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How I Became a Chaebol RAW novel - Chapter (70)
나는 이렇게 재벌이 되었다-70화(70/589)
< 070 : 동아줄 >
“우 사장님, 진해에 도착했습니다.”
염원철 차관보가 나를 깨웠다.
깜빡 잠이 들었던 모양이다.
“아니, 중간에 깨우시지 그러셨어요. 운전 교대라도 하게 말입니다.”
“아닙니다. 밤잠도 줄여가며 일하시는 거 다 압니다. 차에서라도 주무셔야죠.”
염 차관보가 거의 밤새도록 차를 운전했다.
60년대 국도는 정말이지 지옥이나 다름없었다.
긴 운전 끝에 진해 해군기지에 도착했다.
“충성! 어서 오십시오.”
청와대에서 왔다는 말도 필요 없었다.
이미 해군기지 앞에는 손태양 소령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소령님, 오랜만이네요. 건강하니 보기 좋군요.”
“늦었지만 무사 귀환을 축하드립니다.”
“고마워요. 인사해요, 이쪽은 염원철 상공부 차관보님입니다.”
“안녕하세요. 잘 부탁드립니다.”
“충성. 운봉함 함장 손태양 소령입니다.”
“청와대에서 연락을 받으셨군요. 그럼 저희가 온 이유도 아시겠습니다.”
염 차관보는 마음이 급했던지 인사를 나누자마자 용건부터 말했다.
“보여드릴 배가 있습니다. 가시죠.”
손 소령이 성큼성큼 기지 안으로 걸어갔다.
생각보다 허허벌판이었다.
21세기엔 벚꽃 구경하며 참 아름답다고 여겼는데, 60년대는 그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한참 걷다 보니 파도가 잔잔한 곳이 나왔고, 배가 한 척 정박해 있었다.
“저 배인가요?”
“예, 저 배가 해군 실습선입니다.”
나름 기대를 했었는데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
일단 크기부터가 너무 작았다.
아무리 봐도 2500톤이 넘을 것 같지 않았다.
하긴, 그보다 큰 군함이 없는데 실습선이 그 이상 될 리가 없었다.
“혹시 저 배보다 큰 배는 없습니까? 기존에 쓰던 낡은 군함이라도 상관없어요.”
“안타깝지만 없습니다. 미군이 LST를 주는 조건으로 기존 군함은 퇴역시켜 실습용으로 쓰거나, 그게 안 된다면 고철로 처리를 해야 했습니다.”
하긴 미군이 한국에 군함을 준 것은 한미 합동 군사 작전을 용이하게 하려는 목적이니, 족보가 이상한 군함은 아예 폐기하는 게 나았을 것이다.
결국 쓸만한 배는 이게 전부라는 얘기인 것 같았다. 한숨이 절로 나왔다.
2500톤도 안되는 배로 미국까지 물건을 실어나르려면, 대체 몇 번을 왔다 갔다 해야 할까?
이 시대 배가 고속선도 아니니, 미국까지 편도로 한 달 이상은 걸리고… 지금 당장 출발해도 두 번 실어나르는 것도 아슬아슬하네.
이 배만으론 안 되는 일이네.
이 배 말고도 큰 배를 더 구해야 한다.
“그렇군요. 그럼, 시범 운항을 해주실 수 있습니까? 가까운 연안 정도만 돌아봤으면 합니다.”
태평양을 건너려면 엔진을 포함해 기관 상황을 점검해야 했다. 제주도 가는 것도 아니고 태평양을 건너는 일이다.
“예에? 운항 가능한 배가 필요하셨던 겁니까?”
“……”
내 말에 손태양 소령은 매우 당황했다.
뭐야? 설마 이거 무늬만 배야?
“그럼요. 우린 태평양을 건너야 합니다.”
“죄송합니다. 몰랐습니다. 이 실습선은 엔진을 떼버린 선박입니다. 엔진은 일본에 중고로 팔아… 여하튼, 그렇습니다.”
실습선 엔진도 중고로 팔아먹을 만큼 돈이 없다는 말인가 보다.
그래, 멀쩡할 리가 없지.
멀쩡했으면 이렇게 처박아둘 이유가 없지.
뀌년으로 왔다 갔다 하라고 시켰겠지.
거기서 실어 오는 원목이 얼만데.
‘빌어먹을… 내가… 내가… 이 고비만 넘기면 무슨 일이 있어도 배 만들고 만다. 조선소 세우고 만다. 개%^&&*@@#.’
속으로 욕이 줄줄이 튀어나왔다.
어째서 OB들이 맨땅에 헤딩했다는 말을 그리 주야장천 떠들었는지 이제 알겠다.
빌어먹을 정도로 맨땅이다.
그냥 맨땅이 아니라, 울퉁불퉁 자갈이 툭툭 불거진 맨땅이다.
한 번씩 들이받을 때마다 정말 피를 토하겠다.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다.
결국 자세가 안 나오지만 밴 플린트한테 연락해서 큰 상선을 대달라고 하면 어찌어찌 해결될 것이다. 미국에서 비정기 상선을 한국으로 직접 보내면 일본 정부도 뭐라고 하지는 못할 테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난… 영원히 아웃이야.’
미국 배를 가져오면 이번 고비는 넘을 수 있을지 몰라도, 나는 밴 플린트는 물론 밴 플린트가 다리를 놔준 낸시마저 놓치게 될 것이다.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것을 도와줘야 하는 상대는 동료가 아니라 짐일 뿐이다.
시험 출제자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응시자라니. 생각만으로도 한심했다.
‘하아… 제기랄, 그렇다고 뾰족한 방법이 없는 걸 어째.’
온몸에 힘이 쭉 빠졌다.
국가 부도를 생각하면 그래도 굽히고 들어가야 하나. 가용할 배가 없는데 물건을 어찌 실어나르나.
일본 놈들이 내 목줄을 제대로 잡고 흔들었다.
“손 소령님, 해양대학교에도 실습선이 있지 않습니까. 거기 선박은 어떻습니까?”
염원철 차관보가 옆에서 조심스레 물었다.
하나 마나 한 질문이었다.
군부 정권에서 해군 실습선이 이 정도인데, 일개 대학의 실습선이 이것보다 더 나을 리가 있나.
“그쪽도 여기와 상황은 비슷합니다. 이 배보다 크기는 하지만 움직이지 못하는 건 똑같습니다.”
“아, 그렇군요…”
둘의 대화에 나는 눈이 번쩍 뜨였다.
뭐야? 이것보다 더 커?
“잠깐만요, 소령님. 대학교 실습선이 해군 실습선보다 더 크다고요? 사실입니까?”
“아, 예. 사실입니다. 크긴 해도 엔진이 피격당했던 배라 항해할 수 없는 건 마찬가집니다. 오히려 너무 덩치가 커서 진해까지 예인할 수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부산에 있는 해양 대학교에서 실습선으로 가져다 썼던 겁니다.”
“엔진이 피격당했다고요?”
“예, 광복 직전 부산 앞바다에서 미군의 기뢰에 맞아 좌초했던 화물선을 겨우겨우 인양까지는 한 겁니다. 그간 대한 호의 수리 시도는 여러 번 있었지만 다들 비용 문제로 포기했다고 들었습니다.”
“대한 호라고요?”
“예… 실습선 이름이 대한 호입니다. 대한민국 1호 실습선이라는 의미로 말입니다.”
어째 들으면 들을수록 내가 아는 그 배인 것 같았다. 기뢰를 맞아 좌초한 이력도 그렇고 배 이름까지 대한 호다.
“잠깐, 잠깐. 대한 호가 몇 톤 급이죠?”
“이 실습선 세 배 정도니까, 대충 1만톤급은 될 겁니다.”
“그래요? 정말입니까?”
1만톤이라는 말에 가슴이 벌렁거렸다.
동아줄 하나가 하늘에서 내려오는 느낌이었다.
“우 사장님, 아무리 1만 톤급이라도 운항을 못 하면… 아니, 그보다 그 배가 일본 배라는 것부터 마음에 걸립니다. 이 모든 사달이 일본이 뒷다리 잡아서 시작된 건데요.”
염원철 차관보가 걱정스레 말했다.
“괜찮습니다. 해방 당시 우리 해역에 있던 배는 우리 배입니다. 그 유명한 미군정 포고령 제 2호 아닙니까? 그래서 실습선으로 쓰고 있는 겁니다.”
손 소령이 차분히 설명했다.
미군정 포고령 제 2호에서 1945년 8월 9일 기준으로 일본에 있는 재산은 일본 것, 한국에 있는 재산은 한국 거라고 규정했다.
패전국인 일본이 따질 일이 아니었다.
“다행이네요. 걱정 그만하시고 어서 갑시다.”
“예에? 가자고요?”
“내가 원하는 배가 바로 그겁니다. 어서 갑시다. 부산으로.”
“우 사장님, 뭔가 착각하신 것 같습니다. 제가 좀 전에 말씀드린 바와 같이, 그 배도 엔진이 없는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손 소령이 애써 담담한 척 말을 이었다.
“그게 뭐가 문제입니까? 엔진은 이미 있습니다. 그것도 여기 진해에 말입니다.”
“여기 진해에 엔진이 있다고요?”
“청룡부대의 김용관 소령이 이곳에 뭔가를 가져다 놓지 않았습니까?”
“아!! 그러고 보니, 우 사장님이 찾으러 올 거라고 했었는데… 설마… 그 일급 기밀 화물이 엔진? 엔진이었습니까?”
“네, 그겁니다. 준설선 엔진으로 쓰던 건데 워낙 대형이라, 선박에 장착해도 될 겁니다.”
“오오오오오! 그런 겁니까?”
“이야아아, 정말이십니까? 우와앗!”
손 소령과 염 차관보가 연이어 환호성을 질렀고, 나 또한 가슴이 벅찼다.
언제고 준설선을 건조할 때 써야지 했는데, 이렇게 화물선에 쓰게 될 줄이야.
메콩강에서 그 고생하며 건져놓길 정말 잘했다.
과거의 나를 너무너무 칭찬해주고 싶었다.
“그 엔진을 부산으로 옮겨줄 수 있나요?”
“물론입니다. 운봉함으로 실어드리겠습니다. 트럭보단 빠를 겁니다.”
“하하, 그래 준다면야 너무 좋죠.”
“듣던 중 반가운 소립니다.”
솔직히 진해에서 부산까지 운전하고 갈 생각을 하니 끔찍했는데, 편하게 배 타고 가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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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우우우. 뿌우우우.
LST 운봉함은 해양대학에 배를 대면서 뱃고동을 울렸다. 출발 전에 연락을 했던 터라 다들 실습 항구로 나와 있었다.
“운봉함 입항을 환영합니다.”
“충성! 감사합니다, 윤상수 교수님.”
“어서 와, 손 소령. 오랜만이야. ”
해양대학 교수와 손 소령은 서로 안면이 있는 것 같았다. 하긴, 이 바닥이 좁으니 서로 알만한 사람은 다 알 것 같았다.
“귀빈께서 대한 호를 보고 싶다고 하셔서 모시고 왔습니다.”
“우찬수입니다.”
내가 명함을 건네자 살짝 놀라는 표정이었다.
대세 실업도 꽤 유명해진 모양이다.
“이쪽으로 모시겠습니다.”
해양대학교라고 했지만, 군대나 다름없었다.
교수며 학생이며 제복을 갖추고 행동 하나하나가 각이 딱딱 떨어졌다.
하긴 이때의 해양대학교 학생은 ‘해군예비원령’이라고 해서, 전시에 해군에 징발되는 조건으로 병역 특례를 받고 있었다.
플랜트 사업부에 들어온 해기사들중 병역 특례를 받은 이들이 꽤 있었기에 잘 알고 있었다.
여기에서 배출된 사람들이 한국 해운의 주력 인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제는 운용할 배가 없다는 것.
졸업하자마자 일본으로 건너가 외항선사에 취직자리를 알아보는 경우가 태반이었다.
그러고 보니 배도 없는데 학교를 세우고 항해 교육을 시켰네. 참 특이한 민족이 아닐 수 없다.
“귀빈들께 대한호를 보여드릴 수 있게 되어 영광입니다. 여기서 실습도 하고, 선실 일부는 개조하여 기숙사로도 쓰고 있습니다. 즉, 일상생활 자체가 실습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윤 교수가 배에 오르며 설명을 이어갔다.
배를 기숙사로 쓰고 있다니, 아이디어가 좋다고 해야 할지 열악하다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하긴 대학교 건물이라고 할만한 것도 없었다.
“선체가 녹이 많이 슬었군요. 한 번도 보수하지 못한 겁니까?”
“이 배는 기뢰에 맞아 좌초한 선박을 인양한 것입니다. 구멍이 난 부분만 임시로 때운 수준이며, 정상적으로 운용하려면 대대적인 보수 작업이 필요합니다. 정부에서 도와주셨으면 합니다.”
“그러시군요.”
윤 교수는 안타까운 표정으로 우리를 선교로 안내했다.
선교에서 바라보는 광경은 꽤 근사했고, 해양대학교 관계자들이 이 배를 얼마나 아끼고 관리했는지 알 수 있었다.
선체는 녹이 슬어 있지만, 선교는 얼마나 닦고 쓸었는지 바닥이 반질반질할 정도였다.
“여기 선교에서 주로 실습합니다. 기초적인 선박 운용 방식에서부터, 해상 생활에서 유의할 점, 그리고 선박 조종 및 기관 운용 같은 이론 교육도 시행합니다.”
제대로 된 실습을 못 한다는 말이었다.
선박을 몰아보고, 국내외 주요 항에 기항하여 각 항만시설을 겪어 봐야 실습이 되는 건데 말이다.
더욱이 엔진을 비롯한 기관 운용에 전혀 경험이 없는 것은 정말 안타까웠다.
“물론 실습 상황이 여러모로 아쉽습니다. 정부에서 도와주신다면 너무나도 좋을 것 같습니다.”
윤 교수는 부탁하는 말투로 소개를 마쳤다.
그래. 이때는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어디 한둘인가? 나 또한 도움이 필요해서 온 거다.
“교수님, 엔진실을 좀 볼 수 있을까요?”
“예, 이리 오시죠. 가는 길이 좀 험합니다.”
윤 교수를 따라 배 아래로 내려갔다.
기뢰에 맞아 좌초해서 그런 건지, 내려가는 곳에 제대로 된 계단이 없었고 철제 사다리를 몇 번이나 거쳐 겨우겨우 내려가니 기관실이 나왔다.
“아이고… 이게….”
염원철 차관보가 인상을 구겼다.
거인이 손으로 배의 한켠을 뜯어내 버린 듯 처참하게 망가져 있었다.
“뭐 남아 있는 게 거의 없군요.”
“예, 그렇습니다. 일본인들이 이 큰 배를 내버려 두고 간 이유일 겁니다.”
“좀 가까이서 봐도 될까요?”
“예, 물론입니다. 조심해서 내려가십시오.”
나는 사다리를 하나 더 타고 내려가 좀 더 안쪽을 살폈다.
‘제발… 제발… 메인 축만 살아있어라…’
나는 사다리를 타고 내려가면서 기도하고 또 기도했다. 메인 축이 망가졌으면, 아무리 나라도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우리나라에 메인 축을 깎을 설비가 있을 리가 없다. 아니, 설비는커녕 메인 축으로 쓸 거대한 쇳덩어리를 구할 수도 없을 텐데. 미국에서 들여와 깎는 데만 두 달이 훌쩍 지날 거다.
‘제발… 제발…’
나는 기도하고 또 기도하며 후레쉬를 비추었다.
시꺼멓게 기름때 범벅인 진흙 더미를 손으로 파헤쳐갔다.
“아휴, 사장님. 거길 손으로…”
같이 내려온 염 차관보가 손사래를 치며 기겁을 했다.
더러운 게 무슨 대수냐.
파고 또 팠다.
빌어먹을 기름때가 이렇게나 고마울 줄이야.
메인 축 부근에 끈적한 기름때가 엄청 두툼하게 덮여 있었다.
“으아아아… 아악!”
“왜요, 왜요, 사장님.”
“멀쩡해요. 멀쩡하다고요. 메인 축이 멀쩡해요.”
“예에?”
“메인 크랭크축이 멀쩡하다고요. 이 정도면 이 배를 움직일 수 있어요. 이것 봐요, 이거 독일 만(MAN)사(社) 엔진이에요. 우리, 태평양 건널 수 있습니다.”
심지어 부서진 엔진의 마크를 살펴보니 독일 만(MAN)사(社) 제품이었다.
준설선 엔진과 메이커까지 똑같다니, 너무 기뻐 춤이라도 추고 싶었다.
“우 사장님, 기뻐하시는데 죄송합니다만 엔진 수리는 어려운 일입니다. 분명 8000마력 이상 되는 고급 디젤 엔진이었을 텐데 정말 아쉽죠. 메인 실린더만 무사했더라도 어찌어찌 수리해서 썼을 텐데. 한짝에 70만 불짜리를 사 올 수도 없고, 어휴…”
윤 교수가 부서진 엔진을 어루만지며 안타까워했다. 그도 만사(社) 엔진이 얼마나 명품인지 알고 있었다.
“제가 엔진을 가지고 있다고 하면, 한번 고쳐보시렵니까?”
“네에? 엔진을 가지고 있으시다고요?”
나는 말보다 손가락으로 운봉함이 정박해 있는 방향을 가리켰다.
“서… 설마…”
“교수님, 우 사장님 말씀은 사실입니다. 운봉함에 싣고 왔습니다. 한 번 보시겠습니까?”
“보겠냐고? 당연하지! 어서 가세, 어서!”
윤 교수는 어찌나 흥분했는지 사람들을 마구 몰아서 뛰어나갔다.
나는 혼자 남아 다시 한번 꼼꼼히 살펴보았다.
메인 축은 물론 일부 부품도 몇 개는 기름때에 파묻혀 있었다. 수리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
문제는 선박의 발전기 엔진이 파괴되었다는 것인데, 그 또한 다행스럽게 코일 부분은 멀쩡했다.
내가 빼돌린 헬리콥터 엔진을 발전기 동력기로 쓰면 될 것 같았다.
어찌어찌 딱 한 번만 미국까지 가면 되는 거다.
단기 외채를 갚고, 배를 제대로 수리해서 오면 되는 거 아닌가.
“이 정도면 해볼 만해!”
눈먼 총알이 날아다니는 곳에서도 살아온 나다.
태평양을 건너는 것쯤이야.
“만세!!”
“만세!!!”
“엔진이 있다!! 엔진이 있어!!!”
“우리도 엔진이 생겼어!!!”
배 밖에서 계속 함성이 들렸다.
미국까지 가려면 한 달은 걸리니, 적어도 2월 말에는 출발해야 했다.
이 배를 수리할 시간이 두 달도 채 남지 않은 것이다.
“쫄지마, 찬수야! 일단 이 배부터 고치는거야.”
나는 나 자신에게 다짐했다.
처음부터 이 배를 봤다면 엄두도 못 냈을 일인데, 진해에서 한번 포기하고 이 배를 보니 이까짓 거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내려온 동아줄인데 잡아야지.
< 070 : 동아줄 > 끝
ⓒ 푸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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