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How I Became a Chaebol RAW novel - Chapter (60)
나는 이렇게 재벌이 되었다-60화(60/589)
< 060 : 내 몫을 챙겨라 >
잠시 뒤, 뀌년 캠프.
“대령님! 대령님!”
뀌년 캠프의 부관이 고델이 있는 지휘소로 달려왔다. 평소 보급 임무만 주로 하던 그가 웬일인지 작전 지도를 들고 방안으로 뛰어들었다.
“무슨 일인가?”
“CS가! CS가!”
“뭐야? CS가 왜? 부상이라도 당했나? 어딨나? 지금 어딨어?”
고델은 부관이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소리부터 높였다.
“아닙니다. 부상이 아니라 엄청난 일을 해냈습니다. 엄청난 성과를 거뒀습니다.”
“엄청난 성과? 설마 벌써 준설을 해냈단 말은 아니겠지? 그거 최소 1년은 걸리는 일이라고 자네가 그러지 않았나.”
고델은 CS를 사이공으로 보내고 혼자 속앓이를 했었다.
여태 CS의 도움으로 승승장구했는데, 그가 없이는 현상 유지에 만족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준설이 아닙니… 아니, 준설이나 다름없습니다. 메콩강 상류로 LST를 두 척이나 올려보냈다고 합니다.”
“뭐… 뭐라고?”
어이가 없었다. 고델도 미군 캠프장이라 메콩강 상류의 전략적 의미를 모르지 않았다.
“그… 그럼… 아군이 이제 메콩강 상류에서도 정규 해군 작전을 펼칠 수 있게 되었다, 그 말인가?”
“예, 그렇습니다. 여태 기껏해야 소형 초계정으로 강가 순찰 활동을 한 것이 전부였다면, 이제부턴 함포 지원이며 상륙작전도 가능합니다.”
“그뿐만이 아니지! 여차하면 캄보디아 국경의 호치민 루트를 직접 타격할 수 있다는 말 아닌가!”
“그렇습니다.”
공중 폭격에 비해 함포 공격은 지속적이고 항구적인 공격이다. 출동하는 데 시간이 걸리는 공중 폭격과 달리 함포 공격은 비상 상황에서 즉각적으로 적을 타격하는 것이니까 말이다.
솔직히 월맹군이고 베트콩이고 미 해군에 직접 맞설만한 역량은 없었다.
문제는 해당 지역에 군함을 갖다 놓을 방법이 여의치 않았다는 것인데, 그걸 해냈다고?
“그걸 지금 얘기하면 어째!”
“해당 지역 지휘관이 의도적으로 통신을 방해한 것 같습니다. 한국의 청룡 부대장이 직접 통신을…”
“지휘관이 통신을…”
뚜껑이 열릴 일이었지만,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 아니, 지금 그 따위가 중요한 게 아니야. 이 일로 아군이 승기를 잡았어! 메콩강 삼각주를 차지하면 전쟁의 판도가 바뀐다! 완전히 바뀐다고!”
고델은 말을 하면서도 온몸이 찌릿찌릿할 정도로 흥분했다.
“대령님, 이러실 때가 아닙니다. 어서 가셔서 메콩강 삼각주에 진지를 구축해야 합니다. 구덩이를 파고 깃발만 꽂으시면 되는 겁니다.”
부관 말이 정확했다.
진지 구축은 요식 행위나 다름없었다.
LST가 자체가 진지였다. 군함이 강 한가운데 떡하니 버티고 있으면, 베트콩이든 월맹군이든 강을 건너오려야 올 수가 없다.
월맹군과 단절된 삼각주 내부의 베트콩이 단독으로 작전을 수행하지는 못할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 스스로 지리멸렬할 수밖에 없다.
“맹호 부대! 맹호 부대와 같이 가야 해!”
고델은 대번에 맹호 부대를 떠올렸다.
한국군과 합동 작전을 펼친 걸로 포장해야 했다.
“맹호 부대엔 이미 작전 협조 요청을 하셨지 않습니까. 그쪽이야 수송선으로 갈 겁니다. 대령께선 지금 헬기로 가셔야 합니다. 사이공 캠프장보다 먼저 현장에 가셔야 합니다.”
부관은 마음이 급했다.
속이 타기는 고델도 부관 못지않았다.
10분이라도 먼저 가서 CS가 한 일을 뀌년 캠프의 정규 작전으로 탈바꿈시켜야 했다.
CS가 한 일은 단순히 진지 구축공사를 한 게 아니라, 메콩강 삼각주와 그 일대 지배권을 일거에 획득한 엄청난 공훈이었다.
베트남전의 양상이 완전히 바뀌는 일이었다.
메콩강 삼각주는 월남 인구의 35% 가까운 5백만 명의 농민이 거주하며, 식량 생산의 50%를 담당하며, 거기와 맞닿은 캄보디아 국경은 월맹군의 주요 진출 경로였다.
올라간 LST가 누구 것인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특급 전략 요충지를 뀌년 캠프가 파견한 민간 건설자가 점했다는 사실이 중요했다.
그 일을 도모한 책임자가 고델 대령, 자신이 되어야만 했다.
“뭐해! 뛰어! 헬기 어딨나!”
“A구역 야적장입니다. 그리고, 대령님. 한국에서 CS를 찾아온 사람이 있습니다. 이왕이면 같이…”
고델은 부관이 등 뒤에서 뭐라고 떠들든 냅다 뛰었다. 신병 교육 때를 제외하고 이렇게 격하게 뛰어본 적이 없었다.
숨을 헐떡이며 헬기 앞에 도착해서야, 왜 지프차를 타고 오지 않았는지 자신도 어이가 없었다.
“뀌년 캠프 지휘관이 이게 전부인가! 모두 탑승하라! 어서!”
헬기 안에는 경호를 담당할 소수 병력, 보급 장교, 그리고 마크 상사가 타고 있었다.
남는 자리엔 깃발을 빼곡히 채워놨다.
“저는 맹호 부대와 출발하겠습니다. 가서 승리하십시오! 장군님!”
와중에 작전 부관이라고 부를 말한 이는 헬기 밖에서 ‘척’하니 경례를 붙였다.
벌써 고델을 장군이라 불렀다.
하긴, 이 공훈을 먹기만 한다면 장군이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남십자성 작전만 완성해도 별을 달만한 일인데, 그보다 훨씬 직접적인 공훈이었다.
“어서 출발해!”
“출발하겠습니다. 안전띠 매십시오.”
헬기가 대번에 날아올랐다.
“아니, 아니! 메콩강 점령 작전 코드명이 뭐야? 작전명! 그것부터 정했어야지!”
고델은 떠오르는 헬기의 문을 잡고 땅 위의 부관에게 소리쳤다.
작전 명령을 내린 걸로 꾸며야 할 텐데, 최소한 자신이 코드명은 알고 있어야 했다.
“에스컬레이션! 에스컬레이션입니다.”
“에스컬레이션!!!!”
투타타타타타.
그 작전명이 무슨 뜻이냐고 묻기도 전에 헬기가 떠올랐다.
‘에스컬레이션? LST를 상류로 끌어올리기라도 했다는 거야?’
그제야 고델은 CS가 정확히 어떤 일을 했는지 모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LST를 상류로 올렸다는 말에 흥분해서 그 방법도 묻지 않았다.
‘서… 설마, 그게 가능해?’
거대한 군함을 폭포나 다름없는 급류 위로 어떻게 올린 거지? 거대 군함을 집어 들고 옮길 걸리버가 있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아… 아… 안녕하세요.”
“당신 누구야?”
“대령님, 한국에서 온 특사입니다. CS에게 급히 전해야 하는 용건이 있다고 합니다.”
“특사? 하긴, 한국에서도 그를 필요로 하는 일이 많겠지. 아주 많겠지.”
“예, 예. 그렇습니다.”
삼복이는 얼떨결에 그렇다고 말해버렸다.
특사라고 한 적은 없고, 기밀을 전해야 한다고만 했을 뿐인데 이런 취급을 받았다.
오해라곤 해도 기분은 좋았다.
헬기를 타고 베트남 정글 위를 날아가다니, 평생 자랑할 일이 생겼다.
‘우와아아, 죽여주네, 논이 한도 끝도 없어!’
삼복은 속으로 미친 듯이 환호성을 질렀다.
뀌년 주변은 원시림이나 다름없는 밀림이라더니 개뻥이었다. 지평선이 보일 정도로 광대한 논이 펼쳐져 있었다.
****
메콩강 하류,
“긁어요. 계속!”
“예, 사장님.”
나는 급류 돌파의 여운을 즐길 새도 없었다.
아니, 심장이 벌렁거려 서 있기 힘들 정도였다.
‘분명히 이 근처에 있어. 있다고.’
이렇게 주변 미군이 얼이 빠져 있을 때, 자마이카 호의 엔진을 건져야 했다.
조만간 미군이 나서서 현장을 정리하면, 자마이카 호의 잔재를 건져서 고철로 잉여 물자 처리를 할 것이다.
아직 총알이 날아다니는 전쟁터인지라 엔진을 발견하지 못해도, 다른 인양팀에서 수거한 고철에 엔진까지 섞여 들어갔겠지 하며 흐지부지될 것이다.
덜컹.
“허헉! 사장님!”
“왜, 뭔가 걸렸습니까?”
강바닥을 갈고리로 쓸어대던 바지선 기사가 다급히 나를 불렀다.
여태 걸린 것 중에 제일 무거운 거다.
바지선의 꽁무니가 물에 잠길 정도니 말이다.
“긴급! 긴급! 어서 둘러싸요!”
내가 무선기에 대고 외치자, 바지선을 졸졸 쫓아오던 LST 두 척이 급히 바지선을 둘러쌌다.
허술하게나마 주변 시야를 막은 채 인양기를 가동했다.
“걸렸습니다. 제대로 걸렸습니다.”
“와라! 어서 와!”
연신 덜거덕거리는 소리가 들리며 육중한 덩어리가 천천히 올라오기 시작했다.
“우와앗, 크다. 엄청나게 커.”
“숨겨요! 바로 LST에 집어넣어요. 어서요.”
거대한 원통형 쇳덩이!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이 물건의 가치를 제대로 모를 해병대 장병들도 인양한 엔진의 크기에 압도당한 채 LST 크레인을 건다고 난리를 피웠다.
‘대박! 대박! 초대박! 8000마력짜리야. 5000마력짜리도 아니고 8000마력짜리야.’
나는 기뻐서 펄쩍펄쩍 뛰었다.
시리얼 번호가 ‘MAN8000-xxx’인 걸로 봐서 독일 MAN사의 8000마력짜리 엔진이 분명했다.
일개 준설선에 어째서 명품 디젤 엔진이 달려 있었던 건지는 모르겠지만, 이걸 발주한 미군 공병은 정말 준설에 성공하고 싶었던 거다.
60년대에 저만한 엔진은 최소 5백만 불은 줘야… 아니, 돈만 준다고 마음대로 살 수 있는 물건이 아니었다.
물먹은 놈이라 하나하나 분해해서 때 빼고 광낸 다음에 써야 한다는 게 문제였지만, 그래도 그게 어딘가. 공짜 아닌가. 공짜!!!
“여러분은 아무것도 본 게 없는 겁니다. 이건 국가적인 자산입니다. 무슨 말인지 알죠?”
“예!”
“따라 하세요. 난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
“난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
“국군 장병 여러분, 부탁합니다. 수백만 불짜리, 아니, 돈 주고도 못 사는 보물입니다.”
“청룡!”
청룡 부대는 대번에 엔진을 격납고에 감췄다.
LST는 탱크와 전투 병력을 옮기는 상륙선이다.
훤히 갑판이 드러나는 바지선으로 옮길 수 없으니 LST 외엔 대안도 없었다.
***
투다다다다다다.
“어?”
MAN사(社) 엔진을 막 숨기자마자 어디선가 헬기 소리가 들렸다.
흔히 보는 잠자리 헬기가 아니라, 쌍발 날개를 갖춘 제법 근사한 헬기였다.
상공을 잠시 선회하더니 강변 언덕에 다져놓은 철판 야적장에 착륙했다.
곧이어 헬기에서 미군들이 우르르 뛰어내렸다.
보고 있자니 삼각주 입구로 미친 듯이 달려가, 성조기와 뀌년 캠프 깃발을 닥치는 대로 꽂기 시작했다.
“뀌년 캠프 깃발이네. 아하, 하하하하하. 고델! 고델이 왔어!”
고델이 이렇게 반가울 수가.
건기에 예상치 못한 비가 내리는 바람에 연락도 못 하고 작전부터 펼쳤는데, 고델이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달려온 것이다.
역시 바보는 아니었어.
“저기, 헬기 쪽으로 갑시다. 어서요.”
“예, 사장님.”
바지선 예인선을 타고 강을 가로질렀다.
“대령님.”
“끄으윽, CS! 무사했던가!”
내가 강변에 내리자마자 고델이 성큼성큼 다가와 나를 와락 포옹했다.
뭐야, 뭐길래 초장부터 뮤지컬 분위기야?
고델 대령이 온갖 똥폼을 잡으며 날 포옹하고 쳐다보는 행동을 반복했다.
감격해서 말문이 막히는 척 내 대사를 기다리는 것이었다.
“대세 실업 CS Woo! 뀌년 캠프의 명령에 따라 LST 이송 작업을 완료했음을 보고합니다.”
“그래! 그래! 바로 그거지! 그게 바로 에스컬레이션 작전이 아니던가.”
‘에스컬레이션? 크.’
급조했나본데 내 작전을 표현하는 코드명으론 썩 괜찮았다.
“대령님의 지시가 완벽했기에 가능했습니다.”
“어려운 일을 그토록 완벽하게 수행하다니!”
보아하니 내가 어떻게 LST를 상류로 올렸는지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것 같았다.
“미처 연락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이미 비가 오고 있어서, 물막이 댐을 터뜨려야 했습니다. 순간적으로 수위가 높아졌을 때 강을 거슬러 올라가야만 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에에에! 역시 자네는 상황 파악이 빨라. 민간인으로서 군 작전을 수행하는 게 부담되었을 텐데, 훌륭히 해냈군. 잘했군! 잘했어!”
“제가 비록 일개 건설 업자에 불과하나 대령님에 대한 믿음으로 작업만 생각했습니다.”
“그랬단 말이지?”
“명령 완수에 필요하다면, 절차상의 문제 따위 대령님이 다 해결해주리라 믿었습니다. 베트남의 자유 수호에 군인과 민간인이 어디 있습니까!”
나는 그의 앞에 주먹을 꾹 쥐었다.
“그렇취이이! 자유 수호가 최우선이쥐이이!”
그 말을 기다렸던지 고델이 사방을 휘휘 둘러보며 자유 수호를 따라 외쳤다.
흥분한 고델의 목소리가 신호라도 되는 듯 홍보병이 카메라 셔터를 마구 눌러댔다.
그래, 광은 이렇게 파는 거다.
스미스가 이곳의 지휘관이면 내 일은 한낱 준설 작업에 불과하겠지만, 고델이 이렇게 병력을 이끌고 왔으니 군사 작전이 되는 거다.
“뀌년 캠프 진지 구축하라! 저기! 저기!”
“구축하라!”
마크 상사가 내게 윙크하더니 사방으로 병력을 흩어댔다. 인당 깃발을 몇 개씩 들고 뛰었다.
그래 여긴 지금 깃발만 꽂으면 진지 구축을 완료하는 셈이었다.
‘원래 역사에서 한.미 연합군이 메콩강 삼각주를 장악한 적이 있었던가?’
모름지기 나쁜 방향은 아닐 것 같았다.
고델은 여기 공훈을 차지하기 위해서라도 한국군을 이곳에 주둔시킬 것이다.
청룡 부대의 LST가 올라갔으니, 명목상 합동 작전으로 꾸며야 하니까.
우리 군이야 논의 소중함을 아는 민족이니, 여기서 미군보다 훨씬 더 잘할 거다.
“Sir! 사이공 캠프, 스미스 소령입니다. 메콩강 델타 작전에 참여하신 것을 환영합니다.”
헬기를 봤는지 어디선가 스미스 소령이 급히 달려와 고델 대령에게 경례했다.
“뭔 개소리야? 메콩강 델타 작전?”
고델은 인상을 와락 구겼다.
< 060 : 내 몫을 챙겨라 > 끝
ⓒ 푸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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