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How I Became a Chaebol RAW novel - Chapter (589)
나는 이렇게 재벌이 되었다-589화 (외전 완결)(589/589)
589 : 외전 끝과 처음 [완결]
콰쾅! 콰콰쾅!!
<포격하라! 계속 포격하라!!!>
<장군! 전선을 뒤로 물려야 합니다. 이대로라면 포탄 재고가 바닥날 겁니다. 자칫하다간 군단 전체가 적군에게 포위당할 수 있습니다.>
<뭔 소린가? 포탄 보급이 떨어지다니!>
<의회에서 더 이상의 보급은 무리라고…>
<그만! 의회에 통보해! 여기 적군이 얼마나 몰려오는지 직접 와서 보라고 해! 쏴! 쏘란 말이다!!>
밴 플리트 장군은 부하 지휘관들을 몰아세우며 포격을 계속하라고 소리쳤다.
여기 38선 고지에서 물러나면 여기에 뼈를 묻은 많은 이들의 죽음이 개죽음이 된단 말이다.
“장군, 장군…”
밴 플리트 장군이 손까지 내저으며 괴로워하는 모습에 곁에 있던 록펠러, 낸시, 고델이 조심스럽게 장군을 깨웠다.
“다행히… 꿈이었군.”
밴 플리트 장군은 동료들을 보고 안심했는지 재차 눈을 감았다.
<안녕하십니까? 밴 플리트 장군님.>
<아, 우 사장이라고 했던가? 이리와 앉게.>
<혼자 계셨습니까?>
<한국에선 늘 혼자 다니지. 그건 그렇고, 자네처럼 바쁜 로비스트가 여긴 웬일인가?>
<저는 로비스트가 아니라, 규모가 작긴 하지만 어엿한 사업가입니다.>
<나도 장군이 아닐세. 예편한 지가 언젠데.>
<그럼 뭐라고 불러드릴까요? 한국 전쟁의 마지막 총사령관이셨고, 상공부를 주무르는 거물 정치인이자, 주한 미 대사를 능가하는 외교관이며, 작가로도 활동하시는데 말입니다. 아! 코리아 재단 의장님이기도 하시네요.>
아… 그러고 보니 CS는 날 처음 만났을 때도 주눅이 들지 않았지. 참 당찬 청년이었어.
<좋아, 장군이 편하다면 장군이라 불러. 그건 그렇고, 내가 부산에 있는 걸 어찌 알았나?>
<그보다 먼저 왜 왔냐가 중요하지 않습니까?>
<… 그래, 순서를 좀 바꿔보지. 왜 왔나?>
<베트남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장군님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장사꾼도 조국 발전에 이바지 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이런…>
밴 플리트 장군은 끓어오르는 열을 이기지 못하고 꿈속을 헤매고 있었다.
<만세! 만세! 만세!>
<대한호 만세!>
빠빠람빠 빰 빰빠빠. 빠라밤빠 ♩♪♬
<포틀랜드 입성을 환영하네, CS.>
<예포에 환영식까지! 영광이군요.>
<한국의 1호 국적선이 처음 입항하는데, 이 정도 환영은 당연하지.>
<1호 국적선답게 배부터 제대로 고쳐야겠습니다. 돈 좀 빌려주십시오.>
지금 당장 침몰해도 이상하지 않은 낡은 배를 끌고 태평양을 건너다니, CS는 정말 간덩이가 큰 녀석이었다. 암, 사내라면 당연히 그래야지.
<시험에 통과했다, 이건가?>
<물론이죠, 이왕 도와주시는 김에 단기 외채도 좀 해결해주십시오. 7천만 달러짜리 현물을 싣고 왔거든요.>
CS는 원단을 가득 싣고 왔다며 선화증권(船貨證券, Bill of Lading)을 내밀었지…
그 당당한 모습에 2억 달러어치 차관 승인 서류를 건네주었다.
단박에 나라 빚을 해결한 영웅치고는 너무나도 젊고 털털했다. 낸시조차 그런 CS에게 반할 수밖에 없었지… 아, 반한 건 맥파젠이 먼저였던가? 결국 인연은 페기였지.
“쿨럭, 쿨럭.”
“장군, 정신이 좀 드십니까?”
어느새 잠이 들었던 건가.
한참 꿈속을 헤매다 터져 나오는 기침에 힘겹게 눈을 뜨는 장군이었다.
“다들… 계속 자리를 지켰던 건가?”
밴 플리트 장군은 록펠러 회장, 낸시, 그리고 고델 장군까지 돌아보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환자가 건강한 이들을 걱정하다니.
“바쁜 일도 없으니 마음 쓰지 마십시오. 몸만 생각하십시오. 훌훌 털고 일어나셔야지요.”
“으흠, 이번만큼은 쉽지 않을 것 같군.”
“장군님, 그러게 제가 뭐라고 했어요. 한국에 날아갈 생각 말고 전화만 해도 충분하다고 했잖아요. 그 나이에 비행기를 그리 오래 타시고!”
록펠러 회장은 담담한 표정으로 눈을 감았다 뜨기를 반복했을 뿐이지만, 낸시는 눈물을 줄줄 흘리며 장군을 타박했다.
“낸시, 군인은 언제나 최전방에 있어야 하는 거야. 내게 최전방은 CS가 있는 곳이라고.”
“장군, 이대로 집에 계시면 안됩니다. 큰 병원으로 당장 옮기자고요.”
고델 장군은 당장이라도 침대를 통째로 옮길 기세였다.
뀌년 5인방의 재력과 인맥이면 미국의 그 어떤 병원에서도 VIP 병실을 바로 내어줄 거다.
“… 아니, 됐어. 난 내 집이 좋아. 이 병은 의사가 고칠 수 있는… 쿨럭! 쿨럭!”
“고델의 말이 맞아요. 그냥 누워만 계세요. 아주 신속하게 옮겨요. 최고의 의사들이 있는 곳으로!”
낸시는 답답해 죽을 것 같았다.
강골로 소문난 밴 플리트 장군을 폐렴 따위로 잃을 순 없었다.
아무리 나이가 많아도 존스 홉킨스 병원에 며칠만 입원하면 단숨에 떨치고 일어날 것 같았다.
“자자, 그만 진정들 해… CS가 도착하기 전에 장군과 긴히 나눌 얘기가 있어. 잠시 자리를 비워주겠나?”
“록펠러 님!”
“회장님 마저 왜 그러시는 거예요! CS야 병원에서 보면 되죠.”
“부탁이야, 장군의 부탁이기도 해.”
“하아… 미쳤어. 다들 미쳤어! 맘대로 해요!”
낸시는 눈물을 삼키며 밖으로 나갔다.
록펠러 회장이 밴 플리트 장군의 유언장 집행인임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고델…”
“예, 장군.”
“내가 자네를… 베트남으로 보낸 거… 아직도 오해하고 있나?”
“그럴 리가요. 내 인생에서 가장 큰 행운이었습니다. 처음엔 어디서 굴러먹던 장사꾼을 내게 붙이나 싶었지만, CS는 장사꾼 따위가 아니었죠.”
“그럼, 돌아가…서 뀌년을 지키게… 쿨럭.”
“휴우… 괜찮습니다. 이제 제 자리를 위협할 사람은 없습니다.”
“돌아가, 자네가… 있어야 할 곳은 뀌년이야. 그게 자네에게 주는 내 마지막 조언일세…”
“… 존경하는 제임스 올워드 밴 플리트 장군님께 뀌년 복귀를 명 받았습니다. 충성!!”
“충… 성…”
고델은 하고픈 말을 꾹 눌러 참고는 그대로 뒤돌아서 방을 나갔다.
군인끼리의 작별 인사는 각진 경례로 충분했다.
고델은 그 경례를 끝으로 밴 플리트 장군을 가슴에 묻었으리라.
“장군, 코리아 소사이어티를 낸시에게 맡기셔도 되겠습니까? 따님도 있고, 장성한 손자도 있지 않습니까?”
록펠러 회장은 한참 동안 숨을 고르고는 질문을 시작했다. 나이를 넘어선 친구이자, 유언장 집행인으로서의 의무를 다하기 위함이었다.
“가족들에겐 텍사스 목장과 뀌년의 호텔만으로 충분하오. 낸시야 말로 코리아 소사이어티를 제대로 이끌어갈 사람이지요. 잘 할 겁니다.”
낸시는 밴 플리트 장군의 오래된 친구이자, 한국을 잘 아는 정치가였다.
코리아 소사이어티와 연줄을 맺고 있는 각계각층의 인물들을 가장 잘 활용할 적임자였다.
“휴우, 알겠습니다.”
“CS에겐 BR사 지분… 그리고 내가 투자했던 통신, 반도체 지분을… 쿨럭! 쿨럭!”
“장군!! 이거 안 되겠습니다. 의사를!”
대뜸 기침을 하며 피까지 쏟자 대번에 자리에서 일어섰다.
“… 괜찮… 괜찮으니 앉아요, 쿨럭! 쿨럭!”
“장군!!”
“록펠러… 제발…”
밴 플리트 장군은 록펠러 회장의 손을 잡고 놓아주질 않았다.
당장 숨이 끊어질 듯 기침을 해대는 환자라고는 믿기지 않는 손아귀 힘이었다.
사람은 죽기 직전에 정신과 몸이 잠시 돌아오는 때가 있다는데 지금이 그때인가.
록펠러는 더욱 불안해지는 마음을 추스르며 자리에 앉았다. 현실적으로 지금 병원으로 옮긴다고 해도 다시 침대 위를 벗어나는 것은 불가능했다.
“알겠습니다. 제 사위에게… 그 모든 걸…”
“쉽게 받으려 하지 않겠지요. 필요할 때마다 하나씩 넘겨줘도 됩니다. 당신을 믿지요.”
“하아… 장군, 어째서 제 사위를 그렇게 아끼시는 겁니까? 혈육보다도 더…”
“내가 번 돈의 대부분은 CS가 벌어준 돈이니까. 원래 주인에게 돌아가야지요… CS에겐 뀌년 호텔보다 회사 지분이 더 도움이… 쿨럭… 커헉…”
“말씀 그만하십시오. 잘 알겠습니다.”
록펠러는 손수건으로 입가의 피고름을 닦아주며 장군의 베개를 북돋아 주었다.
‘아들이 목숨을 바친 코리아가 그만한 의미가 있는 나라가 되어야 한다는 거겠지요?’
록펠러는 눈빛으로 말했다.
말로는 할 수 없는 대화였다.
‘그런가… 싶기도 하구려. 하지만, 그조차 CS를 만나고 나서야 확신이 들었지.’
밴 플리트는 희미한 미소로 답했다.
처음엔 한국을 이끌 정치인을 찾아 최선을 다해 지원했다.
그러다 우연히 CS를 만나고선, 그 방식에 회의가 들었다.
아들이 바라던 자유 민주주의를 코리아에서 꽃피우기엔 정치인보단 CS 같은 사업가가 제격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결국 노선을 변경했었지.
불과 20여 년 만에 중진국을 넘어 선진국의 문턱에 다다른 한국을 보고 있노라면, 자신의 선택이 결코 틀리지 않음을 알 수 있었다.
딸깍,
“장군님.”
“오, CS!”
봐라, 녀석은 늘 결정적인 순간에 나타난다.
언제나 시의적절하지.
언제나 미래를 보는 듯 움직이지.
***
“장군님.”
“오, CS!”
나는 방으로 들어서자마자 장군의 손을 잡았다.
이미 얼굴엔 핏기가 사라져가고 있었고, 마주 잡은 손에서도 온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종잇장처럼 바스락대는 손에서는 시시각각 생기가 빠져나가는 중이었다.
굳은 표정으로 뀌년에서 보자며 저택을 떠나는 고델 장군과, 벽에 기대어 흐느끼고 있던 낸시.
마지막이 가까운 것이다.
‘감사합니다, 하느님.’
나는 태어나서 몇 번 해보지 않았던 감사 기도부터 했다. 이분의 마지막을 지켜주지 못했다면 내 평생 후회할 것이 분명했다.
“얘기 나누게, 사위.”
“장인 어른…”
“우린 이미 많은 얘기를 했네. 남은 시간은 사위 몫이야.”
장인어른은 내 어깨를 톡톡 두드리고는 조용히 방문을 닫아주었다.
“나 같은 늙은이를 보겠다고 먼 걸음 하셨군. 고마우이. 쿨럭.”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나는 쏟아지는 눈물에 고맙다는 말밖에 할 말이 없었다. 이 양반의 도움이 없었다면, 나는 결코 이처럼 성공하지 못했으리라.
“뭐가 그리 고마운가? 내가 해준 일도 별로 없는데. 잔뜩 부려먹기밖에 더했나?”
“그럴 리가요. 베트남 일도 그렇고, 외채 상환도 그렇고, 조선소의 첫번째 고객도 마련해주시지 않았습니까?”
난 안다.
밴 플리트 장군이 그리스 해운왕인 리바노스에게 내게 선박 건조를 맡겨보라고 수차례 제안한 사실을 말이다.
“그… 그걸, 어찌 알았나?”
“어떤 미친 놈이 조선소도 없는 초짜에게 선박 건조를 맡기겠습니까? 저도 나이가 드니 비로소 그리스 내전의 영웅이 나서줬으니 가능했던 일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역시 CS는 모든 걸 알고 있군. 내 소원이 하나 있는데… 들어 주겠나?”
“뭐든 말씀하십시오… 아버지.”
“허허허…”
내 말에 장군은 힘겹게 손을 움직여,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이 세계에서 그는 진정한 내 아버지였다.
“멀리 돌고 돌아서 다시 왔구나. 그래, 행복했느냐?”
“예, 행복했습니다. 아버지와 함께하는 시간… 그 모두가 행복했습니다.”
“이제 네 주변엔 많은 사람들이 있지. 결코 잃지 말아라.”
“예, 명심하겠습니다.”
“그리고… 부탁하마. 행복하고… 또 행복해라.”
“예, 아버지.”
“그래… 나도… 행복했다…”
툭,
“으아아아, 아아아아…”
나는 목놓아 울었다.
내가 죽었던 그 순간 보다도 더 슬펐다.
모든 걸 아낌없이 주던 거목이 더는 꽃을 피우고, 그늘을 만들어줄 수 없게 되었다.
그렇게 한 시대가 저물었다.
***
1998년 8월 말,
<긴급 속보입니다,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했습니다. 광명성 1호로 명명한 미사일은 일본 열도를 넘어 1500km를 날아가 태평양에 추락한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은 공식적으로 인공위성 발사체라고 했지만, 3차 북미 미사일 협상을 앞두고 미국을 압박하기 위해…>
TV에서는 연일 북한의 대포동 미사일 발사로 떠들썩했다. 일본은 물론이고, 미국도 깜짝 놀라 당장 전쟁이라도 날 것처럼 호들갑을 떨었다.
21세기엔 하도 자주 일어나는 일이라 뉴스에서도 스쳐가는 단신으로 처리하는데 말이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대한민국에 있어선 엄청난 호재가 아닐 수 없었다.
“촬영 준비는 완벽하겠지요?”
“예, 대통령님.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노 대통령은 긴장한 표정으로 내 손을 잡았다.
나는 우리 직원들을 쳐다보았다.
그런 날 향해 직원들은 걱정 말라는 듯, 가슴을 크게 내밀었다.
하긴, 수십번에 걸친 시험 운행에서도 전혀 문제없었다. 7년이라는 길고 긴 개발 기간에 종지부를 찍을 때가 왔다.
“대한민국 해군에 원자력 잠수함을 인도하기 전, 최종 시험을 실시합니다. 모두 위치로!”
<위치로!!!>
이미 잠수함엔 해군 장병들이 타고 있었고, 그 옆에선 우리 엔지니어들이 그들의 조작을 지켜보고 있을 것이다.
“잠항심도 시험 실시, 충수 하라!”
<잠항심도 시험 실시! 충수!>
“목표 수심 50미터!”
<잠항 실시! 20, 50미터!>
순식간에 잠수함은 수면 아래로 사라졌다.
핵잠수함에 50미터 잠항은 식은 죽 먹기다.
SLBM을 쏘기 적합한 심도일 뿐이다.
“수직 발사관 압력 체크 하라!”
<혼합 가스 주입! 압력 체크! 500psi, 800psi, 1200psi!>
압력이 멋지게 올라갔다.
온도도 1000도 가까이 올라갈 것이다.
문제없다. 우리 기술은 완벽하다.
“대통령님, 함께 명 하시죠.”
“좋습니다!”
“SLBM 발사하라!”
“SLBM 발사!”
삐이익~
나는 노 대통령의 손을 잡고 발사 버튼을 눌렀다. 잠수함에 삑하는 소리만 전달하는 상징적인 의미의 버튼이지만, 대한민국 국방력이 세계 최정상급임을 알리는 신호였다.
쓔우욱~ 쾅!!! 쏴아아아아~
“으아아아아아아아!!!!”
“만세!!!!”
“대한민국 만세!!”
동해항에 마련된 임시 해군 작전실에선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SLBM은 정말 멋지게 수면을 뚫고 나와 잠시 움찔하는가 하더니 미려한 궤적을 그리며 하늘 높이 날아갔다.
공해상의 가상 목표를 향해 날아가는 수준이었지만, 북한의 될 대로 되라는 식의 발사보다야 백만배는 정교하고 수준 높은 발사였다.
잠수함에선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미국, 소련, 중국, 영국, 프랑스에 이어 세계에서 6번째로 SLBM 발사에 성공하는 순간이었다.
“대한민국 최초의 핵잠수함 안중근함은 지금 이 시간 대한민국 해군에 인도되었음을 선언합니다.”
<와아아아아!>
SLBM 발사를 핵잠수함을 해군에 인도하기 위한 사전 시험사항이라고 우기는 것은 전세계를 뒤져봐도 유례가 없을 것이다.
“안중근함 연결되었습니까?”
<예, 필승! 안중근함장 김준형 대령입니다.>
대번에 TV 방송용 통화도 이어졌다.
“기상적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SLBM이 목표물을 정확하게 맞추다니 아주 대단합니다.”
<5천톤급 원자력 잠수함과 SLBM은 그 어떤 악조건에서도 적의 심장부를 타격하는 최첨단 전략무기입니다. 대한민국을 위협하는 그 어떤 도발에도 단호하게 대응할 수 있습니다.>
“든든합니다. 우리 국민들은 대한민국 해군을 믿고 생업에 임할 수 있습니다.”
<필승!!>
“필승!”
“와아아아아아!”
“대한민국 만세!!!”
노 대통령이 전화 통화를 마치자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만세 삼창이 이어졌다.
원래 역사에선 IMF 탈출을 하냐 마냐로 힘들어하던 시기였는데, 지금은 멋진 파티가 펼쳐졌다.
이미 대한민국은 북한의 도발 따위로 분열될 나라가 아니었다.
“우 회장님, 이왕이면 항공모함도 공개했어야 하는 거 아닙니까?”
대통령은 축하 샴페인에 젖은 담배를 피며 기분 좋게 대화를 청했다.
“명분이야 저 위의 김 씨 일가가 곧 만들어줄 겁니다. 이번엔 여기까지만 해도 다들 놀라지 않겠습니까.”
“하하하! 물론이지요. 물론이지요.”
아마도 뀌년 5인방… 아니, 뀌년 4인방도 이 일을 이용해 동북아 힘의 균형을 재정립하는데 바빠질 거다.
중국이든 러시아든 대한민국에 겉으론 항의하면서도, 물밑으론 호의적인 손길을 내밀겠지.
한국을 적으로 돌려선 안되니 말이다.
밴 플리트 장군도 함께 이 장면을 봤으면 좋았을텐데 말이다.
“그럼 저는 세종시로 돌아가겠습니다.”
“아, 오늘 컴퓨터 경진대회가 있지요?”
“예, 대통령배인데 제가 대신 갑니다.”
“하하하! 수고하십시오. 난 여기서 좀 더 시간을 보내야 할 것 같습니다.”
당연하지, 해군이든 개발자들이든 마음껏 칭찬을 받아야 하는 날이다.
***
세종시, 금강시민체육관.
「제 7회 대통령배 전국 퍼스널컴퓨터 경진대회」
웅성웅성,
“으아아아, 망했어! 다 날라갔다고!”
“물어내! 내 프로그램 물어내! 으아앙.”
“대체 누가 두꺼비 집을 내린 거야!”
평년이라면 화려한 분위기에 온갖 가전제품을 선물로 나눠주는 행사라 축제장이나 다름없는데, 오늘만큼은 완전 아수라장이었다.
“어떻게 된겁니까?”
“그… 그게… 시내에 공습 비상 사이렌이 울리는 바람에, 담당 경호원이 전체 전원을 내려버렸답니다. 이런 일이… 어휴…”
SLBM 발사 시험 때 전국에 비상 사이렌이 울렸던 모양이군.
TV에서 속보를 전하며 국민들에게 광고하기엔 그 방법이 가장 좋긴 한데, 덕분에 여기 대회가 개판이 되어버렸네.
“대회 참여자들은 오늘은 돌려보내고, 사흘 뒤에 다시 대회를 개최한다고 하십시오. 대회 문제는 긴급히 다시 만들고요. 아, 전원 제대로 된 기념품 제공하는 것 잊지 말고요.”
“예, 회장님.”
우리 개발자들이 나서면 학생부 대회 문제는 하루, 일반부 대회 문제도 사흘이면 다시 만들 수 있을 거다.
기념품을 두 번 나눠줘야 한다는 게 문제이긴 한데, 핵잠수함 인도 축하연을 함께한다고 생각하면 될 일이었다.
‘참나, 90년대는 90년대군. 이런 해프닝이라니, 웃기지도 않네.’
“응? 90년대?”
대회장을 나서는데 어디선가 혼잣말이 들렸다.
아니, 혼잣말이라기엔 마치 나더러 들으라는 투였다.
나는 두리번거리다 한 젊은이와 눈이 마주쳤다. 중고생은 분명 아닌데 일반부라기에는 앳된 모습이었다.
“이봐요, 학생.”
“어, 우 회장님 아니십니까? 안녕하세요.”
학생인지 청년인지 내게 인사를 꾸벅했다.
“얘기 좀 나눌 수 있을까요?”
“아유, 당근이죠. 가문의 영광입니다.”
마치 21세기에서 넘어왔다는 걸 광고라도 하는 듯한 말투였다.
“정식으로 인사하죠, 우찬수입니다.”
“유수한입니다. 아직 취준생입니다.”
“학교는 어딜 나왔나요?”
“창원공대 전자공학과를 나왔습니다. 들어가기 정말 힘들었는데, 오늘 그 보상을 받는 느낌입니다. 이렇게 국부를 뵙게 되다니요.”
“창원공대 졸업생이, 그것도 전자공학과 전공인데 취준생이라… 아니, 그보다 구직자가 아니라 취준생이라니. 이 시대엔 그 말 자체가 없지요.”
“역시 국부께선… 회귀자셨군요.”
“어디까지 보고 왔습니까?”
“국부께서 안타까워하시는 것까지 보고 왔습니다. IT 사업엔 그다지 재능이 없으셨다고 말이죠.”
“하하하.”
나는 웃음이 절로 나왔다.
하늘이 대한민국을 사랑하시는 모양이다.
회귀자를 다시 보내주시다니.
바통터치를 할 때라는 건가.
그래, 30여 년이면 나도 할 만큼 한 거다.
“나름 내가 중공업에선 성공했나보지요?”
“물론입니다, 국부님. 세계적인 자동차 생산국이자 세계의 공장이란 타이틀을 거머쥐면서도 환경문제와 부동산 가격 폭등이라는 부작용을 해결한 위대한 사업가로 전설이나 다름없죠. 물론 반도체와 통신에선 첫걸음은 괜찮으셨는데…”
“그래서 수한 군은 IT쪽으로 가닥을 잡았나요?”
“예, 다행히 지금 국부님을 뵙고 있는거고요.”
“대세파운드리에 꽂아주면 되는 겁니까?”
“예, 개발팀도 좋지만 이왕이면 상품기획팀으로 넣어주십시오. MP3는 좀 서둘러야 해서요.”
청년은 정말 거침없었다.
내가 회귀자라는데 배팅하고 과감히 접근한 것이리라.
“채용이야 문제없죠. 하지만…”
“걱정 마세요. 대세파운드리를 더 키워드리고, 그 대가로 조그만 벤처부터 시작할 겁니다.”
대세파운드리에 입사해서 이 시대 경험도 쌓고, 동료도 얻고 벤처 사업도 시작하려는 모양이다.
“최종 목표는요?”
“재벌을 넘어 귀족이 되어보려고 합니다.”
“귀족이라… 멋지군요.”
그래,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서양의 전유물은 아니지 않나.
대한민국에도 귀족이 등장할 때가 되었지.
“국부님 앞에서 나댄 것 같아 부끄럽습니다. 하지만, 약속드릴게요. IT에서 못다 한 국부님의 목표를 제가 완성하겠습니다.”
당찬 모습이었다.
갑자기 끊었던 담배 생각이 났다.
밴 플리트 장군도 이런 기분이었을까?
“유수한이라고 했던가요? 받아요.”
“명함입니까?”
“특별한 명함이죠. 이걸 들고 본사 비서실로 찾아가면 인텔 지분을 이전해 줄 겁니다. 4%쯤?”
“예에? 인텔 지분을 제게요?”
“내게 은퇴를 선물해줬으니, 보답은 해야지요.”
“어… 어…”
지금껏 꽤 당차게 굴던 녀석이 당황했는지 대답도 못하고 어리바리 댔다.
나는 그런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일주일 뒤에 대세파운드리 상품기획팀으로 출근하십시오. 명분은 이 대회 일반부 최우수 수상자입니다.”
“문제없습니다!”
무기를 쥐어줬으니, 어떤 성과를 낼지는 녀석의 능력에 달렸다.
잘하면 뀌년의 익스클루시브 파티에서 만나게 될 지도 모르겠다.
‘이제 계산할 필요 없어… 느긋하게 지켜보자. 그러자.’
삐리릭, 삐리릭.
때마침 페기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응, 나예요.”
<찬수씨, 괜찮아요? 오늘 SLBM 발사했다는데 뉴스 화면에 당신이 안 보여서요.>
“더 중요한 일이 있어서 세종에 와있어요.”
<더 중요한 일이라고요?>
“그 일도 막 끝낸 참이에요. 페기, 예전에 크루즈 여행을 하고 싶다고 하지 않았나요?”
<네? 뜬금없이…>
드디어 페기와 세계 일주를 떠날 때가 왔다.
집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이 가벼웠다.
<완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