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How I Became a Chaebol RAW novel - Chapter (588)
나는 이렇게 재벌이 되었다-588화(588/589)
588 : 외전 확장의 시대(3)
2주 뒤, 체코슬로바키아.
나와 삼복이는 국빈 방문에 앞서 서둘러 체코로 날아갔다.
공항에서 느낀 첫인상은 뭔지 모를 부산스러움이었다. 다들 들떠 있지만, 마냥 희망적인 분위기는 아니었다. 연이은 동구권 몰락은 물론이고, 이곳 체코슬로바키아도 내년에 체코와 슬로바키아로 분리되는 게 기정사실이니 이 정도 불안감은 어쩌면 당연한 지도 모른다.
“휴우, 찬수야 정말 여기 체코에 투자할 거야?”
“왜, 너도 빨갱이 나라엔 투자하면 안된다고 생각해?”
국내 야당에선 대통령이 공산권을 돌며 투자 약속을 남발하고 있다며 연일 정치 공세였다.
정치적으로 보면 곤혹스러운 일이지만, 외교적으로 보면 아주 괜찮은 상황이다.
양국 간 이견이 발생할 때면, 한국 대통령은 국내 반발을 무릅쓰고 이렇게 투자에 나서는데 그쪽에서 양보를 하셔야지! 하며 잽을 날릴 수 있기 때문이다.
“무슨 체코가 빨갱이 국가야. 그간 스코다 중공업이 교역하는 걸 보면 그냥 자본주의더만! 단지, 여기 경제 상황이 너무 안 좋아. 내륙 국가라 입지 조건도 나쁘고.”
“상황이 좋으면 우리가 진출할 틈이라도 있었겠냐? 바로 옆에 독일이고 영국이고 다 있는데 벌써 진출했지.”
우리가 뀌년과 인도네시아를 발판으로 동남아 시장을 석권할 수 있었던 것도 상황이 좋지 못한 기회를 이용했기 때문이다.
옥토를 더 좋은 옥토로 만드는 것보다, 험지를 개척해 옥토로 만들어야 진정한 대박이지.
“차라리 폴란드가 낫지 않아? 거긴 인구도 4천만으로 내수도 좀 되고, 해상이든 육로든 유럽 이곳저곳 다 갈 수 있어.”
“아니, 거긴 스코다 자동차가 없잖아. 연 30만대 규모의 생산설비와 판매 대리점 200곳을 나더러 포기하라고? 그렇겐 못 하지.”
“뭐? 판매망이 200곳이나 된다고?”
“아직은 아니지만, 단박에 그리 될 거야.”
“뭔 소리야? 그리 될 거라니.”
“걱정 그만하고 따라 들어와. 시간 다됐다.”
“으윽! 아파, 새꺄.”
나는 삼복이의 옆구리를 한 대 때려주었지만 내심 안심이 되었다.
삼복이마저 이렇게 보수적이라면 스코다 자동차 인수는 대박이 될 것이다.
21세기 폭스바겐이 스코다 자동차를 인수한 게 다 이유가 있는 거다.
게다가 이렇게 투자를 확정하면, 뒷구멍으로 소련의 첨단 전투기 엔진을 입수할 수 있게 된다.
***
체코 정부 청사,
“드디어 만나 뵙게 되는군요. 우 회장님, 그리고 이 사장님.”
청사로 들어서니 체코 재무부 장관이 직접 우리를 마중 나왔다.
“반갑습니다. 루카시 장관님.”
“반갑습니다. 텔렉스로만 접촉했는데 이리 뵈니 더욱 반갑습니다.”
“하하, 대체 절 괴롭히신 분이 어떤 분인가 했는데 이리 뵈니 미남이시군요.”
“태어나서 처음 들어보는 칭찬입니다. 하하.”
루카시 장관과 삼복이는 악수를 하면서도 서로를 견제했다. 조금이라도 협상에서 우위를 차지하려고 하는 모양새였다.
노 대통령의 국빈 방문이 코앞이라 그 전에 협상 대부분을 마무리 지어야 했기에, 실무선에서는 이런 시답잖은 대화마저 치밀한 계산하에 입 밖으로 내고 있었다.
“체코 정부 차원에선 투자 범위에 대해선 큰 골격은 정한 것 같더군요.”
“일단 서로의 무역장벽을 과감하게 낮추기로 합의한 셈이지요. 프라하에 KOTRA 무역관을 개설하고, 매년 통상 사절단 교환 방문에 합의한 상태입니다. 남은 것은 대세 그룹, 그러니까 우 회장님의 결단뿐이지요.”
한체 정상회담에서는 양국 간의 에너지, 인프라, 중공업, R&D 분야 협력 등을 중심으로 9건의 MOU를 체결하기로 잠정 협상이 완료되었다.
“대한민국에 기업이 대세 그룹만 있는 것은 아닌데 말입니다.”
나는 루카시 장관의 속내를 알면서도 짐짓 어깃장을 놓았다.
체코에서 우리에게 한시적 관세 특혜를 제공하는 물품은 자동차부품, 컴퓨터, 원동기 및 펌프, 합성수지, 기타 철강금속제품 등이었다.
컴퓨터를 제외하면, 대세그룹을 콕 집어서 제발 체코에 진출 좀 해줘!라는 말을 하는 것이다.
“휴우, 솔직히 한국에서 기업이라면 대세 그룹이 최고이지 않습니까? 수성이나 금양 그룹도 가전분야에선 경쟁력이 있다고 들었지만, 일단 저희는 자동차가 우선입니다. 체코에 공장을 좀 세워만 주십시오. 최대한 혜택을 드리겠습니다.”
루카시 장관은 현재 체코의 자동차 산업이 가장 위태로우면서도 중요하다는 걸 숨기지 않았다.
나와 삼복이는 물론, 대세 자동차 임원들이라면 체코의 자동차 산업이 얼마나 위태로운지 잘 안다.
스코다 자동차라고 창립 100주년을 앞둔 체코의 역사적인 자동차 회사가 망하기 일보 직전이거든.
기술혁신, 디자인, 원가 등등 모든 분야에서 치열한 경쟁을 하는 자동차 업계에서, 스코다 자동차가 공산진영에서 그렇게 오래 살아남은 거 자체가 더 신기할 정도다.
한때 같은 소속이었던 스코다 중공업은 우리 대세 중공업과 함께하면서 급격히 정상화되었기에, 체코 정부로선 더더욱 우릴 끌어당기고 싶은 것이리라.
“루카시 장관님, 그리 말씀하시면서 우리에게 완성차 공장 설립은 허가하지 않겠다니 너무 이중적이지 않습니까?”
옆에서 삼복이가 격양된 반응을 보였다.
“이 사장님,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해보십시오. 가격은 싸고 성능은 최상급인 대세 자동차가 체코로 들어오면, 체코의 자동차 산업은 대번에 망가집니다. 부품 공장만 세워주십시오.”
“그 말씀은 우리 첨단 부품을 납품받아 스코다 자동차를 살리고, 더 나아가 우리 부품기술도 빼내 가겠다는 의도 아닙니까!”
낯간지러운 칭찬을 늘어놓던 삼복이가 급발진하자 루카시 장관이 적잖이 당황했다.
체코로선 우리 부품을 스코다 자동차에 이리저리 끼워 맞춘 뒤 체코산 자동차로 유럽 시장에 팔아먹으려는 심사였을 테니 정곡을 찔린 거다.
“이거, 흠… 대세자동차에선 이미 인도네시아에 그런 식으로 부품 공장을 만들지 않았습니까?”
“거긴 동남아지 않습니까? 한때 자동차 산업으로 유명했던 체코와는 격이 다르지요. 신참을 베테랑에 비하면 어찌합니까?”
동남아는 기술적으로 대세 자동차와 쭉 같이 갈 수밖에 없지만, 체코라면 공장만 정상화되면 대번에 입장이 바뀔 거다.
어느 순간 스코다 자동차는 우리로부터 납품받던 부품을 국산화하겠지.
그럼 우린 닭 쫓던 개꼴이 되는 거다.
“아아, 두 분 그만하시죠. 우린 동업자가 되려고 온 거지, 이렇게 싸우려고 온 게 아니지 않습니까.”
나는 삼복이와 루카시 장관을 잠시 떼어놓았다.
녀석, 사장이 되더니 전투력이 많이 늘었어!
“… 동업자! 그럼, 회장님께서 결단을!”
루카시는 대번에 화색을 띄우며 날 쳐다보았다.
“양쪽 안을 절충해보죠. 한국산 부품을 수입해서 체코에서 조립하는 세미녹다운(SKD) 방식이 최선일 것 같습니다.”
세미녹다운은 반제품을 수입해 조립하는 완성차 제작 방식이라 기술 유출을 최소화 할 수 있다.
“세미녹다운 방식이라면 대세는 면세 혜택을 누리겠지만, 우리 체코는 어떤 이익이 있습니까?”
내가 세미녹다운 방식을 제안하자, 루카시는 본색을 감추지 않았다.
그 방식으론 우리 기술을 카피할 수 없지 않느냐는 말이었다.
“체코 자동차 산업의 정상화되겠지요. 물론, 우리가 스코다 자동차를 인수한다는 전제하에서.”
“예에? 스코다 자동차를 인수하신다고요?”
“체코 정부가 조건만 맞는다면 민영화도 가능하다고 공식 발표를 하셨지 않습니까?”
“그거야 공장 정상화를 위한 방법 중 하나…”
공장 노동자들을 달래기 위한 정치적 사탕발림에 불과하다는 뜻이리라.
현재 스코다 자동차는 국영기업이거든.
“스코다 자동차의 경영이 몇년째 표류 중이죠? 대세가 인수하면 단박에 정상화가 될 겁니다. 굳이 대세의 부품을 스코다 자동차로 빼돌리지 않아도 되고 말입니다.”
“그런 의도는 아닙… 여하튼, 스코다 자동차를 인수하길 원하신다면 국제 입찰을 공지하겠습니다.”
대번에 루카시 장관이 반색했고, 이번엔 삼복이가 내 옆구리를 푹푹 쑤셔댔다.
미친 짓이라고 말이다.
“입찰은 거부합니다.”
당연히 입찰은 거부지.
체코 정부의 꼭두각시놀음에 왜 놀아나?
국제 입찰전이 벌어지면 시간은 시간대로 깨지고, 온갖 규제로 돈만 갖다 바치는 꼴이 될 텐데.
“예에? 국영 기업을 인수하시겠다면서, 입찰은 거부?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말이 국제 입찰이지, 그런 정치판에 끼어들면 몇년은 날아갈 게 뻔합니다. 차라리 포기하죠.”
“포기라니요. 이건 체코-코리아의 정상회담 정식 의제입니다!”
“그러니까, 체코 정부의 정치적 결단이 필요합니다. 수의 계약으로 인수하게끔 해주신다면, 인수 후 3년간 고용을 100% 보장하겠습니다.”
“… 100% 고용 승계!”
이 시절 유럽에서는 상상도 못할 혁신적인 제안이지. 옆에서 삼복이도 입을 다물지 못했다.
‘찬수야, 너 미쳤냐!!!’
삼복이는 내가 회장만 아니었으면 머리를 쥐어뜯었다는 듯, 자기 머리를 대신 쥐어뜯고 있었다.
“체코의 숙련된 기술인력을 존중하는 거죠. 그 대신 스코다 자동차의 자산평가액에서 4000만 달러 정도는 깎았으면 합니다. 인수대금을 줄여주시는 거죠.”
“4000만 달러를 깎아요? 그게 말이 됩니까?”
“왜 말이 안 됩니까? 공장 노동자들을 자르면, 체코 정부에서 실업 수당을 지급해야 하지 않습니까? 결국 체코 정부의 부담을 대세가 대신 짊어지는데, 그 정도는 깎아야 공평하지 않습니까?”
망하기 일보 직전인 회사를 제값 주고 사면 호구다. 게다가 상대가 보기에도 난 급할 게 없거든.
“휴우… 일리가 있으신… 시간을 좀 주십시오. 관계부처와 협의한 뒤에 말씀드리겠습니다.”
“시간이 얼마 없습니다. 아시지요?”
“물론입니다. 이번 주를 넘기지 말아야지요.”
결국 체코 정부는 내게 스코다 자동차를 넘겨줄 거다. 분리 독립을 앞두고 외국 자본의 도입과 산업 정상화에 엄청난 갈증을 느끼고 있거든.
내가 스코다 자동차를 인수하는 게 그 첫 신호탄이 될 거다.
‘찬수야! 찬수야!!!’
‘괜찮아, 저들이 어찌 나오나 보자고.’
체코는 장차 유럽의 4대 자동차 생산국으로 성장하는 나라다.
그중 독보적인 경쟁력을 가진 스코다 자동차를 꿀꺽할 기회는 지금뿐이다.
자동차 업계 동향을 꿰고 있는 삼복이조차 지금 이 상황을 괴로워하지 않나.
“아! 장관님. 제안이 하나 더 있습니다.”
“오, 그게 뭡니까?”
“기존 스코다 자동차 공장의 생산력이야 의심할 바 없지만, 판매 역량은 다른 문제지요.”
“솔직히 그렇습니다.”
“그래서 판매법인을 따로 만들었으면 합니다. 물론, 그 인력은 기존 스코다 자동차 직원들을 차출해서 만들고자 합니다.”
“대세가 판매법인을 따로 등록하도록 법적으로 도와달라는 말씀이군요.”
“바로 그렇습니다. 장차 고용을 늘릴 수도 있고 말입니다. 일단 유럽 전역에 판매 대리점 200곳을 여는 게 목표입니다.”
“2… 200곳이나! 적극! 적극 협조하겠습니다.”
“우리 SB(삼복)가 그 일을 전담할 테니, 적극 소통하시지요.”
“알겠습니다. 그리 하겠습니다.”
‘내… 내가?’
‘응, 니가!’
대번에 회의장 분위기는 후끈 달아올랐고, 회의록을 작성해 상호 서명까지 마쳤다.
간단한 메모형태의 회의록이었지만, 나와 삼복이의 서명이 있는 만큼 MOU 못지않았다.
“찬수야, 지금 이 상황을 내가 좀 이해할 수 있을까? 스코다 자동차, 그거 100% 고용 승계한다면 인수대금이 조단위를 훌쩍 넘을 거야. 내가 올린 보고서 안 본 거냐?”
삼복이는 루카시 장관이 회의실을 떠나자마자 어이없는 얼굴로 팔짱을 끼고 물었다.
“봤으니까 이리 질렀지. 일단 제일 큰 공장 하나만 인수하면서 간을 보자. 그 정도면 일차적으로 전체 지분의 30% 정도는 인수할 수 있을 거야. 첫 부담은 좀 줄여야지.”
“첫 부담? 설마 스코다를 순차적으로 다 인수하겠다는 거야? 몰락한 자동차 공장을? 여기 기술자들은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뭔지도 모를 거야.”
“네가 고생 좀 해라. 기술적으로 뒤처진 이들은 판매대리점으로 재배치해. 당연히 기술직은 우리 인원들로 채우고. 그럼 서로 윈윈 아니냐?”
“그래서 판매 대리점 어쩌고 한 거야?”
“핵심 인력을 우리 인원으로 채우면 기술 유출 걱정은 없어지잖아. 여기를 전초기지 삼아서, 유럽 시장을 공략해보자. 물가도 싸고, 우리 부품은 면세로 들여올 수 있잖아. 메이드 인 체코로 쓰고, 메이드 인 코리아로 읽으면 돼.”
“그게 그렇게 되나? 넌 계획이 다 있었구나!”
짜식, 고생 좀 하라는 소리는 한쪽 귀로 듣고 한쪽 귀로 흘렸네.
“공산권에, 그것도 국영기업에 있었던 직원들을 재교육하려면 네가 직접 해야 할 거다. 우리 사람들 불러다 공장 견학부터 해라. 그나마 제일 해볼 만 데를 골라봐야 하지 않겠냐.”
“알았다. 해볼게.”
“어쭈, 뺄 줄 알았더니 냉큼 받네. 아시아 자동차 인수할 때보다 더 힘들지도 몰라.”
“훗, 날 뭐로 보는 거야. 대세 자동차의 전설이라고! 아침 출근 체조부터 퇴근 정리정돈까지! 살아있는 교본이 뭔지 보여주지.”
“어이구, 아직도 그런 열정이 남아있어?”
“뭐래? 난 열정 빼면 시체야! 몰라?”
“하하하.”
솔직히 녀석의 반응이 예상 밖이었다.
결국 내 뜻대로 해주겠지만 한참 뻗댈 줄 알았는데 말이다.
확실히 내가 친구 하나는 잘 뒀다.
나는 삼복이에게 뒷일을 부탁하고 체코 과학장비연구소로 향했다.
대세 자동차로 지를 만큼 질러줬으니, 얻을 걸 얻으러 가야지.
21세기에 대세자동차로 둔갑한 스코다 자동차가 유럽 전역을 휩쓸게 될 것을 체코인들은 상상도 하지 못할 테니까.
***
프라하, 체코 과학장비 연구소.
“어서 오십시오, 회장님!”
“누가 보겠어요. 어서 들어갑시다.”
연구소로 들어서자마자 주영길 부사장이 달려와 나를 와락 포옹했다.
나이가 들어도 별로 변하지 않는 양반.
주 부사장이 이런 행동을 한다는 것 자체가, 체코가 입수한 엔진이 Su-27에 들어가는 최첨단 엔진이 맞다는 의미였다.
“회장님, 완전 대박입니다. 대박!”
“… 위용이 대단하군요.”
연구소 안쪽으로 들어갔더니 한눈에 보기에도 압도적인 복잡도와 크기를 자랑하는 전투기 엔진이 놓여 있었다. 우리 대세항공 방산부문 엔지니어들이 대거 들어와 이리저리 살펴보고 있었다.
다들 표정이 달아올라 있었다.
“이걸 한국으로 가져가서 분석해보면 엔진 국산화도 꿈은 아닙니다.”
“엔진 추력은 얼마 정도이던가요?”
“28000파운드 수준입니다. F16은 물론 F15에 비빌 만 합니다.”
엔진 추력 시험도 이미 해본 모양이다.
하긴 검수단계에서 안 해봤을 리가 없지.
“대단하군요. 헌데, 우리가 가져가도 문제는 없어 보입니까?”
“그래서 더 대박이라는 겁니다. 이거 수호이 설계국 자산이 아니라 률카 설계국의 자산입니다. 그것도 초기작이라 없어진 줄도 모른답니다.”
“률카 설계국?”
소련에선 각종 공장을 설계국(Design Bureau)으로 분류하고 설계국 이름을 따서 전투기나 탱크의 모델명을 만들어 붙였다.
즉 Su-27은 수호이 설계국의 작품이며, 률카라는 모델명은 다른 곳에서도 들어본 적이 없다.
“률카 설계국이 수호이 설계국의 의뢰를 받아 엔진을 제작했다고 합니다. 최종적으로 AL-31F 엔진을 납품했는데, 시제기에 들어갔던 AL-21F 엔진은 다들 잊어버린 겁니다.”
주영길 부사장은 엔진의 한쪽 귀퉁이에 박혀있는 AL-21F 각인을 가리키며 웃음을 참지 못했다.
“시제기에 들어갔다면 양산품과 거의 차이가 없겠군요.”
“예, 연료 소모율만 조금 달라진 정도랍니다. 그 정도면 모델명만 바꾼 셈인거죠. 으아, 이거 어서 가져가서 뜯어보고 싶습니다.”
“일단 배에 싣고, 일주일만 기다려요. 이삼복 사장이 좋은 소식을 가져다 줄겁니다.”
“이야!!! 허락하신 겁니다.”
이미 체코 정부가 허가한 거나 마찬가지다.
반출을 허가할 생각이니, 우리 엔지니어들이 이렇게 자유롭게 살펴보게 해주는 거다.
양국 정상회담의 전제조건이라는 얘기지.
“회… 회장님, 말씀 중에 죄송합니다.”
직원 중 한 명이 내게 다가와 쭈뼛거렸다.
“음, 무슨 일입니까?”
“본사 비서실에서 긴급 텔렉스가 들어와서 말입니다. 사모님께서 직접 보내신 거라고 합니다.”
페기가?
나는 직원이 내미는 텔렉스를 급하게 낚아챘다.
「밴 플리트 장군 위독」
첫 구절에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