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How I Became a Chaebol RAW novel - Chapter (59)
나는 이렇게 재벌이 되었다-59화(59/589)
< 059 : 함께해서 영광입니다 >
“아이고, 영감님. 이러다 큰일 나요.”
삼복이는 후다닥 점퍼를 들고나와 황 영감에게 둘러 주었다. 마침 사무실에 굴러다니던 점퍼가 하나 있었다.
대세 실업 점퍼는 질이 좋아 아주 따뜻했다.
“허허, 우리 이사님이네. 뭔 일이여?”
삼복이가 부축하자 황 영감이 털썩 쓰러지듯 주저앉았다.
갑자기 긴장이 풀어진 것 같았다.
“뭐긴 뭐에요. 이러다 감기 들어요.”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여. 내 말 좀 들어봐.”
“몸보다 중한 건 없어요. 어서 들어가시자고요.”
삼복이는 황 영감을 둘러업다시피하고 공장 안으로 들어갔다.
어찌 된 셈인지 공장 안은 후끈한 기운으로 가득했다. 사방에서 김이 피어나고 있었다.
대형 훈증기 안에 들어온 느낌이었다.
“영감님, 대체 뭔 일을 하고 계셨던 겁니까?”
“보면 몰라? 습식이야. 건식이 아니라 습식!”
“에? 습식이요? 그게 뭔데요?”
“들어봐. 내가 우 사장같은 천재도 생각하지 못한 걸 해냈다니까. 답은 습식이었어. 수증기를 마구 쐬면 중합체가 배관에 안 달라붙어. 그리고 그걸 물속으로 내뿜으면 실이 만들어진다니까. 폴리우레탄이라는 놈은 그렇게 만들어지는 거라고.”
뭔지는 모르지만 대충 감이 왔다.
폴리에스터 같은 화학 섬유는 대기 중으로 쌀알 같은 펠릿을 쏟아내는데, 폴리우레탄은 그걸 물속에다 뿜어낸다는 말인가보다.
“물속에서 실을 만드는 거군요.”
“흐흐흐, 하도 뻥뻥 터져대서 에이 빌어먹을 것! 하면서 물에 처넣었지. 그랬더니 웬걸? 이놈이 실로 바뀌는 거 아니겠어? 사람이고 물건이고 열을 내는 놈은 물 한 동이 냅다 뿌리는 게 답이여.”
“우와 영감님 정말 천재세요. 아니, 어떻게 이런 천재적인 발견을 하셨습니까?”
“그게 뭐가 중요해? 이게 폴리우레탄이라는 게 중요한 거지.”
물속에서 실을 뽑는 것도 가능하구나.
하긴 폭발적으로 반응하는 소재라면, 오히려 물속에서는 안정적으로 반응할지도…
“아악! 생각하지 마! 생각하지 말라고! 내가 그것까지 알아서 뭐 하게.”
삼복이는 복잡해지려는 머리를 마구 흔들었다.
지금 하는 일만으로도 삼복이의 머리는 터져나가기 직전이었다.
“자네 기억하나? 우 사장이 이것만 있으면 일본 놈들 코를 납작하게 해줄 수 있다고 그랬지?”
“그랬죠. 폴리우레탄으로 코팅인가 뭔가 하면 투습방수 원단을 만들 수 있다고 말입니다.”
찬수가 그랬다.
투습방수 원단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고.
한가지는 기존 나일론이나 폴리에스터 원사에 폴리우레탄을 코팅해서 원단을 짜거나, 아예 코어텍스라는 새로운 소재를 기존 원단 사이에 삽입하면 된다고 말이다.
코어텍스가 더 진화한 기술이라곤 했지만, 폴리우레탄이 상품 다양성 측면에서 훨씬 더 돈이 될 거라고 말이다.
“말 나온 김에 보여줄 테니 이리 와.”
“아아아아, 보고 싶지 않아요. 지금은 그걸 할 시간이 없다고요.”
삼복이가 본다고 해서 당장 투습방수 원단을 만들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찬수에게 보고부터 하고, 찬수가 오든지 아니면 샘플을 보내든지 해야 했다.
“쓰읍, 이리 오라니까.”
황 영감은 삼복이를 끌고 공장 안으로 더 깊이 들어갔다. 다른 이들의 출입은 금지했던 곳이었다.
“우… 우… 와아아아아아….”
삼복은 자신도 모르게 감탄사를 내뱉었다.
은빛이라고 들었던 폴리우레탄이 황금빛을 띠면서 줄줄 흘러나오고 있었다.
때깔이 그냥 ‘우와’하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어때 멋진 녀석이지 않나? 자네에게 이 광경을 보여주고 싶었어.”
“폴리우레탄이 원래 황금색이에요?”
“뭔 소리야. 은빛으로 투명하지. 이건 그냥 촉매가 묻어서 그래. 이렇게 벗겨내면 돼.”
“촉매라고요?”
“그래, 우 사장이 써보라고 했던 아라미드? 아마리드? 어쩌고 하는 촉매 물질이지. 이 물질이 있어야 폴리우레탄이 만들어지는 거야.”
황 영감이 황금빛 실을 손으로 문지르자 정말 은빛 실이 드러났다.
마치 가느다란 전선 껍질을 벗기는 것 같았다.
“우왓! 생각보다 황금색 껍질이 질기네요.”
“우 사장이 폴리우레탄이 만들기 어렵다고 한 이유가 이것 때문이지 않겠어? 나는 할 만큼 한 것 같아. 껍질 벗기는 법이야 우 사장이 오면 어떻게든 찾아내겠지. 그럼 투습방수 원단도 금방일 테고 일본 놈들 이기는 거야 문제도 아닐 거야.”
황 영감님은 감격스러운 눈길로 황금빛 실타래를 어루만졌다.
그렇지, 찬수가 오면 단박에 만들겠지.
폴리텍도 미친 듯이 잘 팔리는데, 투습방수까지 되면 얼마나 잘 팔릴까?
그럼 설비는 어디다 확충하지, 2공장, 3공장? 매출은 몇 %나 늘까? 하는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 아악!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 거지? 생각을 멈춰! 이 바보야!’
삼복은 자신의 머리를 마구 두들기기 시작했다.
일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었다.
“그래, 일본 놈들을 이길 생각에 머리가 복잡하겠지. 이해해. 충분히 이해해.”
“아니, 그게 아니고요.”
“베트남에 가서 우 사장 좀 데려와. 이걸로 돈 좀 벌라고 해.”
“영감님, 찬수는 지금 정신이 없을 거예요. 당장은 힘들어요.”
“힘들어도 와야 해. 이러다 일본 놈들에게 다시 잡아 먹혀.”
“예에? 잡아 먹혀요?”
삼복이는 황 영감님의 뜬금없는 말에 고개를 갸우뚱했다. 아직 찬수가 돌아오려면 5개월은 족히 남았다.
“나라 돌아가는 꼴을 봐. 일본 놈들이랑 다시 수교를 맺었다잖아.”
“영감님, 그건 어쩔 수 없어요. 외교는…”
삼복이도 기분은 나쁘지만 그렇다고 언제까지 한일수교를 안 할 수는 없었다.
솔직히 지금도 동남아로 수출할 때는 부산에서 일본으로 실어 보내고 거기서 다시 큰 배로 갈아타서 나가는 거다.
이런저런 부자재도 대부분 일본제이며, 심지어 칼 마이어 설비도 일본 배로 실어 온다.
“놈들이야 수교를 맺으면 비료 공장이니 철강공장이니 만들어 준다며 살살 꼬시겠지만, 그게 그놈들 술수야. 겉으론 도와주는 척하며 등 뒤에선 피를 쪽쪽 빨아가는 게 그놈들이야. 놈들은 우리를 수탈할 생각밖에 없어. 서로 사이좋게 지낼 수 있는 놈들이 아니야. 절대! 절대!”
황 영감은 생각만으로도 징글징글한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영감님 벌써 한일수교는 협상이 끝났어요.”
“아니야, 아직 안 끝났어. 포기하긴 일러!”
황 영감은 눈을 부릅뜨고 삼복을 윽박질렀다.
그에게 일본의 존재는 증오, 두려움, 복수의 대상이었다.
“영감님…”
“우 사장이라면 내 말을 알아들을 거야. 베트남을 지켜주는 것보다 우리 땅을 지키는 게 백배 천배 중요해. 꼭 이겨줄 거라고. 이걸로 말이야.”
황 영감은 맨손으로 황금빛 폴리우레탄을 둘둘 말아서 삼복의 팔 위에 얹었다.
금방 삶아서 꺼낸 뜨거운 국수 같았다.
분명 뜨거운데 이상하게 뜨겁지 않았다.
“찬수는 베트남을 지키러 간 게 아니고 청와대가 억지로… 에이 씨.”
찬수가 베트남을 지키러 간 게 아니라, 돈 벌러 갔다는 말을 차마 하지 못했다.
삼복이의 마음도 따라서 울컥했다.
“우 사장 데려와. 자네라면 데려올 수 있잖아.”
삼복이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중요한 특급 기밀 소재를 만들었는데, 이걸 자신이 아니면 누가 보고를 해?
텔렉스로 보고할 수 있는 게 아니잖아.
직접 눈으로 봐야 하는 거 아냐.
찬수에게 귀국해서 보라고 할 순 없잖아!
무엇보다 베트남 가는 와중에 일주일은 주야장천 잠을 잘 수 있을 거 아닌가.
배 위에선 일을 하려야 할 수 없지 않은가!
“안 그래도 저도 외국물 좀 먹고 싶었어요.”
“갈 건가? 가는 건가?”
“가야죠, 누가 시키신 일인데.”
“얼쑤! 얼씨구나~ 좋다~ 그 누마 온다~ 얼쑤~”
황 영감은 그 자리에서 덩실덩실 춤을 췄다.
삼복이는 춤을 추는 황 영감에게 자신의 작업복까지 벗어서 입혀 주고는 자리를 떴다.
***
사무실
“미스 김.”
“예, 이사님.”
“나 진해가서 LST 타고 베트남 갈 거야. 그러니까, 여권하고 비자 좀 챙겨줘. 내 업무는 각 주임들에게 적당히 나눠주도록 해. 아, 그리고, 매일 텔렉스로 주요 업무 경과를 보고하고.”
“이사님! 그걸 다 제가 어떻게…”
“그거 하면, 미스 김은 오늘부터 주임이야.”
“문제없죠! 다녀오세요.”
따지려고 벌떡 일어나던 미스 김이 90도로 절을 했다.
벌써부터 피곤함은 저 멀리 날아가 버렸다.
“으아아아! 내가 간다! 꼼짝 말고 기다려!!”
손에 신소재 샘플이 있으니, 일주일 내내 푹 쉬러… 아니, 찬수에게 긴급 보고하러 갈 이유는 충분했다.
****
파티엣 준설 구역
“더 부어! 밀린다! 밀린단 말이다!”
“붓고 있는 거 안 보여!”
케이슨 안에 준설한 자갈과 모래를 마구 쏟아부었지만, 케이슨이 질질 밀리는 소리가 들렸다.
“방수포! 방수포 가져와! 비가 오잖아! 용접공들 감전당하면 책임질 거야!”
“죄송합니다.”
가랑비가 내렸지만, 용접을 멈출 수가 없었다.
비 오는 날에 용접이라니, 평상시라면 결코 해서는 안 되는 일이지만 지금은 비상사태였다.
“죄송이고 나발이고 방수포 치란 말이야. 안전! 안전! 안전!”
“안전! 안전! 안저어어언!”
케이슨 사이로 걸친 철판에 방수포를 늘어뜨리고, 그 반대편엔 기능공들이 긴 밧줄을 탄 채 용접 작업을 이어갔다.
임시 댐이긴 하지만, 철판을 덧대고 용접을 해야 물을 담을 수 있었다.
“사장님, 더 이상 못 견딥니다. 케이슨이 아니라 자마이카 호가 밀려날 겁니다.”
아버지가 직원들 대표로 와서 말했다.
맞는 말이다. 지금 우린 하류에 댐을 쌓아 상류에 어마어마한 물을 가둔 꼴이었다.
아무리 대형 준설선 잔재라고 해도 수압에 조금씩 밀려날 수밖에 없다. 4000톤이 넘는 케이슨도 저렇게 조금씩 밀려나는데 말이다.
“그러네요. 오늘 하긴 해야겠어요.”
젠장 하필 비가 오다니. 건기라 안심했는데…
하늘에 낀 먹구름을 보아하니 상류 쪽에선 비가 더 내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삽시간에 수량이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늘어날 수도 있다.
그러면 급류를 거슬러 올라가는 시도조차 못 하고 대피해야 할 수도 있다.
“작업 중단하고 모두 나오라고 하세요.”
“예, 사장님.”
삐이이익!
“모두 나와! 사장님이 댐 터뜨리신대.”
“와와아아아!”
삐이이익!
“모두 나와! 어서 나와!”
사방에서 호루라기를 불었고, 직원들이 강가로 피신했다. 철판을 지지하고 있는 군함이 구름다리라도 되는 듯 훌쩍훌쩍 타고 넘었다.
“실행하시는 겁니까?”
김 소령이 내게 다가왔다.
“해봅시다. 오히려 비가 올 때가 기회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지휘하시죠. 제가 옆에서 돕겠습니다.”
“소령님이 함대장인데, 제가 지휘한다고요?”
“설마 저 머저리 양키놈이 이 작전에 숟가락 얹는 걸 보고 싶으십니까?”
김 소령은 저 멀리 지켜보고 있는 스미스 소령을 가리켰다.
그러네, 김 소령이 LST 선단을 지휘하면 군사작전이 되지만, 내가 지휘하면 준설 공사의 일부라고 우길 수 있는 거네.
“제가 하긴 해야겠군요.”
“작업 시작과 폭발 명령만 내려주시면 됩니다. 나머지는 다 제게 맡기시면 됩니다.”
“좋습니다. 갑시다.”
이 일을 마치면 고델에게 스미스 저 녀석은 꼭 한직에 처넣으라고 할 거다.
감히 내 이마에 총을 갖다 댄 놈이다.
“청룡부대 각자 위치로!”
“위치로!”
김 소령의 말 한마디에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청룡 대원들이었다.
물막이 수문을 대신하고 있는 LST나 강을 거스를 LST나 긴장되기 매한가지였다.
LST 함교에 올랐다.
제대로 된 함교에 들어선 건 오랜만이었다.
“전체 LST, 엔진 온!”
있는 힘껏 소리쳤다.
이걸로 시작이다.
“전 함대, 엔진 올려!”
“엔진 올려!”
발바닥을 통해 엔진이 그의 존재를 알렸다.
미국 GM이 그리 자랑하는 4기통 2700마력짜리 엔진이다. 듬직한 녀석, 잘 부탁한다.
“엔진 예열 60초, 목표 RPM 120.”
“엔진 예열 60초, 목표 RPM 120.”
군함의 디젤 엔진은 예열이 필요하다.
김 소령의 명령은 차분하고 정확했다.
대부분 디젤 엔진이 180RPM까지 올라가니 예열할 때는 120RPM까지 올려도 충분할 것이다.
모든 LST가 우르릉거렸다.
이때를 기다렸다는 듯 하늘이 쏴아아아하며 비를 퍼부었다. 하늘이 돕는 건지 방해하는 건지 알 길이 없었다.
“RPM 100, 105, 110, 120!”
“RPM 100, 105, 110, 120!”
정예 중의 정예답게 RPM을 정확히 맞췄다.
“810호, 811호 선회 준비. 왼쪽 수문 810호 우회전, 오른쪽 수문 811호 좌회전할 것이다!”
“선회 준비!”
“선회 준비!”
군함은 2개의 스크루가 달려있어 제자리 선회가 가능하다. 수문이 열리는 격이다.
군함에 기대서 간신히 견디던 철판은 강물의 힘에 비하면 종이짝이나 다름없다.
“선회 준비됐습니다.”
“선회 준비됐습니다.”
무전기로도 수신호로도 사이렌 소리로도 선회 준비를 알려왔다.
“810호 우회전, 811호 좌회전, 선회하라!”
“선회하라!”
귀를 찢을듯한 사이렌 소리와 함께 전방의 LST 2척이 선회를 시작했다.
받치고 있던 배가 점점 철판에서 떨어지자, 철판 너머의 강물이 울기 시작했다.
집어삼키고 말겠다는 듯 으르렁거렸다.
올 테면 와봐!
“808호! 809호! 돌격 준비! 초읽기 20초!”
“돌격 준비! 초읽기 20초!”
“초읽기 20초!”
“20초!”
“초읽기 시작!”
“20! 19! 18! 17!….”
카운트다운이 0에 가까워질수록 돌격 LST의 엔진 소리가 커졌다.
21세기 엔진이라면 가스 터빈을 썼겠지만, 지금은 고작 디젤 엔진에 불과하다.
고작 길이 50미터, 경사 10도 안팎의 급류가 이렇게 거대한 벽으로 느껴지다니.
5000마력은 가볍게 넘기는 21세기 엔진이라면 이따위 급류는 어린애 장난인데 말이다.
힘내라, 청룡부대 LST.
딱 10초만, 딱 10초만 제대로 힘내주면 저 급류 넘어간다.
“… 5, 4, 3, 2, 1, 제로!”
제로를 외치는 순간 김 소령이 나를 쳐다봤다.
지금이다! 난 조금의 머뭇거림도 없이 외쳤다.
“터뜨려!”
“터뜨려!”
콰쾅! 콰쾅!
철판에 달려있던 폭탄이 터지자 철판이 종이짝처럼 구겨졌다.
간신히 버티던 자마이카호가 제일 먼저 급류에 모습을 감췄다.
“돌진하라!!!!”
“돌진하라!!!!”
“우아아아아아아아아!”
LST 최대 속도가 고작 10노트, 고작 초속 5m에 불과한 속도인데 몸이 뒤로 훅하고 젖혀졌다.
거대한 흙탕물이 배를 덮쳤다.
“가! 앞으로!!! @@$$%^^!!!”
“뚫어! 뚫으라고!! ㅆ%^^&&!”
사방에서 욕이 튀어나왔다.
아무리 정예라도 극한의 긴장 상태에선 욕설이 난무했다.
콰아아아아아아
마치 태풍이 덮치는 느낌이었다.
어른 머리만 한 돌덩이가 갑판을 마구 두들기며 지나갔다.
“속도 올려!”
“최고 속도입니다!”
“돌진하란 말이야!”
“지지마! 돌진해! 고오오오오!”
끼이이우우우우우웅. 뭐라고 표현할 수 없는 엔진 소리가 몸 전체를 통과해갔다.
LST가 이런 파도는 처음이라며 비명을 질렀다.
가야 해! 가야 한단 말이다.
“한 번만! 더도 말고 딱 한 번만!”
거대한 파도가 LST를 뒤집겠다는 듯 선수를 높이 들어 올렸다.
커다란 바위가 배 밑창을 때리는지 우당탕거리는 소리가 천둥 같았다.
콰콰쾅! 콰쾅! 콰쾅!
LST도 가만있지 않았다.
지지 않겠다는 듯 뾰족한 선수를 들이밀어 거대한 파도의 대가리를 양쪽으로 갈라냈다.
“돌격해!!! 돌격하라고!!”
LST가 바닥을 긁어대듯 끼이이잉 거리는 울음소리를 토해냈다.
100미터짜리 LST가 월미도 바이킹처럼 높이 솟구쳤다. 정말 폭포수를 거스르는 연어처럼 말이다.
“으아아아악!”
거대한 LST의 선수가 아래로 내리꽂혔다.
우린 분명히 낮은 데서 거슬러 왔는데 말이다.
쾅! 콰쾅!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사방에 흰 물보라가 터져나갔다.
쏟아지는 빗줄기보다 몇 배는 굵은 흙탕물이 쏟아져 내렸다.
“크으아아아아아아아!”
“크아아아아아아아아!”
통신 채널에 괴성이 울려퍼졌다.
아니, 내 주변의 모든 이들이 괴성을 질러댔다.
“성공이다! 성공이야아아아아!!!”
“넘었어! 폭포를 넘었어! 우리가 폭포를 넘었다!”
“넘었다아아아아아!”
“청룡 부대 만세!”
온통 흙탕물이 튀는데도 너나 나나 할 것 없이 갑판으로 뛰어나가 만세를 불렀다.
“대세 실업 만세!”
강가에서 숨죽이고 바라보던 대세 직원들도 목청이 터지라고 함성을 질렀다.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우 사장님.”
“청룡 부대, 전원 환호하라!”
“와아아아아아아!”
전설의 청룡 부대와 함께했다.
듣던 대로 엄청난 부대였다.
‘함께 해서 영광입니다.’
나 또한 갑판으로 나아가 양팔을 활짝 벌렸다.
쏟아지는 빗줄기에 그간의 고생이 씻겨나갔다.
우린 20세기 최초로 1500톤짜리 군함으로 메콩강의 급류를 뛰어넘었다.
< 059 : 함께해서 영광입니다 > 끝
ⓒ 푸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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