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How I Became a Chaebol RAW novel - Chapter (61)
나는 이렇게 재벌이 되었다-61화(61/589)
< 061 : 큰돈을 벌어보자 >
“예! 사이공 캠프의 진지 구축 작전입니다만…”
“뭐라는 거야? 저 상류에 있는 LST를 누가 보냈는데? 우리 뀌년 캠프라고! 작전명도 제대로 모르는 멍청이 같으니. 에스컬레이션! 에스컬레이션이라고!”
“허헉!”
고델 대령이 스미스 소령에게 으르렁거렸다.
사령관 앞에서도 직접 브리핑한 양반이기에 이따위 연기는 그에게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리고, 듣자 하니 통신을 무시한 놈이 있다는데 그게 네 놈이야?”
고델은 LST가 상류로 올라간 걸 부관을 통해 뒤늦게 연락받은 걸 떠올렸다. 조금만 더 늦었으면 공훈을 사이공 캠프에 뺏겼을지도 모른단 생각에 머리카락이 쭈뼛 섰다. 생각만 해도 끔찍했다.
“… Sir! 오해십니다. 통신을 무시한 일은 절대 없습니다.”
“오해에에에? 오해라고? 누가? 내가? 그럼, 누가 내게 거짓 보고를 했단 말인가? 그 새끼가 누구야! 누가 내게 거짓 보고를 했어어어어!!!”
고델이 시뻘건 얼굴로 방방 떴다.
오케이, 내 몫을 챙겨줄 요량이다.
“청룡! 청룡 부대 김영관 소령입니다. 스미스 소령이 연락 장교와 연락 무전을 모두 무시했음을 보고합니다.”
“이 자가 무시했다 이건가!”
“예! 그뿐만 아닙니다. 스미스 소령이 CS에게 총을 겨누는 것도 제 눈으로 똑똑히 보았습니다.”
청룡 부대 김 소령이 스미스 놈의 작태를 잘도 일러바쳤다. 뒤끝이 확실했다.
“무어어? 군인이 아군의 연락도 무시하고, 심지어 민간인에게 총까지 겨눠? 이 새끼가 옷 벗고 싶어 환장했나.”
“Sir! 오해십니다. 기밀! 기밀작전이라 그랬습니다. 사이공 캠프에 확인하십시오.”
“닥쳐! 새끼야. 나더러 사이공 캠프에 확인하라고? 내가 사이공 캠프장 밑이냐! 위, 아래 구별이 안 돼? 이 개새끼야!”
“끄윽. 으으윽.”
고델 대령이 스미스의 조인트를 냅다 깠다.
우리 정글용 군화는 양철판을 덧댔기에 엄청 아프다. 스미스 소령이 통증을 참지 못하고 바닥을 뒹굴었다.
고델은 그런 스미스의 엉덩이까지 걷어차며 식식거렸다. 스미스로선 부하 앞에서 이런 굴욕이 없었다.
군 생활 완전히 꼬인 셈이다.
꼬시다, 빌어먹을 놈.
“군기하고는. 똑바로 안 일어나? 베트콩보다 더 나쁜 새끼가 아군 적군, 부하와 상사도 구별 못 하는 놈이야! 그런 놈은 간첩이나 다름없어.”
“시정하겠습니다, 대령님.”
“뭐, 시정해? 너 진짜 간첩이야? 이적 행위라도 한거야?”
“오해십니다. 저저절대 그런 일 없습니다.”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말까지 더듬는 스미스 소령을 보고 있노라니 분위기가 싸늘해졌다.
고델 대령은 그런 스미스를 보고 직감적으로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너 뒤에 누가 있어? 누가 CS를 위협하라고 시킨 거야? 누구야? 사이공 캠프장이야? 설마 적과 내통이라도 한 건가?”
“그런 일 없습니다. 오해십니다.”
“제대로 말 못해!”
빡!
“으아악!”
조인트 깐 데를 또 까니 스미스가 자지러졌다.
“뭔가 이상합니다, 대령님. 조사가 필요합니다.”
“하는 짓거리를 보아하니 혼자가 아닌 거로군. 내가 직접 알아봐야겠어.”
“오해십니다. 오햅니다. 대령님!”
“뭔 오해야. 네 놈같은 하수인에겐 계급장 따윈 어울리지 않아!”
고델은 단박에 스미스의 계급장을 뜯어버렸다.
“부관! 이놈 끌고 가! 군법에 회부하겠어.”
“옛설!”
“오해십니다. 오햅니다. 대령님!”
“닥쳐! 부관, 사이공 캠프의 업무를 모두 이관받아. 이곳 기지 구축은 물론, 사이공 캠프의 병참 업무도 모두 내가 관리한다.”
“옛설!”
고델이 날 향해 보일 듯 말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 정도 공훈이면 별을 다는 것은 문제없고, 사이공 캠프를 접수하는 것도 시간문제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사이공 쪽 군납도 싹 모아서 내게 주면 되지? 하는 표정을 지었다.
이야, 단박에 사이공 쪽 병참도 차지하는 거네.
여태 뀌년 주변 5만 명 물량만 해도 꽤 짭짤했는데, 사이공의 10만 병력을 더하면 정말 돈 좀 되겠는걸?
“대령님, 청룡 부대에서도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김 소령이 고델에게 깍듯하게 경례하면서도 한편으론 내게 눈짓을 했다.
‘이 사람에게 LST를 달라고 하면 되죠?’하는 표정이었다. 당연하지.
별 달려고 여기까지 달려온 양반인데, 그 정도 거래는 해줘야지. 청룡 부대는 공훈을 양보하고 LST를 취하면 윈윈하는 거다.
“군인끼리 얘기는 조용한데 가서 하지.”
고델도 눈치를 챘는지 김 소령을 데리고 사라졌다.
“찬수야…”
“삼복아! 네가 여길? 이거 꿈이야?”
흐뭇한 마음으로 고델과 김 소령이 걸어가는 걸 보고 있는데 어디선가 나타난 삼복이가 날 불렀다.
“네가 일 잘하나 감시하러 왔지. 뀌년에 도착했더니 너가 여기 있다며 다짜고짜 헬기를 타라고 하더라고.”
“크, 녀석. 잘 왔다.”
“그럼, 잘 왔지. 나 아니면 누가 널 챙기냐. 실은 나 너에게 자랑할 게 있어.”
“그래, 그래, 자랑해 봐”
나는 우쭐대는 녀석을 와락 안아줬다.
뭘 자랑할 건지는 나중에 물어도 충분했다.
해외에서 친구를 만나는 것은 참 좋다.
***
“콜라?”
나는 삼복이를 임시 막사로 데려가 콜라부터 한병 던졌다.
“뭐야? 미지근하잖아.”
“마, 냉장고가 없잖아. 여긴 임시 막사라고. 그래도 물 마시고 배앓이 하는 것보단 나아.”
뚜껑을 따면 절반이 날아가지만, 이젠 김빠진 콜라가 익숙해질 정도였다.
“뀌년 캠프에선 늘 잭콕 마신다더니, 다 뻥이었어.”
“뻥은 무슨 뻥이야, 현장에서 이런 콜라도 감지 덕지야. 그건 그렇고, 바쁘신 분께서 이 먼 월남까지 어쩐 일로 날아오신 거야?”
“크하하하, 아무리 바빠도 보고할 건 보고해야지 황 영감님이 멋진 걸 개발하셨거든.”
“멋진 거?”
삼복이는 마치 자기가 한 일 인양 어깨를 으쓱 그렸다.
그리고는 헬기에까지 꼭 껴안고 탄 가방에서 주섬주섬 뭔가를 꺼내 놓았다.
황금색 실타래?
뭐지? 하는 느낌이 들었다
아니, 솔직히 힐끗 보기만 했는데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설마…
“이게 뭐야 삼복아?”
“뭐긴 뭐겠어. 폴리우레탄 아냐. 찬수 너가 그리도 개발하고 싶어하던 폴리우레탄! 이것만 있으면 투습방수 원단을 만들 수 있다며. 그걸로 일본 놈들 제낄 수 있다며.”
“폴리우레탄? 이게?”
난 황금색 실을 만지작거렸다.
“에이, 그건 촉매지. 껍질을 벗겨야 폴리우레탄이 나오지. 그것도 모르냐, 짜식.”
삼복이는 촉매라는 말을 반복하며 황금색 껍질을 벗겼다. 쉽사리 벗겨지지 않는지 손톱에 힘이 들어갔다.
“그게 촉매라고?”
“응, 황 영감님이 그러시던데. 찬수 네가 폴리우레탄을 만들려면 아라미드인지 뭔지 하는 촉매를 써야 된다며? 그게 이거래. 껍질 벗기는 방법도 알 거라고 하던데… 혹시 모르냐?”
“아라미드?”
나는 정신이 멍해졌다.
이게 아라미드라고? 아라미드 섬유라고?
그러고 보니, 황금색 껍질만 뭉쳐보면 질기고 딱딱한 느낌마저 들었다.
설마, 이게 진짜 카블라 섬유… 즉, 최첨단 방탄 섬유다 이건가? 미국 듀폰사가 1970년대 초에 개발하는 그 소재?
우리나라는 1980년대 들어서야 겨우 자체 중합에 성공한 소재이며, 그마저도 양산성이 부족해 20년간 연구 끝에 상업화에 성공한 제품이다.
일명 슈퍼 섬유라 불리며, 방탄복이나 방탄 헬멧 등등 군수품에도 많이 쓰이는 제품이라 듀폰사의 집요한 방해 공작과 기나긴 소송이 있기도 했다.
한국의 독자 개발임은 인정하면서도, 듀폰사의 양산 기술을 유출했다는 혐의로 수천억의 배상금을 냈으니 참으로 사연 많은 섬유라고 하겠다.
1980년대 내가 취업 준비를 하던 시절, 장영실상을 받았던 소재라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다.
그리 어렵고 어려운 소재를 세계 최초로 우리가… 아니, 황 영감님이 개발했다고?
“아라미드? 아마리드? 아마로드? 에이 씨, 몰라! 여하튼 이걸 벗기는 건 찬수 네 일이야.”
“그래, 그래. 벗기든 입히든 내가 알아서 할게. 중요한 건 황 영감님이 이건 어떻게 만들었냐 하는 거야. 아는 거 있어?”
“뭐 내가 아는 건 없고, 공장 안에 들어가 봤더니 수증기가 잔뜩 끼어 있더라고. 황 영감님 말로는 습식이 답이래.”
“습식?”
“그래, 건식 말고 습식! 수조 안에서 실을 막 뽑던데…”
그래… 그래 그러고 보니 폴리우레탄을 만들기 위해선 아라미드 계열의 유기 촉매를 쓰긴 쓴다.
그런데, 촉매 반응을 유도하다가 습식 환경에서 아라미드 계열 유기 촉매가 가교 반응을 한 거다.
오히려 폴리우레탄이 카블라 소재의 촉매 역할을 했을 수도 있다.
그러네, 모르긴 몰라도 카블라가 이런 식으로 발견되었을 가능성이 높네.
원래 역사에서도 듀폰이 폴리우레탄과 카블라를 비슷한 시기에 개발했다 .
“대… 대발견이야. 대발견.”
“그렇지 대발견이지. 그럼 이제 폴리우레탄으로 투습방수 원단만 만들면 되냐. 코팅을 하면 된다고 했는데, 정확히 어떻게 하는 거니?”
뭐 어려울 것 없다.
코팅이라고 해봐야 그냥 폴리우레탄이 굳기 전에 원단 위에 뿌리고 고무 나이프로 얇게 펴 바르기면 되는 것이다.
숙련공이 해도 되고, 장비를 쓰면 품질이 더 좋아질 것이다.
“걱정하지마. 내가 구 반장들에게 코팅법을 알려 줄 테니까 말이야. 투습방수 제품을 물론, 입으면 쭉쭉 늘어나는 스판 바지, 입은 듯 만 듯 착용감이 죽여주는 속옷, 몸매가 근사하게 드러나는 운동복까지도 만들거야. 넌 수출만 하면 돼.”
“우와아아앗!”
내 말에 삼복이는 두 팔을 번쩍 뛰며 좋아했다.
벌써 제품이 수십 가지는 튀어나온 격이니까.
“삼복아.”
나는 삼복이의 만세 삼창하는 팔을 조용히 끄집어내렸다.
“왜 그래? 우리 부자된 거잖아. 좋아해야지.”
“폴리우레탄 제품도 대박이지만, 더 대박은 이거 황금색 껍질이야.”
“황금색 껍질… 이게 대박이라고?”
“응. 이거 카블라라고 하는 슈퍼 섬유야.”
“카블라? 슈퍼 섬유?”
“응, 총알을 튕겨내는 슈퍼 섬유.”
정확하게 말하면 총알을 튕겨내는 게 아니라 회전하는 총알을 카블라가 옭아매는 건데, 일반인들한테는 그게 그거다
“그럼 방탄? 방탄조끼?”
“응. 방탄조끼.”
“케에엑!”
삼복이가 깜짝 놀라다 못해 숨이 막히는지 가슴을 두드렸다.
“폴리우레탄 제품이야 구 반장들한테 맡긴다손 치고, 카블라는 미국 회사가 나서기 전에 우리가 먼저 방탄복과 방탄 헬멧을 내놔야 해. 삼복이 너, 할 수 있겠어?”
내 말에 삼복이 얼굴이 파래졌다.
“농담하는 거야? 아니… 농담이라고 말해 줘, 찬수야.”
겁을 먹은 건지 아니면 쏟아질 업무를 감당하지 못한다는 의미인지 모르겠지만, 삼복이가 손사래를 쳤다.
“어쩐다… 베트남을 또 비워?”
“필요하면 비워야지. 황 영감님이 그랬어. 지금 반드시 찬수 네가 한국으로 들어와야 한다고. 안 그러면 일본한테 잡아 먹힌다고 말이야.”
“뭐? 일본에게 잡아먹혀?”
일제 강점기가 끝난 지가 언젠데 뭔, 뜬금없는 말을 하나 싶었다.
“황 영감님이 부탁했어, 찬수 내가 들어와서 일본을 이겨달래. 이대로 한일 수교가 진행되면 일본이 다시 우리 피를 빨게 될 거라고.”
“한일수교?”
한일 수교라는 말에 나도 모르게 이맛살을 찌푸렸다. 알지만 애써 모른 척 하고 싶은 단어였다
한일 수교는 독일과 EU처럼, 한일 양국 간에 식민지 때의 앙금을 청산할 유일한 기회였는데 그 기회를 너무나도 헐값에 해치웠지.
일명 혈채(血債)라고 불리는 청구권 자금이었음에도, 피해자는 깔끔하게 배제된 채 국가 간의 정치적 수작만 난무했다.
돈보다 피해자에 대한 사과가 더 중요했고, 한일 양국 간 미래지향적인 관계 개선을 했어야 했다.
하지만 일본은 한일 수교의 이유가 미국에게 등 떠밀려서 하는 거라고 여겼고, 청구권 자금 지출에 있어서 철저하게 경제적 논리만을 들이댔다.
일본이 한국을 도왔다고 여기는 매국노들은 절대 이해하지 못할 일이다.
헌데, 그걸 굳이 내가 건드려야 하나?
지금 청와대와 가까워진 것만으로도 충분히 부담스러운데 말이다.
“너라면 할 수 있지 않을까? 청와대에도 줄이 있고….”
삼복이도 부담스러운지 말을 잇지 못했다.
“지금 와서 나라고 별 수 있을까? 벌써 협상은 끝나지 않았니?”
안타까운 일이지만 내가 관여하기엔 너무 책임이 크고, 들어가는 시간도 만만치 않은 일이다.
무엇보다 이미 늦었다.
이미 협정에 서명했을 거 아닌가.
“나도 그런 줄 알았는데 출국하기 전에 알아보니까 12월에 비준, 발효될 거라는데? 아직 완벽하게 끝난 건 아닌가 봐.”
“뭐어?”
이미 끝난 일이라고 치부하고 있었는데, 막상 기회가 있다고 하니 묻어 두었던 생각이 떠올랐다.
만약 내가 한일 협상을 담당할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
대일민간인 청구권, 독도 문제, 7광구를 비롯한 해양 개발, 한일 어업 협정, 해운산업 온갖 것들을 같이 해결할 수 있지 않았을까?
아니, 해결할 필요도 없다.
딱 한세대, 30년만 더 미뤄버리면 그뿐이다.
지금은 체급 차이가 너무 크지만, 그때라면 우리도 일본이랑 맞상대할 법하지 않나.
‘그리고 이게 있다면…’
카블라 정도면, 듀폰은 물론 미 국방성과도 거래를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영악한 미국 변호사 집단을 이용하면, 굳이 일본은 직접 상대할 일도 없지 않나?
솔직히 이때의 한국 정부도 바보가 아니기에, 그 일의 의미를 모르지 않았다. 하지만 당장 쓸 돈이 없어서 청구권을 그토록 허무하게 써버린 거 아냐?
돈 문제만 해결되면 나름 자존심은 챙길 것 같은데?
‘난 모든 것을 바꾸려고 왔지. 그런데, 두렵고, 어렵고, 책임이 큰 문제는… 피할 건가?’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
좋은 게 좋지 하며 모든 것을 남이 하던대로 따라했던 전생이 그리 행복했던가?
그걸 현생에서도 반복할 건가?
이상한 놈들이 꺼지라고 하면 노예처럼 고개를 숙이고 물러날 건가?
“에이, 개새…”
나도 모르게 욕이 튀어나왔다.
“찬수야…”
“귀국해야겠어.”
큰돈을 벌어보자.
아주 가치로운 큰돈을 말이다.
너무 너무 힘들더라도 말이다.
나는 모든 것을 바꾸리라.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할 거다.
‘정해진 운명 따윈 없으며, 도망쳐 간 곳엔 낙원이 없음’을 나는 이미 보았다.
< 061 : 큰돈을 벌어보자 > 끝
ⓒ 푸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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