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How I Became a Chaebol RAW novel - Chapter (71)
나는 이렇게 재벌이 되었다-71화(71/589)
< 071 : 황금종 >
“차관보님, 만세 그만하시고 이리 오세요. 얼른 전포동으로 가야 합니다.”
나는 배 밖으로 나가서 같이 만세를 외치고 있던 염원철 차관보를 불렀다.
“예에? 전포동요?”
진달래 철공소로 가서 종을 한번 쳐야겠다.
대세 실업 건설 사업부, 부산지부 직원들이 열심히 컨테이너를 만들고 있을 텐데 일부를 돌려서 이 배를 수리해야겠다.
전국을 통틀어 용접을 가장 잘하는 사람들이잖나. 그들과 함께라면 두 달 만에 수리할 수 있다.
***
“이야, 여기가 말로만 듣던 전포동 철공소 거리군요. 정말 시끌벅적한 게 사장님께서 월남 갈 준비를 했던 곳 답습니다.”
“여기를 아세요?”
“그럼요, 월급 8만 원을 부르면서 황금종을 쳤다고 소문이 자자한 곳 아닙니까.”
염원철 차관보가 감탄했지만, 나 또한 그의 말을 들으며 감탄했다.
내가 황금종을 쳤다고?
그런 식으로 말이 부풀려지는군.
여하튼 오랜만에 찾은 전포동 거리는 내가 알던 거리가 아니었다.
무엇보다 차가 달리던 도로가 완전히 막혀서 지게차들이 다니는 길로 변해버렸다.
철공소 거리 전체가 대기업의 생산 라인처럼 변한 것이다.
「대세 실업 건설사업부 협력업체 조합」
엉뚱하게도 골목 앞에는 전통시장처럼 대세 실업을 내세운 간판이 걸려 있었다.
수많은 사람이 바삐 오가고 있었다.
북적북적한 사람들 사이에서 일이 잘되어 갈 때 보이는 특유의 활기가 느껴졌다.
마치 철공소 위주의 공단을 보는 느낌이었다.
“실례합니다.”
나는 진달래 철공소를 찾아 인사했다.
“아니, 이게 누구세요. 우 사장님 아니세요.”
어머니는 아주 기쁜 모습으로 뛰쳐나와 내게 꾸벅 인사를 했고, 나 또한 어머니의 모습에 기뻐할 수 있었다.
비쩍 마른 몸에 검댕을 묻히고 있던 어머니의 얼굴이 정말 진달래꽃처럼 화사한 안색을 띠고 있었다. 내가 보고 싶었던 어머니의 모습이었다.
“진달래 사모님, 안녕하시죠”
“예, 예. 그럼요. 이거 어쩌나, 드릴 게 일꾼들 준다고 사다 놓은 사이다밖에 없네요. 콜라 좋아하시는 거 뻔히 아는데.”
“맛있게 마실게요.”
콜라나 사이다나 그게 그거지.
와중에 21세기 느낌이 드는 먹거리다.
“거리가 많이 바뀌었네요.”
“그럼요. 대세 실업 덕분에 월남 갔다 돌아오신 분들이 대세 건설 부산지부를 만들다 보니 금방금방 이렇게 커졌답니다.”
대세 실업 건설사업부가 벌써 대세 건설로 불리는 모양이다.
“장사는 잘되시죠?”
“그럼요. 대세 실업에서 주문한 컨테이너를 만드는 데만 해도 일손이 모자랄 정도예요. 바로 옆 골목에서는 진해에서 가져온 원목으로 합판도 엄청나게 만들고요. 이 일대 월급날이면 부산 전체가 들썩들썩하는걸요.”
어머니는 뿌듯한 듯 어깨를 으쓱으쓱하며 골목 자랑을 했다.
그러고 보니 진달래 철공소가 훨씬 커지고 일꾼들도 많아졌다. 웬만한 공장 저리가라다.
주변을 돌아보다 재미있는 걸 발견했다.
내가 쳤던 녹슨 종에 황금색 페인트가 칠해져 있었다.
어찌나 정성스럽게 연마했던지, 정말 황금종처럼 보였다.
“하하, 이건 또 뭔가요?”
“이게 소문으로만 듣던 황금종이군요.”
옆에 염 차관보가 더 즐거워했다.
“사람들이 하도 황금종 어딨느냐고 해서 금색을 칠했답니다. 이 종소리 듣고 부자 된 사람이 많다고, 한 번씩 치고 가는 사람도 있고요.”
내겐 유치해 보이지만, 60년대 감성으론 꽤 멋진 이야기인 모양이다.
“제가 종 한 번 더 쳐도 될까요?”
“헉! 한 번 더 치신다고요? 너무 좋죠. 너무 좋죠! 여기서 더 부자 되는 거잖아요.”
어머니는 좋아하며 작은 망치까지 가져다줬다.
땡땡땡땡땡.
“다들 모이십시오. 일거리가 있습니다.”
“우왓! 우 사장님이다. 우 사장님이 황금 종을 쳤어!”
“와아아아아!”
“다들 모여. 우 사장님 오셨어.”
사방에서 사람들이 내 얼굴을 알아보고 몰려들었다. 기존에 월남에 같이 갔던 이들도 있었지만, 새로 보는 얼굴도 수백 명은 족히 되는 거 같았다.
‘어라? 대학생들도 있네.’
어쩐 일인지 수리 기지에서 교육한 대학생들도 있었다. 20명까지 유학을 보내고, 일부는 대세 화학과 건설사업부로 발령냈고, 일부는 자기들이 사업을 하겠다고 나갔는데, 그 일부가 여기서 사업을 시작했던 건가?
대세 실업의 하청 업체부터 시작해 회사를 키워보겠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잘 됐다. 안 그래도 엔진을 제대로 아는 이들이 있었으면 했는데 말이다.
“들으세요!”
“주목! 조용히들 해봐. 사장님 말씀하시잖아.”
“지금 해양대학교 실습 항구에 대형 선박이 한 척 서 있습니다. 그 배를 고쳐야 합니다.”
“우와 배를 고친대! 배!”
사람들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는 몰라도 그 일거리가 일단 돈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나 보다.
대번에 환호성부터 질렀다.
하긴 이들 중엔 케이슨을 만들어 본 이들이 있을 테고, 그런 일거리가 얼마나 큰돈이 되었는지 무용담을 엄청나게 늘어놨을 거다.
“인원을 나눠보겠습니다. 용접에 자신 있는 분들은 오른쪽, 엔진을 다뤄본 경험이 있는 분들은 왼쪽, 그리고 단순히 기름때 벗기고 물건 옮기고 하실 노동자분들은 뒤쪽으로 서세요.”
“어여, 줄 서. 줄.”
내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서 줄을 서기 시작했다.
“어이, 김 씨 이리 와. 같이 용접 해야지.”
“박 씨! 그쪽으로 가면 어떡해. 당신 우리 팀이야, 우리 팀!”
월남에 갔다 온 양반들이 노하우를 전수했던지 일거리를 대충 알려주자 사람들이 팀부터 짜기 시작했다.
“다들 아시죠? 우리 대세 실업은 일하신 만큼 돈을 드립니다. 하루 일거리 끝나면 바로 일당 지급하고, 일거리 또 하시면 또 드립니다.”
“압니다. 도급 아닙니까. 도급!”
“와아아아아! 나도 떼돈 번다.”
내가 도급으로 임금을 준다고 하니 모두 환호했다. 이렇게라도 24시간을 빡빡하게 돌려야 겨우 배를 제시간에 고칠 수 있을 거다.
물론 나도 밤잠을 좀 설치긴 하겠지.
“일당은 물론 현장에서 숙식을 제공하니, 실력 있는 분은 객지에서 데려와도 됩니다. 얼마든지 데려오세요. 아셨습니까?”
“역시, 우 사장님! 통 엄청 크시다니까.”
“일하면 계속 일당을 주시는 거 맞습니까?”
“하루 일당 기본 5백 원에, 여유 되시는 분은 도급도 가능하고, 야간 근무는 50% 더 드립니다. 내 주머니에서 능력껏 돈 꺼내 가십시오.”
“와아아아아!”
내 말에 사람들이 열광했다
나와 같이 일하면 한 달에 몇만 원을 벌 수 있다는 소문이 사실임을 알게 될 거다.
“와, 나도 집 살 거야.”
“재수! 완전 재수야. 여태 죽치고 기다렸던 빛을 이제야 보는 거라고.”
“어서 해양대학으로 갑시다!!!!”
“와아아아아!!”
수백 명의 사람이 골목 밖으로 쏟아져나왔다.
각자 용접 도구며 산소 절단기며 각종 공구를 챙겨서 트럭에 올라탔다.
땡땡땡땡땡!
“출발!!!”
너무 신났다. 종 한 번 치는 것만으로 수백 명의 기능공을 한꺼번에 뽑을 수 있었다.
60년대라서 가능한 일이 아닐까.
이번 한 번만 넘기게 도와줘요.
내가 진정한 낭만 시대를 열어줄 테니까요.
***
며칠 뒤, 청와대.
“각하, 부르셨습니까?”
“어찌 되었어?”
박 대통령은 비서실장이 집무실로 들어오자 대뜸 질문부터 했다.
비서실장이 대통령이 생각하는 가장 중요한 일을 알고 있는지 알아보는 의도이기도 했다.
“우 사장이 적당한 배를 구했다고 합니다.”
“배를 구해? 그 말이 정말인가?”
비서실장의 말에 대통령은 일단 눈앞의 문서를 덮었다. 그를 며칠째 고심에 빠뜨린 문서였다.
한일 협상 중 하나인 한일 어업 협정에 대해 일본의 요구가 담겨 있는 비밀 협정서였다.
독도와 마라도까지 연결한 일명 평화선이라고 불리는 해상 경계선을 12해리로 축소하면, 유무상 자금과 차관에 대해 조기 집행을 검토하며, 추가 차관도 검토하겠다는 것이 일본의 제안이었다.
언제나 검토한다는 말로 뒤통수를 치는 놈들이라 100% 믿기는 어렵지만, 조금이라도 빨리 유무상 자금을 들여온다면 내년 대선에는 분명 득이 될 가능성이 컸다.
“예. 부산 한국해양대학에 있는 실습선을 고쳐서 태평양을 건너겠다고 하고 있습니다.”
“그 배는 예전에 보고하길 폭탄을 맞아 쓰지 못한다고 하지 않았나? 국적선으로 쓰려다가 포기했던 배가 아니냔 말이지.”
박 대통령은 오래전에 보고받았던 일이었지만, 하도 아쉬워서 기억하고 있었다.
“예 맞습니다, 헌데 우 사장이 월남에서 그 배에 딱 맞는 엔진을 가져왔다고 합니다. 그걸 달면 태평양을 건널 수 있을 거라고 보고해 왔습니다.”
“태평양을 건널 수 있다고 했단 말이지.”
“솔직히 믿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각하의 의지에 최선의 다하겠다는 의미인지, 진짜로 가능한지…”
비서실장은 미심쩍은 표정을 지었다.
“믿기 어렵다는 말인가?”
“비서실에서 검토한 결과, 현재 한일 협정에서 일본이 요구하는 바를 들어주고 특사를 보내 유무상 자금과 상업 차관을 조기 집행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이라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
대통령은 아무 대답을 하지 않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 의견에 적극적인 지지자가 대통령 자신이기도 했으니까 말이다.
“임자 의견은 어떤가? 자네도 나만큼은 우찬수를 겪어보지 않았나.”
박 대통령은 갈등했다.
이성적으로는 비밀 협정서에 지금 당장 서명하는 것이 옳았지만, 우찬수가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보면 일말의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자신이 직접 어깨를 두드리며 배를 구해보라고 하지 않았던가. 일단 그걸 성공해냈다.
“각하, 외람되지만 저는 점쟁이가 아닙니다.”
“도박을 한다면 어느 손을 들어줄지 묻는 거야. 말해봐, 임자.”
대통령은 비밀 협정서를 들고 흔들어 보였다.
우찬수와 비밀 협정서… 어디를 선택할 것인가.
“외람되오나… 비서실의 의견을 종합하면…”
“오늘따라 말이 길군. 한 번만 더 묻지. 임자 의견은 뭐야?”
대통령은 굳은 표정으로 물었다.
“각하께서 우찬수 사장을 미국의 월가로 보내셨을 때 어떤 마음이셨는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
박 대통령은 비서실장의 당혹스러운 질문에 할 말을 잃었다. 비서실장이 이런 도발적인 질문을 자신에게 한 경우는 여태껏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만큼 이 경우가 특별하다는 뜻이었다.
“내 마음을 알고 싶다? 자네 생각을 말해보라니까! 자네 생각에 우찬수가 성공할 확률이 얼마나 되나?”
“십중팔구 실패합니다.”
“역시 그렇군. 임자 생각도 역시 그랬어.”
“일본을 상대로 성공 확률이 10%나 되는 도박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렇지. 일본 상대로 10%라… 그 정도면 해볼 만하지.”
대통령은 굳은 표정으로 비밀 협정서를 찢었다.
일본 대사와 일본 수상이 서명한 진본 문서였다.
지금 막 비밀 협상이 결렬되었다.
“이봐, 임자.”
“예, 각하.”
“언론에 공표해. 한일 협정에서는 유무상 자금 규모와 대일 민사청구권에 대한 기본 합의만 이루어졌을 뿐, 한일어업 협정을 포함한 세부 항목은 모두 백지상태에서 재검토하겠다고 말이야.”
“각하. 그걸 공표까지 하시면 나중에 일이 잘못됐을 때 발을 빼기가…”
“그렇지. 그 생각을 안 할 수는 없지.”
“그럼, 언론에는 뭐라고 지시할까요?”
“두루뭉술하게 넘기라고 해. 우리 세대에서 합의를 이룰 수 없다면 후대의 몫으로 남겨야 한다고 말이야. 결렬이니 뭐니 하는 말은 쓰지 말고.”
“… 예, 각하.”
박 대통령은 아슬아슬하게 선을 지키면서 원하는 바에 베팅했다.
도박이 실패하면 정치적 생명이 위협받겠지만, 성공하면 그 열매는 너무나도 클 것이었다.
도저히 포기할 수 없는 기회였다.
우찬수에게도, 대한민국에도 한 번의 기회가 주어졌다.
****
비슷한 시각, 부산 해양대학교.
쏴아아아아.
“유화제부터 뿌리고, 기름때를 닦아내요.”
“예, 사장님.”
“부품 절대 잃어버리면 안 됩니다. 하나하나 꼬리표 달아놓고 닦아요.”
“예, 사장님.”
“지금 바로 꼬리표 달라니까요! 말 듣는 척만 할 거면 일당 받고 나가요!”
“헉! 시정하겠습니다.”
나는 배 밑바닥에서 기름때를 벗기는 이들을 지휘하고 있었다. 제일 지저분한 곳에 현장 감독이 있어야 일이 제대로 돌아가는 법이다.
대한 호는 환골탈태 중이었다.
모든 이들이 합심해 녹과 기름때를 벗겨내고 부품 하나하나를 모두 뜯어내 꼼꼼히 닦아냈다.
“거기 샌드 블래스터 더 뿌려요. 녹을 깔끔하게 걷어내야 용접할 수 있습니다.”
“예, 사장님, 한번 뿌리고 재차 반복할 겁니다.”
“스크루! 스크루!! 크레인 조심해요. 크레인!!!”
“나와, 야이, 미친놈아, 나와.”
대한 호의 현장은 정말이지 미친 듯이 돌아갔다.
전국의 모든 용접공과 크레인, 용접기, 철판, 지게차, 산소 절단기, 샌드 블래스터, 공기 압축기를 죄다 동원한 것 같았다.
전국은 아니더라도 부산 근처의 기능공 자원이란 자원은 모조리 투입되었다.
“사장님, 어서 가시죠. 발전기 엔진 동작 시험 준비가 다 됐습니다.”
어디선가 엔지니어가 내게 뛰어왔다.
“벌써요? 여하튼, 좋네요. 메인 엔진은 어찌 되고 있죠?”
“아직 엔진 실린더와 크랭크축을 연결하지 못했습니다. 부품을 모두 뜯어서 세척했기에 아직 조립 중입니다.”
“그렇겠네요. 일단 발전기로 갑시다.”
“예.”
뀌년 수리 기지에서 중장비 수리 자격증을 따고온 대학생들이 정말로 큰 도움이 되었다.
각종 엔진을 뜯어보고 조립해봤던 경험으로 전포동에서 온 기능공들을 이끌고 어려운 일을 척척 해댔다.
처음엔 나이 어리다고 무시하던 기능공들도 실력 앞엔 착실한 학생이 되어, 그들과 함께 일하면서 하나하나 배워나갔다.
“모두 외쳐요! 안전! 안전! 안전!”
“안전! 안전! 안전!”
“D-29일!”
“D-29일!”
“우린 반드시 끝낸다. 이 배를 띄운다!”
“이 배를 띄운다!”
갑판 아래로 가기 전에 목이 터지라고 안전과 공동의 목표를 외쳤다.
참여하는 모든 이들이 목표를 잊지 않게, 주야장천 똑같은 말을 반복했다.
하루는 힘들고 긴데, D-day는 정말이지 빠르게 다가왔다.
중요한 일은 언제나 그랬다.
< 071 : 황금종 > 끝
ⓒ 푸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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