 샴페인 병이 바랴크호에 부딪혀 깨졌다.
명명식을 본뜬 출항식 축하 행사였다.
“귀빈 여러분께서는 앞쪽으로 이동해주십시오. 기념 촬영이 있겠습니다.”
“역사적인 기념 촬영이군요. 우 회장님, 이쪽으로 오시지요.”
“감사합니다, 대통령님.”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나를 자기 옆으로 끌어당겼고, 각국 대사들이 줄지어 배석했다.
다들 우크라이나가 바랴크호를 기점으로 기존 흑해함대의 군함도 파는 거 아닌가? 하며 참석한 것이 분명했다.
외교관이라면 못 먹는 감도 일단 찔러봐야 하는 사람들이니까 말이다.
“어어, 안됩니다! 촬영은 불가합니다.”
“우린 일본 대사의 일행입니다. 일본 대사님의 일상을 취재하는 다큐멘터리 촬영팀이란 말이오.”
어디선가 어설픈 영어가 튀어나왔고, 보안 요원과 티격태격하는 모습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VIP로 초청된 외교관 중 일본 대사를 취재한다는 핑계로 일본 방송기자가 카메라를 들이밀고 있었다.
하여간 남의 뒷다리 잡는 데는 일가견이 있는 놈들임에 분명했다.
이번엔 무슨 핑계로 카메라를 들이댈까 싶었더니 하다 하다 외교관의 면책특권을 들이밀 줄이야. VIP들이 선상에 올라 구경하는 틈을 노려 군함 여기저기를 찍어댈 요량이 분명했다.
뭐가 찍히든 군사용으로 전용 가능한 항모라고 언론플레이를 하려는 속셈이다.
“대통령님, 우크라이나가 이렇게 국가를 차별하는 줄은 몰랐습니다.”
“… 뭐… 무슨 소립니까? 우 회장.”
“여긴 1급 보안구역이라며 우리 한국 기자들의 취재는 허용하지 않더니, 일본 기자들에겐 아주 관대하시군요. 한국 눈치는 안 봐도 일본 눈치는 보셔야 하나 봅니다. 하하하.”
내가 살짝 비꼬자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얼굴을 붉혔다.
“뭣들 합니까? 당장 카메라 압수하고 취재선 밖으로 안내하세요!”
“카메라 이리 주시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짜증스러운 손짓에 경호원들이 대번에 반응했다.
“우린 터키 해운 당국의 승선 입회 허가증이 있소이다. 몽트뢰 조약에 근거해 흑해 연안국은 터키 해협을 지나기 전에 반드시 사전 검문을 받아야 합니다!!”
일본 대사가 경호원을 밀치며 서류를 흔들어댔다. 어쩌면 한치도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지 실소가 나올 정도였다.
“하하하! 터키 대사님, 언제부터 터키가 일본의 허락하에 사전 검문을 했습니까? 이미 터키, 우크라이나 양국 의회가 비준한 사안 아닙니까?”
“그… 그렇지요.”
“대사님, 어찌 된 겁니까? 이 무슨 망신이…”
내 말에 터키 대사는 대번에 얼굴을 붉혔다.
마르케비치 의장까지 가세해 터키 대사에게 돈값도 못하냐는 식으로 혀를 차니 가만 있을 수가 없겠지.
“닥치시오! 이건 군함이 아니라, 상선 화물이오! 우리 터키는 전시나 평화시를 불문하고, 모든 나라 상선의 통항 자유를 인정하오! 그게 몽트뢰 조약의 핵심이란 말이오!”
터키 대사가 급발진해서 일본 대사에게 달려들어 입회 허가증을 찢어버렸다.
나는 그런 터키 대사에게 살짝 손가락 두 개를 펴줬다. 승리의 V자이자, 터키 해협 통과의 대가로 터키에 SMR 발전소 2기를 싼값에 지어주겠다는 약속이 유효하다는 의미였다.
일본 기자들이 승선해서 카메라를 돌리면 터키 대사는 옷을 벗는 건 물론, 국가 청문회에 올라야 했을 거다.
SMR 발전소 2기가 어디 한두 푼인가?
명분은 언제나 돈의 크기에 비례한다.
“카메라는 압수하겠소!”
때마침 경호원들도 일본 기자의 카메라를 압수해 필름을 쫙 뽑아버렸다.
일본인들은 어안이 벙벙해서 어찌할 줄을 몰랐고, 나는 보란듯이 우리 직원들을 불러보았다.
“기념 촬영이 엉망이 됐군요. 자, 출항합시다!”
“예, 회장님!”
뿌우우우~ 뿌우우우~
권칠득 부장이 이끄는 예인선들이 일제히 뱃고동을 울려댔다. 마치 개선식을 하듯 선두에 선 예인선이 축포인양 물대포를 뿌려댔다.
“희망봉을 돌아야 하는데, 문제없겠습니까?”
“회장님, 우리가 누굽니까? 철제 박스 매달고 적도를 수십번 오간 뱃놈들 아닙니까! 이 정도는 그냥 뱃놀이지요! 뱃놀이!”
“하하하! 멋집니다. 정말 멋져요.”
나는 스미스 선장과 함께 바랴크호의 지휘탑으로 올랐다.
대한민국 최초의 항공모함이 될 녀석이라서 그런지 지휘탑에서 내려다보이는 광경은 일품이었다.
“명하시죠. 회장님!”
“전속력으로 항진하라! 목표는 대한민국!”
<전속력으로! 목표는 대한민국!>
<와아아아아!>
권 부장이 마이크 너머로 복창하자 보조 예인선에선 환호로 답했다.
그 어느 때 보다 멋진 항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