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How I Became a Chaebol RAW novel - Chapter (73)
나는 이렇게 재벌이 되었다-73화(73/589)
< 073 : 폭풍 속으로 >
“무슨 일 있습니까, 선장님.”
나는 사이렌 소리에 득달같이 선교로 올라갔다.
“저… 저기 좀 보십시오.”
윤상수 선장이 정면을 가리켰다.
검은 바다와 검은 하늘에 뭐가 보일리 만무했지만, 정말이지 검어도 너무 검었다.
“설마… 저기압이 다가오고 있는 겁니까?”
“그냥 저기압이 아닙니다. 기압계가 980mb 밖에 안나옵니다. 이 정도면… 북 태평양에서 이 정도 저기압이면…”
윤상수 선장은 태풍이나 다름없다는 말을 차마 하지 못했다.
윤 선장의 얼굴은 조금 전 엔진 이상을 보고받았을 때보다 더 심각했다. 안색이 질리다 못해 아예 흙빛이었다.
980밀리바라니, 문외한인 나도 그 정도면 저기압이란 사실을 알 정도였다.
대부분의 상선들이 태평양을 건널때 대권항해(고위도 항해)를 하는데, 겨울철 북태평양의 고위도 바다는 매우 거칠어서 21세기에도 조난사고가 일어나곤 한다.
3월도 북태평양에서는 겨울이기에, 이때 만나는 저기압은 태풍과 동급이다.
“뚫고 나가실 수 있습니까?”
“만약 뚫고 나가길 시도하다가 기관이 정지하기라도 하면, 우린 죽습니다. 배가 보침성을 잃어 침몰하고 말겁니다.”
윤 선장은 섬뜩한 말부터 했다.
보침성(保針成, Course Keeping Ability)은 배가 원하는 방향으로 목표속도를 유지하는 능력이다. 파랑을 맞아도 기관만 제대로 동작하면 어찌어찌 빠져나올 수 있다.
“그 말씀은…”
“기관 고장을 겪은 배를 가지고 저기압을 뚫는 것은 무리입니다. 이대로 남쪽으로 배를 돌려 하와이로 향하는 것이…”
이 배의 안전을 장담할 수 없다는 말이었다. 아니, 십중팔구 배가 침몰할 거라고 말하고 있었다.
젠장… 다 왔는데… 조금만 가면 포틀랜드인데.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하와이라뇨! 이 대한 호가 포틀랜드에 도착해야 나라 빚을 갚습니다. 3월이 단기 외채 만기란 말입니다.”
“차관보님!”
“우 사장님, 이 판국에 숨기고 자시고가 어딨습니까? 이 배에 실린 물건을 포틀랜드에 내려놓지 못하면 우리나라는 망한단 말입니다. 말 그대로 폭삭 망해요.”
염원철 차관보가 펄펄 뛰었다.
“선장으로서 승선원의 안전이 최우선입니다.”
“뭔, 안전입니까!!! 이대로 하와이 가면 어차피 우리 다 죽는거나 마찬가지라니까요. 국가 부도나면 달러 못 빌려온다고요. 다 굶어죽는다고요. 일본 놈들한테 무릎 꿇고 돈 빌려와야 된다고요.”
“차관보님…”
“우 사장님, 뭐라고 말씀 좀 하세요. 뚫고 가야 해요. 하와이가 아니라 본토로 가야 한다고요.”
염원철 차관보가 윤 선장의 멱살을 잡았다가, 아차하는 표정으로 맥없이 손을 놓았다.
그러더니 내 쪽을 보고 소리쳤다.
답답하긴 나도 매한가지였다.
“돌아갑시다. 돈에 사람 목숨을 걸 순 없어요.”
“미쳤습니까? 돌아가다니요.”
“돌리세요. 선장님.”
“……”
윤 선장이 항해사가 잡고 있던 키를 잡았다.
“틀렸습니다, 선장님.”
“자네 뭐하는 짓인가?”
항해사가 키를 잡고 놓아주질 않았다.
“약속과 틀리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우리 목표는 북미 항로를 뚫는 것이라고 교수님께서 분명히 말씀하셨습니다.”
“누가 그걸 모르나. 지금 태풍이 오고 있어. 한시가 급해! 돌리려면 지금 돌려야 해.”
“여기서 돌아가자고 할 사람이 누가 있습니까! 거수 하십시오. 한명이라도 돌아가자고 하면 키를 돌리겠습니다.”
학생임에도 불구하고 윤 선장에게 강력한 어조로 대들었다.
누가 돌아가자고 하는지 손을 들라고 소리쳤다.
해양대학교 학생들이 죄다 몰려와 항해사를 감쌌다. 검은 밤바다를 배경으로 학생들의 눈빛이 이글이글 불타올랐다.
“흥, 샌님들은 몰라도 우린 아니야. 이대로 돌아가 바보 취급받을 생각 따윈 없어.”
“당연! 밑에서 오일 바르고 있는 애들에게 그 소리 해봐. 당장 일 때려치울 걸! 돌아가 거지로 살 바엔 차라리 여기서 죽자고!”
기능공들이 훅하고 치고 나왔다.
“우리 기관사들도 돌아가는 건 반대입니다. 그간의 노력을 헛고생으로 만들 수 없습니다.”
엔지니어들마저 그랬다.
“여러분은 젊어요. 태평양 한가운데서 죽기엔 이른 나이입니다. 이대로 가면 십중팔구 죽어요.”
“사람은 언젠가 죽습니다. 사장님의 선택은 뭡니까! 정하세요.”
“맞아요. 사장님 진짜 마음은 뭡니까! 뚫는 겁니까. 이대로 포기하는 겁니까? 사장님이 하자는 대로 하겠습니다.”
“난 선장이 아닙니다.”
“선장인 저도 사장님의 의견에 따르겠습니다.”
콰쾅.
배를 돌리지 않아서 그랬던지, 저기압이 생각보다 빨리 와서 그런지 이미 파도는 실시간으로 거칠어지고 있었다.
눈 앞에 펼쳐지는 파도는 대게잡이 다큐멘터리에서 봤던 것보다도 더 거칠어보였다.
태풍이 오는 북태평양은 전율스러웠다.
소름이 돋았다.
하지만 결심을 하고나니 다른 의미로도 소름이 돋았다. 이미 주변의 공기가 불타오르고 있었다.
“이럴 때 아니면 언제 전설을 만들어보겠습니까? 안 그래요?”
“우와아아아아.”
“갑시다. 우리의 목표는 뒤가 아니라 앞에 있습니다!!!!”
“우어어어어어억!”
“부탁합니다. 선장님.”
내가 결심을 하자 학생들을 걱정하던 윤 선장도 언제 그랬냐는 듯 허리를 쭉 펴더니 바로 지시를 내렸다.
“정면 돌파한다. 전속력으로 동진하라!”
“전속력으로 동진! 기관부 최대 출력으로!”
<최대 출력으로. 125rpm!>
선내 무전으로 기관부에서도 즉각 회신했다.
우린 저기압을 향해 정면으로 뛰어들었다.
***
“메인 엔진 기어 빼요. 보조 엔진으로 돌려요!”
“메인 엔진 빼! 보조 엔진 붙여!”
혹시나 싶어서 메인 축에 기어를 덧대어 발전기로 쓰던 엔진을 이용할 수 있게 해놓은 것은 정말 잘한 일이었다.
21세기에 군함에서 기본으로 적용하는 기관 설계인데, 이게 이렇게 도움이 될 줄은 몰랐다.
위이이이잉.
헬기 엔진으로 쓰던 놈이 과열이 좀 되긴 했지만, 15분이면 메인 엔진을 충분히 식힐 수 있었다.
메인 엔진이 15분을 쉬면 1시간은 족히 최고 속도를 낼 수 있었다.
콰쾅! 콰쾅!
밖에서는 연신 파도가 선체를 때리고 있었다.
“이대로 반복하는 겁니다. 아시겠습니까!”
“여긴 걱정 마십시오. 갑판으로! 갑판으로!”
기능공들 십여명이 카블라를 둘둘감고 타들어가는 열기에도 아랑곳 없이 미친듯이 엔진을 식히고 있었다.
용광로 불꽃 저리가라 수준이었지만, 정말이지 잘 견뎌냈다. MAN사 엔진도 그에 화답하듯 벌겋게 달아올랐지만, 훌륭하게 견뎌내주고 있었다.
감탄할 때가 아니었다.
이미 선체의 이곳저곳에 크랙이 가기 시작했다.
녹슨 선체에 철판을 덧댄 형태라 비늘이 벗겨지듯 철판이 찢겨 나갔다.
갑판에서 상하 크랙이 만나면 정말이지 이 배가 반쪽이 날지도 몰랐다.
“여유되는 사람 모두 나를 따라와요! 어서!”
“다들 모여!”
“산소 절단기, 용접기 모두 챙겨요.”
“장비 챙기래!!!”
수십명의 기능공을 이끌고 기관실을 빠져나가니 선원들이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우왕좌왕하고 있었다.
“사장님, 선체가… 선체가 깨져나갑니다.”
“용접해요! 선실이든 기관실이든 비가 들이치지 않는 곳에서 용접해요!”
“예, 사장님!”
“당신은 그쪽 말고 반대쪽으로 가요!”
엔지니어고 기능공이고 따질 것 없이 용접기를 챙겨 구역을 나눠줬다.
“산소 절단기는 갑판으로!!!”
“갑판으로!!!”
“갑판은 위험합니다.”
“닥치고, 너도 도와!”
해양대생이 말렸지만 어느 기능공이 외려 녀석을 옆구리에 끼고 달렸다.
콰르르릉! 콰콰쾅!!
갑판으로 나서자마자 집채만한 파도가 우리를 덥쳤다. 미친 짓이지만 지금 이 순간 미친 짓을 하지 않으면 우린 죽는다.
“갑판 위에 크랙이 보입니까!!!!”
“예, 보입니다!!”
“그 크랙 주변으로 구멍 뚫습니다. 상처 꿰매듯 꿰맬겁니다.”
“으아아아아아아! 달려!!!”
“금간 곳에 구멍을 뚫으면 어쩝…. 꾸엑!”
“닥쳐! 사장님이 시키면 시키는대로 해! 서둘러 멍청아!”
월남전에 같이 갔던 이들은 내 말에 주저함이 없었다. 초짜 기능공들 몇몇이 딴소리를 하다가 선배들에게 냅다 발길질을 당했다.
촤아아악! 촤아아아!
파도가 들이치고 비가 뿌려도 산소 절단기가 동작한다는 것이 너무나도 고마웠다.
냉각수를 뿌릴 필요도 없었다.
“구멍 뚫었습니다. 뭐하면 됩니까!”
“쇠사슬 엮어! 주리를 틀거야!”
워낙 급해서 반말로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사장님이 갑판을 주리 튼대!”
“사슬로 엮어! 쇠파이프도 끼워야지! 멍청아!”
주리를 튼다는 말에 산전수전 다겪은 나이든 기능공은 내 의도를 금방 알아챘다.
금간 갑판에 구멍을 뚫고 쇠사슬을 엮은 뒤 사선으로 쇠뭉둥이를 끼웠다.
선배 기능공이 초짜 기능공의 머리를 잡고 정신차리라고 소리치며 마구 흔들어댔고, 사방에서 미친듯이 뛰어다녔다.
나또한 산소 절단기로 구멍 뚫기에 바빴다.
“사장님, 신호 주십시오. 신호!!!!”
누군가 내쪽으로 소리쳤다.
이미 구멍마다 사슬을 다 끼웠다.
주리를 틀땐 사방에서 같이 틀어야 어느 한쪽이 벌어지지 않는다.
“준비해! 다들 쇠 파이프를 사슬에 끼워!”
“다 끼웠습니다. 신호!!!”
“셋! 둘! 하나! 주리 틀어!”
“주리 틀어!!!”
사방에서 파도가 들이쳤다.
다들 한 덩치하는 기능공들임에도 쇠파이프로 사슬을 빙글빙글 꼬기는 힘겨웠다.
“힘줘! %%^^&* 아꼈다 뭐해! 우리 다 죽어!!!”
“크아아아아아아아아!!”
“으야아아아아아아!”
욕이 절로 나왔다.
너무 두려워 아무리 악을 써도 눈물이 멈추질 않았다.
콰콰쾅! 퍼엉!
공포 그 자체였다.
집채만한 파도가 한번더 갑판을 덥치자 선교의 유리창이 깨져버렸다.
와장창창.
강화 유리가 깨지다니, 대체 이 놈의 배에 성한 곳이 한 곳이라도 있는건가.
“사장님! 저기! 저기!”
누군가 선교를 가리켰는데 키를 잡은 사람이 없었다. 깨진 유리창에 맞아 쓰러진 것 같았다.
“내가 갈께. 모두, 버텨!!! 버텨야해!”
“사슬 묶어! 몸에 묶어!”
급기야 기능공들이 갑판을 꿰맨 쇠사슬을 몸에 묶고 쇠파이프를 잡고 늘어졌다.
구명조끼도 없었지만, 구명조끼를 입었다고 해도 이 바다에 빠지면 100% 죽는다.
내가 선교에 다다르니 참혹했다.
항해사는 머리에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었다.
웃옷을 찢어 머리를 감싸고 구석으로 잡아당겼다. 숨은 쉬고 있었기에 그 이상 돌봐줄 때가 아니었다.
키 바로 아래엔 윤 선장이 쓰러져 있었다.
항해사가 쓰러진 후 얼마나 고군분투를 했는지 귀에서 피를 줄줄 흘리며 눈에 초점이 풀려 있었다.
“정신차려! 정신차려요, 윤 선장!!!!”
나는 그가 숨을 쉬고 있다는 걸 확인하고선 냅다 뺨을 갈겼다.
지금 넋이 빠져있을 때가 아니었다.
사투를 할 때는 정신부터 차려야 하는거다.
“으으으… 우 사장님… 이거… 미친…”
“당신이 선장입니다! 다 포기해도 당신은 포기하면 안됩니다!”
“… 끄… 끄으으윽…”
나는 윤 선장의 멱살을 잡고 일으켜 세웠다.
“저기 안보여요? 모두 목숨을 걸고 있어요. 당신에게 목숨을 걸고 있단 말입니다. 여길 뚫고 나간다고 믿고 있단 말입니다아아!!!!”
“허…허…헉… 헉…”
완전히 탈진한 윤 선장을 일으켜 세워 정면을 쳐다보게 했다.
촤아아악!
“퉷!”
또다시 파도가 얼굴을 때렸다.
침을 뱉으니 비릿한 피가 같이 섞여 나왔다.
“사장님, 메가폰을 잡아요. 어서… 내 말대로… 해요.”
가까스로 일어난 윤 선장이 키를 잡고 섰다.
몸을 얹다시피 해서 방향을 잡고는 헐떡이며 겨우 말을 이었다.
“뭘 하면 됩니까. 말해요!”
나 또한 가까스로 이성을 유지했다.
“외쳐요. 황천항해를 개시한다.”
키를 잡은 윤 선장이 겨우겨우 말했지만 황천항해라는 말이 똑똑히 들렸다.
황천가고 싶냐가 뱃사람이 쓰던 용어였어?
그보다 황천항해가 뭐야?
“황천항해를 개시한다!”
빠아아아아앙! 빠아아아아앙!
뜻도 몰랐지만, 비상벨을 누르고 메가폰에 대고 크게 소리쳤다.
“황천항해를 개시한다!”
어디선가 해양대학교 학생들이 튀어나왔다.
손에 조명탄을 들고 위험한 갑판으로 나섰다.
“1호 조명탄… 던져…”
“1호 조명탄 던져!!!!!”
윤 선장이 알려주는대로 또 소리쳤다.
“던져!!!!”
피유우우웅웅….
한 학생이 쏘아올린 조명탄이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
벌건 불빛에 하얀 꼬리가 마구 흩어졌다.
“우현 15도, 헤드 투(Head to)!!”
조명탄을 던진 학생이 피를 토하듯 소리쳤다.
나는 이제 완전히 기절해버린 윤 선장을 옆에 두고 키를 잡았다.
“우현 15도, 헤드 투(Head to)!”
나는 학생의 말에 따라 우현으로 15도를 꺾었다.
퍼엉! 퍼엉!
기가 막히게 선수가 파도에 부딪혔다.
정확하게 45도 각도로 비껴맞았다.
눈이 번쩍 뜨였다.
여태 맞았던 파도와는 전혀 타격감이 달랐다.
마치 권투 선수가 상대의 스트레이트를 흘려버리는 것처럼 파도가 유선형의 선체를 따라 선미로 흘러나갔다.
이제 알겠다!
조명탄으로 파도의 방향과 바람 방향을 예측하는 거구나. 순간 순간 파도에 맞서며 헤쳐나가는 것이 황천항해구나.
“2호 조명탄 던져!!!!!”
“던져!!!!”
삐이이이이익!!!
“좌현 10도! 헤드 투(Head to)!!”
“좌현 10도! 헤드 투(Head to)!!”
나와 해양대학교 학생이 죽이 척척 맞았다.
덕분에 갑판에서 사경을 헤매고 있던 기능공들도 주리를 제대로 틀었다.
나 또한 헤드 투라는 의미를 명확히 알았다.
“3호 조명탄 던져!!!!!”
“던져!!!!”
“우현 5도! 헤드 투(Head to)!!”
조명탄을 하나씩 던질 때마다 폭풍 속으로 나아갔다. 폭풍은 더 심해졌지만, 어쩐지 안전한 곳으로 나아가는 느낌이었다.
삼복이가 조명탄도 엄청 실어뒀구나.
나 살아서 가면 진급시켜 주마, 새꺄.
“스커딩(Scudding)! 스커딩(Scudding)!”
조명탄을 몇 개나 던졌을까?
갑자기 헤드 투를 연발하던 해양대학생이 스커딩이라고 외치며 환호했다.
“제가 맡겠습니다. 선장님을 부탁드립니다.”
어느 새 항해사가 정신을 차렸는지 내 옆으로 다가와 키를 잡았다.
“정신 차렸군요. 스커딩이 뭐길래 저러죠?”
“가항영역에 접어들었다는 말입니다. 이제 파도가 우리를 태풍 밖으로 밀어내 줄겁니다.”
가항영역? 스커딩? 파도가 우릴 밀어줘?
대체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 힘들었지만, 그의 표정에 서린 안도감이 모든 걸 말해주었다.
“우리 살아남은 겁니까?”
“좀 쉬십시오. 나머지는 제게 맡기시고요.”
“스커딩(Scudding)!”
“스커딩(Scudding)!”
갑판에서 해양대생들이 앞쪽을 가리키며 연신 소리쳤다.
콱콱콱콱
어찌된 영문인지 정말로 파도가 선미를 후려치기 시작했다.
“기관실 엔진 출력 낮추세요. 80rpm.”
<80rpm! 와아아아아.>
기관실에서도 환호성이 들렸다.
80rpm정도면 엔진도 아무 문제없을 것이다.
“윤 선장, 혼자 기절하다니… 반칙입니다.”
털썩.
나는 윤 선장을 안전한 구석으로 끄집어내자마자 정신을 잃었다.
모든 이들이 최선을 다했다.
***
며칠 뒤,
끼룩. 끼룩.
우리는 밝아오는 여명 속에 뱃머리로 나왔다.
누군가 갈매기가 보인다는 소리에 모든 이들이 선교로 뛰어 올랐다.
정말이지 육지가 눈 앞에 있었다.
뚜뚜뚜뚜뚜뚜
“여긴 포틀랜드. 신호에 답하라. 오버.”
“여긴 대한민국 국적선 대세 1호다. 포틀랜드 입항 허가를 요청한다. 오버.”
“대세 1호, 기다리고 있었다. 풍랑이 심했는데 선원들 상황은 괜찮은가? 도움이 필요한가? 오버.”
“다들 무사하다. 걱정해줘서 고맙다. 입항해도 되겠는가? 오버.”
“대세 1호 입항을 허가한다. 미 합중국을 대표하여 대한민국 국적선의 포틀랜드 최초 입항을 진심으로 환영하는 바이다. 오버.”
“고맙다. 오버.”
펑! 펑! 펑! 펑!
포틀랜드 항구에서는 우리를 위해 예포를 쏘기 시작했다.
어떻게 알고 나왔는지, 부둣가에 엄청난 인파가 우릴 향해 손을 흔들어주고 있었다.
“태극기를 올려라.”
“태극기를 올려라!”
해양대생이 태극기를 올리며 딱 부러지게 경례를 했다.
“선주님! 대한민국 1호 국적선 대세 1호! 북미항로를 개척했음을 보고합니다.”
윤 선장이 내게 경례를 했다.
대한 호 대신 대세 1호라는 명칭을 썼다.
선교에 모인 모든 이들과 갑판에 선 모든 이들이 나를 향해 경례를 했다.
나는 울컥하는 마음을 애써 누르고 경례로 답했다.
“수고하셨습니다.”
“우아아아아아!!!”
“우리는 전설이 될 겁니다. 환호하십시오!”
“으아아아아아아아!!!”
펑! 펑! 펑! 펑!
와중에 사람 말을 하는 사람은 나뿐이었다.
백명의 선원들이 모두 한마음 한뜻으로 전방을 향해 소리를 내질렀다.
포틀랜드의 예포가 우리의 전설을 노래했다.
내 평생 이렇게 감격한 적이 있었던가.
흐르는 눈물을 감당할 수가 없었다
펑펑.
아껴뒀던 맥주를 삼페인처럼 터뜨렸다.
“마십시다.”
“축제다!!!”
“와아아아아아!!!”
낭만시대를 여는 축포였다.
다신 이따위 개고생 안해도 된다.
< 073 : 폭풍 속으로 > 끝
ⓒ 푸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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